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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거진2580
기자이미지 공윤선 기자

알파고의 실체는?

알파고의 실체는?
입력 2016-03-14 12:14 | 수정 2016-03-14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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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재 바둑기사 이세돌이 구글이 만든 인공지능 알파고에게 무너졌습니다.

    여러 계층의 인공신 경망을 통해 스스로 학습하고 원리를 터득하는 '딥러닝'이 가능해진 인공지능입니다.

    지금까지의 인공지능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알파고의 실체는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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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국 중계]
    "아, (돌을 던졌나요?) 여기서 알파고가 패배를 선언합니다."

    3연패 뒤 거둔 이세돌 9단의 1승.

    이세돌 9단이 드디어 알파고를 이기는 방법을 찾아냈다는 분석도, 알파고가 완벽하지만은 않다는 게 드러났다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전체 대국의 승패는 이미 결정됐지만, 오늘 거둔 1승은 말 그대로 바둑판 위의 인류가 얼마나 강한지를 보여주는 명국이었습니다.

    하지만, 어제까지만 해도 알파고는 단 1승도 내주지 않겠다는 듯 완벽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초반부터 공격적인 수를 주고받으며 팽팽한 접전이 이어집니다.

    바둑이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세계 최강 이세돌 9단이 중간 중간 얼굴을 감싸쥐며 답답함을 드러냅니다.

    대국을 시작한 지 3시간 반, 이 9단이 고개를 젓더니 결국 돌을 던집니다.

    [김성룡/프로9단]
    "프로가 돌통에서 사석을 건드렸다는 것은 졌다는 뜻입니다.(워낙 충격이라)"

    [유창혁/프로9단]
    끝까지 계산도 안 해요. (이세돌 9단이 항복을 합니다) 지금 많이 졌어요."

    [이세돌/프로9단]
    "할 말이 없을 정도가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 바둑 내용상 완패였거든요. 초반부터 한순간도 '앞섰다.' 이런 적이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현우/프로9단]
    "아 던졌네요. 던졌습니다. 이세돌 9단 표정을 보셨잖아요. 저는 저 마음을 알아요."

    패배가 이어질수록 충격은 쌓여갔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했습니다.

    누가 이길까.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세계 최강의 바둑기사를 상대로 인공지능 알파고는 연승을 기록하며 전체 대국의 승리를 확정 지었습니다.

    다시 궁금합니다.

    이 인공지능 알파고는 도대체 무엇인가.

    바둑대결에서 사람을 이겼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구글의 딥마인드가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개발에 착수한 바둑 인공지능으로, 처음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알파(Alpha)와 일본어로 바둑을 뜻하는 碁(Go)를 합성해 이름을 지었습니다.

    즉 '바둑에서 첫째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알파고의 핵심 개발자, 데미스 하사비스는 세계 최고의 천재 중 한 명으로 꼽힙니다.

    1976년 영국 런던에서 그리스 출신 아버지와 싱가포르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하사비스는 4살 때부터 '체스 신동'으로 이름을 날렸고, 13살에는 영국 체스 챔피언, 세계 유소년 체스 2위까지 올랐습니다.

    [데미스 하사비스/알파고 개발자]
    "제가 8살이 되었을 때, 저는 세계 체스 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쥐었습니다. 그리고 제 첫 번째 컴퓨터를 샀죠. 그리고 스스로 프로그래밍하는 것을 시작했죠."

    관심 분야는 컴퓨터 게임으로 이어져 불과 17살에 전 세계 흥행 게임인 '테마파크'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데미스 하사비스/알파고 개발자]
    "저는 게임이랑 사랑에 빠졌어요. 그리고 그 이후로 저는 컴퓨터가 바둑처럼 통계적이고 정교한 게임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매우 큰 도전이라고 항상 생각했습니다."

    이후 케임브리지대 컴퓨터공학과 졸업하고, 런던대에서 인지신경과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하사비스는 관심 분야를 인공 지능 개발로 돌려, 2010년 딥 마인드를 설립했습니다.

    3년 뒤 구글은 '딥 마인드'를 4억 파운드, 약 7천억 원에 인수했고, 현재의 알파고를 만들어 냈습니다.

    [에릭 슈미트/알파벳(구글 자회사)회장]
    "'딥마인드'라는 뛰어난 기업이 '강화학습' 이라는 신기술을 개발했습니다. 그 결과 저조차도 일어날 거라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 가능해졌습니다."

    우선 알파고의 겉모습은 여러 대의 컴퓨터가 연결된 '네트워크 컴퓨터'로, 중앙처리장치(CPU)만 1,202개, 그래픽연산장치인 GPU도 176개가 결합돼 있습니다.

    어디에 있는지는 구글에서 '보안'을 이유로 철저한 비밀에 붙이고 있습니다.

    1초에 경우의 수 10만 개를 검색할 수 있어서 바둑 한 수를 두기 위해 최고급 컴퓨터 4, 5천대를 한꺼번에 동원한 효과를 구연합니다.

    알파고는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 걸까.

    가로 19줄, 세로 19줄의 바둑판을 활용하는 바둑의 경우, 돌을 놓을 수 있는 경우의 수가 최대 10에 170 제곱 가지나 됩니다.

    그래서 우주의 모든 원자 수를 합친 것보다 훨씬 많다고도 합니다.

    [데이비드 실버/연구 책임자 구글 딥 마인드]
    "바둑은 승리의 기회를 점치기에는 너무 모호하고 광범위합니다. 더욱 사람들이 좋아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더 흥미로운 방식을 연구해야 했습니다."

    알파고는 가치 망과 정책 망이라는 두 개의 신경망이 협력해 최선의 한 수를 찾아냅니다.

    가치 망은 어디에 바둑돌을 놓았을 때 가장 승리할 확률이 높을 것인가를 계산해 결정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수십 년간 바둑 고수들이 두어온 기보들을 바탕으로 가치 망의 선택폭을 줄여주는 조력자 역할을 하는 게 바로 정책망입니다.

    [데이비드 실버/연구 책임자 구글 딥 마인드]
    "매번의 순서에서 100가지의 다름 움직임을 생각하는 대신에 알파고는 정책 네트워크에 의해 제안된, 아마도 한 손으로 셀 수 있을 정도의 이동을 하는 것만 고려합니다."

    두 번째 대국을 끝낸 뒤 이세돌 9단은 알파고에 이기는 전략은 초반 승부밖에 없을 것 같다고 고백했습니다.

    [이세돌/프로9단]
    "중반 이후로 넘어간다면 사실 어렵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그 전에 승부를 보는 쪽으로 가야만이 그래도 승리할 수 있는."

    후반으로 갈수록 알파고가 선택 해야 할 경우의 수가 점점 적어지고 그만큼 더 좋은 수를 고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알파고가 지금까지 개발된 다른 바둑프로그램들보다 월등한 능력을 보이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딥 러닝'이라고 이름붙인 학습법으로 쉽게 말하면 계속 바둑을 둬가면서 스스로 실력을 늘려나가는 방식입니다.

    [데이비드 실버/연구 책임자 구글 딥 마인드]
    "인간은 한 생에서 할 수 잇는 바둑 게임 횟수에 한계가 있다는 겁니다. 인간은 아마도 1년에 1,000번의 게임을 하겠지만 알파고는 하루에도 수백만 번의 게임을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결과적으로 알파고가 충분히 처리해 보고 훈련을 하고 검색해 볼 수 있다는 것을 말합니다. 이건 인간 이상의 수준이죠."

    예를 들어 강아지가 있습니다.

    인간은 직관적으로 강아지를 인지하고 구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컴퓨터에게는 이 일이 복잡한 계산을 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입니다.

    그런데 이 컴퓨터에게 방대한 강아지와 관련된 데이터를 제공하고, 이를 스스로 학습해 '강아지'를 스스로 인식하도록 하는 것이 딥러닝 인 겁니다.

    [김대식 교수/한국과학기술원]
    "부모님들이 우리한테도 강아지가 무엇인지 설명해 준 적이 없어요. 우리는 경험을 통해서 학습을 한 거에요. 그렇다면, 기계에게도 세상을 설명해주지 말고 (인간처럼) 학습을 하게 하자…"

    정해진 시간 내에 바둑을 이기기 위해선 모든 경우의 수를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처럼 전략적으로 최선의 수를 찾아내는 방식을 쓸 필요가 있는데, 이때 사용한 학습법이 바로 '딥러닝'인 겁니다.

    [데미스 하사비스/알파고 개발자]
    "사실 다양한 다른 종류의 목표를 수행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려웠습니다. 저희가 그것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단 하나의 방법은 단지 하나의 기계가 자료들로부터 직접 스스로 배우게 만드는 것뿐입니다."

    지난해 10월 유럽 바둑챔피언인 판후이 2단과의 대결 뒤 다섯 달 만에 훨씬 더 진화한 상태로 세계 최강 이세돌 9단을 꺾을 수 있었던 비결도 여기에 있다는 분석입니다.

    [김대식 교수/한국과학기술원]
    "알파고의 진정한 실력을 제 느낌으로는 알파고를 만든 분도 모르는 것 같아요. 기계의 목표는 이기는 겁니다. 상대방에 맞춰서 승리를 한다는 거에요 결국 저는 그게 상당히 섬뜩한 거 같아요, 절대적인 그 능력을 아무도 모른다는 그거가.."

    이번 대국에서 알파고는 프로바둑에서 볼 수 없었던 수들을 여러 차례 선보였습니다.

    [유창혁/프로9단]
    "전혀 상식 밖의 수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석에서 벗어나거나, 실수로 비춰지는 국지적인 수들도, 결국, 최종 승리를 위한 치밀하게 계산된 수였다고 평가합니다.

    [김성룡/프로9단]
    "한 10수 정도 지나가면 그럴 것 같다. 이것도 말이 되네? 말이 안 되는 느낌이 아니고 말이 되는 느낌으로 온다는 거죠. 이게 그게 대단하다는 거에요."

    기존 바둑 프로그램이 한수 한수 대응하는데 급급했다면, 알파고는 이기기 위해 전체 판세를 읽고, 어떤 수를 둬야 할지 판단까지 가능하다는 겁니다.

    그래서 바둑판 전체의 형세와 흐름을 파악하는 직관의 능력도 더 이상 인간만의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까지 나옵니다.

    흔들리지 않는 마음, 치밀한 계산, 승리만을 위해 매진하는 착수.

    [김성룡/프로9단]
    "저희가 느끼는 공포는 딱 한 가지에요.뭐냐하면 아까 말씀드렸지만 끝을 모른다는 거 저기 한계가 어디야, 어느 정도의 실력이야 를 모른다는 겁니다."

    '딥 러닝'은 현재 바둑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이용돼 인공지능의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 내고 있습니다.

    고양이도 구별해 내지 못하던 컴퓨터가 사진을 보고 이해한 뒤 정확한 문장을 만들어 내고.

    "코끼리 옆에 남자가 서 있다."

    "커다란 비행기가 활주로 위에 있다."

    유명한 헐리우드 배우들의 모습이 순식간에 몽환적인 그림으로 바뀝니다.

    인공지능이 이미지를 스스로 해석해 자신만의 스타일로 그림을 그려 낸 겁니다.

    스스로 음계를 조합해 곡을 만들 기도 합니다.

    수준이 예술가 못지않다는 평가.

    바둑을 정복한 구글이 다음 목표로 스타크래프트를 지목한 이유도 인공지능을 삶의 여러 영역에 적용 가능하도록 만들기 위해서 입니다.

    바둑이나 스타크래프트처럼 규칙이 복잡한 게임을 스스로 익힐 수 있다면 의료와 통역 등 여러 분야에도 적용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자율자동차, 음성인식, 이미지 인식, 헬스 케어 시스템 등이 그것입니다.

    [데미스 하사비스/알파고 개발자]
    "저희가 해야 하는 일은 건강관리를 포함해서 미래에 휴대폰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을 늘리는 것입니다."

    우리는 달에 착륙했다.

    알파고가 첫 번째 대국에서 승리한 뒤 개발자 하사비스가 sns에 남긴 말입니다.

    그만큼 획기적인 사건이라는 표현일 텐데요.

    알파고의 승리는 과연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까요.

    물리적인 힘에서, 연산능력에서 기계에 의해 따라잡힌 지 오랩니다.

    알파고의 이번 승리는 이제 복잡한 판단의 영역까지 인공지능에 인간이 추월당하고 있음을 알리는 상징적인 사건이 됐습니다.

    놀라움을 넘어 공포까지 불러 일으킨다는 목소리도 들립니다.

    [강태원]
    "사람이 만든 기계가 인간지능 이상을 추월을 할 수가 있다면은 앞으로 여러 가지 측면에서 대변혁이 일어나지 않을까…"

    오늘 극적인 승리를 거뒀지만 알파고의 학습속도를 감안하면 이세돌 9단이 인공지능에 단 1승이라도 거둔 마지막 인류가 될 것이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까지 들립니다.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었던 '자의식을 가진 인공지능' 이나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세상'이 한 발 앞으로 다가온 것일까?

    전문가들은 한 마디로 아직은 먼 이야기라고 말합니다.

    [감동근 교수/아주대 전자공학과]
    "자의식이라는 걸 우리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이해를 못 하고 있어요… 우리가 자의식도 어떻게 작용하는지 모르는데 컴퓨터에 주입을 한다? 좀 회의적이구요."

    세 번째 대국까지 내리 내주며 5판 선승 대결의 패배가 확정된 뒤 이세돌 9단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세돌/프로9단]
    "오늘의 패배는 이세돌이 패배한 거지 인간이 패배한 것은 아니지 않나.. 그렇게 생각을 해봅니다."

    바둑은 세상에서 가장 복잡한 보드게임일 뿐.

    여전히 인간은 인공지능보다 우위에 있다는 데 많은 학자들이 동의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 간격이 점점, 매우 빠른 속도로 좁혀지고 있다는 것 역시 사실이라고 말합니다.

    [김대식 교수/한국과학기술원]
    "이거는 우리가 싫다 그래도 안 오는 게 절대 아니에요. 태풍입니다. 막연한 기계에 대한 거부감과 반란, 이거는 효과가 없을뿐더러 논리적이지 않은 거죠. 아주 건강한 수준의 공포를 느끼되 이제부터 차근차근 준비를 하면 됩니다."

    이미 현실로 다가온 인공지능의 실체를 인정하고 윤리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첨단기술사회 속 인간은 어떠해야 할 것인가를 더 깊이 고민하고 논의하는 것.

    알파고가 인류에게 던져준 숙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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