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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거진2580
기자이미지 최훈 기자

"나를 얕보지마!" 도로 위의 복수혈전

"나를 얕보지마!" 도로 위의 복수혈전
입력 2015-08-10 09:27 | 수정 2015-08-10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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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끼어들었다고, 끼워주지 않았다고, 느리게 갔다고, 빠르게 갔다고..

    갖가지 이유를 들어 차를 무기로 보복에 나서는 사람들.

    차량 뿐 아니라 와이퍼, 손도끼까지 동원하는, 복수가 복수를 부르는 공포의 도로.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하는 위험천만한 질주는 특별 단속기간이 무색할 만큼 늘어만 가고, 상대 운전자에게 얕보이지 않는다며 문신이 새겨진 팔 토시가 보복운전 예방 아이디어 상품으로 불티나게 팔리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또, 보복 운전을 교통사고가 아닌 형사범으로 처벌하기 시작하면서 피해자는 파손된 차량 수리를 보험 처리할 수도 없게 되는 허점이 나오는가 하면, 보복인지 의도치 않은 사고인지 판단이 어렵다는 그 경계를 이용해 합의금을 노리는 새로운 형태의 ‘자해 공갈단’이 나온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도로 위의 복수혈전, 그러나 결국 모두가 패자로 끝날 수밖에 없는 보복운전의 세계를 들여다봅니다.

    =============================================================


    끼어들었다고, 안 끼워준다고, 경적을 울렸다고, 느리게 간다고 갖가지 이유로 도로 위의 차량들이 흉기로 돌변합니다.

    요즘 생긴 말로 '보복 운전'.

    경찰이 본격적으로 단속에 나서면서 이렇게 당했다, 저렇게 당했다는 분노에 찬 영상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새벽 3시, 한적한 도로.

    박 모 씨는 음악을 들으며 편안하게 운전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중앙선 반대편에서 차량 한 대가 갑자기 튀어나옵니다.

    신호도, 차로도 다 무시하고 끼어든 겁니다.

    빵!!!

    그런데 앞차는 경적 소리에 화가 났는지 차를 세워 버립니다.

    그리곤 박 씨의 차가 오른쪽으로 가면 오른 쪽으로, 왼쪽으로 가면 왼쪽으로 따라 움직이며 앞길을 가로막습니다.

    빵~~~!

    이러기를 2분.

    [박 씨]
    "***야 돌았나? ** 똥차 **가"

    그제서야 앞차는 불법 유턴을 해서 사라졌습니다.

    박 씨는 불쾌한 기분을 억누르며 가던 길을 가는데, 이번엔 이른바 칼치기.

    가버린 줄 알았던 차가 되돌아 와서 다시 한 번 위협한 겁니다.

    갑자기 경차 한 대가 앞을 가로막습니다.

    [보복운전 피해자]
    "뭐 하냐? 왜 이래 오늘? 아 미친 거 아냐. (미쳤나봐 얘. 오빠 하지마 오빠 하지마.) 미친 거 아냐? (오빠 하지마) 미쳤어?"

    사고까지 날 뻔한 상황이었지만, 끼어든 차량이 오히려 욕설을 퍼붓습니다.

    [보복운전 피해자]
    "야 ..****야. 너 때문에 XXX야 기름을 못 넣었잖아. XXX아. (오빠 하지마 오빠 하지마 뭐 하시는 거예요? 하지 마세요) 아줌마 아줌마 때문에 기름을 못 넣고 여기까지 왔잖아"

    기름을 못 넣어서 화가 났다는 게 무슨 뜻일까?

    블랙박스를 4분 전으로 되돌려 봤습니다.

    왼쪽에 보이는 차량이 끼어들기를 시도합니다.

    빵~~~!

    하지만 공간이 부족해, 피해 차량은 결국 끼워주지 못했습니다.

    이 때문에 가해 차량이 오른쪽에 있던 주유소에 못 들어갔다는 겁니다.

    4분 뒤 다시 충돌할 뻔했던 곳도 공교롭게 또 주유소 앞이었습니다.

    다행히 사고는 나지 않았지만, 경차 운전자는 보복운전으로 경찰에 입건됐습니다.

    보복 운전은 단순한 협박과 위협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삼단봉에 몽둥이, 칼에 가스총까지 등장합니다.

    "땅땅땅! 내려! XX야! 땅땅땅"

    도로 한 가운데서 30대 택시기사가 무언가로 승합차를 계속 내려칩니다.

    승합차 운전자는 차 안에서 꼼짝도 않습니다.

    [행인]
    "아니~ 저 아저씨가 가면 되지"

    택시기사가 휘두른 건 와이퍼.

    분에 못 이겨 발길질도 합니다.

    피해자는 도망갈 생각도 못 할 만큼 공포스러웠다고 합니다.

    [피해자]
    "(가해자)표정이 쉽게 얘기해서 약을 한 건가 그 정도로 했어요. 지금도 어떤 때 그 생각하면 좀 말이 안 나오고 그래요."

    발단은 뒤에 있던 승합차가 상향등을 켠 채 바짝 붙어 왔다는 것.

    그래서 앞서 가던 택시가 급정거를 하며 보복한 겁니다.

    [김성운 조사관]
    "그 당시에 택시에는 승객이 타고 있었어요. 승객이 타고 있었음에도"

    2580은 택시 기사를 만나봤습니다.

    위협 운전은 인정했지만, 와이퍼까지 들고 와 차량을 파손한 건 피해 차량 운전자가 우산으로 자신을 때리며 약올렸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택시기사]
    "때리고 바로 차 안에 탄 거죠. 쉽게 얘기해서 한 번 때리고 도망을 간 거였죠. 차 안으로. 제가 얄밉잖아요. 얄미우니까 와이퍼로 유리창을 때린 거죠."

    택시 기사는 결국 폭력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물리적인 폭력은 없어도 당하는 입장에선 황당한 보복도 많습니다.

    끼어들었단 이유로 24km를 뒤쫓아 회사까지 찾아가기도 하고,

    한 택시 기사는 여성의 집앞까지 따라가 쉴 새 없이 욕을 퍼붓습니다.

    [보복운전 피해자]
    "너 면허증 있어? (네. 있어요.) XXX 운전을 해 XXX 싹수 없는 X이"

    도로 한 가운데 차를 세워 놓고 아예 볼 일을 보러 갔다오기도 하고,

    뒷 차를 향해 막걸리 병을 던진 화물차 운전자도 있었습니다.

    [보복운전 피해자]
    "앞에 차가 비상등 켜면서 저희한테 막 쓰레기 버리면서 다니고 있거든요."

    60대 변혜성 씨는 올초 아찔한 보복을 당했습니다.

    변 씨가 가해 차량 앞에서 항의합니다.

    가해차량이 난폭하게 운전해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는 겁니다.

    [보복운전 피해자]
    "1차선 다시 갔더니 또 1차선으로 가요. 또 그 차가 그랬는데 또 2차선으로 가면 또 2차선. 옆으로 마지막엔 옆으로 밀어붙여 버리는 거예요. 차를.."

    그런데 가해 차량은 사람이 앞에 서있는데 움직이기 시작했고. 변 씨는 차량 위로 엎어졌습니다.

    가해 차량은 변 씨를 매단 채 무서운 속도로 한참을 내달렸습니다.

    운전자도 앞이 보이지 않습니다.

    변 씨는 죽기 살기로 매달렸습니다.

    [변혜성]
    "이게 죽는 길이구나. 이게 죽을 수도 있구나 굉장히 떨었죠. 손에다 힘 꽉 주고 발 자체에다 꽉 주고 있었죠. 한 3,40초 동안 내가 상상하는 공포감은요..."

    변 씨는 그날 이후 자면서도 깜짝 깜짝 놀라 정신과 치료도 받았습니다.

    차량을 무기로 이용하는 보복운전은 물론 위험천만하고 나쁜 일이지만, 얌체 운전과 난폭 운전이 심각해 보복을 유발한다는 항변도 분명 있습니다.

    양보와 배려가 사라진 순간 보복운전이 발생하고, 이를 참지 못하고 같이 보복에 나서면서 결국 모두 낭패를 보기도 합니다.

    고속도로에서 한 차량이 이리저리 차선을 바꿔가며 다른 차들을 추월해 나갑니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갑자기 속도를 급격히 줄였고, 뒤따라오던 차도 깜짝 놀라 급정거 합니다.

    [보복운전 피해자]
    "이 차량(뒤차)의 가족들은 쏠리면서 두 살 먹은 애도 있었어요. 그래서 쏠리면서 차에서 넘어지고"

    앞 차는 왜 속도를 줄였을까?

    자신이 추월할 때 뒷 차가 상향등을 켰다는 것.

    그러자 뒷차도 지지 않고 한번 더 상향등을 번쩍인 뒤 그대로 돌진해 앞차를 들이받습니다.

    [보복운전 피해자]
    "애가 다치고 이랬습니다. 진단 2주가 나왔어요 그러면 여기까지는 피해자였지만 그냥 돌진해서 뒤에 추돌을 합니다."

    두 사람은 고속도로 갓길에서도 싸움을 이어갔습니다.

    뒷차 운전자가 앞차 운전자를 폭행했고, 결국 두 사람은 모두 보복 운전으로 입건됐습니다.

    [보복운전 피해자]
    "(못 참고 욱 하면 쌍방이 되는 거네요?) 성질을 못 참아서 그렇죠. 양보하면 이런 일이 없을텐데."

    사고가 나지 않았더라도 피해자나 제 3자가 봤을 때 위협을 느꼈다면 보복운전으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경찰은 그간 별도로 처벌하지 않았던 보복운전에 대해 올 3월부터는 형법을 적용해 강하게 처벌하고 있습니다.

    위협을 하거나 물적 피해를 입혔을 땐 1년 이상의 징역, 사람이 다치면 3년 이상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습니다.

    지난 3월부터 5달 동안 입건된 보복 운전 사례는 모두 323건.

    [서울지방경찰청 전선선 팀장]
    "특징은 현재 회사원들이 4~50%이니까요. 그리고 30대가 35%, 40대 50대 이렇게 순인데, 그 중에 20대도 약 10%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평범한 사람들이 차만 타면 변하는 이유가 뭘까?

    일상생활에서 받은 스트레스가 쌓여있다가 '운전'이라는 생명이 걸린 극도의 긴장상황에서 폭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합니다.

    [중앙대병원 교수]
    "범법자라든지 어떤 사회적인 해를 끼치는 사람이라기 보다도 순간적으로 감정 조절을 못 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평소에 쌓였던 사회 생활하면서 쌓였던 분노들이죠."

    또 남이 나를 알아보지 못할 거라는 익명성이 방패역할을 해 공격성이 증폭된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범죄심리 배상훈 교수]
    "차를 통해서 그거(스트레스를) 해소하려는 거예요. 왜냐면 차에 숨어버리면 자기가 노출이 안돼요. 차가 자기 힘을 확대시킬수 있는 어떤 수단으로 인식해버리는 거예요."

    그런데 처벌이 강화되면서 생각지 못했던 문제도 생겼습니다.

    남양주의 2차로 국도.

    화가 난 승합차 운전자가 경적을 울리며 욕을 퍼붓습니다.

    자전거 무리 때문에 길이 막힌다는 겁니다.

    [강○○]
    "경적을 한 30초에서 1분 사이로 울리셨고 지금 제가 여기를 돌아보고 있는 상황에서는 욕을 하시는 겁니다."

    자전거를 타고 있던 강모 씨가 욕하지 말라고 막았더니 더 화가 난 운전자가 핸들을 꺾어 자전거를 충돌해 버립니다.

    이 사고로 강 씨는 바닥에 머리를 부딪쳐 2~3분 동안 기절 했고, 갈비뼈와 손가락도 부러졌습니다.

    꽤 오랫동안 입원치료가 필요했지만 강씨는 닷새만에 병원을 나왔습니다.

    보복운전 사고는 자동차보험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OO화재 관계자]
    "원칙이죠. 고의성이 있는 사고에 대해서는 보험이 적용될 여지가 없는 거죠. 폭력 행위로 간주되기 때문에. (교통사고가 아니란 거죠?) 그렇죠 그렇죠."

    수리비만 3천만 원 가까이 나온 강씨의 고급 자전거도 보상받을 길이 없습니다.

    가해자와 합의를 하거나 소송을 하는 수밖에 없는데 이것도 쉽지 않습니다.

    [한문철 변호사]
    "일부러 사고를 내서 내가 피해자가 됐는데 상대편 보험이 안 되니까 아무런 보상도 못 받고 상대편이 몸으로 때운다 하지만 몸으로 때우는 걸로 될 게 아니라 내가 피해본 거 다 어쩌나. 이게 또 하나의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될 수
    있는데요..."

    보복운전은 운전자의 고의성을 입증 해야하는데, 그러다 보니 잘잘못을 판단하기 힘들 때도 있습니다.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택시기사가 시속 30km로 서행합니다.

    그런데 뒤 따라 오던 1톤 트럭이 빨리 가라며 경적을 계속 울립니다.

    [이○○]
    "빨리 가라고 빵빵 거린 거예요. 뒤 차량이 빵빵 거려서 제가 속도를 한 시속 35km까지 올렸어요."

    그래도 트럭은 계속 경적을 울렸고, 택시기사는 차를 세웠습니다.

    그런데 뒷 차는 그대로 앞차를 들이받았습니다.

    누가 더 잘못한 걸까?

    [강혜지]
    "앞차가 잘못한 거 같은데요."

    [김영문]
    "뒷차가 잘못했죠. 경적을 울리고"
    "속도가 낮았는데 급정거라고 보기엔"

    이 사건은 결국 대법원 까지 갔고, 앞 차인 택시기사가 가해자로 결론 났습니다.

    이 처럼 잘잘못을 따지기 힘들 때가 있는데, 이런 점을 악용하는 고의 범죄가 발생할 우려도 있습니다.

    [한문철 변호사]
    "쫓아가다가 계속해서 뒤에서 빵빵빵 하면 앞 차가 왜 그러지 하면서 이상해서 브레이크 잡는 경우도 있고요. 또 운전이 능숙하지 못한 경우에는 자꾸 뒤에서 밀어붙이니까 불안해서 브레이크 살짝 잡을 때도 있어요. 그 때 가서 쾅 부딪치는 겁니다."

    이런 일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앞으론 난폭운전을 보면 화를 내는 대신
    경찰에 신고하는 게 좋습니다.

    내년 2월부턴 난폭 운전도 처벌이 대폭 강화됩니다.

    [서울지방경찰청 전선선 팀장]
    "신호위반 중앙선 침범 진로변경 방법 위반 또 앞지르기 방법 위반 고의 급제동 위반 이런 것들이 2회 이상 연달아 되거나 양보를 할 수 있는 상황인데 고의적으로 속도를 좀 더 내거나 그런 것도 처벌이 가능합니다."

    왜 참지 못하고 보복운전자가 됐을까, 운전대를 놓은 뒤에야 후회합니다.

    [와이퍼 폭행 가해자]
    "뒤에서 상향등을 켜도 바짝 와도 그냥 모른 채 하겠습니다. (화내지 않고) 그냥 경찰에 신고 하겠습니다."

    보복운전 피해자들도 자신의 운전습관을 되돌아 보기도 합니다.

    [변혜성 피해자]
    "제가 한번 당해보니까요. 앞에서 차가 천천히 가도 빵빵 못 하겠어요. 내가 빵빵하면 상대방이 기분 나빠하지 않을까.."

    때로는 운전이 서둘러서 벌어진 실수, 때로는 난폭 운전.

    운전을 하다보면 못마땅하고 화나는 일을 만나기 일쑤입니다.

    그 때마다 응징하겠다고, 보복하겠다고 맞선다면 그 보복은 돌고 돌아 어느 간 내가 그 보복상대가 될 수도 있습니다.

    여유와 아량, 참고 또 참는 인내가 그 어떤 처벌보다 더 효과적인 처방임은 우리 모두 이미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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