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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거진2580
기자이미지 최 훈 기자

소리나고 구멍나고... 의문의 엔진

소리나고 구멍나고... 의문의 엔진
입력 2016-09-26 11:09 | 수정 2016-09-27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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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현대 자동차의 직원이 2580에 제보를 해왔습니다.

    현대자동차의 이른바 ‘세타 엔진’ 이 장착된 자동차에 결함이 있다는 것입니다.

    금속성 소음이 나는 것으로 시작해 심할 경우 엔진 벽에 구멍이 나거나 화재가 날 수도 있으며, 이런 현상 때문에 현대차가 미국에서는 리콜을 실시했지만 한국에선 이 같은 사실을 쉬쉬하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2580은 이 주장을 확인하기 위해 정비소나 현대차 서비스 센터 등을 샅샅이 취재했습니다.

    취재결과 실제로 이 같은 현상으로 입고되는 차량이 속출하고 있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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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입한 지 2년 된 그랜저HG.

    주행거리가 5천 킬로미터를 넘어선 뒤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엔진에서 나는 소음이었습니다.

    [강영진/그랜저HG 운전자]
    "딱딱딱 거리면서 이렇게 금속성 돌아가는 소리들, 쇠가 좀 덜 깎인 소리라고 해야 되나요."

    운전을 하다가 뒤에서 용달차가 쫓아온다고 착각할 때도 있다고 했습니다.

    [강영진/그랜저HG 운전자]
    "딱 내 차만 있는데 끼릭끼릭 파바박 소리가 나가지고 이상하다. 그랬는데 아무것도 없더라고요. 차가 아 이게 내 차구나."

    택시 기사들에게 엔진 소음 얘기를 꺼냈더니 너도나도 분통을 터뜨립니다.

    택시는 주행거리가 길다 보니 엔진을 네다섯 차례씩 교체했다는 기사들도 쉽게 만날 수 있었습니다.

    [김광복/그랜저HG·택시기사]
    "엔진을 한 여섯 번 바꿨어요. 빨리 바꿀 때는 6개월에 한 번도 바꾸고 여기 통째로 다 바꿔요."

    [채광호/그랜저HG·택시기사]
    "엄청납니다. 이 차를 가지고 있으면 일을 많이 해서 돈을 못 벌면 이 차를 빚내서 고쳐야 합니다. 카드를 긁든가 남의 집에 지인들한테 돈을 빌려서 하든가."

    김경훈 씨도 자신의 YF 소나타 엔진 소음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고급형 합성오일을 3천km마다 갈아도 소용이 없었고, 결국 차 문짝과 엔진룸, 바닥까지 여러 차례 방음 처리를 했습니다.

    소음을 줄이는 데만 500만 원을 들였습니다.

    [김경훈/YF 소나타 운전자]
    "밑에 소음이 올라오면서 이중 방음을 했어요. 그러니까 보통 한번 칠할 거를 네 번을 칠해버린 겁니다. (그렇게까지 해야 되나요?) 하다 보니까 그렇게 됐는데요. 점점 소음이 나니까."

    조용한 차와 비교하면 딱딱딱 끊겨서 들리는 소리가 명확히 구별됩니다.

    하지만, 현대차 공식 서비스 센터에 가보면 웬만해선 정상이라고 말합니다.

    [현대자동차 서비스센터]
    "아니 이거보다 어떻게 더 조용하게 타시려고요. 차를. 이거 되게 조용한 거예요. 소리 하나도 안 나는 거예요. (소리 나는데 뭘 안나요?) 에이 이거는 예민하셔서 그런 거 같아요. 이거 소리 안 나는 거예요."

    차량 엔진 소음 때문에 신경쓰이고 힘들다는 운전자들이 의외로 많지만, 현대기아차는 결함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2580은 이 엔진 소음의 원인을 취재하다 현대기아자동차의 일부 엔진에서 또 다른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소음은 그저 시작일 뿐이었습니다.

    기아자동차 K7을 타는 장영식 씨는 3년여 동안 소음 때문에 엔진을 3번이나 갈았습니다.

    [장영식/k7 운전자]
    "처음엔 안 해준다는 걸 계속적으로 얘기를 해서 엔진 교체를 한 3번째 했는데 지금도 마찬가지로 그런 현상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교체해도 증상은 똑같아요?) 네."

    새 엔진으로 바꿔도 계속 소음이 나자 장 씨는 스스로 원인 찾기에 나섰습니다.

    내시경 카메라를 구입해서 엔진 내부를 들여다봤습니다.

    그러다 엔진 실린더 내부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엔진 실린더 벽 곳곳이 긁히고 홈이 파여 있었던 겁니다.

    [장영식/k7 운전자]
    "그때 딱 느껴지는 게 뭐냐면 아 이거 차가 문제가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많이 들더라고요."

    엔진 실린더는 피스톤이 끊임없이 왕복 운동하면서 연료와 기체가 혼합되고 폭발하는 공간으로, 엔진의 핵심 부품입니다.

    그런데 이 피스톤 머리와 실린더 벽이 서로 부딪치면서 금속성 소리가 났고, 계속 반복되면서 실린더 벽이 긁히고 자국이 생긴 겁니다.

    [박병일/자동차 명장]
    "노킹 현상은 여기 들어가서요. 이렇게 피스톤이 이렇게 해서 (실린더로) 들어가는 거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치는 거죠. 이렇게 옆으로 치는 거. (금속 피스톤과) 실린더 벽이 부딪히는 소리. 그걸 우리는 노킹 소리다 이렇게 얘기하는 거예요."

    2580은 전문가와 함께 2009년 이후 출시된 아반떼와 YF소나타, K5 등 현대기아차 51대의 차량 엔진을 들여다 봤습니다.

    내시경 카메라로 확인하고, 실제 엔진을 분해하기도 했는데 51대 모두에서 실린더 내벽이 긁히고 파인 현상이 발견됐습니다.

    [박병일/자동차 명장]
    "자동차를 한 45년 동안 하면서 실린더 벽이 먹는다는 거 극히 없는 거거든요. 그것도 새 차가. 그렇잖아요. 30~40만km 뛰었다면 이해가 가는데."

    실제 주행거리 30만km짜리 일본 차와 32만 km 구형 아반떼, 27만km를 탄 국내 타사차량의 엔진을 확인해봤더니 이런 흠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20년째 엔진 수리를 하고 있는 또 다른 정비사의 말도 같습니다.

    이 증상이 2009년 이후 나온 현대기아차에서 유독 많고, 그중에서도 소나타와 K5 등에 장착된 세타2 엔진에서 특히 많다는 겁니다.

    [이 OO/자동차 정비사]
    "과거에는 정말 완전히 없었어요. 이게(세타2 엔진) 처음이에요. 관리를 소홀한 차는 조금 일찍 생기고요. 관리를 잘하는 사람은 좀 늦게 생겨요. 둘 다 생기는 현상이에요."

    더 큰 문제는 엔진 오일이 실린더 벽에 난 흠집을 타고 연소실로 올라가 엔진 오일이 타버린다는 점입니다.

    [박병일/자동차 명장]
    "절대 안 되는 거죠. 왜 안 되냐면 올라오면 여기 이렇게 카본(탄 흔적)이 생기는 거예요. 당연히 엔진 오일 조금씩 줄죠. 새는 데도 없는 데 없어진다. 그러면 당연히 이런 문제가 생기는 거고."

    이에 대해 현대기아차는 엔진에서 소음이 난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은 알고 있지만, 실린더 벽에 홈이 생기고 엔진오일이 일정 정도 소모되는 건 구조적인 엔진 결함으로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이현섭 부장/현대자동차 홍보팀]
    "일부 차량에서 산발적으로 소음 및 엔진오일 소모 등의 현상을 좀 나타내는 부분들을 알고 있습니다. 생산과 부품의 편차, 그리고 엔진 오일 교환주기 등 그런 것들을 지키지 않았을 경우에 차량 관리상의 문제 등으로 산발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2580이 확인한 엔진의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2014년 2월 경부고속도로.

    조영만 씨는 자신의 K5 차량을 타고 시속 100km로 달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엔진에서 갑자기 쇠 두드리는 소리가 크게 나더니 시동이 꺼져버렸습니다.

    [조영만/K5 운전자]
    "주행 중에 차가 시동이 꺼진다는 거는 얼마나 위험한 상황입니까."

    시동이 꺼지자 핸들도 말을 듣지 않았고, 브레이크도 먹지 않았습니다.

    [조영만/K5 운전자]
    "1킬로미터가 넘는 제동거리가 필요했는데 엔진이 꺼진 이후에. 고속주행이었고요. 시속 100km 정도 되는 근데 만약에 위험요소가 없었기에 망정이지 대형 사고로 이어지는 건데.."

    당시 정비소에서 엔진을 뜯어봤더니 커넥팅로드라는 엔진 부품이 부러져 있었고 이 때문에 시동이 꺼진 거였습니다.

    그랜저HG를 타는 택시기사 김 모 씨도 지난달에 똑같은 사고를 당했습니다.

    주행 중에 시동이 갑자기 꺼졌고, 큰 사고가 날 뻔했습니다.

    엔진 소음이 너무 커서 3번이나 엔진을 교체한 뒤였는데, 이런 사고까지 당하니 이젠 차 타는 게 무섭다고 합니다.

    [김 OO/그랜저HG·택시기사]
    "차 바꾸려고요. 지금 뭐 기분도 그렇고 저 엔진 4번 바꿨지 않습니까. 또 엔진 또 고장 났지 않습니까."

    이런 증상을 경험했다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커넥팅로드'라는 부품이 엔진 벽을 치면서 엔진에 구멍이 뚫리고, 그 구멍 사이로 커넥팅로드가 튕겨져 나온다는 것.

    이 제네시스 차량은 작년에 고속도로에서 주행하다 시동이 꺼졌습니다.

    엔진룸에선 연기가 피어올랐습니다.

    [박 OO/제네시스 운전자]
    "차가 이제 고속도로에서 퍼졌거든요. (네 제네시스 본인 맞으시고요?) 예예예. 지금 고속도론데.."

    연기는 더 심해졌고, 엔진 하부에서 불길이 솟았습니다.

    [박 OO/제네시스 운전자]
    "백미러 보는데 우와 뒤가 안 보일 정도로 연기가 엄청 심했거든요. 혹시나 해서 차 밑을 들어가 봤더니 차 밑에서 불이 엄청 나가지고."

    사고 후 감정결과 이 차에서도 커넥팅로드가 부러져 튕겨 나오면서 엔진에 구멍이 났고, 이 구멍으로 엔진 오일이 튀어나오면서 불이 붙은 걸로 나타났습니다.

    현대기아차는, 시동이 멈추고 화재가 나는 원인은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이런 현상을 엔진의 결함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이현섭 부장/현대자동차 홍보팀]
    "공통적인 결함이라기보다는 일부 차종에서 산발적으로 어떤 공정상의 작업 과정상에서 이물질이나 이런 부분들이 들어갔을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은 있습니다."

    2580은 현대기아차가 엔진에 어떤 문제가 발생했으며 그 원인은 무엇인지 파악해 분석한 내부 문건을 입수했습니다.

    이 문서를 건네준 사람은 현대차에서 품질 관리를 담당했던 현직 부장급 엔지니어였습니다.

    현대차의 내부 문서.

    세타2 엔진에서 소음이 나고 시동이 꺼지는 이유가 자세히 분석돼 있습니다.

    베어링이라는 부품에 엔진오일 유막이 파괴돼 베어링이 손상되고, 이게 손상되면 엔진에서 소음이 나거나 시동이 꺼진다는 겁니다.

    [김진수(가명) 부장/현대자동차 내부 제보자]
    "엔진에서는 최악이죠. 엔진에서는 그거보다 더 심한 불량은 없습니다. 소음으로 끝나지 않고 절손이라든지 엔진 파손, 소착, 화재 이거는 불량으로는 있을 수 없는 부분이죠."

    이 문서엔 이런 증상 때문에 소비자원이 조사했고, 일부 차량이 언론에 보도된 적도 있다고 적혀 있습니다.

    하지만, 현대차 측은 이를 모두 산발적인 작업 불량으로 상대에게 설명했다고 적혀 있습니다.

    이 문서에 나온 차량 중 한 대의 차주를 수소문해 직접 만나봤습니다.

    그랜저HG를 타는 양 모 씨는 실제로 고속도로에서 주행하다 갑자기 시동이 꺼졌다고 했습니다.

    [양 OO/그랜저HG 운전자]
    "쇳덩어리 같은 게 깡통 같은 게 빠져나가는 소리가 나면서 엔진 오일이 이렇게 확 퍼졌어요. 밑에. 그러면서 보닛에 연기가 엄청났어요. 정말 그때 하루종일 심장 떨리고..."

    당시 현대차는 사고 원인을 공식적으로 설명하지 않았고, 차량만 무상으로 수리해줬다고 합니다.

    내부문건에는 또 다른 k5 차량 한 대에 대해 '정식 결함 조사를 차단하기 위해 이 차량만의 예외적인 문제로 대응'했다고 적혀 있습니다.

    [김진수(가명) 부장/현대자동차 내부 제보자]
    "그 사람은 다른 정보를 모르기 때문에 그렇게 믿을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개개인 한 사람 한 사람은 그렇게 설명하면 '내가 정말 재수가 없구나. 1백만 대 중에 한 대에 해당하는구나' 그렇게 설득을 시킵니다."

    그런데 현대차는 작년 9월 미국에서 2011년과 12년에 출시된 YF 소나타 47만대에 대해 리콜을 실시한 적이 있습니다.

    미국에서 판매된 YF소나타 수십 대에서 엔진 부품인 커넥팅로드가 부러지면서 엔진 벽에 구멍이 나고, 시동이 꺼지거나 화재가 발생한 사례들이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현대차는 엔진 제조 시 먼지나 미세한 금속잔해를 물과 고압 바람으로 제거해야 하는데 당시 미국 현지 공장에서는 이를 완벽히 제거하지 못해 일시적으로 불량률이 높아졌기 때문에 리콜 조치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국내 생산 차량과는 경우가 다르며, 우리나라 국토교통부 역시 리콜 대상이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고 밝혔습니다.

    [이현섭 부장/현대자동차 홍보팀]
    "미국 엔진 공장에서 엔진 조립 시 청정도 관리 문제가 초기에 발생돼서 전량 리콜한 게 아니라 초기에 발생했던 불량 그 기간에 대해서만 리콜한 상태입니다.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을 제외한 타지역에서는 리콜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면서 현대차는 YF 소나타의 불량률은 북미에선 1.65%이고, 국내에선 0.46%라고 밝혀왔습니다.

    하지만, 0.46%라는 수치는, 우리나라에서 팔린 46만대의 YF소나타의 불량률이 아니라 미국모델과 사양이 같은 6천 대만 놓고 따진 불량률입니다.

    46만대의 국내 전체 YF소나타의 불량률이 0.46%와 비슷한 수준만 된다 해도 2천대 넘는 YF소나타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그래서 국내 YF소나타 전체 모델의 불량률을 알려달라고 요청했지만 현대차는 내부자료라 공개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현대자동차 관계자]
    "(우리나라 YF소나타 전체 불량률은 못 주시겠다는 거죠?) 예 그거는 좀 내부 자료라서 드리기가 어렵다고 그러네요. (그러면 제가 의심할 수밖에 없잖아요. 유리한 자료만 주시고...) 아니 그건 아니죠. 그건 아니죠! 예."

    소비자원은 특히 엔진의 경우 안전과 직결된 핵심부품인 만큼 불량률과 상관없이 조사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혔습니다.

    [김기백/한국소비자원 안전감시팀]
    "발생률을 떠나서 모니터링을 했는데 그렇게 엔진 쪽에 문제가 있다고 한다면 저희는 시정 권고를 해야죠. 엔진 쪽 문제고 시동 꺼짐 그리고 화재의 문제라고 한다면 대수가 적든 많든 간에."

    현대차 내부 문서에 따르면, 현대차가 세타엔진의 이상 증상을 처음 인지한 건 6년 전인 2010년 6월.

    그 후 베어링에 도금을 하거나, 커넥팅로드 재질을 바꾸는 등 내부적으로 여러 가지 개선 방법을 강구해왔다는 것도 문건에서 확인되고 있습니다.

    자동차의 엔진에 결함이 있다면 이는 안전과 직결된 문제일 수밖에 없습니다.

    철저한 규명과 후속조치가 따라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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