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시사매거진2580
기자이미지 왕종명 기자

코엑스몰의 3천억 변신?

코엑스몰의 3천억 변신?
입력 2015-07-06 09:35 | 수정 2015-07-06 10:31
재생목록
    가로 4미터, 세로 1.6미터 도장 파고 열쇠 깎는 가겝니다.

    영업 시간인데 주인 명노영 씨는 바닥에 누워있습니다.

    장사할 생각이 없는 게 아니라 손님은 커녕 가게 앞으로 지나가는 사람 보기 어려워섭니다.

    [명노영/도장-열쇠 매장]
    (오픈하고) 한 25일 거의 한달 될 때까지는 손님 코빼기를 못 본 거예요. [한 명도 없었어요?] 한 명도 없었어요

    가게 앞을 지켜보니, 빈 말이 아니었습니다.

    명씨는 가만히 있어도 울화통이 터진다고 말합니다.

    [명노영/도장-열쇠 매장]
    나 하나 같았으면 벌써 그 XX들 다 가만 안뒀는데 지금 여기 임차인들 (울컥..)

    이 상가에서 장사한 지 15년.

    얼마 전 상가 전체가 리모델링 공사를 하고 자리를 새로 배정받은 게 지하 2층, 이 자리입니다.

    [명노영/도장-열쇠 매장]
    자기 자리 알고 계약한 사람은 극소수예요. (상가 주인에게) 그냥 한번 보여주지도 않느냐 했더니 아파트도 다 그렇게 한대. (근데) 아파트는 모델하우스라도 가보잖아요.

    한달 임대료 80만원, 가게 문 새로 열고 7개월 동안 매출은 35만원.

    보름치 임대료도 못 번 겁니다.

    공사하기 전보다 임대료는 4배 올랐는데 매출은 20분의 1로 줄었습니다.
    명 씨가 일하는 이 상가는...

    아시아에서 가장 큰 지하쇼핑공간이라는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입니다

    한국무역협회가 주인인 코엑스몰은 지난 2000년 개장 이후 국내 최고 상권으로 자리잡았습니다.

    그 사이 코엑스몰과 비슷한 복합 쇼핑몰이 여기저기 생겨났고

    무역협회는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며 새 단장을 진행했습니다.

    작년 11월 말 재개장했으니까 꼭 7개월이 지난 건데, 과연 무역협회의 예상대로 경쟁력은 높아졌을까요?

    이 곳 상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코엑스몰엔 간판도 없이 문이 잠긴 매장이 여러 곳 있습니다.

    원래는 화장품 가게, 시계 매장, 식당, 미용실이었습니다.

    [시계매장]
    한달에 적자가 한 3천만 원씩 났죠. (예상) 매출의 3분의 1밖에 못하는 상황이니까. 시계 쪽은 저희까지 네 군데 있죠. XXX는 남고 나머지는 다 뺀다고

    저녁 8시, 매장 하나가 짐을 뺍니다.

    오늘은 옷 가게.

    소문없이 진행되는 매장 철수는 이제 상인들에게 익숙한 풍경입니다.

    [하윤국/화장품 매장]
    자고 일어나면 하나 빠지고 또 자고 일어나면 다른 데 빠지고 그래서 벌써 스물 대여섯개 되는 걸로

    영업이 끝나고 밤 열 시를 넘긴 시각.

    곳곳에서 공사가 한창입니다.

    장사를 접고 떠난 매장을 원래대로 복구하는 공사입니다.

    [철거공사 관계자]
    [여기 원래 무슨 매장이었죠?] XX샵인가? [바닥은 뭘 원상복구시키는 거예요?] 이거 바닥 타일

    장사를 계속 한다고 해서 사정이 좋은 건 아닙니다.

    비교적 목 좋은 자리에서 식당을 하는 김 모 씨가 식재료를 차에서 내립니다.

    이 차로 장을 보는 마지막 날입니다.

    (고생했다. 잘 가라..)

    [김 모씨/식당]
    하아...
    [내일부터는 장 어떻게 봅니까?] 자전거 타고 다녀야죠

    은행 빚으로 몇 달을 버텼는데 더 이상 대출이 안 돼 직원들 월급 주려고 마지막 남은 재산, 차를 판 겁니다.

    [김 모씨/식당]
    더 이상 돈 꾸기는 힘들고. 주변에 있는 것부터 정리하는 게 현명할 것 같아요. 종업원들에 대한 부분은 약속을 지켜야하기 때문에

    리모델링 공사하기 전과 같은 크기, 같은 브랜드 식당인데도 사정은 너무나 달라졌습니다.

    [김 모씨/식당]
    매출은 한 반 정도로 떨어졌고 고정 비용은 3배 정도 늘어났어요. 임대료, 관리비..

    목이 좋지 않은 매장의 사정은 더 참혹합니다.

    (가게 앞 미속)

    하루 종일 손님 구경하기 어렵다는 화장품 가게.

    문을 연 지 8시간이 지난 저녁 6시인데 찾은 손님은 단 한 명.

    [박금자/화장품 매장]
    2시39분에 이거 하나 판 거예요. 9천500원. 친구들이 내가 코엑스에서 화장품 가게를 하고 있다라고 얘기를 하면 대단하다 오우 내가 꼭 밥을 사야 되는 거예요. 딱 9천5백원 팔았을 때 그거를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절대로 몰라요

    바로 위층 모자 가게.

    코엑스몰 매장의 매출이 전국 130여 개 가맹점 중 꼴찌라고 합니다.

    [김명락/모자 매장]
    왕꼴찌죠. 지방에 다섯평짜리 여섯평짜리 매장도 있는데 그 매장들보다 매출이 적어요

    개인이 운영하는 점포만 이런 게 아닙니다.

    코엑스 몰의 유일한 서점.

    국내 3대 대형서점 중 하나인 이 곳도 한달에 수억 원의 적자를 내고 있다면서 조심스럽게 철수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백승환/서점 점장]
    코엑스가 우리나라 최대 상권 중에 하나였지 않습니까? 상당히 저희도 좀 당황을 하고 있습니다.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만 지금 상태에서 변화가 없다라고 하면 저희도 철수라는 것을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코엑스몰 상인회가 자체 조사한 결과, 지난 반 년동안 17개 매장이 문을 닫았고, 7개 매장은 아예 문을 열 엄두도 못내고 있습니다.

    앞으로 철수하겠다는 매장도 10여개 더 있습니다.

    황금의 상가라는 코엑스몰에서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상인들은 한결같이 리모델링 공사 이후 임대료는 두 배 이상 올랐는데 손님은 오히려 확 줄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어느 정도일까.

    이용객이 가장 붐빌 시간, 금요일 저녁을 지켜봤습니다.

    낮 보다 한산합니다.

    낮 시간엔 근처 회사원들이 찾아오지만 퇴근 이후엔 새로운 이용객이 그만큼 유입되지 않는 겁니다.

    [박순용/중식당]
    이게 구내식당 같아요. 입주자들 2만 명에 점심 때만 조금 바쁘고 저녁 때 주차오면 서너 시간에 몇만 원인데 누가 여기 옵니까

    매장 통로별로 편차도 심했습니다.

    토요일 오후, 같은 시간대에 두 골목을 비교해봤습니다.

    지하철 삼성역에서 이어지는 주동선에 비해 오른쪽으로 갈라지는 골목은 눈에 띄게 사람이 적습니다.

    기둥에 가려 숨바꼭질하듯 숨어있는 매장도 있습니다.

    [네일샵]
    안 보이는 샵이잖아요. 추첨을 할 당시 도면을 봤을 때는 이런 기둥이 없었죠. (실제 매장을 보신 게 아니라 도면을 보신 거예요?) 그렇죠. 공사 들어가기 전에 그거를 결정을 하는 건데

    상인을 모집할 때만 해도 무역협회는 이 일대에 하루 평균 13만 명이 찾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뚜껑을 열고 보니 달랐습니다.

    메르스 사태가 터지기 직전인 지난 5월, 상인들이 방문자 수를 계산해봤더니 주중 평균 6만8천명, 주말엔 7만2천 명이었습니다.

    반면 무역협회 측은 전 보다 늘진 않았어도 이전 수준인 주중 8~9만 명, 주말 10~12만 명이 오고 있다고 했습니다.

    전문가와 함께 돌아봤습니다.

    시야를 가리는 기둥들,

    이동을 막는 화단,

    무엇보다 전체를 흰색으로 통일시킨 디자인을 지적합니다.

    [김영욱 교수/세종대학교 건축학과]
    고급스런 느낌을 내려고 이런 흰색톤을 썼을 겁니다. 축구장이 한 스무개 이상 들어가는 데니까 동선 계획이 아무리 잘 돼도 길찾기가 어려운 건 사실입니다.

    또, 공사 이전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던 저가의 소형 매장 대신,

    구매력 높은 20, 30대 직장인을 타깃으로 한 중가 이상, 대형 매장으로 바뀌면서 기존 이용자에겐 낯선 곳이 됐다고 분석합니다.

    [김영욱 교수/세종대학교 건축학과]
    이런 가게 구성을 과거의 기억 속에서 볼 때는 아무래도 불편한 건 사실이겠죠. 아 내가 여기 속하는 내가 편안한 공간인가?

    이런 고급화 전략에 따라 기존 상인들 상당수는 주변으로 밀려났습니다.

    리모델링 공사를 하기 전부터 장사하던 매장 120여 개는 매장 수로는 전체의 40%가 넘지만

    면적으로 치면 18%가 되지 않는 공간, 그것도 주변을 배정받았습니다.

    대신 중심 상권엔 이른바 전략매장이 들어왔습니다.

    브랜드 파워가 있는 매장 65개를 전략적으로 유치해 코엑스 몰의 품격을 올리겠다는 겁니다.

    [박영배 대표/한국무역협회 코엑스몰(주)]
    우리 몰의 경쟁력입니다. 구매를 많이 일으키는 곳이 어디냐. 그게 25~35라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그걸 위한 경쟁력이죠

    그래서 전략매장은 가장 좋은 자리, 가장 넓은 자리에, 일반 매장보다 좋은 임대료 조건으로 들어왔습니다.

    일반 매장으로선 불만이었지만, 전략매장이 고객을 끌어들이면 그 낙수 효과로 코엑스몰 전체 상권이좋아질 거란 무역협회측 말을 믿었습니다.

    전략 매장들 사정은 어떨까.

    [강순규/카페]
    지금 보시면 뭐 썰렁합니다. 밑에 내려가보시면 다 텅텅비었어요

    실제로 일부 전략매장도 철수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00전략매장]
    올 3월부터 매출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최근에는 좀 많이 추춤하네요. 이 상태가 계속 하반기까지 이어지면 저희도 사실 심각하게 고민은 해봐야 되는 상황

    무역협회는 리모델링을 하면서 정해진 돈을 받는 고정 임대료 대신 매장마다 매출의 일정 비율을 가져가는 방식으로 바꿨습니다.

    그러면서 장사가 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최소한 이 정도는 내야 한다는 최소 보장 임대료제를 정해놨습니다.

    문제는 이 최소보장 임대료라며 받는 돈이 기존 임대료보다도 두배 가량 많다는 겁니다.

    상인들은 반발합니다.

    (노예계약 철폐하고 중소상인 보호하라!)

    세계 최고 수준으로 좋아질 거란 말에 상인들은 전보다 비싼 임대료에 계약서를 썼는데 최고의 상권은 말처럼 되지 않고 임대료만 올린 꼴이 됐다는 겁니다.

    [김명락 회장/코엑스몰상인연합회]
    장밋빛을 제공한 거예요. 세계최고, 대한민국 최고 이런 쇼핑몰로 만들겠다.

    상인들은 이대로라면 코엑스몰 전체가 죽을 거라며 임대료 현실화 같은 상생 조치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김명락 회장/코엑스몰상인연합회]
    계약도 좋고 법도 좋고 하지만 도의적으로 상식적으로 먹고는 살아야되지 않냐 얘기했어요. 어떡할 거냐. 상인들 다 나자빠지는데

    하지만 무역협회측은 상인들 사정이 어렵다고 임대료 계약을 바꿀 순 없다고 했습니다.

    매출이 적은 건 코엑스몰의 문제가 아니라 개별 매장의 역량 문제라는 건데

    앞으로 영업자문 등을 통해 도움을 주겠다고 밝혔습니다.

    [박영배 대표/한국무역협회 코엑스몰(주)]
    기존 임차인들 중에 자기들이 능력이 부족해서 뒤쳐져가는데는 품질 개선, 메뉴 개선, 컨설팅으로 우리가 끌어 올리겠다는 겁니다.

    참다 못한 코엑스몰 상인회는적자의 책임을 상인들에게만 지우는 임대차계약 자체가 불공정이라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습니다.

    [유영석 변호사]
    수퍼갑이라고 할 수 있죠. 대형 쇼핑몰의 임대인 쪽에서 미리 나의 위험을 회피하는 내용으로 본인의 고객이 대신 그 위험을 전가시키는 그런 내용으로 미리 정해놓은 거예요.

    이런 와중에 입점 과정이 석연치 않은 일부 매장도 발견됐습니다.

    고급화된 매장 유치가 목표였던 리모델링 공사

    그런데 신규 매장 가운데 천원짜리 생활 용품을 전문적으로 파는 매장이 들어왔습니다.

    그 자리의 입찰 경쟁률은 6대1.

    이 브랜드의 대표는 무역협회 비상근 부회장이자 코엑스몰 리모델링 추진위원회 위원장이었습니다.

    노른자위 전략매장 중에도 있습니다.

    국내 신진 디자이너의 옷을 선정해 파는 이 브랜드의 대표는

    무역협회 용역으로 전략매장 선정에 참여했던 컨설팅 업체의 전 대표입니다.

    해당 브랜드도, 무역협회도 정당한 입찰 경쟁과 브랜드 파워 덕에 입점했을 뿐 특혜는 아니라고 했습니다.

    [00생활용품]
    (회장님이 무역협회 일을 하시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저희가 처음부터 공개 입찰을 통해서

    [00의류매장]
    이건 우연이고요. 그렇다고 해서 저희가 관련된 게 거의 없었던 걸로 저희가 알아요

    총 사업비 3천억 원이 들어간 코엑스몰 리모델링의 효과를

    언제쯤 이용객과 상인 모두 체감할 지 불투명합니다.

    공사 과정에 문제는 없었는지, 매장 선정 과정에 비리는 없었는지, 상인들의 고통은 그저 상인들만의 몫인지,

    무역협회가 한해 150억원씩 정부 지원을 받는 조직인 만큼 철저한 조사가 필요해 보입니다.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인기 키워드

        취재플러스

              14F

                엠빅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