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시사매거진2580
기자이미지 왕종명 기자

동물쇼 뒤 잔혹한 훈련·학대, '이래도 보시겠습니까'

동물쇼 뒤 잔혹한 훈련·학대, '이래도 보시겠습니까'
입력 2015-08-31 09:31 | 수정 2015-08-31 11:56
재생목록
    막바지 휴가철, 유명 관광지마다 돌고래, 코끼리, 원숭이 등 동물체험관광이 성행하고 있습니다.

    가까이에서 만지고 자연과 교감할 수 있다는 이유로 특히 아이를 둔 가족에게 인기인데요.

    귀엽고 사랑스런 묘기를 보여주기 위해 가혹한 훈련과 매질을 견뎌야 하는 동물들의 말 못할 사연을 들여다봅니다.

    ==============================

    무릎 깊이의 수조에 길이 3m짜리 큰돌고래 화순이가 들어있습니다.

    아이들이 다가와 만지는 동안 꼬리는 조련사에게 붙들려 있습니다.

    돌고래 조련사 체험이란 관광 상품입니다.

    [조련사]
    "다시 한 번 만져보고. 다시 뽀뽀 한번 하고."

    45분간 거의 물 밖에서 아이들 손길에 시달리다 15분간 휴식.

    화순이는 이렇게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매시 정각마다 새 손님을 맞습니다.

    며칠 전에 예약해야 할 정도로 인기라 쉬는 날도 없습니다.

    [직원]
    "(빈자리 없어요?) 토요일(이틀 뒤) 오후부터 (토요일 오후?)"

    돌고래는 원래 바다에서 하루 100km를 이동하는 동물입니다.

    [이형주/동물운동가]
    "갇혀 있을 뿐 아니라 사실 묶여있는 거나 다를 바가 없거든요."

    2009년 개장 이후 7마리가 들어왔는데 3마리가 채 열 살도 안 돼 폐사했습니다.

    야생 돌고래가 3,40년 사는 걸 감안하면 청소년기에 죽은 겁니다.

    [나오미 로즈 박사/돌고래 생태 학자]
    "이런 식의 돌고래 체험은 본 적이 없다. 수명이 짧다는 건 사실일 거다.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으니까"

    임신부를 상대로 한 돌고래 태교 상품도 있습니다.

    돌고래 초음파가 태아의 뇌신경을 발달시킨다고 광고합니다.

    50분짜리 프로그램에 30만 원을 받습니다.

    [이항 교수/서울대 수의학과]
    "과학적으로 증명된 적이 없습니다. 동물과의 교감에서 어떤 효과를 얻으려면 강아지하고 놀고 고양이하고 놀고 또는 말도 좋고 그러면 됐지."

    동물쇼나 동물체험 관광 상품이 주요 관광지마다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제주도에만 10여 개 업체가 성업 중입니다.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공연을 하고 사육시설에 갇혀 있는 동물들은 과연 어떤 고통을 겪고 있는지, 그 말 못할 사연을 고민해 봤습니다.

    제주시에 있는 진돗개 공연장.

    문은 열려있지만 공연은 중단된 상태입니다.

    [주민]
    "너무 가혹행위 한다. 누가 그걸 고발을 했나."

    조련사를 만나러 경기도 포천의 진돗개 훈련장을 찾았습니다.

    취재팀에게 즉석에서 공연을 선보입니다.

    애국가에 맞춰 태극기를 게양하고, 원통을 굴리고 줄넘기도 합니다.

    한 시간 공연에 쉰 가지 묘기를 보여주는데 몇 달이면 이런 묘기를 익힐 수 있다고 합니다.

    [배 모 씨/진돗개 조련사]
    "한 4개월 정도 했습니다. (4개월에 이걸 다 합니까?) 얘는 좀 늦지요. 빨리하는 애들은 한 달 반."

    진돗개가 아무리 영리하다고 하지만, 어떻게 이런 묘기가 가능한 걸까?

    37년간 수천 마리를 훈련시켰다는 조련사는 자신 만의 훈련 노하우가 있다고 합니다.

    [배 모 씨/진돗개 조련사]
    "끈을 조정하는 거죠. 이거는 가늘어야지 목털로 안 죽고 당기면 빨리 오잖아요. 통제를 하는 거죠 어이쿠 사랑해 사랑해."

    실제로도 이렇게 훈련을 시킬까?

    동물보호단체 직원이 지난해 말 몰래 찍은 영상입니다.

    시킨 대로 묘기를 해내지 못하면 바로 얼굴에 회초리가 날아듭니다.

    주먹을 휘두르기도 합니다.

    [배 모 씨/진돗개 조련사]
    "이게 매라는 걸 알아야 돼."

    사정없이 목줄을 잡아당길 때마다 진돗개는 바닥에 나동그라집니다.

    발이 빠지면서도 구름다리를 힘겹게 올라가지만 맞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습니다.

    힘겹게 두 발로 앉아있던 진돗개는 조련사가 보지 않는 틈을 타 네 발로 잠시 쉬다 조련사가 다가오면 깜짝 놀라 재빨리 두 발로 일어섭니다.

    훈련이 끝나면 짖을 때마다 전기충격을 주는 짖음방지기를 목에 차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짖음과 울음이 섞여있습니다.

    [배 모 씨/진돗개 조련사]
    "머리가 나쁘니까 짖으면 소리가 나면 (전기충격이) 저렇다는 걸 지가 익혀야 하는데..."

    진돗개의 묘기는 이렇게 공포에 길들었기에 가능했습니다.

    훈련에 적응하지 못하는 개들도 있습니다.

    [배 모 씨/진돗개 조련사]
    "조금만 안 좋으면 그릉... 이런 개도 있다고 그런 개 경우에는 보신탕으로 보내든가."

    때리는 것만이 학대는 아닙니다.

    제주도 토종 가축인 흑돼지 동물쇼.

    줄줄이 높은 구조물로 올라간 흑돼지들이 물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옵니다.

    미끄럼틀 위에서 주춤주춤 물러서지만 아래 놓인 사료를 먹기 위해서는 급경사를 타고 내려올 수밖에 없습니다.

    [이항 교수/서울대 수의학과]
    "일종의 공포심이죠. 주저하죠. 저게 정상인 거죠. 그리고 절대 자기에게 선택의 여지가 있으면 절대 뛰어내리지 않겠죠."

    흑돼지 쇼는 매시간에 한 번씩, 하루 8번 진행됩니다.

    관람석에선 웃음이 터져 나오지만 무작정 마음이 편치는 않다는 반응도 있습니다.

    [흑돼지쇼 관람객]
    "애기들 때문에 보러는 가잖아요. 그런데 딱히 기분이 좋은 생각은 안 들어요."

    [흑돼지쇼 관람객]
    "돼지들도 마음대로 살아야 되는데. 막 잡혀서 사람들 재미있게 하려고."

    놀이공원의 회전목마처럼 살아있는 말을 이용한 회전승마도 있습니다.

    업체에서 개발한 회전축에 말을 묶어 같은 자리를 빙글빙글 도는 겁니다.

    [회전승마장 직원]
    "얘네같이 훈련 잘되고 순한 애들은 많은 때는 (하루) 50번. 100명 정도 탄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적을 때는 50명."

    순한 말이라도 이렇게 계속 돌다 보면 때론 저항을 하기도 합니다.

    [회전승마장 직원]
    "덥고 손님 많으면 얘네들도 많이 피곤해하고 땀도 엄청 흘리거든요. 방에서 안 나오려고 할 때가 가끔 있어요."

    공연을 위해 아예 훈련을 마친 동물을 수입하는 일도 흔합니다.

    라오스에서 온 이 코끼리는 두 발로 일어나고 물구나무를 섭니다.

    낯선 이에게 쉽게 등을 내주지 않는 게 야생 코끼리의 습성이지만, 이 코끼리들은 관광객을 태우고 종일 걷습니다.

    [코끼리공연장 직원]
    "태국에 가면 코끼리 사관학교라는 게 있어요. 거기서 훈련을 시킨답니다. 말 그대로 코끼리 학교니까 이런 거 저런 거를 다..."

    코끼리 조련 산업이 발달한 태국에서는 야생의 코끼리가 인간에게 순종하도록 파잔이란 의식을 치르게 합니다.

    상아를 잘라내고 며칠 동안 좁은 우리에 가둔 채 쇠사슬로 묶고 쇠꼬챙이로 찌르는 겁니다.

    공포와 고통을 통한 순종.

    동물쇼의 코끼리들은 대부분 훈련이란 이름으로 이런 의식을 거친 뒤 전 세계로 팔려나온 겁니다.

    [조희경 대표/ 동물자유연대]
    "정말 죽을 만큼의 어떤 상황까지 갈 정도로 얘네가 스스로를 포기시키는 훈련과정이거든요. 그 과정이 있어야만 얘네들은 저런 쇼를 하고 사람도 등에 태우고 이럴 수 있는 거예요."

    동물쇼를 위해 포획되는 과정도 폭력적입니다.

    제주에서 돌고래쇼를 가장 오래했다는 이 업체의 돌고래는 돌고래 사냥이 합법인 일본 다이지에서 잡혀왔습니다.

    큰 그물로 물길을 막고 돌고래떼를 몰아 쇼에 등장시킬 만한 우수한 외형의 돌고래는 산 채로 잡고 나머지는 식용으로 쓰기 위해 그 자리에서 죽입니다.

    핏빛 바다에서 살아남은 돌고래가 한국까지 와서 공연을 하는 겁니다.

    [이형주/동물보호운동가]
    "동물들이 여기까지 오기까지 또 이런 쇼를 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가를 한 번만 생각을 한다면."

    하루도 쉬지 않고 공연을 해야 하는 동물들의 무대 뒤 쉼터는 어떤지, 담당 공무원들과 점검해봤습니다.

    겨우 몸이 움직일 만한 철제 우리에 갇혀 있는 원숭이들.

    업체는 가로세로 8미터의 방에서 키운다고 신고했지만 실제로는 이 방에 있는 좁은 우리 안에 갇혀 있는 겁니다.

    [원숭이공연장 직원]
    "(심사하실 때 이거를 사육장 면적으로 하신 거예요?) 전체 면적 (이게 어떻게 사육 면적인가요?)"

    코끼리들의 쉼터도 가봤습니다.

    먹고 자고 쉬는 공간은 겨우 누울 수 있는 정도.

    그렇다 보니 한쪽 발목을 굵은 쇠사슬로 묶어 이동할 수 없도록 해놨습니다.

    [코끼리공연장 직원]
    "코끼리가 그 나라에 있으면 주로 산에서 원목을 캔다고 하더라고요. 그거보다는 여기가 훨씬 낫다..."

    포획과 훈련 과정의 상처, 쉴 틈 없는 공연과 낯설고 비좁은 사육시설의 생활은 동물들의 수명 단축으로 이어집니다.

    사무실 한켠에 약병이 가득한 이 돌고래 공연장에서는 지난해 두 살짜리 돌고래 한 마리가 죽었고, 얼마 전 수입한 다섯 살짜리는 공연장에 온 지 나흘 만에 죽었습니다.

    [이항 교수/서울대 수의학과]
    "쇼나 사람과 접촉을 많이 했던 그런 동물들이 죽은 다음에 부검을 해보면 동물이 스트레스를 받을 때 분비하는 호르몬이 주로 부신에서 나오거든요. 부신이 팽창되어 있는 것을 발견하기도 한답니다."

    전문가들은 동물이 훈련을 받든 사육시설에 갇혀 있든 야생 본능이 사라지는 건 아니고 감출 뿐이라고 말합니다.

    여기에 스트레스가 작동하면 그 숨어있던 야생의 공격 본능이 표출되기도 합니다.

    지금은 방치된 제주의 한 곰 사육장.

    얼마 전 이곳에 살던 반달가슴곰 두 마리가 사육사를 공격해 숨지게 한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몇 년을 매일같이 보던 사육사였습니다.

    [곰 사육장 직원]
    "사육하시는 분이 연세 드신 분이 제가 알기로는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아침에 갑자기 곰이 달려들었다고..."

    콘크리트벽 안에 갇힌 생활이 곰의 스트레스를 폭발시킨 결과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이형주/동물보호운동가]
    "땅도 파는 습성이 있고 나무에도 오르는 습성이 있고 웅덩이에서 목욕하는 습성도 있는데 이렇게 네모난 그런 콘크리트 박스에 가둬놓은 거잖아요."

    해외에도 여러 사례가 있습니다.

    미국 하와이의 서커스 코끼리 탈출 사건.

    공연 도중 조련사를 공격해 숨지게 한 뒤 서커스장을 탈출해 도심에서 난동을 부리다 수십 발의 총을 맞고서야 죽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야생에서 자신을 포획할 때부터 지켜본 인간의 잔혹함에 대한 증오가 작용했다고 분석했습니다.

    미국 플로리다 주에선 돌고래가 먹이 주기 체험을 하던 소녀의 팔을 물어버린 사고도 있었습니다.

    [피해소녀 어머니]
    "이런 일이 쉽게 일어날 수 있겠더라고요. 미리 안전 고지를 받는다 해도 어린아이들이 다 이해를 할 수 없잖아요."

    즐거움을 찾으려는 인간의 욕망과 자유롭고 싶은 동물의 본능이 조화를 이루는 대안으로 생태 관광이 있습니다.

    인간이 만든 닫힌 공간이 아니라 동물이 원래 있던 야생을 직접 찾아 교감하는 겁니다.

    관광객들이 돌고래떼를 찾아 요트에 오릅니다.

    남방 큰돌고래의 서식지인 제주 앞바다까지 이십여 분.

    마침내 한 무리의 돌고래를 발견합니다.

    [관광객]
    "와! 대박이다 귀여워."

    돌고래 무리 사이에서 등지느러미에 1이란 숫자가 새겨진 돌고래가 보입니다.

    제주 앞바다에서 포획돼 서울대공원에서 쇼를 하다가 2년 전 고향 바다로 돌아온 제돌이입니다.

    [관광객]
    "제돌아 제돌이 안녕 1번 지느러미에. 쟤 서울대 공원서 공연한 애야."

    이젠 공연장처럼 몸을 세우고 입을 벌려 죽은 물고기를 달라고 하지 않고 원래의 야성대로 산 물고기를 잡아먹고 삽니다.

    무리 속에 들어있을 만큼 돌고래 특유의 사회성도 회복했습니다.

    [김병엽 교수/제주대 해양과학대학]
    "단 하루를 살아도 그래도 자연으로 보내야 된다 하는 이유가 뭐냐고 하면 그만큼 자연을 갈망하는 거죠. 동물은 야생에 와야만 자기 삶을 추구하는구나."

    [관광객]
    "자연 그대로랄까 살아서 움직이는 그렇게 활력이 넘치고 (수족관 돌고래랑은?) 비교가 안 되죠."

    아이들이 좋아한다는 이유로 추억을 만들어주기 위해 찾게 되는 다양한 동물체험관광.

    귀엽고, 신기하고, 재미있을지 모르지만 동물들은 끝없이 반복되는 폭력과 학대의 시간을 견디고 있습니다.

    비록 사람의 말은 아니더라도 이들 생명의 고통에 찬 소리에 한 번쯤 귀를 기울여 볼 때입니다.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인기 키워드

        취재플러스

              14F

                엠빅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