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매거진2580
공윤선 기자
공윤선 기자
낙동강? 낙동늪?
낙동강? 낙동늪?
입력
2016-11-21 11:16
|
수정 2016-11-21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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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만 되면 ‘녹조 라테’ 논란에 휘말리는 낙동강.
문제는 강물 색깔이 변하는 녹조 뿐이 아니었습니다.
보 설치 이후 장어 등 물고기들이 씨가 말라 강 주변에 사는 어민들은 생업을 포기한 채 쓰레기를 주우러 다니고 있고, 수박 특산지인 고령에선 조금만 땅을 파면 물이 배어나오는 바람에 파종도 못한 채 수박 농사를 접고 있습니다.
보가 설치된 후 수심은 깊어졌는데 흐르지는 않는, 강이 아닌 늪이 되어 가면서 각종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 급기야 어민들과 농민들은 보를 전면 개방하라는 국민소송에 착수했는데요.
-------------------------------------
[조형구/낙동강 어민]
"보다시피 아침에 그물로 고기를 잡아온 게 저 이거 한 마리 잡았어요."
[차태점/고령 우곡 농민]
"우리 우곡 수박은 소문난 수박이거든. 이런 수박이, 수박이 안 돼. 그래가지고 (수박을)다 뽑아버리고 마늘 심고."
지난 9일 경남도청.
낙동강 유역의 어민과 농민 그리고 경남지역 시민사회 단체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정순화/창원 시민]
"영남 주민들에게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물. 고령 농민들에겐 황금 들판을, 어민들에게는 물고기를 되돌려 주기 위해서는 보를 완전 개방하여야 한다."
4대 강 사업으로 낙동강에 8개의 보가 설치된 지 5년.
변해버린 낙동강에 삶의 터전을 잃어버렸다는 어민들과 농민들, 그리고 수돗물이 불안하다는 영남지역 주민들이 국가를 상대로 낙동강의 보를 전면 개방하고 피해를 배상하라는 소송에 들어갔습니다.
"낙동강을 원래대로 돌려달라"고 외치는 사람들.
바로 낙동강을 터전으로 물고기를 잡고,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던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과연 어떤 절박함으로 국가를 상대로 소송까지 제기하게 된 걸까요?
뾰족한 창살로 강바닥을 훑자 통통한 자연산 민물 장어 두 마리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15살 때부터 낙동강에서 고기를 잡았다는 박남용 씨, 그 중 자연산 민물 장어는 가장 중요한 생계 수단입니다.
불과 몇 시간 동안 박씨가 잡은 장어는 50여 마리, 하지만 오늘은 수확이 신통치 않은 날입니다.
[박남용/어민]
"이건 많이 잡은 것도 아니에요. 괜찮게 잡았다 하면은 150마리, 200마리 잡아야지 괜찮게 잡았다고 하지."
8년 뒤, 낙동강에서 다시 만난 박남용 씨는 여전히 고기를 낚습니다.
어젯밤 강에 던져 놓은 그물을 건져 올립니다.
계속 허탕만 치다 세 번째 그물에서 붕어 두 마리를 잡았습니다.
[박남용/어민]
"옛날에 1/100도 안 잡혀요, 1/100도 안 잡혀. 뱃사람들이 세금, 공과금 다 밀렸습니다. 왜 밀렸느냐 벌이가 안되니까."
주 수입원이었던 장어잡이는 아예 포기했습니다.
[박남용/어민]
"(미끼인) 새우 1kg에 우리가 5만 원 주고 사서 (장어)한두 마리, 세 마리 잡으면 (수지타산이)안 맞아.."
하루하루 가슴이 타들어가는 건 낙동강 40년 어부 조형구씨도 마찬가지입니다.
[조형구/어민]
"그물을 이래 다 놓고 한 마리..아침에 기름 두 말 반 떼갖고 이거 한 마리 잡아서 이거 뭐 하겠어요."
자연산 장어를 잡으려 사 놓은 어구들도 쓰지 못하다 보니 다 망가져 버렸습니다.
조씨가 잡아온 장어나 붕어, 메기를 달여서 팔았던 조씨의 부인은 이제 호박을 달입니다.
[임귀남]
"이런 거라도 해야죠. 이거 수공 받아 봐야 3,4만원.. 전기세 물세 내고 사는 거지."
어민들은 요즘 낙동강의 쓰레기를 치웁니다.
지난달 태풍 차바가 지나간 뒤 유입된 바다 쓰레기를 치우는 작업.
고기가 안 잡혀 생계가 곤란해진 어민들에게 수자원공사가 우선 배정해준, 일종의 아르바이트입니다.
하루 8시간 쓰레기를 치우고 받는 돈은 9만 4천 원 정도.
안 잡히는 고기를 기다리며 놀 바엔 쓰레기라도 치워 강을 조금이나마 깨끗이 만들자는 심정에서 시작했습니다.
[우충희/어민]
"(원래)이런 일을 할 시간이 어디 있습니까. 전부 고기 잡고 돈 벌기가 바빠가 지고 그렇죠. 이런 쓰레기를 빨리 주워가지고 (물고기들이) 산란하는데 조금 도움이 안 되겠나 싶은.."
낙동강에서 어업을 하는 어민은 480여 명.
정부는 4대 강 공사가 진행된 이후 휴업수당과 어업피해 등을 따져 한 사람당 800여만 원을 보상했습니다.
하지만, 한평생의 생업을 잃어버린 대가로는 터무니없다고 주장합니다.
[김철호/어민]
"어디 가서 용역을 해도 하루 일당이라든지 금액이 돈 10만 원인데, 3년치를 계산해도 그건 터무니없는 보상이죠."
보 건설 뒤 피해를 호소하는 것은 어민만이 아닙니다.
낙동강 바로 옆에 자리한 경북 고령의 연리들.
우리나라 5대 수박 산지입니다.
한창 모종을 심을 시기지만 농민들은 마늘이나 양파를 심고 있습니다.
장경진 씨도 올해 수박 농사를 포기했습니다.
보가 들어선 뒤 수박이 자라지도 않고, 당도도 예전 같지 않아 상품가치가 뚝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지난 4년 동안 수박값을 제대로 받지 못해 빚만 1억 넘게 졌습니다.
[장경진/농민]
"(예전엔 비닐하우스)한 동에 400만 원 이상씩 다 받았어요. 근데 모 4대 강 사업하고부터는 뭐 시들음 증상이 오고 수박이 안 크고 하니까 한 동에 이백만 원 (받는 거죠)"
5년 전만 해도 이곳 농민 90%가 수박 농사를 지었지만 지금은 40%도 안 됩니다.
[차태점/농민]
"달아가지고 우리 우곡 수박은 소문난 수박이거든 수박 농사를 지어 갖고 우리가 밥을 먹고 살았는데 그걸 못하니 얼마나 안타까워."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농민들은 보 건설 뒤 강 수위가 높아지자 지하수의 수위도 덩달아 높아져 뿌리를 깊이 내리는 수박이 자랄 수 없게 됐다고 합니다.
땅을 파 봤습니다.
비닐하우스 바로 앞쪽에 있는 땅을 1미터 조금 넘게 파자 바닥부터 물이 차오릅니다.
[곽상수/농민]
"수박이 여기서 뿌리를 내린다 치면 예전 같으면 한 2M 정도까지 뿌리가 내려간다고 했어요. 이 상태에선 뿌리가 안 내려가죠. 한 4월 달 정도면 수박이 다 시들어 버립니다."
낙동강은 현재 어떤 상태인 걸까?
보 건설 뒤 가장 큰 변화는 '녹조'입니다.
낙동강의 녹조 발생일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작년에는 2013년에 비해 100일 정도 늘었습니다.
식물성 플랑크톤인 조류는 생태계 환경에서 꼭 필요한 존재지만, 과도하게 늘면 물속 산소 부족을 초래해 물고기의 떼죽음과 수질 악화를 일으킵니다.
낙동강 중류인 대구 사문진교 부근.
11월 중순이지만 아직도 녹조가 기름때와 뒤섞여 수면에 떠다닙니다.
[정수근 국장/대구 환경연합]
"그만큼 수질이 안 좋다는 걸 반증한다고 봅니다. 인과 질소 같은 영양염류들이 아직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녹조가 번성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강바닥을 파자 가스와 함께 새까맣게 썩은 뻘들이 나옵니다.
그 속에선 실지렁이가 발견됩니다.
실지렁이는 환경부가 지정한 수질 최하위등급인 4급수 지표종으로, 보통 시궁창에서나 발견됩니다.
[정수근 국장/대구 환경연합]
"실지렁이 같은, 이런 종들만 살 수 있는 것이고 그밖에 어떤 생명들은 살 수 없어요. 왜냐면 산소가 거의 없거든요. 특히나 이런 깊은 강바닥에는."
달성보 부근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수면에선 잘 보이지 않지만 이렇게 강바닥을 삽으로 조금만 떠보면 새까맣게 썩은 뻘들이 잔뜩 나옵니다.
이곳에서도 실지렁이가 발견됩니다.
강 전체의 수질 악화가 의심되는 상황.
하지만, 환경부가 공개한 낙동강 보 구간의 수질은, 생물학적 산소요구량과 용존 산소량 모두 2,3등급 내의 좋은 물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환경부의 측정 방법이 현재 낙동강의 수질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현재 환경부는 낙동강 수심의 1/3지점과 2/3지점에서 채취한 물을 섞어 평균 수질을 측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과거보다 유속이 1/10 수준으로 떨어져 호수와 같은 상태인 낙동강의 경우 수심별로 수질이 현격히 달라져 이 방법은 적합하지 않다는 겁니다.
[박창근 회장/대한하천학회]
"현재 낙동강 같은 경우에는 표면에는 용존산소가 아주 많아요. 근데 강바닥에는 거의 제로에요. 이걸 평균을 해버리면 용존산소가 5,6 되거든요 그러면 2급수에요."
대한하천학회가 올여름 낙동강의 주요 보의 수질을 수심별로 측정한 결과, 깊은 곳의 경우 용존 산소량이 2mg/L 이하로 물고기가 거의 살 수 없는 환경으로 조사됐습니다.
유속이 느려지면서 녹조와 노폐물이 배출되지 않아 계속 쌓이고, 수온이 오르면 더 많은 녹조가 생겨 수질이 더 나빠지는 악순환의 구조가 됐다는 겁니다.
[박창근 회장/대한하천학회]
"여름철 봄 시작되면 녹조가 나오죠! 그리고 강바닥에는 말 그대로 시커먼 뻘들이 쫙 코팅을 하고 있어요. 계속 그렇게 되면은 생태적으로 거의 이제 뭐 황폐해지는.."
녹조로 인한 수질 악화는 이제 낙동강물을 원수로 사용하는 수돗물 사용 논란으로까지 번지고 있습니다.
부산시 서구의 한 가정집.
여순자 씨가 수돗물로 쌀을 씻더니 곧바로 버리고 산에서 직접 떠온 물을 부어놓습니다.
여씨가 음식에 수돗물을 사용하지 않은 건 5년이 넘었습니다.
[여순자/부산 시민]
"(낙동)강 물을 보면 그 물이 이렇게 보니까 좀 안 좋아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아 집에 오면 그 물 안 먹어야겠더라. 그래서 그렇게 된 거죠."
낙동강물을 수돗물로 사용하는 국민은 부산과 대구 등 영남 지역의 720만 명.
최근 홍준표 경남지사가 "낙동강 물은 공업용수나 허드렛물로 쓰고 새 댐을 지어 깨끗한 식수를 공급해야 한다."라고 말해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김대형 과장/경남도청 하천과]
"낙동강 녹조가 심하고 하니까 물을 못 믿는 거죠. 이 물을 먹어서 되나? 이 물 먹고 혹시 뭐 다른 병이 걸리지 않을까? 걱정을 하시는 거죠."
강물의 정수를 위해 투입하는 염소량이 많아지면서 염소가 유기물과 반응을 일으켜 생기는 발암물질에 대한 논란도 커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기형아출산이나 방광암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총트리할로메탄.
지난해 낙동강물을 사용하는 7개 정수장에서 검출된 총트리할로메탄 양은 6년 전에 비해 모두 증가했고, 3배까지 늘어난 곳도 있습니다.
아직 기준치 이내지만 무작정 안심할 순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깁니다.
[김좌관 교수/부산카톨릭대학교 환경공학과]
"기준치 이하라도 농도가 낮으면 낮을수록 좋다는 게 일반적인 과학적 상식입니다. 왜냐면 이것들이 발암물질이기 때문입니다."
정수시설만 믿고 있을 게 아니라 원수인 낙동강의 수질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것.
보를 개방해 유속을 회복시켜주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이 때문입니다.
[박호동 교수/일본 신슈대학교 물질순환학과]
"물이 고이게 되면 수온도 높아지고, 점점 녹조가 발생하는 조건으로 바뀌어지니까 그거를 깨지 않는 이상은 이 문제를 해결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국토교통부는 보를 개방하면 확보된 수자원이 사라져 가뭄 대응이 곤란하고, 수돗물 공급도 모자랄 수 있기 때문에 전면 개방은 곤란하다는 입장입니다.
또, 전문 기관에 맡긴 조사결과, 물고기는 조만간 다시 늘어날 것이며 수박 농사 역시 보 건설과 상관이 없는 것으로 결론났다고 반박했습니다.
녹조와 물고기 폐사 등 생태계의 변화.
같은 현상을 두고 다른 진단과 처방을 서로 주장하는 사이 몇 년의 세월이 흘렀고, 결국 보를 열어야 하는지 여부는 법원까지 가게 됐습니다.
[박창근 회장/대한하천학회]
"재작년까지만 해도 물고기 폐사 사건이 자주 발생했었습니다. 지금 물고기 폐사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 이유는 죽을 물고기가 없어서 그렇습니다. 이게 얼마나 서글픈 현실인가요."
길이 525킬로미터.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강, 낙동강을 보존하는 길은 포기할 수 없는 모두의 숙제입니다.
문제는 강물 색깔이 변하는 녹조 뿐이 아니었습니다.
보 설치 이후 장어 등 물고기들이 씨가 말라 강 주변에 사는 어민들은 생업을 포기한 채 쓰레기를 주우러 다니고 있고, 수박 특산지인 고령에선 조금만 땅을 파면 물이 배어나오는 바람에 파종도 못한 채 수박 농사를 접고 있습니다.
보가 설치된 후 수심은 깊어졌는데 흐르지는 않는, 강이 아닌 늪이 되어 가면서 각종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 급기야 어민들과 농민들은 보를 전면 개방하라는 국민소송에 착수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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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형구/낙동강 어민]
"보다시피 아침에 그물로 고기를 잡아온 게 저 이거 한 마리 잡았어요."
[차태점/고령 우곡 농민]
"우리 우곡 수박은 소문난 수박이거든. 이런 수박이, 수박이 안 돼. 그래가지고 (수박을)다 뽑아버리고 마늘 심고."
지난 9일 경남도청.
낙동강 유역의 어민과 농민 그리고 경남지역 시민사회 단체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정순화/창원 시민]
"영남 주민들에게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물. 고령 농민들에겐 황금 들판을, 어민들에게는 물고기를 되돌려 주기 위해서는 보를 완전 개방하여야 한다."
4대 강 사업으로 낙동강에 8개의 보가 설치된 지 5년.
변해버린 낙동강에 삶의 터전을 잃어버렸다는 어민들과 농민들, 그리고 수돗물이 불안하다는 영남지역 주민들이 국가를 상대로 낙동강의 보를 전면 개방하고 피해를 배상하라는 소송에 들어갔습니다.
"낙동강을 원래대로 돌려달라"고 외치는 사람들.
바로 낙동강을 터전으로 물고기를 잡고,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던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과연 어떤 절박함으로 국가를 상대로 소송까지 제기하게 된 걸까요?
뾰족한 창살로 강바닥을 훑자 통통한 자연산 민물 장어 두 마리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15살 때부터 낙동강에서 고기를 잡았다는 박남용 씨, 그 중 자연산 민물 장어는 가장 중요한 생계 수단입니다.
불과 몇 시간 동안 박씨가 잡은 장어는 50여 마리, 하지만 오늘은 수확이 신통치 않은 날입니다.
[박남용/어민]
"이건 많이 잡은 것도 아니에요. 괜찮게 잡았다 하면은 150마리, 200마리 잡아야지 괜찮게 잡았다고 하지."
8년 뒤, 낙동강에서 다시 만난 박남용 씨는 여전히 고기를 낚습니다.
어젯밤 강에 던져 놓은 그물을 건져 올립니다.
계속 허탕만 치다 세 번째 그물에서 붕어 두 마리를 잡았습니다.
[박남용/어민]
"옛날에 1/100도 안 잡혀요, 1/100도 안 잡혀. 뱃사람들이 세금, 공과금 다 밀렸습니다. 왜 밀렸느냐 벌이가 안되니까."
주 수입원이었던 장어잡이는 아예 포기했습니다.
[박남용/어민]
"(미끼인) 새우 1kg에 우리가 5만 원 주고 사서 (장어)한두 마리, 세 마리 잡으면 (수지타산이)안 맞아.."
하루하루 가슴이 타들어가는 건 낙동강 40년 어부 조형구씨도 마찬가지입니다.
[조형구/어민]
"그물을 이래 다 놓고 한 마리..아침에 기름 두 말 반 떼갖고 이거 한 마리 잡아서 이거 뭐 하겠어요."
자연산 장어를 잡으려 사 놓은 어구들도 쓰지 못하다 보니 다 망가져 버렸습니다.
조씨가 잡아온 장어나 붕어, 메기를 달여서 팔았던 조씨의 부인은 이제 호박을 달입니다.
[임귀남]
"이런 거라도 해야죠. 이거 수공 받아 봐야 3,4만원.. 전기세 물세 내고 사는 거지."
어민들은 요즘 낙동강의 쓰레기를 치웁니다.
지난달 태풍 차바가 지나간 뒤 유입된 바다 쓰레기를 치우는 작업.
고기가 안 잡혀 생계가 곤란해진 어민들에게 수자원공사가 우선 배정해준, 일종의 아르바이트입니다.
하루 8시간 쓰레기를 치우고 받는 돈은 9만 4천 원 정도.
안 잡히는 고기를 기다리며 놀 바엔 쓰레기라도 치워 강을 조금이나마 깨끗이 만들자는 심정에서 시작했습니다.
[우충희/어민]
"(원래)이런 일을 할 시간이 어디 있습니까. 전부 고기 잡고 돈 벌기가 바빠가 지고 그렇죠. 이런 쓰레기를 빨리 주워가지고 (물고기들이) 산란하는데 조금 도움이 안 되겠나 싶은.."
낙동강에서 어업을 하는 어민은 480여 명.
정부는 4대 강 공사가 진행된 이후 휴업수당과 어업피해 등을 따져 한 사람당 800여만 원을 보상했습니다.
하지만, 한평생의 생업을 잃어버린 대가로는 터무니없다고 주장합니다.
[김철호/어민]
"어디 가서 용역을 해도 하루 일당이라든지 금액이 돈 10만 원인데, 3년치를 계산해도 그건 터무니없는 보상이죠."
보 건설 뒤 피해를 호소하는 것은 어민만이 아닙니다.
낙동강 바로 옆에 자리한 경북 고령의 연리들.
우리나라 5대 수박 산지입니다.
한창 모종을 심을 시기지만 농민들은 마늘이나 양파를 심고 있습니다.
장경진 씨도 올해 수박 농사를 포기했습니다.
보가 들어선 뒤 수박이 자라지도 않고, 당도도 예전 같지 않아 상품가치가 뚝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지난 4년 동안 수박값을 제대로 받지 못해 빚만 1억 넘게 졌습니다.
[장경진/농민]
"(예전엔 비닐하우스)한 동에 400만 원 이상씩 다 받았어요. 근데 모 4대 강 사업하고부터는 뭐 시들음 증상이 오고 수박이 안 크고 하니까 한 동에 이백만 원 (받는 거죠)"
5년 전만 해도 이곳 농민 90%가 수박 농사를 지었지만 지금은 40%도 안 됩니다.
[차태점/농민]
"달아가지고 우리 우곡 수박은 소문난 수박이거든 수박 농사를 지어 갖고 우리가 밥을 먹고 살았는데 그걸 못하니 얼마나 안타까워."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농민들은 보 건설 뒤 강 수위가 높아지자 지하수의 수위도 덩달아 높아져 뿌리를 깊이 내리는 수박이 자랄 수 없게 됐다고 합니다.
땅을 파 봤습니다.
비닐하우스 바로 앞쪽에 있는 땅을 1미터 조금 넘게 파자 바닥부터 물이 차오릅니다.
[곽상수/농민]
"수박이 여기서 뿌리를 내린다 치면 예전 같으면 한 2M 정도까지 뿌리가 내려간다고 했어요. 이 상태에선 뿌리가 안 내려가죠. 한 4월 달 정도면 수박이 다 시들어 버립니다."
낙동강은 현재 어떤 상태인 걸까?
보 건설 뒤 가장 큰 변화는 '녹조'입니다.
낙동강의 녹조 발생일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작년에는 2013년에 비해 100일 정도 늘었습니다.
식물성 플랑크톤인 조류는 생태계 환경에서 꼭 필요한 존재지만, 과도하게 늘면 물속 산소 부족을 초래해 물고기의 떼죽음과 수질 악화를 일으킵니다.
낙동강 중류인 대구 사문진교 부근.
11월 중순이지만 아직도 녹조가 기름때와 뒤섞여 수면에 떠다닙니다.
[정수근 국장/대구 환경연합]
"그만큼 수질이 안 좋다는 걸 반증한다고 봅니다. 인과 질소 같은 영양염류들이 아직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녹조가 번성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강바닥을 파자 가스와 함께 새까맣게 썩은 뻘들이 나옵니다.
그 속에선 실지렁이가 발견됩니다.
실지렁이는 환경부가 지정한 수질 최하위등급인 4급수 지표종으로, 보통 시궁창에서나 발견됩니다.
[정수근 국장/대구 환경연합]
"실지렁이 같은, 이런 종들만 살 수 있는 것이고 그밖에 어떤 생명들은 살 수 없어요. 왜냐면 산소가 거의 없거든요. 특히나 이런 깊은 강바닥에는."
달성보 부근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수면에선 잘 보이지 않지만 이렇게 강바닥을 삽으로 조금만 떠보면 새까맣게 썩은 뻘들이 잔뜩 나옵니다.
이곳에서도 실지렁이가 발견됩니다.
강 전체의 수질 악화가 의심되는 상황.
하지만, 환경부가 공개한 낙동강 보 구간의 수질은, 생물학적 산소요구량과 용존 산소량 모두 2,3등급 내의 좋은 물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환경부의 측정 방법이 현재 낙동강의 수질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현재 환경부는 낙동강 수심의 1/3지점과 2/3지점에서 채취한 물을 섞어 평균 수질을 측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과거보다 유속이 1/10 수준으로 떨어져 호수와 같은 상태인 낙동강의 경우 수심별로 수질이 현격히 달라져 이 방법은 적합하지 않다는 겁니다.
[박창근 회장/대한하천학회]
"현재 낙동강 같은 경우에는 표면에는 용존산소가 아주 많아요. 근데 강바닥에는 거의 제로에요. 이걸 평균을 해버리면 용존산소가 5,6 되거든요 그러면 2급수에요."
대한하천학회가 올여름 낙동강의 주요 보의 수질을 수심별로 측정한 결과, 깊은 곳의 경우 용존 산소량이 2mg/L 이하로 물고기가 거의 살 수 없는 환경으로 조사됐습니다.
유속이 느려지면서 녹조와 노폐물이 배출되지 않아 계속 쌓이고, 수온이 오르면 더 많은 녹조가 생겨 수질이 더 나빠지는 악순환의 구조가 됐다는 겁니다.
[박창근 회장/대한하천학회]
"여름철 봄 시작되면 녹조가 나오죠! 그리고 강바닥에는 말 그대로 시커먼 뻘들이 쫙 코팅을 하고 있어요. 계속 그렇게 되면은 생태적으로 거의 이제 뭐 황폐해지는.."
녹조로 인한 수질 악화는 이제 낙동강물을 원수로 사용하는 수돗물 사용 논란으로까지 번지고 있습니다.
부산시 서구의 한 가정집.
여순자 씨가 수돗물로 쌀을 씻더니 곧바로 버리고 산에서 직접 떠온 물을 부어놓습니다.
여씨가 음식에 수돗물을 사용하지 않은 건 5년이 넘었습니다.
[여순자/부산 시민]
"(낙동)강 물을 보면 그 물이 이렇게 보니까 좀 안 좋아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아 집에 오면 그 물 안 먹어야겠더라. 그래서 그렇게 된 거죠."
낙동강물을 수돗물로 사용하는 국민은 부산과 대구 등 영남 지역의 720만 명.
최근 홍준표 경남지사가 "낙동강 물은 공업용수나 허드렛물로 쓰고 새 댐을 지어 깨끗한 식수를 공급해야 한다."라고 말해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김대형 과장/경남도청 하천과]
"낙동강 녹조가 심하고 하니까 물을 못 믿는 거죠. 이 물을 먹어서 되나? 이 물 먹고 혹시 뭐 다른 병이 걸리지 않을까? 걱정을 하시는 거죠."
강물의 정수를 위해 투입하는 염소량이 많아지면서 염소가 유기물과 반응을 일으켜 생기는 발암물질에 대한 논란도 커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기형아출산이나 방광암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총트리할로메탄.
지난해 낙동강물을 사용하는 7개 정수장에서 검출된 총트리할로메탄 양은 6년 전에 비해 모두 증가했고, 3배까지 늘어난 곳도 있습니다.
아직 기준치 이내지만 무작정 안심할 순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깁니다.
[김좌관 교수/부산카톨릭대학교 환경공학과]
"기준치 이하라도 농도가 낮으면 낮을수록 좋다는 게 일반적인 과학적 상식입니다. 왜냐면 이것들이 발암물질이기 때문입니다."
정수시설만 믿고 있을 게 아니라 원수인 낙동강의 수질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것.
보를 개방해 유속을 회복시켜주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이 때문입니다.
[박호동 교수/일본 신슈대학교 물질순환학과]
"물이 고이게 되면 수온도 높아지고, 점점 녹조가 발생하는 조건으로 바뀌어지니까 그거를 깨지 않는 이상은 이 문제를 해결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국토교통부는 보를 개방하면 확보된 수자원이 사라져 가뭄 대응이 곤란하고, 수돗물 공급도 모자랄 수 있기 때문에 전면 개방은 곤란하다는 입장입니다.
또, 전문 기관에 맡긴 조사결과, 물고기는 조만간 다시 늘어날 것이며 수박 농사 역시 보 건설과 상관이 없는 것으로 결론났다고 반박했습니다.
녹조와 물고기 폐사 등 생태계의 변화.
같은 현상을 두고 다른 진단과 처방을 서로 주장하는 사이 몇 년의 세월이 흘렀고, 결국 보를 열어야 하는지 여부는 법원까지 가게 됐습니다.
[박창근 회장/대한하천학회]
"재작년까지만 해도 물고기 폐사 사건이 자주 발생했었습니다. 지금 물고기 폐사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 이유는 죽을 물고기가 없어서 그렇습니다. 이게 얼마나 서글픈 현실인가요."
길이 525킬로미터.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강, 낙동강을 보존하는 길은 포기할 수 없는 모두의 숙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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