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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세웅
[스트레이트 8회] 세월호 모욕 단체에 삼성이 돈 댔다
[스트레이트 8회] 세월호 모욕 단체에 삼성이 돈 댔다
입력
2018-05-03 13:22
|
수정 2018-05-03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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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자]
권희진 heejin@mbc.co.kr
나세웅 salto@mbc.co.kr
◀김의성▶
안녕하십니까. 스트레이트의 김의성입니다.
◀주진우▶
안녕하세요. 주진우입니다.
◀김의성▶
네, 오늘로 스트레이트 8번째 방송인데요. 제가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듣는 얘기는 저희 스트레이트의 젊은 기자들에 대한 칭찬입니다. 우리 기자들이 너무나 용감하고 전투력이 엄청나다. 어떻게 지금까지 이 전투력을 숨기고 살았느냐. 이런 얘기들이 있는데요. 주진우 기자.
◀주진우▶
네.
◀김의성▶
스트레이트 기자들 같이 직접 일해보시니까 어떻습니까?
◀주진우▶
그 열정에 저도 깜짝깜짝 놀랍니다. 일단 스트레이트 기자들은 불의를 보면 쫓아갑니다. 그리고 달리는 특징이 있습니다.
◀김의성▶
네, 달리는 기자들. 오늘 권희진, 나세웅 두 분 기자 나오셨는데요. 안녕하세요.
◀권희진▶
네.
◀김의성▶
사실 요즘 제가 뉴스 보면서 기자들 때문에 속상한 마음이 들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 스트레이트의 기자 분들 보니까 든든하네요. 시청자들의 기대가 큰 거 알고 계시죠?
◀권희진▶
네, 뭐 저희는 우직하게, 정확한 사실을 취재해서 실체적 진실을 전해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김의성▶
이번 주 아이템은 노력뿐 아니라 전투력이 굉장히 요구되는 그런 아이템이었다고 들었는데. 나 기자, 어떻습니까.
◀나세웅 ▶
네, 이번 아이템을 취재하면서 전투력뿐만 아니라 인내심도 많이 필요했습니다. 아직도 매주 토요일마다 보수단체들이 태극기 집회를 열고있는데요. 거기서 보면 여전히 성조기를 흔들면서 박근혜 대통령을 외치고 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 안타깝기보다 서글프기까지 할 정도입니다.
◀주진우▶
저도 보수단체 취재 많이 했거든요. 근데 일단 말이 잘 안 통해요. 말보다 주먹이 앞서기도 하고요. 집회 참가자들이 주로 할아버지, 할머니들이어서 경찰도 통제가 잘 안 되고 끌려갈 때도 많습니다. 경찰도 많이 맞습니다. 저는 특별히 많이 맞았어요.
◀김의성▶
많이 맞았어요?
◀주진우▶
네.
◀김의성▶
네, 물론 이렇게 간혹, 혹은 자주 폭력성을 보이는 보수단체들이 많이 있지만 민주사회라면 진보이건 보수이건 자기 목소리를 내야 되고, 이들의 합리적인 이야기는 수용해야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권희진▶
네, 그렇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취재한 보수단체는 그런 합리적인 모습과는 상당히 거리가 좀 있었습니다. 그리고 보수단체의 충격적인 모습 가운데 하나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서도 드러났었죠. 이른 바 ‘폭식투쟁’입니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혀 달라고 목숨을 걸고 호소하는 유가족들 앞에서 조롱하듯 피자와 치킨을 나눠먹던 그 모습, 기억하실 텐데요. 먼저 2014년 9월6일, 그 날의 모습을 보시겠습니다.
[VCR]
세월호 참사 뒤인 2014년 늦여름 광화문 광장. 한낮의 아스팔트가 뿜어내는 열기를 온몸으로 받아내며 세월호 유가족들이 수십일 째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세월호 사건의 진실규명이라는 당연한 의무를 방기하는 박근혜 정부에게, 유가족들이 생명을 내걸고 진실을 밝혀달라고 요구하는 것입니다. 유가족들의 이런 처절한 상황에 일반 시민들도 단식을 함께 하며 마음을 보태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9월 6일, 단식 중인 유가족들 옆으로 극우 커뮤니티인 일베를 자처하는 청년들이 식사를 하겠다며 모여들었습니다. 군복을 입은 건장한 남성 한명이 만면에 웃음을 띤 채 핫도그를 씹으며 유가족들에게 다가왔습니다.
◀폭식 투쟁 참석자▶
(찍어도 돼요?) 그럼요.
(단원고 친구들에게 한마디..) 싫어요. 왜 여기서 먹으면 안 돼요? 왜 안 돼? 왜 안 돼?.
(군인이에요?) 군인 아니지 (군인 아닌데 왜 이런 옷을 입고 다녀) 옷이 없어 옷이.
그리고는 핫도그를 입에 넣어가며 단식 중인 유가족들 사이를 유유히 헤집고 다녔습니다. 유가족들 바로 옆에 앉아 샌드위치를 크게 한 입 베어 먹는 남성, 짙은 선글라스를 쓰고 있습니다.
◀폭식 투쟁 참석자▶
"식사하러 온 거에요. 식사하러 왔는데 뭐가 문젠데요."
닭튀김을 사들고 단식하는 유가족들 옆에 앉아 기름 냄새를 풍기는가 하면, 유가족 면전에서 음식을 크게 베어 물며 보란 듯 웃기도 합니다.
◀폭식 투쟁 참석자▶
"아니 여기 먹으면 안돼요?"
"아니 먹을 수 있어요. 드세요. 편하게 드세요"
"맛있게 얼마나 잘 먹나 봅시다. 우리는 그냥."
슬픔에 잠긴 유가족들에 대한 노골적인 자극. 단식 중인 유가족과 시민들은 이들과의 물리적 충돌을 피하려고 감정을 억눌러야 했습니다. 일간베스트 회원들이 식사하는 곳이라고 표시한 파라솔. 세월호 유가족들이 이들에게 아예 식사를 하라고 자리를 쓸고 닦아 마련해준 공간입니다.
◀SYN▶
"절대로 건드리거나 욕하시거나 하지 않는 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른바 폭식행사 참가자들은 늘어났습니다. 단식하는 유가족 바로 앞에 떼 지어 않아 콜라를 벌컥벌컥 마시고, 보란 듯 피자를 입에 넣었습니다. 선글라스를 쓴 한 중년 남성은 피자를 원 없이 돌리겠다며 더욱 적극적으로 먹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SYN▶
"여러분들 때문에 이 나라가 지켜지는 거예요. 맞아요?" "와아.."
피자는 끊임없이 광장으로 공급됐습니다.
"피자 왔다!"
"와~"
단식 중인 유가족들 옆에는 치킨이며 피자 따위를 먹고 버린 쓰레기들이 수북이 쌓였습니다. 떼 지어 앉아 피자를 먹던 이들은 자리를 털고 일어나 목청껏 애국가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대한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스튜디오]
◀김의성▶
참으로 보기 힘든 화면이네요. 저들의 이른 바 ‘폭식투쟁’은 같은 보수단체들로부터 비판을 받기도 했고요. 심지어 새누리당 국회의원으로부터도 “보수 얼굴에 먹칠을 한 일”이라고 비난을 받기도 했었죠.
◀주진우▶
자신들은 ‘폭식투쟁’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폭식도, 투쟁도 아닙니다. 자식 잃은 부모들을 공격하는 것일 따름입니다. 폐륜이자 반인륜입니다. 약자를 조롱하는 폭력일 따름입니다.
◀권희진▶
네, 그렇습니다. 세월호 유가족들의 단식은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의 진실규명을 전 방위적으로 틀어막으면서 시작됐던 거 아닙니까?
◀나세웅 ▶
네, 가까스로 여야 합의로 시작된 국정조사도, 청와대 김기춘 비서실장의 증인 채택을 막으려는 새누리당의 완강한 방해로 청문회도 못 열고 석 달 만에 끝이 난 상황이었습니다.
◀권희진▶
네, 그래서 세월호 유가족들은 독자적인 수사권과 기소권을 보장하는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면서 단식을 이어 갔습니다. 김영오씨는 40일 넘게 단식을 했었고요. 당시 문재인 민주당의원과 시민들도 단식에 동참을 했었죠.
◀김의성▶
네, 당시 전 사회적으로 확산되던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대한 요구, 그리고 추모 분위기. 여기에 분탕질을 쳐서 흙탕물 싸움으로 만들려고 했던 것이 바로 폭식 집회 아니겠습니까. 이 폭식 집회. 철없다고 하기에는 너무나 끔찍합니다. 젊은이들이 우발적으로 벌인 그런 사고라고 봐야 할까요?
◀권희진▶
네, 그렇게 알고 계신 분들이 많으실 텐데요. 우발적이라고 생각됐던 이 폭식 집회는 사실 5-6차례 더 반복됐습니다. 또 회가 거듭될수록 점점 더 조직화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VRC]
세월호 유가족들이 단식중인 광장에서 대각선으로 길을 건너면 동아일보 건물이 있습니다. 그 앞에서 또 다른 청년들이 음악을 크게 틀고 몸을 흔들며 춤을 추고 있습니다.
"야..기분 좋다. 응디응디 흔들어.."
치킨을 먹고 맥주를 양껏 마시며 춤추고 노래하는 조직적인 폭식행사가 열리고 있는 것입니다. 무대에서 맥주캔을 들고 춤을 추며 소리치는 남성.
◀장기정 대표 (자유청년연합)▶
“마음껏 신나게. 재밌게. 세월호!”
바로 보수단체인 자유청년연합의 장기정 대표입니다. 그 앞에서는 한 중년 여성이 청년들에게 치킨을 나눠주고 있습니다. 이 여성은 바로 유명한 보수단체인 엄마부대의 주옥순 대표입니다.
◀주옥순 대표 (엄마부대)▶
“하나씩 가져.”
단식 중인 세월호 유가족들 코앞에서 치킨에 술까지 마시는 대규모 행사. 이 행사를 자유청년연합 장기정 대표와 엄마부대 주옥순 대표가 이끌고 있는 것입니다. 장기정 대표와 참가자들은 자신들이 극우 커뮤니티인 일베 회원임을 숨기지 않습니다.
◀성호 (승려)▶
“빨갱이는 죽여도 된다!” (된다!) “죽여라!” (죽여라)
“애국자라는 것은 우리나라가 못생기고 못 살고 독재정치를 해도 나라를 사랑하는 것이 애국자입니다. 맞습니까?” (맞습니다!)
이어 이들은 세월호 유가족들을 향해 일제히 일베를 상징하는 손 모양을 치켜들었습니다.
"파이팅 파이팅 와아!!"
"일베 만세!!"
그리고 세월호 유가족들을 향해 떼 지어 몰려가다가 경찰의 제지를 받았습니다.
"개새끼야 야이 개새끼야!"
"와아 와!!"
세월호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팻말을 든 유가족과 시민들은 길 건너에서 이 기괴한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일주일 뒤, 같은 장소인 동아일보 앞. 무대 위 낯익은 남성, 바로 자유청년연합 장기정 대표입니다.
◀장기정 대표 (자유청년연합)▶
“피자, 맥X을 준비했습니다. 지금부터 신나게 놀아봅시다. 먹고 즐기면서 노시면 됩니다. 피자하고 치킨 전달해 주세요. 전달.”
개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쌓인 피자와 수많은 음료수들. 주최 측은 음악을 크게 들고 이런 음식들을
참가자들에게 양껏 나눠줬습니다. 이날 행사에는 자유청년연합, 새마음포럼, 교육과 학교를 위한 학부모연합 등의 보수단체들이 대거 참가했습니다. 이들 보수단체들은 폭식행사의 음식을 마련하는 비용은 자신들이 받은 후원금으로 충당했다고 밝혔습니다.
[스튜디오]
◀김의성▶
이래서는 안 되는데 정말, 인간에 대한 미움이 마음속에서 솟아나네요. 저 장기정이라는 사람 뉴스에서 많이 봤습니다. 얼마 전에 그 백남기 농민 유족으로부터도 고소를 당했었죠?
◀주진우▶
네.
◀김의성▶
아버지는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데 딸은 해외여행 다닌다. 이런 식의 턱없는 비난을 퍼부었다가, SNS에 올렸다가 고소당했죠.
◀주진우▶
얼마 전 재판이 있었는데 그 이유가 더 웃깁니다. SNS에 글을 올린 이유가 공공의 이익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공권력에 의해서 죽어가는 아버지와 딸을 조롱하는 게 공공의 이익입니까?
◀권희진▶
네, 주옥순 대표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한 단체, 정대협을 비방했다는 이유로 재판에 넘겨졌죠. 얼마 전에 1심 판결이 나왔는데요.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 그리고 8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을 받았습니다.
◀김의성▶
정말 면면이 화려합니다. 저 폭식집회에 참여한 단체가 ‘자유청년연합’, ‘엄마부대’, ‘새마음포럼’, ‘교학연’ 이렇단 거잖아요. 근데 이런 단체들은 최근에 좀 극단적인 활동을 해서 좀 떴을 뿐이지. 전통적으로 유명한 보수단체들하고는 좀 거리가 있지 않습니까?
◀주진우▶
그렇습니다. 이들은 그야말로 꼬리일 뿐입니다. 아직 보수단체의 몸통은 나오지도 않았습니다. 중요한 건 폭식집회가 누구의 머리로 기획됐는지 그 머리를 찾아야 됩니다. 누구의 돈을 썼는지, 그 돈의 출처도 찾아야 합니다.
◀나세웅 ▶
그렇습니다. 원래 사람이 모이면 돈이 듭니다. 큰 집회는 10억까지도 든다고 하는데 무대를 만들고 장비를 빌리고, 물론 폭식집회는 작은 집회지만 저렇게 음식을 사서 나눠주는 데에 하나하나 모두 돈이 필요한 일들입니다.
◀김의성▶
그렇죠. 거기다가 저 집회가 한 번뿐 아니라 여러 번 이뤄졌었고 또 그렇다면 큰돈이 필요할 텐데요. 저 단체들이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돈을 모으는 단체들은 아니지 않습니까. 돈 받고 움직이는 단체잖아요.
◀주진우▶
맞습니다. 그들은 돈 없이는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는 단체들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나세웅 ▶
네, 이름도 생소한 저 보수단체들을 물심양면으로 키워주는 이가 따로 있었습니다. 보수단체의 행사나 집회마다 많은 돈을 지원하고 있었고요. 스트레이트는 이 돈의 흐름을 추적해서 누가 자식을 잃고 고통 속에 사는 부모들을 괴롭히고, 사고의 진실을 은폐하는 데에 힘을 보탰는지 취재했습니다.
[VCR]
세월호 특별법 반대 운동에 집중한 자유청년연합의 장기정 대표. 첫 '폭식 투쟁'이 일어난 뒤엔 자신의 SNS에 세월호 특별법에 반대하는 치맥파티를 제안했고, 피자와 음료를 나눠주면서, 매 주말마다 2차, 3차 폭식 집회를 이어갔습니다.
장 씨의 세월호 '맞불 투쟁'은세월호 참사 직후부터 시작됩니다. 육아 카페 회원들이 유모차를 끌고 세월호 추모 침묵시위를 벌이자, 이 엄마들을 아동학대 혐의로 고발했고 세월호 특별법으로 인한 국회파행의 책임을 묻겠다며 국회의원 전원을 직무유기로 고발했습니다. 방송에서 폭식 퍼포먼스를 비판한 변호사도, 정부 책임론을 꺼낸 세월호 유가족들도 고발합니다.
활동비용의 출처를 찾아봤습니다. 장기정 씨가 세월호 유가족을 고발한 11월, 자유청년연합 계좌에 1천만 원이 입금됩니다. 입금자는 전국경제인연합, 전경련입니다. 1년 전인 2013년에도 전경련이 1천5백만 원을 지원했습니다. '경제자유화 확산 운동 지원'이 돈을 준 명목이었습니다.
돈을 받은 뒤 언론에 보도된 장 씨의 활약은 공무원노조 고발, 정의구현사제단 소속 신부 고발, 국정원 개혁법안 반대 회, 권은희 전 수사과장 고발, 산케이신문 지국장 고발 그리고 2014년 세월호 특별법 제정 반대 활동에 집중했습니다.
그런데도 이듬해인 2015년엔 전경련의 지원 금액이 6천만 원으로 6배 늘어납니다. 장기정 대표는 작년 2월엔 삼성 이재용 부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 비리를 수사하던 박영수 특검의 집 앞에서 집회를 열고, 야구방망이를 휘두르며 위협하기도 했습니다.
◀장기정 대표 (자유청년연합)▶
“박영수는 잘 들어야 합니다. 당신 목은 언제 따일지 몰라. 이 개XX은 제가 꼭 응징합니다.”
전경련에서 받은 돈을 세월호 유가족을 공격하는 데 썼는지 묻기 위해 장 씨를 찾아 나섰습니다. 먼저 보수 집회에서 수소문해봤습니다.
◀집회 참가자▶
(예전에 장기정 씨라고 자유청년연합 하시던 분 있잖아요. 요즘에도 좀 나오세요?) “저쪽에.”
◀집회 참가자▶
(자유청년연합이라고 장기정씨가 하던 단체 있잖습니까?) “거기서 온 거 아니에요.”
◀박OO (집회 참가자)▶
(앞에서 주도적으로 마이크 잡고 많이 했는데) “그러니까요 요즘엔 못 봤어.”
홈페이지는 이미 문을 닫았고 SNS 계정만 남아 있습니다. 수소문 끝에 법원에서 장기정씨를 찾아냈습니다.
◀장기정 대표 (자유청년연합)▶
"(전경련에서) 2013년하고 14년에 1천만원 1천5백만 원씩 돈이 들어오는데요. 그 비용은 대표님이 어떻게 쓴 건지 알 수 있을까요?“
"...."
“14년도에는 특히나 세월호 특별법 반대 투쟁을, 폭식 투쟁을 하셨잖습니까. 그때 그 비용으로 혹시 나중에 보전 받은 건가요?"
"....“
“한번 해명을 해주셨으면 좋겠는데요. 대표님.”
"그 부분에 대해선 mbc랑은 얘기할 말이 없어요."
“돈 받으신 건 맞잖아요. 그 돈이 세월호 특별법 반대 활동하시는 대가였습니까? 다른 대가성이 없었나요?”
"..."
“사후에 정산보고서를 내셨다거나 영수증 처리를 했다거나 이런 부분이 있지 않겠습니까?"
“.."
“아무 입장이 없으세요?”
"없어요."
장기정 씨와 함께 동아일보 앞 폭식 행사를 주도한 새마음포럼.
◀김동순 (당시 새마음포럼 회장)▶
“3백여 명의 보수 논객을 모시고 SNS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는 데니스 김입니다”
자유청년연합보다 하루 앞선 11월 20일, 유관 단체 명의로 2천만 원을 후원받습니다. 역시 전경련 돈입니다. 전경련은 한 달 뒤에도 2천만 원을 추가로 지원합니다.
◀김동순 (당시 새마음포럼 회장)▶
“아뇨 저는 안 했어요. 농성, 어디서 농성했는지 잘 모르겠는데 (동아일보 앞에서) 글쎄요 저는 기억이 안 나네요.”
폭식 행사에 함께 참가한 교학연. 2차 폭식 집회 직후 전경련으로부터 1천만 원을 받습니다. 11월과 12월에도 1천만 원 씩 입금됩니다. 돈은 김 대표가 운영하는 부모마음봉사단으로 들어왔습니다.
◀김순희 대표 (교학연, 부모마음봉사단)▶
“통장까지 다 빌려줘서 내 이름으로 (다른 보수 단체가) 예산을 따서 쓴 것 같아요. 그래서 저를 몇 퍼센트 주기로 해서. 나는 그런 거 (어디 썼는지) 모르니까.”
[스튜디오]
◀김의성▶
참사로 자식을 잃은 부모들을 조롱하기 위해서 그 부모들의 눈앞에서 먹고 마신 맥주와 치킨의 값을 우리나라 최고의 저 재벌들의 모임인 전경련에서 댔다는 거군요.
◀주진우▶
그렇습니다. 우연의 일치일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보수단체에서 행사를 하면 그 직후에 전경련으로부터 입금이 됩니다. 집회 때도 그랬고요. 세월호 유가족을 고소할 때도 그랬습니다.
◀나세웅 ▶
네, 그런데 세월호 유가족을 더 힘들게 했던 건 따로 있습니다. 바로 특혜를 요구한다는 프레임이었습니다. 2014년 7월28일, 문화일보에는 출처가 불분명한 광고가 하나 실립니다. ‘세월호 특별법 요구안’이라는 이 광고에는 ‘사망자 전원 의사자 처리’, ‘공무원 시험 가산점 주기’, ‘공공요금 감면’, ‘상속세’ 등 각종 조세 감면 혜택 등 조항들이 써있습니다. 그리고 누군가 의도적으로 이것들이 마치 세월호 유가족들이 직접 요구한 것인 양 이 가짜 정보들을 카카오톡과 네이버 밴드로 유통시키고 확산시켰습니다.
◀김의성▶
그러니까 유가족들을, 자식을 잃은 사고를 이용해서 이익을 취하려고 한 파렴치한 집단으로 매도하려고 했다는 거 아닙니까.
◀주진우▶
그렇습니다. 가족들이 가장 고통스러워했던 것도 이 부분이었습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슬퍼할 겨를도 없이 가짜 정보와 싸우느라고 아파해야 했습니다.
◀김의성▶
아니, 그런데 국회의원들까지도 이 가짜 정보들을 진실인 양 떠들고 다니지 않았습니까?
◀주진우▶
맞습니다. 친박, 진박이라는 의원들이 특히 그랬습니다. 세월호 특조위를 세금 도둑이라고 몰아붙였던 김재원 의원, 그가 주도했습니다.
◀김의성▶
그런데 신문에 이런 광고를 내려면, 최소한 수 백 만 원 이상의 돈이 들지 않습니까? 누가 이름도 안 밝히면서 이런 광고를 낸 것일까요? 그리고 그 돈은 과연 어디서 나온 걸까요?
◀나세웅 ▶
네, 후에 이 광고를 낸 단체가 밝혀졌는데요. 세월호 유가족들을 가장 많이 괴롭혔던 단체죠. ‘어버이연합’이었습니다. 말씀하셨던 것처럼 세월호 유가족들이 가장 힘들었던 것 중에 하나가 이런 가짜 정보와 싸우는 것이었습니다. 세월호를 둘러싼 가짜 정보들은 대부분 보수단체들이 기자회견이나 집회를 하고, 마치 중요한 주장인 것처럼 언론에 실리고, 다시 SNS를 통해서 확산됐습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그때마다 보수단체에 거액의 돈이 입금됐습니다.
[VCR]
어버이연합에서 찍어서 공개한 활동 영상입니다. 2014년 7월 17일, 어버이연합 회원들이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유가족 농성장에 난입하다가 경찰과 충돌합니다. 농성 시작 사흘 뒤의 일입니다.
◀박완석 사무부총장 (어버이연합)▶
"진정으로 놀러가다 죽은 아이들이 의사자로서 자격이 있다고 보십니까?"
세월호 유가족들이 희생자 전원을 의사자로 지정해달라고 요구했다는 거짓 정보로 선동합니다. 단원고 학생 대학특례입학, 생활안전자금, 정신적 치료 평생지원. 모두 유가족 요구안에 없던 내용입니다.
◀박완석 사무부총장 (어버이연합)▶
“세월호 특별법입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평생 지원해주겠다 이거 아닙니까 이거. 유가족 생활 안정, 평생지원...“
집회 다음날인 7월 23일 어버이연합의 계좌도 아닌 차명계좌에 1천만 원이 입금됩니다. 역시 전경련입니다. 유민아빠, 김영오 씨의 단식에 당시 야당 의원들이 결합하자, 비난의 수위는 더 높아집니다. 세월호 유가족을 흉내내 구호가 적힌 노란 팻말을 걸고, 치킨을 뜯습니다.
◀박완석 사무부총장 (어버이연합)▶
“자 어르신, 꿀맛인가요?” (꿀맛입니다)
“어르신 어떤 맛이에요?” (꿀맛, 꿀맛) “아~ 꿀맛!”
자장면을 먹으면서 단식 3일째라고 이름을 붙이고, 단식 농성 와중에 추석연휴를 맞게 된 유가족에게, 떡과 과일을 전달합니다. 이날 전경련은, 어버이연합에 4천만 원을 송금합니다.
◀추선희 사무총장 (어버이연합)▶
“저희는 오늘 저기 (유가족 농성장) 건너가서 반드시 천막을 철거시킬 때까지 오늘 끝장을 보겠습니다.”
농성장 철거를 시도한 이날로부터 열흘 뒤인 2014년 11월 21일 전경련은 어버이연합에 또 7천만 원을 이체합니다. 2014년에만 어버이연합에 3억9천만 원이 들어갔습니다. 세월호 특조위를 규탄하는 등 어버이연합의 방
해 활동은 계속 됐고, 전경련도 꾸준히 거액을 후원합니다.
◀추선희 사무총장 (어버이연합)▶
(세월호 천막 부수고 했던 그때 시위도 돈 받거나 이런 건 아니란 말씀이세요?) “우린 그런 것 없어요.”
(그렇게 말하면) “이분들은 흥분해요. 사무실 와서 아침 새벽부터 TV 보고, 당신네 TV 보고 와서 ‘TV에 이렇게 나왔는데 이거 나가야 되는 거 아니냐’ 이구동성 얘기하지 않습니까.”
(전경련에서 한 번에 7천만원 쏴주고 억대로 주고 그러잖아요. 그렇게 많은 돈이...) “사업 계획서요.”
(세월호 관련해서는 시위할 때 돈 받으신 게 없다 이렇게 봐야 되는 건가요?) “여보세요. 그래서 탈북자들한테 돈 빌려 가면서 제가 한 겁니다.”
(오히려 돈 빌려 가면서?) “네.”
뭉칫돈이 들어왔다는 얘기에 어버이연합 회원들은 격한 반응을 보입니다.
◀어버이연합 회원▶
“너 일억.. 칠천만원. 너 책임질 수 있어? 이거 때려 부숴 야 이 개XX들아. 너 이 XX놈의 새끼 패 죽여 버려.”
엄마부대 주옥순 대표, 세월호 유가족들을 공격하는데 앞장섰습니다. 세월호 참사 발생 한 달 만에, 보수여성단체들의 맞대응 기자회견을 주도합니다. 유가족을 쫓아내겠다며 공개적으로 위협합니다.
◀주옥순 대표 (엄마부대)▶
“대한민국 국민 5천만 명이 세월호 참사에 애도를 해줬는데 저 못돼먹은 부모들은 오히려 대한민국에 해를 끼치고. 저 파렴치한 인간들을 우리는 내쫓아야 됩니까, 아닙니까.”
광장을 수놓은 추모 리본조차 눈엣가시.
◀주옥순 대표 (엄마부대)▶
“야 그만해라. 세월호 노란 깃발 지겹다 이제.“
백색테러의 상징인 서북청년단 조끼를 입고 직접 뜯어내려는 시늉도 일삼습니다. [스트레이트] 취재 결과. 주 씨가 대표로 있는 또 다른 단체, 나라지킴이전국여성연대 계좌에 전경련이 거액을 입금합니다. 주 씨는 2014년 6월부터 넉 달간 5천만 원을 받았습니다. 중앙부처, 지자체에 등록되지도 않은 사실상 유령 단체 명의로 돈을 챙긴 겁니다. 보수 집회에 참석한 주 씨를 찾아 이 돈을 세월호 유족을 공격하는데 썼는지 물었습니다.
◀주옥순 대표 (엄마부대)▶
"저는 저 차를 타야 되니까“
(대표님 저희가 잠깐 동행해도 괜찮겠어요?) “아뇨, 아뇨. 오지 마세요. MBC를 우린 신뢰를 안 합니다."
(나라지킴이여성연대 이건 계속 하세요?) “아뇨. 지금은 그냥 엄마부대로 하고 있어요.”
(왜냐하면 거기로 돈 받은 건, 들어온 액수가 있긴 있더라고요) “거기는 몰라요 지금. 우리는 그냥 엄마부대.”
(세월호 집회 하시고 나서 나라지킴이여성연대로 받은 건 맞는지) “...“
(생각보다 액수가 커요. 그 액수 들어온 건 집회 용도로 쓰셨는지 말씀 좀 해주세요) “...“
아예 입을 다물었습니다.
◀주옥순 대표 (엄마부대)▶
“가라니까. 가라고. 아니 지금 (내가) 취재하잖아 취재 (저희도 취재하고 있는 거예요)”
(대표님, 세월호 집회하시고 나서 1천만 원 2천만 원씩 돈이 들어오는데)
((남)막아주세요, 막아주세요) (잡아주세요, 잡아주세요 경찰!)
((여)어디에서 오셨습니까? 어디에서 오셨어요?) (MBC에서 왔어요 MBC에서)
◀신광수 경비과장 (종로경찰서)▶
“누구세요?” (MBC입니다) “네?” (MBC요) “아, 취재.” (취재 중이에요) “저기서 거부. 저기서 거부”
경찰이 통제해 더 묻진 못했습니다. 이번엔 전경련의 지원 내역서를 들고 주 대표를 다시 찾아갔습니다.
◀주옥순 대표 (엄마부대)▶
(토요일에 제가 말씀을 못 들어서 다시 왔어요) “이거 가지고 저리 가. 비키세요.”
(자료를 아예 보여드릴 텐데) “나는 몰라, 몰라,”
(2014년 6월 12일에 나라지킴이여성연대 이름으로 1천5백만 원 받으셨고) “몰라요 몰라. 우리는 몰라요 그건.” “비켜요 비켜. 저리 가.”
(7월 30일에 1천5백만 원 받으셨고 그래서 1년마다 한 5천만 원 들어가더라고요). “....”
(근데 이 돈을 정당한 목적으로 쓰셨을 수도 있잖아요) “우리는 몰라, 몰라.”
(다른 회원분들에게도 좀 나눠주시고 하셨어요?)
((여)당신 어디서 나왔냐고. 신분 제시해봐, 신분)
((남)좀 나가라. 나가라).
(대표님, 저희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요 집회 다 마치고 설명해 주세요).
◀주옥순 대표 (엄마부대)▶
(대표님, 돈 들어온 게 세월호 특별법 반대 활동하시던 때인데 혹시 그게 대가성이 있는 건가요?)
“우리는 몰라요. 몰라.”
(이때 전경련에서 1년에 5천만 원 정도 줬거든요.)
“몰라요 우리는.”
질문을 했을 뿐인데, 아수라장으로 변합니다.
(그럼 지금도 입장은 동일하세요? 당시에 세월호 특별법 반대 활동 하셨던 것?)
“몰라요. 몰라요.”
(당시 5천만 원 받았던 것 어떻게 하신 겁니까?)
“....”
회원들이 몸으로 막는 사이 주옥순 대표는 자리를 피했습니다. 대부분 돈을 받은 사실 자체를 부인했지만,
스트레이트 취재진은 전경련의 돈이 세월호 유가족을 공격하는데 직접 쓰인 사실을 처음 확인했습니다.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고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번져나가자, 맞대응에 나선 겁니다.
<스트레이트>가 입수한 고엽제전우회의 통장 입출금 내역입니다. 맞불집회 닷새 뒤인 5월 29일, 전경련에서 3천5백만 원이 입금됩니다. 이번엔 스트레이트가 입수한 고엽제전우회의 전경련 후원금 사용 내역과 비교해봤습니다. 세월호 악용세력 척결대회에 2260만원을 썼다고 분명하게 적혀있습니다. 각 지부에서 3000명의 인원을 동원하는데 이 돈을 썼다고 기재돼 있습니다.
세월호 특조위가 출범한 해인 2015년 5월 18일, 전경련은 2천2백50만원을 또다시 고엽제전우회 계좌로 이체합니다. 이튿날 조선일보 9백만 원, 중앙일보 6백만 원, 동아일보 6백만 원, 문화일보 1백50만 원이 지급됩니다. 이석태 세월호 특조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고엽제전우회의 신문 광고비로 썼습니다. 세월호 특조위의 진상조사를 방해하는 광고까지 전경련이 돈을 댄 겁니다.
이를 알고도 돈을 줬는지, 돈을 준 이유는 무엇인지 질의했지만 전경련은 할 말이 없다고 했습니다.
◀김영춘 홍보실장 (전국경제인연합)▶
“현재 재판 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저희가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현재로서는.”
◀김해영 의원 (더불어민주당)▶
“전경련이 고엽제 전우회에 후원금을 입금한 내역, 또 고엽제 전우회가 집회의 여러 지출한 내역들을 비교 분석해 보면.전경련에서는 후원금이 이러한 집회들에 사용된다는 걸 알았거나 최소한 알 수 있었다.”
[스튜디오]
◀김의성▶
특별법 가짜 정보 피켓 시위가 끝난 직후 1,000만원, 세월호 농성장 철거 시도 직후 7,000만원, 세월호 악용세력 척결 대회 3,500만원, 특조위 위원장 사퇴 요구 신문광고에 2,250만원. 이 모든 돈이 전경련에서 나왔다는 거 아닙니까. 전국경제인연합회, 전경련. 여기 뭐 하는 뎁니까.
◀나세웅 ▶
네. 정관 1조를 한 번 읽어보겠습니다. 자율시장경제창달과 건전한 국민경제 발전을 위하여 올바른 경제정책 구현과 우리 경제의 국제화를 촉진하고자 한다고 돼 있습니다. 지난 1961년 삼성이 한국경제인협회라는 이름으로 창립했고 초대 회장도 삼성의 고 이병철 회장이 맡았습니다.
◀주진우▶
지금은 삼성이 전경련에서 탈퇴했습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때 책임을 지고 물러났는데요. 당시 전경련은 삼성의 이익단체였습니다. 삼성의 하부조직이라고 보는 경제인들이 아주 많습니다. 스트레이트가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삼성이 지시하면 전경련은 실행했습니다. 곧바로 돈을 집행했습니다.
◀김의성▶
그렇다면은 세월호 유가족을 조롱하는 데에 전경련의 돈이 쓰일 때도 삼성의 의중이 반영됐다고 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나세웅 ▶
네, 전경련은 ‘사회협력비’, ‘사회공헌비’ 명목으로 기금을 조정해서 운, 운영하는데 시민단체가 지원을 요청하면 심사해서 지급합니다. 그런데 이 돈들이 보수단체에 집중적으로 지원됐고 여기에는 삼성의 입김이 있었다고 봐야 됩니다.
◀김의성▶
네, 돈을 줬다는 건 이러한 보수단체의 움직임을 부추긴 거 아닙니까. 실질적으로.
◀권희진▶
네, 뭐 그렇죠. 실제로 삼성의 돈이 보수단체에 직접 지급된 사례가 있습니다. 2013년 10월인데요. 장기정 씨의 자유청년연합에 전경련이 1,500만원을 지원했습니다. 그런데 이 돈은 바로 삼성이 준 돈이었다고 검찰조사에서 밝혀졌습니다.
◀김의성▶
삼성은 세월호 참사 때 150억을 기부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삼성이 주요 회원사로 있는 전경련은 ‘폭식집회’, ‘세월호 농성장 철거’ 같은 일에 뒤로 돈을 줬다는 게 참 믿어지지 않는 일입니다.
◀주진우▶
전경련은 삼성의 허락이나 동의 없이 돈을 쓸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전경련의 돈이 나갔다는 건 삼성의 허락이 떨어졌다는 것으로 저는 보고 있습니다.
◀권희진▶
네, 맞습니다. 전경련에서 삼성의 힘은 절대적입니다. 전경련을 사실상 삼성이 지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텐데요. 그런데 이런 삼성이 주선을 해서 2014년 1월, 그러니까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지 채 1년이 안 된 시점에서 청와대 비서관과 전경련 부회장이 서울의 한 호텔에서 비밀스러운 회동을 갖습니다.
[VCR]
지난 2014년 1월 초. 서울 중구의 플라자호텔 3층 고급 일식당, 무라사키에서 은밀한 만남이 이뤄집니다. 처음 인사를 나눈 두 사람은 박근혜 정부 청와대의 신동철 국민소통비서관. 그리고 전경련의 이승철 부회장입니다. 보수단체에 자금을 지원하라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지시 때문이었습니다.
이 '무라사키' 회동의 결과 전경련은 청와대 요구에 따라 30여개 보수단체에 70억 가까이 지원합니다. 전경련 기금이 보수단체의 쌈짓돈처럼 쓰였고 결국 신 비서관과 청와대 관계자들은 검찰 수사를 받고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이용우 상무 전 사회공헌본부장/ 전경련 (법정진술, 대역)▶
"2014년 이후에는 지원할 보수단체를 선정하는 심사 절차 없이 요구하는 대로 지원이 이뤄졌습니다. 지원한 보수단체들로부터 보고서 등을 제대로 제출받지 못 했습니다."
그런데 이날 만남의 뒤에는 삼성이 있었습니다. 청와대 신동철 비서관과 전경련 이승철 부회장의 만남을 주선한 사람은 바로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의 김완표 전무였습니다.
◀김완표 (당시 삼성 미래전략실 전무)▶
(짧게만 여쭙겠습니다. (청와대) 신동철 비서관님하고 만나셨을 때 말입니다.)
“죄송합니다. 회의 중입니다. 회의 중.”
(검찰 수사 결과는 신동철 씨한테 김 전무님이.. 여보세요?)
게다가 삼성 미전실의 김 전무는 청와대 신 비서관에게 전경련을 이용해 보수단체를 지원하는 방안까지 알려줬습니다. 청와대의 보수단체 지원 활동에도 삼성은 깊숙이 개입한 겁니다.
◀이승철 전 부회장/ 법정진술 (대독)▶
"삼성의 요청을 받고 보수단체들에게 전경련의 자금을 지원한 사실도 있습니다. 한 곳을 제외하고는, 뭐하는 단체인지도 모르고 지원했습니다."
실제로 "삼성은 보수단체 지원금의 최대 절반을 댔다"라고, 평생 국내 정보를 담당한 국정원 전직 간부가 법정에서 진술하기도 했습니다.
◀김 모 전 국정원 경제단장 ▶
"전경련에 그런 분야(보수단체 지원)가 있습니다. 주로 삼성이 주관해서 기금 모으는데 기금을 반 정도는 삼성이 대고 나머지 주요 기업이 합니다."
전경련은 삼성의 요청이라면 무슨 단체인지, 어떤 활동인지 따지지 않고 보수단체를 지원했습니다.
◀이용우 전 사회본부장 /법정진술▶
(검사-회원사인 삼성 요구 거절 못하나요?)
“뭐.. 적극 감안을 하는?”
(검사-대체로 수용하는 분위기라는 것가요?)
“네."
그런데 여기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삼성이 청와대에 제안한 이른바 전경련을 통한 우회 지원 방식이 그전부터 삼성이 쓰던 기법이라는 것입니다.
◀서00 (보수단체 △△△대표)▶
“(삼성이) 가지고 있는 노하우란 게 있잖아요. 개인은 절대 상대 안 한다. 그런 대원칙이 그쪽에는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모든 것은 전경련으로 통해서 지원하는 것이 하나의 룰(규칙)처럼 돼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
[스튜디오]
◀김의성▶
그러니까 삼성이 여론 몰이를 할 때 쓰던 고유한 수법이 바로 전경련을 이용해 보수단체를 움직이는 것이었고 전경련으로부터 돈을 받을 때마다 보수단체들은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 우호적인 집회를 하거나 시위를 했다는 거 아닙니까.
◀주진우▶
그렇습니다. 처음에는 삼성이 직접 보수단체에 돈을 줬습니다. 그러다가 우회적으로 전경련을 이용해서 전경련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바꿨죠. 전경련의 돈이 보수단체로 넘어갈 때마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을 옹호하고 상대를 비난하는 집회가 열렸습니다.
◀권희진▶
박근혜 정부는 보수단체를 이용해서 정권을 비판하는 여론을 공격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키운 보수단체를 세월호 유가족들을 공격하는 데까지 활용한 것이죠. 삼성은 이런 박근혜 정부가 무얼 원하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고요. 그래서 적극적으로 함께 행동했던 것입니다.
◀주진우▶
회원사라고 해서 다 전경련에 발언권이 있는 건 아닙니다. 삼성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전경련을 실질적으로 경영했던 이승철 부회장은 장충기 미전실 사장의 직속 부하이다. 이 말은 전경련 수사를 담당했던 검찰 고위 관계자의 말이었습니다.
◀나세웅 ▶
삼성의 힘을 알 수 있는 사례가 또 있습니다. 세월호 추모 집회에 맞서 소위 ‘맞불 집회’를 주도했던 단체, 가장 처음 시작했고 가장 주도적으로 했던 단체가 바로 ‘경우회’라는 단체입니다. 경찰 퇴직자로 이루어진 경우회는 회원만 150만 명에 이른다고 말할 정도로 가장 큰 보수단체 중 하나입니다.
이들은 박근혜 정권 때 정부 우호적인 집회를 가장 큰 규모로, 그리고 가장 많이 했습니다. 소위 애국활동비용으로만 1년에 10억이 넘는 돈을 썼다고 할 정도입니다. 그래서 박근혜 대통령은 경우회장단만 청와대로 따로 불러서 격려를 했고요. 그래서 국정원은 이 경우회를 특별히 더 챙겨주고 싶어 했습니다.
◀김의성▶
네, 챙겨주려면 삼성의 도움이 필요했겠군요.
◀나세웅 ▶
네, 맞습니다. 2014년 서울 서초동의 한 한정식 집에서 은밀한 모임이 있었습니다.
◀주진우▶
회원사라고 해서 다 전경련에 발언권이 있는 거는 아니었습니다. 삼성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전경련을 실질적으로 운영했던 이승철 부회장은 삼성 미전실 장충기 사장의 직속 부하이다. 전경련 수사를 담당했던 검찰 고위 관계자의 말이었습니다.
[VCR]
2014년 4월. 이번엔 서울 서초동의 고급 한정식집인 금강산에서 국정원과 삼성의 고위 인사들이 만납니다. 문정욱 국정원 대정부전복국장, 하 모 경제수집1처장 , 그리고 삼성을 담당하는 정보관이 자리했습니다. 대정부전복국장은 2백여 명 이상의 정보관을 휘하에 두고 국내 정보 수집을 총괄하는 국정원 1급 자리입니다.
삼성도 격을 맞췄습니다. 삼성 그룹의 컨트롤타워, 미래전략실의 핵심인 장충기 사장이 상석을 차지했고, 부사장인 육현표 기획팀장과 김기원 상무가 참석했습니다.
◀하 모 경제수집1처장/ 국정원▶
"삼성이 보수단체 지원 많이 도와주기도 하고 앞으로도 많이 도움 받아야하니 삼성 관계자 만나봐야 하지 않겠냐... 삼성이 전반적으로 적극적이었고 저희에게 굉장히 협조적이니 만나보시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습니다."
만남에는 목적이 있었습니다.
◀김 모 정보관/ 국정원▶
"보수권 중요성에 대해서도 얘기가 됐고. 문정욱 국장이 삼성의 보수단체 지원 감사하다고 했습니다. 그 와중에 마지막으로 경우회 지원 필요성과 관심을 요청하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국정원이 삼성 측에 경우회 지원을 요청했다는 것입니다. 경우회는 퇴직 경찰 모임으로 당시 보수 집회를 주도하고 있었습니다. 국정원은 처음에 10억 원을 지원해달라며 이른바 협조 요청을 했지만, 삼성이 국정원의 요구액을 깎았다고 합니다.
◀김 모 정보관/ 국정원▶
"자존심이 상한다는 느낌 받았습니다. 며칠 뒤 김완표 전무가 금액이 커서 어렵다면서 3억 정도 지원하겠다고 했습니다."
삼성은 선심 쓰듯 1억 5천만 원을 경우회로 입금합니다. 전경련 이승철 부회장이 사회협찬심의위원회를 형식적으로 열어 먼저 경우회에 돈을 지원하고, 삼성은 이 금액을 회비 명목으로 메워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전경련을 통해 보수단체를 우회 지원하는 삼성의 방식입니다.
◀김 모 전 경제단장/ 국정원▶
"(보수단체 지원은) 보통 전경련에서 주관해서 하지. 국정원에서 얘기한다고... 그 사람들이, 삼성 미전실이 국정원을 어떻게 보면 굉장히 우습게봅니다. 우리가 말한다고 듣지 않습니다."
삼성의 이 돈은 어디에 쓰였을까. 당시 경우회 회계 담당자에게 물어봤습니다.
◀최 모 전 재정처장/ 경우회▶
(14년도 6월에 1억 5천만 원이 한 번에 들어오는데 이 돈이 소액도 아니잖아요. 어디에 쓰였는지 기억하십니까?)
“그걸 일일이 다 기억 못합니다. 기억력 저하돼서 치료하고 약 먹고 주사 링겔 맞고 그러고 있어요.”
(기억력 감퇴 때문에)
“네, 기억 감퇴 때문에."
<스트레이트>가 입수한 경우회 내부 자료입니다. 자료를 보면 2014년 5월, 1,2차 세월호 '맞불집회' 광고비용으로 1천50만 원을 지출했습니다. 세월호 맞불 집회 무대설치비 2천3백27만원 피켓 등 행사용품 3천990만원 가수, 연사 출연료로 812만원을 썼습니다. 2014년 5월 한 달 이른바 세월호 ‘맞불’ 활동에 들인 비용만 1억 원이 넘습니다.
◀대한민국재향경우회 전직 임원▶
“안보 집회는 외부에 있는 독지가가 안보 목적에만 쓰라고 해서 지원해준다. 어떤 때는 10억 원 정도 지원해준다(고 했다).”
경우회는 집회 일선에 '형제 단체'인 고엽제전우회를 동원했습니다.
◀지부장 A/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
“예를 들어 이날 5천 명 모인다. 각 지부별로 (인원) 할당이 돼요. ‘이번에 집회할 때 몇 명 올라와라’ 그러면 올라가는 경우고.”
◀지부장 B/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그런 개나발 같은 소리 하지 말고. ‘50명 데리고 와’ 그래서 ‘아 50명은 조금 그렇고 한 40명...’ 이러면. ‘그럼 지회장 내 놔’. 만날 18번이 그거야 이 개XX들이...”
고엽제 전우회와 경우회간 업무 협약서입니다. "갑, 즉 경우회가 을, 고엽제 전우회에게 수익금의 20% 범위 내에서 성금을 준다"고 돼있습니다. 이에 따라 매달 1천만 원 안팎을 지급했습니다. 대신 고엽제전우회를 세월호 맞불 집회 등 보수 행사에 동원했습니다. 검찰은 일종의 용병계약으로 보고 있습니다.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 임원▶
“경우회 하면 아주 질려. 그 사람들 솔직히 집회 일주일 하고 가끔가다 ‘우리 같이 하자’ 그러면 하려고 합니다. 경우회 별로예요 우리는.”
두 단체가 협약에 따라 "자유 민주 수호 활동"에 "맥을 같이 하는"사이, 삼성은 2014년 1억5천만 원을 포함해
두 차례에 걸쳐 2억 원을 '경우회 발전기금' 명목으로 입금했습니다. 취재 결과, 경우회는 이 돈을 회계상 수익금으로 잡고 통합 계좌에 넣어 운영비와 행사 비용 등으로 사용했습니다. 경우회 혁신위원회는 이 돈이 세월호 맞불 집회를 포함한 보수 집회에도 쓰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공공연하게 극우 활동을 벌이는 경우회의 후원자가 삼성이었던 것입니다.
◀최광식 혁신위원장/ 대한민국재향경우회▶
“현재 관련자들에 대한 법적 절차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 앞으로 경우회는 진영논리에 빠져 경우회의 설립 목적과 역할을 망각하는 그런 일은 절대로 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현재 재판 중인 사안이라 아무 말도 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스튜디오]
◀김의성▶
네, 세월호 맞불집회 비용이 2014년 5월 한 달 동안만 1억 원, 삼성의 돈을 받고 관제데모를 했다는 거 아닙니까. 심지어 고엽제전우회 용병으로 사람들 머릿수 채워서 말이에요.
◀주진우▶
광화문에서 세월호 추모 집회가 있었습니다. 그러면 청계천에서 고엽제전우회가 맞불집회를 열었습니다. 그런데 폭력적이지는 않았는데 화려했어요. 우선 집회 참가자들이 의자에 앉았습니다. 그리고 초대 가수도 부르고, 초대 연사들도 불렀습니다. 무대도 크고 음향 시설도 아주 좋았어요. 그래서 참가자들은 어, 적었는데 소리는 훨씬 컸던 기억이 납니다. 또 고엽제전우회들이 집회를 하는 날이면 경찰이 주차관리를 해줬습니다. 발렛파킹처럼. 고엽제 회원들 차는 청계천에 나란히 주차하게, 하도록 해줬습니다.
◀김의성▶
경찰이 그러니까 발렛파킹 해준 건가요?
◀주진우▶
네.
◀김의성▶
경우회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단체라서 저렇게 경찰이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나요? 의심스럽습니다. 그런데 미전실, 여기는 바로 삼성의 컨트롤타워 아닙니까?
◀나세웅 ▶
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에 해체됐지만 삼성 미래전략실은 삼성을 지배하는 컨트롤타워이자 두뇌 역할을 했습니다. 이재용 부회장의 지시를 받고 철저하게 이재용 부회장의 의중대로 움직이는 곳입니다.
◀김의성▶
미전실에서 경우회를 특별히 챙겼다는 건 삼성 최고 수뇌부의 뜻과도 연결되어 있을 가능성이 많은 거네요. 그런데 왜 삼성만 이렇게 경우회를 챙겼을까요?
◀주진우▶
삼성만 챙긴 건 아니었습니다. 삼성이 챙기기 시작하면 다른 기업들도 따라 오게 돼 있습니다. 삼성이 돈을 주면 다른 기업들도 돈을 댔습니다. 삼성이 경우회에 지원을 한 이후에 SK도 1억 원을 지원했고요. 현대제철은 2년간 25억 상당의 일감을 몰아주기도 했습니다.
◀권희진▶
네, 기업은 시민사회단체에 지원을 할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보수정부 시절에는 유독, 보수단체만 그 지원이 집중이 됐던 거죠. 그리고 그 돈은 세월호 유가족들을 조롱하고 공격하는 반인륜적인 행위에 쓰였던 것입니다.
◀김의성▶
온라인에서는 국정원, 기무사, 경찰이 여론 조작을 하고 오프라인에서는 재벌의 돈을 받은 보수단체들이 여론을 왜곡하고 있었다는 얘기 아닙니까. 이게 진짜 여론조작이고 여론 왜곡 아닙니까.
◀주진우▶
이런 여론조작의 배후가 바로 삼성인 것입니다. 삼성은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 돈을 뿌린 겁니다.
◀권희진▶
물론 삼성도 이런 여론조작이 아주 나쁜 일이라는 거를 잘 알고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삼성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환경, 그러니까 보수 정권이 유지되는 환경이 더 중요했기 때문에 이런 일들을 했던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주진우▶
꼭 듣고 싶습니다. 삼성, 왜 그러셨습니까. 삼성의 입으로 꼭 듣고 싶습니다.
◀나세웅 ▶
그 이유에 대해서 스트레이트가 삼성에 직접 묻고 대답을 들어서 다음 시간에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김의성▶
네, 기대하겠습니다.
◀주진우▶
이번 주 우리는 한국전쟁 이후 가장 중요한 일주일을 살게 됩니다.
◀김의성▶
네, 27일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을 통해서 전쟁의 시대는 가고 평화의 시대가 시작되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 저희 스트레이트는 남북정상회담으로 다음 주 결방입니다. 저희 7명의 기자와 저희들은 2주 후에 여러분들을 찾아뵙겠습니다.
일곱 기자와 저희는 2주 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끈질긴 추적 저널리즘,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취재기자]
권희진 heejin@mbc.co.kr
나세웅 salto@mbc.co.kr
권희진 heejin@mbc.co.kr
나세웅 salto@mbc.co.kr
◀김의성▶
안녕하십니까. 스트레이트의 김의성입니다.
◀주진우▶
안녕하세요. 주진우입니다.
◀김의성▶
네, 오늘로 스트레이트 8번째 방송인데요. 제가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듣는 얘기는 저희 스트레이트의 젊은 기자들에 대한 칭찬입니다. 우리 기자들이 너무나 용감하고 전투력이 엄청나다. 어떻게 지금까지 이 전투력을 숨기고 살았느냐. 이런 얘기들이 있는데요. 주진우 기자.
◀주진우▶
네.
◀김의성▶
스트레이트 기자들 같이 직접 일해보시니까 어떻습니까?
◀주진우▶
그 열정에 저도 깜짝깜짝 놀랍니다. 일단 스트레이트 기자들은 불의를 보면 쫓아갑니다. 그리고 달리는 특징이 있습니다.
◀김의성▶
네, 달리는 기자들. 오늘 권희진, 나세웅 두 분 기자 나오셨는데요. 안녕하세요.
◀권희진▶
네.
◀김의성▶
사실 요즘 제가 뉴스 보면서 기자들 때문에 속상한 마음이 들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 스트레이트의 기자 분들 보니까 든든하네요. 시청자들의 기대가 큰 거 알고 계시죠?
◀권희진▶
네, 뭐 저희는 우직하게, 정확한 사실을 취재해서 실체적 진실을 전해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김의성▶
이번 주 아이템은 노력뿐 아니라 전투력이 굉장히 요구되는 그런 아이템이었다고 들었는데. 나 기자, 어떻습니까.
◀나세웅 ▶
네, 이번 아이템을 취재하면서 전투력뿐만 아니라 인내심도 많이 필요했습니다. 아직도 매주 토요일마다 보수단체들이 태극기 집회를 열고있는데요. 거기서 보면 여전히 성조기를 흔들면서 박근혜 대통령을 외치고 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 안타깝기보다 서글프기까지 할 정도입니다.
◀주진우▶
저도 보수단체 취재 많이 했거든요. 근데 일단 말이 잘 안 통해요. 말보다 주먹이 앞서기도 하고요. 집회 참가자들이 주로 할아버지, 할머니들이어서 경찰도 통제가 잘 안 되고 끌려갈 때도 많습니다. 경찰도 많이 맞습니다. 저는 특별히 많이 맞았어요.
◀김의성▶
많이 맞았어요?
◀주진우▶
네.
◀김의성▶
네, 물론 이렇게 간혹, 혹은 자주 폭력성을 보이는 보수단체들이 많이 있지만 민주사회라면 진보이건 보수이건 자기 목소리를 내야 되고, 이들의 합리적인 이야기는 수용해야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권희진▶
네, 그렇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취재한 보수단체는 그런 합리적인 모습과는 상당히 거리가 좀 있었습니다. 그리고 보수단체의 충격적인 모습 가운데 하나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서도 드러났었죠. 이른 바 ‘폭식투쟁’입니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혀 달라고 목숨을 걸고 호소하는 유가족들 앞에서 조롱하듯 피자와 치킨을 나눠먹던 그 모습, 기억하실 텐데요. 먼저 2014년 9월6일, 그 날의 모습을 보시겠습니다.
[VCR]
세월호 참사 뒤인 2014년 늦여름 광화문 광장. 한낮의 아스팔트가 뿜어내는 열기를 온몸으로 받아내며 세월호 유가족들이 수십일 째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세월호 사건의 진실규명이라는 당연한 의무를 방기하는 박근혜 정부에게, 유가족들이 생명을 내걸고 진실을 밝혀달라고 요구하는 것입니다. 유가족들의 이런 처절한 상황에 일반 시민들도 단식을 함께 하며 마음을 보태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9월 6일, 단식 중인 유가족들 옆으로 극우 커뮤니티인 일베를 자처하는 청년들이 식사를 하겠다며 모여들었습니다. 군복을 입은 건장한 남성 한명이 만면에 웃음을 띤 채 핫도그를 씹으며 유가족들에게 다가왔습니다.
◀폭식 투쟁 참석자▶
(찍어도 돼요?) 그럼요.
(단원고 친구들에게 한마디..) 싫어요. 왜 여기서 먹으면 안 돼요? 왜 안 돼? 왜 안 돼?.
(군인이에요?) 군인 아니지 (군인 아닌데 왜 이런 옷을 입고 다녀) 옷이 없어 옷이.
그리고는 핫도그를 입에 넣어가며 단식 중인 유가족들 사이를 유유히 헤집고 다녔습니다. 유가족들 바로 옆에 앉아 샌드위치를 크게 한 입 베어 먹는 남성, 짙은 선글라스를 쓰고 있습니다.
◀폭식 투쟁 참석자▶
"식사하러 온 거에요. 식사하러 왔는데 뭐가 문젠데요."
닭튀김을 사들고 단식하는 유가족들 옆에 앉아 기름 냄새를 풍기는가 하면, 유가족 면전에서 음식을 크게 베어 물며 보란 듯 웃기도 합니다.
◀폭식 투쟁 참석자▶
"아니 여기 먹으면 안돼요?"
"아니 먹을 수 있어요. 드세요. 편하게 드세요"
"맛있게 얼마나 잘 먹나 봅시다. 우리는 그냥."
슬픔에 잠긴 유가족들에 대한 노골적인 자극. 단식 중인 유가족과 시민들은 이들과의 물리적 충돌을 피하려고 감정을 억눌러야 했습니다. 일간베스트 회원들이 식사하는 곳이라고 표시한 파라솔. 세월호 유가족들이 이들에게 아예 식사를 하라고 자리를 쓸고 닦아 마련해준 공간입니다.
◀SYN▶
"절대로 건드리거나 욕하시거나 하지 않는 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른바 폭식행사 참가자들은 늘어났습니다. 단식하는 유가족 바로 앞에 떼 지어 않아 콜라를 벌컥벌컥 마시고, 보란 듯 피자를 입에 넣었습니다. 선글라스를 쓴 한 중년 남성은 피자를 원 없이 돌리겠다며 더욱 적극적으로 먹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SYN▶
"여러분들 때문에 이 나라가 지켜지는 거예요. 맞아요?" "와아.."
피자는 끊임없이 광장으로 공급됐습니다.
"피자 왔다!"
"와~"
단식 중인 유가족들 옆에는 치킨이며 피자 따위를 먹고 버린 쓰레기들이 수북이 쌓였습니다. 떼 지어 앉아 피자를 먹던 이들은 자리를 털고 일어나 목청껏 애국가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대한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스튜디오]
◀김의성▶
참으로 보기 힘든 화면이네요. 저들의 이른 바 ‘폭식투쟁’은 같은 보수단체들로부터 비판을 받기도 했고요. 심지어 새누리당 국회의원으로부터도 “보수 얼굴에 먹칠을 한 일”이라고 비난을 받기도 했었죠.
◀주진우▶
자신들은 ‘폭식투쟁’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폭식도, 투쟁도 아닙니다. 자식 잃은 부모들을 공격하는 것일 따름입니다. 폐륜이자 반인륜입니다. 약자를 조롱하는 폭력일 따름입니다.
◀권희진▶
네, 그렇습니다. 세월호 유가족들의 단식은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의 진실규명을 전 방위적으로 틀어막으면서 시작됐던 거 아닙니까?
◀나세웅 ▶
네, 가까스로 여야 합의로 시작된 국정조사도, 청와대 김기춘 비서실장의 증인 채택을 막으려는 새누리당의 완강한 방해로 청문회도 못 열고 석 달 만에 끝이 난 상황이었습니다.
◀권희진▶
네, 그래서 세월호 유가족들은 독자적인 수사권과 기소권을 보장하는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면서 단식을 이어 갔습니다. 김영오씨는 40일 넘게 단식을 했었고요. 당시 문재인 민주당의원과 시민들도 단식에 동참을 했었죠.
◀김의성▶
네, 당시 전 사회적으로 확산되던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대한 요구, 그리고 추모 분위기. 여기에 분탕질을 쳐서 흙탕물 싸움으로 만들려고 했던 것이 바로 폭식 집회 아니겠습니까. 이 폭식 집회. 철없다고 하기에는 너무나 끔찍합니다. 젊은이들이 우발적으로 벌인 그런 사고라고 봐야 할까요?
◀권희진▶
네, 그렇게 알고 계신 분들이 많으실 텐데요. 우발적이라고 생각됐던 이 폭식 집회는 사실 5-6차례 더 반복됐습니다. 또 회가 거듭될수록 점점 더 조직화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VRC]
세월호 유가족들이 단식중인 광장에서 대각선으로 길을 건너면 동아일보 건물이 있습니다. 그 앞에서 또 다른 청년들이 음악을 크게 틀고 몸을 흔들며 춤을 추고 있습니다.
"야..기분 좋다. 응디응디 흔들어.."
치킨을 먹고 맥주를 양껏 마시며 춤추고 노래하는 조직적인 폭식행사가 열리고 있는 것입니다. 무대에서 맥주캔을 들고 춤을 추며 소리치는 남성.
◀장기정 대표 (자유청년연합)▶
“마음껏 신나게. 재밌게. 세월호!”
바로 보수단체인 자유청년연합의 장기정 대표입니다. 그 앞에서는 한 중년 여성이 청년들에게 치킨을 나눠주고 있습니다. 이 여성은 바로 유명한 보수단체인 엄마부대의 주옥순 대표입니다.
◀주옥순 대표 (엄마부대)▶
“하나씩 가져.”
단식 중인 세월호 유가족들 코앞에서 치킨에 술까지 마시는 대규모 행사. 이 행사를 자유청년연합 장기정 대표와 엄마부대 주옥순 대표가 이끌고 있는 것입니다. 장기정 대표와 참가자들은 자신들이 극우 커뮤니티인 일베 회원임을 숨기지 않습니다.
◀성호 (승려)▶
“빨갱이는 죽여도 된다!” (된다!) “죽여라!” (죽여라)
“애국자라는 것은 우리나라가 못생기고 못 살고 독재정치를 해도 나라를 사랑하는 것이 애국자입니다. 맞습니까?” (맞습니다!)
이어 이들은 세월호 유가족들을 향해 일제히 일베를 상징하는 손 모양을 치켜들었습니다.
"파이팅 파이팅 와아!!"
"일베 만세!!"
그리고 세월호 유가족들을 향해 떼 지어 몰려가다가 경찰의 제지를 받았습니다.
"개새끼야 야이 개새끼야!"
"와아 와!!"
세월호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팻말을 든 유가족과 시민들은 길 건너에서 이 기괴한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일주일 뒤, 같은 장소인 동아일보 앞. 무대 위 낯익은 남성, 바로 자유청년연합 장기정 대표입니다.
◀장기정 대표 (자유청년연합)▶
“피자, 맥X을 준비했습니다. 지금부터 신나게 놀아봅시다. 먹고 즐기면서 노시면 됩니다. 피자하고 치킨 전달해 주세요. 전달.”
개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쌓인 피자와 수많은 음료수들. 주최 측은 음악을 크게 들고 이런 음식들을
참가자들에게 양껏 나눠줬습니다. 이날 행사에는 자유청년연합, 새마음포럼, 교육과 학교를 위한 학부모연합 등의 보수단체들이 대거 참가했습니다. 이들 보수단체들은 폭식행사의 음식을 마련하는 비용은 자신들이 받은 후원금으로 충당했다고 밝혔습니다.
[스튜디오]
◀김의성▶
이래서는 안 되는데 정말, 인간에 대한 미움이 마음속에서 솟아나네요. 저 장기정이라는 사람 뉴스에서 많이 봤습니다. 얼마 전에 그 백남기 농민 유족으로부터도 고소를 당했었죠?
◀주진우▶
네.
◀김의성▶
아버지는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데 딸은 해외여행 다닌다. 이런 식의 턱없는 비난을 퍼부었다가, SNS에 올렸다가 고소당했죠.
◀주진우▶
얼마 전 재판이 있었는데 그 이유가 더 웃깁니다. SNS에 글을 올린 이유가 공공의 이익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공권력에 의해서 죽어가는 아버지와 딸을 조롱하는 게 공공의 이익입니까?
◀권희진▶
네, 주옥순 대표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한 단체, 정대협을 비방했다는 이유로 재판에 넘겨졌죠. 얼마 전에 1심 판결이 나왔는데요.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 그리고 8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을 받았습니다.
◀김의성▶
정말 면면이 화려합니다. 저 폭식집회에 참여한 단체가 ‘자유청년연합’, ‘엄마부대’, ‘새마음포럼’, ‘교학연’ 이렇단 거잖아요. 근데 이런 단체들은 최근에 좀 극단적인 활동을 해서 좀 떴을 뿐이지. 전통적으로 유명한 보수단체들하고는 좀 거리가 있지 않습니까?
◀주진우▶
그렇습니다. 이들은 그야말로 꼬리일 뿐입니다. 아직 보수단체의 몸통은 나오지도 않았습니다. 중요한 건 폭식집회가 누구의 머리로 기획됐는지 그 머리를 찾아야 됩니다. 누구의 돈을 썼는지, 그 돈의 출처도 찾아야 합니다.
◀나세웅 ▶
그렇습니다. 원래 사람이 모이면 돈이 듭니다. 큰 집회는 10억까지도 든다고 하는데 무대를 만들고 장비를 빌리고, 물론 폭식집회는 작은 집회지만 저렇게 음식을 사서 나눠주는 데에 하나하나 모두 돈이 필요한 일들입니다.
◀김의성▶
그렇죠. 거기다가 저 집회가 한 번뿐 아니라 여러 번 이뤄졌었고 또 그렇다면 큰돈이 필요할 텐데요. 저 단체들이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돈을 모으는 단체들은 아니지 않습니까. 돈 받고 움직이는 단체잖아요.
◀주진우▶
맞습니다. 그들은 돈 없이는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는 단체들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나세웅 ▶
네, 이름도 생소한 저 보수단체들을 물심양면으로 키워주는 이가 따로 있었습니다. 보수단체의 행사나 집회마다 많은 돈을 지원하고 있었고요. 스트레이트는 이 돈의 흐름을 추적해서 누가 자식을 잃고 고통 속에 사는 부모들을 괴롭히고, 사고의 진실을 은폐하는 데에 힘을 보탰는지 취재했습니다.
[VCR]
세월호 특별법 반대 운동에 집중한 자유청년연합의 장기정 대표. 첫 '폭식 투쟁'이 일어난 뒤엔 자신의 SNS에 세월호 특별법에 반대하는 치맥파티를 제안했고, 피자와 음료를 나눠주면서, 매 주말마다 2차, 3차 폭식 집회를 이어갔습니다.
장 씨의 세월호 '맞불 투쟁'은세월호 참사 직후부터 시작됩니다. 육아 카페 회원들이 유모차를 끌고 세월호 추모 침묵시위를 벌이자, 이 엄마들을 아동학대 혐의로 고발했고 세월호 특별법으로 인한 국회파행의 책임을 묻겠다며 국회의원 전원을 직무유기로 고발했습니다. 방송에서 폭식 퍼포먼스를 비판한 변호사도, 정부 책임론을 꺼낸 세월호 유가족들도 고발합니다.
활동비용의 출처를 찾아봤습니다. 장기정 씨가 세월호 유가족을 고발한 11월, 자유청년연합 계좌에 1천만 원이 입금됩니다. 입금자는 전국경제인연합, 전경련입니다. 1년 전인 2013년에도 전경련이 1천5백만 원을 지원했습니다. '경제자유화 확산 운동 지원'이 돈을 준 명목이었습니다.
돈을 받은 뒤 언론에 보도된 장 씨의 활약은 공무원노조 고발, 정의구현사제단 소속 신부 고발, 국정원 개혁법안 반대 회, 권은희 전 수사과장 고발, 산케이신문 지국장 고발 그리고 2014년 세월호 특별법 제정 반대 활동에 집중했습니다.
그런데도 이듬해인 2015년엔 전경련의 지원 금액이 6천만 원으로 6배 늘어납니다. 장기정 대표는 작년 2월엔 삼성 이재용 부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 비리를 수사하던 박영수 특검의 집 앞에서 집회를 열고, 야구방망이를 휘두르며 위협하기도 했습니다.
◀장기정 대표 (자유청년연합)▶
“박영수는 잘 들어야 합니다. 당신 목은 언제 따일지 몰라. 이 개XX은 제가 꼭 응징합니다.”
전경련에서 받은 돈을 세월호 유가족을 공격하는 데 썼는지 묻기 위해 장 씨를 찾아 나섰습니다. 먼저 보수 집회에서 수소문해봤습니다.
◀집회 참가자▶
(예전에 장기정 씨라고 자유청년연합 하시던 분 있잖아요. 요즘에도 좀 나오세요?) “저쪽에.”
◀집회 참가자▶
(자유청년연합이라고 장기정씨가 하던 단체 있잖습니까?) “거기서 온 거 아니에요.”
◀박OO (집회 참가자)▶
(앞에서 주도적으로 마이크 잡고 많이 했는데) “그러니까요 요즘엔 못 봤어.”
홈페이지는 이미 문을 닫았고 SNS 계정만 남아 있습니다. 수소문 끝에 법원에서 장기정씨를 찾아냈습니다.
◀장기정 대표 (자유청년연합)▶
"(전경련에서) 2013년하고 14년에 1천만원 1천5백만 원씩 돈이 들어오는데요. 그 비용은 대표님이 어떻게 쓴 건지 알 수 있을까요?“
"...."
“14년도에는 특히나 세월호 특별법 반대 투쟁을, 폭식 투쟁을 하셨잖습니까. 그때 그 비용으로 혹시 나중에 보전 받은 건가요?"
"....“
“한번 해명을 해주셨으면 좋겠는데요. 대표님.”
"그 부분에 대해선 mbc랑은 얘기할 말이 없어요."
“돈 받으신 건 맞잖아요. 그 돈이 세월호 특별법 반대 활동하시는 대가였습니까? 다른 대가성이 없었나요?”
"..."
“사후에 정산보고서를 내셨다거나 영수증 처리를 했다거나 이런 부분이 있지 않겠습니까?"
“.."
“아무 입장이 없으세요?”
"없어요."
장기정 씨와 함께 동아일보 앞 폭식 행사를 주도한 새마음포럼.
◀김동순 (당시 새마음포럼 회장)▶
“3백여 명의 보수 논객을 모시고 SNS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는 데니스 김입니다”
자유청년연합보다 하루 앞선 11월 20일, 유관 단체 명의로 2천만 원을 후원받습니다. 역시 전경련 돈입니다. 전경련은 한 달 뒤에도 2천만 원을 추가로 지원합니다.
◀김동순 (당시 새마음포럼 회장)▶
“아뇨 저는 안 했어요. 농성, 어디서 농성했는지 잘 모르겠는데 (동아일보 앞에서) 글쎄요 저는 기억이 안 나네요.”
폭식 행사에 함께 참가한 교학연. 2차 폭식 집회 직후 전경련으로부터 1천만 원을 받습니다. 11월과 12월에도 1천만 원 씩 입금됩니다. 돈은 김 대표가 운영하는 부모마음봉사단으로 들어왔습니다.
◀김순희 대표 (교학연, 부모마음봉사단)▶
“통장까지 다 빌려줘서 내 이름으로 (다른 보수 단체가) 예산을 따서 쓴 것 같아요. 그래서 저를 몇 퍼센트 주기로 해서. 나는 그런 거 (어디 썼는지) 모르니까.”
[스튜디오]
◀김의성▶
참사로 자식을 잃은 부모들을 조롱하기 위해서 그 부모들의 눈앞에서 먹고 마신 맥주와 치킨의 값을 우리나라 최고의 저 재벌들의 모임인 전경련에서 댔다는 거군요.
◀주진우▶
그렇습니다. 우연의 일치일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보수단체에서 행사를 하면 그 직후에 전경련으로부터 입금이 됩니다. 집회 때도 그랬고요. 세월호 유가족을 고소할 때도 그랬습니다.
◀나세웅 ▶
네, 그런데 세월호 유가족을 더 힘들게 했던 건 따로 있습니다. 바로 특혜를 요구한다는 프레임이었습니다. 2014년 7월28일, 문화일보에는 출처가 불분명한 광고가 하나 실립니다. ‘세월호 특별법 요구안’이라는 이 광고에는 ‘사망자 전원 의사자 처리’, ‘공무원 시험 가산점 주기’, ‘공공요금 감면’, ‘상속세’ 등 각종 조세 감면 혜택 등 조항들이 써있습니다. 그리고 누군가 의도적으로 이것들이 마치 세월호 유가족들이 직접 요구한 것인 양 이 가짜 정보들을 카카오톡과 네이버 밴드로 유통시키고 확산시켰습니다.
◀김의성▶
그러니까 유가족들을, 자식을 잃은 사고를 이용해서 이익을 취하려고 한 파렴치한 집단으로 매도하려고 했다는 거 아닙니까.
◀주진우▶
그렇습니다. 가족들이 가장 고통스러워했던 것도 이 부분이었습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슬퍼할 겨를도 없이 가짜 정보와 싸우느라고 아파해야 했습니다.
◀김의성▶
아니, 그런데 국회의원들까지도 이 가짜 정보들을 진실인 양 떠들고 다니지 않았습니까?
◀주진우▶
맞습니다. 친박, 진박이라는 의원들이 특히 그랬습니다. 세월호 특조위를 세금 도둑이라고 몰아붙였던 김재원 의원, 그가 주도했습니다.
◀김의성▶
그런데 신문에 이런 광고를 내려면, 최소한 수 백 만 원 이상의 돈이 들지 않습니까? 누가 이름도 안 밝히면서 이런 광고를 낸 것일까요? 그리고 그 돈은 과연 어디서 나온 걸까요?
◀나세웅 ▶
네, 후에 이 광고를 낸 단체가 밝혀졌는데요. 세월호 유가족들을 가장 많이 괴롭혔던 단체죠. ‘어버이연합’이었습니다. 말씀하셨던 것처럼 세월호 유가족들이 가장 힘들었던 것 중에 하나가 이런 가짜 정보와 싸우는 것이었습니다. 세월호를 둘러싼 가짜 정보들은 대부분 보수단체들이 기자회견이나 집회를 하고, 마치 중요한 주장인 것처럼 언론에 실리고, 다시 SNS를 통해서 확산됐습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그때마다 보수단체에 거액의 돈이 입금됐습니다.
[VCR]
어버이연합에서 찍어서 공개한 활동 영상입니다. 2014년 7월 17일, 어버이연합 회원들이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유가족 농성장에 난입하다가 경찰과 충돌합니다. 농성 시작 사흘 뒤의 일입니다.
◀박완석 사무부총장 (어버이연합)▶
"진정으로 놀러가다 죽은 아이들이 의사자로서 자격이 있다고 보십니까?"
세월호 유가족들이 희생자 전원을 의사자로 지정해달라고 요구했다는 거짓 정보로 선동합니다. 단원고 학생 대학특례입학, 생활안전자금, 정신적 치료 평생지원. 모두 유가족 요구안에 없던 내용입니다.
◀박완석 사무부총장 (어버이연합)▶
“세월호 특별법입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평생 지원해주겠다 이거 아닙니까 이거. 유가족 생활 안정, 평생지원...“
집회 다음날인 7월 23일 어버이연합의 계좌도 아닌 차명계좌에 1천만 원이 입금됩니다. 역시 전경련입니다. 유민아빠, 김영오 씨의 단식에 당시 야당 의원들이 결합하자, 비난의 수위는 더 높아집니다. 세월호 유가족을 흉내내 구호가 적힌 노란 팻말을 걸고, 치킨을 뜯습니다.
◀박완석 사무부총장 (어버이연합)▶
“자 어르신, 꿀맛인가요?” (꿀맛입니다)
“어르신 어떤 맛이에요?” (꿀맛, 꿀맛) “아~ 꿀맛!”
자장면을 먹으면서 단식 3일째라고 이름을 붙이고, 단식 농성 와중에 추석연휴를 맞게 된 유가족에게, 떡과 과일을 전달합니다. 이날 전경련은, 어버이연합에 4천만 원을 송금합니다.
◀추선희 사무총장 (어버이연합)▶
“저희는 오늘 저기 (유가족 농성장) 건너가서 반드시 천막을 철거시킬 때까지 오늘 끝장을 보겠습니다.”
농성장 철거를 시도한 이날로부터 열흘 뒤인 2014년 11월 21일 전경련은 어버이연합에 또 7천만 원을 이체합니다. 2014년에만 어버이연합에 3억9천만 원이 들어갔습니다. 세월호 특조위를 규탄하는 등 어버이연합의 방
해 활동은 계속 됐고, 전경련도 꾸준히 거액을 후원합니다.
◀추선희 사무총장 (어버이연합)▶
(세월호 천막 부수고 했던 그때 시위도 돈 받거나 이런 건 아니란 말씀이세요?) “우린 그런 것 없어요.”
(그렇게 말하면) “이분들은 흥분해요. 사무실 와서 아침 새벽부터 TV 보고, 당신네 TV 보고 와서 ‘TV에 이렇게 나왔는데 이거 나가야 되는 거 아니냐’ 이구동성 얘기하지 않습니까.”
(전경련에서 한 번에 7천만원 쏴주고 억대로 주고 그러잖아요. 그렇게 많은 돈이...) “사업 계획서요.”
(세월호 관련해서는 시위할 때 돈 받으신 게 없다 이렇게 봐야 되는 건가요?) “여보세요. 그래서 탈북자들한테 돈 빌려 가면서 제가 한 겁니다.”
(오히려 돈 빌려 가면서?) “네.”
뭉칫돈이 들어왔다는 얘기에 어버이연합 회원들은 격한 반응을 보입니다.
◀어버이연합 회원▶
“너 일억.. 칠천만원. 너 책임질 수 있어? 이거 때려 부숴 야 이 개XX들아. 너 이 XX놈의 새끼 패 죽여 버려.”
엄마부대 주옥순 대표, 세월호 유가족들을 공격하는데 앞장섰습니다. 세월호 참사 발생 한 달 만에, 보수여성단체들의 맞대응 기자회견을 주도합니다. 유가족을 쫓아내겠다며 공개적으로 위협합니다.
◀주옥순 대표 (엄마부대)▶
“대한민국 국민 5천만 명이 세월호 참사에 애도를 해줬는데 저 못돼먹은 부모들은 오히려 대한민국에 해를 끼치고. 저 파렴치한 인간들을 우리는 내쫓아야 됩니까, 아닙니까.”
광장을 수놓은 추모 리본조차 눈엣가시.
◀주옥순 대표 (엄마부대)▶
“야 그만해라. 세월호 노란 깃발 지겹다 이제.“
백색테러의 상징인 서북청년단 조끼를 입고 직접 뜯어내려는 시늉도 일삼습니다. [스트레이트] 취재 결과. 주 씨가 대표로 있는 또 다른 단체, 나라지킴이전국여성연대 계좌에 전경련이 거액을 입금합니다. 주 씨는 2014년 6월부터 넉 달간 5천만 원을 받았습니다. 중앙부처, 지자체에 등록되지도 않은 사실상 유령 단체 명의로 돈을 챙긴 겁니다. 보수 집회에 참석한 주 씨를 찾아 이 돈을 세월호 유족을 공격하는데 썼는지 물었습니다.
◀주옥순 대표 (엄마부대)▶
"저는 저 차를 타야 되니까“
(대표님 저희가 잠깐 동행해도 괜찮겠어요?) “아뇨, 아뇨. 오지 마세요. MBC를 우린 신뢰를 안 합니다."
(나라지킴이여성연대 이건 계속 하세요?) “아뇨. 지금은 그냥 엄마부대로 하고 있어요.”
(왜냐하면 거기로 돈 받은 건, 들어온 액수가 있긴 있더라고요) “거기는 몰라요 지금. 우리는 그냥 엄마부대.”
(세월호 집회 하시고 나서 나라지킴이여성연대로 받은 건 맞는지) “...“
(생각보다 액수가 커요. 그 액수 들어온 건 집회 용도로 쓰셨는지 말씀 좀 해주세요) “...“
아예 입을 다물었습니다.
◀주옥순 대표 (엄마부대)▶
“가라니까. 가라고. 아니 지금 (내가) 취재하잖아 취재 (저희도 취재하고 있는 거예요)”
(대표님, 세월호 집회하시고 나서 1천만 원 2천만 원씩 돈이 들어오는데)
((남)막아주세요, 막아주세요) (잡아주세요, 잡아주세요 경찰!)
((여)어디에서 오셨습니까? 어디에서 오셨어요?) (MBC에서 왔어요 MBC에서)
◀신광수 경비과장 (종로경찰서)▶
“누구세요?” (MBC입니다) “네?” (MBC요) “아, 취재.” (취재 중이에요) “저기서 거부. 저기서 거부”
경찰이 통제해 더 묻진 못했습니다. 이번엔 전경련의 지원 내역서를 들고 주 대표를 다시 찾아갔습니다.
◀주옥순 대표 (엄마부대)▶
(토요일에 제가 말씀을 못 들어서 다시 왔어요) “이거 가지고 저리 가. 비키세요.”
(자료를 아예 보여드릴 텐데) “나는 몰라, 몰라,”
(2014년 6월 12일에 나라지킴이여성연대 이름으로 1천5백만 원 받으셨고) “몰라요 몰라. 우리는 몰라요 그건.” “비켜요 비켜. 저리 가.”
(7월 30일에 1천5백만 원 받으셨고 그래서 1년마다 한 5천만 원 들어가더라고요). “....”
(근데 이 돈을 정당한 목적으로 쓰셨을 수도 있잖아요) “우리는 몰라, 몰라.”
(다른 회원분들에게도 좀 나눠주시고 하셨어요?)
((여)당신 어디서 나왔냐고. 신분 제시해봐, 신분)
((남)좀 나가라. 나가라).
(대표님, 저희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요 집회 다 마치고 설명해 주세요).
◀주옥순 대표 (엄마부대)▶
(대표님, 돈 들어온 게 세월호 특별법 반대 활동하시던 때인데 혹시 그게 대가성이 있는 건가요?)
“우리는 몰라요. 몰라.”
(이때 전경련에서 1년에 5천만 원 정도 줬거든요.)
“몰라요 우리는.”
질문을 했을 뿐인데, 아수라장으로 변합니다.
(그럼 지금도 입장은 동일하세요? 당시에 세월호 특별법 반대 활동 하셨던 것?)
“몰라요. 몰라요.”
(당시 5천만 원 받았던 것 어떻게 하신 겁니까?)
“....”
회원들이 몸으로 막는 사이 주옥순 대표는 자리를 피했습니다. 대부분 돈을 받은 사실 자체를 부인했지만,
스트레이트 취재진은 전경련의 돈이 세월호 유가족을 공격하는데 직접 쓰인 사실을 처음 확인했습니다.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고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번져나가자, 맞대응에 나선 겁니다.
<스트레이트>가 입수한 고엽제전우회의 통장 입출금 내역입니다. 맞불집회 닷새 뒤인 5월 29일, 전경련에서 3천5백만 원이 입금됩니다. 이번엔 스트레이트가 입수한 고엽제전우회의 전경련 후원금 사용 내역과 비교해봤습니다. 세월호 악용세력 척결대회에 2260만원을 썼다고 분명하게 적혀있습니다. 각 지부에서 3000명의 인원을 동원하는데 이 돈을 썼다고 기재돼 있습니다.
세월호 특조위가 출범한 해인 2015년 5월 18일, 전경련은 2천2백50만원을 또다시 고엽제전우회 계좌로 이체합니다. 이튿날 조선일보 9백만 원, 중앙일보 6백만 원, 동아일보 6백만 원, 문화일보 1백50만 원이 지급됩니다. 이석태 세월호 특조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고엽제전우회의 신문 광고비로 썼습니다. 세월호 특조위의 진상조사를 방해하는 광고까지 전경련이 돈을 댄 겁니다.
이를 알고도 돈을 줬는지, 돈을 준 이유는 무엇인지 질의했지만 전경련은 할 말이 없다고 했습니다.
◀김영춘 홍보실장 (전국경제인연합)▶
“현재 재판 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저희가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현재로서는.”
◀김해영 의원 (더불어민주당)▶
“전경련이 고엽제 전우회에 후원금을 입금한 내역, 또 고엽제 전우회가 집회의 여러 지출한 내역들을 비교 분석해 보면.전경련에서는 후원금이 이러한 집회들에 사용된다는 걸 알았거나 최소한 알 수 있었다.”
[스튜디오]
◀김의성▶
특별법 가짜 정보 피켓 시위가 끝난 직후 1,000만원, 세월호 농성장 철거 시도 직후 7,000만원, 세월호 악용세력 척결 대회 3,500만원, 특조위 위원장 사퇴 요구 신문광고에 2,250만원. 이 모든 돈이 전경련에서 나왔다는 거 아닙니까. 전국경제인연합회, 전경련. 여기 뭐 하는 뎁니까.
◀나세웅 ▶
네. 정관 1조를 한 번 읽어보겠습니다. 자율시장경제창달과 건전한 국민경제 발전을 위하여 올바른 경제정책 구현과 우리 경제의 국제화를 촉진하고자 한다고 돼 있습니다. 지난 1961년 삼성이 한국경제인협회라는 이름으로 창립했고 초대 회장도 삼성의 고 이병철 회장이 맡았습니다.
◀주진우▶
지금은 삼성이 전경련에서 탈퇴했습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때 책임을 지고 물러났는데요. 당시 전경련은 삼성의 이익단체였습니다. 삼성의 하부조직이라고 보는 경제인들이 아주 많습니다. 스트레이트가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삼성이 지시하면 전경련은 실행했습니다. 곧바로 돈을 집행했습니다.
◀김의성▶
그렇다면은 세월호 유가족을 조롱하는 데에 전경련의 돈이 쓰일 때도 삼성의 의중이 반영됐다고 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나세웅 ▶
네, 전경련은 ‘사회협력비’, ‘사회공헌비’ 명목으로 기금을 조정해서 운, 운영하는데 시민단체가 지원을 요청하면 심사해서 지급합니다. 그런데 이 돈들이 보수단체에 집중적으로 지원됐고 여기에는 삼성의 입김이 있었다고 봐야 됩니다.
◀김의성▶
네, 돈을 줬다는 건 이러한 보수단체의 움직임을 부추긴 거 아닙니까. 실질적으로.
◀권희진▶
네, 뭐 그렇죠. 실제로 삼성의 돈이 보수단체에 직접 지급된 사례가 있습니다. 2013년 10월인데요. 장기정 씨의 자유청년연합에 전경련이 1,500만원을 지원했습니다. 그런데 이 돈은 바로 삼성이 준 돈이었다고 검찰조사에서 밝혀졌습니다.
◀김의성▶
삼성은 세월호 참사 때 150억을 기부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삼성이 주요 회원사로 있는 전경련은 ‘폭식집회’, ‘세월호 농성장 철거’ 같은 일에 뒤로 돈을 줬다는 게 참 믿어지지 않는 일입니다.
◀주진우▶
전경련은 삼성의 허락이나 동의 없이 돈을 쓸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전경련의 돈이 나갔다는 건 삼성의 허락이 떨어졌다는 것으로 저는 보고 있습니다.
◀권희진▶
네, 맞습니다. 전경련에서 삼성의 힘은 절대적입니다. 전경련을 사실상 삼성이 지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텐데요. 그런데 이런 삼성이 주선을 해서 2014년 1월, 그러니까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지 채 1년이 안 된 시점에서 청와대 비서관과 전경련 부회장이 서울의 한 호텔에서 비밀스러운 회동을 갖습니다.
[VCR]
지난 2014년 1월 초. 서울 중구의 플라자호텔 3층 고급 일식당, 무라사키에서 은밀한 만남이 이뤄집니다. 처음 인사를 나눈 두 사람은 박근혜 정부 청와대의 신동철 국민소통비서관. 그리고 전경련의 이승철 부회장입니다. 보수단체에 자금을 지원하라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지시 때문이었습니다.
이 '무라사키' 회동의 결과 전경련은 청와대 요구에 따라 30여개 보수단체에 70억 가까이 지원합니다. 전경련 기금이 보수단체의 쌈짓돈처럼 쓰였고 결국 신 비서관과 청와대 관계자들은 검찰 수사를 받고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이용우 상무 전 사회공헌본부장/ 전경련 (법정진술, 대역)▶
"2014년 이후에는 지원할 보수단체를 선정하는 심사 절차 없이 요구하는 대로 지원이 이뤄졌습니다. 지원한 보수단체들로부터 보고서 등을 제대로 제출받지 못 했습니다."
그런데 이날 만남의 뒤에는 삼성이 있었습니다. 청와대 신동철 비서관과 전경련 이승철 부회장의 만남을 주선한 사람은 바로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의 김완표 전무였습니다.
◀김완표 (당시 삼성 미래전략실 전무)▶
(짧게만 여쭙겠습니다. (청와대) 신동철 비서관님하고 만나셨을 때 말입니다.)
“죄송합니다. 회의 중입니다. 회의 중.”
(검찰 수사 결과는 신동철 씨한테 김 전무님이.. 여보세요?)
게다가 삼성 미전실의 김 전무는 청와대 신 비서관에게 전경련을 이용해 보수단체를 지원하는 방안까지 알려줬습니다. 청와대의 보수단체 지원 활동에도 삼성은 깊숙이 개입한 겁니다.
◀이승철 전 부회장/ 법정진술 (대독)▶
"삼성의 요청을 받고 보수단체들에게 전경련의 자금을 지원한 사실도 있습니다. 한 곳을 제외하고는, 뭐하는 단체인지도 모르고 지원했습니다."
실제로 "삼성은 보수단체 지원금의 최대 절반을 댔다"라고, 평생 국내 정보를 담당한 국정원 전직 간부가 법정에서 진술하기도 했습니다.
◀김 모 전 국정원 경제단장 ▶
"전경련에 그런 분야(보수단체 지원)가 있습니다. 주로 삼성이 주관해서 기금 모으는데 기금을 반 정도는 삼성이 대고 나머지 주요 기업이 합니다."
전경련은 삼성의 요청이라면 무슨 단체인지, 어떤 활동인지 따지지 않고 보수단체를 지원했습니다.
◀이용우 전 사회본부장 /법정진술▶
(검사-회원사인 삼성 요구 거절 못하나요?)
“뭐.. 적극 감안을 하는?”
(검사-대체로 수용하는 분위기라는 것가요?)
“네."
그런데 여기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삼성이 청와대에 제안한 이른바 전경련을 통한 우회 지원 방식이 그전부터 삼성이 쓰던 기법이라는 것입니다.
◀서00 (보수단체 △△△대표)▶
“(삼성이) 가지고 있는 노하우란 게 있잖아요. 개인은 절대 상대 안 한다. 그런 대원칙이 그쪽에는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모든 것은 전경련으로 통해서 지원하는 것이 하나의 룰(규칙)처럼 돼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
[스튜디오]
◀김의성▶
그러니까 삼성이 여론 몰이를 할 때 쓰던 고유한 수법이 바로 전경련을 이용해 보수단체를 움직이는 것이었고 전경련으로부터 돈을 받을 때마다 보수단체들은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 우호적인 집회를 하거나 시위를 했다는 거 아닙니까.
◀주진우▶
그렇습니다. 처음에는 삼성이 직접 보수단체에 돈을 줬습니다. 그러다가 우회적으로 전경련을 이용해서 전경련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바꿨죠. 전경련의 돈이 보수단체로 넘어갈 때마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을 옹호하고 상대를 비난하는 집회가 열렸습니다.
◀권희진▶
박근혜 정부는 보수단체를 이용해서 정권을 비판하는 여론을 공격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키운 보수단체를 세월호 유가족들을 공격하는 데까지 활용한 것이죠. 삼성은 이런 박근혜 정부가 무얼 원하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고요. 그래서 적극적으로 함께 행동했던 것입니다.
◀주진우▶
회원사라고 해서 다 전경련에 발언권이 있는 건 아닙니다. 삼성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전경련을 실질적으로 경영했던 이승철 부회장은 장충기 미전실 사장의 직속 부하이다. 이 말은 전경련 수사를 담당했던 검찰 고위 관계자의 말이었습니다.
◀나세웅 ▶
삼성의 힘을 알 수 있는 사례가 또 있습니다. 세월호 추모 집회에 맞서 소위 ‘맞불 집회’를 주도했던 단체, 가장 처음 시작했고 가장 주도적으로 했던 단체가 바로 ‘경우회’라는 단체입니다. 경찰 퇴직자로 이루어진 경우회는 회원만 150만 명에 이른다고 말할 정도로 가장 큰 보수단체 중 하나입니다.
이들은 박근혜 정권 때 정부 우호적인 집회를 가장 큰 규모로, 그리고 가장 많이 했습니다. 소위 애국활동비용으로만 1년에 10억이 넘는 돈을 썼다고 할 정도입니다. 그래서 박근혜 대통령은 경우회장단만 청와대로 따로 불러서 격려를 했고요. 그래서 국정원은 이 경우회를 특별히 더 챙겨주고 싶어 했습니다.
◀김의성▶
네, 챙겨주려면 삼성의 도움이 필요했겠군요.
◀나세웅 ▶
네, 맞습니다. 2014년 서울 서초동의 한 한정식 집에서 은밀한 모임이 있었습니다.
◀주진우▶
회원사라고 해서 다 전경련에 발언권이 있는 거는 아니었습니다. 삼성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전경련을 실질적으로 운영했던 이승철 부회장은 삼성 미전실 장충기 사장의 직속 부하이다. 전경련 수사를 담당했던 검찰 고위 관계자의 말이었습니다.
[VCR]
2014년 4월. 이번엔 서울 서초동의 고급 한정식집인 금강산에서 국정원과 삼성의 고위 인사들이 만납니다. 문정욱 국정원 대정부전복국장, 하 모 경제수집1처장 , 그리고 삼성을 담당하는 정보관이 자리했습니다. 대정부전복국장은 2백여 명 이상의 정보관을 휘하에 두고 국내 정보 수집을 총괄하는 국정원 1급 자리입니다.
삼성도 격을 맞췄습니다. 삼성 그룹의 컨트롤타워, 미래전략실의 핵심인 장충기 사장이 상석을 차지했고, 부사장인 육현표 기획팀장과 김기원 상무가 참석했습니다.
◀하 모 경제수집1처장/ 국정원▶
"삼성이 보수단체 지원 많이 도와주기도 하고 앞으로도 많이 도움 받아야하니 삼성 관계자 만나봐야 하지 않겠냐... 삼성이 전반적으로 적극적이었고 저희에게 굉장히 협조적이니 만나보시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습니다."
만남에는 목적이 있었습니다.
◀김 모 정보관/ 국정원▶
"보수권 중요성에 대해서도 얘기가 됐고. 문정욱 국장이 삼성의 보수단체 지원 감사하다고 했습니다. 그 와중에 마지막으로 경우회 지원 필요성과 관심을 요청하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국정원이 삼성 측에 경우회 지원을 요청했다는 것입니다. 경우회는 퇴직 경찰 모임으로 당시 보수 집회를 주도하고 있었습니다. 국정원은 처음에 10억 원을 지원해달라며 이른바 협조 요청을 했지만, 삼성이 국정원의 요구액을 깎았다고 합니다.
◀김 모 정보관/ 국정원▶
"자존심이 상한다는 느낌 받았습니다. 며칠 뒤 김완표 전무가 금액이 커서 어렵다면서 3억 정도 지원하겠다고 했습니다."
삼성은 선심 쓰듯 1억 5천만 원을 경우회로 입금합니다. 전경련 이승철 부회장이 사회협찬심의위원회를 형식적으로 열어 먼저 경우회에 돈을 지원하고, 삼성은 이 금액을 회비 명목으로 메워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전경련을 통해 보수단체를 우회 지원하는 삼성의 방식입니다.
◀김 모 전 경제단장/ 국정원▶
"(보수단체 지원은) 보통 전경련에서 주관해서 하지. 국정원에서 얘기한다고... 그 사람들이, 삼성 미전실이 국정원을 어떻게 보면 굉장히 우습게봅니다. 우리가 말한다고 듣지 않습니다."
삼성의 이 돈은 어디에 쓰였을까. 당시 경우회 회계 담당자에게 물어봤습니다.
◀최 모 전 재정처장/ 경우회▶
(14년도 6월에 1억 5천만 원이 한 번에 들어오는데 이 돈이 소액도 아니잖아요. 어디에 쓰였는지 기억하십니까?)
“그걸 일일이 다 기억 못합니다. 기억력 저하돼서 치료하고 약 먹고 주사 링겔 맞고 그러고 있어요.”
(기억력 감퇴 때문에)
“네, 기억 감퇴 때문에."
<스트레이트>가 입수한 경우회 내부 자료입니다. 자료를 보면 2014년 5월, 1,2차 세월호 '맞불집회' 광고비용으로 1천50만 원을 지출했습니다. 세월호 맞불 집회 무대설치비 2천3백27만원 피켓 등 행사용품 3천990만원 가수, 연사 출연료로 812만원을 썼습니다. 2014년 5월 한 달 이른바 세월호 ‘맞불’ 활동에 들인 비용만 1억 원이 넘습니다.
◀대한민국재향경우회 전직 임원▶
“안보 집회는 외부에 있는 독지가가 안보 목적에만 쓰라고 해서 지원해준다. 어떤 때는 10억 원 정도 지원해준다(고 했다).”
경우회는 집회 일선에 '형제 단체'인 고엽제전우회를 동원했습니다.
◀지부장 A/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
“예를 들어 이날 5천 명 모인다. 각 지부별로 (인원) 할당이 돼요. ‘이번에 집회할 때 몇 명 올라와라’ 그러면 올라가는 경우고.”
◀지부장 B/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그런 개나발 같은 소리 하지 말고. ‘50명 데리고 와’ 그래서 ‘아 50명은 조금 그렇고 한 40명...’ 이러면. ‘그럼 지회장 내 놔’. 만날 18번이 그거야 이 개XX들이...”
고엽제 전우회와 경우회간 업무 협약서입니다. "갑, 즉 경우회가 을, 고엽제 전우회에게 수익금의 20% 범위 내에서 성금을 준다"고 돼있습니다. 이에 따라 매달 1천만 원 안팎을 지급했습니다. 대신 고엽제전우회를 세월호 맞불 집회 등 보수 행사에 동원했습니다. 검찰은 일종의 용병계약으로 보고 있습니다.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 임원▶
“경우회 하면 아주 질려. 그 사람들 솔직히 집회 일주일 하고 가끔가다 ‘우리 같이 하자’ 그러면 하려고 합니다. 경우회 별로예요 우리는.”
두 단체가 협약에 따라 "자유 민주 수호 활동"에 "맥을 같이 하는"사이, 삼성은 2014년 1억5천만 원을 포함해
두 차례에 걸쳐 2억 원을 '경우회 발전기금' 명목으로 입금했습니다. 취재 결과, 경우회는 이 돈을 회계상 수익금으로 잡고 통합 계좌에 넣어 운영비와 행사 비용 등으로 사용했습니다. 경우회 혁신위원회는 이 돈이 세월호 맞불 집회를 포함한 보수 집회에도 쓰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공공연하게 극우 활동을 벌이는 경우회의 후원자가 삼성이었던 것입니다.
◀최광식 혁신위원장/ 대한민국재향경우회▶
“현재 관련자들에 대한 법적 절차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 앞으로 경우회는 진영논리에 빠져 경우회의 설립 목적과 역할을 망각하는 그런 일은 절대로 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현재 재판 중인 사안이라 아무 말도 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스튜디오]
◀김의성▶
네, 세월호 맞불집회 비용이 2014년 5월 한 달 동안만 1억 원, 삼성의 돈을 받고 관제데모를 했다는 거 아닙니까. 심지어 고엽제전우회 용병으로 사람들 머릿수 채워서 말이에요.
◀주진우▶
광화문에서 세월호 추모 집회가 있었습니다. 그러면 청계천에서 고엽제전우회가 맞불집회를 열었습니다. 그런데 폭력적이지는 않았는데 화려했어요. 우선 집회 참가자들이 의자에 앉았습니다. 그리고 초대 가수도 부르고, 초대 연사들도 불렀습니다. 무대도 크고 음향 시설도 아주 좋았어요. 그래서 참가자들은 어, 적었는데 소리는 훨씬 컸던 기억이 납니다. 또 고엽제전우회들이 집회를 하는 날이면 경찰이 주차관리를 해줬습니다. 발렛파킹처럼. 고엽제 회원들 차는 청계천에 나란히 주차하게, 하도록 해줬습니다.
◀김의성▶
경찰이 그러니까 발렛파킹 해준 건가요?
◀주진우▶
네.
◀김의성▶
경우회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단체라서 저렇게 경찰이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나요? 의심스럽습니다. 그런데 미전실, 여기는 바로 삼성의 컨트롤타워 아닙니까?
◀나세웅 ▶
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에 해체됐지만 삼성 미래전략실은 삼성을 지배하는 컨트롤타워이자 두뇌 역할을 했습니다. 이재용 부회장의 지시를 받고 철저하게 이재용 부회장의 의중대로 움직이는 곳입니다.
◀김의성▶
미전실에서 경우회를 특별히 챙겼다는 건 삼성 최고 수뇌부의 뜻과도 연결되어 있을 가능성이 많은 거네요. 그런데 왜 삼성만 이렇게 경우회를 챙겼을까요?
◀주진우▶
삼성만 챙긴 건 아니었습니다. 삼성이 챙기기 시작하면 다른 기업들도 따라 오게 돼 있습니다. 삼성이 돈을 주면 다른 기업들도 돈을 댔습니다. 삼성이 경우회에 지원을 한 이후에 SK도 1억 원을 지원했고요. 현대제철은 2년간 25억 상당의 일감을 몰아주기도 했습니다.
◀권희진▶
네, 기업은 시민사회단체에 지원을 할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보수정부 시절에는 유독, 보수단체만 그 지원이 집중이 됐던 거죠. 그리고 그 돈은 세월호 유가족들을 조롱하고 공격하는 반인륜적인 행위에 쓰였던 것입니다.
◀김의성▶
온라인에서는 국정원, 기무사, 경찰이 여론 조작을 하고 오프라인에서는 재벌의 돈을 받은 보수단체들이 여론을 왜곡하고 있었다는 얘기 아닙니까. 이게 진짜 여론조작이고 여론 왜곡 아닙니까.
◀주진우▶
이런 여론조작의 배후가 바로 삼성인 것입니다. 삼성은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 돈을 뿌린 겁니다.
◀권희진▶
물론 삼성도 이런 여론조작이 아주 나쁜 일이라는 거를 잘 알고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삼성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환경, 그러니까 보수 정권이 유지되는 환경이 더 중요했기 때문에 이런 일들을 했던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주진우▶
꼭 듣고 싶습니다. 삼성, 왜 그러셨습니까. 삼성의 입으로 꼭 듣고 싶습니다.
◀나세웅 ▶
그 이유에 대해서 스트레이트가 삼성에 직접 묻고 대답을 들어서 다음 시간에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김의성▶
네, 기대하겠습니다.
◀주진우▶
이번 주 우리는 한국전쟁 이후 가장 중요한 일주일을 살게 됩니다.
◀김의성▶
네, 27일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을 통해서 전쟁의 시대는 가고 평화의 시대가 시작되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 저희 스트레이트는 남북정상회담으로 다음 주 결방입니다. 저희 7명의 기자와 저희들은 2주 후에 여러분들을 찾아뵙겠습니다.
일곱 기자와 저희는 2주 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끈질긴 추적 저널리즘,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취재기자]
권희진 heejin@mbc.co.kr
나세웅 salto@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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