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시사매거진2580
기자이미지 최훈 기자

건강기능식품 '2등급'의 비밀

건강기능식품 '2등급'의 비밀
입력 2015-06-15 10:18 | 수정 2015-06-15 16:58
재생목록
    홍삼,오메가쓰리,로열제리,종합비타민,알로에, 키성장촉진제, 다이어트보조제 집집마다 1-2가지 이상 먹고 있는 건강기능식품들.

    적지 않은 가격에 뚜렷한 효과를 보지 못해도 '식약처가 인정한' 식품이란 말에 건강에 도움이 될 거라 믿고 먹는다는데...

    '식약처가 인정한'이란 과연 무슨 뜻일까?

    정말 효과가 입증된 걸까?

    ======================================================================

    서울 뚝섬의 한강시민공원.

    운동을 나온 시민들에게 평소 건강기능식품을 먹는지 물었습니다.

    "홍삼하고" "오메가3도 먹거든요."
    "글루코사민도 먹고" "비타민C"
    "면역력이 강화된다 하니까"
    "기억력에 좋다고"
    "메르스 때문에"
    "기운 난다고 그래서요."

    홍삼과 비타민, 오메가3와 유산균 까지.

    적어도 건강기능식품 한 가지 정도는 먹고 계시거나 먹어 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건강기능식품에 등급이 있다는 사실을 혹시 아시나요?

    식약처가 등급을 매기고 있는데, 여기에 소비자는 알지 못 하는 함정이 숨어 있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인 심상욱 군의 키는 140cm.

    반 친구들에 비해 많이 작은 편으로 초등학교 3학년 평균 키 수준입니다.

    꾸준히 운동도 하고, 키 크는 데 좋다는 약도 이것저것 먹여봤지만 효과가 별로 없었습니다.

    [윤정은]
    "반에서 제일 작은 아이. 그리고 옷도 3년 동안 같은 옷을 입을 정도로 키가 안 자라서 걱정 많이 됐어요."

    그런데 처음으로 식약처의 허가를 받은 키성장 건강기능식품이 나왔다는 소식에 솔깃했습니다.

    식품이라 부작용도 없고, 매일 한 병씩 마시면 석 달동안 2cm 가량 클 수 있다는 말에 한 달 넘게 마시고 있습니다.

    [윤정은]
    "솔직히 반반이에요. 진짜 마음은 병원을 가서 (성장호르몬요법)해보고 싶은데 병원을 알아 보니 100만 원 넘고 상당한 가격이더라고요."

    7살 강린이도 이 키성장 제품을 매일 마십니다.

    [강린]
    "이거 많이 먹고 키 많이 커서 나중에 어른이 빨리 되고 싶어요."

    한 병에 5천 원. 한 달이면 15만 원이지만 키가 큰다는 기대에 아깝지 않았다고 합니다.

    [김남영]
    "되게 비싸다 생각 했었는데요. 그래도 이 시기에 딱 먹여서 키가 클 수 있다면 이런 마음이 간절한 마음이 있어 가지고"

    [김남영]
    "약 먹었으니까 이제 키 재보자. (알았어)"

    강린이는 이 음료를 마시고 두 달전보다 0.5cm 정도 컸습니다.

    이 키 성장 식품은 한 한의대 교수팀이 개발 했는데, HT042라는 물질이 들어 있습니다.

    황기와 가시오갈피 같은 한약재를 섞어 만든 겁니다.

    이 연구팀의 임상시험 결과에 따르면 이 물질을 먹지 않은 아동들은 석달동안 1.92cm가 컸는데, 먹은 아이들은 2.25cm가 컸습니다.

    이 물질을 석달 동안 먹으면 안 먹은 아이들보다 3.3mm가 더 큰다는 겁니다.

    식약처가 건강기능식품으로 허가를 내줬고, 뉴스에도 보도되면서 입소문을 탔습니다.

    [뉴스/자료화면]
    "키 크는 물질 개발. 식약처가 최초로 승인"

    이 물질이 정말 키 크는 효과가 있는 걸까?

    이 물질을 개발한 연구팀에 임상시험 보고서를 공개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공개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인터뷰도 거절했습니다.

    [○○○대 한의대 연구원]
    "저희는 연구 기관이고 연구자라서 이런 인터뷰는 할 수가 없을 거 같습니다. (설명 좀 해주시면 안 되나요?) 죄송합니다."

    임상시험 보고서가 공개되지 않는 이상 임상시험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검증할 방법은 없습니다.

    다만 키 크는 효과를 입증하기에 석달이라는 임상시험 기간은 너무 짧다는 게 의학계의 일반적인 견해입니다.

    [김호성교수 / 세브란스 소아내분비]
    "계절적인 요인이라든지 환경적인 요인 그리고 대상 상태에 따라서는 어느 시기엔 잘 키가 안 크고 어느 시기에는 좀 많이 크는 시기도 있거든요. 그래서 최소한 6개월 간은 관찰을 한 이후에 키에 변화가 있다는 게 필요하고요."

    키는 아침,저녁에 따라 다르고 또 스트레칭을 하면 하루에도 1cm 씩 왔다갔다 하는데, 한창 클 나이의 아이들이 석달 동안 3.3mm가 더 컸다는 건 임상학적으로 큰 의미가 없다는 겁니다.

    [김호성교수 / 세브란스 소아내분비]
    "크는 효과가 필요한 물질의 효과인지 아니면 사춘기가 시작 돼서 정상적으로 많이 크는지를 확인하기가 어렵거든요."

    이 제품은 식약처로부터 생리활성기능 2등급을 받았습니다.

    '생리활성기능 2등급이란 무슨 의미일까?

    [식약처]
    "저희가 2등급을 표기한 경우에는 경우에 따라서는 그게 도움을 받으시는 분도 있고 도움이 안 되시는 분도 있을 수는 있습니다. 이건 개인적인 차이들이 다 있기 때문에"

    식약처는 건강기능식품을 허가해주면서 이를 4개 등급으로 나눕니다.

    가장 높은 게 '질병발생위험 감소'등급.

    실제로 과학적으로 입증됐다는 의미인데 충치예방 효과가 있는 자일리톨 하나 뿐입니다.

    그 다음이 '생리활성기능 1등급'.

    인체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논문이 다수 발표돼 학계에서 인정받는 경우로 루테인과 가르시니아 캄보지아 등 6개가 해당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건강기능식품은 생리활성기능 2등급이거나 3등급.

    2등급은 임상시험 결과가 있지만 그 수가 적고 과학적으로 효과가 완전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의미, 즉 효과가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

    심지어 3등급은 인체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하지 않은 경우입니다.

    오메가3와 프로폴리스, 글루코사민과 유산균 등 유명한 건강기능식품이 이 2등급에 해당하고 홍삼도 마찬가집니다.

    최근 파동을 겪었던 백수오도 2등급, 가짜 백수오라는 이엽우피소나 백수오나 효과가 입증되지 않기는 마찬가지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백수오 논문은 달랑 하나였고, 이 마저 제조업체 대표가 공동저자로 쓴 것이기 때문에 신뢰성에 한계가 있다는 겁니다.

    [정재훈 / 식품전문가]
    "우리나라에 그 정도 열풍이 일 정도로 백수오가 효과가 있다 이렇게 이야기 하기 어려운 건데 이걸 여러가지 방송에서 종편이나 이런 데서 너무 확대를 해주다 보니까..."

    그런데도 식약처의 허가를 받을 수 있었던 건 임상 시험 논문이 한 개 이상이면 2등급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식약처로부터 생리활성기능 2등급으로 건강기능식품 인증을 받은 다이어트제품.

    이걸 먹고 운동한 사람은 10주만에 평균 12.8kg이 빠졌는데, 먹지 않고 운동한 사람은 4kg 밖에 빠지지 않았다는 임상시험 논문이 식약처에 제출됐습니다.
    이 홈쇼핑을 보고 제품을 구입한 주부 남승희씨.

    식약처가 인정했다는 사실에 기대를 갖고 10주 동안 꾸준히 먹었지만 체중은 오히려 1kg 늘었습니다.

    [남승희]
    "이 약 먹었으니까 나 날씬해질 거야. 12.8kg이 빠진다니까. 그런 생각이 막 들었던 거 같아요 (그런데 실제로 효과는?) 없었죠."

    식약처에 제출된 임상시험 논문이 부실해 다이어트용으로 이 물질을 추천하지 않는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약을 먹었으니 효과가 있을거란 기대감에서 생기는 효과, 즉 플라시보 효과가 있는 임상시험이었다는 겁니다.

    [조정민 교수/가정의학과]
    "위약 효과(플라시보 효과)는 자그마치 30~40%가 됩니다. 그러니까 연구를 그 단독 약재만 쓰고 무작위 대조연구가 아니면 아예 믿을 수가 없는 연구예요. 40% 효과가 있다는 건 원래 밀가루 떡을 줘도 40%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거예요."

    건강기능식품 매출에서 부동의 1위인 홍삼은 어떨까.

    김귀섭 씨는 10년 째 습관처럼 홍삼을 먹고 있습니다.

    [김귀섭]
    "안 먹으면 꼭 뭐 하나 까먹은 거 같아서 자다가도 까 먹은 거 같아서 홍삼 안 먹고 자면 얼른 일어나서 한 숟갈 퍼 먹고 잔다고.."

    홍삼은 면역력 증진과 피로 해소, 혈행 개선과 기억력 개선 등 6개 기능에 대해 식약처로부터 각각 2등급 인정을 받았습니다.

    [이동권 교수/고려인삼학회]
    "특히 홍삼은 면역력 증강 효과가 굉장히 탁월한데요. 일단 어떤 바이러스나 균에 감염되면 염증을 유발하는데요 홍삼을 먹게 되면 염증 유발이 아주 현저하게 줄어듭니다."

    하지만 식약처는 홍삼 관련 임상시험 논문이 생각 보다 많지 않고, 논문의 질적 수준이 1등급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명승권 교수]
    "'과학적 합의에 이른(최고 등급)' 근처에도 못 가고 생리활성 기능 1등급에도 해당하지 않고 2등급에 들어가 있는 상태입니다. 그 자체로도 그 기능은 완전히 입증된 게 아니기 때문에 어떤 건강을 유지할 목적으로 홍삼을 권장할 수 있는 임상적 근거는 없습니다."

    또 홍삼 관련 논문의 상당수는 한국인삼공사가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어서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고려인삼학회는 현재 임상시험 논문이 59편으로 적지 않고, 연구비를 지원 받았다고 해서 신뢰도가 떨어지는 건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고려인삼학회]
    "돈을 대준 사람하고 이 논문을 쓴 사람 하고는 아무 상관 없다라는 걸 뒤에 명시하게 돼 있습니다. 체크를 하게 돼 있어요. 국제 학술지에는. 그래서 논문을 대주는 사람이 여기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거를 자기가 선포를 하는 거죠"

    퇴행성 관절염이나 관절통 예방을 위해 많이 먹는 2등급 건강기능식품 글루코사민.

    한국 보건의료연구원이 관련 논문 37편을 분석한 결과 제조회사로부터 연구비를 지원 받은 연구에서는 효과가 있다고 나왔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효과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정재훈 약사/식품전문가]
    "식약처가 어떤 제품의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 검증을 할 때는 그 제품에 대해서 회사가 엲구한 자료만을 가지고 판단해서는 안 되거든요. 믿어도 될만한 연구 자료들을 찾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 광범위하게 조사를 하고 결론을 내려야 하는데..."

    이 때문에 상당수 전문가들은 건강기능식품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거기에 등급을 매기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다고 말합니다.

    어차피 과학적으로 기능을 입증하지 못하면서 '식약처가 인정했다'는 문구 때문에 소비자의 기대치만 높인다는 겁니다.

    [조정민 교수]
    "식품으로 먹어도 될 거고 그 기능 활성도가 충분히 인간한테 입증이 안 된 것을 굳이 그걸 마치 그런 성분처럼 만드는 거 자체를 저는 참 이해를 할 수가 없거든요. 우리가 항상 얘기하는데 본인을 임상시험 대상군에 넣는 거다. 그렇데 결과도 모르는 거죠."

    생약 성분이 있는 건강기능식품의 경우 오랫동안 먹을 경우 지금은 예상치 못하는 부작용이 걱정된다는 전문가도 많습니다.

    [명승권 교수]
    "특히 베타카로틴 같은 경우는 방광암 발생을 52% 높이는 걸로 결과가 나왔죠. 비타민 A, 비타민 C 비타민E 베타카로틴 셀레늄 같은 항산화제는 오히려 복용하는 사람이 복용하지 않는 사람에 비해서 사망률이 5% 높다는 충격적인 메타분석 결과도 있습니다."

    이런 이유때문에 미국의 식품의약국 FDA는 의약품을 제외하곤 효능을 인정하거나 등급을 부여하지 않고, 오직 안전성만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런 주장들에 대해 식약처는 건강기능식품은 식품일 뿐 의약품의 잣대로 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합니다.

    [식약처]
    "건강기능식품은 식품이거든요. (이걸 먹으면 약 처럼 좋아질 거라고 기대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이 있는데 그런 기대가 잘못된 건가요?) 너무 기대가 큰 거는 네. 너무 맹신하시는 것도 좋지는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렇게 맹신하게 만드는 게 식약처 아니에요? 식약처가 인정해 주고 있잖아요.) 저희가 인정에 대한 것은 어쨌든 과학적 근거에 의해서 인정해주는 거고..."

    현재 판매되고 있는 건강기능식품은 모두 5천5백여 종.

    1년에 1조 5천억 원 넘게 팔려 나갑니다.

    기업들은 식약처가 인정했다며 광고하고, 소비자는 등급의 의미는 제대로 모른 채 이를 믿고 비싼 값을 치릅니다.

    건강기능식품 등급제도가 국민 건강을 지키는 역할이 아닌 기업체의 광고수으로 전락한 건 아닌지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인기 키워드

        취재플러스

              14F

                엠빅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