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매거진2580
노경진 기자
노경진 기자
위험한 청소년 캠프
위험한 청소년 캠프
입력
2015-11-30 12:01
|
수정 2015-12-15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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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여름 한 정신수련단체가 진행한 여름캠프에서 재미교포 중학생 김 모군이 뇌진탕으로 응급실에 실려 가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캠프 측은 혼자 장난치다 미끄러졌다고 설명했지만 알고 보니 다른 학생의 폭행으로 기절했던 것입니다.
이 밖에도 상습적인 폭행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지만 캠프 측은 관리 책임을 나 몰라라 하고 있습니다.
2013년 사설 해병대 캠프에서 고교생 5명이 숨지는 등 방학을 이용한 청소년 캠프의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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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교포 한 모 씨는 지난여름 방학을 맞아 한국에 왔다가 중학생인 아들 김 모 군을 전북 남원에서 진행된 청소년 캠프에 보냈습니다.
한국에 대한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어 보낸 캠프.
그런데 일주일만인 지난 8월 2일 캠프로부터 아들이 다쳤다며 병원 응급실로 오라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가보니 아들의 얼굴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어있었습니다.
[한 ○○ 피해 학생어머니]
"완전히 참혹한 얼굴인 거예요. 이마는 완전히 막 부풀어 올라가지고 막 되어있고 얼굴이랑 옷 이런 데에 핏자국도 있고 완전히 얼굴이 붓고 퍼렇고 이런 상태로 되어 있는 거예요."
김 군은 뇌진탕과 코 뼈, 치아 골절 등의 진단을 받았습니다.
[한 ○○ 피해 학생어머니]
"(며칠 뒤) 얘가 밤새도록 잠을 안 자고 혼자 막 웃다가 울었다가 막 이러더라고요. 저도 너무너무 무서웠어요. 아침에 일어나서 뭐 좀 아이가 이제 시무룩하게 있더니 몇 시간 지나서 머리가 아프다고 막 비명을 지르는 거예요."
김 군은 사고 충격으로 지금도 당시 상황을 잘 기억하지 못 합니다.
[김 군]
"기억 안 나요. 그냥 병원에서 깨어나는 거, 그것도 계속 막 꿈같은 게 계속 보였어요. 그 차 안에 있는 건 기억나요, 이렇게 한 번 눈 떴어요. 차 안에서."
캠프 측은 김 군이 친구에게 장난을 치다가 미끄러져 넘어졌다고 설명했습니다.
[한 ○○ 피해 학생 어머니]
"애가 어떻게 하다가 이렇게 됐냐고 그랬더니 아침에 밥 먹으려고 줄을 서 있다가 식당 앞에서 앞에 있는 애한테 기대다가 앞에 있는 애가 빠지니까 넘어지고 그래서 바닥에 얼굴을 깨졌다."
[캠프 관계자]
"처음엔 애들 얘기를 듣고 정말 미끄러져 넘어져서 사고가 난 줄 알았대요. 선생님들도 사고 원인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대요."
수백 명의 초, 중, 고생이 어울려 보름간 함께 지내는 청소년 인성 캠프.
사춘기 아이들이 모여있다 보면 예기치 않은 돌발 사고도 일어날 수 있을 겁니다.
김 군 가족은 그렇게 생각하며 치료에 전념했지만, 출국하기 직전 밝혀진 사건의 진상은 그냥 덮고 지나가기엔 너무 황당했습니다.
사고가 나고 보름 뒤, 김 군과 함께 캠프에 참여했던 고등학생 정모 군이 병문안을 왔습니다.
이 자리에서 어머니 한 모 씨는 정군에게 놀라운 얘기를 들었습니다.
김 군이 스스로 넘어진 게 아니라 뒤에 서있던 학생이 장난을 친다며 김 군의 목을 팔로 감다가 그만 숨이 막혀 기절했다는 겁니다.
[정○○/(음서대역) 캠프 참가 학생]
"그걸 전혀 모르시더라고요. 친구가 장난쳐서 그런 걸. 그래서 뭐지? 캠프 측에서는 그냥 지 혼자 넘어져서 그렇게 된 거라고 알고 계시더라고요."
한 씨는 아들이 폭행의 피해자였다는 사실에 말문이 막혔습니다.
캠프 측이 그 사실을 전혀 알리지 않았다는 것에 큰 분노를 느꼈습니다.
[한 ○○ 피해 학생 어머니]
"애가 다친 것도 너무너무 견딜 수가 없이 고통스러웠고 머리를 다쳤기 때문에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끔찍하고 무서운 일인데, 더군다나 거짓말까지 캠프에서 거짓말을 했다는 거 자체는 정말 너무너무 배반감이랑 그런 거는 말할 수가 없었어요."
캠프 관계자는 처음엔 자신들도 진상을 몰랐다며 고의로 숨긴 건 전혀 아니라고 답했습니다.
[서석목 사무국장/캠프 운영단체]
"실제 캠프 담당자들도 그 현장에서 목격을 못했기 때문에 솔직히 본 적이 없었고 그걸 일부러 속일 이유가 없잖습니까."
오히려 병문안을 갔던 정군이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며, 당시 상황을 과장되게 설명한 거라고 답했습니다.
[캠프운영단체계자]
"사실 이 고등학생은 우울증 치료를 받던 친구거든요. 그 고등학생 얘기가 좀 많이 과장이 됐는데, 그 얘기를 듣고 (어머니가) 그다음에 문제 제기를 한 것 같다고."
과연 정군의 설명은 과장됐을까.
취재진은 당시 함께 캠프에 참여했던 학생들에게 직접 확인해봤습니다.
김 군과 식당에서 줄을 섰던 학생들 대부분 자세히 상황을 목격했고, 내용도 대부분 일치했습니다.
[최 ○○/(음성대역) 캠프 참가 학생]
"그 형인가 하는 그 사람은 목 조르잖아요. 그냥 피 토하고 쓰러지던데요. (아 그걸 다 직접 보셨어요?) 네."
[박 ○○/(음성대역) 캠프 참가 학생]
"몇 분 정도 뒤에서 헤드락을 걸었어요. (몇 분 정도 뒤에서 헤드락을 걸었다고요?) 네. 어우 피가 그냥 갑자기 이리 지리 피를 토해가지고 옷에 다 묻은 다음에 바로 바닥에 쓰러져가지고."
일부러 숨긴 게 아니라는 캠프 측의 말이 맞다면, 캠프 측은 당시 학생들은 목격했다는 사건 정황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는 얘기가 됩니다.
[한 ○○ 피해 학생 어머니]
"애들이 그런 끔찍한 장난을 치는데도 아무도 말리지 못했고, 이렇게 됐구나.. 이런 생각을 잠시 했는데, 선생님이 바로 옆에 있었다는 걸 들으니까 정말 할 말이 없는 거예요."
캠프 진행 당시, 학생들의 휴대전화는 모두 수거된 상황.
가해학생도 사건 이후 부모에게 사실을 알려야 하는 것 아니냐고 캠프 측에 수차례 요청했지만 묵살된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습니다.
어머니 한 씨는 직접 사건 경위 파악에 나섰고 그 결과 또 다른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 사고가 있기 전부터 김 군이 속했던 방에서 계속 폭력행위가 있었다는 겁니다.
[수련관 담당 직원]
"(이런데 보통 학생들은 몇 명 정도가 되나요?) 이쪽에 있는 방은 한 9명에서 10명 정도.."
평소엔 10명 정도 쓴다는 이 방에 고등학생 2명과 중 2학생 2명, 그리고 중 1학생 10여 명 등 15명이 비좁게 지냈습니다.
이 가운데 한 학생이 어린 학생들에게 여러 번 폭력을 휘둘렀다는 것.
[박 ○○/(음성대역) 캠프 참가 학생]
"주먹 갖다가 인정사정 없이 그냥 머리 때리고 막 헤드락 걸고 바닥에 눕히고 발로 밟고 막 구타했어요."
[조 ○○/(음성대역) 캠프 참가 학생]
"때릴 때도 있었고 때려서 울리기도 했어요. 주먹으로 얼굴은 안 하고요. 몸이랑 팔. 이런데요."
한 학생은 화장실로 불려가 위협도 당했다고 합니다.
[박 ○○/(음성대역) 캠프 참가 학생]
"저는 형이 혼자 저를 화장실에 데려가서 교육 간단히 교육시키고 까불지 말라고 나대지 말라고.."
하지만 방을 관리하던 도우미 교사는 적극적으로 말리거나 문제를 해결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조 ○○/(음성대역) 캠프 참가 학생]
"00이도 계속 우는데 선생님한테 말한 적도 있는데 그냥 계속 참으라고 하고 그 선생님도 조금 그런 것 같아요."
[박 ○○/(음성대역) 캠프 참가 학생]
"이거를 그 분도 알긴 알아요. 알긴 아는데 이거를 어떻게 혼내거나 아니면 높은 사람들에게 알려야 되는데 이거를 그냥 하지 마 하지 마 한 다음에 그냥 없던 일 취급하니까.."
결국 김 군이 중상을 입는 사고까지 터지자 이 방 학생 15 명 가운데 5명이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도중에 캠프를 떠났습니다.
캠프 측은 학생들이 나간 건 적응을 못해 캠프 측에서 내보낸 거라며, 폭력 문제는 전혀 없었다고 합니다.
[서석목 사무국장/캠프 운영단체]
"거기에서 애들끼리 투닥투닥 하고 그런 부분은 있을 수 있는 부분이지만 그런 부분을 폭행이라고 하는 부분은 조금 무리가 있을 것 같고, 선생님한테 이야기한 것 같으면 그러면 절대 그거를 안 하고 조치를 다 하는 부분이고 그래요.."
피해자 김 군은 현재 미국으로 돌아간 상황.
겉으로 드러난 상처는 아물었지만 끊임없이 찾아오는 몸 곳곳의 통증에 여전히 시달리고 있습니다.
[김 군]
"여기 밑에 입에 막 씹을 때 아프고 여기 이렇게 범프가 생겼어요. 그리고 뇌진탕이 있어요 목욕하면 막 머리가 되게 아파요."
[한 ○○ 피해 학생 어머니]
"가끔가다가 밤에 잘 때 혼자 막 일어나기도 하고 혼자 울기도 하고 무섭다고 막 밤에 불 다 키고 하여튼 그전에는 없었던 이상한 행동들을 좀 하고 그래요. 그걸 보면 너무 가슴 아프죠. 진짜."
미국 병원에선 통증이 악화되지 않도록 6개월간 운동, 악기 연주 등의 모든 신체 활동을 일체 금지했습니다.
부푼 가슴을 안고 고국방문에 나섰던 김 군 가족.
돌아온 건 실망과 고통스런 기억뿐이었습니다.
[한 ○○ 피해 학생 어머니]
"저의 고국이잖아요. 고국에 대한 항상 그리움이 있고 또 항상 가면 좋을 거 같고 이런 생각으로 갔는데 되려 거기서 폭행을 당하고 거짓말 배신 이런 걸 당하니까 두 번 다신 한국에 오는 게 겁나고 가고 싶지 않고요."
캠프에서 벌어진 폭력사고와 졸속 처리 과정.
문제가 된 캠프는 초, 중, 고 생 4백 명이 보름간 참여한 대규모 캠프였지만, 어디에 신고되거나 어떤 곳에서도 관리받지 않았고, 철저한 법의 사각지대에 있었습니다.
2013년 7월 충남 태안에서 구명조끼도 없이 물에 들어갔다가 파도에 휩쓸려 5명의 고교생들이 목숨을 잃은 해병대 캠프 사고.
인명구조 능력이 없는 아르바이트생을 교관으로 고용하는 등 조사 결과 곳곳에서 부실한 관리, 운영 실태가 드러나자 정부는 청소년 수련 시설 대책을 마련했습니다.
[이경옥/안전행정부 제2차관]
"청소년 체험 프로그램은 반드시 신고하도록.."
작년에 개정된 청소년활동진흥 법에 따르면 청소년 캠프를 운영하는 단체는 해당 지자체에 프로그램 내용과 운영진, 위험 여부 등을 사전에 신고해야 하고, 관리 감독도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이번 캠프는 주최단체가 소재한 논산시나 수련원이 있는 남원시, 청소년활동을 담당하는 여성가족부, 어느 곳에도 신고되지 않았습니다.
캠프 운영단체가 종교재단이기 때문입니다.
청소년들이 장기간 외부에서 숙박하는 캠프 활동이란 것엔 차이가 없지만, 신고는 사설 캠프 같은 영리단체만 하면 되고, 종교단체나 비영리재단에서 운영하는 캠프는 신고, 관리 대상에서 예외로 빠져있습니다.
[김정숙 과장/논산시청 평생교육과]
"종교단체에서 법회를 한다든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종교활동은 많지 않습니까? 그래서 저희가 법의 테두리 안에 있지 않은 것은 일일이 현재 상황으로서 다 확인을 할 수 없는 상황이고.."
정작 이 캠프를 홍보하는 홈페이지는 교육계 전문가들이 만들어가는 인성 캠프, 명상을 통한 잠재력, 창의력 향상 효과 등을 강조할 뿐이서 종교단체에서 운영한다는 건 학부모조차 모르고 있었습니다.
[한○○]
"인성교육을 통해서 아이들이 집중력이 생기고 긍정적인 사고를 하게 된다. 약간 교육적인 차원으로 보게 됐지.. 종교가 아니라는 것처럼 보여지게 해놓고서는 법적으론 종교이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 이거는 정말 이해가 안되고, 알았으면 절대 안 보내요."
또, 이 캠프가 신고됐더라도, 관리가 제대로 이뤄졌을지는 미지수입니다.
감독 책임이 있는 지자체가 캠프 현장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현행법엔 캠프가 설악산이나 지리산 같은 곳에서 진행되더라도, 캠프 운영단체가 논산에 있다면 논산에서 관리 감독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직접 인증했다며 홈페이지까지 만들어 홍보하는 각종 청소년 체험활동들이 제대로 관리되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김정숙 과장/논산시청 평생교육과]
"청소년 부서가 팀장 대원 둘인데 여기 업무도 많은데 제주도, 강원도까지 가서 확인을 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그런 제도라고 보고 있습니다."
2년 전 태안 해병대 캠프 사고로 고교생 아들을 잃은 이후식 씨.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 더 이상의 유사 피해를 막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왔지만, 되풀이되는 사고를 볼 때마다 가슴이 미어진다고 합니다.
[이후식/해병대 캠프 사고 희생자 아버지]
"학생이든 일반인이든 희생을 당했으면 그 희생을 당한 댓가로 인해서 무언가 그 부분에 대해 예방할 수 있는 그런 법이 개선돼야 되는데.."
1999년 씨랜드 참사부터 지난해 경주 리조트 붕괴까지 청소년 수련원 사고는 끊임없이 발생하고 대책도 그때마다 발표됐지만 여전히 운영 관리는 허술한 곳이 많습니다.
다양한 체험활동과 프로그램으로 건강한 심신과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주는 청소년 캠프.
주최단체의 자격을 철저히 심사하고, 시설물과 적정인원을 점검하는 등 관계당국의 꼼꼼한 법망 정비와 관리 감독이 필요해 보입니다.
캠프 측은 혼자 장난치다 미끄러졌다고 설명했지만 알고 보니 다른 학생의 폭행으로 기절했던 것입니다.
이 밖에도 상습적인 폭행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지만 캠프 측은 관리 책임을 나 몰라라 하고 있습니다.
2013년 사설 해병대 캠프에서 고교생 5명이 숨지는 등 방학을 이용한 청소년 캠프의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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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교포 한 모 씨는 지난여름 방학을 맞아 한국에 왔다가 중학생인 아들 김 모 군을 전북 남원에서 진행된 청소년 캠프에 보냈습니다.
한국에 대한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어 보낸 캠프.
그런데 일주일만인 지난 8월 2일 캠프로부터 아들이 다쳤다며 병원 응급실로 오라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가보니 아들의 얼굴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어있었습니다.
[한 ○○ 피해 학생어머니]
"완전히 참혹한 얼굴인 거예요. 이마는 완전히 막 부풀어 올라가지고 막 되어있고 얼굴이랑 옷 이런 데에 핏자국도 있고 완전히 얼굴이 붓고 퍼렇고 이런 상태로 되어 있는 거예요."
김 군은 뇌진탕과 코 뼈, 치아 골절 등의 진단을 받았습니다.
[한 ○○ 피해 학생어머니]
"(며칠 뒤) 얘가 밤새도록 잠을 안 자고 혼자 막 웃다가 울었다가 막 이러더라고요. 저도 너무너무 무서웠어요. 아침에 일어나서 뭐 좀 아이가 이제 시무룩하게 있더니 몇 시간 지나서 머리가 아프다고 막 비명을 지르는 거예요."
김 군은 사고 충격으로 지금도 당시 상황을 잘 기억하지 못 합니다.
[김 군]
"기억 안 나요. 그냥 병원에서 깨어나는 거, 그것도 계속 막 꿈같은 게 계속 보였어요. 그 차 안에 있는 건 기억나요, 이렇게 한 번 눈 떴어요. 차 안에서."
캠프 측은 김 군이 친구에게 장난을 치다가 미끄러져 넘어졌다고 설명했습니다.
[한 ○○ 피해 학생 어머니]
"애가 어떻게 하다가 이렇게 됐냐고 그랬더니 아침에 밥 먹으려고 줄을 서 있다가 식당 앞에서 앞에 있는 애한테 기대다가 앞에 있는 애가 빠지니까 넘어지고 그래서 바닥에 얼굴을 깨졌다."
[캠프 관계자]
"처음엔 애들 얘기를 듣고 정말 미끄러져 넘어져서 사고가 난 줄 알았대요. 선생님들도 사고 원인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대요."
수백 명의 초, 중, 고생이 어울려 보름간 함께 지내는 청소년 인성 캠프.
사춘기 아이들이 모여있다 보면 예기치 않은 돌발 사고도 일어날 수 있을 겁니다.
김 군 가족은 그렇게 생각하며 치료에 전념했지만, 출국하기 직전 밝혀진 사건의 진상은 그냥 덮고 지나가기엔 너무 황당했습니다.
사고가 나고 보름 뒤, 김 군과 함께 캠프에 참여했던 고등학생 정모 군이 병문안을 왔습니다.
이 자리에서 어머니 한 모 씨는 정군에게 놀라운 얘기를 들었습니다.
김 군이 스스로 넘어진 게 아니라 뒤에 서있던 학생이 장난을 친다며 김 군의 목을 팔로 감다가 그만 숨이 막혀 기절했다는 겁니다.
[정○○/(음서대역) 캠프 참가 학생]
"그걸 전혀 모르시더라고요. 친구가 장난쳐서 그런 걸. 그래서 뭐지? 캠프 측에서는 그냥 지 혼자 넘어져서 그렇게 된 거라고 알고 계시더라고요."
한 씨는 아들이 폭행의 피해자였다는 사실에 말문이 막혔습니다.
캠프 측이 그 사실을 전혀 알리지 않았다는 것에 큰 분노를 느꼈습니다.
[한 ○○ 피해 학생 어머니]
"애가 다친 것도 너무너무 견딜 수가 없이 고통스러웠고 머리를 다쳤기 때문에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끔찍하고 무서운 일인데, 더군다나 거짓말까지 캠프에서 거짓말을 했다는 거 자체는 정말 너무너무 배반감이랑 그런 거는 말할 수가 없었어요."
캠프 관계자는 처음엔 자신들도 진상을 몰랐다며 고의로 숨긴 건 전혀 아니라고 답했습니다.
[서석목 사무국장/캠프 운영단체]
"실제 캠프 담당자들도 그 현장에서 목격을 못했기 때문에 솔직히 본 적이 없었고 그걸 일부러 속일 이유가 없잖습니까."
오히려 병문안을 갔던 정군이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며, 당시 상황을 과장되게 설명한 거라고 답했습니다.
[캠프운영단체계자]
"사실 이 고등학생은 우울증 치료를 받던 친구거든요. 그 고등학생 얘기가 좀 많이 과장이 됐는데, 그 얘기를 듣고 (어머니가) 그다음에 문제 제기를 한 것 같다고."
과연 정군의 설명은 과장됐을까.
취재진은 당시 함께 캠프에 참여했던 학생들에게 직접 확인해봤습니다.
김 군과 식당에서 줄을 섰던 학생들 대부분 자세히 상황을 목격했고, 내용도 대부분 일치했습니다.
[최 ○○/(음성대역) 캠프 참가 학생]
"그 형인가 하는 그 사람은 목 조르잖아요. 그냥 피 토하고 쓰러지던데요. (아 그걸 다 직접 보셨어요?) 네."
[박 ○○/(음성대역) 캠프 참가 학생]
"몇 분 정도 뒤에서 헤드락을 걸었어요. (몇 분 정도 뒤에서 헤드락을 걸었다고요?) 네. 어우 피가 그냥 갑자기 이리 지리 피를 토해가지고 옷에 다 묻은 다음에 바로 바닥에 쓰러져가지고."
일부러 숨긴 게 아니라는 캠프 측의 말이 맞다면, 캠프 측은 당시 학생들은 목격했다는 사건 정황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는 얘기가 됩니다.
[한 ○○ 피해 학생 어머니]
"애들이 그런 끔찍한 장난을 치는데도 아무도 말리지 못했고, 이렇게 됐구나.. 이런 생각을 잠시 했는데, 선생님이 바로 옆에 있었다는 걸 들으니까 정말 할 말이 없는 거예요."
캠프 진행 당시, 학생들의 휴대전화는 모두 수거된 상황.
가해학생도 사건 이후 부모에게 사실을 알려야 하는 것 아니냐고 캠프 측에 수차례 요청했지만 묵살된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습니다.
어머니 한 씨는 직접 사건 경위 파악에 나섰고 그 결과 또 다른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 사고가 있기 전부터 김 군이 속했던 방에서 계속 폭력행위가 있었다는 겁니다.
[수련관 담당 직원]
"(이런데 보통 학생들은 몇 명 정도가 되나요?) 이쪽에 있는 방은 한 9명에서 10명 정도.."
평소엔 10명 정도 쓴다는 이 방에 고등학생 2명과 중 2학생 2명, 그리고 중 1학생 10여 명 등 15명이 비좁게 지냈습니다.
이 가운데 한 학생이 어린 학생들에게 여러 번 폭력을 휘둘렀다는 것.
[박 ○○/(음성대역) 캠프 참가 학생]
"주먹 갖다가 인정사정 없이 그냥 머리 때리고 막 헤드락 걸고 바닥에 눕히고 발로 밟고 막 구타했어요."
[조 ○○/(음성대역) 캠프 참가 학생]
"때릴 때도 있었고 때려서 울리기도 했어요. 주먹으로 얼굴은 안 하고요. 몸이랑 팔. 이런데요."
한 학생은 화장실로 불려가 위협도 당했다고 합니다.
[박 ○○/(음성대역) 캠프 참가 학생]
"저는 형이 혼자 저를 화장실에 데려가서 교육 간단히 교육시키고 까불지 말라고 나대지 말라고.."
하지만 방을 관리하던 도우미 교사는 적극적으로 말리거나 문제를 해결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조 ○○/(음성대역) 캠프 참가 학생]
"00이도 계속 우는데 선생님한테 말한 적도 있는데 그냥 계속 참으라고 하고 그 선생님도 조금 그런 것 같아요."
[박 ○○/(음성대역) 캠프 참가 학생]
"이거를 그 분도 알긴 알아요. 알긴 아는데 이거를 어떻게 혼내거나 아니면 높은 사람들에게 알려야 되는데 이거를 그냥 하지 마 하지 마 한 다음에 그냥 없던 일 취급하니까.."
결국 김 군이 중상을 입는 사고까지 터지자 이 방 학생 15 명 가운데 5명이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도중에 캠프를 떠났습니다.
캠프 측은 학생들이 나간 건 적응을 못해 캠프 측에서 내보낸 거라며, 폭력 문제는 전혀 없었다고 합니다.
[서석목 사무국장/캠프 운영단체]
"거기에서 애들끼리 투닥투닥 하고 그런 부분은 있을 수 있는 부분이지만 그런 부분을 폭행이라고 하는 부분은 조금 무리가 있을 것 같고, 선생님한테 이야기한 것 같으면 그러면 절대 그거를 안 하고 조치를 다 하는 부분이고 그래요.."
피해자 김 군은 현재 미국으로 돌아간 상황.
겉으로 드러난 상처는 아물었지만 끊임없이 찾아오는 몸 곳곳의 통증에 여전히 시달리고 있습니다.
[김 군]
"여기 밑에 입에 막 씹을 때 아프고 여기 이렇게 범프가 생겼어요. 그리고 뇌진탕이 있어요 목욕하면 막 머리가 되게 아파요."
[한 ○○ 피해 학생 어머니]
"가끔가다가 밤에 잘 때 혼자 막 일어나기도 하고 혼자 울기도 하고 무섭다고 막 밤에 불 다 키고 하여튼 그전에는 없었던 이상한 행동들을 좀 하고 그래요. 그걸 보면 너무 가슴 아프죠. 진짜."
미국 병원에선 통증이 악화되지 않도록 6개월간 운동, 악기 연주 등의 모든 신체 활동을 일체 금지했습니다.
부푼 가슴을 안고 고국방문에 나섰던 김 군 가족.
돌아온 건 실망과 고통스런 기억뿐이었습니다.
[한 ○○ 피해 학생 어머니]
"저의 고국이잖아요. 고국에 대한 항상 그리움이 있고 또 항상 가면 좋을 거 같고 이런 생각으로 갔는데 되려 거기서 폭행을 당하고 거짓말 배신 이런 걸 당하니까 두 번 다신 한국에 오는 게 겁나고 가고 싶지 않고요."
캠프에서 벌어진 폭력사고와 졸속 처리 과정.
문제가 된 캠프는 초, 중, 고 생 4백 명이 보름간 참여한 대규모 캠프였지만, 어디에 신고되거나 어떤 곳에서도 관리받지 않았고, 철저한 법의 사각지대에 있었습니다.
2013년 7월 충남 태안에서 구명조끼도 없이 물에 들어갔다가 파도에 휩쓸려 5명의 고교생들이 목숨을 잃은 해병대 캠프 사고.
인명구조 능력이 없는 아르바이트생을 교관으로 고용하는 등 조사 결과 곳곳에서 부실한 관리, 운영 실태가 드러나자 정부는 청소년 수련 시설 대책을 마련했습니다.
[이경옥/안전행정부 제2차관]
"청소년 체험 프로그램은 반드시 신고하도록.."
작년에 개정된 청소년활동진흥 법에 따르면 청소년 캠프를 운영하는 단체는 해당 지자체에 프로그램 내용과 운영진, 위험 여부 등을 사전에 신고해야 하고, 관리 감독도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이번 캠프는 주최단체가 소재한 논산시나 수련원이 있는 남원시, 청소년활동을 담당하는 여성가족부, 어느 곳에도 신고되지 않았습니다.
캠프 운영단체가 종교재단이기 때문입니다.
청소년들이 장기간 외부에서 숙박하는 캠프 활동이란 것엔 차이가 없지만, 신고는 사설 캠프 같은 영리단체만 하면 되고, 종교단체나 비영리재단에서 운영하는 캠프는 신고, 관리 대상에서 예외로 빠져있습니다.
[김정숙 과장/논산시청 평생교육과]
"종교단체에서 법회를 한다든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종교활동은 많지 않습니까? 그래서 저희가 법의 테두리 안에 있지 않은 것은 일일이 현재 상황으로서 다 확인을 할 수 없는 상황이고.."
정작 이 캠프를 홍보하는 홈페이지는 교육계 전문가들이 만들어가는 인성 캠프, 명상을 통한 잠재력, 창의력 향상 효과 등을 강조할 뿐이서 종교단체에서 운영한다는 건 학부모조차 모르고 있었습니다.
[한○○]
"인성교육을 통해서 아이들이 집중력이 생기고 긍정적인 사고를 하게 된다. 약간 교육적인 차원으로 보게 됐지.. 종교가 아니라는 것처럼 보여지게 해놓고서는 법적으론 종교이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 이거는 정말 이해가 안되고, 알았으면 절대 안 보내요."
또, 이 캠프가 신고됐더라도, 관리가 제대로 이뤄졌을지는 미지수입니다.
감독 책임이 있는 지자체가 캠프 현장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현행법엔 캠프가 설악산이나 지리산 같은 곳에서 진행되더라도, 캠프 운영단체가 논산에 있다면 논산에서 관리 감독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직접 인증했다며 홈페이지까지 만들어 홍보하는 각종 청소년 체험활동들이 제대로 관리되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김정숙 과장/논산시청 평생교육과]
"청소년 부서가 팀장 대원 둘인데 여기 업무도 많은데 제주도, 강원도까지 가서 확인을 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그런 제도라고 보고 있습니다."
2년 전 태안 해병대 캠프 사고로 고교생 아들을 잃은 이후식 씨.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 더 이상의 유사 피해를 막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왔지만, 되풀이되는 사고를 볼 때마다 가슴이 미어진다고 합니다.
[이후식/해병대 캠프 사고 희생자 아버지]
"학생이든 일반인이든 희생을 당했으면 그 희생을 당한 댓가로 인해서 무언가 그 부분에 대해 예방할 수 있는 그런 법이 개선돼야 되는데.."
1999년 씨랜드 참사부터 지난해 경주 리조트 붕괴까지 청소년 수련원 사고는 끊임없이 발생하고 대책도 그때마다 발표됐지만 여전히 운영 관리는 허술한 곳이 많습니다.
다양한 체험활동과 프로그램으로 건강한 심신과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주는 청소년 캠프.
주최단체의 자격을 철저히 심사하고, 시설물과 적정인원을 점검하는 등 관계당국의 꼼꼼한 법망 정비와 관리 감독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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