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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거진2580
기자이미지 민병호 기자

독감에는 타미플루?

독감에는 타미플루?
입력 2017-01-09 12:05 | 수정 2017-01-09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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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에 사는 방모씨는 초등학생인 아들이 독감에 걸려 타미플루를 먹였다가 크게 놀랐습니다.

    아들이 귀신이 보인다며 소리를 지르는 등 환각 증세를 겪었던 것입니다.

    이처럼 타미플루에 부작용을 나타내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요.

    역대 최다의 환자 발생률을 기록한 이번 독감.

    예방 접종을 해도 감염될 만큼 위세가 대단한데다 극심한 고열과 몸살 등 환자의 고통도 큽니다.

    독감의 전파와 예방, 치료 과정에서 문제점은 없는지 살펴봅니다.

    -------------------------------------------

    [조은영]
    "아기가 한 4일 정도 그냥 원인을 못 찾고 계속 고열이 났었거든요."

    [이준희]
    "기침을 계속하다 보니까 토도 나오고 몸이 지끈, 제일 죽을 것 같이 아팠어요."

    [유지수]
    "반에 14명인가 다 걸렸어요. 독감."

    [김태은]
    "걱정돼서 마스크 대부분 쓰고 와요."

    [정경은]
    "매년 백신을 맞혔었는데 올해는 천천히 맞히려고 하다 보니까 잠깐 그 사이에 독감에 걸린 거 같아요."

    매년찾아오는 독감이지만 이번 독감은 의심 환자 발생률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을 만큼 그 위세가 대단합니다.

    환자 수가 가장 많았던 소아청소년층이 방학에 들어가면서 그 기세가 주춤하긴 했지만 여전히 예년보다는 높은 수준입니다.

    이번 독감은 왜 이렇게 급속히 전파되고 심하게 번졌을까요?

    환자들로 가득 차 있는 병원 대기실.

    대부분 독감환자와 의심환자들입니다.

    [김영경]
    "오전에는 구토랑 설사만 했거든요. 근데 오후에 갑자기 39도 열이 훅 올라가서 깜짝 놀라서 병원에 갔더니.."

    [김창근 교수/상계백병원 천식알러지센터]
    "독감은 아무래도 고열 나는 게 가장 흔한 증상이고 근육통이라든지 올해는 특별히 위장관 증상을 보이는 소아 연령층이 많았습니다. 구토라든가 설사라든가."

    지난달 넷째 주, 독감 증상으로 병원을 찾은 사람은 외래환자 1천 명당 86.2명으로 4주 만에 6배 넘게 급증했습니다.

    2013년 표본감시체계가 생긴 이후 역대 최대치입니다.

    특히 같은 기간 초·중·고등학생 연령대의 독감 의심환자는 1천 명당 40.5명에서 195명까지 늘어났습니다.

    [김창근 교수/상계백병원 천식알러지센터]
    "다른 바이러스들은 전부 7세 이하, 또는 5세 이하에서 피크를 이루는데 유독 인플루엔자, 독감만 7세부터 18세가 가장 높은 연령이거든요. 집단생활을 많이 하는 그런 그룹에서 접촉을 통해서 감염되기 때문이죠."

    올해 독감은 6년 만에 1월이 아닌 12월에 유행주의보가 발령됐습니다.

    왜 이리도 빨리, 또 급속히 번졌을까.

    전문가들은 빨라진 겨울, 늦어진 방학을 이유로 꼽습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좋아하는 춥고 건조한 날씨가 여느 해보다 일찍 시작됐고, 반면 집단생활을 하는 초·중·고등학교는 지난여름 폭염 때문에 많이 쉬는 바람에 겨울 방학이 늦어져서 독감의 확산속도가 높아졌다는 겁니다.

    65세 이상 고령층의 백신접종률이 80%가 넘는 데 반해, 청소년층의 백신접종률은 20%대에 불과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김우주 교수/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6-7세 아주 어린 애들은 부모님들이 예방접종을 열심히 시키는 거 같아요. 조사에 의하면 60-70 퍼센트까지 접종하는 걸로 알고 있거든요. 물론 초중고 가서는 접종률이 떨어지죠. 왜냐면 학교도 가야 되고 그래서."

    예방접종 시기를 놓쳤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임현택/회장 대한소아청소년과개원의사회]
    "굉장히 빨리 시작해야 한다. 적어도 9월 둘째 주부터라도 당장에 시작을 해야 하고 아무리 늦어도 10월 말에는 끝나야 된다라고 이렇게 주장을 했는데..."

    철저한 격리 조치와 휴식이 이뤄지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도 문젭니다.

    얼마 전 독감에 걸렸던 직장인 김미영 씨.

    병원에서는 약을 먹고 5일 정도 쉬라고 했지만 다음날 바로 출근했습니다.

    [김미영]
    "직원입장에서는 눈치 보이는 것도 있고 주변 동료들한테도 좀 미안하고 그래서요."

    다 낫지 않아서 전염 가능성도 있는 상황.

    하지만, 휴가를 쓰기는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김미영]
    "저희 딸도 같이 걸렸는데 초등학교 같은 경우에는 선생님이 나오지 말라고 따로 안내를 해주더라고요. 근데 아무래도 직장인 같은 경우는 개인의 선택이기 때문에 조금 강제성이 있어야 쉴 수 있지 않고 그러면 눈치 보여서..."

    학생들이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허윤정 교수/아주대학교 인문사회의학교실]
    "엄마 나 너무 아파요 그러면 아파도 학교 가서 죽어, 이러면서 엄마들이 등 떠밀어서 보냈던, 그래서 6년 동안을 심지어 하루도 결석하지 않았다고 개근상을 받았던 무슨 일을 제치고라도 거기에 도달해야 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는 거죠."

    학교에 안 간다고 독감이 안 번지는 것도 아닙니다.

    학원에는 기어코 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승열]
    "학원은 돈 내고 하는 거니까 그렇지 않을까요? (엄마가 가라는 것도 있어요?)그렇죠. 학원을 더 중요시하긴 하시죠! 부모님께서는."

    그나마 요즘은 조금 나아진 편이라고 합니다.

    [황혜선/부원장 A학원]
    "사실 아파도 수업 진도 때문에 부모님들이 학교는 안 보내도 학원은 보내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새는 학교를 안가면 학원도 안 보내시고 그 대신 보충을 요구하시는 경우가 많아서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의 경우엔 더 심각합니다.

    맞벌이 부모들이 많다 보니 독감에 걸린 아이들도 그냥 맡겨지고 기관 역시 딱히 오지 말라고 강제할 방법이 없는 겁니다.

    [김OO 교사/B어린이집]
    "기침이 되게 심해가지고 저희가 폐렴검사까지 해야 되는 거 아니냐고 했는데도 보내시더라고요. 저희반 같은 경우는 한 50%가 좀 많이 걸렸는데도 결석생이 별로 없었어요."

    전문가들은 이런 사회적 분위기가 바뀌지 않는 한, 매년 독감 유행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합니다.

    [허윤정 교수/아주대학교 인문사회의학교실]
    "우리가 전염병 관련된 법률도 있고 지금의 현 제도가 빈약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그러한 제도를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어떤 문화, 그다음에 마음, 그다음에 그런 것들을 서로 용인하는 어떤 한계선, 이 한계선이 전 전혀 겹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해요."

    인플루엔자, 즉 독감에 걸린 게 확인되면 병원에선 일반적으로 항바이러스제인 바로 이 타미플루를 처방해줍니다.

    가격도 2만 5천 원 정도로 비싸고 한번 먹기 시작하면 도중에 증상이 완화되더라도 5일동안 계속 먹도록 되어 있습니다.

    과연 독감에 걸리면 모든 사람들이 이 타미플루를 복용해야 하는 걸까요?

    거제에 사는 정아련씨는 끔찍한 기억이 있습니다.

    지난해 1월 아이가 독감에 걸렸고, 타미플루를 처방받아 먹였습니다.

    약을 먹고 잠들었던 아이.

    잘 자는 줄로만 알았는데, 갑자기 아이가 벌떡 일어났습니다.

    그 뒤 아이가 한 말과 행동이 너무 이상했습니다.

    [정아련]
    "자다가 벌떡 일어나서 엄마 어디 가느냐고, 같이 가자고, 그러면서 문 있는 데로 뛰어가는 거예요. 거의 10번 넘게 소리지르면서 막 무섭다고 이상한 소리가 들리고 이상한 게 보인다고 뛰어가는데..."

    아이를 잃을지 모른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정아련]
    "제가 오죽했으면 모든 문을 걸어 잠갔겠어요. 애가 뛰쳐나간 후에 애가 이 상태로 영영 어떻게 돼버릴 것 같고 공포감이 진짜 그건 안 겪어 본 사람 말로 못해요."

    날이 밝자마자 병원에 갔더니 타미플루 복용을 중단하라고 했습니다.

    [정아련]
    "이게 약 때문인지 독감으로 고열이 나서 그런건지 확신할 수 없으니까 일단 약을 중단하고 그게 만약에 중단을 하고 나서 좋아지면 부작용이고.."

    복용을 중단하고 나서 이상 증세가 없어졌고, 의사는 앞으로는 독감에 걸려도 타미플루 처방을 받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제서야 처음 듣게 된 타미플루 부작용에 대한 설명.

    별 생각 없이 병원 처방을 따른 정아련씨는 지금도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정아련]
    "한동안은 애 쳐다만 보고 있어도 너무 미안해 가지고 애를 껴안고 울었어요. 미안하다고. 엄마가 이렇게 힘들게 해서 미안하다고 근데 아이는 자기가 그랬던 상황을 기억을 못 해요."

    고민정 씨도 아들에게 타미플루를 먹인 뒤 비슷한 일을 겪었습니다.

    [고민정]
    "소리를 크게 지르면서 일어나서 주먹을 꽉 쥐고 손을 부르르 떨고 막 저를 째려보더라고요. 근데 그 째려보는 게 눈에 검은자가 없고 거의 흰자만 보이게 노려보는 거죠. 분노에 차 가지고 그래서 너무 무서웠죠."

    곧바로 아이를 큰 병원으로 데려갔지만 병원에서도 이상 증세는 계속됐습니다.

    담당 의사는 타미플루 부작용으로 의심된다며 본인도 처음 겪는 일이라며 당황했다고 합니다.

    [고민정]
    "교수님이 너무 놀라서, 이런 모습을 목격하신 거잖아요. 그래서 창문 닫으라고 바로 아이 옆자리에 창문이 있어거든요. (혹시 뛰어내릴까 봐?) 그렇죠! 그런 사례가 실질적으로 일본에서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교수님께서 말씀을 해주셨어요."

    이런 내용을 인터넷 블로그에 올렸더니 적지 않은 사람들이 비슷한 사례로 질문을 해왔습니다.

    [고민정]
    "쪽지를 너무 많이 받은 거예요. 아이가 타미플루를 먹었는데 지금 상태가 너무 심각하다. 아이가 자꾸 귀신이 보인다고 악몽을 며칠째 꾸고 있다. 의사가 그래도 내성이 생기니까 먹어야 한다. 이렇게 해서 꾸준히 먹고 있는데 이거 어떻게 해야 하냐."

    이후 고민정 씨 가족은 독감에 걸려도 타미플루는 복용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독감을 이겨내는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그냥 집에서 쉬는 방법을 선택했다고 합니다.

    [고민정]
    "(생각이 다른 엄마들도 계세요?)많죠. 왜 그렇게 해서 아이를 더 고생시키냐. 이렇게 말하는 친구들도 있죠. 근데 제가 그때 '아 이거를 동영상으로 찍을걸. 내 아이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서 보여줬으면 얘네가 이런 말을 할까?'라는 생각은 들더라고요."

    물론 타미플루의 효과는 분명합니다.

    의사들도 이만큼 독감에 즉각적인 효과를 내는 약은 없다고들 합니다.

    특히 65세 이상이나 2세 이하, 입원환자 등의 고위험군에는 타미플루 처방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명승권 박사/국립암센터 가정의학클리닉]
    "(입원환자들을 대상으로)타미플루를 쓴 사람의 경우에 있어서는 전체적으로 사망률이 20%가 줄었습니다. 초기 증상 발현되고 나서 만 이틀 안에 쓴 경우에는 사망률이 50% 줄었다는 결론이 나왔거든요."

    하지만, 적지 않은 환자에게 부작용이 나타나는 만큼 증상이 심각하지 않은 경우라면 반드시 타미플루를 먹을 필요는 없다고 합니다.

    [손장욱 교수/고려대학교 안암병원 감염내과]
    "건강한 성인들 같은 경우는 그냥 가료 안정하면 대부분 좋아지는 병이거든요. 약은 사용이 늘면 내성이라는 부분들이 동반이 되게 되고 만약에 내성이 계속 증가된다면 이 약조차도 쓸 수 없는 상황들이 발생이 되는 거거든요."

    정부가 평소 타미플루의 건강보험 적용을 고위험군에만 제한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고형우 과장/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장]
    "10세 이상 청소년의 경우에는 부작용 사례가 있어서 주의해서 복용을 해야 한다. 이런 게 허가사항에 있어요. 권하지 않는다고 되어 있어요."

    실제 일본 후생성은 부작용을 이유로 2007년 이후 10년째 증세가 심하지 않은 청소년들에게는 타미플루 투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타미플루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인지, 부작용에 대한 설명은 충분히 이루어졌는지, 그래서 환자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했는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지향 약사]
    "이겨낼 수 있는 조건이 된다면 굳이 약에 의존하지 않더라도 나의 면역체계가 질병을 이겨낼 수 있는 거고요. 그러나 평소 면역 체계가 약화돼 있는 노약자들이나 어린아이들이나 임산부들은 정말 독감이 몸속에 들어왔을 때 대처할 능력이 안된다면 타미플루의 도움을 받아야 되는 거죠."

    또 현재 정부가 진행 중인 타미플루 같은 치료제의 건강보험 확대보다는 예방백신 무료접종 대상을 늘리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손장욱 교수/고려대학교 안암병원 감염내과]
    "백신 쪽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을 하고요. 약이란 거는 항상 부작용이 따르는 거고 약에 대한 내성이 따르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초·중·고등학교 방학이 시작되면서 A형 독감의 기세는 주춤해졌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개학에 맞춰 발생하는 B형 독감이 기다리고 있어 지금이라도 예방백신을 맞을 필요가 있습니다.

    [임현택/회장 대한소아청소년과개원의사회]
    "가이드라인자체가 독감 시즌 내에 계속 지속적으로 예방 접종을 하게 되어있고 초기에 A형 독감 피크가 있은 후에 나중에 설 지나서 B형 독감 피크가 2차 피크가 있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전 연령에 대해서..."

    가장 좋은 예방과 치료법은 평소 철저한 위생과 체력관리로 면역력을 높이는 겁니다.

    [손장욱 교수/고려대학교 안암병원 감염내과]
    "가장 기본적인 것들을 지키는 게 가장 중요하겠죠. 내가 걸림으로 해서 다른 사람이 안 걸리게끔 좀 쉬는 것들, 그리고 안 걸리기 위해서 예방 접종을 맞는 방법, 사람들이 많은 데 안 가는 것들, 그다음에 손 씻기라든지 기침예절이라든지.."

    매년 불청객처럼 찾아오는 독감은 치료제로도, 백신으로도 완벽하게 막아낼 수는 없습니다.

    약에서만 방법을 찾기보다는 아플 땐 편하게 쉴 수 있고 그게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사회적 구조를 만드는 게 오히려 나와 우리의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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