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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거진2580
기자이미지 장인수 기자

국과수는 틀리지 않는다?

국과수는 틀리지 않는다?
입력 2015-10-05 10:58 | 수정 2015-10-05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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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 모 씨는 땅을 빌려 10억 원짜리 건물을 짓고 3년 뒤 건축비 일부를 돌려받는 계약을 땅주인과 맺었는데, 땅주인은 각서를 근거로 이 계약을 무효로 하는 소송을 냈습니다.

    각서에 찍힌 인감도장은 자신의 것이 아니었지만, 법원 판결은 건물을 땅주인에 게 주고 나가라는 것입니다.

    국과수가 각서를 위조가 아니라고 감정했기 때문입니다.

    재판에서 결정적인 증거로 사용되는 국과수의 감정! 과연 절대적으로 믿어도 되는 걸까요?

    엉터리 감정 탓에 무고죄와 위증죄로 징역까지 살게 된 피해자들을 만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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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1일 인천공항.

    인도네시아에서 온 비행기에서 내린 채준병씨가 게이트에서 나오자마자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경찰서로 끌려온 채 씨는 이틀 동안 경찰서 유치장에 갇혀 있다 풀려났습니다.

    [채준병]
    "죽고 싶었죠. (유치장) 안에 있는데 가슴이 터질 거 같아서 정말 벽에 머리 박고 죽고 싶더라고요."

    채 씨는 국립 과학수사연구원 직원들에 대한 무고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였습니다.

    [채준병]
    "저희 마누라가 빌기도 하면서 줄줄 울고. '제발 그거 잊어버려라' 분해서 잊을 수가 없어요. 국과수가 다 망쳐놓은 거예요"

    인도네시아에서 사업체를 운영하는 채준병씨는 8년째 국립 과학수사연구원과 맞고소 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와 국과수 사이엔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요? 10년 전 작성된 석 장의 토지매매 계약서.

    이야기는 여기서 시작됩니다.

    지난 2005년 1월 채준병씨의 장인 김병문씨는 경기도 광주시의 땅 6백여 제곱미터를 김 모 씨에게 팔았습니다.

    계약서엔 파는 사람 김병문, 사는 사람 김 모 씨로 돼 있습니다.

    땅을 팔 것을 권유한 사람은 공동소유자였던 최 모 씨였다고 합니다.

    [채준병]
    "시세를 아주 잘 쳐줬대요. 그게 얼마냐 그랬더니 평당 110만 원 정도가 된다는 거예요."

    그런데 1년 뒤 양도소득신고를 하려고 등기부등본을 떼 보니 등기가 최 씨 명의로 되어있었습니다.

    [채준병]
    "양도세 떼어보니까 최 모 씨한테 넘어갔다는 거예요. 계약서에 매수인은 김 모 씨인데"

    땅을 산 김 씨 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봤습니다.

    [전화 통화 녹음 내용]
    채준병: 광주 송정동 계약한 일 있죠?
    김OO: 네 네.
    채준병: 그래서 등기가 김OO 씨로 갔습니까?
    김OO: 네 네.
    채준병: 김OO씨 앞으로 등기가 돼 있어요?
    김OO: 예.

    자기가 산 게 맞다는 김씨.

    함께 땅을 판 최 모씨에게도 전화를 걸어 물어봤습니다.

    [전화 통화 녹음]
    채준병: (김00씨에게) 같이 팔긴 팔았어요?
    최모씨: 팔았다니깐.
    복비는 300만 원인데 같이 나누어서 냈잖아.
    채준병: 내가 김 OO한테 팔았지요? 그치요?
    최모씨: 예예. 채준병씨 사람을 왜 그 모양으로 생각해요? 아 나 기분 나쁘네 정말.

    최씨도 시치미를 뗐습니다.

    채준병씨는 등기소에 가서 관련 서류를 떼 보았습니다.

    등기소에 신고 된 부동산 매매계약서는 처음 보는 것이었습니다.

    판 사람은 장인 김병문씨, 산 사람은 최 씨로 돼 있었습니다.

    최 씨 에게 다시 확인했습니다.

    [전화 통화 녹음 내용]
    채준병: 우리 장인어른하고 최 OO씨하고 계약한 거 있습니까?
    최 OO: 장인하고 만난 적도 없는데 뭔 계약서가 있어.

    두 사람이 허위 계약서를 썼다고 판단한 채준병씨는 김 씨와 최 씨를 고소했고 경찰은 국과수에 계약서 감정을 의뢰했습니다.

    그런데 국과수 감정 결과는 의외였습니다.

    등기소에 제출된 계약서가 진짜라는 겁니다.

    만난 적도 없다는 사람들이 계약서를 쓴 게 된 겁니다.

    [채준병]
    "그러니까 국과수는 유령이 계약서를 썼다는 거죠. 한마디로 이상한 국과수죠. 정말로 이상한 국과수. 둘 다 안 썼다는데 국과수는 썼다는 거예요"

    알고 보니 당초 땅 매매계약을 한 김 모 씨와 최 씨는 시누이와 올케 사이였습니다.

    문제의 땅 시세도 3.3제곱미터당 110만 원이 아닌 300~400만 원 수준이었습니다.

    [채준병]
    "매매 직전에 그 땅이 밭에서 주거지역으로 바뀐 거예요.

    그리고 그 바로 앞으로 광주시청이 이전하기로 고지가 됐는데 제가 인도네시아에 있어서 몰랐던 거죠"

    정황은 의심스러웠지만 국과수 감정 결과를 믿은 검찰은 김 씨와 최 씨를 불기소 처분했습니다.

    채준병씨는 다시 부동산 등기 이전을 취소해달라는 민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러자 최 씨는 법정에 이번이 진짜라며 전혀 다른 내용의 계약서를 제출합니다.

    세 번째 계약서가 등장한 겁니다.

    채준병씨는 재판 중에 새로 등장한 계약서인 만큼 당연히 위조라고 주장했지만, 국과수 감정 결과는 이 계약서도 진짜라는 것이었습니다.

    [채준병]
    "진술을 번복하면서 계약서를 또 위조하고 영수증을 위조해서 냈어요. 그러면은 (국과수 감정은) 그것도 다 진짜다. 그러면은 처음에 (감정)한 건 다 거짓말이거든. 진술을 번복할 때마다 뒤에 국과수가 있는 거야. 든든한 국과수가. 그러니까. 마음대로 번복하고 이랬다저랬다 다 진짜야 이게 말이 되냐고요 말이"

    같은 땅을 같은 날에 사고판 계약서인데 땅을 산 사람도 다르고 계약 내용도 다릅니다.

    근데 이게 모두 진짜 계약서라는 겁니다.

    국과수는 과연 어떻게 감정을 한 걸까요? 등기소에 신고된 서류에 찍혀 있는 장인 김병문 씨의 오른손 엄지손가락 지장.

    국과수 감정서에는 '손가락으로 직접 날인된 지문'이라고 돼 있습니다.

    그런데 누구의 손가락인지는 언급이 없습니다. 땅 판 사람 본인의 지문인지 아닌지는 감정하지 않은 겁니다.

    채준병씨는 국과수를 찾아가 따졌습니다.

    [국과수 직원]
    "누구 손가락으로 찍었는지 그거에 대해서는 (감정서에) 얘기 안 했습니다. 동일성(감정)을 안 하지요. 위변조는 (감정을) 하고 동일성(감정)을 안 한다는 거지요"

    지문이 동일한지 아닌지 감정하지 않지만 위조는 아니라는 황당한 얘기. 하지만 국과수 문서감정처리 규정에는 분명히 지문의 동일 여부를 감정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국과수 직원]
    "여기 (문서감정처리) 규정에는 한다고 나와 있어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지금은 없어요.' 왜 지문은 안 하냐?' 이제 저도 지문을 하려고.."

    도장 감정도 이상합니다.

    국과수가 실시한 도장의 중첩 비교 감정. 도장의 인영 이미지를 떠서 겹쳐 보는 감정 기법인데, 같은 도장으로 나왔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국과수가 비교한 2건의 계약서는 모두 피고소인인 최 씨가 제출한 것입니다.

    채준병씨가 모두 위조됐다고 주장하는 도장끼리 비교한 겁니다.

    [국과수 직원]
    "(내가 위조했다고 고소한 것끼리 2개를 비교해 놓고 동일하다 이렇게 해 놓았단 말입니다) 그것은 모르죠. (모른다고 그러면 안 돼요) 수사기관에서 (증거를) 채증해서 저희한테 보냈기 때문에.."

    정확하게 감정하려면 실제 인감도장과 비교하거나 위조가 불가능한 인감증명서의 도장과 비교해야 합니다.

    국과수도 다른 사건에선 그렇게 했지만 이 사건에서는 그렇게 감정하지 않았습니다.

    [국과수 직원]
    "가지고 있는 도장을 숨기기 위해 다른 도장을 제출하는 사람도 있어요 (인감 도장 인영은) 감정 자료로 부적합하기 때문에.."

    채씨는 국과수를 믿지 못하겠다며 한 사설감정소에 지문 감정을 의뢰했습니다.

    결과는 '수지 및 전사', 즉 지문을 긁어내거나 복사하는 방식으로 위변조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었습니다.

    또 다른 감정소에 도장 감정을 맡겼더니 10 곳 넘게 서로 다른 곳이 발견됐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민사 재판부가 감정을 의뢰한 사설 감정소에서는 지문과 도장이 모두 진본이라고 감정했습니다.

    감정하는 곳마다 결과가 제각각인 겁니다.

    2580은 다시 이 매매 계약서의 지문과 도장, 필적을 외국의 감정사들에게 의뢰했습니다.

    싱가포르에선 도장과 필적을, 말레이시아에선 도장과 지문을 각각 감정했는데 모두 위조라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아미돈 아난 /말레이시아 감정사]
    "(도장이 서로) 다른 부분이 있었어요. 위조라는 걸 나타내죠. (위조라고 감정한 부분이 틀릴 수도 잇지 않을까요?) 절대로 불가능하죠. 저는 (위조라고) 100% 확신해요"

    서울 강동구에 사는 정정희 씨는 15년 전 길동 사거리 주변의 땅 2900제곱 미터를 보증금 1억 5천만 원, 월세 1천6백만 원에 김 모 씨로부터 5년간 빌렸습니다.

    정씨 부부는 이 땅에 2층짜리 상가 건물을 지었습니다.

    상가 임대료를 받아 월세도 내고 돈도 벌 생각이었습니다.

    건축비만 해도 10억 원 정도 들었습니다.

    [정정희]
    "온 가족 카드 돈이 다 들어갔죠. 1600만 원씩 계속 월세도 줬고 이런 상태기 때문에 얼른 빨리 어떻게든 건물을 완공하려고 했죠"

    2년 만에 건물을 완공한 정씨 부부는 땅 주인 김 씨와 다시 부동산 임대 계약을 맺었습니다.

    김 씨 명의로 건물을 등기하는 대신 월세 없이 전세로 3년간 땅과 건물을 빌리고, 3년 뒤엔 6억 원을 땅주인 김 씨가 정씨 부부에게 준다는 내용의 전세 계약서를 썼습니다.

    정씨는 첫 달 2700만 원의 임대 수입을 올렸습니다.

    [정정희]
    "일단 좋죠. 돈이 많이 들어오니깐.."

    그런데 석 달 뒤땅 주인 김씨가 자기 땅과 건물에서 나가라며 명도 소송을 걸었습니다.

    그러면서 정 씨가 썼다는 각서 여러 장을 증거로 제출했습니다.

    각서엔 6억 원을 받기로 한 전세 계약서가 효력이 없는 가계약 서라고 적혀 있었고 정 씨의 인감도장이 찍혀 있었습니다.

    [정정희]
    "황당하죠. 제 도장이 아닌데 그게 찍혀 있고.."

    정 씨는 위조 각서라고 주장했고 땅주인 김 씨는 진짜라며 맞섰습니다.

    1심 재판부는 처음의 전세 계약서대로 계약을 이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10억 원 짜리 건물을 아무 대가 없이 남에게 줄 리 없다는 판단이었습니다.

    재판에서 이긴 정 씨는 땅주인 김 씨를 문서 위조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고 경찰은 국과수에 각서 감정을 의뢰했습니다.

    그런데 감정 결과는 이 각서에 찍힌 도장은 정 씨의 진짜 인감도장이라고 나왔습니다.

    상황은 바로 뒤집혔습니다.

    2심 재판부는 김 씨의 손을 들어 정정희 씨와 세입자들에게 건물에서 나가라고 판결했고 대법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매달 1600만원 씩 월세를 내가며 10억 원짜리 건물을 지어서 아무 대가 없이 땅주인에게 준 셈이 된 겁니다.

    [정정희]
    "기가 막히죠 돈은 돈대로 다 잃고.. 내 자식이라도 그렇게 안 하죠"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검찰은 무고와 위증 혐의로 정 씨를 기소했습니다.

    각서를 쓰고도 안 썼다고 법정에서 거짓 증언했고 죄 없는 땅주인을 문서 위조범으로 몰았다는 겁니다.

    재판부는 징역 1년을 선고했고 그녀는 옥살이를 해야 했습니다.

    [정정희]
    "(징역 사는 동안) 나 우리 애들 공부 못 가르친 게 우리 애들 한창 공부할 땐데 공부 못 가르친 거.. 그게 제일 후회스러워요."

    서울 남부터미널 앞에서 가판대를 하는 이용이 씨는 정부의 로또 사업이 처음 시작된 2002년 로또 발권 사업자로 선정됐습니다.

    [이용이]
    "그렇죠. 기분 좋죠. 그 당시에는 열풍이 불어 가지고.. 그때 뭐 (로또 발권기가) 일 억 원의 프리미엄 있다고 했었어요"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로또 발권기는 이 씨의 가게에 설치되지 않았습니다.

    로또 사업 대리자인 은행에 확인해 보니 로또 발권 사업을 포기한다는 서류에 자신의 인감도장이 찍혀 있었습니다.

    [이용이]
    "내가 왜 이거를 해지를 하겠어요? 해지할 이유가 하나도 없잖아요.
    (발권기를 판매를 해도) 1억 원 받는다고 소문이 파다하고.. 남을 빌려줘도 반씩은 벌이가 되는데.."

    서류를 자세히 보니 찍혀 있는 도장이 자신의 인감도장과는 확연히 달랐습니다.

    이 씨의 실제 인감도장입니다.

    마지막 '이'자의 사람인 변 두 획 사이에는 아무런 획이 없습니다.

    은행 서류에 찍혀 있는 도장입니다.

    사람인 변 사이에 뚜렷이 획이 그어져 있습니다.

    인감도장엔 없는 획이 생겨난 겁니다.

    이 씨는 도장을 위조한 것이라며 은행 직원을 서류 위조로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하지만 국과수 감정에선 이번에도 서류에 찍힌 도장은 이 씨의 인감도장이 맞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사람인 변이 왜 다른 건지에 대해선 어떠한 언급도 없었습니다.

    국과수는 도장을 찍을 때 인주가 잘못 묻어서 그렇게 된 거라고 설명했습니다.

    [국과수 직원]
    "인주가 밀려서 인주 찌꺼기가 인획 사이에 끼어서 인획으로 나온 부분은 이렇게 나온 거고.."

    국과수 감정으로 진짜로 결론난 서류 원본과 똑같이 복사했다는 의미의 원본대조필 도장이 찍혀 있습니다.

    원본과 똑같이 복사했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2004년 경찰서에 증거로 제출된 서류엔 결재 도장이 찍혀있는데 1년 뒤 은행에서 확인한 서류에는 없습니다.

    반드시 있어야 할 등기소의 도장과 수입 필증도 나타났다 사라졌다 하고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서로 다른 질권 설정서가 모두 6개나 됩니다.

    [이용이]
    "6개가 다 달라요. 어떻게 원본이 하나여야지 6개가 다 달라요"

    하지만 검찰은 국과수 감정 결과를 받아들였고 은행 직원을 무고했다며 이 씨를 기소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그녀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습니다.

    [이용이]
    "(자식들이) 엄마 빨리 동생 우리 식구 봐서 나와야지 안 된다고 하는 거예요. 그러니깐 1년을 어떻게 살겠어요. 그 안에서요. 그리고 맨날 얘가 막내가 와서 우는 거예요"

    그녀는 감옥에서 나가기 위해 2심 재판에서 자신이 도장을 찍었다고 시인했고 형을 감면받아 집행유예로 4개월 만에 나왔습니다.

    김현배 씨는 4년 전 여동생 부부와 함께 한 생수회사의 대리점을 운영했습니다.

    그런데 본사에서 갑자기 1억 2천만 원의 미수금이 밀렸다며 이를 갚으라고 요구해왔습니다.

    본사는 10가지의 서류를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김 씨가 거래한 적도 없는 세금계산서와 채권양도계약서, 여기에 여동생 부부의 집을 담보로 잡히겠다는 담보 제공 승낙서까지 있었습니다.

    모두 처음 보는 것들이었는데 김 씨 대리점의 도장이 찍혀 있었습니다.

    [김현배]
    "영업사원은 끝까지 우리 가족들한테 협박해가지고 내일 이 돈을 안 갚으면은 한신 상사(김 씨 대리점)가 내일 아침에 부도가 난다"

    김 씨는 본사 영업사원이 서류를 위조했다며 고소했고 국과수가 이 서류들을 감정했습니다.

    감정 결과는 이 서류들이 모두 진짜라는 것이었습니다.

    김 씨는 이후 재판에서 모두 졌고 가족은 외국으로 떠났습니다.

    담보로 잡힌 걸로 돼 있는 여동생 부부의 집은 경매로 넘어갔고 가족들은 길거리로 쫓겨났습니다.

    [김현배]
    "우리 조카 놈이 이제 결혼한 지 6개월도 안 돼 가지고 길바닥에 나왔는데 길바닥에서 난동을 치고 그 짐을 다 바리바리 싸 가지고 (제가 그렇게) 만든 장본인인데 내 심정은 말로 하겠습니까?"

    이 충격으로 여동생의 남편은 쓰러졌고, 여덟 달 만에 혼수상태에서 깨어났지만 여전히 정신도 몸도 온전치 못한 상태입니다.

    [김현배 &최현기]
    "나 많이 미워했어? (아니 미워하긴 왜..) 우리 미워하지 말자" 모든 걸 빼앗긴 김현배 씨는 이때부터 컨테이너에서 생활하며 4년간 매일 생수회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습니다.

    이미지 추락을 우려한 본사는 자체 조사를 실시했고, 김 씨에게 영업사원이 서류를 일부 위조했다는 사실을 시인했습니다.

    [OOO 전무/ OO 생수회사]
    "세금 계산서 같은 경우에는 저희가 조사를 해보니깐 우리 직원이 사실대로 이야기를 해줬습니다.
    조** 과장이 작성을 한 거고 그래서 이 부분은 실제 잘못된 거다. 계약서 같은 경우는 조** 과장이 자기 무인이 맞다. 자기 사인이 맞다. 뭐 상황이 어쨌든지 간에 사장님께 도의적으로 본인이 잘못했다고 사과를 드리겠다 이렇게.."

    위조가 아니라는 국과수 감정이 틀렸다는 말입니다.

    [김현배]
    "국과수는 이런 허위 감정을 갖고 억울하게 누명을 씌우고 4년이란 세월을 길바닥에서 처자식한테 버림받는, 진짜 처자식한테 버림받았다는 그 말 한마디가 저는 잊을 수가 없습니다"

    국과수는 취재 과정에서 문제가 된 감정 결과에 대해 자신들의 감정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영수 실장/국과수]
    "민원이 제기되면은 이걸 전반적으로 다시 검토를 하고 그분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다 설명하고 다 했었고 그런데도 계속 (민원 제기)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저도 참 마음이 아픕니다"

    국과수와 싸우는 사람들은 국과수의 감정 결과가 틀렸을 뿐만 아니라 국과수가 만든 문서도 조작된 흔적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주장은 사실일까요? 관보에 등록돼 있는 국과수 관인입니다.

    1997년부터 2010년까지 사용된 관인은 모서리가 둥글게 돼 있습니다.

    그런데 앞선 채준병 씨 사건의 국과수 감정서에 찍혀 있는 관인은 모서리가 뾰족합니다.

    국과수는 '변경된 것처럼 보일 뿐 (정식 관인과) 동일한 관인'이라고 답변했습니다.

    취재진이 확인하자 국과수는 실제 관인을 찍은 뒤 붉은색 펜으로 모서리를 다시 그려서 그렇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이영수 실장]
    "(총무과 직원이) 펜으로 (그려서) 이 직각을 만들었더라고요. 우리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저희가 관여할 사항이 아니잖아요"

    채 씨는 이 공문을 만든 국과수 감정사들을 전자 문서 위조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지만 오히려 채 씨가 무고 혐의로 체포됐던 겁니다.

    실제 국립 과학수사연구소의 감정이 틀린 것으로 확인된 적도 있습니다.

    지난 2003년 대구에 사는 권순모씨는 백 모 씨가 자신이 발행한 수표의 도장을 위조했다고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하지만 국과수는 수표와 도장이 진짜라고 감정했고 권 씨는 백씨를 무고한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그런데 백씨가 이 도장을 자신이 위조한 게 맞는다며 뒤늦게 경찰에 자백을 했습니다.

    [권순모]
    "(국과수에서) 단 한 마디 사과, 전화 이런 건 없었습니다. 제가 한 달 동안 옥살이해서 회사와 모든 게 날아갔는데.."

    사설 감정소는 어떨까. 취재진은 도장을 위조해 사설 감정소 세 곳에 맡겨봤습니다.

    감정사들에게 이 도장이 위조된 것이라고 사실대로 밝혔습니다.

    [OOO 사설 감정사]
    "(이 도장을 똑같이 만든 거예요. 이 도장 찍힌 걸로 이거를 다른 분한테 똑같이 만들어 달라 그런 거예요) 아 이걸 근거로 다시 위조했는데 같으냐 틀리느냐를 봐달란 건가요?

    이런 식으로 모두 세 곳에 감정을 맡겼더니 두 곳에서 위조가 아닌 진짜 도장이라고 감정했습니다.

    [OOO 사설 감정사]
    "이 정도는 같다고 나와. 어딜 가든. 그러니까 감정서 받고 자시고 할 필요가 없어요"

    [사설 감정사 (전 국과수 직원)]
    "(똑같이 나왔어요? 우린 좋지 쓰면 되겠네) 영수증 찍은 거하고 백지에 찍은 거 파란 부분이 같다는 거예요"

    한 감정사는 위조 도장을 사용하는 방법까지 알려줍니다.

    [OOO 사설 감정사]
    "이런 식으로 찍지 말아요.신문지에다 두 군데 찍고 연습을 해요. 서류를 세 개쯤 만들어서 제일 희미하게 찍히는 도장인데 획은 다 나와야 돼요"

    이 때문에 피해자들은 국과수든 사설 감정소든 문서 감정 결과를 절대적으로 믿어선 안된다고 말합니다.

    [이희숙/ 국과수 민원제기]
    "너무 억울하니깐 사설 감정인을 찾아다니게 돼요. 이 사설 감정인들도 제대로 감정을 안 하고 다 엉터리로 감정을 하더라고요"

    이들의 분노와 상실감은 국과수는 물론 그 감정을 절대적인 잣대로 삼고 있는 사법체계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과수의 잘못을 법적인 절차를 통해 밝혀내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국과수 자체가 사법기관에 참과 거짓을 판별해 알려주는 기관이기 때문입니다.

    [정정옥]
    "국과수 감정인을 고소해야 해결되는 사건입니다. 그런데 고소를 하지만은 아무리 해도 수사가 안 되는 거예요.
    그러니깐 우리는 벗어날 길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국과수 내부의 오류검증 기능을 강화하고 국과수의 오류 가능성을 검증하고 견제, 감사하는 제3의 기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김상채 변호사]
    "현실적으로 국과수 감정인보다 더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감정인을 찾기가 매우 어려운 실정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해외의 전문기관에 의뢰하는 것도 한 방법으로.."

    진실을 밝히는 과학의 힘 과학의 권위로 무장된 국과수의 감정 결과 가운데는 실수든 고의든 오류가 심심찮게 발견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문제는 우리 사법기관이 국과수의 감정 결과를 절대적인 판단의 근거로 삼고 있다는 겁니다.

    국과수 자신과 사법기관이 감정의 오류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맞다는 태도만 고집한다면 잘못된 행정은 반복되고, 그 피해자도 계속 나올 겁니다.

    국과수가 틀릴 리가 없다는 말은 전혀 과학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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