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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거진2580
기자이미지 장인수 기자

눈먼 병사, 귀 막은 보훈처

눈먼 병사, 귀 막은 보훈처
입력 2016-11-14 11:32 | 수정 2016-11-14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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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전병으로 차량 점검 중 엔진오일이 눈에 튄 김 모 씨.

    눈이 흐려지고 앞이 보이지 않았지만, 제대로 병원의 검사를 받지 못했고 결국 사고 발생 40일만에 실명 진단을 받았습니다.

    탄약수송병이던 최 모 씨는 소음이 큰 사격장에서 장시간 대기하다 귀가 멀었고, 또 다른 김 모 씨는 신병훈련 도중 허리를 다쳐 결국 철심을 박게 됐습니다.

    이들은 모두 군 생활 중 부상을 당한 뒤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장애를 얻은 경우. 하지만 군에서는 보훈대상자 지정을 제대로 해주지 않고 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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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살 김현수(가명) 씨는 왼쪽 눈이 안 보입니다.

    오른쪽 눈도 시력이 0.2에 불과한데다 시야까지 많이 좁아진 상태 버스 번호와 노선도가 보이지 않아 혼자서는 버스도 타지 못합니다.

    [김현수(가명)]
    "(보여요? 몇 개인지?) 세 개?"

    김씨의 원래 시력은 양쪽 모두 1.0

    그런데 군 복무 중 시력을 잃었습니다.

    [김현수(가명)/군 복무 중 실명]
    "진짜 그냥 매번 바라는 게 그냥 꿈이길 계속 바라고 있어요. 꿈이길 바라고 있고.."

    김현수 씨는 19살 대학생이던 8년 전 육군에 자원입대했습니다.

    그리고 운전병으로 복무하며 훈련 도중 작은 사고를 당했습니다.

    대수롭지 않게 넘길 정도로 사소한 일이었지만, 그의 인생은 송두리째 뒤바뀌었습니다.

    2008년 11월 초.

    호국훈련을 받고 있던 운전병 김씨는 선임병과 군용차량 엔진룸을 점검하고 있었습니다.

    어두컴컴한 새벽, 차량 내부가 잘 보이지 않아 얼굴을 가까이 들이댔습니다.

    [김현수(가명)/군 복무 중 실명]
    "그때 (엔진오일) 뚜껑을 열려고 하는데 잘 안 열리는 거예요. 딱 여는 것과 동시에 양 눈으로 기름이 탁 튀어 올랐어요."

    눈에 들어간 기름을 물로 씻어낸 지 3일 왼쪽 눈이 잘 안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김현수(가명)/군 복무 중 실명]
    "눈곱이 눈동자에 붙은 느낌처럼 어떨 때는 이쪽이 좀 뿌옇다가…."

    진료를 받고 싶다고 세 차례나 보고했지만 간부들은 병원에 보내주지 않았습니다.

    보름 뒤 주말, 외출 기회를 얻은 김씨가 부대 근처 안경점에서 시력을 측정해봤더니 왼쪽 눈이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함께 나갔던 선임병이 부대 복귀 후 김 씨의 상태가 심각하다고 보고했고 그다음 주에야 김씨는 부대 앞 안과에 갈 수 있었습니다.

    사고 발생 20일 만이었습니다.

    [김현수(가명)/군 복무 중 실명]
    "(안과에서) '왜 이렇게 늦게 왔어요.' 말을 하는 거예요. 신경검사 할 수 있는 정밀장비가 없으니까 이거 대학병원에 가야 되는데."

    안과 의사는 즉시 대학병원으로 가보라고 했지만 부대에선 복귀 명령을 내렸습니다.

    [김현수(가명)/군 복무 중 실명]
    "일단 복귀를 하래요. 중대장이. 훈련 참가하고 하려면 군병원부터 가는 절차가 있다 군인신분이니까 군 절차를 따라야 안되냐."

    이틀 뒤 국군 벽제병원에 갔지만 검사 장비가 없었고, 다시 며칠 뒤 국군수도통합병원에 갔지만 군의관들은 원인을 찾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꾀병을 의심했다고 합니다.

    [김현수(가명)/군 복무 중 실명]
    "'가까이서 보이는데 왜 그게 안보이냐?' 이런 식으로 계속하는 거예요. 대위가 이제 군의관이었는데 자기들끼리 '이등병이 벌써부터..' 하면서 그런 식으로 얘기를 하는 거예요."

    사고 발생 40일 만인 12월 15일.

    김씨는 포상휴가를 받아 집에 갔고 곧바로 대학병원을 찾았습니다.

    결과는 시신경 위축에 의한 왼쪽 눈 실명.

    치료는 불가능하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김현수(가명)/군 복무 중 실명]
    "실명이라고 앞에서 얘기하고 있는데도 저게 지금 무슨 말인가 나한테 하는 얘기인가. 놀랍고 무섭고 그냥 빨리 병원을 나가고 싶단 생각밖에 없었어요."

    [전영철 안과 전문의]
    "군대 생활 중에 그때 생겼다면 그때 적절히 치료했으면 시신경, 시력을 좀 살릴 수 있었겠죠."

    이듬해 3월 의병 제대한 김씨는 보훈처에 국가유공자 등록을 신청했습니다.

    [김현수(가명)/군 복무 중 실명]
    "군대에서는 당연히 되는 거라고.. '지금 너는 왼쪽 눈을 잃은 상태기 때문에 이건 몇 급에 해당되는 상태다.' 그런 걸 다 제가 설명을 듣고 제대를 했거든요. 그래서 저도 이제 당연히 된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보훈처는 어떠한 보상도 해줄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보훈처 공문입니다.

    김씨가 2002년과 2008년 두 차례 유행성 결막염에 걸렸던 사실을 적시하고 '입대 전 치료 기록을 감안하여' 공무로 인한 질환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김현수(가명)/군 복무 중 실명]
    "제가 아폴로 눈병 두 번 앓은 걸로 '거봐 너는 눈 병력이 있잖아 그러니까 너는 안 되는 거야' 이렇게 하고 딱 끝이 났어요. 전 그거(보훈처 공문) 받자마자 정말 찢어버렸거든요."

    과연 유행성 결막염이 실명의 원인이었을까.

    [전영철 안과 전문의]
    "유행성 결막염하고 시신경 위축은 전혀 연관성이 없습니다."

    [박중원 안과 전문의]
    "(결막염을 군대가 가기 전에 두 번 정도 치료받은 적이 있는데..) (시신경 위축은) 그거하고는 상관없습니다. 그건 저도 몇 번 걸렸어요."

    김씨는 보훈처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두 곳의 대학병원으로부터 유전병 검사를 받고, 음성 즉 유전병이 아니라는 결과를 첨부해 재심사를 신청했습니다.

    유전병이 없었다는 게 입증되면 실명 원인이 후천적 요인, 즉 군대 내 사고였음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보훈처의 결정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보훈처 공문엔 김씨가 유전병인 '레버씨 선천성 시신경 병증으로 진단' 됐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유전병이 아니라는 병원진단결과를 냈더니 유전병이 맞다는 어이없는 결정이 돌아온 겁니다.

    [김현수(가명)/군 복무 중 실명]
    "두 번째(보훈처 결정이)가 저렇게 나왔을 때는 제가 확신을 했어요. (보상을) 해주기 싫어서 저렇게 하는구나. 해주기 싫어가지고 아예 안 해 줄 마음으로. 어떤 증거를 내도 저건 안 되겠구나…."

    군대에서 부상을 입고 장애를 얻으면 국가가 당연히 책임질 거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국가에서 보상받기 위해서는 국가유공자 혹은 보훈대상자로 인정받아야 하는데 이를 입증하기가 너무 까다롭거나 때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국가유공자는 국가 안보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직무를 수행하다 죽거나 다친 사람으로

    장애 정도가 가장 심한 1급의 경우 매달 455만 원을 받을 수 있고, 피해가 가장 적은 7급의 경우 매달 39만 원을 받게 됩니다.

    또 본인과 배우자는 물론, 자녀까지 학비 전액과 취업할 때 가산점을 받게 됩니다.

    국가 안보를 위한 일을 하다 다친 장병은 보훈보상대상자로 인정돼 매달 27만 원에서 322만 원의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국가로부터 보상을 받는 일은 절대 만만치 않습니다.

    해병대 원이었던 최정규 씨는 2014년 4월 소음이 큰 사격장에서 8시간 동안 대기한 뒤 갑자기 귀가 아프고 어지럽기 시작했습니다.

    [최정규/군 복무 중 청력 상실]
    "갑자기 귀가 먹먹한, 물 찬 느낌 그런 게 들면서 이명이 들리더라고요. 딱 일어나는데 넘어졌어요. 의자에서. 균형이 안 맞아서."

    여러 차례 병원에 가고 싶다고 보고했지만, 다음날 오전에야 부대 앞 이비인후과에 갈 수 있었습니다.

    의사는 즉시 큰 병원에 가보라고 했지만 부대에선 복귀명령이 내려졌습니다.

    결국, 사고 발생 3일째부터 서울대병원에서 집중치료를 받았지만 왼쪽 귀의 청력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오재국/이비인후과 전문의]
    "돌발성 난청이 오면서 어지러움이 동반되었다는 얘기는 최대한 빨리 치료를 하는 것이 도움됩니다."

    최씨는 제대 후 국가유공자 등록을 신청했습니다.

    하지만, 보훈처는 국가유공자는 물론이고 보훈대상자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국가로부터 보상을 받으려면 사격장 소음 때문에 귀가 멀었다는 의학적 증거를 제출해야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의료기관은 치료를 하더라도 발병의 원인을 뚜렷이 입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개인이 발병 원인을 입증할 길이 없는 겁니다.

    [최정규/군 복무 중 청력 상실]
    "이 모든 것들이 다 군대 안에서 일어난 건데 판정을 받았을 때는 그거끼리의 인과관계가 없다? 보훈청에서 하는 게 뭔가 그런 인과관계를 밝히려고 있는 게 아닌가…."

    설사 발병 원인을 증명해 제출해도 보훈처가 이를 왜곡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난해 6월 입대한 김진한 씨는 일주일 만에 훈련 도중 허리를 다쳤습니다.

    [김진한/군 복무 중 허리 부상]
    "팔굽혀펴기를 하다가 한쪽 팔에 힘이 풀려가지고 이대로 꺾였거든요. 이렇게 확 부딪치면서 꺾였었는데 그다음에 허리가 계속 아프고..."

    하지만, 고된 훈련은 계속됐고 한 달 뒤 수류탄을 던지다 극심한 허리 통증으로 쓰러졌습니다.

    [김진한/군 복무 중 허리 부상]
    "힘은 계속 빠지고 다리에. 수술실에 몇 번 들락날락하는 거 같은데 계속 다른 데 아프니까 서 있지를 못하겠더라고요."

    신경 차단 치료를 받고, 훈련소를 마친 뒤에는 박격포부대로 배치됐습니다.

    허리가 아픈 김씨에겐 최악의 발령이었습니다.

    [김연철/김진한 씨 아버지]
    "허리도 안 좋은 데 왜 (박격포) 보직으로 보냈는지 이해가 또 안 가는 거에요 상식적으로. 그러니까 거기 있다 보니까 또 허리가 어떻겠습니까."

    결국, 김씨는 정상적인 치료로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진단을 받고 올해 1월 허리에 철심을 박는 수술을 받았습니다.

    4번 5번 추간판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아예 고정시켜버린 겁니다.

    [공봉준/OO병원 재활센터장]
    "이제 (4,5번 추간판이) 고정이 되니까 얘를 많이 과사용 하는 거죠. 3번하고 4번 사이의 디스크가 많이 움직임을 나타내게 되는데 그 움직임으로 인해서 안에 있는 디스크의 퇴행성 변화가 빨리 진행될 수 있습니다."

    김씨는 지난 3월 의병제대를 하고 보훈처에 국가유공자 등록을 신청했습니다.

    김씨의 진단명은 추간판 외상성 파열 외부 충격에 의해 허리를 다쳤다는 뜻입니다.

    [선승덕/정형외과 전문의]
    "외상성 파열이라는 것은 전혀 문제가 없는 디스크에서 힘을, 보통 우리가 회전 힘을 받아가지고 디스크가 탈출 되는 걸 외상성 디스크 탈출이라고 그러죠."

    그런데 보훈처는 국가유공자 심사에서 외상성이라는 단어는 '퇴행성'을 뜻한다고 해석했습니다.

    김씨의 허리가 원래부터 좋지 않았으며 신병교육대 중대장과의 면담에서 '입대 전부터 허리 디스크가 있었다'고 진술했다는 겁니다.

    [김진한/군 복무 중 허리 부상]
    "저는 중대장 얼굴을 제 눈앞에서 이렇게 가까이 본 적도 없습니다. 어이가 없었죠. 하지도 않은 걸 갑자기 뭐 했다고 하고 그러면 뭐 저희가 어떻게 합니까?"

    김씨는 중대장을 찾아가 따졌고, 중대장은 다른 사람과 혼돈해 면담 내용을 잘못 작성했다고 시인했습니다.

    하지만, 보훈처는 김씨의 증상이 퇴행성이라는 주장을 바꾸지 않고 있습니다.

    [김연철/김진한 씨 아버지]
    "직접 수술하신 분이나 담당 군의관들이나 바깥 선생님들도 대학교수님도 인정하는 부분인데 어떻게 이게 퇴행성이라고 주장하는지 저도 이해가 안 갑니다."

    결국, 김씨는 국가유공자 대신 보훈대상자로 인정받았고, 보훈처의 거짓말에 대해 소송을 준비 중입니다.

    취재진은 군 병원의 부실한 진료 실태에 대해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국방부는 거절했습니다.

    [국방부 관계자]
    "일단 인터뷰는 사람이 없습니다. (인터뷰하실 분이 없다고요?) 네."

    보훈처는 서면 답변을 통해 김현수(가명) 씨의 실명은 유전병이 맞고 김진한 씨의 허리도 퇴행성 질환이 맞다는 기존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다만, 공정하고 심도 깊은 보훈심사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미국 등 선진국의 보훈 제도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많이 양보해서 군대에서 몸을 상하는 일이야 다반사라고 해도, 제때 치료를 못 받아 더 심한 장애를 입고, 이를 위로하고 보상해야 할 보훈처가 어떻게든 그 책임을 지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을 보인다면 결국 국방의 의무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김현수(가명) 씨 어머니]
    "저는 절대 안 보냅니다.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안 보냅니다. 정말 손자가 태어나도 그 손자가 태어나도 유언으로 남길 거예요. 절대 군대를 가지 마라."

    입대하는 청년들에게 몸 성히 돌아오라는 말은 결코 가벼운 인사말이 아닙니다.

    다치더라도 빠르고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부실한 군 의료체계를 개선하고,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보훈심사가 이뤄져야 할 겁니다.

    최순실 씨 가족에게 노화 방지 시술을 해준 강남의 한 의원에 의혹의 눈길이 쏠리고 있습니다.

    조원동, 안종범 두 청와대 경제수석이 직접 해외 진출을 주선하는가 하면, 대통령 해외 순방에 잇달아 경제사절단으로 참석하고, 만들지도 않던 화장품을 갑자기 청와대 명절선물로 납품하고 면세점에 입점시키는 등 각종 특혜를 받아온 것입니다.

    이 병원 원장은 성형외과 전문의가 아니지만, 중국 VVIP의 진료를 위해 서울대병원 외래교수로 임용되기도 했는데...수상한 병원, 청와대가 전폭 지원한 이유는 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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