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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분토론
기자이미지 송양환 기자

"이 캠핑장은 안돼!"

"이 캠핑장은 안돼!"
입력 2015-07-13 09:36 | 수정 2015-07-13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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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의 한 캠핑장이 다음달 불법 야영장으로 전락할 위기에 몰렸습니다.

    등록을 하려해도 해당지자체인 남동구청이 등록을 받아주지 않기 때문인데요.

    남동구청측은 소음과 환경오염에 대한 민원이 제기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데...

    지역에서는 인천시와 남동구청의 해묵은 갈등 탓에 남동구청이 인천시가 민간 위탁한 캠핑장을 상대로 애꿎은 횡포를 부리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합니다.

    시와 구의 이상한 힘겨루기. 캠핑장은 과연 관-관 갈등의 희생양이 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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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둠이 짙게 깔린 인천의 한 캠핑장.

    가족들이 모닥불 곁에 둘러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아빠는 숯불에 구운 고기를 먹음직스럽게 싸서 엄마에게 건넵니다.

    [김선민]
    "이렇게 해 주는 게 너무나 아름답고요 진짜 멋진 아빠라고 생각합니다"

    텐트안에서는 가족들만의 극장이 펼쳐지기도 하고...

    도심에선 보이지 않는 밤하늘의 작은 별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기도 합니다.

    [이인우]
    "저게 희미하게 보이는 게 목성이야. 밝은 게 목성이 아니고"
    "목성이 왜 이렇게 작아요?"
    "멀리 있으니까"

    늘어선 텐트마다 저마다의 추억이 채워지는 밤.

    캠핑장을 운영하는 장인철 소장은 사고에 대비해 곳곳을 순찰합니다.

    [장인철 / 캠핑장 소장]
    "여기 말뚝을 더 박아주세요. 애들이 지나다니면서 걸려서 넘어질 수 있거든요"

    평화롭고 즐거워보이는 사람들 속에서 정작 장소장의 마음은 편치 않습니다.

    [장인철 / 캠핑장 소장]
    "이게 불법이 되고 최악의 경우에는 문을 닫아야 되는 어떤 그런 사태가 도래할 거라는 생각을 하면 마음이 많이 무겁고 답답합니다"
    이곳은 곧 미등록 불법 캠핑장이 될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캠핑장 측에서 요건을 갖추고 등록을 받아달라고 아무리 요청해도, 관할 구청이 받아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도대체 이 캠핑장은 무엇을 잘못한 걸까요.

    2013년 10월에 인천 남동구에 문을 연 캠핑장.

    약 3만 제곱미터의 면적을 자랑하는 인천 최대 규모의 캠핑장입니다.

    도심에서 가깝고 서울외곽순환도로가 붙어 있어 접근성도 좋은 편입니다.

    문을 연 첫 해인 작년 이용객은 10만 명, 올해는 상반기까지 8만 명이 다녀갔습니다.

    [전경선]
    "저희집에서 30분도 안 걸리거든요. 30분 안에 공원이 있기도 힘든데 30분 안에 이런 좋은 곳이 있다는 자체가 저희한테는 굉장히 좋은 여건이고.."

    인천시는 시가 보유한 인천대공원 안 그린벨트 부지에 청소년 기금을 지원받아 이 캠핑장을 조성하고 경쟁 입찰을 통해 사업자를 선정했습니다.

    운영은 민간 사업자가 맡고 있지만 시에서 조성한 곳이라 이용료도 저렴하고 시설 관리도 엄격한 편입니다.

    [권대현]
    "1박 하는데 여기는 한 만 원 정도는 싼 거 같아요, 사설보다는. 전체적으로 관리하시는 분들이 많다보니까 관리가 좀 잘 돼 있는 느낌이에요. 깨끗하고.."

    사설도 아니고 시가 만든 캠핑장이 불법이 된다니 어떻게 된 일일까.

    정부는 올해 1월 캠핑장 등록제를 시행했습니다.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점점 늘면서 사설 캠핑장들이 곳곳에 생기고 안전사고 우려도 나오면서 규제의 필요성이 생긴 겁니다.

    올해 3월 발생한 강화도 캠핑장 화재사건.

    텐트 안에서 잠을 자던 5명이 목숨을 잃었는데 이 때도 캠핑장에 대한 안전 관리 규정이 없어 화를 키웠다는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올해 5월 31일까지 구청 등 기초자치단체에 법적 기준을 갖춰 캠핑장을 등록하도록 했고, 준비가 너무 촉박하다는 현장 목소리에 등록시한을 8월 3일까지 연장했습니다.

    내년 2월부터는 미등록상태로 운영하면 2년 이하 징역이나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됩니다.

    이 캠핑장도 이 법에 따라 지난 4월 7일 관할인 인천 남동구청에 캠핑장 등록을 신청했습니다.

    특히 화재와 안전에 관련된 시설을 신경 써서 준비했습니다.

    불이 났을 때 소방차가 오기 전까지 진화작업을 할 수 있는 간이 살수차를 준비했고 텐트 안에는 잠깐 피워둔 모기향 연기에도 요란하게 반응하는 화재감지기를 설치했습니다.

    [여찬준 / 캠핑장 대리]
    "이게 민감해야지만 화재나 이랬을 때 대처가 가능하고 경보를 확실하게 울려주니까 저희도 좋은 기계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시설 점검을 나왔던 관할 소방서도 높게 평가할 정도

    [인천 남동소방서 관계자]
    "미분무 소화장치(간이 살수차)라든가 우리가 응급처지 교육도 얘기도 안 했는데 이런 거 다 받으셨고. 그분들은 지금 의무는 없는데 자발적으로 추가로 저희가 요구하는 사항을 갖춰 놓으신 거죠"

    등록에 앞서 캠핑장에 실사를 나왔던 구청 공무원의 판단도 비슷했습니다.

    [인천 남동구청 담당 공무원]
    "일반야영장업이 법이 갑작스럽게 생기다보니까 소방기준 같은 건 거의 없거든요. 없는 기준에서도 잘 해놓은 거니까"

    캠핑장 등록의 전결권을 가진 구청의 담당 과장 역시 등록 기준에는 모자람이 없다고 말합니다.

    [유영일/인천 남동구청 문화체육과장]
    "시설 상태는 저도 나가봤지만 양호하다고 판단이 되죠. 서류상으로도 미비된 건 없습니다"

    하지만 남동구청은 지난 4월 21일 캠핑장 등록을 거부했습니다.

    [장인철 / 캠핑장 소장]
    "저희는 당황했습니다. 인천시에서 조성한 가장 큰 야영장을 등록을 안 해주면 도대체 대한민국에서 등록할 수 있는 야영장이 어디인지 제가 반대로 물어보고 싶었습니다"

    시설은 법에 따라 잘 갖춰졌고, 서류도 빠짐 없이 준비했다.

    공무원들은 스스로 캠핑장 등록에 아무 문제도 없다고 말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캠핑장 등록은 지금까지도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습니다.

    도대체 누가, 왜 캠핑장 등록을 가로막고 있는 걸까요.

    구청이 등록을 반려한 뒤 캠핑장 측은 구청의 결정이 부당하다며 행정심판을 제기했습니다.

    결과는 캠핑장 측의 승리.

    법에 따라 구청은 행정심판 결과에 승복하고 즉시 캠핑장의 등록을 받아줘야 합니다.

    하지만 행정심판 결과가 나오고 한 달이 넘게 지난 지금까지도 구청은 받아주지 않고 있습니다.

    [유영일/인천 남동구청 문화체육과장]
    "행정심판에서 패소가 되면 다른 방법은 없죠. 해줘야 되는 게 맞는 거고"
    "지금 한 달 동안 법을 안 지키신 거네요"
    "그렇죠"

    행정심판에 진 남동구청은 오히려 그린벨트팀을 캠핑장에 보내 시설물을 단속했습니다.

    이용자 편의를 위해 설치한 매표소 그늘막이나 수돗가 임시 시설을 지적하며 철거 수정하라고지시한 겁니다.

    [장인철 / 캠핑장 소장]
    "그린벨트 팀에서 와서 사진을 찍고 가고 그 다음 날 아침에 바로 공문 시행이 됐습니다. 저희는 그런 어떤 일련의 사태를 보복성 행정이 아닌가라고 볼 수밖에 없는"

    미등록 상태로 운영이 계속되면서 학생 단체 고객을 받을 수 없게 된 탓에 손해도 커지고 있습니다.

    [장인철 / 캠핑장 소장]
    "(단체예약) 대여섯 건이 한꺼번에 취소가 됐고요. 선생님들도 오셔서 '미등록이면 저희는 좀 힘든데' 이런 식으로 상담을 하는 중에 상담 자체가 안 되는 경우들이 많이 있거든요"

    왜 이같은 일이 벌어진 것일까?

    [인천 남동구청 담당 공무원]
    "저희는 등록을 해야한다고 구청장님까지 결재를 올린 사안이에요. 아직까지 그 결재가 나지 않은 상태에 있고요"

    [유영일/인천 남동구청 문화체육과장]
    "과장님 윗선으로도 결재 올리셨나요?"
    "네"
    "결재 안 하시고 계신 분은 누구인가요?"
    "최종 결재권자죠"
    "구청장님이 안 하시고 계신?"

    2580은 장석현 남동구청장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습니다.

    장 구청장은 주민들의 민원이 계속 제기되고 있어 등록을 받아줄 수 없다고 합니다.

    [장석현 / 인천 남동구청장]
    "내 집앞에 와서 텐트를 치고 밤 12시 넘어까지 술 먹고 소란피우는 건 허용을 못 하는 이런 주민의 목소리가 있습니다"

    캠핑장과 가장 가까운 근처 아파트 단지와의 거리는 수백 미터 이상.

    주민들의 민원은 어느 정도일까?

    [유영일/인천 남동구청 문화체육과장]
    "구로 접수된 캠핑장 민원이 몇 건이나 됩니까?"
    "구로 접수된 건 없습니다"

    캠핑장을 관할하는 인천시 측에도 접수된 민원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김성호 팀장 / 인천 동부공원사업소]
    "고기 굽는 냄새 이런 걸 우려했는데 실제로 관련해서 민원 접수된 사항은 3건이었고 최근에는 들어온 것은 없고요 작년쯤"
    "전화로 항의하거나 그런 것들이 있을 수도.."
    "글쎄요 그건 없습니다"

    장 구청장은 또 시가 캠핑장을 조성할 때 국가로부터 청소년 기금을 지원받았는데 청소년야영장이 아닌 일반야영장을 조성한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합니다.

    [장석현 / 인천 남동구청장]
    "청소년 수련 캠핑장이 들어오게 되면 우리 주민들은 피해 없어요. 그런데 일반 야영장으로 가기 때문에 이런 문제를 저는 제기하고 있는 부분이고요"

    하지만 지난 3월 캠핑장을 등록하라고 남동구가 캠핑장 측에 보낸 공문을 보면 '일반야영장 등록 대상'이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장 구청장은 어떻게든 등록을 받아주지 않기 위해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합니다.

    [장석현 / 인천 남동구청장]
    "제가 마음적으로 해주고 싶었으면 벌써 했겠죠. 최대한 안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 안 할 수 있다면 그 방법이 저는 옳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저는 여기까지 온 거죠"

    하지만 캠핑장을 포함한 인천대공원 전체의 관할권을 인천시가 구로 넘겨주면 캠핑장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장석현 / 인천 남동구청장]
    "대공원 이 부분도 우리가 운영했으면 좋겠다. 재산권이나 이런 부분은 시에서 갖고 있어도 운영을 우리가 하게 되면 주민들한테 좀 더 가까이 가고 주민들이 얘기하는 걸 바로바로 우리가 처리할 수 있지 않겠나.."

    캠핑장을 둘러싼 남동구청의 이해하기 힘든 행정에 지역 정치권에서는 시와 구의 각종 갈등에 애꿎은 민간 사업자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뒷말이 무성합니다.

    [A 남동구의원]
    "유정복 시장에 대한 반감, 본인의 인사를 반영하지 않은 것에 대한 불만을 피력한 걸로 몇 분들이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관계 공무원이 얘기한 걸 제가 들었거든요"

    [B 남동구의원]
    "제 생각으로는 구청장님이 자꾸 이런 거 가지고 안 해주고 하면 혹시 시에서 다른 거라도 주지 않을까 그래서 모든 걸 다 태클을 거는 거 같은 느낌이 들어요"

    실제로 장석현 구청장이 취임한 뒤 남동구는 인천대공원과 소래습지생태공원, 88올림픽 기념 체육관 등 시가 보유한 주요 시설의 관할권을 구로 넘겨달라고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인천시는 도시계획상으로나 법적으로 구청장이 관할할 사항이 아니라는 입장.

    [김진탁 팀장 / 인천시 공원녹지과]
    "(면적이) 100만 제곱미터가 넘기 때문에 이건 광역권 근린공원이다, 구 차원이 아니고 인천시하고 경기도까지 포괄할 수 있는 그런 계획이 돼야 한다는 얘기죠. 그렇기 때문에 관리 주체도 구가 아니고 시가 해야만이 제대로 관리할 수 있다"

    넘겨주더라도 예산이나 인력 규모상 운영할 능력도 없는 현실에서 구청장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한구 / 인천시의회 문화복지위원]
    "그런 거를 많이 가져오면 더 많은 인원에 대한 인사권이든 또 여러 가지 행사할 수 있는 이런 부분도 생기고요 당장에. 그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게 아닌가.."

    캠핑장 측은 지난 7일 장석현 남동 구청장과 관계 공무원들을 직무유기로 고소하고 손해배상도 청구할 예정입니다.

    [장인철 / 캠핑장 소장]
    "공무원들이 지시하고 공무원들이 지키라고 한 거 다 지켰고요. 또 공무원들이 시설하라고 그런 거 저희가 부담해서 다 했었습니다. 공무원들이 진짜 해줘야 되는 부분에서는 해주지 않는다는 이런 사태는 이해할 수가 없는 행정인 거 같습니다"

    자치단체 공무원의 행정이 권위를 갖는 것은 법과 원칙이 이를 뒷받침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권한을 이용해 오히려 법을 무시하고 주민의 정당한 권리를 해치는 '마음대로' 행정이 계속된다면 자치단체의 신뢰와 권위는 스스로 무너져내릴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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