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매거진2580
민병호 기자
민병호 기자
전기요금 얼마나 내십니까?
전기요금 얼마나 내십니까?
입력
2016-04-11 10:47
|
수정 2016-04-11 14:26
재생목록
지난해 큰 폭의 흑자를 낸 한국전력이 2조 원의 배당금을 주주들에게 지급하기로 결정하자 기업들이 전기요금을 깎아달라고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하지만, 산업용 전기요금은 OECD 평균의 절반 수준. 차라리 누진제로 인해 여름철 에어컨도 켜지 못하는 일반 시민들의 부담을 줄여달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최근 몇몇 아파트에서는 태양광 자가발전으로 전기를 절약하고 누진제 단계를 낮추는 곳이 늘고 있는데요.
--------------------------------------------------------------------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솜사탕 기계 앞에 아이들이 모여듭니다.
힘차게 자전거 페달을 밟을 때마다 유리벽 안의 솜사탕이 뭉게뭉게 부풀어오릅니다.
[최현아]
"이거 저희가 자전거 해가지고 전기가 가서 솜사탕이 만들어지는 거예요."
옆에서 줄넘기를 하던 아이들은 잠시 후 줄과 휴대폰을 연결해 충전을 합니다.
옆 동네에서 놀러 온 아이는 놀란 표정입니다.
[이민욱]
"줄넘기로 이렇게 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하고 놀라워요."
아파트 복도에는 전기절약 정보가 게시돼 있고 매달 절약 왕을 뽑아 시상도 하고 있습니다.
[허정자]
"절감한 건 작년대비 얼마큼 절감했느냐. (많이 줄인 사람) 네, 그 폭을 많이 줄인 사람, 절약 왕은 가장 적게 쓴 사람."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이곳 주민들에게는 일상이 된 에너지 절약.
시작한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비싼 전기요금을 아끼기 위해서였습니다.
한 달 전기요금 얼마나 내고 계십니까.
냉장고 세탁기 TV에 가습기 제습기 에어컨 등.
가전제품이 점점 늘면서 자칫하면 여름철 전기요금 폭탄을 맞게 되기도 하는데요.
전기요금, 과연 우리는 적당히 쓰고 적정하게 내고 있는 걸까요?
현관문엔 담요가 커튼처럼 달려있고 창문엔 이른바 '뽁뽁이'라고 부르는 단열비닐이 붙어 있습니다.
난방은 전기 대신 직접 불이 붙는 가스히터를 씁니다.
박경호 씨는 겨울 내내 이렇게 프로판가스통을 옆에 두고 생활했다고 합니다.
[박경호]
"불안해도 추우면 어떡해요. 전기 관련된 난방기구가 있는데 그걸 쓰다 보니까 전기료가 너무 많이 올라가는 거예요. 그래서 저걸로 바꿨죠."
화장실 비데도 사용할 때만 전원을 켭니다.
[박경호]
"겨울에는요. 이 비데를 꺼놓다 보니까 엉덩이가 무지하게 차가워요. 그래서 이제 겨울에는 가끔 켜놓기도 하고 그렇죠."
유난스러워 보이는 박경호 씨의 전기 절약은 3년 전 여름, 전기요금 폭탄을 맞고부터 시작됐습니다.
[박경호]
"2013년 7월달에는 5만 원 정도 썼어요. 제가 8월 되니까 14만 원으로 올라가더라고요. 이때 제가 알았어요. 아 전기가 가정용 전기 누진제가 무섭구나..."
처음엔 그냥 아껴야겠다는 생각뿐.
한여름에는 돗자리 들고 한강공원에 가서 새벽까지 더위를 피하는 나날이 계속됐습니다.
[박경호]
"집에 있을 수가 없죠. 집에 있으면 돈인데 그게 자기 월급의 10%, 15%를 잡아먹는데 어떻게 있겠냐고요. 결국은 가까운 식당이나 커피숍이나 백화점이나 쇼핑몰이나 고수부지나 이런 데 가서 있는 거죠."
집에 있는 에어컨은 거의 장식품 수준입니다.
[박경호]
"이거 진짜 감가상각비도 안 나와요. 여름에 한창 더울때...1년에 20시간 사용하나 이게 200(만 원) 얼마 주고 산 건데 아마 저희 집에 있는 가전제품 중에서 제일 비쌀 거예요 이게."
하지만 전기요금 폭탄으로 이어지는 누진제가 주택용 전기에만 적용된다는 걸 알고나서는 화가 치밀었습니다.
[박경호]
"어떻게 가게같은데 커피숍 같은데는 여름에도 에어컨 빵빵 틀고 문을 열어놓고 장사를 하고 가정집에서는 막 더워 죽겠는데도 불구하고 문 다 열어놓고 에어컨도 있는데도 불구하고 선풍기를 틀고 있어야 되고 이거는 말이 안되는 얘기쟎아요."
박경호씨를 비롯해 20명의 시민들은 2년전 전기요금 누진제 소송을 시작했고 지금은 참여인원이 750여명으로 늘었습니다.
[곽상언 변호사]
"지금까지 부당하게 징수한 전기요금을 국민들에게 돌려주라는 겁니다. 두번째로는 앞으로는 이렇게 부당하게 전기요금을 징수하지 말라는 겁니다."
전기요금 누진제가 대체 어떻길래 소송까지 하는 걸까.
전기요금은 용도에 따라 주택용,일반용,산업용,교육용 등 크게 6가지로 요금체계가 분류됩니다.
그 가운데 주택용 전기요금은 사용량에 따라 1단계에서 6단계로 나뉘고 단계마다 기본요금과 전력량요금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기본요금과 전력량요금은 단계가 올라갈때마다 점점 비싸집니다.
전기요금을 계산해주는 한국전력공사 인터넷사이트입니다.
일반 주택을 기준으로 55kw/h의 전기를 사용했을때 요금은 4,250원.
하지만 그 10배인 550kw/h를 사용했을때는 42,500원이 아닌 177,020원을 내야합니다.
전력사용량은 10배 늘었지만 요금은 무려 41배 넘게 불어나는 겁니다.
[조성봉 교수/숭실대학교 경제학과]
"어마어마하게 돈을 많이 내는거죠. 그래서 여름철에 에어컨 많이 쓰게 되면 전기요금 폭탄이란 말이 있지 않습니까. 외국같은 경우는 누진제가 기껏해야 한 3단계, 누진율이 2배 정도 밖에 안됩니다. 우리나라는 너무 심한 거죠."
왜 이런 누진제를 주택용에만 적용하는 걸까.
한국전력은 전기절약을 위해서라고 했습니다.
[한국전력관계자]
"절전을 좀 해주십사 하는 기능이 내재돼있는 거거든요. 주택용에는 누진제라는 형태로, 그다음엔 일반, 산업, 교육용에는 계절, 시간대별 차등요 금제로 각각 (절전) 기능이 내재가 돼있기때문에.."
하지만 용도별 전력사용량과 가격을 들여다보면 주택용 전기요금에만 적용되는 누진제는 가혹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지난해 용도별 전력사용량입니다.
산업용이 56.6%로 가장 많은 전기를 사용했고 일반 영업용이 21.4%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주택용은 전체 사용량의 13.6%에 불과했습니다.
용도별 가격도 산업용은 kw/h당 107.41원으로 123.69원인 주택용은 물론 113.22원의 교육용보다도 낮았습니다.
[홍준희 교수/가천대학교 에너지IT학과]
"대부분의 OECD 국가들 일본, 미국 이런 나라들은 산업에서 1/3, 일반 국민들이 1/3, 상업 부분에서 1/3 쓰거든요. 우리나라는 산업이 워낙 (요금이) 낮고 국민들이 비싼 전기요금을 쓰니까 전체 전기의 2/3를 산업에서 쓰고..."
[양이원영 차장/환경운동연합]
"(주택용) 누진제가 강하게 적용이 되다보니까 전기를 많이 쓰는 사람들이 전기소비를 더 이상 늘리지 않고 있는 그런 상황인거죠. 근데 산업이나 상업용은 누진제조차도 없고 전기요금 자체가 굉장이 싸기때문에 그 비용을 사실 가정용에서 부담하고 있다 이렇게 보일 수도 있죠."
주택용 누진제의 문제점은 정부도 이미 여러차례 인정한 바 있습니다.
[윤상직/산업통상자원부 전 장관 (2015.9국정감사)]
"주택용 요금에 대해서 누진제 완화는 필요하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정부도 그런 입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여름 땜질식 처방으로 석달만 요금을 할인 했을뿐 근본적 제도 개편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만성 적자에 시달리던 한국전력은 지난해, 서울 삼성동 본사부지 매각과 국제유가 하락 등으로 13조4천억 원의 역대 최대 이익을 냈습니다.
그런데 그 가운데 2조원을 주주들에게 배당하면서 전기요금 인하 논란이 일기 시작했습니다.
산업계에서는 그럴 여유가 있으면 기업들을 위해 전기요금을 깎아달라고 공식적으로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전경련과 자동차산업협회 등 모두 25개 경제단체와 업종단체는 지난달 산업통상자원부에 전기요금 인하 건의서를 전달했습니다.
전기요금을 1%만 내려줘도 2,900억 원의 원가 절감이 가능하다는 주장입니다.
[추광호 산업본부장/전국경제인연합회]
"우리 기업들이 수출에서 상당히 애로를 많이 겪고 있는데 어쨌든 원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 전기요금을 낮춰주게 되면 조금이라도 기업들이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지만 반응은 싸늘합니다.
이미 충분히 낮은 가격에 쓰고 있다는 겁니다.
[김성렬 과장/산업통상자원부 전력진흥과]
"우리나라 전기요금 수준이 국제적으로 비교해봤을때 아직도 낮은 수준이고 그래서 당장은 별다른 계획은 없습니다."
OECD 주요국가들의 산업용 전기요금 비교자료입니다.
우리나라 요금을 100이라고 했을때 일본은 185, 독일은 177을 나타낼만큼 우리 산업용 전기요금은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그나마 3년 전 요금을 인상해 이 정도로 격차를 좁힌 거라고 합니다.
오히려 더 올릴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홍준희 교수/가천대학교 에너지IT학과]
"30~40% 올렸어도 유럽보다 여전히 낮은 전기 요금이고 심지어 창피한 얘기지만 동남아시아의 어떤 국가나 중국과 비교해서도 우리나라 산업용 전기요금이 낮아요."
한전의 재정상태가 좋아졌다면 비정상적인 전기요금 체계, 다시 말해 주택용 누진제를 보완하거나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투자하는 방법 등으로 국민에게 이익을 돌려줘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홍준희 교수/가천대학교 에너지IT학과]
"현재 경제 성장에서는 가계 부분이 가장 힘들어요. 그런데 힘든 분들한테 누진제를 적용을 하고..기업 부분에 특히 잘 사는 매출이 좋은 글로벌 기업들에 대해서 누진제를 적용 안 하는 거는 이거야 말로 조금 완화시켜서 정상화시키는게..."
서울 동작구의 한 아파트.
베란다마다 설치된 직사각형의 판넬에서 햇빛이 반짝입니다.
주민들은 태양광 미니발전소라고 부릅니다.
[양선미]
"한 시간에 200w 생산할 수 있는 용량이라고 합니다. (그 정도면 예를 들어 어느 정도 돌릴 수 있나요?) 하루에 냉장고 한 대 분량 정도 돌릴 수 있는 전기가 생산돼요."
베란다형 태양광 판넬 가격은 64만 원.
양선미씨는 지자체의 각종 지원을 받아 단돈 14만 원에 설치했습니다.
효과는 생각보다 컸습니다.
[양선미]
"저희가 태양광을 2014년 12월에 달았거든요. 그니까 12월 말쯤에 달았어요. 근데 12월에는 42,000원 정도 전기요금이 나왔었는데 2015년 12월에는 28,210원 정도로 전기요금이 많이 줄었어요."
생산하는 전력량은 그리 크지 않지만 누진 단계를 낮춰주기 때문입니다.
[양선미]
"그전에는 몰랐는데 전기세도 누진구간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300kw h 이하로 쓰면 요금이 절약돼요. 그래서 태양광 달고 누진단계가 한 단계 내려오니까 전기료도 절약이 되고..."
베란다 태양광의 효과를 확인한 주민들은 아파트 옥상에도 태양광을 설치했습니다.
880세대가 사용하는 공동전기료도 아껴보자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입주자 대표는 옥상 태양광 설치로 5천만 원 정도를 절약했다고 했습니다.
[허정자]
"2014년 대비 2015년도 하반기는 5천만 원 정도를 덜 낸 거예요. 월 13,000kw씩 만들어내기 때문에 그러면 1년을 쳤을 때는 한 3,4개월 정도의 공동전기료를 옥상 태양광에서 만들어 낼 수 있는 거죠."
전기요금을 절약한 것 외에도 소득은 또 있었습니다.
에너지 전반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는 겁니다.
[허정자]
"눈에 보이기 때문에 아이들부터도 '어 저게 뭐야?', '태양광이야?', 이런 질문 하나하나가 우리 집 전기를 줄이는데 다 연결되어 있어요. 그러니까 코드를 뽑는 습관을 만드는 거 그 다음에 전기를 절약하는 거..우리 집 전력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되는 부분이 크죠."
지난 2011년 블랙아웃사태.
갑작스런 전력부족으로 신호등이 먹통이 되고.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사람들이 갇히는 등 전국이 암흑과 공포에 휩싸였습니다.
전력 수요 예측 실패가 가장 큰 원인이었지만 값싼 전기요금과 과도한 전력사용으로 인한 재앙이란 지적도 있습니다.
[양이원영 차장/환경운동연합]
"싼 (산업용) 전기요금을 유지한다고 했을 때는 석탄 화력 발전소, 원전과 같은 위험한 시설들은 더 늘어나고 전기를 많이 쓰는 업체들은 특혜를 받게 되고 에너지 신사업이라든지 다른 모든 것은 다 피해를 받는 그런 구조가 되는 거죠."
하지만, 이후 5년의 시간이 흘렀는데도 전력에 의존한 산업 구조는 여전히 제자리입니다.
[홍준희 교수/가천대학교 에너지IT학과]
"산업용 누진제를 설치를 하셔서 (그 재정으로) 한전이 태양광 나눠주시면 돼요. 국민들한테 대신 나가서 설치도 해주시고, 케이블 TV 셋톱박스 무료로 이렇게 임대해 주듯이 그러면 전기요금 확 내려가요. 주택 부분에서."
아껴쓰라고만 할 게 아니라 전기 사용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합리적으로 나눠 질 수 있게 하는 요금체계.
다양한 목소리를 한데 담을 수 있는 한국전력의 고민과 정부의 결단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때입니다.
하지만, 산업용 전기요금은 OECD 평균의 절반 수준. 차라리 누진제로 인해 여름철 에어컨도 켜지 못하는 일반 시민들의 부담을 줄여달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최근 몇몇 아파트에서는 태양광 자가발전으로 전기를 절약하고 누진제 단계를 낮추는 곳이 늘고 있는데요.
--------------------------------------------------------------------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솜사탕 기계 앞에 아이들이 모여듭니다.
힘차게 자전거 페달을 밟을 때마다 유리벽 안의 솜사탕이 뭉게뭉게 부풀어오릅니다.
[최현아]
"이거 저희가 자전거 해가지고 전기가 가서 솜사탕이 만들어지는 거예요."
옆에서 줄넘기를 하던 아이들은 잠시 후 줄과 휴대폰을 연결해 충전을 합니다.
옆 동네에서 놀러 온 아이는 놀란 표정입니다.
[이민욱]
"줄넘기로 이렇게 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하고 놀라워요."
아파트 복도에는 전기절약 정보가 게시돼 있고 매달 절약 왕을 뽑아 시상도 하고 있습니다.
[허정자]
"절감한 건 작년대비 얼마큼 절감했느냐. (많이 줄인 사람) 네, 그 폭을 많이 줄인 사람, 절약 왕은 가장 적게 쓴 사람."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이곳 주민들에게는 일상이 된 에너지 절약.
시작한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비싼 전기요금을 아끼기 위해서였습니다.
한 달 전기요금 얼마나 내고 계십니까.
냉장고 세탁기 TV에 가습기 제습기 에어컨 등.
가전제품이 점점 늘면서 자칫하면 여름철 전기요금 폭탄을 맞게 되기도 하는데요.
전기요금, 과연 우리는 적당히 쓰고 적정하게 내고 있는 걸까요?
현관문엔 담요가 커튼처럼 달려있고 창문엔 이른바 '뽁뽁이'라고 부르는 단열비닐이 붙어 있습니다.
난방은 전기 대신 직접 불이 붙는 가스히터를 씁니다.
박경호 씨는 겨울 내내 이렇게 프로판가스통을 옆에 두고 생활했다고 합니다.
[박경호]
"불안해도 추우면 어떡해요. 전기 관련된 난방기구가 있는데 그걸 쓰다 보니까 전기료가 너무 많이 올라가는 거예요. 그래서 저걸로 바꿨죠."
화장실 비데도 사용할 때만 전원을 켭니다.
[박경호]
"겨울에는요. 이 비데를 꺼놓다 보니까 엉덩이가 무지하게 차가워요. 그래서 이제 겨울에는 가끔 켜놓기도 하고 그렇죠."
유난스러워 보이는 박경호 씨의 전기 절약은 3년 전 여름, 전기요금 폭탄을 맞고부터 시작됐습니다.
[박경호]
"2013년 7월달에는 5만 원 정도 썼어요. 제가 8월 되니까 14만 원으로 올라가더라고요. 이때 제가 알았어요. 아 전기가 가정용 전기 누진제가 무섭구나..."
처음엔 그냥 아껴야겠다는 생각뿐.
한여름에는 돗자리 들고 한강공원에 가서 새벽까지 더위를 피하는 나날이 계속됐습니다.
[박경호]
"집에 있을 수가 없죠. 집에 있으면 돈인데 그게 자기 월급의 10%, 15%를 잡아먹는데 어떻게 있겠냐고요. 결국은 가까운 식당이나 커피숍이나 백화점이나 쇼핑몰이나 고수부지나 이런 데 가서 있는 거죠."
집에 있는 에어컨은 거의 장식품 수준입니다.
[박경호]
"이거 진짜 감가상각비도 안 나와요. 여름에 한창 더울때...1년에 20시간 사용하나 이게 200(만 원) 얼마 주고 산 건데 아마 저희 집에 있는 가전제품 중에서 제일 비쌀 거예요 이게."
하지만 전기요금 폭탄으로 이어지는 누진제가 주택용 전기에만 적용된다는 걸 알고나서는 화가 치밀었습니다.
[박경호]
"어떻게 가게같은데 커피숍 같은데는 여름에도 에어컨 빵빵 틀고 문을 열어놓고 장사를 하고 가정집에서는 막 더워 죽겠는데도 불구하고 문 다 열어놓고 에어컨도 있는데도 불구하고 선풍기를 틀고 있어야 되고 이거는 말이 안되는 얘기쟎아요."
박경호씨를 비롯해 20명의 시민들은 2년전 전기요금 누진제 소송을 시작했고 지금은 참여인원이 750여명으로 늘었습니다.
[곽상언 변호사]
"지금까지 부당하게 징수한 전기요금을 국민들에게 돌려주라는 겁니다. 두번째로는 앞으로는 이렇게 부당하게 전기요금을 징수하지 말라는 겁니다."
전기요금 누진제가 대체 어떻길래 소송까지 하는 걸까.
전기요금은 용도에 따라 주택용,일반용,산업용,교육용 등 크게 6가지로 요금체계가 분류됩니다.
그 가운데 주택용 전기요금은 사용량에 따라 1단계에서 6단계로 나뉘고 단계마다 기본요금과 전력량요금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기본요금과 전력량요금은 단계가 올라갈때마다 점점 비싸집니다.
전기요금을 계산해주는 한국전력공사 인터넷사이트입니다.
일반 주택을 기준으로 55kw/h의 전기를 사용했을때 요금은 4,250원.
하지만 그 10배인 550kw/h를 사용했을때는 42,500원이 아닌 177,020원을 내야합니다.
전력사용량은 10배 늘었지만 요금은 무려 41배 넘게 불어나는 겁니다.
[조성봉 교수/숭실대학교 경제학과]
"어마어마하게 돈을 많이 내는거죠. 그래서 여름철에 에어컨 많이 쓰게 되면 전기요금 폭탄이란 말이 있지 않습니까. 외국같은 경우는 누진제가 기껏해야 한 3단계, 누진율이 2배 정도 밖에 안됩니다. 우리나라는 너무 심한 거죠."
왜 이런 누진제를 주택용에만 적용하는 걸까.
한국전력은 전기절약을 위해서라고 했습니다.
[한국전력관계자]
"절전을 좀 해주십사 하는 기능이 내재돼있는 거거든요. 주택용에는 누진제라는 형태로, 그다음엔 일반, 산업, 교육용에는 계절, 시간대별 차등요 금제로 각각 (절전) 기능이 내재가 돼있기때문에.."
하지만 용도별 전력사용량과 가격을 들여다보면 주택용 전기요금에만 적용되는 누진제는 가혹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지난해 용도별 전력사용량입니다.
산업용이 56.6%로 가장 많은 전기를 사용했고 일반 영업용이 21.4%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주택용은 전체 사용량의 13.6%에 불과했습니다.
용도별 가격도 산업용은 kw/h당 107.41원으로 123.69원인 주택용은 물론 113.22원의 교육용보다도 낮았습니다.
[홍준희 교수/가천대학교 에너지IT학과]
"대부분의 OECD 국가들 일본, 미국 이런 나라들은 산업에서 1/3, 일반 국민들이 1/3, 상업 부분에서 1/3 쓰거든요. 우리나라는 산업이 워낙 (요금이) 낮고 국민들이 비싼 전기요금을 쓰니까 전체 전기의 2/3를 산업에서 쓰고..."
[양이원영 차장/환경운동연합]
"(주택용) 누진제가 강하게 적용이 되다보니까 전기를 많이 쓰는 사람들이 전기소비를 더 이상 늘리지 않고 있는 그런 상황인거죠. 근데 산업이나 상업용은 누진제조차도 없고 전기요금 자체가 굉장이 싸기때문에 그 비용을 사실 가정용에서 부담하고 있다 이렇게 보일 수도 있죠."
주택용 누진제의 문제점은 정부도 이미 여러차례 인정한 바 있습니다.
[윤상직/산업통상자원부 전 장관 (2015.9국정감사)]
"주택용 요금에 대해서 누진제 완화는 필요하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정부도 그런 입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여름 땜질식 처방으로 석달만 요금을 할인 했을뿐 근본적 제도 개편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만성 적자에 시달리던 한국전력은 지난해, 서울 삼성동 본사부지 매각과 국제유가 하락 등으로 13조4천억 원의 역대 최대 이익을 냈습니다.
그런데 그 가운데 2조원을 주주들에게 배당하면서 전기요금 인하 논란이 일기 시작했습니다.
산업계에서는 그럴 여유가 있으면 기업들을 위해 전기요금을 깎아달라고 공식적으로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전경련과 자동차산업협회 등 모두 25개 경제단체와 업종단체는 지난달 산업통상자원부에 전기요금 인하 건의서를 전달했습니다.
전기요금을 1%만 내려줘도 2,900억 원의 원가 절감이 가능하다는 주장입니다.
[추광호 산업본부장/전국경제인연합회]
"우리 기업들이 수출에서 상당히 애로를 많이 겪고 있는데 어쨌든 원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 전기요금을 낮춰주게 되면 조금이라도 기업들이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지만 반응은 싸늘합니다.
이미 충분히 낮은 가격에 쓰고 있다는 겁니다.
[김성렬 과장/산업통상자원부 전력진흥과]
"우리나라 전기요금 수준이 국제적으로 비교해봤을때 아직도 낮은 수준이고 그래서 당장은 별다른 계획은 없습니다."
OECD 주요국가들의 산업용 전기요금 비교자료입니다.
우리나라 요금을 100이라고 했을때 일본은 185, 독일은 177을 나타낼만큼 우리 산업용 전기요금은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그나마 3년 전 요금을 인상해 이 정도로 격차를 좁힌 거라고 합니다.
오히려 더 올릴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홍준희 교수/가천대학교 에너지IT학과]
"30~40% 올렸어도 유럽보다 여전히 낮은 전기 요금이고 심지어 창피한 얘기지만 동남아시아의 어떤 국가나 중국과 비교해서도 우리나라 산업용 전기요금이 낮아요."
한전의 재정상태가 좋아졌다면 비정상적인 전기요금 체계, 다시 말해 주택용 누진제를 보완하거나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투자하는 방법 등으로 국민에게 이익을 돌려줘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홍준희 교수/가천대학교 에너지IT학과]
"현재 경제 성장에서는 가계 부분이 가장 힘들어요. 그런데 힘든 분들한테 누진제를 적용을 하고..기업 부분에 특히 잘 사는 매출이 좋은 글로벌 기업들에 대해서 누진제를 적용 안 하는 거는 이거야 말로 조금 완화시켜서 정상화시키는게..."
서울 동작구의 한 아파트.
베란다마다 설치된 직사각형의 판넬에서 햇빛이 반짝입니다.
주민들은 태양광 미니발전소라고 부릅니다.
[양선미]
"한 시간에 200w 생산할 수 있는 용량이라고 합니다. (그 정도면 예를 들어 어느 정도 돌릴 수 있나요?) 하루에 냉장고 한 대 분량 정도 돌릴 수 있는 전기가 생산돼요."
베란다형 태양광 판넬 가격은 64만 원.
양선미씨는 지자체의 각종 지원을 받아 단돈 14만 원에 설치했습니다.
효과는 생각보다 컸습니다.
[양선미]
"저희가 태양광을 2014년 12월에 달았거든요. 그니까 12월 말쯤에 달았어요. 근데 12월에는 42,000원 정도 전기요금이 나왔었는데 2015년 12월에는 28,210원 정도로 전기요금이 많이 줄었어요."
생산하는 전력량은 그리 크지 않지만 누진 단계를 낮춰주기 때문입니다.
[양선미]
"그전에는 몰랐는데 전기세도 누진구간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300kw h 이하로 쓰면 요금이 절약돼요. 그래서 태양광 달고 누진단계가 한 단계 내려오니까 전기료도 절약이 되고..."
베란다 태양광의 효과를 확인한 주민들은 아파트 옥상에도 태양광을 설치했습니다.
880세대가 사용하는 공동전기료도 아껴보자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입주자 대표는 옥상 태양광 설치로 5천만 원 정도를 절약했다고 했습니다.
[허정자]
"2014년 대비 2015년도 하반기는 5천만 원 정도를 덜 낸 거예요. 월 13,000kw씩 만들어내기 때문에 그러면 1년을 쳤을 때는 한 3,4개월 정도의 공동전기료를 옥상 태양광에서 만들어 낼 수 있는 거죠."
전기요금을 절약한 것 외에도 소득은 또 있었습니다.
에너지 전반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는 겁니다.
[허정자]
"눈에 보이기 때문에 아이들부터도 '어 저게 뭐야?', '태양광이야?', 이런 질문 하나하나가 우리 집 전기를 줄이는데 다 연결되어 있어요. 그러니까 코드를 뽑는 습관을 만드는 거 그 다음에 전기를 절약하는 거..우리 집 전력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되는 부분이 크죠."
지난 2011년 블랙아웃사태.
갑작스런 전력부족으로 신호등이 먹통이 되고.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사람들이 갇히는 등 전국이 암흑과 공포에 휩싸였습니다.
전력 수요 예측 실패가 가장 큰 원인이었지만 값싼 전기요금과 과도한 전력사용으로 인한 재앙이란 지적도 있습니다.
[양이원영 차장/환경운동연합]
"싼 (산업용) 전기요금을 유지한다고 했을 때는 석탄 화력 발전소, 원전과 같은 위험한 시설들은 더 늘어나고 전기를 많이 쓰는 업체들은 특혜를 받게 되고 에너지 신사업이라든지 다른 모든 것은 다 피해를 받는 그런 구조가 되는 거죠."
하지만, 이후 5년의 시간이 흘렀는데도 전력에 의존한 산업 구조는 여전히 제자리입니다.
[홍준희 교수/가천대학교 에너지IT학과]
"산업용 누진제를 설치를 하셔서 (그 재정으로) 한전이 태양광 나눠주시면 돼요. 국민들한테 대신 나가서 설치도 해주시고, 케이블 TV 셋톱박스 무료로 이렇게 임대해 주듯이 그러면 전기요금 확 내려가요. 주택 부분에서."
아껴쓰라고만 할 게 아니라 전기 사용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합리적으로 나눠 질 수 있게 하는 요금체계.
다양한 목소리를 한데 담을 수 있는 한국전력의 고민과 정부의 결단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때입니다.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