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매거진2580
민병호 기자
장난 아닌 장난감
장난 아닌 장난감
입력
2015-07-20 09:55
|
수정 2015-07-20 11:27
재생목록
손자 장난감을 사기 위해 대형마트에서 4시간씩 줄을 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 인터넷에서 몇 만원씩 웃돈이 붙어 거래되는 장난감..
요즘 ‘터닝메카드’라는 장난감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풍경이다. 사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면서도 결국 아이가 눈에 밟혀 이리저리 장난감 판다는 곳으로 몰려다니는 ‘장난감 원정대’.
상인들은 상인들대로 장난감 제조회사가 인기 품목이 나오면 다른 재고품 끼워 팔기를 하는 통에 죽을 맛이라고 아우성이고..
더 이상 ‘장난이 아니게 된’ 장난감, 그 요지경 같은 세계를 들여다봅니다.
================================================
평일 낮시간 대형마트에 길게 늘어선 줄.
벌써 세 시간 넘게 이러고 서 있습니다.
“(얼마나 기다리셨어요?) 지금요? 한 3시간..11시 반에 왔어요. (11시 반이요? 어떻게 알고 오신 거예요?) 전화해서 알고 왔어요”
판매를 앞둔 직원은 긴장한 듯 보입니다.
◀ 매장직원 ▶
“사재기를 하시는 분은 저희가 따로 통제를 하겠습니다. 본인의 순서가 있는데 순서를 안 지키고 질서를 어기시는 분들은 그 즉시 판매중단이 되고 해당 고객님들은 저희기 따로 모시겠습니다.”
뭘 사려는 줄일까.
드디어 문제의 제품을 담은 상자가 도착합니다.
'터닝메카드'
요즘 유행하고 있는 아이들 장난감입니다.
“오래 기다렸어요? (네) 얼마나 오래 기다렸어요 (아주 오래요)”
◀ 이혜진 ▶
“시험보는 것처럼 아까 어떤 엄마들은 가슴이 떨린다고 그러더라고요. 못 살까봐”
복잡한 장난감 모델 이름을 수첩에 빼곡이 적어온 할머니는, 기다림 끝에 두 개를 사고서도 걱정입니다.
“(손주가 적어주셨어요?) 아니, 저기 아줌마들이 적어줬어. (몇 개 사셨어요?) 두 개 샀는데, 색깔이 똑같아가지고..하나 바꾸면 안될까? (손주 때문에 고생이시네요..) 근데 색깔이 다른 걸로 가져갔으면 좋겠는데.”
순식간에 300개 넘는 물건이 모두 팔렸습니다.
“고객님 저희 물건 이제 끝났어요. 죄송합니다.”
이 조그만 장난감 하나를 구하기 위해 어린 아이가 있는 집들은 요즘 그야말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만만치 않은 가격도 부담이지만, 일단 구하는 것부터가 이렇게 어렵다보니 보채는 아이도 힘들고 사주고 싶은 부모도 답답합니다.
'터닝메카드'는 한 공중파 방송의 만화영화입니다.
올해 2월부터 방송중인데 극중 캐릭터를 본따 만든 장난감이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더 유명해졌습니다.
자동차 모양의 장난감이 특정 카드와 합체하면 로봇으로 변신하는 게 특징인데 현재 판매중인 종류만 무려 44개.
정가대로 다 사면 무려 87만원이 듭니다.
그런데 만화 속 캐릭터가 자꾸 새로 생겨나가 때문에 장난감 가짓수도 최소 14개 이상 더 늘어날 거라고 합니다.
게다가 색깔별로도 따로 나옵니다.
끝도 없이 사줘야 하는 겁니다.
◀ 박찬민 ▶
“(어떤 점이 좋아?) 변신하는 거 (친구들도 몇개씩 갖고 있어요?) 아는 친구 한 8개 (8개 갖고 있다고) 아니면 12개 그런데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합니다.”
◀ 강현아 ▶
“제가 진짜 한 열 몇 군데를 다녔는데 하나도 없는 거예요. 그래서 '이게 인기가 되게 많나보다'라고 생각을 하고 '인터넷으로 사줘야지'”
하지만 온라인 쇼핑몰 가격을 보고 또 한번 놀랐습니다.
적게는 3배에서 인기있는 캐릭터의 경우엔 10배 이상, 비싸게 거래되고 있었습니다.
◀ 강현아 ▶
“사주려고 클릭을 해 보면 다 품절인 거예요. 그리고 한 5,6만원을 줘야 이제 시중에 15000원 짜리 정도를 살 수 있는 거예요. '아 이게 말로만 듣던 장난감 갖고 있다가 몇배씩 불려서 이렇게 비싸게 파는구나'”
결국 장난감 도매상까지 찾아간 강 씨는 그 곳에서 뜻밖의 얘기를 들었습니다.
◀ 강현아 ▶
“도매상 사장님이 하시는 말씀이 자기네는 이걸 안 판다는 거예요. 광분을 하시면서 그런 회사 제품은 사주면 안 되고 엄마들이 불매운동을 해줘야 된다는 거예요.”
제조업체가 이 장난감을 팔면서 철지난 재고품을 함께 떠넘기고 있으며, 그래서 장난감 가게들이 물건 받기를 포기해 구하기가 어렵다는 겁니다.
◀ B 완구점 ▶
“그 물건을 100만원치 받는다 그러면 쓸데 없는 걸 100만원치 줘요. (그거 안 받는 집에는 그 물건을 안 주는 거예요?) 예, 그렇죠 (그럼 그거 있는 집들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받으면서..1만 얼마에 팔아야 되는 걸 3,4만원씩 팔쟎아요.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 그렇게 파는건데”
흔히 업계에서 말하는 '밀어내기'.
잘 나가는 장난감을 받으려면 다른 재고도 함께 받아야 하는 관행입니다.
◀ B 완구점 ▶
“원래 완구업체 자체가 인기상품만 딱 주지는 않아요. 그 상품만 너무 나가고 다른 게 안 나가버리면 (곤란하니까) 걔네 입장도 알겠는데 너무 심하다는 거죠. 밀어내기 하는 게 7:3이나 8:2 이 정도면 이해를 하겠는데 5:5 수준은 말이 안되는 거거든요.”
이런 불만들을 드러낸 재래시장 쪽에는 터닝메카드 공급을 중단했다고도 말했습니다.
◀ C 완구점 ▶
재래시장에서 그렇게 소문이 났다고 해서 마트만 주고 재래시장 물건 안 줍니다. 그건 더 횡포죠.'니네들 까분다 니네들 좋은 상품 주고 장사되게 물건 주는데 니네가 그런 식으로 반발을 해?' 이런거죠.
부담은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에게 흘러갑니다.
천안의 한 장난감 가게를 찾아가 터닝메카드가 있냐고 물었습니다.
◀ D 완구점 ▶
“(터닝메카드 혹시 있어요?) 아, 지금 세트밖에 없는데.. (세트에요? 따로는 혹시 안파시나요?) 예, 단품은 지금 없습니다.”
터닝메카드 장난감을 사려면 원하지도 않는 다른 제품을 함께 사야한다는 얘기입니다.
◀ D 완구점 ▶
“이 가격하고 이 가격 합해야 돼요. 이게 16800원. (뒤에 거는?) 뒤에 거는 52000원, 이거는 49600원.”
16,800원짜리 장난감 하나를 사려면 최소 5만원 가까이를 더 내라는 얘기입니다.
배보다 배꼽이 더 커져버린 상황.
인기 제품에다가 같은 제조업체의 다른 제품을 붙여서 파는 이른바 끼워팔기입니다.
판매상은 떠안은 물건을 처리하려면 끼워팔기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 D 완구점 ▶
“제조업체 자체가 그래서 그래요. 저희도 지금 (다른 장난감)박스 잔뜩 쌓여있어요. 처음에는 안 그러다가 얼마전부터 그냥 어쩔 수 없이 한 거예요.”
그러나 제조업체 측은 물건을 공급하는 과정에서 재고품을 떠안기는 일명 밀어내기를 한 사실이 없으며 일선 상점에서 벌어지는 끼워팔기도 자신들과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밝혔습니다.
◀ 제조업체 관계자 ▶
“매장에서의 그런 판매행위는 제조업체와는 무관하고요. 물량이 모자라다보니 일부 매장에서 나오는 문제로 알고 있습니다.”
일부 도매업자들이 중간에서 물건을 쌓아놓고 폭리를 취하는 정황도 목격되고 있습니다.
소매상에 넘기는 대신 웃돈을 받고 소비자들에게 직접 판다는 겁니다.
그래서인지 이미 작은 문구점에선 터닝메카드가 사라졌습니다.
◀ 인천 문구점 ▶
“중간 유통 상인의 농간이지 농간. 왜냐하면 자기들이 마진 먹고 소매상에 줘야 되는데 자기네들이 팔아도 소매상에 주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이득을 보쟎아요. 그러니까 안 주는 거죠 (그럼 이 근처에는 어디쯤 가야 있어요?) 없어요 여기. 장담하는 건데 없습니다.”
장난감 도매상들이 모여있다는 서울 천호동 완구 거리로 가봤습니다.
◀ E 완구 도매상 ▶
“(터닝메카드 없어요?) 터닝은 없어요. (지금 없어요?) 네. 그거 한 8만원 가요.”
사겠다는 뜻을 내비치자 말을 바꿉니다.
◀ E 완구 도매상 ▶
“(혹시 예약하면 할 수 있는 거예요?) 그렇게라도 필요하면 드릴 수는 있고”
그러면서 슬며시 코팅된 종이 한장을 내밉니다.
가게에서 따로 만든 가격표.
마트에서 1만6천8백원에 파는 장난감을 무려 8만원까지 비싸게 팔고 있습니다.
◀ E 완구 도매상 ▶
“(에반은 어떤 거예요?) 맨 위에 거. (이거요? 8만원? 비싸네) 지금은 어쩔 수 없어요.”
또다른 직원은 옆에서 바람을 잡습니다.
◀ E 완구 도매상 ▶
“알아보셨겠지만 지금 그 가격이면 비싼 거 아니에요. 아마 더 올라가면 올라갔지 대부분 안 내려가요 가격.”
물건을 사겠다고 하자 진열대에는 없던 장난감을 앉아있던 책상 아래서 슬며시 꺼내 줍니다.
그리고 한마디를 보탭니다.
◀ E 완구 도매상 ▶
'어 저게 뭐길래 그렇게 부족해?'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거든요. '뭐길래 저렇게 줄서서 사지?' 마트 줄 서 있는 거 가끔 보면 사람들 다 와서 '이게 무슨 줄이지? 나도 서볼까? 무슨 장난감이래? 우리 손주도 사줘야지' 할머니들이 하나씩 사요. 뭔지도 모르고.“
이렇게까지 해서 사줘야 하나, 아이 가진 부모라면 몇 번씩 마주하게 되는 고민이지만, 그 답을 구할 여유도 없이 오늘도 물건을 살 수 있는 곳으로 이리 몰려가고 저리 몰려가는게 현실입니다.
이같은 열풍에는 유행의 주기가 부쩍 짧아져 버린 최근 장난감시장의 특성도 한 몫을 합니다.
지난 해 크리스마스엔 티라노 킹.
올해 3월엔 요괴워치.
폭발적인 인기로 시장을 휩쓴 장난감들입니다.
하지만 지금 이들의 인기는 확연히 줄었고, 지난 5월부터는 터닝메카드가 그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불과 6개월 사이에 대유행이 세번 지나가는 셈입니다.
경기도의 한 장난감 제조업체.
이 바닥에서 35년 넘게 일해왔지만 사장은 항상 고민입니다.
이 제품이 인기가 있을지, 얼마나 찍어내야 할 지, 재고는 남지 않을지, 알 수가 없다는 겁니다.
◀ 나승현 / 완구 제조업체 대표 ▶
“그것은 예측하기가 어느 누구도 쉽지 않죠.(재고가 많이 쌓일 수 밖에 없겠네요.)그럼요. 창고가 무한대로 필요해요.”
장난감을 찍어내는 틀인 금형 1세트의 제작 비용만 7천만원에서 1억원, 만드는 시간만 2~3달이 걸립니다.
금방금방 유행이 바뀌기 때문에 한 번 인기를 얻었다고 해서 무작정 생산을 늘리기도 어렵다는 겁니다.
◀ 나승현 / 완구 제조업체 대표 ▶
“시중 반응 보고 하면 그때는 벌써 (늦죠). (인기가 이미) 떠 있는 상태면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이 부족하죠.”
부모는 부모대로 이런 빠른 유행이 지나기 전에 사줘야 한다는 조급함이 합쳐지면서, 이런 과도한 열풍은 인기 장난감 하나 나올 때마다 되풀이되기 십상입니다.
◀ 이혜진 ▶
“어처구니없죠. 저도 이 얘기만 들었지 제가 이렇게 줄 서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거든요. 놀이터를 가니까 애들이 하나씩 다 갖고 있길래 보니까 안 갖고 있는 애는 그 속에 들어가지를 못하는 거예요”
◀ 정윤경 교수 / 가톨릭대학교 심리학과 ▶
“부모 보기에는 '그 로봇이 있어야 그 카드가 있어야 내 아이가 같이 놀 수 있을텐데 그게 없어서 혹시 제외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 불안...”
그러나 일부 소비자들의 묻지마식 구매, 이를 노린 업자들의 꼼수는 결국 전체 시장을 왜곡해 부작용을 더더욱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 범상규 교수 / 건국대학교 경영학과 ▶
“'돈을 조금이라도 더 주고 사고 싶다' 이런 현상들이 계속 누적되다 보면 그 판매하는 중간 도매상 입장에서는 '어 이거 잘 팔리니까 가격을 좀 더 올려도 되겠네'..소비자 입장에서는 상당히 지갑이 가벼워지는 그런 악순환을 겪게 되는 거죠'”
국내 장난감 시장 규모는 작년 기준으로 1조 5천억원.
외국 제품이 90%를 잠식하고 있는 시장에서 두 달째 완구시장을 휩쓸고 있는 국산 장난감의 이례적인 열풍은 한편으론 반가운 일입니다.
하지만 그 인기가 눈앞의 이익만을 위한 꼼수로, 또 아이들 장난감을 가지고 장난을 치는 그릇된 상술로 이어져선 안될 겁니다.
요즘 ‘터닝메카드’라는 장난감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풍경이다. 사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면서도 결국 아이가 눈에 밟혀 이리저리 장난감 판다는 곳으로 몰려다니는 ‘장난감 원정대’.
상인들은 상인들대로 장난감 제조회사가 인기 품목이 나오면 다른 재고품 끼워 팔기를 하는 통에 죽을 맛이라고 아우성이고..
더 이상 ‘장난이 아니게 된’ 장난감, 그 요지경 같은 세계를 들여다봅니다.
================================================
평일 낮시간 대형마트에 길게 늘어선 줄.
벌써 세 시간 넘게 이러고 서 있습니다.
“(얼마나 기다리셨어요?) 지금요? 한 3시간..11시 반에 왔어요. (11시 반이요? 어떻게 알고 오신 거예요?) 전화해서 알고 왔어요”
판매를 앞둔 직원은 긴장한 듯 보입니다.
◀ 매장직원 ▶
“사재기를 하시는 분은 저희가 따로 통제를 하겠습니다. 본인의 순서가 있는데 순서를 안 지키고 질서를 어기시는 분들은 그 즉시 판매중단이 되고 해당 고객님들은 저희기 따로 모시겠습니다.”
뭘 사려는 줄일까.
드디어 문제의 제품을 담은 상자가 도착합니다.
'터닝메카드'
요즘 유행하고 있는 아이들 장난감입니다.
“오래 기다렸어요? (네) 얼마나 오래 기다렸어요 (아주 오래요)”
◀ 이혜진 ▶
“시험보는 것처럼 아까 어떤 엄마들은 가슴이 떨린다고 그러더라고요. 못 살까봐”
복잡한 장난감 모델 이름을 수첩에 빼곡이 적어온 할머니는, 기다림 끝에 두 개를 사고서도 걱정입니다.
“(손주가 적어주셨어요?) 아니, 저기 아줌마들이 적어줬어. (몇 개 사셨어요?) 두 개 샀는데, 색깔이 똑같아가지고..하나 바꾸면 안될까? (손주 때문에 고생이시네요..) 근데 색깔이 다른 걸로 가져갔으면 좋겠는데.”
순식간에 300개 넘는 물건이 모두 팔렸습니다.
“고객님 저희 물건 이제 끝났어요. 죄송합니다.”
이 조그만 장난감 하나를 구하기 위해 어린 아이가 있는 집들은 요즘 그야말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만만치 않은 가격도 부담이지만, 일단 구하는 것부터가 이렇게 어렵다보니 보채는 아이도 힘들고 사주고 싶은 부모도 답답합니다.
'터닝메카드'는 한 공중파 방송의 만화영화입니다.
올해 2월부터 방송중인데 극중 캐릭터를 본따 만든 장난감이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더 유명해졌습니다.
자동차 모양의 장난감이 특정 카드와 합체하면 로봇으로 변신하는 게 특징인데 현재 판매중인 종류만 무려 44개.
정가대로 다 사면 무려 87만원이 듭니다.
그런데 만화 속 캐릭터가 자꾸 새로 생겨나가 때문에 장난감 가짓수도 최소 14개 이상 더 늘어날 거라고 합니다.
게다가 색깔별로도 따로 나옵니다.
끝도 없이 사줘야 하는 겁니다.
◀ 박찬민 ▶
“(어떤 점이 좋아?) 변신하는 거 (친구들도 몇개씩 갖고 있어요?) 아는 친구 한 8개 (8개 갖고 있다고) 아니면 12개 그런데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합니다.”
◀ 강현아 ▶
“제가 진짜 한 열 몇 군데를 다녔는데 하나도 없는 거예요. 그래서 '이게 인기가 되게 많나보다'라고 생각을 하고 '인터넷으로 사줘야지'”
하지만 온라인 쇼핑몰 가격을 보고 또 한번 놀랐습니다.
적게는 3배에서 인기있는 캐릭터의 경우엔 10배 이상, 비싸게 거래되고 있었습니다.
◀ 강현아 ▶
“사주려고 클릭을 해 보면 다 품절인 거예요. 그리고 한 5,6만원을 줘야 이제 시중에 15000원 짜리 정도를 살 수 있는 거예요. '아 이게 말로만 듣던 장난감 갖고 있다가 몇배씩 불려서 이렇게 비싸게 파는구나'”
결국 장난감 도매상까지 찾아간 강 씨는 그 곳에서 뜻밖의 얘기를 들었습니다.
◀ 강현아 ▶
“도매상 사장님이 하시는 말씀이 자기네는 이걸 안 판다는 거예요. 광분을 하시면서 그런 회사 제품은 사주면 안 되고 엄마들이 불매운동을 해줘야 된다는 거예요.”
제조업체가 이 장난감을 팔면서 철지난 재고품을 함께 떠넘기고 있으며, 그래서 장난감 가게들이 물건 받기를 포기해 구하기가 어렵다는 겁니다.
◀ B 완구점 ▶
“그 물건을 100만원치 받는다 그러면 쓸데 없는 걸 100만원치 줘요. (그거 안 받는 집에는 그 물건을 안 주는 거예요?) 예, 그렇죠 (그럼 그거 있는 집들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받으면서..1만 얼마에 팔아야 되는 걸 3,4만원씩 팔쟎아요.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 그렇게 파는건데”
흔히 업계에서 말하는 '밀어내기'.
잘 나가는 장난감을 받으려면 다른 재고도 함께 받아야 하는 관행입니다.
◀ B 완구점 ▶
“원래 완구업체 자체가 인기상품만 딱 주지는 않아요. 그 상품만 너무 나가고 다른 게 안 나가버리면 (곤란하니까) 걔네 입장도 알겠는데 너무 심하다는 거죠. 밀어내기 하는 게 7:3이나 8:2 이 정도면 이해를 하겠는데 5:5 수준은 말이 안되는 거거든요.”
이런 불만들을 드러낸 재래시장 쪽에는 터닝메카드 공급을 중단했다고도 말했습니다.
◀ C 완구점 ▶
재래시장에서 그렇게 소문이 났다고 해서 마트만 주고 재래시장 물건 안 줍니다. 그건 더 횡포죠.'니네들 까분다 니네들 좋은 상품 주고 장사되게 물건 주는데 니네가 그런 식으로 반발을 해?' 이런거죠.
부담은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에게 흘러갑니다.
천안의 한 장난감 가게를 찾아가 터닝메카드가 있냐고 물었습니다.
◀ D 완구점 ▶
“(터닝메카드 혹시 있어요?) 아, 지금 세트밖에 없는데.. (세트에요? 따로는 혹시 안파시나요?) 예, 단품은 지금 없습니다.”
터닝메카드 장난감을 사려면 원하지도 않는 다른 제품을 함께 사야한다는 얘기입니다.
◀ D 완구점 ▶
“이 가격하고 이 가격 합해야 돼요. 이게 16800원. (뒤에 거는?) 뒤에 거는 52000원, 이거는 49600원.”
16,800원짜리 장난감 하나를 사려면 최소 5만원 가까이를 더 내라는 얘기입니다.
배보다 배꼽이 더 커져버린 상황.
인기 제품에다가 같은 제조업체의 다른 제품을 붙여서 파는 이른바 끼워팔기입니다.
판매상은 떠안은 물건을 처리하려면 끼워팔기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 D 완구점 ▶
“제조업체 자체가 그래서 그래요. 저희도 지금 (다른 장난감)박스 잔뜩 쌓여있어요. 처음에는 안 그러다가 얼마전부터 그냥 어쩔 수 없이 한 거예요.”
그러나 제조업체 측은 물건을 공급하는 과정에서 재고품을 떠안기는 일명 밀어내기를 한 사실이 없으며 일선 상점에서 벌어지는 끼워팔기도 자신들과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밝혔습니다.
◀ 제조업체 관계자 ▶
“매장에서의 그런 판매행위는 제조업체와는 무관하고요. 물량이 모자라다보니 일부 매장에서 나오는 문제로 알고 있습니다.”
일부 도매업자들이 중간에서 물건을 쌓아놓고 폭리를 취하는 정황도 목격되고 있습니다.
소매상에 넘기는 대신 웃돈을 받고 소비자들에게 직접 판다는 겁니다.
그래서인지 이미 작은 문구점에선 터닝메카드가 사라졌습니다.
◀ 인천 문구점 ▶
“중간 유통 상인의 농간이지 농간. 왜냐하면 자기들이 마진 먹고 소매상에 줘야 되는데 자기네들이 팔아도 소매상에 주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이득을 보쟎아요. 그러니까 안 주는 거죠 (그럼 이 근처에는 어디쯤 가야 있어요?) 없어요 여기. 장담하는 건데 없습니다.”
장난감 도매상들이 모여있다는 서울 천호동 완구 거리로 가봤습니다.
◀ E 완구 도매상 ▶
“(터닝메카드 없어요?) 터닝은 없어요. (지금 없어요?) 네. 그거 한 8만원 가요.”
사겠다는 뜻을 내비치자 말을 바꿉니다.
◀ E 완구 도매상 ▶
“(혹시 예약하면 할 수 있는 거예요?) 그렇게라도 필요하면 드릴 수는 있고”
그러면서 슬며시 코팅된 종이 한장을 내밉니다.
가게에서 따로 만든 가격표.
마트에서 1만6천8백원에 파는 장난감을 무려 8만원까지 비싸게 팔고 있습니다.
◀ E 완구 도매상 ▶
“(에반은 어떤 거예요?) 맨 위에 거. (이거요? 8만원? 비싸네) 지금은 어쩔 수 없어요.”
또다른 직원은 옆에서 바람을 잡습니다.
◀ E 완구 도매상 ▶
“알아보셨겠지만 지금 그 가격이면 비싼 거 아니에요. 아마 더 올라가면 올라갔지 대부분 안 내려가요 가격.”
물건을 사겠다고 하자 진열대에는 없던 장난감을 앉아있던 책상 아래서 슬며시 꺼내 줍니다.
그리고 한마디를 보탭니다.
◀ E 완구 도매상 ▶
'어 저게 뭐길래 그렇게 부족해?'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거든요. '뭐길래 저렇게 줄서서 사지?' 마트 줄 서 있는 거 가끔 보면 사람들 다 와서 '이게 무슨 줄이지? 나도 서볼까? 무슨 장난감이래? 우리 손주도 사줘야지' 할머니들이 하나씩 사요. 뭔지도 모르고.“
이렇게까지 해서 사줘야 하나, 아이 가진 부모라면 몇 번씩 마주하게 되는 고민이지만, 그 답을 구할 여유도 없이 오늘도 물건을 살 수 있는 곳으로 이리 몰려가고 저리 몰려가는게 현실입니다.
이같은 열풍에는 유행의 주기가 부쩍 짧아져 버린 최근 장난감시장의 특성도 한 몫을 합니다.
지난 해 크리스마스엔 티라노 킹.
올해 3월엔 요괴워치.
폭발적인 인기로 시장을 휩쓴 장난감들입니다.
하지만 지금 이들의 인기는 확연히 줄었고, 지난 5월부터는 터닝메카드가 그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불과 6개월 사이에 대유행이 세번 지나가는 셈입니다.
경기도의 한 장난감 제조업체.
이 바닥에서 35년 넘게 일해왔지만 사장은 항상 고민입니다.
이 제품이 인기가 있을지, 얼마나 찍어내야 할 지, 재고는 남지 않을지, 알 수가 없다는 겁니다.
◀ 나승현 / 완구 제조업체 대표 ▶
“그것은 예측하기가 어느 누구도 쉽지 않죠.(재고가 많이 쌓일 수 밖에 없겠네요.)그럼요. 창고가 무한대로 필요해요.”
장난감을 찍어내는 틀인 금형 1세트의 제작 비용만 7천만원에서 1억원, 만드는 시간만 2~3달이 걸립니다.
금방금방 유행이 바뀌기 때문에 한 번 인기를 얻었다고 해서 무작정 생산을 늘리기도 어렵다는 겁니다.
◀ 나승현 / 완구 제조업체 대표 ▶
“시중 반응 보고 하면 그때는 벌써 (늦죠). (인기가 이미) 떠 있는 상태면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이 부족하죠.”
부모는 부모대로 이런 빠른 유행이 지나기 전에 사줘야 한다는 조급함이 합쳐지면서, 이런 과도한 열풍은 인기 장난감 하나 나올 때마다 되풀이되기 십상입니다.
◀ 이혜진 ▶
“어처구니없죠. 저도 이 얘기만 들었지 제가 이렇게 줄 서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거든요. 놀이터를 가니까 애들이 하나씩 다 갖고 있길래 보니까 안 갖고 있는 애는 그 속에 들어가지를 못하는 거예요”
◀ 정윤경 교수 / 가톨릭대학교 심리학과 ▶
“부모 보기에는 '그 로봇이 있어야 그 카드가 있어야 내 아이가 같이 놀 수 있을텐데 그게 없어서 혹시 제외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 불안...”
그러나 일부 소비자들의 묻지마식 구매, 이를 노린 업자들의 꼼수는 결국 전체 시장을 왜곡해 부작용을 더더욱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 범상규 교수 / 건국대학교 경영학과 ▶
“'돈을 조금이라도 더 주고 사고 싶다' 이런 현상들이 계속 누적되다 보면 그 판매하는 중간 도매상 입장에서는 '어 이거 잘 팔리니까 가격을 좀 더 올려도 되겠네'..소비자 입장에서는 상당히 지갑이 가벼워지는 그런 악순환을 겪게 되는 거죠'”
국내 장난감 시장 규모는 작년 기준으로 1조 5천억원.
외국 제품이 90%를 잠식하고 있는 시장에서 두 달째 완구시장을 휩쓸고 있는 국산 장난감의 이례적인 열풍은 한편으론 반가운 일입니다.
하지만 그 인기가 눈앞의 이익만을 위한 꼼수로, 또 아이들 장난감을 가지고 장난을 치는 그릇된 상술로 이어져선 안될 겁니다.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