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매거진2580
공윤선 기자
공윤선 기자
가을, 마을로 떠나는 여행
가을, 마을로 떠나는 여행
입력
2016-10-31 12:01
|
수정 2016-10-31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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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의 사과 농장, 여수의 한상 차림, 연천의 DMZ 투어, 양평의 카누 타기.
각 지역의 특색을 살려 그 마을에서만 느낄 수 있는 체험을 여행 테마로 하는 움직임이 새로운 관광 모델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른바 '관광 두레'. 테마파크와 리조트 등 기존의 관광사업이 대기업위주로 이뤄진다면, 관광두레는 그 지역 주민의 고용과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시작된지 3년,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관광두레의 현황과 나아갈 길을 생각해봅니다.
--------------------------------------------------
유유히 흐르는 하천과 그 옆을 붉게 물들이는 추읍산의 고운 단풍들.
남한강 지류에 위치한 경기도 양평의 흑천입니다.
가을이 한창인 흑천의 주말은 분주합니다.
노로 젓는 작은 배, 카누를 타기 위해 수백 명이 전국 각지에서 찾아오기 때문입니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좌우로 노를 젓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다른 수상 레저와 달리 카누는 십여 분의 교육으로 누구나 쉽게 탈 수 있습니다.
[조준래]
"일단 쉽기도 하고 여럿이서 같이 할 수 있다는 게 또 물놀이랑 달리 노를 젓는 게 매력인 거 같아요."
한 번에 30명 정도가 함께 노를 젓는 이른바 '용선'도 있습니다.
운영 2년 만에 양평의 대표적인 관광코스로 자리 잡은 카누타기 체험.
이 상품을 만들고 운영하는 사람들은 양평군의 주민들입니다.
이곳 고등학교 카누부 선수와 지도자 출신 주민들이 폐쇄된 빙상경기장을 재활용해 양평의 가볼 만한 명소로 바꿔놓은 겁니다.
[황순권/양평 카누 관광 두레]
"칠읍산(추읍산) 배경으로 해서 사진 많이 찍어 가고요. 진짜 예쁘다고 양평에 이런 곳이 있었냐고 그런 얘기도 많이 들어봤어요."
평범한 농촌마을을 관광명소로 변화시킨 건 다름 아닌 주민들이었습니다.
그 지역의 특색을 가장 잘 아는 주민 공동체가 직접 관광 상품을 기획, 운영하자 지역색이 물씬 나는 특별한 관광 상품이 만들어진 겁니다.
이곳, 양평뿐만이 아닙니다.
주민들의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열정으로 만들어진 관광상품들이 전국 곳곳에서 관광객들의 마음과 발길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암벽 사이로 붉게 물든 단풍이 마치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합니다.
가을을 맞은 경북 봉화의 청량산 아래 한 캠핑장.
그런데 특이하게 캠핑장 곳곳에 사과나무가 심어져 있습니다.
사과가 탐스럽게 열린 과수원 한가운데서 캠핑을 하며 바로 딴 사과를 맛볼 수도 있습니다.
주민 90%가 사과농장을 운영하는 데 착안한 전국 최초의 과수원 캠핑장입니다.
[정봉현]
"(사과를) 따고 그 자리에서 바로 먹을 수 있는 애들과 같이 체험을 한다는 게 그게 참 많이 의미가 있고."
삼림이 울창한 인근의 목재 체험관에선 갖가지 나무를 직접 만져보며 목공예를 배울 수 있습니다.
"못을 박을 텐데요. 내 손을 때리면 될까요? 안 될까요?"
망치질을 하고, 경첩을 붙여보며 보석함 같은 작은 소품을 만들어보기도 합니다.
'산타마을'로 유명한 인근 분천역에선 레일바이크를 타기도 하고, 쿠키도 만들며 가족들과 색다른 추억을 남깁니다.
이런 갖가지 체험활동은 모두 봉화 주민들이 계획해 운영하는 겁니다.
[김근배/봉화 캠핑장 관광 두레]
"관광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부분들이 좀 특이한 부분들이라고 생각해서 사과나무를 베고, 그 자리에다 캠핑할 수 있도록 그렇게 만들었거든요."
과수원만 있던 이 마을에 이제 성수기엔 한 달 800명이 넘는 캠핑 족들이 몰리고 있습니다.
[박우철]
"리조트도 다녀보고 펜션도 다녀보고 하는데 거기는 너무 획일적이잖아요. 근데 주민들이 자연과 함께 이런 이벤트도 준비해 주시고 색다른 경험도 할 수 있게 해줘서."
이렇게 지역 주민이 관광 상품의 기획부터, 운영까지 전 과정에 참여해 주관하는 관광 사업을 '관광 두레'라고 합니다.
관광이라는 사업에, 두레라는 전통의 공동체 개념을 합쳐 '주민 주도의 관광 사업'을 강조한 건데, 기존의 리조트와 골프장 등 대기업 주도 관광개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3년 전 도입됐습니다.
[박지영/연구위원 한국관광문화연구원]
"(기존에는)관광객이 오다가 안 오기 시작하면 흉물이 되거나 애물단지가 되는 사례들도 굉장히 많았습니다. 그래서 기존의 이런 관광 모델에서 탈피해서 지역 주민들에게 직접적으로 좀 도움이 되는.."
일단 '관광 두레' 사업으로 선정되면 정부에선 돈이 아니라 각 사업에 맞는 멘토와 전문가 인력을 지원합니다.
[유세미나/김제 관광 두레 멘토]
"브랜드라는 게 그냥 단순히 가방 만들고 그런 일들이 아니라.."
김제의 이 관광두레 업체도 전문가 멘토의 지원 아래 브랜드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쌀농사를 많이 짓는 김제의 특성을 살려 버려진 쌀자루를 기본 소재로 사용했고, 여기에 가죽 소재를 더하자 독특하면서도 실용적인 가방이 탄생했습니다.
[한민아/김제 기념품 관광 두레]
"한번 쓰고 버려진다는 게 너무 아까워가지고 가방을 해보자 했더니 굉장히 질겨요, 질기고 오래가고 그래서 햇빛에도 강하고."
'생태 체험 관광'으로 매달 300여 명의 관광객이 꾸준히 찾아오는 경기도 연천의 DMZ투어.
"남과 북이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155마일, 휴전선 중서부 전선으로.."
북한과 가장 가까운 태풍 전망대를 찾아 분단의 현장을 눈으로 확인하고 두루미로 이름난 임진강 습지원과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재인 폭포를 둘러본 뒤엔.
배 농장에서 배를 직접 따고 맛볼 수도 있습니다.
북한에 근접했다는 단점을 역발상으로 관광자원화했고 주민들의 체험 농장을 함께 묶어 관광 상품으로 만든 겁니다.
[허동원/연천 여행사 관광 두레]
"군사 지역이다 보니까 묻지도 말고 연천은 갈 곳이 못돼, 이렇게 하시는데 그 문제를 우리가 역으로 생각해서 아니다 연천은 그래서. 더 청정지역이다 그런 걸 좀 강조하고 싶어요."
관광객도 늘었지만 그 수익이 지역에 온전히 돌아가면서 지역에도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다양한 지역사회 구성원에게 고정적인 일자리가 생겼고, 주민들의 공동체 의식도 높아졌습니다.
이제 주민들은 관광사업으로 더 큰 꿈을 꾸고 있습니다.
바다 한가운데를 시원하게 가로지르는 돌산대교와 해상 케이블카의 화려한 조명, 매년 1천3백 명이 넘는 관광객들이 여수의 명물, 야경을 보고 갑니다.
그런데 2년 전만 해도 관광객의 발길이 전혀 닿지 않았던 여수의 구도심 골목에 관광객들이 찾아들기 시작했습니다.
작은 식당 때문입니다.
홍합과 새우, 문어가 가득 올라간 해물솥밥과 갓김치와 해초 등 여수 특산물로 만드는 정갈한 반찬의 한 상차림이 주 메뉴.
식당을 연 지 1년 만에 월 매출이 2천여만 원에 달할 만큼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남은진]
"여수는 그냥 돌산대교? 이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먹어보니까 여수에 바다의 향기가 이렇게 많구나! 바다를 듬뿍 느끼고 가는 것 같습니다."
음식을 만들고 손님을 맞는 직원들은 중국과 필리핀 여성들.
여수로 시집 온 다문화 여성입니다.
관광두레 사업체인 이 식당의 본래 목표는 여수 다문화 여성의 자립인데, 매출이 오르자 지역의 다문화 이주 여성들을 직원으로 고용하고 있는 겁니다.
[조혜린/필리핀]
"한국은 일자리 얻기가 너무 힘들어요. (취업해서)요리를 좋아하니까 손님들 맛있게 먹으면 기분이 좋아요."
식당은 행복한 여수, 행복한 관광객을 위해 더 큰 포부를 얘기합니다.
[정인숙/여수 음식점 관광 두레 ]
"결혼 이민자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일을 하는 것이고요. 여수에 오면 뭔가 음식을 통해서 여수에 예전에 살았던 사람들은 이렇구나! 이런 것들을 좀 알려주고 싶습니다."
남해의 대표적인 관광지, 독일마을에서는 다문화 여성들이 직접 관광두레에 뛰어들었습니다.
"이거는 목에도 할 수 있고, 이렇게 손수건, 스카프에요. (그럼 목에다가 한번 이렇게 해봐야지.)"
맥주를 형상화한 양초부터, 마을의 집 문양을 디자인한 손수건, 가방까지 직접 만든 독일 마을의 기념품을 판매하는 겁니다.
[김현미]
"직접 다 만들었다고 해서 놀랍고 그리고 또 가격도 다른 데에 비해 저렴한 거 같아서 음 실속있게 구입할 수 있어서 좋았던 거 같아요."
수익은 남해의 다문화 가정 아이들의 학자금으로 쓰일 예정입니다.
[박혜월/남해 기념품 관광 두레]
"우리가 두 팔 걷고 뭔가를 하면 편견 없는 세상이 조금 더 빨리 오지 않을까 그러면 내 아이들도 더 편한 세상에서 살 수 있지 않을까."
관광 두레로 지역에 남아 창업의 꿈을 이룬 청년들도 있습니다.
충남 홍성의 한 게스트하우스.
이 지역 청운대 관광경영학과 졸업생 5명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어서 오세요. 먼 길 오시느라 고생 많으십니다."
시골 마을의 비어 있는 일본식 주택을 수리해 손님을 맞고 홍성의 숨은 명소를 숙박객에게 소개하는 투어 상품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드디어 백월산 정상입니다. (우와,예쁘다.)"
홍성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야경부터, 군청 뒷마당에 숨어있는 고즈넉한 조선시대 정자까지.
홍성의 보물 같은 곳들이 많이 알려지고 더 많은 청년들이 정착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임재협/홍성 게스트하우스 관광 두레]
"젊은 사람들이 다 올라가고 하니까, 도시권으로.. 그래서 젊은 사람들이 많이 여기서 살게끔 하는 게 저희 포부죠. 그러다 보면 경제도 활성화될 거고.."
현재 관광 두레에는 37개의 지자체 156개의 주민 사업체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중 32개 사업체의 경우 월평균 천 3백여만 원의 고정적인 매출을 올리며 지역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습니다.
더 큰 성과는 지속 가능한 지역 관광의 토대가 마련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박주영 연구위원/한국문화관광연구원]
"기존에는 그냥 지역 자원을 활용해서 만들면 관광객들이 오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만 갖고 있던 주민들이었다면 지금은 적극적으로 우리가 뭘 만들 수 있을까, 고객들이 원하는 건 뭘까 그렇게 의식이 바뀐 모습들을 보면서."
또, 사업이 안정기에 들어서면 자연스럽게 해외 관광객들도 관심을 가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일본 역시 도쿄, 오사카 등 대도시권으로만 관광객이 몰리다가 지방 관광활성화 정책을 편 뒤 지난해 해외관광객의 지방 숙박이 전년대비 60% 가까이 늘었습니다.
해외관광객이 일본에서 쓴 비용도 71%나 증가했습니다.
[구마노 노부히코 소장/일본정부관광국 서울사무소]
"유후인이나 오타루 같은 경우도 해외여행객을 활성화 시키기 위해서 그렇지원을 한 것이 아니고 우선 국내 여행을 활성화 시키기 위해 지원을 한 것이 성공해서 해외 관광객들도 많이 찾아오게 된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관광 두레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선 중앙정부뿐 아니라 지자체의 협력도 필수적이라고 강조합니다.
[김재현 교수/건국대학 산림조경학과]
"관광이란 것이 모든 것의 융합된 단어이기 때문에 먹거리, 볼거리, 쉴 거리 다 포함되잖아요. 그러려면 지자체에서 통합적인 정책을 펼 필요가 있습니다."
또, 사업의 내실화를 위해 교육적 지원 외에 금적적인 지원도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홍미영 교수/숭의여자대학교 관광과]
"1년차 2년차 3년차 평가를 통해서 그러한 평가가 타당하다고 보면 뭔가 인센티브를 준다면 지역 주민들한테도 훨씬 더 동기도 제공해 줄 수 있고 더 적극적으로 사업에 참여하지 않을까."
관광객은 새로운 재미와 감동을 찾고, 주민들은 지역에서 살아갈 힘을 얻는 '상생의 길'.
주민들이 만드는 '진짜' 여행, 관광 두레의 미래가 주목되는 이유입니다.
각 지역의 특색을 살려 그 마을에서만 느낄 수 있는 체험을 여행 테마로 하는 움직임이 새로운 관광 모델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른바 '관광 두레'. 테마파크와 리조트 등 기존의 관광사업이 대기업위주로 이뤄진다면, 관광두레는 그 지역 주민의 고용과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시작된지 3년,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관광두레의 현황과 나아갈 길을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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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유히 흐르는 하천과 그 옆을 붉게 물들이는 추읍산의 고운 단풍들.
남한강 지류에 위치한 경기도 양평의 흑천입니다.
가을이 한창인 흑천의 주말은 분주합니다.
노로 젓는 작은 배, 카누를 타기 위해 수백 명이 전국 각지에서 찾아오기 때문입니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좌우로 노를 젓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다른 수상 레저와 달리 카누는 십여 분의 교육으로 누구나 쉽게 탈 수 있습니다.
[조준래]
"일단 쉽기도 하고 여럿이서 같이 할 수 있다는 게 또 물놀이랑 달리 노를 젓는 게 매력인 거 같아요."
한 번에 30명 정도가 함께 노를 젓는 이른바 '용선'도 있습니다.
운영 2년 만에 양평의 대표적인 관광코스로 자리 잡은 카누타기 체험.
이 상품을 만들고 운영하는 사람들은 양평군의 주민들입니다.
이곳 고등학교 카누부 선수와 지도자 출신 주민들이 폐쇄된 빙상경기장을 재활용해 양평의 가볼 만한 명소로 바꿔놓은 겁니다.
[황순권/양평 카누 관광 두레]
"칠읍산(추읍산) 배경으로 해서 사진 많이 찍어 가고요. 진짜 예쁘다고 양평에 이런 곳이 있었냐고 그런 얘기도 많이 들어봤어요."
평범한 농촌마을을 관광명소로 변화시킨 건 다름 아닌 주민들이었습니다.
그 지역의 특색을 가장 잘 아는 주민 공동체가 직접 관광 상품을 기획, 운영하자 지역색이 물씬 나는 특별한 관광 상품이 만들어진 겁니다.
이곳, 양평뿐만이 아닙니다.
주민들의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열정으로 만들어진 관광상품들이 전국 곳곳에서 관광객들의 마음과 발길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암벽 사이로 붉게 물든 단풍이 마치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합니다.
가을을 맞은 경북 봉화의 청량산 아래 한 캠핑장.
그런데 특이하게 캠핑장 곳곳에 사과나무가 심어져 있습니다.
사과가 탐스럽게 열린 과수원 한가운데서 캠핑을 하며 바로 딴 사과를 맛볼 수도 있습니다.
주민 90%가 사과농장을 운영하는 데 착안한 전국 최초의 과수원 캠핑장입니다.
[정봉현]
"(사과를) 따고 그 자리에서 바로 먹을 수 있는 애들과 같이 체험을 한다는 게 그게 참 많이 의미가 있고."
삼림이 울창한 인근의 목재 체험관에선 갖가지 나무를 직접 만져보며 목공예를 배울 수 있습니다.
"못을 박을 텐데요. 내 손을 때리면 될까요? 안 될까요?"
망치질을 하고, 경첩을 붙여보며 보석함 같은 작은 소품을 만들어보기도 합니다.
'산타마을'로 유명한 인근 분천역에선 레일바이크를 타기도 하고, 쿠키도 만들며 가족들과 색다른 추억을 남깁니다.
이런 갖가지 체험활동은 모두 봉화 주민들이 계획해 운영하는 겁니다.
[김근배/봉화 캠핑장 관광 두레]
"관광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부분들이 좀 특이한 부분들이라고 생각해서 사과나무를 베고, 그 자리에다 캠핑할 수 있도록 그렇게 만들었거든요."
과수원만 있던 이 마을에 이제 성수기엔 한 달 800명이 넘는 캠핑 족들이 몰리고 있습니다.
[박우철]
"리조트도 다녀보고 펜션도 다녀보고 하는데 거기는 너무 획일적이잖아요. 근데 주민들이 자연과 함께 이런 이벤트도 준비해 주시고 색다른 경험도 할 수 있게 해줘서."
이렇게 지역 주민이 관광 상품의 기획부터, 운영까지 전 과정에 참여해 주관하는 관광 사업을 '관광 두레'라고 합니다.
관광이라는 사업에, 두레라는 전통의 공동체 개념을 합쳐 '주민 주도의 관광 사업'을 강조한 건데, 기존의 리조트와 골프장 등 대기업 주도 관광개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3년 전 도입됐습니다.
[박지영/연구위원 한국관광문화연구원]
"(기존에는)관광객이 오다가 안 오기 시작하면 흉물이 되거나 애물단지가 되는 사례들도 굉장히 많았습니다. 그래서 기존의 이런 관광 모델에서 탈피해서 지역 주민들에게 직접적으로 좀 도움이 되는.."
일단 '관광 두레' 사업으로 선정되면 정부에선 돈이 아니라 각 사업에 맞는 멘토와 전문가 인력을 지원합니다.
[유세미나/김제 관광 두레 멘토]
"브랜드라는 게 그냥 단순히 가방 만들고 그런 일들이 아니라.."
김제의 이 관광두레 업체도 전문가 멘토의 지원 아래 브랜드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쌀농사를 많이 짓는 김제의 특성을 살려 버려진 쌀자루를 기본 소재로 사용했고, 여기에 가죽 소재를 더하자 독특하면서도 실용적인 가방이 탄생했습니다.
[한민아/김제 기념품 관광 두레]
"한번 쓰고 버려진다는 게 너무 아까워가지고 가방을 해보자 했더니 굉장히 질겨요, 질기고 오래가고 그래서 햇빛에도 강하고."
'생태 체험 관광'으로 매달 300여 명의 관광객이 꾸준히 찾아오는 경기도 연천의 DMZ투어.
"남과 북이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155마일, 휴전선 중서부 전선으로.."
북한과 가장 가까운 태풍 전망대를 찾아 분단의 현장을 눈으로 확인하고 두루미로 이름난 임진강 습지원과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재인 폭포를 둘러본 뒤엔.
배 농장에서 배를 직접 따고 맛볼 수도 있습니다.
북한에 근접했다는 단점을 역발상으로 관광자원화했고 주민들의 체험 농장을 함께 묶어 관광 상품으로 만든 겁니다.
[허동원/연천 여행사 관광 두레]
"군사 지역이다 보니까 묻지도 말고 연천은 갈 곳이 못돼, 이렇게 하시는데 그 문제를 우리가 역으로 생각해서 아니다 연천은 그래서. 더 청정지역이다 그런 걸 좀 강조하고 싶어요."
관광객도 늘었지만 그 수익이 지역에 온전히 돌아가면서 지역에도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다양한 지역사회 구성원에게 고정적인 일자리가 생겼고, 주민들의 공동체 의식도 높아졌습니다.
이제 주민들은 관광사업으로 더 큰 꿈을 꾸고 있습니다.
바다 한가운데를 시원하게 가로지르는 돌산대교와 해상 케이블카의 화려한 조명, 매년 1천3백 명이 넘는 관광객들이 여수의 명물, 야경을 보고 갑니다.
그런데 2년 전만 해도 관광객의 발길이 전혀 닿지 않았던 여수의 구도심 골목에 관광객들이 찾아들기 시작했습니다.
작은 식당 때문입니다.
홍합과 새우, 문어가 가득 올라간 해물솥밥과 갓김치와 해초 등 여수 특산물로 만드는 정갈한 반찬의 한 상차림이 주 메뉴.
식당을 연 지 1년 만에 월 매출이 2천여만 원에 달할 만큼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남은진]
"여수는 그냥 돌산대교? 이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먹어보니까 여수에 바다의 향기가 이렇게 많구나! 바다를 듬뿍 느끼고 가는 것 같습니다."
음식을 만들고 손님을 맞는 직원들은 중국과 필리핀 여성들.
여수로 시집 온 다문화 여성입니다.
관광두레 사업체인 이 식당의 본래 목표는 여수 다문화 여성의 자립인데, 매출이 오르자 지역의 다문화 이주 여성들을 직원으로 고용하고 있는 겁니다.
[조혜린/필리핀]
"한국은 일자리 얻기가 너무 힘들어요. (취업해서)요리를 좋아하니까 손님들 맛있게 먹으면 기분이 좋아요."
식당은 행복한 여수, 행복한 관광객을 위해 더 큰 포부를 얘기합니다.
[정인숙/여수 음식점 관광 두레 ]
"결혼 이민자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일을 하는 것이고요. 여수에 오면 뭔가 음식을 통해서 여수에 예전에 살았던 사람들은 이렇구나! 이런 것들을 좀 알려주고 싶습니다."
남해의 대표적인 관광지, 독일마을에서는 다문화 여성들이 직접 관광두레에 뛰어들었습니다.
"이거는 목에도 할 수 있고, 이렇게 손수건, 스카프에요. (그럼 목에다가 한번 이렇게 해봐야지.)"
맥주를 형상화한 양초부터, 마을의 집 문양을 디자인한 손수건, 가방까지 직접 만든 독일 마을의 기념품을 판매하는 겁니다.
[김현미]
"직접 다 만들었다고 해서 놀랍고 그리고 또 가격도 다른 데에 비해 저렴한 거 같아서 음 실속있게 구입할 수 있어서 좋았던 거 같아요."
수익은 남해의 다문화 가정 아이들의 학자금으로 쓰일 예정입니다.
[박혜월/남해 기념품 관광 두레]
"우리가 두 팔 걷고 뭔가를 하면 편견 없는 세상이 조금 더 빨리 오지 않을까 그러면 내 아이들도 더 편한 세상에서 살 수 있지 않을까."
관광 두레로 지역에 남아 창업의 꿈을 이룬 청년들도 있습니다.
충남 홍성의 한 게스트하우스.
이 지역 청운대 관광경영학과 졸업생 5명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어서 오세요. 먼 길 오시느라 고생 많으십니다."
시골 마을의 비어 있는 일본식 주택을 수리해 손님을 맞고 홍성의 숨은 명소를 숙박객에게 소개하는 투어 상품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드디어 백월산 정상입니다. (우와,예쁘다.)"
홍성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야경부터, 군청 뒷마당에 숨어있는 고즈넉한 조선시대 정자까지.
홍성의 보물 같은 곳들이 많이 알려지고 더 많은 청년들이 정착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임재협/홍성 게스트하우스 관광 두레]
"젊은 사람들이 다 올라가고 하니까, 도시권으로.. 그래서 젊은 사람들이 많이 여기서 살게끔 하는 게 저희 포부죠. 그러다 보면 경제도 활성화될 거고.."
현재 관광 두레에는 37개의 지자체 156개의 주민 사업체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중 32개 사업체의 경우 월평균 천 3백여만 원의 고정적인 매출을 올리며 지역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습니다.
더 큰 성과는 지속 가능한 지역 관광의 토대가 마련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박주영 연구위원/한국문화관광연구원]
"기존에는 그냥 지역 자원을 활용해서 만들면 관광객들이 오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만 갖고 있던 주민들이었다면 지금은 적극적으로 우리가 뭘 만들 수 있을까, 고객들이 원하는 건 뭘까 그렇게 의식이 바뀐 모습들을 보면서."
또, 사업이 안정기에 들어서면 자연스럽게 해외 관광객들도 관심을 가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일본 역시 도쿄, 오사카 등 대도시권으로만 관광객이 몰리다가 지방 관광활성화 정책을 편 뒤 지난해 해외관광객의 지방 숙박이 전년대비 60% 가까이 늘었습니다.
해외관광객이 일본에서 쓴 비용도 71%나 증가했습니다.
[구마노 노부히코 소장/일본정부관광국 서울사무소]
"유후인이나 오타루 같은 경우도 해외여행객을 활성화 시키기 위해서 그렇지원을 한 것이 아니고 우선 국내 여행을 활성화 시키기 위해 지원을 한 것이 성공해서 해외 관광객들도 많이 찾아오게 된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관광 두레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선 중앙정부뿐 아니라 지자체의 협력도 필수적이라고 강조합니다.
[김재현 교수/건국대학 산림조경학과]
"관광이란 것이 모든 것의 융합된 단어이기 때문에 먹거리, 볼거리, 쉴 거리 다 포함되잖아요. 그러려면 지자체에서 통합적인 정책을 펼 필요가 있습니다."
또, 사업의 내실화를 위해 교육적 지원 외에 금적적인 지원도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홍미영 교수/숭의여자대학교 관광과]
"1년차 2년차 3년차 평가를 통해서 그러한 평가가 타당하다고 보면 뭔가 인센티브를 준다면 지역 주민들한테도 훨씬 더 동기도 제공해 줄 수 있고 더 적극적으로 사업에 참여하지 않을까."
관광객은 새로운 재미와 감동을 찾고, 주민들은 지역에서 살아갈 힘을 얻는 '상생의 길'.
주민들이 만드는 '진짜' 여행, 관광 두레의 미래가 주목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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