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매거진2580
장인수 기자
장인수 기자
회장님이 사는 법
회장님이 사는 법
입력
2016-05-30 10:16
|
수정 2016-05-30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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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시절 공적자금이 투입된 종금사를 인수해 4,200억 원의 부당대출을 받고 나서 종금사를 파산시키고 차명으로 재산을 은닉했던 김 회장.
3년 6개월의 징역형을 살고 6백억 원대 재산을 추징당했지만, 여전히 대저택에 살며 호화로운 생활을 누리고 있습니다.
최근 중소건설사를 인수해 재기에 나섰는데, 인수대금은 물론 협력업체에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않아 공사는 중단됐고, 건설사는 부도 위기에 몰렸습니다.
돌아온 회장님, 김 회장이 사는 법을 들여다봅니다.
--------------------------------------------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서울 중앙지방법원과 고등법원.
법원 청사 뒤로 짓다 만 건물이 서 있습니다.
직원들을 위한 어린이집과 독신자 숙소인데 당초 이달 말 준공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시공사인 우성산업개발이 1년 가까이 공사비를 지급하지 않으면서 지난 3월부터 협력업체들이 일손을 놓아버렸습니다.
[○○○ A 하청업체]
"2015년 한 8월경부터 착공을 해서 일을 시작했는데 지금까지 기성(공사대금)을 한번을 주지 않습니다."
[○○○ B 하청업체]
"철물 대도 못 받고 펌프차, 지게차 그런 장비 대도 못 받고 지금 죽지 못해서 살고 있습니다. 죽지 못해서.."
공사를 발주한 법원 측은 우성산업개발에 정상적으로 공사대금을 지급했다고 밝혔습니다.
총 공사비 80억 원 가운데 1차 공사비 23억여 원이 2014년 지급됐고, 2차 공사비 15억 여 원도 지난해 지급됐습니다.
그런데 우성산업개발은 법원에서 받은 공사대금을 왜 협력업체에 주지 않는 걸까?
[김성필/전 성원토건 회장/지난해 8월]
"현장이고 **이고 돈 받아오고. 이 개**들 여기 와 **하면 다 유치장에 집어넣어 버리지. 법원 현장? 아웃시켜버려 그냥. 그게 무슨 대수인데 그거? 나중에 과태료 주면 그만이지."
법원으로부터 공사대금을 받은 뒤 협력업체에는 대금 지급을 거부하고 공사를 중단하겠다는 이 건설사.
우성산업개발의 대표는 하모씨지만, 실질적 경영자는 그의 남편입니다.
그는 대체 어떤 사람이기에 법원 공사를 망쳐놓고도 이렇게 큰소리를 칠 수 있는 걸까요?
IMF 구제금융을 받기 직전인 1997년 3월.
경제위기가 현실화되던 시점이었지만 건설사 성원토건의 김성필 회장은 이때 한길종합금융을 917억 원에 인수했습니다.
그리곤 위장계열사를 내세워 자기 소유가 된 한길종금으로부터 4천3백억 원의 거액을 부당 대출받았습니다.
뭉칫돈이 빠져나간 한길종금은 1년 만에 부도위기에 몰렸고 정부는 여기에 1조 원이 넘는 공적자금을 쏟아부었습니다.
하지만, 성원토건은 1998년 부도가 났고 한길종금도 결국 문을 닫았습니다.
성원토건이 가져간 4천3백억 원의 대출금도, 공적자금 1조 원도 함께 사라졌습니다.
이런 사실은 2000년이 돼서야 검찰수사로 밝혀졌고 그의 이름은 하루가 멀다하고 뉴스에 오르내렸습니다.
[뉴스데스크 2000년 12월 26일]
"성원토건의 전 회장 김성필 씨에 대해서 검찰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체포에 나섰습니다. 김 씨는 종금사에서 수천억 원을 자기 돈처럼 빼내 쓰고.."
하지만,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김 회장은 자취를 감췄습니다.
3년이 넘게 도망을 다니던 끝에 2004년 5월 그는 성북동 자신의 집에서 붙잡혔습니다.
[김성필/전 성원토건 회장(2004.5.8)]
"(어디에 쓰셨나요?) 검찰에서 다 얘기하겠습니다. (한 말씀 해주세요. 어디에 쓰셨나요?) 검찰에서 다 얘기하겠습니다."
그가 살았던 2,300제곱미터 규모의 저택에는 수천만 원짜리 호화 가구와 포장을 뜯지도 않은 외제 명품들이 즐비했습니다.
골프연습장에 노래방 시설, 웬만한 사찰 못지않은 규모의 개인법당까지 갖추고 있었습니다.
[김수남 당시 대검 중수부 3과장/현 검찰총장(2004.5.25)]
"성원토건 그룹은 부도 직전 200억 원의 회사자금을 횡령한 사실을 추가로 확인하였고.."
검찰은 그가 은닉한 634억 원의 재산을 환수하겠다고 밝혔고, 김 전 회장은 대법원에서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수천억 원의 사기대출.
그로 인해 사라진 국민 세금 1조 원.
도피 생활 중에도 계속된 호화생활.
한 때 전국을 발칵 뒤집어 놓았던 김성필 전 회장의 행적입니다.
그런데 이런 그가 다시 등장했습니다.
소규모 건설회사인 우성산업개발을 운영하던 조성용 씨는 지병인 당뇨병이 악화되면서 지난해 회사를 내놨습니다.
그때 회사를 인수하겠다고 나선 이가 바로 김성필 전 성원토건 회장이었습니다.
조씨는 현금과 채권 등을 합쳐 78억 원에 계약을 맺은 뒤, 우선 17억 원의 현금을 받고 지난해 6월 경영권을 넘겼습니다.
[조성용/우성산업개발 전 대표]
"1조 원 해먹었으니까 암만 못 살아도 200억 원은 있잖아요. 몇백억 원은 있을 거 아니에요. 내 돈 몇십억 원이야 떼먹겠느냐."
대표 명의는 김 전 회장의 부인 하 모 씨로 했지만 계약 내용은 김 회장이 직접 챙겼습니다.
[김성필/전 성원토건 회장(지난해 8월)]
"토지 건물 유형자산 이거는 법무사한테 해가지고 양도해 드리고 출자금 이건 지금 드리면 되고 공사 미수금 이것도 양도증서 해가지고 양도해 드리고.."
하지만, 김 전 회장은 시간을 끌며 몇 달이 지나도록 잔금을 주지 않았습니다.
[김성필/전 성원토건 회장(지난해 8월)]
"(남의 돈이) 단돈 1원이라도 나오면 내가 잠 안 자고 새벽에라도 가서 던져놓고 와야 발 뻗고 자는 사람이에요. 제가. 돈 몇 억 원 가지고 이건 뭐 사기꾼에다 무슨 뭐.. 드린다는데 왜. 해드린다는데."
돈을 독촉하면 화를 냈습니다.
[김성필/전 성원토건 회장(지난해 10월)]
"여보세요. 무슨 선불이 구멍 날 수도 있고 (돈이) 못 갈 수도 있고 때때로 잘못될 수도 있고 어? 다시 하면 되는 거지 뭘 그거 가지고 회사를 뒤집어엎고 난리야 어?"
조씨가 돈을 달라고 우성산업개발을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하자 우성산업개발은 조씨가 경영할 당시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며 사기와 횡령 혐의로 조씨를 맞고소했습니다.
[조성용/우성산업개발 전 대표]
"내가 이거 왜 팔았나. 왜 팔았나. 빚도 없고 내가 그래도 당뇨 걸리고 해도 그냥 스스로 하다 말지 이걸 왜 팔았나! 지금 죽고 싶은 심정이에요."
원래 있던 직원 10여 명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회사를 떠나갔습니다.
[○○○ 우성산업개발 전 직원]
"결재 라인이 중단돼 버리니까 어차피 일 처리도 안 되는 거고 맨날 뭐 돈 달라고 해서 이쪽저쪽 전화나 오고 이러니까..그다음에 사표 내라고 얘기를 또 많이도 했어요 직원들한테.."
이들은 퇴직금도 받지 못했습니다.
[○○○ 우성산업개발 전 직원]
"못 받았죠. 퇴직금도 못 받았고 언제 준다는 이야기도 없고 급여도 못 받았습니다."
김성필 전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접촉을 시도했지만 그는 자신은 우성산업개발과 아무런 연관이 없다며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하○○/김성필 전 회장 부인 우성산업개발 대표]
"('김 전 회장님의 사실상 회사다.'라고 주변에서는 다들 그렇게 생각을 하세요.) 그 부분도 인터뷰를 거절합니다."
하지만, 직원들은 김 전 회장이 회사 내 공식 직함이 없는 건 맞지만 회사와 공사현장을 오가며 사실상 회사의 주인 노릇을 해왔다고 했습니다.
[김성필/전 성원토건 회장(지난 3월 우성산업개발 직원회의)]
"저기 저 O 대리 일어나 봐. 우측 밑에서 위쪽 줄 그어놨지. 셋째 페이지. (대기업을 제치고 최대 주주 자리에 앉아 은행장과 감사를 자기 사람으로 뽑는 재미를 누렸다.) 이게 무슨 소리니? 이게 무슨 소리야? 번역을 해봐. (은행을 손아귀에 넣고 쥐락펴락하셨던 것 같습니다.) 누가? (회장님께서) 내가? 공부는 잘했구나."
과거 불법대출을 통해 누린 권세를 자랑하는가 하면, 탈세수법을 당연한 듯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김성필/전 성원토건 회장(지난 3월 우성산업개발 직원회의)]
"(매출이) 4조 2천억 원이면 (이익은) 2조 1천억 원은 남아야 돼. 그거 안 남으면 미쳤다고 장사하나? 한 단지에서 2조 1천억 원이 남으면 이걸 그대로 가서 세무 신고합니까? 이거 이렇게 하면 난리가 나. 2조 1천억 원 남았다고 세무 신고하면. 한 천억 원이나 2천억 원 남았다고 이렇게 하고 나머지는 어떻게 해? 전부 다 비자금으로 빼돌려야 돼. 현장에서 매일 현금 보따리 싸가지고 집으로 들어 날라야 해. 이런 시절이 또 옵니다."
그러면서도 협력업체의 공사비와 인부들 노임은 제대로 지급하지 않아 전 사장 시절 시작했던 공사현장 대부분에서 차질을 빚고 있는 겁니다.
[○○○ 현장 목수]
"답답하죠. 하루 일당 벌어가지고 먹고사는 사람이 내가 1년에 돈을 얼마나 번다고. (받을) 돈 1천만 원이나 여기 깔려 있다면 사람이 미쳐가지고 환장하죠."
협력업체들이 돈을 달라고 내용증명을 보내자 우성산업개발 측은 회사 대표가 바뀌었기 때문에 공사계약 자체가 무효라며 거꾸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 C 하청업체]
"말도 안 되는 거죠. 공사 쭉 시키다가 이제 업체들이 도저히 안 되니까 달라 달라 하니까'야, 대표이사 바뀌어서 안 된다. 계약 타절(중단)이다' 너무 파렴치한 거 같아요."
[○○○ A 하청업체]
"굉장히 황당하죠. 저희는 어디다 하소연할 데도 없고 또 소송을 해오니까 뭐 이중으로 저희는 지금 고달픔을 받고 있어요. 요즘 변호사비도 상당히 들어가는데.."
이에 대해 우성산업개발 측은 2580 취재진에게는 조금 다른 입장을 밝혔습니다.
[김 OO/우성산업개발 임원]
"기성(공사대금)에 관련된 부분들은 현장 실사를 같이 공동 실사를 해서 정확한 금액이 산출되면 그 비용에 대한 부분은 당연히 지불을 할 것이고요.."
직원들 퇴직금도 협의해서 차차 지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잡음이 일고 있는 공사현장은 또 있습니다.
서울 마장동의 한 다세대주택 재건축 현장.
이미 13층까지 올라갔어야 할 골조 공사가 8층에서 멈춰 있습니다.
[김태엽/서울 마장동 ○○ 재건축 조합장]
"일반 서민들이 정말 피땀 흘려가지고 모아놓은 돈으로 정말로 오랫동안 이게 16년 동안 해온 사업장이거든요. 그 사업장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놨다는 것은 도저히 저는 참을 수 없는.."
우성산업개발이 재건축 조합에 보고한 공사비 지출 내역서에는 지금까지 조합으로부터 받은 공사비 31억 원 가운데 26억 원을 공사비로 썼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중 13억 3500만 원이 자재구입내역이나 세금계산서 등 증빙자료 없이 한 협력업체에 대여금 명목으로 지급됐습니다.
[김○○/우성산업개발 임원]
"(그걸 대여금으로 잡은 이유는 뭐예요?) 그거는 솔직하게 제가 그거는 명확하게 파악을 해봐야 되겠지만 김 OO 차장이 원래 공무 담당이었고(지금은 퇴직해서)"
재건축조합은 우성산업개발이 공사비를 빼돌린 걸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김태엽/서울 마장동 ○○ 재건축 조합장]
"단호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게 전기나 설비나 이런 업체에 (공사대금이) 한 푼도 지급이 안 된 건 사실이고.. 검토해서 뭐 어디에 유용해 간 건지 다른 데로 유용됐다고 한다면 분명 횡령이겠죠."
보다 구체적인 횡령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우성산업개발의 일일자금 현황입니다.
지난해 10월 한 달간 세무 컨설팅비 명목으로 한 회계법인에 8차례에 걸쳐 9350만 원이 지급됐습니다.
우성산업개발이 그동안 통상 지급해온 세무 컨설팅비는 한 달에 55만 원 수준.
조성용 전 대표는 이 회계법인의 담당 회계사를 찾아가 물어봤습니다.
[○○○ 회계사/A 회계법인]
"8천만 원은 저한테 입금이 안 되고(우리) 회계법인 이름을 적고 다른 데로 이체를 시켰다고요."
이 돈을 받은 적 없다는 겁니다.
"(우리한테) 나간 것처럼 해놓고 딴 쪽으로 빼돌렸다 이거예요. 이거 명백한 횡령이죠."
이에 대해 우성산업개발은 회계법인에 정상적으로 지급된 돈이라고 밝혔습니다.
2004년 김성필 회장이 검거된 뒤 정부는 그의 숨긴 재산 일부를 찾아내 국고에 귀속시켰습니다.
[신용제 팀장/예금보험공사 회수총괄부]
"성북동 주택 68억 원 등을 포함해 286억 원에 대해서 회수조치 완료했습니다. 그리고 창원 소재 부동산에 대해서는 저희가 끝까지 추적해서 환수될 수 있도록 최선을.."
김 전 회장 가족은 여전히 성북동 대저택에 살며 여러 대의 고급 외제차를 몰고 있습니다.
[김성필 자택 관리인]
"지금 안 계세요. (안 계세요? 여기 사시는 건 맞으세요?) 예 지방 내려가셨어요."
경남 창원엔 6만 제곱미터가 넘는 땅이 김 전 회장의 부인 명의로 돼 있습니다.
밀린 국세 100억 원은 16년째 내지 않고 있습니다.
반성은커녕 20년 전과 마찬가지로 당당한 모습으로 돌아온 회장님.
[김성필/전 성원토건 회장]
"법원이고 **이고 눈도 깜짝 안 해. 내가."
그에게 기업이란 어떤 의미인지 묻고 싶습니다.
3년 6개월의 징역형을 살고 6백억 원대 재산을 추징당했지만, 여전히 대저택에 살며 호화로운 생활을 누리고 있습니다.
최근 중소건설사를 인수해 재기에 나섰는데, 인수대금은 물론 협력업체에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않아 공사는 중단됐고, 건설사는 부도 위기에 몰렸습니다.
돌아온 회장님, 김 회장이 사는 법을 들여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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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서울 중앙지방법원과 고등법원.
법원 청사 뒤로 짓다 만 건물이 서 있습니다.
직원들을 위한 어린이집과 독신자 숙소인데 당초 이달 말 준공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시공사인 우성산업개발이 1년 가까이 공사비를 지급하지 않으면서 지난 3월부터 협력업체들이 일손을 놓아버렸습니다.
[○○○ A 하청업체]
"2015년 한 8월경부터 착공을 해서 일을 시작했는데 지금까지 기성(공사대금)을 한번을 주지 않습니다."
[○○○ B 하청업체]
"철물 대도 못 받고 펌프차, 지게차 그런 장비 대도 못 받고 지금 죽지 못해서 살고 있습니다. 죽지 못해서.."
공사를 발주한 법원 측은 우성산업개발에 정상적으로 공사대금을 지급했다고 밝혔습니다.
총 공사비 80억 원 가운데 1차 공사비 23억여 원이 2014년 지급됐고, 2차 공사비 15억 여 원도 지난해 지급됐습니다.
그런데 우성산업개발은 법원에서 받은 공사대금을 왜 협력업체에 주지 않는 걸까?
[김성필/전 성원토건 회장/지난해 8월]
"현장이고 **이고 돈 받아오고. 이 개**들 여기 와 **하면 다 유치장에 집어넣어 버리지. 법원 현장? 아웃시켜버려 그냥. 그게 무슨 대수인데 그거? 나중에 과태료 주면 그만이지."
법원으로부터 공사대금을 받은 뒤 협력업체에는 대금 지급을 거부하고 공사를 중단하겠다는 이 건설사.
우성산업개발의 대표는 하모씨지만, 실질적 경영자는 그의 남편입니다.
그는 대체 어떤 사람이기에 법원 공사를 망쳐놓고도 이렇게 큰소리를 칠 수 있는 걸까요?
IMF 구제금융을 받기 직전인 1997년 3월.
경제위기가 현실화되던 시점이었지만 건설사 성원토건의 김성필 회장은 이때 한길종합금융을 917억 원에 인수했습니다.
그리곤 위장계열사를 내세워 자기 소유가 된 한길종금으로부터 4천3백억 원의 거액을 부당 대출받았습니다.
뭉칫돈이 빠져나간 한길종금은 1년 만에 부도위기에 몰렸고 정부는 여기에 1조 원이 넘는 공적자금을 쏟아부었습니다.
하지만, 성원토건은 1998년 부도가 났고 한길종금도 결국 문을 닫았습니다.
성원토건이 가져간 4천3백억 원의 대출금도, 공적자금 1조 원도 함께 사라졌습니다.
이런 사실은 2000년이 돼서야 검찰수사로 밝혀졌고 그의 이름은 하루가 멀다하고 뉴스에 오르내렸습니다.
[뉴스데스크 2000년 12월 26일]
"성원토건의 전 회장 김성필 씨에 대해서 검찰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체포에 나섰습니다. 김 씨는 종금사에서 수천억 원을 자기 돈처럼 빼내 쓰고.."
하지만,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김 회장은 자취를 감췄습니다.
3년이 넘게 도망을 다니던 끝에 2004년 5월 그는 성북동 자신의 집에서 붙잡혔습니다.
[김성필/전 성원토건 회장(2004.5.8)]
"(어디에 쓰셨나요?) 검찰에서 다 얘기하겠습니다. (한 말씀 해주세요. 어디에 쓰셨나요?) 검찰에서 다 얘기하겠습니다."
그가 살았던 2,300제곱미터 규모의 저택에는 수천만 원짜리 호화 가구와 포장을 뜯지도 않은 외제 명품들이 즐비했습니다.
골프연습장에 노래방 시설, 웬만한 사찰 못지않은 규모의 개인법당까지 갖추고 있었습니다.
[김수남 당시 대검 중수부 3과장/현 검찰총장(2004.5.25)]
"성원토건 그룹은 부도 직전 200억 원의 회사자금을 횡령한 사실을 추가로 확인하였고.."
검찰은 그가 은닉한 634억 원의 재산을 환수하겠다고 밝혔고, 김 전 회장은 대법원에서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수천억 원의 사기대출.
그로 인해 사라진 국민 세금 1조 원.
도피 생활 중에도 계속된 호화생활.
한 때 전국을 발칵 뒤집어 놓았던 김성필 전 회장의 행적입니다.
그런데 이런 그가 다시 등장했습니다.
소규모 건설회사인 우성산업개발을 운영하던 조성용 씨는 지병인 당뇨병이 악화되면서 지난해 회사를 내놨습니다.
그때 회사를 인수하겠다고 나선 이가 바로 김성필 전 성원토건 회장이었습니다.
조씨는 현금과 채권 등을 합쳐 78억 원에 계약을 맺은 뒤, 우선 17억 원의 현금을 받고 지난해 6월 경영권을 넘겼습니다.
[조성용/우성산업개발 전 대표]
"1조 원 해먹었으니까 암만 못 살아도 200억 원은 있잖아요. 몇백억 원은 있을 거 아니에요. 내 돈 몇십억 원이야 떼먹겠느냐."
대표 명의는 김 전 회장의 부인 하 모 씨로 했지만 계약 내용은 김 회장이 직접 챙겼습니다.
[김성필/전 성원토건 회장(지난해 8월)]
"토지 건물 유형자산 이거는 법무사한테 해가지고 양도해 드리고 출자금 이건 지금 드리면 되고 공사 미수금 이것도 양도증서 해가지고 양도해 드리고.."
하지만, 김 전 회장은 시간을 끌며 몇 달이 지나도록 잔금을 주지 않았습니다.
[김성필/전 성원토건 회장(지난해 8월)]
"(남의 돈이) 단돈 1원이라도 나오면 내가 잠 안 자고 새벽에라도 가서 던져놓고 와야 발 뻗고 자는 사람이에요. 제가. 돈 몇 억 원 가지고 이건 뭐 사기꾼에다 무슨 뭐.. 드린다는데 왜. 해드린다는데."
돈을 독촉하면 화를 냈습니다.
[김성필/전 성원토건 회장(지난해 10월)]
"여보세요. 무슨 선불이 구멍 날 수도 있고 (돈이) 못 갈 수도 있고 때때로 잘못될 수도 있고 어? 다시 하면 되는 거지 뭘 그거 가지고 회사를 뒤집어엎고 난리야 어?"
조씨가 돈을 달라고 우성산업개발을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하자 우성산업개발은 조씨가 경영할 당시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며 사기와 횡령 혐의로 조씨를 맞고소했습니다.
[조성용/우성산업개발 전 대표]
"내가 이거 왜 팔았나. 왜 팔았나. 빚도 없고 내가 그래도 당뇨 걸리고 해도 그냥 스스로 하다 말지 이걸 왜 팔았나! 지금 죽고 싶은 심정이에요."
원래 있던 직원 10여 명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회사를 떠나갔습니다.
[○○○ 우성산업개발 전 직원]
"결재 라인이 중단돼 버리니까 어차피 일 처리도 안 되는 거고 맨날 뭐 돈 달라고 해서 이쪽저쪽 전화나 오고 이러니까..그다음에 사표 내라고 얘기를 또 많이도 했어요 직원들한테.."
이들은 퇴직금도 받지 못했습니다.
[○○○ 우성산업개발 전 직원]
"못 받았죠. 퇴직금도 못 받았고 언제 준다는 이야기도 없고 급여도 못 받았습니다."
김성필 전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접촉을 시도했지만 그는 자신은 우성산업개발과 아무런 연관이 없다며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하○○/김성필 전 회장 부인 우성산업개발 대표]
"('김 전 회장님의 사실상 회사다.'라고 주변에서는 다들 그렇게 생각을 하세요.) 그 부분도 인터뷰를 거절합니다."
하지만, 직원들은 김 전 회장이 회사 내 공식 직함이 없는 건 맞지만 회사와 공사현장을 오가며 사실상 회사의 주인 노릇을 해왔다고 했습니다.
[김성필/전 성원토건 회장(지난 3월 우성산업개발 직원회의)]
"저기 저 O 대리 일어나 봐. 우측 밑에서 위쪽 줄 그어놨지. 셋째 페이지. (대기업을 제치고 최대 주주 자리에 앉아 은행장과 감사를 자기 사람으로 뽑는 재미를 누렸다.) 이게 무슨 소리니? 이게 무슨 소리야? 번역을 해봐. (은행을 손아귀에 넣고 쥐락펴락하셨던 것 같습니다.) 누가? (회장님께서) 내가? 공부는 잘했구나."
과거 불법대출을 통해 누린 권세를 자랑하는가 하면, 탈세수법을 당연한 듯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김성필/전 성원토건 회장(지난 3월 우성산업개발 직원회의)]
"(매출이) 4조 2천억 원이면 (이익은) 2조 1천억 원은 남아야 돼. 그거 안 남으면 미쳤다고 장사하나? 한 단지에서 2조 1천억 원이 남으면 이걸 그대로 가서 세무 신고합니까? 이거 이렇게 하면 난리가 나. 2조 1천억 원 남았다고 세무 신고하면. 한 천억 원이나 2천억 원 남았다고 이렇게 하고 나머지는 어떻게 해? 전부 다 비자금으로 빼돌려야 돼. 현장에서 매일 현금 보따리 싸가지고 집으로 들어 날라야 해. 이런 시절이 또 옵니다."
그러면서도 협력업체의 공사비와 인부들 노임은 제대로 지급하지 않아 전 사장 시절 시작했던 공사현장 대부분에서 차질을 빚고 있는 겁니다.
[○○○ 현장 목수]
"답답하죠. 하루 일당 벌어가지고 먹고사는 사람이 내가 1년에 돈을 얼마나 번다고. (받을) 돈 1천만 원이나 여기 깔려 있다면 사람이 미쳐가지고 환장하죠."
협력업체들이 돈을 달라고 내용증명을 보내자 우성산업개발 측은 회사 대표가 바뀌었기 때문에 공사계약 자체가 무효라며 거꾸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 C 하청업체]
"말도 안 되는 거죠. 공사 쭉 시키다가 이제 업체들이 도저히 안 되니까 달라 달라 하니까'야, 대표이사 바뀌어서 안 된다. 계약 타절(중단)이다' 너무 파렴치한 거 같아요."
[○○○ A 하청업체]
"굉장히 황당하죠. 저희는 어디다 하소연할 데도 없고 또 소송을 해오니까 뭐 이중으로 저희는 지금 고달픔을 받고 있어요. 요즘 변호사비도 상당히 들어가는데.."
이에 대해 우성산업개발 측은 2580 취재진에게는 조금 다른 입장을 밝혔습니다.
[김 OO/우성산업개발 임원]
"기성(공사대금)에 관련된 부분들은 현장 실사를 같이 공동 실사를 해서 정확한 금액이 산출되면 그 비용에 대한 부분은 당연히 지불을 할 것이고요.."
직원들 퇴직금도 협의해서 차차 지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잡음이 일고 있는 공사현장은 또 있습니다.
서울 마장동의 한 다세대주택 재건축 현장.
이미 13층까지 올라갔어야 할 골조 공사가 8층에서 멈춰 있습니다.
[김태엽/서울 마장동 ○○ 재건축 조합장]
"일반 서민들이 정말 피땀 흘려가지고 모아놓은 돈으로 정말로 오랫동안 이게 16년 동안 해온 사업장이거든요. 그 사업장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놨다는 것은 도저히 저는 참을 수 없는.."
우성산업개발이 재건축 조합에 보고한 공사비 지출 내역서에는 지금까지 조합으로부터 받은 공사비 31억 원 가운데 26억 원을 공사비로 썼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중 13억 3500만 원이 자재구입내역이나 세금계산서 등 증빙자료 없이 한 협력업체에 대여금 명목으로 지급됐습니다.
[김○○/우성산업개발 임원]
"(그걸 대여금으로 잡은 이유는 뭐예요?) 그거는 솔직하게 제가 그거는 명확하게 파악을 해봐야 되겠지만 김 OO 차장이 원래 공무 담당이었고(지금은 퇴직해서)"
재건축조합은 우성산업개발이 공사비를 빼돌린 걸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김태엽/서울 마장동 ○○ 재건축 조합장]
"단호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게 전기나 설비나 이런 업체에 (공사대금이) 한 푼도 지급이 안 된 건 사실이고.. 검토해서 뭐 어디에 유용해 간 건지 다른 데로 유용됐다고 한다면 분명 횡령이겠죠."
보다 구체적인 횡령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우성산업개발의 일일자금 현황입니다.
지난해 10월 한 달간 세무 컨설팅비 명목으로 한 회계법인에 8차례에 걸쳐 9350만 원이 지급됐습니다.
우성산업개발이 그동안 통상 지급해온 세무 컨설팅비는 한 달에 55만 원 수준.
조성용 전 대표는 이 회계법인의 담당 회계사를 찾아가 물어봤습니다.
[○○○ 회계사/A 회계법인]
"8천만 원은 저한테 입금이 안 되고(우리) 회계법인 이름을 적고 다른 데로 이체를 시켰다고요."
이 돈을 받은 적 없다는 겁니다.
"(우리한테) 나간 것처럼 해놓고 딴 쪽으로 빼돌렸다 이거예요. 이거 명백한 횡령이죠."
이에 대해 우성산업개발은 회계법인에 정상적으로 지급된 돈이라고 밝혔습니다.
2004년 김성필 회장이 검거된 뒤 정부는 그의 숨긴 재산 일부를 찾아내 국고에 귀속시켰습니다.
[신용제 팀장/예금보험공사 회수총괄부]
"성북동 주택 68억 원 등을 포함해 286억 원에 대해서 회수조치 완료했습니다. 그리고 창원 소재 부동산에 대해서는 저희가 끝까지 추적해서 환수될 수 있도록 최선을.."
김 전 회장 가족은 여전히 성북동 대저택에 살며 여러 대의 고급 외제차를 몰고 있습니다.
[김성필 자택 관리인]
"지금 안 계세요. (안 계세요? 여기 사시는 건 맞으세요?) 예 지방 내려가셨어요."
경남 창원엔 6만 제곱미터가 넘는 땅이 김 전 회장의 부인 명의로 돼 있습니다.
밀린 국세 100억 원은 16년째 내지 않고 있습니다.
반성은커녕 20년 전과 마찬가지로 당당한 모습으로 돌아온 회장님.
[김성필/전 성원토건 회장]
"법원이고 **이고 눈도 깜짝 안 해. 내가."
그에게 기업이란 어떤 의미인지 묻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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