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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이미지 정성기 기자

기로에 선 한미FTA

기로에 선 한미FTA
입력 2017-07-24 10:51 | 수정 2017-07-24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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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당시 공화당 대선후보]
    "미국을 생각해서 투표하세요! 미국이 먼저입니다!"

    지난해 미국 대통령 선거 기간 '미국 우선주의'를 외쳤던 트럼프 대통령, 불공정한 무역 때문에 미국민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줄곧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 중 한미FTA 자유무역협정은 자주 비난 대상으로 등장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당시 공화당 대선후보]
    "2011년에 맺은 한국과의 협정은 우리에게 재앙입니다."

    취임 3개월 만인 지난 4월,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FTA를 포함한 미국의 양자 무역 협정을 재검토하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했습니다.

    그리고 지난달 열린 한미 정상회담.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FTA 재협상을 공식화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미 대통령]
    "현재 한국과 자유무역협정 재협상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재협상을 통해서 보다 공정하고 공평한 협정이 되길 희망합니다."

    청와대는 재협상 관련 합의 같은 것은 없었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한미 정상회담에서 FTA 재협상에 대하여 양측 간에 합의한 바가 없습니다."

    정상회담이 끝난 지 12일 만에, 미국 측은 한미 FTA 개정 협상을 위한 특별공동위원회 개최를 전격 요청했습니다.

    [여한구 통상정책국장/산업통상자원부]
    "지금 단계에서는 어떤 협상의 범위라든지 그런 거에 대해서 예단하기는 어렵고요. 그런 상황입니다."

    한미 정상회담 직후 날아온 'FTA 청구서' 한미 FTA는 협정이 비준되기까지 무려 5년의 시간이 걸렸고, 그 사이 사회적, 정치적 논란과 진통이 이어졌습니다.

    비준 당시, 미국 측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협정이 될 거라는 거센 반발에 부딪혔지만, 오히려 미국 측이 먼저 재협상을 요구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사회적 논란과 정치적 후폭풍을 불러일으켰던 한미 FTA, 그 기나긴 과정을 되짚어 봤습니다.

    2006년 신년 연설에서 한미 FTA 협상 방침을 밝힌 노무현 전 대통령.

    [대통령 신년연설 2006년]
    "우리 경제의 미래를 위해서 미국과도 자유무역협정을 맺어 나가야 합니다."

    곧바로 농민단체와 반대 시민단체의 시위가 이어졌고, 당시 여권 내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컸습니다.

    [임종인/당시 열린우리당 의원]
    "우리나라가 중산층이 무너져서 양극화가 심화되어 있는데, 저는 (한미 FTA 체결이) IMF 이후에 최고의 재앙이 될 것이다."

    협상은 1년 2개월 만에 타결됐지만, 미국 측의 요구로 재협상이 시작됐고, 이명박 정부로 정권 교체가 이뤄지면서, 한미 FTA를 반대하는 목소리는 더 커졌습니다.

    특히, 이명박 정부 초기인 2008년 봄, 미국산 소고기 수입 논란이 '광우병 파동'으로 번지면서, 대규모 촛불 시위가 촉발됐습니다.

    [김종훈/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거리에 뛰쳐나온 구호는 미국산 소고기 먹으면 머리에 구멍이 송송 나서 죽는다. 먹으면 죽는다는 구호였죠. 그리고 뭐 광화문 도심 한복판이 거의 뭐 마비가 되는."

    그리고 2008년 12월, 국회 외교통상위 회의실 앞.

    민주당 등 당시 야당 소속 의원과 당직자 300여 명이 회의실 앞 복도를 꽉 메운 채, 문 앞에서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습니다.

    여당이었던 한나라당이 한미FTA 비준안을 단독 상정하려고 하자, 야권 측 인사들이 문을 부수고 회의실 진입을 시도했습니다.

    문틈 사이로 쇠막대기를 넣어 문을 뜯어내는가 하면, 쇠망치와 쇠톱까지 동원해 문을 부쉈습니다.

    급기야 서로 소화기와 물 호스로 응수하며 국회는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박상헌/정치평론가]
    "이른바 난장판 국회, 동물 국회가 하나의 정점을 치닫게 되는 계기를 FTA가 줍니다. 국회에서 동물 국회를 식물 국회로 만들었다고 비판받는 선진화 법을 만들기도 합니다."

    2011년, 협정 최종 타결 막바지, 당시 야당 지도부는 한미 FTA를 '을사늑약'에 비유하며 맹비난했습니다.

    [정동영/당시 민주통합당 의원]
    "오늘 11월 17일 을사늑약 체결과 한미 FTA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외교 주권을 일본에 내준 날입니다. 경제 주권을 미국에 내주자고 한나라당이 오늘 강행처리 의지를."

    2011년 11월 22일, 협정 비준안이 여당 단독으로 본회의에 상정되자 여야 간 극한 대치 속에,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이 본회의장 단상에서 최루탄을 터뜨렸습니다.

    [정의화/당시 국회 부의장]
    "대한민국 국회가 이런 추한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 줘서 실망시키고 싶지 않습니다. 대한민국과 미합중국 간의 자유무역협정에 관한 서한 교환 비준동의안은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통과된 한미FTA 협정은 2012년 3월 15일 정식 발효됐습니다.

    당시,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우리 경제의 새 활로를 찾을 것이라는 기대감과 시장 개방으로 강대국인 미국에 경제주권을 빼앗길 거라는 우려가 교차했습니다.

    경북 산업단지에 위치한 자동차 부품공장, 자동차 엔진과 조향장치 등에서 나는 소음과 진동을 막아주는 특수 부품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크라이슬러와 GM과 같은 미국의 완성차 업체들이 주요 고객인데, 한미 FTA 체결 이후 매출이 2배 이상늘었습니다.

    [신승동 부사장/자동차 부품업체]
    "2.5%의 관세 인하 효과가 발생됐고, 전체 원가에서 2.5%이기 때문에 상당히 큰 비중입니다. 저희가 약 5년간 통계를 냈을 때 300만 불 정도의 이익을 봤습니다."

    실제로, 국산 자동차 부품의 대미 수출은 한미 FTA 관세 철폐 효과로, 지난 5년간 수출액이 연평균 6% 증가했습니다.

    전기·전자 제품과 화학제품, 라면 등 가공 식품의 미국 수출도 FTA 관세 인하 효과를 톡톡히 봤습니다.

    반대로, 미국이 이득을 본 분야도 적지 않습니다.

    미국산 항공기 부품과 승용차, 의약품 등의 국내 수입이 크게 증가했고, 미국산 과일의 수입도 급증했습니다.

    미국산 소고기 수입은 연평균 9.6%씩 증가하며 호주산 소고기와의 격차를 빠르게 줄이고 있습니다.

    한미 교역은 지난 5년간 세계 경기침체 속에서도 연평균 1.7% 증가했고, 상대 국가에서의 시장 점유율도 동반 상승했습니다.

    [김종훈/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미국이 수입시장 베이스가 우리의 한 5배는 되잖아요. 시장 크기가 워낙 크잖아요. 그 큰 시장에서 0.1%p만 올라가도 절대치는 대단히 큰 거죠. 그러니까 덩치 큰 시장하고 자유화하고 개방을 하면 그만큼 얻어 들이는 혜택의 떡은 더 커진다는 거죠."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FTA 전면 재검토, 또는 폐기까지 거론하고 있습니다.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로 무장한 트럼프 행정부가 과연 어떤 협상 카드를 들고 나올지 현재로선 예측하기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당장 미국은 재협상 대상으로 한국 자동차와 철강 관련 제품들을 지목하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미 대통령]
    "한국의 기업들은 미국에 자동차를 팔고 있습니다. 미국의 기업들도 상호 호혜적인 원칙을 기반으로 정확히, 동등한 특혜를 가져야 합니다. 아울러 한국이 중국의 철강 덤핑 수출을 중단시켜 줄 것을 요청합니다."

    지난 미 대선에서 트럼프 당선에 결정적 역할을 한 미국 내 제조업 중심 도시, 이른바 '러스트벨트'의 지지층 결집을 위해 관련 조항 개정을 강하게 밀어붙일 거라는 관측입니다.

    [도널드 트럼프/미 대통령]
    "저는 끔찍하고 불공정한 무역 협정 때문에 해고된 노동자들, 망가진 지역 사회를 직접 목격했습니다."

    국산 자동차의 미국 수출량은 협정 발효 전인 2011년과 지난해를 비교할 때 37만여 대가 늘었고, 미국산 자동차의 수입은 4만 6천 대 늘었습니다.

    판매 대수만 보면, 한국이 월등히 많아 미국 측에서 불만을 주장할 수 있겠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국 자동차의 수출 증가가 FTA 덕을 본 건 아니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양국의 완성차 교역 관세는 지난해가 되서야 없어졌는데, 관세 철폐 이후에 한국은 수출이 오히려 10% 가까이 감소했고, 반면 미국은 22% 늘었기 때문입니다.

    [구기보 교수/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미국 차가 한국에서 경쟁력이 없는 것은 FTA 협상 결과가 잘못됐기 때문이라기보다는 다른 외국산 자동차에 비해서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럼에도, 트럼프 행정부는 자동차 관세를 다시 부과하거나, 아니면 수출 물량을 우리 정부가 알아서 규제토록 하는 제의를 해 올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생각입니다.

    국내 철강업계도 당혹감 속에 상황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철강 교역 관세는 한미 FTA와 관계없이 이미 세계무역기구 WTO 협정에 따라 2004년 없어진데다, 미국이 올 들어 한국산 철강 제품에 반덤핑 관세 등을 무더기로 부과하며 대미 철강 수출이 30%가량 줄었기 때문입니다.

    [송재빈 회장/한국철강협회]
    "당당하게 WTO(세계무역기구)에 제소하는 것도 우리 업계에서는 크게 바라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삼자 공정한 입장에서 한 번 판정을 받아보자 이런 의견도 다 가지고 있고요."

    결국, 미국 측이 오해하고 있는 부분들을 얼마나 정확하고 논리적으로 파고들어 설득하느냐가 관건이라는 분석입니다.

    [구기보 교수/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FTA에 포함되어 있는 내용 중에 지식재산권 관련된 부분들이 있겠습니다. 특허권 연장이라든가 이런 부분 때문에 (한국의) 적자 규모가 굉장히 많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가령, 지난해 미국과의 상품 무역에선 우리나라가 233억 달러 흑자를 봤지만, 서비스 교역에선 143억 달러 적자를 봤습니다.

    여기에 5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무기 수입을 감안하면, 실제 흑자는 40억 달러, 우리 돈 4조 4천억 원 정도라는 계산이 나옵니다.

    다만, 미국 측이 쌀시장 개방과 전자상거래 규제 완화, 환율 조작 문제 등 예상 밖의 의제를 들고 나와 전면 압박할 가능성에 대해서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지난 2012년,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은, 한미 FTA 재협상을 공약으로 내걸었습니다.

    [대선 출마 기자회견/2012년 6월 17일]
    "다시 미국하고 재협상을 통해서 그런 조항의 독소성을 이렇게 없애거나 줄여나가도록."

    그런데 이제, 한미 FTA에서 우리에게 이익이 되는 부분을 잘 지켜내야 하는 입장이 됐습니다.

    [한미정상회담 공동발표/지난달 30일]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통해 양국 국민 모두가 호혜적인 성과를 더 많이 누릴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야당은 벌써부터 지켜보겠다며 벼르고 있습니다.

    [홍준표 대표/자유한국당]
    "한국에 유리한 협상이 진행되는지 국민들이 눈을 부릅뜨고 지켜볼 것입니다. 만약 연간 300억 달러에 달하는 대한민국의 국익이 손상된다면 이 정부는 거짓말 정부가 될 거고 무책임한 정부가 되고."

    [박주선/비상대책위원장 국민의당]
    "뒷북 대응이라도 제대로 해서 한미FTA가 한미 간의 무역의 균형을 이루고."

    중요한 건 국익을 위해 국론 분열이 있어선 안 된다는 점.

    [박상헌/정치평론가]
    "과거 FTA 잔혹사를 문재인 대통령은 굉장히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전 봅니다. 미국과 우리 국익을 조금 더 증대시키기 위해서 치열한 협상을 해야 합니다. 이 문제가 과도하게 정치, 사회적 이슈가 됐을 때 우리가 지불해야 될 비용은 정치, 사회적 비용이 엄청난 것이거든요."

    미국의 개정 협상 요구를 오히려 계기로 삼아 우리에게 유리하지 않은 그래서 개정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선 당당히 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한미 양국 간 경제와 안보 동맹을 해치지 않는 범위내에서, 얻을 것을 얻어내는 지혜가 필요한시점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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