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매거진2580
강나림 기자
강나림 기자
윤은혜 표절 논란 진실은? 디자이너들의 속사정
윤은혜 표절 논란 진실은? 디자이너들의 속사정
입력
2015-09-14 09:36
|
수정 2015-09-14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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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유재석씨가 무한도전에 입고 나왔던 번개무늬의 티셔츠.
말랑말랑한 신발창에 둥근코 모양을 한 은색 샌들.
올 초 인기를 끌었던 이 패션 아이템들은 순식간에 카피 제품이 시중에 깔리면서 창작 디자이너에게 큰 피해를 안겼습니다.
유행이라는 이름으로 빠르게 소비되는 패션 특성상, 신진 디자이너들의 독창적인 디자인은 쉽게 카피의 표적이 되고 있습니다.
배우 윤은혜씨와 한 패션 브랜드간에 논란이 되고 있는 디자인 표절 논란, 모티브와 카피의 경계는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
지난달 29일, 중국의 한 예능 프로그램.
탤런트 윤은혜 씨가 프릴 장식이 달린 하얀 코트를 입고 걸어 나옵니다.
출연자들이 디자이너로 참가해 경쟁하는 프로그램인데, 윤은혜 씨는 이 코트를 제작한 겁니다.
[중국 동방위성TV <여신의 패션>]
"디자인이 정말 눈에 띄네요 이 옷은 디자인이 정말 멋져요"
[윤은혜/연기자]
"저희가 (주제로) 고른 동물은 어린 사자였고요. 사자랑 잘 어울리겠다싶어서 저희가 조금은 강하고 시크한 여성스러운 옷을 만들어봤습니다"
윤은혜 씨의 코트는 1등을 차지했고, 우리나라 돈 49억 원에 낙찰돼 중국 의류 브랜드에 팔렸습니다.
[중국 동방위성TV <여신의 패션>]
"윤은혜 씨 팀이 지금까지 <여신의 패션> 4회 경기 중에서 처음으로 1등을 했습니다!"
그런데 며칠 뒤, 한 국내 디자이너의 글이 SNS에 올라왔습니다.
"며칠 전에도 옷을 가져간 스타일리스트와 배우 둘이 함께 만들다니 그래서 더 소름 돋는다,
한 시즌 노력한 결과물을 이렇게 쉽게, 뻔뻔하게.. 힘 빠진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글을 쓴 사람은 한 패션 브랜드의 디자이너 윤춘호 씨.
윤은혜 씨가 만든 코트가 자신이 지난 3월에 발표한 옷과 비슷하다며 표절 의혹을 제기한 겁니다.
윤춘호 디자이너가 만든 의상입니다.
풍성한 하얀 원단, 소매에 달린 프릴 모양과 위치 등이 윤은혜 씨의 옷과 비슷해 보입니다.
[지재원 운영위원장/패션디자이너협회]
"(장식) 위치가 비슷하고요. 앞판만 좀 다르지 비슷하지 않습니까? 제가 볼 때는 굉장히 유사성이 굉장히 높다. 저는 그래서 표절에 대해선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윤은혜 씨 측은 "해당 의상을 협찬 받지도 않았고, 많은 브랜드를 연구해 영감을 얻은 것"이라며 표절 의혹을 부인했습니다.
[윤은혜 소속사 관계자]
"비슷해보이기는 하지만 앞판 뒤판 전혀 다른 옷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고요. 저희 옷이랑 재질도 너무 다르구요 옆에 프릴 모양도 너무 다르고.."
이에 대해 윤춘호 디자이너는 "코트의 실루엣이나 장식의 형태, 위치 등이 똑같다는 건 결코 우연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다시 반박했습니다.
[윤춘호/디자이너]
"한번에 그 옷에 다 똑같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 안 하거든요. 그건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많은 요소들이 똑같이 닮아있다는 점이에요"
그러면서 "표절 문제는 국내 디자이너에게 치명적"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윤춘호/디자이너]
"매시즌 사실 그런 카피 문제 때문에 저희도 곤란한 상황이 많은데..단순하게 가볍게 생각할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패션 업계는 이번 사건이 디자이너가 처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남의 디자인을 베끼는 일이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빠르게 지나가는 유행탓에 법의 테두리에서 보호받으려 해도 별 실효가 없다는 겁니다.
서울 강남 가로수길의 한 매장.
디자이너 송승렬 씨가 마네킹에 티셔츠를 입히고, 보기 좋게 옷을 정리해 걸어놓습니다.
가슴에 번개 모양이 그려진 티셔츠.
등 뒤에는 영어 문장이 쓰여 있습니다.
"카피캣(다른 사람을 모방한 사람들)들아, '진짜 번개'를 조심하라"라는 뜻입니다.
[송승렬/디자이너]
"사람들한테 이건 내가 디자인을 한 거고 이 디자인은 내거니까 카피하지 말아라는 경고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던 거예요"
왜 옷에 이런 문장을 넣은 걸까.
송 씨가 작년 10월 내놓은 긴 팔 티셔츠
맨투맨이라고 부르는 형태에 가슴 부분에 송 씨가 직접 디자인한 번개 모양이 특징인데, 유명 연예인들이 방송에 입고 나오면서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런데 두 달 뒤. 한 온라인 소셜 업체에서 번개무늬 티셔츠를 팔기 시작했습니다.
두 옷의 사진을 겹쳐봤더니 옷의 형태와 번개 모양, 위치가 한 치의 오차 없이 일치합니다.
[송승렬/디자이너]
"이렇게 겹쳐진다는 건.. 제가 봤을 땐 분명히 이건 (저희 옷을) 구매를 해서 카피했다는 것"
송 씨가 만든 번개 맨투맨 티셔츠의 정가는 7만5천 원.
소셜 업체에서 파는 유사품은 반값도 안되는 3만 원대입니다.
[송승렬/디자이너]
"7만 5천 원에 수도 없이 제품이 팔리고 있었고 계속 매출이 올라가는 상태에서 이 카피 제품이 뜨면서 저는 매출이 완전 3분의2 반토막보다 3분의 2가 줄어버렸어요"
해당 소셜 업체는 생산업체에게서 옷을 받아 판매만 했을 뿐, 디자인 문제는 모른다고 밝혔습니다.
[소셜업체 관계자]
"사실 문제가 될 수 있는 제품이라는 걸 알았다면 저희가 판매할 이유도 없고요 저희가 이걸 제조한 것도 아니고 제조 의뢰를 한 것도 아닌데.."
옷을 만든 곳에서는 업계에서 흔한 디자인이기 때문에 절대 표절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제조업체 관계자]
"해외 디자인에서 그런 물건이 엄청 많아요. 절대 안 똑같습니다. 그 뭐 형태는 비슷할지 몰라도"
어쨌든 판매하다가 중단했으니 문제 없지 않냐는 입장입니다.
[제조업체 관계자]
"근데 저는 이게 이렇게 문제가 커질 줄 몰랐거든요 사실. 우리 쪽에서 물건을 안 팔고 창을 내리고 물건을 폐기 처분하게 되면 그냥 아무런 문제 없이 지나가겠구나 솔직히 저는 쉽게 생각했었거든요"
송 씨는 옷을 만든 곳과 판매한 곳 모두를 상대로 소송을 시작했습니다.
[송승렬/디자이너]
"무임승차예요. 남이 일궈놓은 걸 그 이익을 단숨에 얻으려고 하는거죠 쉽게..똑같이 만들어서 그걸 자기 것인 양 파는 것 자체가 남의 것을 갈취하는 거죠. 돈을 갈취하는 거랑 이거 (디자인)를 갈취하는 거랑 똑같다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송 씨가 새로 만든 옷에 문구를 넣은 것도 베끼지 말라는 경고의 의미였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 문구마저 베낀 옷들이 인터넷 쇼핑몰 30여 곳에서 판매되는 걸 발견했습니다.
[송승렬/디자이너]
"이 번개는 내 거야. 상표 등록 돼 있으니까 내 거야. 경고 문구를 넣었는데도 불구하고 이거를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똑같은 디자인으로 카피를 해버려서 전 정말 너무 황당했거든요"
파는 곳을 찾아가봤습니다.
서울 남대문의 한 아동복 매장.
가슴의 번개무늬도, 등에 새겨진 문구도 똑같습니다.
[00의류업체]
(단 가가 얼마에요?) / (도매가로) 만 원이요.
판매자는 자신들이 만든 자기네 옷이라고 말합니다.
[00의류업체]
(여기만 파는거에요?) 네. 저희껀데. (유재석 번개맨투맨 똑같은 거 아니에요?) 번개 아시죠? 저기 그거랑 믹스해가지고 만든거라..
상표권이 있는 디자인인데 팔아도 되냐고 묻자 말이 달라집니다.
[00의류업체]
"그거 난 뭐 모른 건데? 난 지금 앞에 번개하고 뒤에 그거 같은 경우는 지금 내가 생산을 아직 안 했으니까 중지시키면 되는 거고.."
송 씨의 경우 소송을 준비하면서 번개 디자인에 대해 상표 등록을 해놨기 때문에 이렇게 권리를 주장할 수 있지만, 사실 패션 업계에선 흔하지 않은 일입니다.
한 제품을 등록하는 데 수십 만 원이 들고 길게는 6개월이 넘게 걸리기 때문입니다.
또 소매 길이와 색깔까지, 일일이 따로 등록해야 하는데다 유행이 빠르게 바뀌는 업계 특성상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송승렬/디자이너]
"패션에서는 팔 수 있는 기간이 3개월 밖에 안 되는데 등록하는 기간은 6개월이상 돼버리잖아요. (등록을 해봐야..) 별 소용이 없는거예요"
게다가 아무리 유사해도 등록한 디자인과 100% 똑같은 게 아니라면, 법으로 보호받을 수 없습니다.
[이재경 변호사/패션디자이너연합회]
"패션디자인 같은 경우 중요한 테마라든지, 일부분 느낌 같은 걸 차용할 경우에는 막상 디자인보호법으로 보호받기 힘든..시대적인 순간적인 트렌드일 수도 있고 그렇기 때문에 과연 어느 범위까지 보호할 것인가에 대해 논란이 많을 수 있거든요"
올 여름 인기를 끈 일명 '은갈치 샌들'의 디자이너 김정현 씨.
한창 많이 팔릴 때 전국 곳곳에 비슷한 모양의 은빛 샌들이 등장했습니다.
[김정현/디자이너]
"끈 길이도 똑같고 끈이 들어가는 위치도 똑같고 나오는 곳도 똑같고.."
유사 제품의 질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다보니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을 받았습니다.
[김정현/디자이너]
"이 제품(유사품)을 신던 고객이 온 거예요 아니 신발이 왜 이렇게 약하냐고 한쪽 면이 떨어지고 한쪽 끊어지려고 하지 않냐 빨리 수선해달라 저희들한테 준거예요. 저희 게 아니고 이걸 줬어요. 로고가 다릅니다 (했더니) "왜 이렇게 똑같이 생겼대?"(하셨어요)"
김 씨는 비슷한 제품을 만든 업체와 소송을 벌이고 있습니다.
해당 업체 측에선 흔한 디자인일 뿐 김 씨의 디자인을 베낀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추승우 변호사]
"누가봐도 외관상 유사하고 본인들이 낮은 가격으로 제품을 모방하고 카피를 한 제품인데도 우리 제품이 거꾸로 그 제품도 독창적이지 못하다, 시장에서 이런 제품들이 있다 이런 식으로 흠집을 내는 거죠"
소비자들의 생각은 어떨까.
2580은 두 가지 신발을 나란히 놓고 표절이라고 볼 수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박남경]
"완전 똑같이 만들었고만. 하나라도 다르게 만들어야지 색깔이라도 하나 다르게 하고 그렇게(표절이 아니라고) 말해야지."
[김정은]
"신발만 봤을 때는 다 똑같아 보이는데요?"
[손아영]
"거의 비슷해 보이는데"
[임효정]
"너무 똑같아서 안 베낀 거라고 못할 것 같아요"
[이현지]
"제가 디자이너여도 베꼈다고 생각할 것 같아요 "
베낀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이 훨씬 많았는데 그 중엔 그게 잘못한 거라는 사람도 있었지만,
[정은주]
"아이디어가 사람마다 다 그게 쉽게 얻는 건 아니잖아요. 근데 그거를 따라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소비자로서는 비슷한 제품을 싸게 살 수 있어 좋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이현지]
"저는 괜찮은 것 같아요. 다 비싼 신발을 신을 수도 없는 거니까 학생들이나 뭐 다른 분들을 위해서 저렴한 버전으로 나오는 건 괜찮은 것 같아요"
디자이너 입장에선 대기업이나 도매업체가 저렴한 가격으로 유사품을 대량 공급하게 되면 애써 만든 디자인이 빛을 못 보는 건 물론 오히려 자신이 디자인을 베낀 걸로 오해받아 브랜드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도 있습니다.
[김정현/디자이너]
"'어 이거 어디서 팔던 건데? 이거 베낀 거 아니에요?'라고 디자이너가 그 소릴 듣게 된다면 얼마나 가슴이 아프겠어요. 영세 업체 입장에서는 브랜드 이미지 하락이 아니라 브랜드의 존립이 문제가 되는 거죠"
어떤 디자인이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면 너도 나도 흉내 내고, 유행이 되는 건 패션 업계의 자연스러운 흐름입니다.
특정 디자인을 따라 하지 말라고 법으로 정해 놓을 수도 없고, 비슷하다고해서 표절로 단정하기도 어렵습니다.
[채규인 디자이너] ""유행이라는 게 있고 그래서 유행과 표절과 구분하느냐가 굉장히 모호한 거죠. 좀 더 크게 본다면 하늘 아래 새로운 디자인은 없다고 그 디자인을 만들기 위해 자기도 누군가의 영향을 받았단 말이에요"
하지만 유행을 따라가는 것과 작정하고 베낀 것이 결코 같을 수는 없습니다.
이를 엄격히 구분하지 않으면 디자이너가 독창성만으로 시장에서 살아남기는 어려운 것이 지금의 현실입니다.
[김정현/디자이너]
"카피가 나온다는 건 그 디자이너는 재능도 어느 정도 있고 시장성도 있다는 뜻이에요. 그런 시장성 있는 디자이너들의 제품들만 베끼는 거니까 재능 있는 디자이너들이 날개를 펼 수가 사실 없는 거죠. 카피 때문에"
그래서 패션 업계 표절 분쟁에선 즉각적인 대처를 할 수 있도록 전문 감정인이나 감정 기구를 만들자는 제안도 나옵니다.
[이재경 변호사/패션디자이너연합회]
"빠르게, 적절한 타이밍에 구제를 받는 게 중요합니다. 법원에서 판단이 날 때쯤 되면 이미 손해는 손해대로 나고 구제를 받아봤자 별 의미가 없는 그런 경우가 많거든요. 패션 내부의 전문가들이 하나의 좀 중재기구 같은 시스템을 만들어서"
모든 디자인에는 아이디어의 주인이 있고, 거기엔 디자이너의 시간과 돈, 땀이 들어갑니다.
노력 없이 이익만 얻으려는 베끼기로부터 디자인과 창작자를 보호하지 못한다면 이를 근간으로 하는 패션산업 자체가 위협받을 지도 모릅니다.
말랑말랑한 신발창에 둥근코 모양을 한 은색 샌들.
올 초 인기를 끌었던 이 패션 아이템들은 순식간에 카피 제품이 시중에 깔리면서 창작 디자이너에게 큰 피해를 안겼습니다.
유행이라는 이름으로 빠르게 소비되는 패션 특성상, 신진 디자이너들의 독창적인 디자인은 쉽게 카피의 표적이 되고 있습니다.
배우 윤은혜씨와 한 패션 브랜드간에 논란이 되고 있는 디자인 표절 논란, 모티브와 카피의 경계는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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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중국의 한 예능 프로그램.
탤런트 윤은혜 씨가 프릴 장식이 달린 하얀 코트를 입고 걸어 나옵니다.
출연자들이 디자이너로 참가해 경쟁하는 프로그램인데, 윤은혜 씨는 이 코트를 제작한 겁니다.
[중국 동방위성TV <여신의 패션>]
"디자인이 정말 눈에 띄네요 이 옷은 디자인이 정말 멋져요"
[윤은혜/연기자]
"저희가 (주제로) 고른 동물은 어린 사자였고요. 사자랑 잘 어울리겠다싶어서 저희가 조금은 강하고 시크한 여성스러운 옷을 만들어봤습니다"
윤은혜 씨의 코트는 1등을 차지했고, 우리나라 돈 49억 원에 낙찰돼 중국 의류 브랜드에 팔렸습니다.
[중국 동방위성TV <여신의 패션>]
"윤은혜 씨 팀이 지금까지 <여신의 패션> 4회 경기 중에서 처음으로 1등을 했습니다!"
그런데 며칠 뒤, 한 국내 디자이너의 글이 SNS에 올라왔습니다.
"며칠 전에도 옷을 가져간 스타일리스트와 배우 둘이 함께 만들다니 그래서 더 소름 돋는다,
한 시즌 노력한 결과물을 이렇게 쉽게, 뻔뻔하게.. 힘 빠진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글을 쓴 사람은 한 패션 브랜드의 디자이너 윤춘호 씨.
윤은혜 씨가 만든 코트가 자신이 지난 3월에 발표한 옷과 비슷하다며 표절 의혹을 제기한 겁니다.
윤춘호 디자이너가 만든 의상입니다.
풍성한 하얀 원단, 소매에 달린 프릴 모양과 위치 등이 윤은혜 씨의 옷과 비슷해 보입니다.
[지재원 운영위원장/패션디자이너협회]
"(장식) 위치가 비슷하고요. 앞판만 좀 다르지 비슷하지 않습니까? 제가 볼 때는 굉장히 유사성이 굉장히 높다. 저는 그래서 표절에 대해선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윤은혜 씨 측은 "해당 의상을 협찬 받지도 않았고, 많은 브랜드를 연구해 영감을 얻은 것"이라며 표절 의혹을 부인했습니다.
[윤은혜 소속사 관계자]
"비슷해보이기는 하지만 앞판 뒤판 전혀 다른 옷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고요. 저희 옷이랑 재질도 너무 다르구요 옆에 프릴 모양도 너무 다르고.."
이에 대해 윤춘호 디자이너는 "코트의 실루엣이나 장식의 형태, 위치 등이 똑같다는 건 결코 우연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다시 반박했습니다.
[윤춘호/디자이너]
"한번에 그 옷에 다 똑같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 안 하거든요. 그건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많은 요소들이 똑같이 닮아있다는 점이에요"
그러면서 "표절 문제는 국내 디자이너에게 치명적"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윤춘호/디자이너]
"매시즌 사실 그런 카피 문제 때문에 저희도 곤란한 상황이 많은데..단순하게 가볍게 생각할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패션 업계는 이번 사건이 디자이너가 처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남의 디자인을 베끼는 일이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빠르게 지나가는 유행탓에 법의 테두리에서 보호받으려 해도 별 실효가 없다는 겁니다.
서울 강남 가로수길의 한 매장.
디자이너 송승렬 씨가 마네킹에 티셔츠를 입히고, 보기 좋게 옷을 정리해 걸어놓습니다.
가슴에 번개 모양이 그려진 티셔츠.
등 뒤에는 영어 문장이 쓰여 있습니다.
"카피캣(다른 사람을 모방한 사람들)들아, '진짜 번개'를 조심하라"라는 뜻입니다.
[송승렬/디자이너]
"사람들한테 이건 내가 디자인을 한 거고 이 디자인은 내거니까 카피하지 말아라는 경고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던 거예요"
왜 옷에 이런 문장을 넣은 걸까.
송 씨가 작년 10월 내놓은 긴 팔 티셔츠
맨투맨이라고 부르는 형태에 가슴 부분에 송 씨가 직접 디자인한 번개 모양이 특징인데, 유명 연예인들이 방송에 입고 나오면서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런데 두 달 뒤. 한 온라인 소셜 업체에서 번개무늬 티셔츠를 팔기 시작했습니다.
두 옷의 사진을 겹쳐봤더니 옷의 형태와 번개 모양, 위치가 한 치의 오차 없이 일치합니다.
[송승렬/디자이너]
"이렇게 겹쳐진다는 건.. 제가 봤을 땐 분명히 이건 (저희 옷을) 구매를 해서 카피했다는 것"
송 씨가 만든 번개 맨투맨 티셔츠의 정가는 7만5천 원.
소셜 업체에서 파는 유사품은 반값도 안되는 3만 원대입니다.
[송승렬/디자이너]
"7만 5천 원에 수도 없이 제품이 팔리고 있었고 계속 매출이 올라가는 상태에서 이 카피 제품이 뜨면서 저는 매출이 완전 3분의2 반토막보다 3분의 2가 줄어버렸어요"
해당 소셜 업체는 생산업체에게서 옷을 받아 판매만 했을 뿐, 디자인 문제는 모른다고 밝혔습니다.
[소셜업체 관계자]
"사실 문제가 될 수 있는 제품이라는 걸 알았다면 저희가 판매할 이유도 없고요 저희가 이걸 제조한 것도 아니고 제조 의뢰를 한 것도 아닌데.."
옷을 만든 곳에서는 업계에서 흔한 디자인이기 때문에 절대 표절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제조업체 관계자]
"해외 디자인에서 그런 물건이 엄청 많아요. 절대 안 똑같습니다. 그 뭐 형태는 비슷할지 몰라도"
어쨌든 판매하다가 중단했으니 문제 없지 않냐는 입장입니다.
[제조업체 관계자]
"근데 저는 이게 이렇게 문제가 커질 줄 몰랐거든요 사실. 우리 쪽에서 물건을 안 팔고 창을 내리고 물건을 폐기 처분하게 되면 그냥 아무런 문제 없이 지나가겠구나 솔직히 저는 쉽게 생각했었거든요"
송 씨는 옷을 만든 곳과 판매한 곳 모두를 상대로 소송을 시작했습니다.
[송승렬/디자이너]
"무임승차예요. 남이 일궈놓은 걸 그 이익을 단숨에 얻으려고 하는거죠 쉽게..똑같이 만들어서 그걸 자기 것인 양 파는 것 자체가 남의 것을 갈취하는 거죠. 돈을 갈취하는 거랑 이거 (디자인)를 갈취하는 거랑 똑같다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송 씨가 새로 만든 옷에 문구를 넣은 것도 베끼지 말라는 경고의 의미였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 문구마저 베낀 옷들이 인터넷 쇼핑몰 30여 곳에서 판매되는 걸 발견했습니다.
[송승렬/디자이너]
"이 번개는 내 거야. 상표 등록 돼 있으니까 내 거야. 경고 문구를 넣었는데도 불구하고 이거를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똑같은 디자인으로 카피를 해버려서 전 정말 너무 황당했거든요"
파는 곳을 찾아가봤습니다.
서울 남대문의 한 아동복 매장.
가슴의 번개무늬도, 등에 새겨진 문구도 똑같습니다.
[00의류업체]
(단 가가 얼마에요?) / (도매가로) 만 원이요.
판매자는 자신들이 만든 자기네 옷이라고 말합니다.
[00의류업체]
(여기만 파는거에요?) 네. 저희껀데. (유재석 번개맨투맨 똑같은 거 아니에요?) 번개 아시죠? 저기 그거랑 믹스해가지고 만든거라..
상표권이 있는 디자인인데 팔아도 되냐고 묻자 말이 달라집니다.
[00의류업체]
"그거 난 뭐 모른 건데? 난 지금 앞에 번개하고 뒤에 그거 같은 경우는 지금 내가 생산을 아직 안 했으니까 중지시키면 되는 거고.."
송 씨의 경우 소송을 준비하면서 번개 디자인에 대해 상표 등록을 해놨기 때문에 이렇게 권리를 주장할 수 있지만, 사실 패션 업계에선 흔하지 않은 일입니다.
한 제품을 등록하는 데 수십 만 원이 들고 길게는 6개월이 넘게 걸리기 때문입니다.
또 소매 길이와 색깔까지, 일일이 따로 등록해야 하는데다 유행이 빠르게 바뀌는 업계 특성상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송승렬/디자이너]
"패션에서는 팔 수 있는 기간이 3개월 밖에 안 되는데 등록하는 기간은 6개월이상 돼버리잖아요. (등록을 해봐야..) 별 소용이 없는거예요"
게다가 아무리 유사해도 등록한 디자인과 100% 똑같은 게 아니라면, 법으로 보호받을 수 없습니다.
[이재경 변호사/패션디자이너연합회]
"패션디자인 같은 경우 중요한 테마라든지, 일부분 느낌 같은 걸 차용할 경우에는 막상 디자인보호법으로 보호받기 힘든..시대적인 순간적인 트렌드일 수도 있고 그렇기 때문에 과연 어느 범위까지 보호할 것인가에 대해 논란이 많을 수 있거든요"
올 여름 인기를 끈 일명 '은갈치 샌들'의 디자이너 김정현 씨.
한창 많이 팔릴 때 전국 곳곳에 비슷한 모양의 은빛 샌들이 등장했습니다.
[김정현/디자이너]
"끈 길이도 똑같고 끈이 들어가는 위치도 똑같고 나오는 곳도 똑같고.."
유사 제품의 질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다보니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을 받았습니다.
[김정현/디자이너]
"이 제품(유사품)을 신던 고객이 온 거예요 아니 신발이 왜 이렇게 약하냐고 한쪽 면이 떨어지고 한쪽 끊어지려고 하지 않냐 빨리 수선해달라 저희들한테 준거예요. 저희 게 아니고 이걸 줬어요. 로고가 다릅니다 (했더니) "왜 이렇게 똑같이 생겼대?"(하셨어요)"
김 씨는 비슷한 제품을 만든 업체와 소송을 벌이고 있습니다.
해당 업체 측에선 흔한 디자인일 뿐 김 씨의 디자인을 베낀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추승우 변호사]
"누가봐도 외관상 유사하고 본인들이 낮은 가격으로 제품을 모방하고 카피를 한 제품인데도 우리 제품이 거꾸로 그 제품도 독창적이지 못하다, 시장에서 이런 제품들이 있다 이런 식으로 흠집을 내는 거죠"
소비자들의 생각은 어떨까.
2580은 두 가지 신발을 나란히 놓고 표절이라고 볼 수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박남경]
"완전 똑같이 만들었고만. 하나라도 다르게 만들어야지 색깔이라도 하나 다르게 하고 그렇게(표절이 아니라고) 말해야지."
[김정은]
"신발만 봤을 때는 다 똑같아 보이는데요?"
[손아영]
"거의 비슷해 보이는데"
[임효정]
"너무 똑같아서 안 베낀 거라고 못할 것 같아요"
[이현지]
"제가 디자이너여도 베꼈다고 생각할 것 같아요 "
베낀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이 훨씬 많았는데 그 중엔 그게 잘못한 거라는 사람도 있었지만,
[정은주]
"아이디어가 사람마다 다 그게 쉽게 얻는 건 아니잖아요. 근데 그거를 따라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소비자로서는 비슷한 제품을 싸게 살 수 있어 좋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이현지]
"저는 괜찮은 것 같아요. 다 비싼 신발을 신을 수도 없는 거니까 학생들이나 뭐 다른 분들을 위해서 저렴한 버전으로 나오는 건 괜찮은 것 같아요"
디자이너 입장에선 대기업이나 도매업체가 저렴한 가격으로 유사품을 대량 공급하게 되면 애써 만든 디자인이 빛을 못 보는 건 물론 오히려 자신이 디자인을 베낀 걸로 오해받아 브랜드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도 있습니다.
[김정현/디자이너]
"'어 이거 어디서 팔던 건데? 이거 베낀 거 아니에요?'라고 디자이너가 그 소릴 듣게 된다면 얼마나 가슴이 아프겠어요. 영세 업체 입장에서는 브랜드 이미지 하락이 아니라 브랜드의 존립이 문제가 되는 거죠"
어떤 디자인이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면 너도 나도 흉내 내고, 유행이 되는 건 패션 업계의 자연스러운 흐름입니다.
특정 디자인을 따라 하지 말라고 법으로 정해 놓을 수도 없고, 비슷하다고해서 표절로 단정하기도 어렵습니다.
[채규인 디자이너] ""유행이라는 게 있고 그래서 유행과 표절과 구분하느냐가 굉장히 모호한 거죠. 좀 더 크게 본다면 하늘 아래 새로운 디자인은 없다고 그 디자인을 만들기 위해 자기도 누군가의 영향을 받았단 말이에요"
하지만 유행을 따라가는 것과 작정하고 베낀 것이 결코 같을 수는 없습니다.
이를 엄격히 구분하지 않으면 디자이너가 독창성만으로 시장에서 살아남기는 어려운 것이 지금의 현실입니다.
[김정현/디자이너]
"카피가 나온다는 건 그 디자이너는 재능도 어느 정도 있고 시장성도 있다는 뜻이에요. 그런 시장성 있는 디자이너들의 제품들만 베끼는 거니까 재능 있는 디자이너들이 날개를 펼 수가 사실 없는 거죠. 카피 때문에"
그래서 패션 업계 표절 분쟁에선 즉각적인 대처를 할 수 있도록 전문 감정인이나 감정 기구를 만들자는 제안도 나옵니다.
[이재경 변호사/패션디자이너연합회]
"빠르게, 적절한 타이밍에 구제를 받는 게 중요합니다. 법원에서 판단이 날 때쯤 되면 이미 손해는 손해대로 나고 구제를 받아봤자 별 의미가 없는 그런 경우가 많거든요. 패션 내부의 전문가들이 하나의 좀 중재기구 같은 시스템을 만들어서"
모든 디자인에는 아이디어의 주인이 있고, 거기엔 디자이너의 시간과 돈, 땀이 들어갑니다.
노력 없이 이익만 얻으려는 베끼기로부터 디자인과 창작자를 보호하지 못한다면 이를 근간으로 하는 패션산업 자체가 위협받을 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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