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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이미지 한수연 기자

서남의대 폐교되나?

서남의대 폐교되나?
입력 2017-07-31 11:42 | 수정 2017-07-31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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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립 이후 20년째 부실 논란에 휩싸였던 서남대 의대.

    지난해 한국의학교육평가에서 ‘불인증’ 판정을 받으면서 사실상 의학 교육기관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했습니다.

    교육부는 서남의대의 2018학년도 신입생 모집을 금지했습니다.

    재정난과 학사부실 위기의 서남대 의대 인수전에 올해 초 서울시립대와 삼육대가 뛰어들었지만, 교육부는 수개월째 결론을 내리지 않고 차일피일 결정을 미루고 있습니다.

    인수 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서남의대는 폐과 절차를 밟게 됩니다.

    이마저 의대만 폐과할 것인지 서남대 전체를 폐교할 것인지 아직 분명치 않습니다.

    폐과 이후 현재 재학생들의 거취 문제에 대한 대안도 전혀 제시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수년간 부실 교육의 피해를 고스란히 당했던 서남대 의대생들은 갈 곳 없는 처지가 될 상황입니다.

    서남의대 정상화 문제가 답보상태인 지금도 정치권과 지자체는 추가 신설 의대 설립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의학 교육의 질과 전문성은 뒷전으로 미룬 채 포퓰리즘성 정치 논리에 휘말리고 있는 한국 의과대학 설립과 운영의 문제를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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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북 남원에 위치한 서남대학교 캠퍼스.

    잡초로 무성하게 뒤덮인 이곳은 학교 운동장입니다.

    학생들로 붐벼야 할 도서관 건물은 공사가 중단된 상태로 몇 년째 흉물로 방치되고 있습니다.

    1991년 학교법인 서남학원이 설립 인가를 받아 개교한 서남대학교는, 1995년 의대가 설립된 이후 전국의 우수한 인재들이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드라마 하얀거탑 속 외과의를 동경했던 강선구 씨도 의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2013년 서남의대에 입학했습니다.

    하지만 입학한 뒤 겪은 현실은 드라마와는 확연히 달랐습니다.

    전공 서적을 빌려볼 수 있는 도서관은 물론, 제대로 된 실습실과 장비조차 없었습니다.

    [강선구/서남의대 본과 2년]
    "도서관에 가서 (책을) 참고하고 찾아보고 싶은데 저희는 책을 사거나 선배한테 물려받는 수밖에 없으니까."

    학교 설립자가 300억 원대 교비를 횡령한 혐의로 구속되면서, 의대가 곧 없어질 것이란 소문은 학기가 바뀔 때마다 학생들을 괴롭혔습니다.

    [강선구/서남의대 본과 2년]
    "대학에 처음 들어와서 이사장 비리가 터지면서 학교가 시끄러워지면서 그때 처음 폐교된다 어쩐다. 얘기가 나와서 되게 좀 당황스러웠었죠."

    재정난과 열악한 교육 환경으로 수년째 퇴출 대상 1순위로 거론됐던 서남의대.

    2016년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 의과대학 인증평가에선 '불인증', 다시 말해 불합격 판정을 받았습니다.

    의평원은 정기적으로, 전국 41개 의대와 의학전문대학원을 대상으로 의사를 제대로 양성하고 있는지 점검하는데, 불인증 평가를 받은 건 서남의대가 전국에서 유일합니다.

    의과대학 인증평가에서 탈락한 서남의대는, 개정된 고등교육법에 따라 내년도 신입생 모집을 할 수 없습니다.

    [김영창 원장/한국의학교육평가원장]
    "현재의 교육 여건과 프로그램이 기준, 최소한의 기준이거든요. 거기에 부적절하다는 의미가 될 수 있는 거죠."

    신입생을 받을 수 없게 된 남원 캠퍼스 의예과에는 현재 입학 1~2년차인 예과생 100여 명이 공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학기, 기초의학 수업이 갑자기 중단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담당 교수가 임금이 계속 체불되자 학교를 그만뒀기 때문입니다.

    수업은 학기 중간 다른 교수로 대체됐고, 또 다른 기초의학 교수도 최근 학교를 떠났습니다.

    [김효준/서남의대 예과 2년]
    "교수님이 임금 체불 문제 때문에 많이 힘들어하셨다고 들었고, 모든 교수님들이 1년에 4개월치 월급만 받고 계시다고 들었거든요."

    전북 남원 캠퍼스에서 약 300km 떨어진 경기도 고양시의 명지병원.

    갑상선 질환 환자의 진료를 집중해서 지켜보는 학생들은, 서남의대 본과 4학년생들입니다.

    학교에 부속 병원이 없다 보니, 교육 협력 병원인 이곳에서 임상 실습을 받고 있습니다.

    이마저 명지병원과의 계약이 만료되는 내년 2월이면, 끝이 날지 모릅니다.

    [조은섭/서남의대 본과 4년]
    "전국에서 이런 고민을 하는 의대생이 저희밖에 없구나 하는 생각에 우울하다면 우울하고 암울하다면 암울하고. 시선 같은 것도 많이 신경 쓰이고. 서남대 나온 의사들한테는 진료 안 받겠다는 말을 직접 들은 적이 있어요."

    매년 폐교설에 불안해하던 서남대 의대생들에게, 올해 초 희망스런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서남의대 인수에 나선 서울시립대와 삼육대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학교 정상화는 급물살을 타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5월까지 인수 대상자를 발표하겠다던 교육부는 차일피일 결정을 미루더니, 최근 학생 대표와 가진 비공개회의에서 두 대학의 인수 계획이 미흡하다며, 갑자기 폐교 가능성을 통보했다는 겁니다.

    [유태영/서남의대 학생회장]
    "한 달씩 계속 뒤로 미뤄왔고 그 이후 7월에는 폐교할 수 있다는 내용까지 흘리고 있는데 저희는 대책 없는 폐교에 대해서는 대단히 우려스러운 점이 확실하고."

    이에 대해 교육부는, 서남의대 폐교에 대해 어떠한 공식적인 입장도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해명했지만, 여전히 복수의 관계자들은 서남대 폐교 방침이 사실상 확정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김철승 회장/서남대 교수협의회]
    "다른 루트로 알아보니까 이미 서남대의 안, 정상화 계획안이 모두 반려가 됐고, 그리고 반려된 것은 곧 폐교 수순을 밟는다."

    [이정린 시의원/남원시의회]
    "장관 결재만 남았다고 얘기하는 겁니다. 저희들이 줄기차게 교육부를 쫓아다니면서 교육부 관리들이 안심하라, 걱정하지 마라. 얘기했는데 지금 와서 폐교 수순 밟는단 얘기..."

    교육부의 폐교 움직임에 지역사회와 정치권이 반발하고 있습니다.

    전북도민 1천5백여 명은 서울 광화문에서 서남대 폐교를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고, 전북 지역 의원 10명을 포함한 국회의원 34명도 반대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이용호 국회의원/7월19일 기자회견]
    "(교육부가) 서남대 폐교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는 이제까지 서남대 정상화를 위해 노력한 대학 구성원과 학생, 남원은 물론 전북 지역사회의 바람을 철저히 외면한 처사입니다."

    당초 이달 중에 서남대 인수 대학을 결정하겠다던 교육부는 약속 시한을 하루 앞둔 오늘까지 공식 입장을 발표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재력 과장/교육부 사립대학제도과]
    "방향을 결정하는 과정에 있는데 아직 저희들은 확정을 못 하고 있어요. 아직. 가능한 빨리하긴 해야 되는데 시간이 조금 더 걸릴 수 있다는 정도만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서울시립대와 삼육대, 두 대학 모두 1천억 원대의 재정 투입을 약속하는 등 서남의대 인수 의지가 확고합니다.

    서울시립대는 서남대 남원캠퍼스를 인수해 공공의료 특화 대학으로 성장시키겠다는 계획을 제시했고, 삼육의료원이 있는 삼육대 역시 의대를 중심으로 서남대를 정상화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그런데 교육부는 이들 두 대학에, 서남대 인수를 위해선 구재단이 횡령한 교비 333억 원을 우선 변제할 것을 전제 조건으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서남대 정상화를 위한 의지와 재정 능력이 확실하다면, 구재단 횡령액부터 정리하는 단계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 교육부의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대해 시립대와 삼육대는, 새로운 인수 주체가 횡령금을 대신 갚아야 한다는 교육부의 방침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서울시립대 관계자]
    "그 부분이 해결되면 학교 발전 계획이나 이런 걸 검토해서 심의하겠다는 입장. 인수를 희망한다고 해도 횡령금에 대한 변제를 저희가 하는 건 아니죠! 인수자가."

    이처럼 교육부는 서남대 정상화 과정에서 전 재단의 횡령금 우선 납부를 원칙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이런 교육부에 대해, 서남대 정상화에 의지가 없는 것이란 의구심을 관계자들은 내놓고 있습니다.

    2015년엔 명지병원을 소유한 명지의료재단도 서남의대 인수를 추진했지만, 교육부의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해 무산됐습니다.

    [김승철 회장/서남대 교수협의회]
    "구재단 동의 받아와라, 횡령 세입금 해라, 체불임금 해라, 가지고 와요. 그럼 너희 대학이 없다, 그러면서 계속 지연시키는 거예요."

    이렇게 서남의대 사태가 10년 넘게 지속된 이유 가운데엔, 교육부의 관리 감독에도 잘못이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윤성 회장/의학교육협의회]
    "설립부터 지금까지 10년 이상 끌어왔고 부실하다고 하면서도 신입생은 계속 받을 수 있게끔 했고, 이런 불합리한 일이 계속 지속된 거에 가장 큰 책임은 재단이겠지만, 두 번째 큰 책임은 교육부라고 할 수 있죠."

    이런 부실 논란에도 서남의대엔 매년 상위권 성적의 우수 학생들이 입학했고, 지난해 정시모집 경쟁률도 20대1이 넘었습니다.

    그런데 책임이 누구에게 있든, 폐교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의 몫입니다.

    [김효준/서남의대 예과 2년]
    "명지병원 보고 들어왔는데 명지병원이 떨어져 나가고 지지부진하게 재정기여자 새로 선정도 안 되고 다시 폐교된다는 얘기도 있으니까 당황스럽고 그렇죠."

    인수가 무산되고 서남대가 폐교된다면, 의과대학이 사라지는 국내 첫 사례가 됩니다.

    고등교육법 시행령 상 대학교가 폐쇄되면 학생들은 다른 학교로 정원 외 편입학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선언적 조항일 뿐, 구체적인 방법이 명시돼 있는 건 아니어서

    서남의대 학생들이 인근 전북대나 원광대 의대로 편입하게 될지,

    성적순으로 전국 의대로 흩어지게 될지, 아무것도 예상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유원준/정책위원장 한국사립대학교수연합회]
    "교육부도 학생들을 최대한 구제해줘야 하지 않느냐, 구제해주라 얘기할 수 있겠죠. 그게 법적 구속력이 있나요? 서남대가 폐교가 됐는데 이 학생이 어디로 가야 한다고 신청을 했어요. 그 학교에서 뽑아줘야 될 의무가 있나요?"

    지난 목요일(27일) 인천의 가톨릭관동대학 국제성모병원, 국가고시를 앞둔 의대 본과 4학년 학생들이 실습에 한창입니다.

    서남대와 함께 부실 논란에 휩싸였던 관동대는 2014년 인천가톨릭교구가 학교를 인수하면서 3년 만에 교육 환경이 크게 개선됐습니다.

    4년 전만 해도, 병원 여러 곳을 떠돌며 이른바 '실습 동냥'을 다녀야 했던 학생들은, 이제 새로 지어진 전용 건물에서 수업과 연구에 매진할 수 있게 됐고, 지난해 의평원 인증평가에서도 합격점을 받았습니다.

    [김영창 원장/한국의학교육평가원]
    "이번에 가보니까 그 당시에 부족했던 게 자문을 통해서 다 개선이 되가지고, 많이 충족이 됐더라. 상당히 좋은 쪽으로 간 경우죠."

    관동의대의 변화는 서남의대 사태 해결에, 하나의 참고 사례가 될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서남의대 사태를 계기로, 의과대학의 수준을 더 엄격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윤성 회장/한국의학교육협의회]
    "비용이 많이 들고 노력이 많이 드는 일이지만 의학교육은 커리큘럼을 평가하는 일이 중요해요. 그것을 우리 사회가 해야 하고 그걸 감시해야 하고 허접한 의사가 나오면 안 되도록 해야 하는 거예요."

    1990년대 김영삼 정부 당시, 지역 균형 발전을 명분으로 전국에 의대 9곳이 신설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의학 교육을 실시할 수 있는지에 대한 평가 외에, 정치 논리도 설립 허가 기준에 반영된 것이 서남대 부실 논란의 주 원인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이윤성 회장/한국의학교육협의회]
    "학교의 평판을 높이거나 아니면 정치적 이유로 이 지역에서 무엇, 이런 목적으로 하는 것은 정말 의사를 양성한다는 목적을 이용한 편법입니다."

    비리 사학과 부실 의대 문제에 있어, 교육부의 책임을 다시 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유원준 정책위의장/한국사립대학교수연합회]
    "학교를 인가해주고 학과 정원이나 이런 걸 통제했던 교육부가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합니다. 자기네들이 질책임에 대해서도 얘기를 해야 하고"

    폐교냐, 인수냐, 지역 민심과 이해 관계자들의 관심이 모인 가운데, 결정을 계속 미루고 있는 교육당국에 학생들은 호소합니다.

    [유태영 학생회장/서남의대]
    "사실 저희가 학생이잖아요. 의대생이 공부하고 시험치고 하는 게 원래 일인데 빨리 좀 제대로 해결돼서 본분에만 충실하게 할 수 있도록 저희 학생들 바람입니다."

    교육당국을 믿고 인생 진로를 결정한 학생들은, 안정적 교육 환경 조성을 1순위 바람으로 꼽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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