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5시 뉴스
기자이미지 이정신

[스트레이트 6화] 세월호, 구조하지 않았다. - 1

[스트레이트 6화] 세월호, 구조하지 않았다. - 1
입력 2018-04-09 13:24 | 수정 2018-04-09 13:24
재생목록
    [취재기자]
    양윤경 imagine0402@gmail.com
    이정신 geist1@imbc.com






    ◀김의성▶
    안녕하십니까. 스트레이트의 김의성입니다.

    ◀주진우▶
    안녕하세요. 주진우입니다.

    ◀김의성▶
    저희 스트레이트는 이번 주부터 2주간에 걸쳐서 세월호 특집을 준비했습니다.

    ◀주진우▶
    4년이 흘렀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왜. 304명의 무고한 목숨을 잃어야 했는지 알지 못합니다. 밝혀진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김의성▶
    네, 그렇습니다. 세월호. 이 말이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더욱 더 가슴 아픈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정신, 양윤경 두 분 기자 나왔습니다. 안녕하세요. 프롤로그 영상을 보면 양윤경 기자가 누군가를 쫓고 있는데 어떤 사람입니까.

    ◀양윤경▶
    네, 세월호 참사 당시 현장 구조 지휘 책임자였던 123정장 김경일 씨입니다. 오늘 방송을 끝까지 보시면 저희가 왜 김경일 씨를 만나야만 했는지 아실 수 있을 겁니다.

    ◀주진우▶
    그를 만나기 전에 확인해야 할 내용이 하나 있습니다. 스트레이트가 세월호와 관련해서 중요한 기록을 입수했습니다.

    ◀양윤경▶
    네, 스트레이트는 참사 당시 해경 교신기록, 즉 TRS 7,000건을 입수했습니다.

    ◀이정신▶
    네, 이 기록을 바탕으로 세월호가 침몰하기 시작한 2014년 4월16일 오전 8시 48분부터 배가 완전히 뒤집힌 10시30분경까지 잊지 말아야 할 그날 그 현장을 재구성했습니다.







    2014년 4월 16일 오전 8시48분 쯤 세월호는 순식간에 왼쪽으로 45도 이상 급격히 기울면서 침몰하기 시작했습니다. 승객 한 명이 출입문을 통해 튕겨 나가 바다에 빠질 정도였습니다.

    ◀학생▶ "살려주세요..배가 침몰하는 거 같아요."
    ◀119 ▶“배가 침몰해요?”

    119는 물론 해양 긴급구조 신고 전화인 122에도 신고전화가 빗발쳤습니다. 이 가운데엔 세월호 직원의 신고도 있었습니다. 9시4분이었습니다.

    ◀세월호 승선 직원 (122신고)▶
    "세월호 안내소 직원입니다.. 선내에서 '움직이지 마시라'고 계속 방송을 하고 있구요..지금 밖으로 이동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에요 배가 많이 기울어져 있어 가지고.."

    세월호 참사 원인 중 가장 안타까운 대목이었던 '움직이지 말라는 방송'. 이 중요한 정보가 사고 초기 해경 전체에 정확히 전파됐다면, 구조대의 선내 진입, 퇴선 유도 같은 조치들이 사전에 수립되고, 또 즉각 취해졌을 겁니다. 그러나 이 중요한 정보는 보고조차 되지 않았고, 출동 중이던 구조대에도 전달되지 않았습니다.


    ◀진도VTS▶ 세월호 세월호 여기 진도VTS, 귀선 침몰중입니까?
    ◀세월호▶ 예 그렇습니다. 해경 빨리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침몰하는 세월호에 가장 먼저 접근한 건 해경이 아닌 민간 유조선 둘라에이스호였습니다. 당장 승객 퇴선이 필요할 만큼 위급한 상황이라고 본 둘라에이스호는 세월호와 직접 교신까지 했습니다.

    ◀세월호▶ "지금 탈출을 시키면, 지금 탈출을 시키면 구조가 바로 되겠습니까?"
    ◀둘라에이스▶ "라이프링이라도 착용을 시키셔서 탈출 시키세요. 빨리!"

    해경 구조대는 어땠을까. 나중에 알려진 사실이지만, 해경 구조대 가운데 가장 먼저 사고 해역에 도착한 건, 해경의 초계기 B703호입니다. 만약 이 해경 초계기가 세월호 조타실과 교신해 자세한 선내 상황을 파악했다면 해경 지휘부나 출동 구조대의 신속한 퇴선 조치도 가능했을 겁니다. 그런데 이 초계기는 세월호와 교신하지 않았습니다. 3시간여 동안 주로 영상 채증과 헬기 통제를 하다 돌아갔습니다.

    ◀박영대 국민조사위 위원▶
    "교신 장비가 있는데 여기 와서 세월호하고 얘기를 한 번 해봐야 될 거 아닙니까. 아예 안 합니다. 시도 자체도 안 합니다. 현장지휘함이라는 123정하고도 교신을 안 합니다."

    이어 도착한 해경 헬기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먼저 세월호 조타실과 교신을 해야하는데 출동한 헬기 3대 모두 시도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해경 상황실과 주고받은 상황 보고가 교신의 대부분이었습니다.

    ◀해경 헬기 511호▶ "타워, 여기 호텔2 현장 도착. 배 우측으로 기울어져 있고, 지금 대부분 선상 선상과 배 안에 있음."
    ◀해경 상황실▶ "밖으로 나와 있는 사람 없는지?"
    ◀해경 헬기 511호▶ "해상에는 지금 인원이 없고 인원들이 전부 선상에 (있습니다)“

    해상에선 해경 경비정 123정이 출동 중이었습니다. 정장 김경일 경위는 출동 중에 현장 지휘관으로 지정됐습니다.

    ◀김경일 123정 정장▶ "현재 남은 거리 5마일 5마일. 15분 후면 도착합니다."
    ◀서해청▶ "모든 지휘를 현재 대형함정 도착 시까지 귀국이 하고, 귀국이 가서 450명이니까 일사불란하게.."

    세월호의 선내 승객 상황과 퇴선 준비 여부 등을 파악하기 위해선 세월호와의 연락이 필수적이었지만 현장 지휘관 김경일 123 정장은 세월호와 직접 교신하거나, 교신하라고 지시하지도 않았습니다. 해경 상황실의 거듭된 교신 여부 확인에도 시도는 했는데 안 된 것처럼 넘어갔습니다.

    ◀서해해경청 상황실▶ (세월호와) 교신되고 있습니까?
    ◀김경일 123정 정장▶ 현재 교신은 안 되고 있음.

    심지어 세월호 쪽에서 먼저 조난 통신망으로 출동한 해경 구조대를 호출하기까지 했지만 123정은 응답하지도 않았습니다. 최소한 450명 이상이 탄 여객선이 기울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구조 헬기든 123정이든 자세한 선내 상황을 미리 파악하지 않은 채, 구조 계획도, 임무 분배도 없이, 세월호 침몰 현장으로 내달리기만 했습니다.






    선내 상황은 모르더라도, 적어도 450명이 탄 배가 기울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전달받고 출동한 해경 123정. 출동 명령 36분 만인 오전 9시 34분, 대한민국 정부의 해상 구조팀으로는 첫 번째로,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서해해경청 상황실▶ "P123, 여기는 명인집타워. P123"
    ◀목포해경 상황실▶ "P123, 여기는 목포타워"

    그런데 123정은 목포해양경찰서와 서해지방해양경찰청 상황실의 애타는 호출에도 응답을 하지 않습니다. 세월호 침몰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해양경찰청 간부가 김경일 정장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왔기 때문입니다. 해경 구조대 모두 다 들을 수 있는 TRS 통신이 아닌, 두 사람만의 전화 통화.

    (9시 36분)
    ◀해경본청 경비과장(이하 본청)▶ "여보세요?"
    ◀김경일 123정장(이하 김경일)▶ "예, 여보세요?"
    ◀본청▶ "예, 잘 들으세요. 본청 경비과장인데요. 지금 세월호(에) 도착했죠?"
    ◀김경일▶ "예, 도착했습니다."

    1분 1초가 아까운 다급한 구조 초기 상황인데도 통화는 2분 22초 동안 이어집니다.

    ◀본청▶ "자, 그 배 상태 지금 어때요?"
    ◀김경일▶ "현재 지금 좌현으로 약 45도, 50도 정도 기울었습니다."
    ◀본청▶ "좌현 50도"
    ◀김경일▶ "예. 그리고 50도 기울어졌고요."
    ◀본청▶ "사람들 보여요, 안 보여요?"
    ◀김경일▶ "사람들 하나도 안 보입니다. 지금"
    ◀본청▶ "사람들.. 아니, 갑판 위에 사람들 한 명도 안 보여요?"
    ◀김경일▶ "현재 갑판은 안 보이고요. 사람이 보이는데 이게 단정으로 구조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본청▶ "사람들 전부 바다에 뛰어내렸어요, 안 내렸어요?"
    ◀김경일▶ "바다에 사람이 하나도 없습니다."
    ◀본청▶ "바다에도 사람이 안 보이고?"
    ◀김경일▶ "예. 예."
    ◀본청▶ "자, 구명동의 보여요 안 보여요?"
    ◀김경일▶ "구명동의는 그대로 다 있습니다. 하나도 투하 안 했습니다."
    ◀본청▶ "구명정 같은 거 있어, 없어?"
    ◀김경일▶ "구명정, 구명 벌은 그대로, 하나도 투하 않고 그대로 있습니다."

    필요한 정보는 다 나왔다 싶은데도 같은 내용을 묻고 또 묻습니다.

    ◀본청▶ "그러면 사람이 배에도 안 보이고 바다에도 하나도 없단 말이에요?"
    ◀김경일▶ "예, 예."
    ◀본청▶ "그러면 사람 전혀 안 보이고 배는 지금 한.."
    ◀김경일▶ "배는 좌현으로 50도 기울었고요."
    ◀본청▶ "침몰, 침몰할 것 같아요, 안 할 것 같아요?"
    ◀김경일▶ "현재 봐서는 지금 계속 더 기울어지고 있습니다."
    ◀본청▶ "계속 기울어지고 있어?"
    ◀김경일▶ "예예."

    '침몰할 것 같다.', '사람이 안 보인다.', 위급한 상황 보고를 다 받고 내린 본청의 지시는 '보고를 잘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본청▶ "자 그 다음에.. 여보세요?"
    ◀김경일▶ "예"
    ◀본청▶ "TRS 돼요 안 돼요?"
    ◀김경일▶ "TRS 되고 있습니다."
    ◀본청▶ "자 지금부터 전화기 다 끊고 모든 상황은 TRS로 다 실시간 보고하세요."
    ◀김경일▶ "예 알겠습니다."

    승객들을 어떻게 구조하겠다는 보고도, 어떻게 구조하라는 지시도 없이 통화는 끝났습니다. 123정의 두 번째 보고는 6분 뒤 들어왔습니다.

    "목포타워, 여기는 123"

    배는 60도 가까이 기울어 3층 좌현 갑판까지 물이 차는 상황이었지만, 퇴선 조치만 있다면 승객들은 얼마든지 탈출이 가능했습니다. 이미 민간 어선도 열 척 넘게 주변에 도착해 있어 승객들이 바다에 뛰어내려도 충분히 구조할 수 있었습니다.

    퇴선 방송과 선내 진입이 시급한 상황. 123정이 지휘부에 구조 실황을 전달합니다.

    (9시 44분)
    ◀김경일▶ "현재 승선객이, 승객이 안에 있는데 배가 기울어져가지고 현재 못 나오고 있답니다... 123 선수를 여객선에 접안, 접안해가지고 밖에 지금 나온 승객 한 명씩 한 명씩 지금 구조하고 있습니다."

    선내 승객 수백 명이 아닌 배 밖으로 탈출한 승객만 한 명씩 구하고 있다는 123정의 보고도
    한가한 소리지만, 상황실 지휘부의 지시도
    한가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목포해경 상황실▶
    "수신 완료. 수신 완료. 옮기면서 안전하게, 안전하게, 차분하게, 차분하게 임해 주기 바람."

    그리고 그 지시 그대로, 김경일 정장은 조타실에 잠시 배를 갖다 대고 선원들을 태운 뒤 다시 세월호에서 멀어졌습니다. 배가 60도 넘게 기울어진 9시 48분, '침몰'이라는 말이 이번엔 TRS 교신을 통해 전 해경 상황실에 전파됩니다.

    (9시 48분)
    ◀김경일▶ "경사가 너무 심해가지고 사람들이 지금 하선을 못하고 있습니다. 아마 잠시 후에 침몰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상. 잠시 후에 곧 침몰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보고를 기점으로 TRS에 해경 수뇌부의 지시가 비로소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지금까지 123정에 아무런 교신도 하지 않던 관할 목포서장이 처음 내린 지시는 "힘내라"였습니다.

    (9시 48분)
    ◀김문홍 목포해경서장▶ "***힘 좀 내봐!"

    123정은 한 번 더 승객 상황을 보고합니다.

    ◀김경일▶ "현재 승객이 절반 이상이 지금 안에 갇혀서 못 나온답니다. 빨리 122구조대가 와서 구조해야 될 것 같습니다."

    바로 뒤 해경청장과 서해청장의 때늦은 첫 지시도 내려집니다.

    (9시 52분)
    ◀고봉군 경감/ 서해해경청 상황실▶ "본청 1번님 (해경청장)하고 명인집타워 1번님 (서해청장) 지시사항임. 안전장구 갖추고 여객선 올라가 가지고 승객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안정시키기 바람"

    탈출시켜라, 퇴선 방송을 하라가 아니라, '동요하지 않게 안정시켜라'였습니다. 그리고 123정장은 세월호와 500미터 떨어진 채 그저 지켜만 보고 있었습니다.

    세월호가 70도 가까이 기울어 3, 4, 5층 출입문이 침수된 상황에서도 무책임한 지시는 계속됐습니다.

    (9시 56분)
    ◀김경일▶ "항공을 이용해가지고 우현 상부 쪽에서 구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상."
    ◀목포해경 상황실▶ "그러니까 그쪽에서 상황 봐가면서 정장님이 최대한도로 승선원을 구조할 수 있도록 그렇게 조치 바람"
    ◀김경일▶ "너무 경사가 심해서 못 들어가고 있음. 이상"
    ◀목포해경 상황실▶ "주변에 어선들이나 동원 세력들이 최대한 많이 구조할 수 있도록"

    알아서 최대한 많이 구하라는 지시입니다. 지휘부의 첫 퇴선방 송 지시는 123정 도착 30분 가까이 지나서야 나왔습니다.

    (9시 59분)
    ◀김문홍 목포해경서장▶ "그 근처에 어선들도 많이 있고 하니까 그 배에서 뛰어내리라고 고함을 치거나 마이크를 이용해서 뛰어내리라고 하면 안 되나? 반대 방향으로?"
    ◀김경일▶ "참고로 현재 여객선 내에 사람들이 다 있는데 아직까지 못 나오고 있습니다"
    ◀김문홍 목포해경서장▶ "차분하게 마이크를 이용해서 활용을 하고 우리 직원도 올라가서 하고"

    이 퇴선방송 지시도 123정은 따르지 않았습니다. 배가 시시각각 물속으로 가라앉는 걸 현장 구조대가 무기력하게 바라보는 사이 해경 수뇌부는 비현실적인 계획들을 쏟아내기 시작합니다.

    (10시 7분)
    ◀김문홍 목포해경서장▶ "못 나온 사람들이 지금 많기 때문에 그 사람들을 밖으로 빼 나와서 하면 반대 방향으로 뛰어내리게 한다면 그 인근에 배가 많이 있기 때문에"

    누가, 어떻게 승객들을 빼내라는 건지..

    (10시 8분)
    ◀김수현 서해해경청장▶ "배수 작업에 전력을 해서 배가 더 이상 침몰 안 되도록 배를 세우는 것이 좋은 방법 중의 하나가 아닌가.."

    누가, 어떻게 세월호에서 물을 빼라는 건지, 구체적인 방법은 없습니다. 10시 35분, 세월호가 완전히 전복돼 해상 구조가 더 이상 불가능한 시각, 상황실 지휘부와 123정의 교신에선 또다시 공허한 상황 보고가 오갔습니다.

    (10시 35분)
    ◀백남근 경위 / 목포해경 상황실▶ "그럼 해상으로 전부 다 탈출했는지?"
    ◀김경일▶ "현재 ** 다 지금 살아 나와 있고, 여객선 상태는 뒤집어져 있음. 이상.
    ◀백남근 경위 / 목포해경 상황실▶ "지금 해상에 승객들이 탈출한 사람이 보이는지?"
    ◀김경일▶ "현재 해상에 없음, 이상"
    ◀백남근 경위 / 목포해경 상황실▶ "그러면 갑판 상에는 승객들이 안 보이는지?"
    ◀김경일▶ "예, 현재 여객선 사람이 보이지 않고 있음. 이상"
    목포상황실: "수신 완료"





    ◀김의성▶
    현장 책임자가 타고 있던 해경 경비정 123정이 현장에 도착한 시간이 9시34분, 그리고 배안의 승객이 마지막으로 메시지를 보낸 시각이 10시17분. 촌각을 다투는 그곳에서 소중한 43분을 너무나도 허망하게 써버린 것 아닙니까.

    ◀주진우▶
    맞습니다. 2014년 4월16일, 반드시 밝혀야 할 진실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세월호가 왜 침몰했는지. 두 번째는 왜 구조하지 않았는지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세월호 사고가 났다고 하더라도 구조 작업을 제대로 했으면 목숨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구조하지 않았습니다. 세월호 사고는 참사가 되어 버렸습니다.

    ◀김의성▶
    네, 그렇습니다. 세월호 참사에서 해경이 납득하지 못할 모습을 보여준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가장 먼저 도착한 해경 경비정은 왜 세월호와 교신을 시도하지 않았는지. 그리고 또 사람들이 안 보인다는 건 배 안에 사람들이 있다는 얘기인데 왜 퇴선 명령을 내리지 않았는지. 상황실에서조차 퇴선 지시를 제 때 하지 않은 점. 또 해경 구조대가 선내 진입을 시도하지 않은 점. 이 모든 것들은 이해하기도, 납득하기도 어려운 일들입니다.

    ◀양윤경▶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그동안 감사원 조사, 검찰 수사, 국정조사, 그리고 특조위 조사 등이 있었는데요. 그때마다 해경에게 왜 배 밖으로 나오게 하지 않았는지 물었습니다만 대답은 배 안에 그렇게 많은 사람이 있는지 몰랐다. 배가 그렇게 빨리 가라앉을 줄 몰랐다는 변명뿐이었습니다.

    ◀주진우▶
    경황이 없었다고요? 배가 빨리 가라앉았다고요? 배 안에 사람이 있는지 몰랐다고요? 이런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너무나 많습니다.

    ◀김의성▶
    476명이 타고 있는 배가 침몰했습니다. 그런데 눈에 보이는 172명만 구조했습니다. 304명의 승객들이 배 안에서 애타게 구조를 기다리다가 생명을 잃었습니다. 그런데 저런 변명만 하고 있다니. 참으로 분노를 넘어서 슬픔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정신▶
    네, 말씀하신 것처럼 해경이 주로 한 구조 활동은 배 밖에 나와 있는, 그러니까 스스로 탈출한 사람들을 헬기나 구명정에 옮겨 싣는 것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그거는 제대로 된 구조가 아니다. 이렇게 얘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세월호 참사는 구조 실패라기보다는 적극적인 구조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벌어진 참사다. 이렇게 얘기하고 있습니다. 구조 영상을 전문가와 함께 분석했습니다.




    가장 먼저 구조 활동을 벌인 해경 헬기들은 갑판에 이미 있는 승객들을 한 명씩 구조 바구니에 태워 끌어올렸습니다. 이런 방식부터 잘못된 거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읍니다.

    ◀이종철 해군 UDT출신 예비역 대령▶
    "외부에 현재 라이프 자켓을 착용하고 있는 승객들은 이렇게 긴급으로 구조를 할 대상이 아니니, 구조사가 조타실로 가서 방송이 안 된다고 그러면 육성으로라도 선내에 들어가서 빨리 탈출하라는 지시를 했어야 했다.."

    헬기 3대가 다 똑같은 구조 방식을 취한 것도 문제였습니다.

    ◀진교중 해군 SSU 예비역 대령▶
    "1번기인데요 2번기 3번기 똑같은 조치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것은 대단히 잘못됐다..이 3대 중에서 한 대만이라도 항공 구조사가 선체, 세월호 선체 내에 진입을 해서 탈출 지시만 내렸어도...:"

    전체 승객 476명 가운데 헬기 3대가 구조한 승객은 35명.

    ◀진교중 해군 SSU 예비역 대령▶
    "선실 내에 있는 인원들을 탈출시키는 게 급선무인데, 지금 이 사람들은 다 구조된 사람들이거든요. 구조된 사람들을 구조하는 것이나 똑같은 것이죠.. 100명을 구할 수 있는 작전을 써야지 1명을 구할 수 있는 작전을 쓰면 안 된다는 얘기죠."

    현장 지휘관이 탑승한 123정의 해상 구조는 더 문제였습니다. 아직 좌현 3층 갑판 복도까지는 채 물이 차지 않은 현장 도착 초기, 123정의 구명정은 3차례에 걸쳐 이미 구명 자켓를 입고 갑판에 나와 있거나 바다에 뛰어든 사람들을 우선 구조했습니다.

    ◀이종철 해군 UDT출신 예비역 대령▶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세월호로) 올라갔어야 했습니다. 지금 앞에도 얘기했다시피 여기 어선들도 있고 외부에 나와 있으면 뛰어내리면 되는 거예요. 라이프자켓(구명조끼) 입고. 지금 선내에 있는 승객들은 밖으로 빠져나와야 살 가능성이 높은데 선내에서는 다 죽을 수밖에 없잖아요. 이런 상황에서는 선내에 빨리 진입했어야 되는 거예요."

    구명정을 터뜨리겠다고 해경 한 명이 3층 객실 갑판 복도로 진입해 5층까지 올라간 이 장면에서도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이 해경이 진입한 3층 복도 부근엔 식당과 객실로 통하는 출입문이, 그것도 이렇게 열려 있었습니다. 출입문 안쪽엔 승객들과 승무원도 있었고 퇴선 방송이 가능한 안내데스크도 있었습니다.

    [2015년 12월 세월호 특조위 청문회]
    ('해경입니다. 거기 누구 없나요?' 이 한마디만 했더라도. 어떻습니까? 좀 그렇게 할 수 없었습니까, 당시에?)
    ◀이형래 전 123정 대원▶
    당시에는 그거는 생각을 못 했고,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제가 들어갈 수 있었다면 그렇게 했으면 좋았을 것 같은 아쉬움이 너무 남습니다.

    123정이 조타실로 접근해 선장과 선원들을 구하는 장면.

    ◀진교중 해군 SSU 예비역 대령▶
    "선원들이 내리면 몽둥이로 쳐서라도 조타실로 다시 보내서 상황 수습을 해야죠. 그리고 이 사람들은 배 구석구석을 잘 아니까 다니면서 빨리 승객들 이함을 시키고 자기들은 맨 마지막에 배와 함께.."

    선원 복장을 하고 있었고, 무전기도 들었는데 일반 승객인 줄 알았다는 해경의 해명도 납득하기 어렵지만, 선원 구조 이후 해경 한 명이 밧줄을 잡고 방송 장비가 있는 조타실로 진입하다가 곧장 내려온 상황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진교중 해군 SSU 예비역 대령▶
    (경사 너무 져가지고 그냥 내려왔다고)
    "아니 조타실 갔는데 왜 미끄러워요. 그 말이 난 이해를 못 하겠네 뭔 말인지. 조타실 갔는데 왜 미끄러워? 갔으면 들어가면 되지. 배에는 다 갈고리 같은 게 다 있습니다. (밧줄로) 그걸 걸어서도 올라갈 수 있고 옆에 가드레일도 있고.."

    백번 천번 양보해, 선내 진입이 어려웠다면 헬기나 123정에 설치된 대공 마이크를 이용하든 호루라기를 불든, 육성으로 외치든 퇴선 방송을 했어야 합니다. 하지만 해경은 끝내 이 간단한 퇴선 방송조차 안 했습니다. 해경의 선내 진입과 퇴선 방송이 너무 늦지 않게만 이뤄졌다면 대부분의 승객이 구조됐을 거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진교중 해군 SSU 예비역 대령▶
    "저 배가 길이가 146m입니다. 146m인데, 실제 승객들이 타는 데는 100m밖에 안 됩니다. 한 100m를 탈출할 때 서로 돕고 또 도와주고 손잡고 당기면서 빠지면, 그렇게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거의 대부분은 다 탈출했을 것이라고 보여 집니다."

    123정 정장 김경일 경위에게 업무상 과실치사로 3년형을 선고했던 재판부 역시, "승객 퇴선 유도 조치가 이뤄졌을 경우 모든 승객들의 대피와 퇴선이 원활하게 이뤄졌을 것"이라고 판시했습니다.

    ◀이종철 해군 UDT 예비역 대령▶
    "선내에 진입하지 않았다. 못한 게 아니고 선내에 진입하지 않았다..라이프 자켓 착용하고 있는 승객들을 헬기로 구조한다든지 보트로 옮겨 싣는 그 정도 구조는 저는 현 위기 상황 저렇게 긴급한 상황에서 적극적 구조는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적어도 세월호 선내에 갇힌 300여명의 승객들에 대해선 해경이 구조하지 못한 게 아니라 안 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박영대 국민조사위 위원▶
    정말 눈을 씻고 찾아봐도 안 보이는 게 바로 지휘부의 구조 계획입니다. 아니 그러니까 언제까지 뭐하고 누구는 뭐하고 이런 계획이 없어요. 그 다음에 해경이 선내 상황 파악도 안하고 선내 진입도 안하고, 퇴선 명령도 안 하죠.. 구조라는 게 없다는 겁니다. 했는데 무능했다가 아니라, 안 했다는 거예요. 전혀.




    [취재기자]
    양윤경 imagine0402@gmail.com
    이정신 geist1@imbc.com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인기 키워드

        취재플러스

              14F

                엠빅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