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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거진2580
기자이미지 송양환 기자

무차별 폭로, 당신도 표적

무차별 폭로, 당신도 표적
입력 2016-09-05 10:01 | 수정 2016-09-05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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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월부터 23살 정 모 씨의 집에 낯선 남자가 찾아와 초인종을 누르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그 남성들에게선 스마트폰 채팅 앱에서 성관계를 맺자는 글을 보고 찾아왔다는 황당한 답이 돌아왔습니다.

    실제로 앱 화면엔 정 씨의 사진과 함께 집 주소가 공개되어 있었고 ‘찾아오면 성관계를 해주겠다’는 내용이 적혀있었습니다.

    물론 정씨는 전혀 모르는 일. 이후로도 인터넷과 SNS에는 정 씨가 유사 성매매 업소에서 일했다는 등 갖가지 허위 사실과 신상 정보가 유포되기 시작했는데요.

    경찰 수사 결과 정 씨 남자 친구의 전 여자 친구가 정씨에게 앙심을 품고 유포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전혀 모르는 사람의 사진을 올려놓고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신상을 폭로하는, 소위 신상 유포 범죄가 최근 이렇게 급증하고 있습니다.

    과거 연예인 등 유명인을 대상으로 한 이같은 범죄가 이젠 일반인들에게도 확산되어 가고 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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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월 18일 경기도의 한 아파트.

    한 남성이 찾아와 초인종을 누르고 문을 두드렸습니다.

    한동안 집 앞을 배회하다 돌아간 남성.

    잠시 후, 또 다른 남성이 같은 집을 찾아와 문을 열려고 시도했습니다.

    집에 혼자 있던 23살 정 모 씨는 인터폰으로 이들을 지켜보며 공포에 떨었습니다.

    [정 00]
    "난생처음 보는 사람들인데 와서 이름도 부르고, 혹시 문이 열려서 들어와서 해코지할까? 정말 무서웠고 10분이 지옥 같았어요."

    이후로도 모르는 남성 10여 명이 더 찾아왔고 정씨는 남자친구 김모씨에게 도움을 청했습니다.

    달려온 김씨가 집 앞에서 한 남성을 붙잡아 어떻게 찾아왔느냐고 다그치자 낯선 남성은 스마트폰을 내밀며 뜻밖의 말을 했습니다.

    [김 00]
    "'난 잘못 없다. 너희가 이런 걸 올려서 내가 찾아온 거 아니냐?' 메시지 내용을 보여주면서 '이걸 보고 찾아왔다.'"

    남성이 내밀었던 스마트폰 화면.

    데이트 상대를 찾는 채팅 어플에 정씨의 사진과 실명, 집 주소가 공개돼 있고 이 주소로 찾아오면 성관계를 해주겠다는 말이 써 있습니다.

    하지만, 정씨는 이 어플에 접속한 적도, 이런 글을 올린 적도 없습니다.

    [정 00]
    "당장 빨리 지웠으면 좋겠고 이게 안 보였으면 좋겠고 제 눈앞에. 좀 화가 났어요. 이런 짓까지 당해야 되나."

    남성들은 누군가 유포한 정씨의 개인정보와 허위 사실을 보고 찾아온 것이었습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인터넷과 SNS에 무차별 유포된 개인정보.

    영문도 모른 채 당하는 고통은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한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온 글입니다.

    정씨가 성매매 업소에서 일했었다며 이름과 나이, 출신 학교에 사진까지 노출돼 있습니다.

    정씨는 그런 일을 한 적이 없습니다.

    [정 00]
    "키스 방에서 일했고, 업소에서 일했고, 이랬던 여자라고 얘기해서, 그런 데(성매매업소) 진짜 안 좋게 생각할뿐더러 일한 적도 없고, 그래서 기분이 정말 수치스럽고 어이가 없고."

    각종 SNS와 채팅 어플엔 정씨의 이름으로 성관계를 제안하는 글이 여러 번 올라왔습니다.

    전화번호까지 노출돼 정씨는 모르는 남성들의 계속되는 전화와 메시지에 시달렸습니다.

    [정 00]
    "거의 새벽에 연락이 많이 와요. 남자들한테. 전화가 계속 와요. 핸드폰을 볼 수가 없게 만드니까 발신번호제한 표시나 모르는 번호 차단을 했었어요. 그래도 메신저는 계속 새로운 채팅방 뜰 때마다 알림이 계속 오니까 아예 전화번호를 바꿔버렸죠."

    심지어 SNS에는 정씨의 장기를 판다는 글까지 수차례 뿌려졌습니다.

    정씨의 신원, 주소와 함께 '장기 적출 대상', '특급 매물'이라며 중국인들에게 퍼뜨려 달라고 하는 등 노골적으로 정씨를 위협하는 것이었습니다.

    [정 00]
    "제 얼굴도 나와 있고 주소도 나와 있고, 이름에 나이 이런 식으로 다 올라와 있으니까. 장기매매 그건 거의 살인청부잖아요. 제가 죽었으면 하는.."

    이런 일은 반년 가까이 계속됐고, 평범했던 정씨의 삶은 망가졌습니다.

    집 앞에 CCTV와 방범창을 새로 설치했고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외출할 땐 자신의 모습을 숨기고 주위의 눈치를 살폈습니다.

    "아파트 주민분들이나 그런 분들이 저를 알아볼까 봐 무서워서 항상 외출할 때는 모자나 마스크는 항상 착용해요. 이게 뭐 하는 짓인지 모르겠어요. 저도."

    허위사실 유포로 곤욕을 치른 건 남자친구 김 씨도 마찬가지.

    김씨가 여성을 무자비하게 때리고 성폭행을 일삼는 파렴치한이라는 내용이 역시 이름, 사진, 전화번호 등과 함께 SNS에 유포된 겁니다.

    [김 00]
    "여자들만 골라서 폭행을 하고 다니고, 뭐 수시로 성폭행을 하고 다니고 만약 그런 게 다 사실이었으면 전 지금 감옥에 가 있겠죠. 지금 여기 안 있고. 그러니까 확인 안 된 사실들을 그냥 아님 말고 식으로 다 찔러보는 거예요."

    김씨의 지인들이 이 내용을 보고 놀라서 확인 전화를 하기도 했습니다.

    [최 00/김 00 후배]
    "(나쁜 일을 할 사람이) 아닌 형인데도 불구하고, 혹시 설마 이 형이 이런 걸 할 수도 있다는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잘 모르는 사람이면 '걔 그런 일 한다는데?' 이런 식으로 얘기도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유포된 신상 정보 때문에 김씨는 모르는 사람들의 이유 없는 비난을 당해야 했습니다.

    [김 00]
    "새벽 한 시 정도에 전화가 와서 받자마자'야 이 개XX야, 미친 XX야 뭐 하는 XX야' 온갖 상 욕을 다해서 거기서 상황 설명을 해줬죠. 그게 진짜 비참해요. 얘길 하면서도 내가 왜 저 사람한테 이 내용을 설명하고 있어야 되지?"

    대체 누가 이런 짓을 한 걸까.

    경찰 조사 결과 범인은 김씨의 전 여자친구인 강 모 씨로 드러났습니다.

    김씨와 헤어진 것에 앙심을 품고 이같은 일을 저지른 겁니다.

    [경기 광주경찰서 수사관]
    "(가해자가) 정확히 기억이 안 난다고 하는데 대체로 사진을 보여주면서 이거 올린 거 맞잖아요. 그러면 시인은 하는데, 근거는 없는 거래요. 자기 그냥 추측으로 올렸다고 그렇게. 비난하기 위한 수단이죠."

    강씨는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기소돼 다음 주 재판을 받을 예정입니다.

    2580은 강씨를 찾아갔습니다.

    경찰조사에서 혐의를 대체로 인정했던 강씨는 취재팀에겐 신상을 유포한 적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강 00]
    "(본인은 그들의 신상에 대해서는 전혀, 어디에도 유포한 적이 없다고요?) 네. 제가 신상을 어떻게 알겠어요. (키스 방, 업소녀 이런 것도 전혀 본인이 올리신 적이 없다고요?) 이거는 재판을 보시든가 그렇게 해주세요."

    사건은 일단락됐지만 정씨는 회복할 수 없을 정도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정신과 치료까지 받아야 했고, 정씨에 대한 허위사실은 여기저기로 옮겨져 아직도 인터넷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이 사건을 그저 운이 나빠서 당한 특별한 경우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이런 범죄는 우리 주변에서 급증하고 있고, 어느 날 내가 바로 그 피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

    30대 여성 최 모 씨.

    작년 말 개인 SNS에 올린 사진 한 장이 다른 사람의 성관계 영상과 함께 해외 사이트에 유포됐습니다.

    [최 00]
    "동생이 놀라지 말라면서 연락이 왔더라고요. 그냥 제 평범한 일상 사진 올린 것뿐인데 이게 그렇게 퍼졌다고. 그냥 어디 숨고 싶고, 사람 보는 것 자체가 너무 불안하고."

    영상 속 여성은 분명 자신이 아닌데 함께 유포된 자신의 사진 때문에 인터넷에선 이미 자신인 것처럼 기정사실화 된 상황.

    충격 때문에 최 씨는 하던 일도 그만뒀고 자살 충동에도 시달리고 있습니다.

    [최 00]
    "죽고 싶어요. 솔직히 살고 싶지가 않더라고요. 그 사람은 장난일지 모르겠지만 한 사람의 인생을 진짜 망가뜨리는 거잖아요. 솔직히 제가 잘못한 건 아니잖아요. 그런데 마치 제가 진짜 잘못한 거 같고."

    최씨는 범인을 잡고 싶었지만, 해외 사이트라 추적이 어렵고 수사 과정에서 남편이 알게 될까? 두려워 그마저 포기했습니다.

    [최 00]
    "여자이고 또 가정이 있는 데 그런 사진이 돌아다니니까 그냥 죽고 싶었죠! 저는. 신랑한테도 미안하고 아직까지도 지금 그게 어딘가 또 올라올까봐.."

    인터넷 신상유포나 명예훼손 범죄는 과거 연예인 등 유명인이 타깃이었지만, SNS가 대중화되면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사이버 명예훼손 및 모욕 범죄는 해마다 급증해 지난해엔 1만 5천여 건을 기록했고, 올 상반기에만 8천3백여 건에 달했습니다.

    상대를 직접 보지 않는 사이버 범죄의 특성상 별 죄의식 없이 행해지면서 피해가 급증하고 있는 겁니다.

    [곽대경 교수/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
    "한 사람의 인권 내지는 그 사람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심각한 범죄행위일 수 있는데 유감스럽게 이런 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이것이 범죄행위라는 사실들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애써 무시하면서 그런 행동을 하는 거예요."

    더구나 한번 유포되면 수습하기가 힘든 인터넷의 특성 때문에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 때문에 유포된 허위 정보를 찾아내 지워주는 전문 업체들에는 피해자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김소라 실장/유출 정보 삭제 업체]
    "최초 유포되고 나면 이러한 것에 대해서 사람들이 퍼다 나르고 돌려보는 것에 대해서 죄의식이 없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굉장히 삽시간에 유출되는 편이고요 다 삭제가 된 이후라도 지속적으로 관리해서 추가 유출되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지난 5월 개설된 SNS 계정 '강남패치'

    유흥업소에 종사하는 여성들이라며 100여 명의 신상과 사진이 무차별적으로 공개됐습니다.

    전혀 사실이 아닌 경우도 많았습니다.

    ['강남패치' 피해자]
    "승무원이거든요. 제가 업소녀라고 남자들이랑 부적절한 관계를 가지고, 제가 얼굴부터 다 갈아엎었다 이런 내용이었어요."

    피해자들의 신고로 계정이 정지되자 30여 차례나 새 계정을 만들며 신상유포를 이어갔던 운영자.

    '훼손될 명예가 있으면 고소하라.'라며 피해자들을 조롱하기까지 했습니다.

    석 달간의 수사 끝에 며칠 전 붙잡힌 강남패치의 운영자는, 경찰이 들이닥치자 SNS에서의 당당한 모습과 달리 강남패치를 모른다고 얼버무립니다.

    ['강남패치' 운영자]
    "(인스타그램 강남패치 전혀 모르세요? 솔직히 말씀하세요.) 그냥 기사만 봤어요."

    강남패치 이후 한남패치, 성병패치 등 비슷한 종류의 폭로계정이 잇따라 생겨났고 피해자도 수백 명에 달했습니다.

    지금까진 주로 해외 계정이라 범인을 잡기 어렵다고 알려져 있었지만, 경찰은 타인에게 모욕을 주는 이같은 범죄에 대해서는 해외 SNS 업체들도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최준영/경찰청 사이버수사기획팀장]
    "다수의 피해자를 대상으로 하는 이런 범죄에 대해서는 최대한 신속하고 엄정하게 사법처리를 해서 일벌백계함으로써 그 또 다른 사람들이 유사한 행위를 하지 않도록 하는."

    현재 사이버 명예훼손 등의 범죄 처벌은 대부분 벌금형에 그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범행이 손쉽게 일어나는 데 비해 그 전파 속도와 규모가 상상을 초월하고, 이로 인한 피해는 오랜 기간 지속된다는 점에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김동현/변호사]
    "굉장히 광범위하고 빠르게 허위사실이 유포되는 경우가 많아서 피해자들은 단순히 그 피해사실의 유포 전후로 피해를 받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꾸준히 피해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또 각종 경로를 통해 무분별하게 수집되는 개인정보 관련 제도를 바로잡아 정보 유출을 예방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공정식 박사/한국심리과학센터]
    "인터넷 상의 발전 이런 것들이 굉장히 세계에서 제일 빠른 나라다 보니까 그러한 부작용에 대한 준비를 충분히 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런 상황이 이뤄진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까 지금이라도 개인정보 (보호)를 조금 더 강화하고."

    무차별 신상유포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피해자들은 한결같이 '내 입장이 되어보라'고 말합니다.

    [최 00]
    "그냥 재미삼아 했을지 모르겠는데 '너도 한번 당해봐라.'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진짜 당해보지 않으면 모를 거예요."

    [정 00]
    "그걸 당해보지 않아서 그렇게 쉽게 생각하는 거 같은데 수치스럽고 역겹기까지 해요. 악의적으로 사람 한 명 매장을 시키려고 그런 식으로 유포한 거니까."

    눈앞에 보이지 않는다고, 또 날 찾아낼 수 없을 거라고 쉽게 생각하고 저지르는 무차별 신상유포는 한 사람의 인격을 파괴하는 중대한 범죄입니다.

    또, 그걸 보고 재미있어하며 돌려보는 것 역시 이 범죄에 동참하는 일입니다.

    [공정식 박사/한국심리과학센터]
    "피해 양을 놓고 본다면 이게 절대 흔히 말하는 폭행이나 상해에 비해서 적다 이렇게 얘기할 수 없어요. 피해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거나 이렇게 되면 사실 그건 타살 적 자살이에요."

    '내가 당했더라도 웃을 수 있을까?'

    그 어떤 제도적 보완에 앞서 우리 모두 스스로에게 한 번쯤 던져봐야 할 질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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