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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이미지 송양환 기자

카카오 대리운전 시장 진출 이후… 심야의 '대리' 전쟁

카카오 대리운전 시장 진출 이후… 심야의 '대리' 전쟁
입력 2016-07-25 10:43 | 수정 2016-07-25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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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월 IT 기업 카카오가 대리운전 중계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카카오 택시에 이어 대리운전에도 진출한 것. 그러자 기존 대리업체들은 이에 반발하며 대리운전 기사들에게 협박에 가까운 횡포를 부리고 있습니다.

    카카오 대리운전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써야만 일거리를 주겠다고 엄포를 놓은 것입니다.

    또 카카오 대리운전 앱이 깔려 있는지 기사들의 스마트폰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습니다.

    카카오는 업무방해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고, 기존 업체들은 거대 기업의 골목상권 장악이라며 맞서고 있습니다.

    정작 중간에서 새우등 터지는 건 기사들인데... 심야 거리에서 벌어지는 소리 없는 전쟁을 추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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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둠이 내린 서울 강남의 번화가.

    퇴근하는 사람들 사이로 대리운전 기사 김 모 씨가 출근합니다.

    거리를 서성이며 손님의 호출을 기다리다 한 건물 앞에 걸터앉습니다.

    벌써 2시간째.

    호출을 잡기 위해 휴대폰에서 눈을 떼지 않고 기다리지만 일거리가 나오질 않습니다.

    [김 OO/대리운전기사]
    "정년퇴직해서 집에 가정 살림 좀 보태려고 내가 이 대리기사를 하는데 3년 동안 하다가 이런 일이 없었는데 갑자기.."

    휴가철이라 손님이 없는 걸까.

    김씨는 근처 다른 기사들에게 물어봅니다.

    "(전 이렇게 콜이 많아요.) 와, 엄청나게 뜨네! 콜. 나는 이거 뭐 어떻게 되는 거야 (이거 일을 하지 말라는 거예요. 사장님한테)"

    대리기사에게 손님을 연결하는 프로그램.

    수십 개씩 호출이 뜨는 기사는 0등급인 반면, 호출이 뜨지 않는 김씨는 3등급입니다.

    0등급부터 2등급까지의 기사들이 잡지 않은 호출만 김씨에게 뒤늦게 보이는 상황.

    김씨는 IT 기업 카카오가 운영하는 대리운전 기사로 등록한 뒤 0등급에서 3등급으로 갑자기 떨어졌다고 합니다.

    [김 OO/대리운전기사]
    "'카카오 드라이버를 빼세요. 빼면 0등급, 원래 등급으로 올라가요.' 아 이렇게 얘기하는 거예요. 대한민국에서 최고 마지막 직업인 대리기사들을 갖다가 압박을 시키고, 이거는 노예제도죠! 노예제도."

    결국, 김씨는 이날 카카오 대리운전 프로그램을 삭제했습니다.

    IT 기업 카카오가 지난 5월 말 대리운전 시장에 진출하며 심야의 거리에 소리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카카오와 기존 대리 업체의 물러설 수 없는 싸움, 그런데 사이에 낀 대리 기사들만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서울 방배동에서 호출을 기다리는 카카오 대리기사 김점호 씨.

    예상금액 2만 9천 원, 서울 은평구로 가는 손님을 잡았습니다.

    [김점호/대리운전기사]
    "여보세요. 네 카카오 대리입니다. 한 5분 정도 걸립니다. 선생님."

    스마트폰 지도에 표시된 위치로 고객을 찾아갑니다.

    고객 입장에선 일일이 전화로 자신의 위치를 설명하지 않아도 되고, 어떤 기사가 어디에서 오는지 확인할 수 있다는 게 장점입니다.

    [카카오 대리운전 고객]
    "언제쯤 이 대리 기사분이 배정이 되는지를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고 그다음에 배정된 다음에는 이 기사분이 어느 정도 위치에 와 있다는 거를 직접 볼 수 있으니까 아무래도 안심이 되고.."

    김점호 씨도 다른 대리업체의 기사였지만 카카오 대리기사가 된 뒤, 기존 업체로부터 제재를 당했고 결국 기존 업체를 포기했습니다.

    [김점호/대리운전기사]
    "카카오 쓰지 말아라, 안 쓰겠다고 자기네 회사에서 서약서를 써라, 그럼 등급을 올려주고 다시 콜을 보이게끔 해주겠다고 이제 그렇게 회사에서 공지가 날아왔거든요."

    대리운전 업체들이 올린 공지사항.

    카카오 대리운전 앱을 지우지 않으면 업체에서 강제 퇴출시키고, 해당 업체는 물론 다른 업체에서도 다시는 받아주지 않을 거라고 경고합니다.

    카카오 대리를 쓰는 것으로 의심만 돼도 일을 못하게 하고, 쓰지 않겠다는 협약서를 쓰면 일을 계속하게 해 주겠다고 합니다.

    [최 00/대리운전기사]
    "확약서라는 게 1번이 카카오 콜 프로그램을 타지 않겠다. 2번이 민형사상 소송을 하지 않겠다 이게 그 내용이거든요. 그거에 대해서 사인을 해주고 그쪽에 가서 빌어야지만 풀어줘요."

    이제 두 달 된 카카오 대리운전보다 아직은 기존 대리업체에 손님이 훨씬 많은 상황.

    어쩔 수 없이 카카오 대리를 포기한 기사들이 많습니다.

    [김희종/대리운전기사]
    "카카오를 삭제하면 바로 등급을 올려준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속마음은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저는 하루하루 돈벌이를 해야 되니까."

    업체들은 기사가 스마트폰에 카카오 대리를 설치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며 프로그램을 지울 것을 종용합니다.

    [A 대리운전 업체 대표]
    "저희가 다 알아요. 누가 깔고 있는지 다 보이기 때문에 그리고 안 빼시면 오더(호출) 늦게 봐요. 찌꺼기만 가져가든가 카카오 가서 일하든가 하라는 거죠."

    대리운전 업체들은 이른바 '연합' 체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고객이 특정 번호로 전화해 대리운전을 부르면 콜센터를 통해 배차 프로그램에 올려지고, 연합에 속한 업체들이 호출을 공유하면서, 고객이 부른 업체와 상관없이 가까이 있는 기사가 고객을 모시는 겁니다.

    한 업체가 자사 기사만으로 여러 지역의 고객들을 소화할 수 없기 때문에 만들어진 건데 카카오에 맞서 기사들을 제제하는 것도 이 연합들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수도권의 경우 3천여 개의 크고 작은 대리운전 업체들이 6개의 연합으로 묶여 있습니다.

    [최환석 회장/전국대리운전경기협회]
    "이 세상에 독불장군은 없다고요. 서울, 인천, 경기도는 굉장히 광범위하고 수도권이 위성도시가 넓습니다. 그래서 정말 연합이라는 게 있기 때문에 서로 공존하는 거예요."

    서울의 한 대리운전 사무실.

    수도권 지역 한 연합 대표가 운영하는 곳입니다.

    기사들이 작성한 협약서를 업체들로부터 받아 확인한 뒤, 기사 등급을 올려줍니다.

    [00 대리업체 연합 대표]
    "카카오를 안 타겠다는 확약서이기 때문에 그거 쓴 거를 저희한테 메일로 보내주시면 제가 바로 여기서 실시간으로 풀어드리고 있습니다. 4등급에서 0등급으로."

    이 업체가 속한 연합엔 6천여 명의 대리기사 있는데, 이 가운데 약 1,800명 정도가 카카오 대리기사로 선정됐습니다.

    기사들이 연합 호출 외에 카카오 대리까지 함께하는 바람에 업체의 취소율이 높아지고 고객 불만이 커졌다고 말합니다.

    [00 대리업체 연합 대표]
    "지금 보시면 13.4% 정도 취소율이 나오거든요. 근데 그때는 40%가 넘었어요. 피크타임에. 심지어는 강남에서 발산역까지 2만 원밖에 안 했던 금액이 4만 원으로도 배차가 안 되는 거에요. 왜냐면 기사가 우리 거를 안타고 있으니까."

    대리운전 업체들은, 카카오가 자신들이 뽑은 기사들에게 기존 업체의 일까지 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오히려 불공정하다는 입장.

    자신들이 카카오를 쓰는 기사들의 등급을 낮추고 협약서를 받는 것도 카카오 대리를 하지 않는 나머지 기사들을 보호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합니다.

    [김병배/대리운전업체 대표]
    "카카오 기사님이 30-40% 정도 됩니다. 저희 회사의 경우. 30-40%는 100만 원 벌던 분이 120만 원을 벌 것이고 나머지 분들은 100만 원 벌던 게 90, 80만 원이 될 건데 그럼 명확하지 않습니까. 카카오는 자기가 뽑은 기사는 자기가 책임지고 먹여 살리면 됩니다. 저희는 저희 기사 책임질게요. 저희는 카카오한테 콜 달란 소리 안 합니다."

    카카오는 대리운전기사들이 부담해온 보험료와 프로그램 사용료를 받지 않는 등 기존 업체보다 나은 조건을 기사들에게 제시했습니다.

    또 고객들에겐 6월 한 달 동안 대리운전 요금을 1만 원씩 할인해주는 이벤트 열면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습니다.

    기존 대리 업체들은 카카오가 자본력을 앞세워 영세한 업체들 잠식하는 것이라고 반발합니다.

    [최환석 회장/전국대리운전경기협회]
    "대기업이 진출하면서 결국은 고객 유치하고 기사들 유치하기 위해서 돈으로 공세 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어떻게 보면 이게 불공정 거래 행위라고 봐야되지 않겠는가. 저는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또 1만 명 이상으로 추산되는 콜센터 직원들 다수가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우려합니다.

    [박00/대리운전 콜센터 직원]
    "스마트폰을 통해서 신청해서 저희가 도와줘야 될 부분들을 컴퓨터가 대신하고 스마트폰이 대신하면 저희가 해야 되는 일들이 줄어들지 않을까? 또는 콜이 떨어지게 되면 구조조정이 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함이 가장 큽니다."

    하지만, 대리기사들은 업체와 고용관계도 없이 프리랜서로 일하는 자신들에게 카카오 대리를 하지 못하게 하는 건 기존 업체들의 일방적인 횡포라는 입장입니다.

    [이재훈/대리운전기사]
    "자기네들한테 위협되면 자기네들이 경쟁력을 높여서 새로 나온 어플사(카카오)하고 경쟁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 근데 왜 대리기사를 볼모로 그 어플사(카카오)하고 싸우려고 하는 건지 이해를 못 하겠어요."

    카카오는 기존 대리업체들이 카카오 프로그램을 쓰지 못하게 하는 것이 업무방해라며 법적 대응할 방침입니다.

    [윤승재 매니저/카카오 커뮤니케이션팀]
    "카카오만 안 된다고 하고 카카오를 쓰는 기사분에게 불이익을 준다는 건 어떻게 보면 기사분의 선택권을 저해하는 불공정한 행위로 알고 있고요."

    새롭게 시장에 진출한 업체와 기존 업체 사이의 세력 다툼으로 볼 수 있지만 좀 더 근본적인 문제가 숨어 있습니다.

    IT 기술과 자본력으로 무장한 대기업이 기존의 영세 업계 상권까지 침범한다는 논란입니다.

    카카오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국내에서 4,100만 명 이상 이용하는 카카오 톡.

    카카오가 새로운 시장에 진출할 때 이미 많은 사람에게 인지도가 있는 상황이고 카카오통과 연계 마케팅도 가능합니다.

    [이정희 교수/중앙대학교 경영학과]
    "누구나가 카카오 톡 이라는 것을 이용하고 그걸 기반으로 해서 네트워킹한다는 것은 상당히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거다. 기존의 업자들 같은 경우는 상당히 두려움이 다른 어떤 경쟁자들보다도 더 클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카카오는 택시와 대리운전에 이어 최근엔 미용실 중개 서비스도 시작했습니다.

    유동인구가 적은 곳에 있는 미용실 입장에선 손쉽게 홍보를 하고 위치를 알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미리 결제를 하기 때문에 예약 손님이 나타나지 않는 이른바 '노쇼'로 인한 손실을 줄일 수 있습니다.

    [이지우/헤어디자이너]
    "고객님들이 보고 예약을 하고 결제를 먼저 하시잖아요. 그러니까 결제를 하고 나면은 일단 부담이 좀 있으니까 고객님들이 대부분 오신다는 말이에요."

    대신 고객이 낸 돈에서 많게는 12%까지 수수료로 내야 하는 점은 업체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카카오는 올 하반기에는 가사도우미와 주차장 중개 서비스도 출시할 예정입니다.

    소상공인들은 카카오 역시 기존 대기업과 마찬가지로 골목상권을 침범하며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고 비판합니다.

    [김홍렬 사무국장/대한미용사중앙회]
    "초반엔 저비용과 편의성을 내세우기는 했지만 얼마 지나면 수익보장을 위해 수수료를 올려야만 할 것이고 그때는 이미 카카오를 대체할 동네 점포들은 다 사라진 상태일 것입니다."

    카카오는 IT를 통한 혁신으로 소비자들과 각종 서비스를 편리하게 연결해주는 새로운 사업 모델이라고 설명합니다.

    [윤승재 매니저/카카오 커뮤니케이션팀]
    "미국에서도 우버라든지 에어비엔비, 중국 같은 경우에도 사실 일상의 모든 영역이 다 모바일로 가능한 시대가 됐어요. 그래서 단순히 침범이라고만 보기보다는 O2O(Online to Offline) 비즈니스라는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가 출현한 거다."

    전문가들은 IT 기술이 각종 산업에 접목돼 상승효과를 내는 것을 규제할 수는 없지만, 카카오의 인지도와 편리성으로 인해 기존 사업자들이 빠르게 무너지면 독점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이경전 교수/경희대학교 경영학과]
    "카카오가 그렇게 독점을 해서 문제가 많이 발생을 하게 된다 정말. 그러면 당연히 거기에 제재가 들어가야죠. 독점이 이뤄가는 과정에서 미리 막으면 창의성을 발휘할 수 없고 더 큰 경쟁을 저해하는 것이기 때문에.."

    새로운 산업과 서비스가 등장해 이용자들에게 편리를 주면, 기존의 서비스가 쇠퇴하고 사라지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약자를 볼모로 하는 손쉬운 방법으로 위기를 타개하려는 기존 업체, 기술력을 앞세워 취약한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거대 IT기업.

    상생의 지점을 찾는 노력이 필요해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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