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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거진2580
기자이미지 강나림 기자

남의 인생을 훔친 사람들, 막장 SNS 계정도용 심각

남의 인생을 훔친 사람들, 막장 SNS 계정도용 심각
입력 2015-08-17 09:39 | 수정 2015-08-17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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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아지를 일주일간 굶긴 뒤 막걸리를 먹였다고 SNS에 사진을 올려 공분을 샀던 이른바 '개막걸리녀' 사건.

    하지만 '개막걸리녀'로 지목된 사진의 주인공은 전혀 상관없는 타인이었습니다.

    SNS에 타인의 사진을 올려놓고 신분을 사칭하는 이른바 가면족.

    낯뜨거운 연애어플에 자신의 얼굴을 도용당하거나 본인 몰래 금전거래가 이뤄지는 등 SNS상의 사진 도용 피해가 늘고 있는데...

    이를 막거나 처벌할 수는 없을까?

    =============================================================

    지난 6월, 한 스마트폰 채팅 사이트에 올라온 사진.

    뼈가 앙상하게 드러난 강아지 두 마리.

    한 마리는 구토를 하고 있습니다.

    '일주일을 굶겼더니 막걸리 마시고 난리' 라는 글과 함께였습니다.

    동물 학대라는 네티즌의 비난이 폭주했고, 급기야 글을 쓴 여성의 사진이 공개됐습니다.

    이른바 '개막걸리녀' 사건.

    [동물보호단체 관계자]
    "일주일 동안 굶겨놓고 한 끼 주는데 그게 막걸리다. 막 구토하는 장면의 사진이 있으니까..사람들이 거기서 많이 좀 공분을 한 것 같아요"

    '개막걸리녀'로 불린 사진 속 여성에게는 한동안 온갖 비난과 막말이 쏟아졌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에는 놀라운 반전이 있었습니다.

    해당 여성은 개를 키우지도 않고, 그런 사진을 올린 적도 없다는 거였습니다.

    어찌된 사연인지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47살 심 모씨.

    어느날 갑자기 자신의 사진이 '개막걸리녀'라는 이름으로 온라인상에 떠돌아다니는 것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심00/SNS도용 피해자]
    "프로필 사진하고 그 강아지 사진하고 같이 있는 걸 봤어요 저는. (보자마자 본인 사진인 거 아셨어요?) 당연하죠"

    심 씨는 사진이 올라왔던 채팅 어플을 이용한 적도 없고, 개를 키우지도 않았습니다.

    누군가 심 씨의 사진을 도용한 겁니다.

    하지만 바로잡을 새도 없이 심 씨의 얼굴은 퍼져나갔고, 악플도 무서운 속도로 달렸습니다.

    [심00/SNS도용 피해자]
    "뭐 죽일X 나쁜X 이런 것도 있고 진짜..여자니까 성적인 나쁜 말. 그거 읽어내려가면서부터 화나기 시작하는데 우리 아들도 혹시 이걸 읽을까 겁이 나는 거예요. 주소를 알려줘 내가 찾아가서 손 봐줄게, 막 이런 내용도 많거든요."

    심 씨와 가족들은 악몽같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심00 언니]
    "강아지 사진만 보고 아 뭐 이런 미친 여자가 다 있냐고 똑같이 죽여야 한다고 내가..그랬는데 3~4일 있다가 동생이 자기 얼굴이 거기 달렸다니까 아주 기절초풍하겠더라고"

    그러기를 일주일 남짓..

    이른바 진짜 '개막걸리녀'가 먼저 심 씨에게 연락해왔습니다.

    [심00/SNS도용 피해자]
    "고소하러 가려고 했는데 그 때쯤 이제 연락이 온 거죠 범인한테. 채팅방인데 그냥 언니 사진이 예뻐서 그냥 프로필 사진으로 올려놨던 것 뿐이었다 자기는"

    사진을 도용한 사람은 심 씨의 옛 직장 동료 조 모씨.

    그녀는 왜 다른 사람 행세를 했을까.

    [조00/SNS 도용]
    "이유를 말하자면 그냥 제가 정신적으로 이상이 있어서 그 사람들한테 좀 관심받는 걸 좋아해서 채팅사이트에 예쁜 여자 사진 올리면 막 관심가져주잖아요. 예쁘다고. 그래서 잠시 장난으로 한 거예요"

    일이 이렇게 된 건 당사자에게 미안하지만, 사진을 쓴 게 큰 잘못이냐고 되묻습니다.

    [조00/SNS 도용]
    "스마트폰 채팅 사이트라는 게 제가 그냥 도용을 한 게 나쁘긴 한데 거기 사진들이 많이 올라오는거 보면 한 20-30%는 도용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제가 아는 사람 사진을 올려가지고 그렇게 잘못을 했지만 뭐 드러나지 않으면 괜찮은 거잖아요 솔직히 말해서"

    온라인 공간에서 남을 사칭하는 이른바 SNS 신상 도용, 과연 대수롭지 않은 일일까요.

    사실 익명의 가면뒤로 숨을 수 있는 SNS에서는 타인 특히 유명인의 사진을 아무 문제의식 없이 사용하는 일이 많습니다.

    특히 청소년들 사이에선 좋아하는 연예인들의 사진을 사용해 역할놀이를 하는게 유행처럼 퍼져있을 정도입니다.

    [아이돌 가수 팬]
    "대부분이 아이돌 엑소, 여자는 레드벨벳 주로 많고..얼굴이랑 이름만 연예인으로 활동하는 거예요 자기 일상은 그대로 자기 일상으로 SNS에 올리고"

    이렇게 재미로 연예인 놀이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얼굴이 알려진 유명인의 경우, 자신을 사칭한 사람으로 인해 이미지에 손상을 입기도 합니다.

    드라마 '압구정백야'로 얼굴을 알린 탤런트 한기웅 씨는 작년 몇몇 팬들을 통해 수상한 SNS가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한 씨 이름으로 된 그 SNS에는 촬영중이라며 한씨의 사진이 올려져 있었습니다.

    [한기웅]
    "제가 촬영을 하고 있었거든요 실제로. 이 시기에. 시간도 맞아요 새벽까지 항상 촬영하고 이랬으니까.."

    문제는 한 씨를 사칭한 사람이 SNS를 통해 여성들에게 접근했다는 것

    [강00]
    "댓글에다가 아 이쁘세요 이래가지고 막 그런 식으로 카스, 혹시 카톡하실 수 있냐 그런 식으로 해가지고"

    [한기웅]
    "제가 연락처를 물어보고 번호를 따서 연락을 계속 했다고 하시는데 저는 이제 번호를 물어보거나 이랬던 적이 없거든요. 그러다보니까 이제 그 때 좀 알게됐죠"

    여성들은 진짜 한기웅 씨인 줄 알았다고 말합니다.

    [고00]
    "딱 사진이 한기웅 그 사람 사진이더라고요. 가만히 사진을 보니까 어디서 본, 그 TV에서 본 그런 얼굴인 거예요.(통화를 하면 자기가 한기웅이라고 하나요?) 네, 자기 뭐 촬영했었고 어저고저쩌고 막 얘기하고"

    한 씨를 사칭한 남성의 행동은 평범하지 않았습니다.

    [고00]
    "잘 알지도 못하는데 공식 연애를 하자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하고..그러면서 막 이상한 야한 얘기 같은 것도 끌어내려고 하고 19금 식으로 돌려가지고 자기랑 자자,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하고"

    연예인인 한 씨 입장에선 이미지에 타격이 갈까 우려되는 상황.

    [한기웅]
    "진짜 말 그대로 소름끼치는 것도 있었고 불쾌하기도 했고. 저를 방송에서만 본 분들은 오해하실 수도 있으니까 그런 부분들이 되게 걱정이 많이 됐죠"

    사칭한 사람을 찾아보려 했지만, 경찰서에선 신고를 받아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강00/소속사 관계자 녹취]
    "경찰 사이버 수사팀에다 전화했더니 경찰에서는 뭐 이런 걸로 신고를 했냐는 듯이 얘기를 하더라고요. 어이가 없었죠. 그러면 저희는 그냥 이렇게 당해야 됩니까 했더니, 아 이런 게 뭐 수천 건도 연락이 옵니다 이렇게 얘기를 하더라고요"

    인터넷 공간에서 신상을 도용당하는 사람은 연예인이나 유명한 사람 뿐만이 아닙니다.

    일반인들의 피해도 의외로 많지만 손 쓸 방법은 없다시피 합니다.

    블로그에서 쇼핑몰을 운영하는 이아름 씨는 인터넷에서 황당한 글을 발견했습니다.

    "제 얼굴이 성형 괴물 같나요"라면서 누군가 이 씨의 사진들을 올린 겁니다.

    "예쁘게 태어난 건 감사하지만 성형 의심을 받아 억울하다"는 글도 써놨습니다.

    [이아름/SNS 도용 피해]
    "누가 봤으면 그냥 어 제가 직접 쓴 거잖아요 제가..도용이라고 생각을 안 하고. 그래서 창피했어요 진짜 창피한 기분이 제일 커서"

    도용한 사람을 찾아 따져 봤지만, 이유를 들어보니 더 황당했다고 합니다.

    [이아름/SNS 도용 피해]
    "제 사진을 이용해서 받았던 관심들이 좋았대요 자기는 집에 혼자 가만히 있고 한데 그걸 함으로써 관심도 받고 하니까"

    온라인에서 남의 인생을 도용하는 이유는 뭘까.

    인정욕구, 관심을 받고는 싶은데 현실의 자기 자신은 관심받기 부족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장주 소장/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
    "내 자아가 별로 그렇게 마뜩하지 않더라는 얘기죠. 그러면 거기에 대해서 내가 좀 더 폼 날 수 있는 좀 더 내세우고 싶은 이런 것들을 모아가지고 내 자아들을 만들어 내는 것이고요"

    특히 이런 행동이 계속될수록 죄의식도 없어지고, 나중엔 스스로 사칭대상과 동일시하는 상황에 이르기도 합니다.

    [박창호 교수/숭실대 정보사회학]
    "내가 만족해서, 내가 좋아서 하는건데 이게 왜 문제가 되지? 하는 선까지만 생각하는거지..결국은 자기 동일시화 되어서 자기의 원래 정체성은 사라져 버리고 타인의 정체성이 자기인양해서.."

    하지만 도용 당한 당사자들에겐 모르는 사람이 일상을 훔쳐보고 따라하는 것 자체가 소름끼치는 경험입니다.

    대학생 박슬기 씨는 하루가 멀다하고 각종 SNS에서 자신의 사진을 발견합니다.

    [박슬기/SNS 도용 피해]
    "사진부터 글까지 다 똑같이 올려요. 거의 뭐 나 오늘 어디 갔다왔어. 제가 이렇게 올리면요. 진짜 그게 다음날이면 올라가 있어요. 그냥 제 삶을 살고 있어요 온라인에서..."

    인터뷰 도중에도 박 씨가 이른바 '본인 인증'을 위해 신분증을 찍어 올렸던 사진이 도용당한 걸 발견했습니다.

    [박슬기/SNS 도용 피해]
    "이거 너무한다..가져가셨네요."

    인터넷 속 가짜 슬기 씨는 도용한 사진을 올려놓고는 도리어
    '법적 절차에 들어가겠다'며 경고를 보내왔습니다.

    [박슬기/SNS 도용 피해]
    "'주민등록증 하나 인증하지 못하는 당신 남의 사진 가져와 나인 척 하면 인생이 달라지나요? 정말 뻔뻔하고 당당하시네요' 할 말이 없네요 정말..이분께..(도용한 사람이 그렇게 써놓은 거에요? ) 네.

    슬기 씨가 방송에 나갈 거라고 알리자 이틀 전, 도용한 사람이 먼저 연락을 해왔습니다.

    슬기 씨를 사칭해온 사람은 뜻밖에도 남자 고등학생이었습니다.

    [000/SNS 도용]
    "슬기누나가 제 친누나라고 하면 너희 누나 이쁘다면서 (친구들이) 좀 더 다가오니까..슬기누나 사진 올리면 밑에 댓글 같은 걸로 칭찬도 해주고 그런거 쓰면 왠지 나한테 칭찬해주는 기분이 드는 거예요"

    더 큰 문제는 현실에서 피해가 이어지는 경우입니다.

    즉석 만남 사이트에 올라온 남성들과의 낯 뜨거운 대화.

    사진 속 인물은 임민해 씨지만, 임 씨는 이 사이트에 가입한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 사이트에서 임 씨는 남성들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선물까지 받고는 만나자고 하면 잠적하는 여성이 되어 있었습니다.

    [임민해/SNS 도용 피해]
    "만나기로 하면 갑자기 며칠 전에 친척집에 간다든지 갑자기 그날 너무 아파서 못 나가겠다 그러던가. 남자분도 마음 고생이 심했다고 자기는 막 기프티콘 선물도 보내주고 이러는데.."

    온라인에서 도용 피해를 당했다가 현실에서 사기꾼 취급을 받는 경우까지 있습니다.

    [김은정/SNS 도용 피해]
    "자기가 돈을 주고 만나기로 했는데 이 사람(사칭한 사람)이 바쁘다, 뭐 스케줄 대문에 자기 여러 가치 촬영도 있고 바쁘다고 해서 피한거죠. 피했는데 '너 왜 애기 엄마인데 나를 속였냐'하면서 제 카톡까지 찾아서 온 거예요"

    심지어 사칭해놓고도 미안해하기는커녕 적반하장으로 나오기도 합니다.

    [김은정/SNS 도용 피해]
    "내가 니 사진을 너무 우울해서 좀 썼는데 그게 그렇게 큰 죄냐고. 니가 이렇게 나한테 하면 난 더 충격 먹어서 자살할 거라고 저한테 막.."

    2580이 만난 도용 피해자들은 모두 경찰서를 찾아간 경험이 있었지만, 피해 접수를 받아준 적은 거의 없었습니다.

    재산상의 피해나 뚜렷한 명예훼손이 발생하지 않는 한, 사진 도용만으로는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겁니다.

    [경찰 관계자]
    한마디로 민사 사건이예요.단순히 사칭만 하는 경우에는 우리 법에서 처벌하기 어렵습니다.

    경찰 수사없이 도용한 사람을 찾기도 어렵고 정신적 피해를 입증하기도 힘들어 민사 소송도 사실상 어렵습니다.

    [문정구 변호사]
    과연 정신적 고통으로 인해 얼마를 배상을 받는 게 맞느냐를 입증하기가 어렵습니다. 1400 수개월에 걸친 소송을 제기해서 또 그 사람을 추격한다는 것도 쉽지가 않기 때문에 (민사 소송이) 실효성 있는 수단이라고 보기엔 어려운 측면이 많죠.

    미국과 캐나다 등에선 온라인 상에서 타인을 사칭하는 행위를 일종의 사기로 보고 처벌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지난달, SNS에서 신상 도용을 형사 처벌할 수 있도록 법이 발의된 상태

    늦었지만, SNS가 온라인에서 일종의 신분증처럼 이용되는 만큼 인터넷 공간에서의 사칭도 제재하자는 취지입니다.

    [문정구 변호사]
    "우리가 고전적으로 사용하는 주민등록증 신분증이나 주민등록번호와 같이 SNS도 그 사람을 특정하는 개인 정보로서 확립이 됐기 때문에 최소한의 제재 규정이 도입될 필요성이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남의 신분 도용과 사칭은 크든 작든, 들키든 들키지 않든, 범죄일 수 밖에 없습니다.

    익명의 가면 뒤에 숨은 SNS의 거짓 인생..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입법 속도가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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