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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거진2580
기자이미지 이필희 기자

'맘카페'의 두 얼굴

'맘카페'의 두 얼굴
입력 2016-09-26 10:18 | 수정 2016-10-06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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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아파트 주민끼리 지역 정보도 얻고 이웃과 소통하기 위해 가입하는 ‘맘카페’.

    그러나 최근 여러 가지 문제로 말썽에 휘말리고 있는 맘카페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지역 상인들에게 돈을 받고 홍보 글을 실어주고, 안 낸 업체들에겐 악성 댓글을 남긴다거나, 운영진에게 문제를 제기하는 회원은 강제탈퇴시키는 등 스스로 권력화 상업화 되어가는 것입니다.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상가에 입주한 음식점 간판이 마을의 품격을 떨어뜨린다며 맘카페 회원들이 문제를 제기해 결국 간판을 내리게 하는 일까지 벌어지기도했습니다.

    이처럼 지역 사회에서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행사하는 맘카페, 그러자 기존의 맘카페에서 탈퇴한 엄마들이 또 다른 맘카페를 만들어 서로 싸우는 등 주민들이 둘로 갈려 반목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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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의 한 신도시.

    번화가의 광장을 둘러싼 건물 2층에 대형 시계탑이 설치됐습니다.

    시계탑 바로 아래에 입점한 생태찌개집.

    이 시계탑 상단에 간판을 달았다.

    2주 만에 내려야 했습니다.

    지역 주민들의 맘카페에서 동네의 격을 떨어뜨린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간판이 불법 점유 시설이라는 민원을 제기하고 가게 앞에 진을 치는 등 집단행동에 나선 겁니다.

    [구청 민원담당자]
    "공용으로 많이 보는 장소인데 거기다가 설치하니까 보기도 안 좋고 거기 간판이 딱 있으니까 그래서 민원 제기 한 거죠."

    관리사무소의 동의를 받아 간판을 달았던 음식점 주인은, 억울했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습니다.

    맘카페가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워낙 크다 보니 가게들은 맘카페에 올라오는 엄마들의 평가에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쌀국수 가게 사장]
    "'파인애플 너무 작았어요.' 그때 (맘카페에) 썼어요. 그래서 파인애플 더 드리고, 무시할 수는 없죠."

    행여 불친절한 집으로 낙인찍힐까 봐 엄마들과의 언쟁은 피하라고 직원 교육을 시키기도 합니다.

    [페스트푸드 점장]
    "저희 입장에서는 그게 아니다라는 걸 어필하고 있는데 손님 입장에서는 말을 또박또박 대든다고 생각하시기 때문에 (직원들에게) 그냥 무조건 죄송하다고만 하라고..."

    육아나 교육 등의 정보를 서로 공유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인터넷 맘카페.

    같은 지역의 엄마들이 가입하다 보니 여기에 모이는 의견들은 지역 상권에도 무시할 수 없는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정보 공유와 소통이라는 순기능도 있지만, 막강한 힘에서 비롯된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7만 명 가까운 인구가 모여 사는 수도권의 한 신도시.

    맘카페 얘기를 물어보니 이상한 얘기들이 나옵니다.

    [주민]
    "(이 지역 맘카페 회원이세요?) 네 근데 요즘은 안 해요. (안 하시는 이유가?) 거기 지금 난리 났잖아요."

    [주민]
    "많이들 탈퇴했어요. 그래서 새로운 카페를 만들기도 했고, 엄마들끼리."

    맘카페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지난달, 이 카페의 회원이었던 김 모 씨는 카페 운영자가 아이디를 두 개 쓰면서 특정 업체의 홍보를 도왔다고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김 OO]
    "이중 아이디를 쓰면서 입점업체들 후기를 편파적으로 올리고 그런 동종업체의, 다른 업체들의 후기는 등급이 안 된다는 이유로 그냥 무통보 삭제를 한 거에요."

    회원들은 카페에 투명한 운영을 요구하는 글을 연달아 올렸습니다.

    [조경환/맘카페회원]
    "투명성을 보장을 해주고 각각의 이 업체들마다 카페 회원들을 위한 혜택을 제공하라, 그런 내용들을 썼고.."

    하지만, 카페지기는 그런 글들을 모두 삭제하고 글을 쓴 사람들을 강제 탈퇴시키거나 활동을 정지시켰습니다.

    [A 맘카페 운영자]
    "해명을 하라고 자꾸 하는데 무슨 말을 못하겠어요, 너무 무서워서. 그때는 막 너무 공격당하다 보니까 이게 너무 심하다 보니까 그냥 이게 옳은 거 같았어요."

    그렇게 퇴장당한 4백여 명은 안티카페를 만들어 운영자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운영자를 직접 찾아가는 시위를 계획하는 등 온라인에서의 갈등은 현실에서의 싸움으로까지 번졌습니다.

    [조경환/맘카페회원]
    "안티카페 회원들이 그 사람들이 운영하는 가게 앞에 가가지고 시위 신청서를 내려고 했어요. 거기까지 추진을 했었고."

    맘카페에서 발생하는 분란은 이처럼 지역 업체들로부터 홍보비를 받는 등 상업화 논란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회원 수가 10만 명이 넘는 한 맘카페에서 2년 동안 운영진으로 일했던 이 모 씨.

    이 씨는 카페의 월 홍보비 수입이 5천만 원에 육박했다고 말합니다.

    홍보비란, 지역 상인들이 맘카페에 광고 글을 올릴 수 있게 해주는 대가로 카페 운영진이 받는 돈을 말합니다.

    [이 OO/맘카페 전 스태프]
    "광고 표가 얼만지 저도 봤거든요. (한 달에)35만 원에서 50만 원 정도 하니까 보통 제가 나오기 전에도 업체가 100개가 넘었으니까요. 그것만 계산해도.."

    홍보비뿐 아니라 맘카페에서 행사를 할 때면 업체들에게 협찬을 요구했고, 이를 거절하는 업체는 거의 없었다고 합니다.

    [이 OO/맘카페 전 스태프]
    "잡지사에서 무슨 가방이나 신발 뭐 이런 거부터 해서 OOO 같은 경우는 5톤 탑차로 냉동식품 한 수십박스 받은 적 있습니다."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마음으로 보수 없이 카페를 관리했던 이 씨는 카페가 그렇게 큰 수익을 내고 있다는 사실을 일한 지 1년이 지나서야 알았다고 말합니다.

    [이 OO/맘카페 전 스태프]
    "(거기 계신 회원들도 모르셨겠네요?) 절대 모르죠. 정확히. 그냥 추정은 하는 회원들은 있어요. 돈을 많이 번다더라. 근데 저 조차도 정확히 잘 모르는데 그분들도 마찬가지 아니실까요."

    이 씨는 운영진을 그만두면서 카페의 이같은 수익 내역에 관한 글을 올렸고, 회원들 사이에 파문이 일면서 이 씨를 포함한 회원 8명이 운영자로부터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했습니다.

    [이 OO/맘카페 전 스태프]
    "소장을 받고 난 후에 그동안 했던 일은 물론이고 좋은 목적을 갖고 했던 행동들까지 후회가 많이 되고 너무 화가 났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일반 회원들은 맘카페가 얼마나 홍보비를 받고 운영되는지.

    알 수도 없고, 의심이 들어도 확인할 길은 없습니다.

    [주민]
    "자기들은 나중에 투명하게 관리를 한다고는 하는데 자기가 관리를 제대로 못 했다는 식으로 하는데 그거를 믿을 수가 없는거고.."

    맘카페 운영자들은 광고비를 받는 카페 상업화가 장점도 있다고 반박합니다.

    친구업체로 카페에 등록된 회사의 좋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회원들이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는 겁니다.

    또 회원들 입장에서도 지역 업체에 대한 정보는 필요한 만큼 제한적으로 홍보 기회를 줄 필요도 있다고 말합니다.

    [B 카페 운영자]
    "업체가 얼마나 많은데 그걸 다 오픈을 해줬을 때 그 광고 글만 도배가 되는데 엄마들이 들어오겠냐는 거죠. 그러니까 그런 부분을 걸러야 되는 그런 운영자 입장도 있어요."

    이렇게 돈을 내고 들어온 업체의 활동을 어느 정도 보장해줘야 하다 보니 또 다른 갈등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사진관을 운영 중인 최은진 씨.

    최 씨는 지난달 가족들과의 나들이 사진을 맘카페에 올렸다 글이 강제로 삭제됐습니다.

    [최은진]
    "가족들끼리 놀러 갔다 온 거, 산책갔다 온 거 이런 건데 그걸 올렸더니 무통보 삭제가 되더라고요."

    운영자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최씨의 개인 블로그에도 같은 사진이 올라있고, 거기엔 최 씨의 사진관을 홍보하는 내용이 적혀 있어 삭제했다는 답이 돌아왔다고 합니다.

    최 씨는 맘카페에 광고비를 내고 들어온 사진관이 있었기 때문에 운영진이 그 업체를 보호하기 위해 자신에게 불이익을 준 거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최은진]
    "블로그 글과 왜 같으면 안 되는지 합리적인 이유를 나한테 알려 달라, 합리적이지 않다면 너희가 고쳐야 될 거고 합리적이라면 내가 따르면 된다, 그랬더니 '너는 그냥 무기한 활동정지시킬게.' 이렇게 댓글을 남기고. 제가 거기에 반박하려니까 댓글 쓰기 권한이 없습니다. 이렇게 나오더라고요."

    사람들이 많이 모이면 이런저런 의견 충돌이 일어나기 마련이고, 맘카페의 상업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탈퇴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공간에 올라있는 글과 정보의 상당수가 지역주민 아닌 다른 사람이 쓴 거짓정보라면 얘기는 좀 달라집니다.

    지역주민 사이의 소통과 정보공유라는 기본적인 신뢰를 흔드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그런 일은 벌어지고 있습니다.

    2580은 맘카페에 홍보를 대행해 준다는 업체 관계자를 만났습니다.

    요즘은 엄마들이 휴대폰을 통해 맘카페에 자주 접속하기 때문에 광고 효과가 가장 좋다고 말합니다.

    [홍보대행업체 관계자]
    "미디어보드탑, 그리고 버스 투어, 경기 도는 투어 버스, 지하철 이런 거 다 하고 있거든요. 브랜드 광고도. 그런데 가장 효과 있는 건 맘카페에요."

    방법은 카페 회원인 것처럼 접속해 업체에 우호적인 글을 써주는 것.

    업체당 15~20개의 아이디를 바꿔 쓰며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2년 동안 후기와 댓글까지 작성해준다고 설명합니다.

    [홍보대행업체 관계자]
    "어머니들은 그냥 댓글 없는 거는 그냥 사람들이 보다가 간 거구나, 조회 수가 많더라도 안 보시거든요. 댓글 남겨드려요."

    서로 다른 사람인 것처럼, 같은 동네에 사는 여러 명의 엄마인 것처럼 글이 작성되는 겁니다.

    대부분의 맘카페가 여성만 가입할 수 있고, 글을 남기려면 출석 일수나 댓글 갯수 등을 채워야 하는 등의 기준이 있지만, 아이디가 돈으로 거래되고 있어 문제가 안 된다고 말합니다.

    [홍보대행업체 관계자]
    "아이디 구매를 하거나 판매하는 업체들이 있어요. 그래 가지고 여기서 구매를 해가지고 저희는 이쪽에서 또 사용을 할 수 있고요."

    작업은 생각보다 치밀했습니다.

    이사온지 얼마 안 돼 동네 정보를 묻는 것처럼 쓰는 글에는 새로 만든 아이디를 사용하는 식입니다.

    [홍보대행업체 관계자]
    "저희가 근데 신생 아이디는 몇 개는 써요. 왜냐하면, 저희가 예를 들어서 OO에서 이사 왔는데 학원 잘 모른다, 알려주세요. 이럴 때는 그런 아이디 사용할 때가 있고."

    같은 지역에 사는 엄마들이 경험한 건 믿을 수 있다는 카페 회원들의 신뢰를 전문 홍보업체들이 교묘하게 이용하는 겁니다.

    [이정현 변호사]
    "허위 내용이 심하게 들어 있거나 소비자의 판단을 흐리게 해서 부당한 이익을 취하는 경우 그런 경우에는 사기죄까지도 책임을 질 수가 있죠."

    작년 6월 경기도 김포 신도시에 또 하나의 맘카페가 생겼습니다.

    운영진들은 가장 먼저 비상업 화를 선언했습니다.

    대신 홍보를 하고 싶은 업체에게서는 기부금 명목으로 한 달에 만 2천 원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1년 동안 1,800만 원이 모였고, 카페 운영비 월 20만 원을 제외한 나머지 전액은 지역 복지관을 통해 장학금 또는 후원금으로 집행되고 있습니다.

    [유미정 팀장/김포시종합사회복지관]
    "후원 위원으로 위촉을 해서 집행되는 부분과 어떻게 선정하는 부분에까지 다 관여하는 걸로 해서 진행을 하고 있어요."

    정보 공유라는 원래 목적과 함께 나눔을 실천하겠다는 뜻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카페 회원 수는 1년여 만에 2만 명 가까이로 늘었습니다.

    [채영임/맘카페 운영자]
    "기본적으로 믿음이 형성돼 갖고, 업체 분들이 굉장히 많이 도와주세요. 그냥 무일푼으로 도와주시고 회원분들도 그냥 재능 같은 거 있으면 재능 기부 그냥 해주시고. 많은 사람들이 도와서 함께 가고 있거든요. 그거 자체가 되게 힘이 되는 거예요."

    지역주민들이 맘카페라는 공간을 찾아 정보를 얻고 소통하는 가장 첫 번째 이유는, 같은 동네 이웃이기 때문에 믿을 수 있다는 신뢰가 깔려 있기 때문일 겁니다.

    카페의 회원 수를 돈으로 환산해 계산기를 두드리고, 그 빈틈에 업자들까지 끼어드는 사이, 이 소중한 가치가 자꾸 뒷전으로 밀려나는 건 아닌지 차분히 생각해 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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