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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 11회] MB 자원외교 1호 '쿠르드 유전'. 1조 5천억 투자, 66억 회수?

[스트레이트 11회] MB 자원외교 1호 '쿠르드 유전'. 1조 5천억 투자, 66억 회수?
입력 2018-05-21 07:58 | 수정 2018-05-21 07:58
스트레이트 11회 MB 자원외교 1호 쿠르드 유전 1조 5천억 투자 66억 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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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기자]
    고은상 기자 gotostorm@mbc.co.kr



    경제 대통령이라는 구호를 걸고
    17대 대통령에 당선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해외자원 개발에 행정부 2인자인 국무총리를 투입해 주요 국책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2008년 1월14일 이명박 17대 대통령 당선인 신년 기자회견

    "총리가 임명이 되면 총리는 세계 시장을 다니면서 자원외교, 뭐 여러 분야에서 할 역할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한 달 뒤인 2008년 2월 14일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한국을 방문한 이라크 쿠르드 지방 정부 총리와 굳은 악수를 나눴습니다. 한국석유공사가 이라크의 쿠르드 지역에서 대규모 유전개발 사업을 추진한다는 MOU, 즉 양해각서를 체결한 날이었습니다.

    넉달 뒤인 2008년 6월 25일, 석유공사는 쿠르드 지역 유전개발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합니다. 쿠르드 지역에 5개 광구의 개발권을 확보했고, 그 광구에만 무려 72억 배럴의 석유가 묻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중 약 20억 배럴이 우리나라의 몫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우리나라가 1년에 쓰는 원유량은 8억 배럴 정도. 20억 배럴이면 별도의 원유 수입 없이도 국민 전체가 2년 반 동안 쓸 수 있는 양입니다.

    ◀김성훈 당시 한국석유공사 단장▶
    "지금까지 확보한 광구 중에 매장량 규모로는 최대 규모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원유를 100% 수입하는 한국으로서는 꿈같은 발표였습니다. 하지만 공짜는 아니었습니다. 쿠르드 지역에 발전소와 고속도로 등 2조원 규모의 SOC, 즉 사회기반시설을 지어주고 유전 개발 권한을 받는 대가로 즉시 2천 2백억 원을 쿠르드 지방정부에 제공하는 조건이었습니다.

    건설이나 토목공사 경험이 전무한 석유공사는 국내 건설회사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함께 쿠르드 SOC 건설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대통령 정식 취임도 하기 전에 발표됐던 쿠르드 지역 유전개발 사업이 이처럼 구체적인 진전을 보이면서 이명박 대통령은 자원외교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를, 단단히 각인시켰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꿈같은 발표와 달랐습니다. 유전개발과 사회기반시설 건설에 동참하겠다며 컨소시엄을 구성했던 기업들은 모두 참여를 포기했습니다. 사회기반시설 건설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2조원 규모의 자금을 빌려야 하는데, 금융기관들이 모두 난색을 표시했기 때문입니다

    ◀SOC 컨소시엄 관계자▶
    "1조, 2조 원이 보통 돈은 아니잖아요. 큰돈인데다가 그 돈을 투자하면 어디서 받는지가 불명확한 거예요. 석유공사가 '우리가 줄게' 이것도 아니고 돈을 주는 주체가 없는 거예요.“

    결국 석유공사만 혼자 남아서 유전개발 사업과 2조원 규모의 SOC 건설 사업까지 모두 떠맡게 됐습니다.

    원유를 발견해 생산하고 있는 광구는 오직 한 곳이지만 그나마도 기대에는 크게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무려 38억 배럴이 묻혀있을 것으로 본다던 하울러 광구의 실제 매장량은 3억 배럴 수준. 예상치의 10분의 1도 안됩니다. 기대했던 유전 개발 사업이 대부분 실패로 돌아섰지만 유전 개발 대가로 약속했던 발전소와 변전소는 모두 건설해 줘야했습니다. 건설비만 7천 7백억 원. 사실상 세금으로 운영되는 석유공사가 모두 부담했습니다.

    석유 생산량이 적을 경우 쿠르드 지방정부가 지급을 보장한다는 원유 3천5백만 배럴을 현물, 또는 현금으로 받기 위해 석유공사는 2년 반 넘게 쿠르드 지방정부와 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석유공사는 유전개발로 인한 적자를 손실 처리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지만 구체적인 수치는 영업 비밀. 공식적으로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자원외교 1호 쿠르드 유전 개발 사업. 석유공사는 이 사업 하나에 탐사비와 SOC 시설 건설로 10년 동안 약 1조 5천억 원을 썼지만 회수된 돈은 단 66억 원입니다.



    [취재기자]
    고은상 기자 gotostorm@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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