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시 뉴스
뉴미디어뉴스국
뉴미디어뉴스국
[스트레이트 22회 Full] 공직윤리지원관실은 '청와대 흥신소'?
[스트레이트 22회 Full] 공직윤리지원관실은 '청와대 흥신소'?
입력
2018-10-01 14:46
|
수정 2018-10-01 14:47
재생목록
[취재기자]
양윤경 / yangyang@mbc.co.kr
곽동건 / kwak@mbc.co.kr
[스트레이트 풀워딩]
◀스튜디오▶
◀김의성▶
안녕하십니까. 스트레이트의 김의성입니다.
◀주진우▶
안녕하세요. 주진우입니다.
◀김의성▶
주진우 기자
◀주진우▶
네.
◀김의성▶
닷새 뒷면 또 중요한 이벤트가 하나 열리죠?
◀주진우▶
그렇습니다.
◀김의성▶
네, 이번 금요일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선고공판이 열리는 날입니다. 횡령과 뇌물수수 등 일부 경제범죄에 대해서 최초로 사법부의 심판이 내려지는 날인데요.
◀주진우▶
검찰이 20년을 구형했습니다. 그런데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제범죄 중 아주 작은 부분을 수사해서 기소한 것일 뿐입니다. 아직 사대강, 자원외교에서 비롯된 막대한 국부 유출, 그리고 막대한 비자금의 행방을 쫓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김의성▶
아, 정말 갈 길이 머네요.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의 범죄는 이런 경제범죄에 국한된 게 아니지 않습니까?
◀주진우▶
그렇습니다. 경제범제 이외에 권력을 이용한 정치범죄, 그리고 특별히 인권을 침해하는 불법사찰. 이 부분에 대해서 수사가 이뤄져야 합니다. 사람을 몰래 붙여서 미행하고 협박하고 감시하는 이런 범죄에 대해서, 꼭 수사해야 됩니다. 이명박 청와대에서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 했습니다.
◀김의성▶
근데 사실 이런 일에 피해 당사자 중의 한 명 아닙니까. 주진우 기자가.
◀주진우▶
아, 특별히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저한테 관심을 많이 주셔 가지고 저를 특별히 관리해주셨어요. 그래서 저의 사생활은 거의 송두리째 파헤쳐졌었는데, 제가 뭘 하는지, 누구를 만나는지 관심이 많더라고요. 근데 특별히 정보시장을 이렇게 돌아다니다 보면 제 가족에 관한 정보가 나옵니다. 그러면 굉장히 고통스러웠어요. 그래서 집에 못 들어가고 다른 데에서 생활하고 그러기도 했었어요.
◀김의성▶
그러면 또 가정불화가 있다. 이런 식으로 소문내고 말이죠?
◀주진우▶
네. 아주 적나라하게 나와 가지고요. 아, 좀 힘들었습니다.
◀김의성▶
양윤경 기자. 이렇게 이명박 정부가 민간인에게 가한 조직적인 미행과 감시, 그 수상한 흥신소 활동을 취재해 오셨다고요.
◀양윤경▶
예, 그렇습니다. 그 흥신소의 이름은 다들 아마 익숙하실 공직윤리지원관실입니다. 들어들 보셨을 텐데요. 공직자뿐만 아니라 민간인의 미행과 사찰까지 전담했던 부서 이름입니다.
◀김의성▶
민간인 사찰 문제는 이미 김종익 씨를 비롯해서 우리가 널리 알려진 내용도 꽤 있지 않습니까?
◀양윤경▶
예, 그렇습니다. 이미 공직윤리지원관실이라는 이름과 불법사찰에 대한 보도는 많이 들어보셨을 텐데요. 따라서 어쩌면 둔감해지셨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희 스트레이트는 이와 관련한 검찰 수사기록 전문을 입수했는데요. 거기를 보면 인권유린의 실태가 얼마나 끔찍하고 야만적이었는지. 주진우 기자께서는 유명인이시고 또 많이 견제를 당했던 분이었기 때문에 어쩌면 여러분들께서는 이런 분들만 미행을 당할 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정말 평범한, 일반 시민들도 미행을 당하고 또 그것을 접했을 때의 그 충격 같은 것은 보지 않고서는 상상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 END ▶
◀ VCR 1 ▶
미행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챈 건
배정근 씨가 경기도 양주에 있는 집을 나서서
서울로 가는 두 번째 톨게이트를 지날 때였습니다.
◀배정근 씨(미행 피해자)▶
"제가 이렇게 하이패스를 통과했는데 그 차가 하이패스에서 딱 멈춘 거야. 뒤에서, 보니까. 그런데 가다 보니까 또 비슷한 차가 내 뒤에 와 있는 거야 벌써. 딱 느낌이 아주 이상했어요. 차 자체가 따라붙는 게"
속도와 차간격을 조절하며 따라오는
진갈색의 53허1177, 렌터카였습니다.
아무래도 이상하다 싶었던 배정근 씨는
자신이 지리를 잘 아는 곳으로
행로를 급히 바꿔보기로 했습니다.
◀배정근 씨(미행 피해자)▶
"(원래는) 이렇게 해서 여의도로 국회로 가는 길이지 이게. 근데 여기서 내가 그냥 일산으로 빠진 거야, 일산 IC로" (아, 일부러) "그렇지. 일부러 / 내가 그걸(미행인지) 테스트하기 위해서 / 이제 가장자리로 이렇게 빠지니까.."
뒤따르던 차도 갑자기 빠르게 방향을 바꿔
같은 길로 빠지는 걸 본 배정근 씨.
미행을 확신했습니다.
대체 누가 날 쫓아오는 걸까.
한 번만 더 확인하자는 생각에
맨 처음 보이는 주유소에 일단 들어가
차를 세웠습니다.
◀배정근 씨(미행 피해자)▶
"주유소가 이 주유소. 이 정도에서 이렇게 일부러 기름을 넣는 것 같이 딱 해봤는데 내가 이제 백미러로 보니까 저쪽 모서리에 차를 딱 대놓고 있더라고. 벽 쪽에 딱 붙어 있는 거야. (기름을) 안 넣고 출발을 한 거야 여기서 다시"
누가 미행하는지 알아내야겠다고 결심한
배정근 씨는 바로 근처에 있는 동료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배정근 씨(미행 피해자)▶
"너 따라와서 차로 막아라 이렇게 이제 얘기를 했던 거죠"(전화로)"네 전화 통화 하면서./ 가깝게 따라 붙어라, 그 차를"
2-3분을 더 달리다, 뒤따라 모퉁이를 도는
미행차량을 동료 차량과 함께 막아섰지만
1차 시도는 실패.
◀배정근 씨(미행 피해자)▶
"이렇게 빠른 속도로 내가 돌은 거야 이렇게. (그 차는) 뒤에 딱 따라온 거야. (동료가) 카니발로 딱 막으니까 그 사이를 비집고 여기로 다시 튀어나간 거예요"
이제 배정근 씨가 눈치챘다는 걸 미행차량도
알게 된 상황.
쫓고 쫓기는 입장이 뒤바뀐 채
왕복 6차선 도로에서 추격전이 벌어졌습니다.
◀배정근 씨(미행 피해자)▶
"카니발하고 나하고 이렇게 뒤에 추격을 해서 어디서 잡았냐면 여기까지 왔는데 그 때 마침 이 신호가 파란 신호였어요. 이 신호를 넘으면서 카니발로 틀어막은 거야"
도로 한복판에서
먼저 동료의 차가 미행차량 앞으로 돌진해
가로막았고, 뒤에선 배정근 씨의 차가 퇴로를 막았습니다.
통행량이 많은 평일 오후 2시.
뒤에 오던 차량들이 뒤엉키면서
차도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배정근 씨(미행 피해자)▶
"내가 내려서 트렁크를 열어서 골프채를 가져와서 유리창을 막 두드렸어요. 깬다고. 그렇게 했는데도 불구하고 안 내려. 두 사람이 끝까지 안 내린 거야. 지나가는 사람들이 이제 차 다 엉키니까 경찰에 신고를 한 거야. 그래서 경찰차가 왔는데"
경찰이 왔으니 이제 누가 왜 자신을 미행했는지 알 수 있겠다 싶었던 배정근 씨는 그러나
이어지는 상황에 말문이 막혔습니다.
◀배정근 씨(미행 피해자)▶
"(경찰이) 신분증 이제 내라 그래서 냈더니 그걸 조회를 했는데 네 분 다 이상이 없으니까 그냥 가시오 말 한 마디만 딱 하더라고. 아 이게 뭐가 있구나. 그 때 알게 된 거야.
도로 한가운데서 난리통이 났는데
경찰의 대응이 너무 부자연스러웠다는 겁니다.
◀배정근 씨(미행 피해자)▶
"교통이 얽히거나 고의적으로 그렇게 했으면 아 뭐 파출소나 경찰서 가서 조사받고 다 해야할 거 아니에요. 그렇죠? 그렇게 안 하는 거 보면서 이게 정권 측면에서 뭐 다른 일이 있구나. 왜, 나는 직감적으로 느낀 게 그 당시에 뭐 노동법 반대하고 다 내가 반대 투쟁만 했으니까"
배정근 씨는 당시
공공부문 노조연맹의 위원장.
이명박 대통령의 민영화와 구조조정 기조에
대립 각을 세우던 때였습니다.
특히 한달 전 이 대통령이
공기업 선진화 워크숍에 참석하기 위해
과천정부청사를 찾았던 날,
청사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이끌었습니다.
미행이 정부 소행이라는
배정근 위원장의 직감은 맞았을까.
미행에 실패한 직후 작성된 보고서가
<스트레이트>가 입수한 문건에서 발견됐습니다.
"12시25분, 배정근위원장이 양주시의 자신의 집을 나서서 500미터 지점에 있는 중국집에 들어가 12시53분까지 40대 중반의 여자 1명과 같이 식사"
"식사 후 여자는 은비색 12모0000차량으로 이동했는데 차주는 처인 000로 판명"
차로 따라오기 전부터 이미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었던 겁니다.
"배정근이 식사 후 이동하다 12시57분경 일산 IC를 빠져나와 백마주유소에서 정차"
"30대 중반의 머리에 기름을 바른 신사형 남자가 검은색 밴을 몰고와 000이 탄 차를 가로막았는데"
"마두지구대 소속 경찰 4-5명이 출동"
"000이 경찰에게 귓속말로 '나도 경찰이다, 저 친구들은 노조활동을 하는 사람들인데 확인할 것이 있어 따라붙었다'고 말함"
귓속말로 미행을 인정한 인물은 실제로
공직윤리지원관실로 파견된
현직 경찰이었습니다.
◀배정근 전 한국노총공공연맹위원장(미행 피해자)▶
"사람이 자기를 미행한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아주 불쾌한 거고 속된 말로 하면 기분이 참 더럽죠."
배정근 씨는 이후에도
노조위원장이 골프를 친다는 등 출처 불명의
공격에 시달리다 결국 노동운동을 그만뒀습니다.
◀배정근 전 한국노총공공연맹위원장▶
"권력하고 붙어서 싸워서 이기는 사람들 그렇게 많지 않잖아요./ 평생 내가 몸 바쳐서 일을 했던 게 노동운동인데 그걸 접게 된 부분에 대해서 너무 마음이 아프다.."
---
미행당하고 있다는 걸 눈치채면 그나마 다행일까.
절대 다수는 아침부터 밤까지 누군가
자신을 따라다니며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사찰을 당합니다.
하지만 기록은 남았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 만 2년 뒤인
2009년 12월에 작성된 문건입니다.
"크리스마스 기간인 12월 23일부터 감찰했다,
마포 삼부골드타워에 5천만 원짜리 방을 얻어 살고 여자문제는 없다,
23일 잠시 외출해 장갑과 여자 귀고리를 샀다"
미행하며 몰래 지켜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구체적인 내용들입니다.
"1시간 일찍 퇴근해 장갑 등을 갖고 춘천 자기 집으로 가서 외출도 안 함"
가족이 사는 강원도 춘천까지
따라붙었다는 말입니다.
미행 대상은 이명박 정부의 노동정책에
날을 세웠던 이인상 당시 인력공단노조위원장.
이인상 씨는 <스트레이트>의 취재를 통해서야
누군가 자신을 따라다니며 지켜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이인상 전 산업인력공단노조위원장▶
“진짜 무서운 사람이네.. ‘장갑 등 선물을 가지고 곧바로 춘천 집으로 갔다’, 이 장갑 사는 거 하며 그 다음에 그 선물 산 게 이게 귀고리인지 장갑인지 이것도 가서 확인했다는 얘기 아니에요. ‘춘천 집으로 갔다’, 그럼 춘천 집으로 가면 이 사람이 따라왔다는 얘기죠. 집에 가서는 외출도 하지 않았다. 그럼 외출 안 했단 얘기는 계속 지켜봤다는 얘기 아닙니까”
이인상 씨는 당시 민간인 사찰을 수사하던 검사의 연락은 받았지만, 미행 사실은 전해 듣지도 못 했고 오히려 상황을 훨씬 축소해서 전달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이인상 전 산업인력공단노조위원장▶
“이렇게 얘기 안 했어요. (검사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투로 말씀하셨어요. 웃으면서 크리스마스 이브날 케익을 사들고 집에 들어갔다는 얘기라고. 검사도 나한테 거짓말 한 거죠. 아..만약에 이런 내용을 그 당시에 알았다면 전 바로 (검찰청으로) 쫓아갔을 거예요”
//////////////////////////////
◀스튜디오▶
◀김의성▶
내가 어딜 가서 누굴 만나서 무얼 먹는 지까지 분 단위로 이렇게 깨알 같이 감시된다고 생각하면, 정말 끔찍한데요. 일상생활이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주 기자, 어떻게 보셨어요.
◀주진우▶
아, 저도 감정이 다시 북받쳐 오르는데요. 저렇게 감시를 받으면 일상이 망가집니다. 사람이 피폐해져요. 내가 누구를 만나서 어떤 얘기를 해야 되는 건지. 이게 다 감시되는 건지. 그래서 전화를 해도 되는 건지, 가족과 밥을 먹어도 되는 건지, 모든 것을 다 고려하게 됩니다. 그래서 주위를 두리번거리게 되고요. 계속해서 불안해하게 됩니다. 그래서 일상생활도 어려운 데다가 하는 일도 마찬가지죠. 그래서 이명박 정권에서는 미행하는 사실을 일부러 흘려서 사람을 위협하기도 했었습니다. 그게 전략이었습니다.
◀김의성▶
아, 그러니까 스스로 자기 생활에 대한 검열까지 하게 만든다. 그런 얘기군요. 야, 정말 끔찍합니다. 그런데 이 미행 당했던 걸 현장에서 알아채고 자기를 미행했던 사람을 잡기까지 했던 이 배정근 씨, 그 뒤에 어떤 일이 벌어졌습니까.
◀양윤경▶
미행자들을 배정근 씨가 붙잡고 나서 또 경찰이 풀어줘 버리는 그런 소동을 겪고 나서 배정근 씨에게 찾아온 인물이 있었는데요. 청와대의 이영호 고용노사비서관이었습니다. 여러분들께 유명한 그.
◀김의성▶
네, 바로 그, 그 이영호..
◀양윤경▶
바로 그 이영호.
◀김의성▶
저희가 몇 주에 걸쳐서 계속 이분이 출연하셨는데, 이명박 대통령의 뜻이라면서 쌍용차 폭력진압 개입했던 사람 아닙니까?
◀주진우▶
그렇죠. 몸통이다. 몸통이다. 사실 이분은 이명박 대통령한테 직보 하던, 정말 실세 중의 실세였어요.
◀김의성▶
근데 이영호 비서관은 그 불법 미행을 당했던 이 배정근 씨를 만나서 무슨 얘길 한 겁니까. 뭐 사과라도 했나요?
◀양윤경▶
아, 그럴 리가 없죠. 입을 막으려고 찾아온 겁니다. 이영호 비서관은 배정근 씨에게 당신이 골프를 치는 사실을 알고 있다. 우리가 자료 파기할 테니까 당신도 언론 인터뷰를 하지 말아라.” 라고 해서 입을 막은 겁니다. 한 마디로 사실 협박을 한 건데요.
◀김의성▶
아니, 노동자는 골프 치면 안 됩니까? 참. 이런 걸 가지고 협박하고 거래하는 데에 이용한 거, 이거 다 조폭들 수법이잖아요. 이거 어떤 사람들이 이런 딜을 하는 겁니까?
◀양윤경▶
공직윤리지원관실에 파견된 공무원 중에선 경찰과 검찰 수사관이 가장 많았고요. 국정원, 그리고 기무사 정보요원, 국세청, 금감원에서 파견된 전문가들이 이른 바, 청와대 흥신소에 대거 흥신소 직원으로 포진했습니다.
◀김의성▶
그런데 이명박 청와대는 왜 이, 그야말로 정보 분야의 핵심적인 역량들을 다 끌어 모아서 왜 개인의 사생활, 약점 캐는 것, 이런 걸 하는 데에 목을 매단 건가요?
◀양윤경▶
이명박 전 대통령은 취임 1년 여 만에 아시다시피 노무현 대통령 서거와 광우병 쇠고기 촛불집회라는 정국적인 위기에 직면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조직된 건데요. 이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임무는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한 가지는 ‘전 정권 청산’, 그리고 두 번째는 ‘호남 인사 씨 말리기’였습니다.
◀ END ▶
◀ VCR 2 ▶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6일 뒤 영결식.
◀백원우 전 민주당 의원▶
"어디서 분향을 해! 이명박!"
"살인자.. 이명박은 살인자!"
영결식 이틀 뒤 작성된 문건입니다.
제목:
<노무현 전 대통령 자살 관련 정국 분석>.
"노 전 대통령은 호남/좌파의 충실한 어릿광대였다, 성질 급한 경상도 기질을 이기지 못해 자살했다,
출세욕에 사로잡힌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현 정부에도 잘 보여 출세하고자
'잔치레기' 아닌 '대물'을 건드렸다"
그리고 노 전 대통령 서거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불리할 수 있지만
"외부는 북한 핵 위기, 내부는 박근혜의 한계라는 2가지 여건 때문에 다행"이라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의 국장을 불허하고
김대중 대통령의 추도사 낭독까지 막았던
이명박 정부의 속마음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습니다.
흥신소의 제1 임무는
전 정권의 완전 소탕이었습니다.
전국에 생중계된,
이명박 대통령으로선 모욕적이었을 이 사건으로 백원우 당시 민주당 의원은
청와대 흥신소의 사찰 1순위가 됩니다.
영결식 약 3주 뒤 작성된 '보고할 사항' 문건입니다.
"노 전 대통령 영결식장에서 VIP께 고함 질렀던 백원우를 비롯해 이에 동조한 사람들의 리스트를 가지고 오라고 독촉. 이 리스트에는 향후 추진계획까지 작성 필요"
향후 이들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계획까지 제출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사찰 대상은 백원우 전 의원을 비롯한
사건 당사자에 국한되지 않았습니다.
"백원우 준동에 가담한 사람들 명단을 파악,
백원우와 그 친인척, 보좌진, 후원자 등에 대한 활동계획을 작성해서 보고."
백 전 의원의 약점을 잡기 위해
친인척까지 뒷조사하라는 겁니다.
'일거리'라는 제목의 또다른 문건 속
증권협회장 사찰 지시 사유는 단 하나.
"증권협회 회장이
사람 모이는 곳마다 노무현이 참 안되었다는 식의 발언을 한다, 이런 놈 잡아야 군기가 잡힌다"
고인을 애도하는 발언조차
사찰의 이유가 된 겁니다.
전 정부와 연결고리만 있다면 흥신소의 칼날은 날아들었습니다.
3대 과제 중 하나는
"정권 말기에 대못질한 코드인사 중 MB 기조에 저항하는 인사에게 사표제출을 유도한다"는 것.
필요할 경우 감사관실을 동원하겠다,
즉 약점을 캐겠다고 돼 있습니다.
실제로 사표 미제출자 60명에게 순차적으로
사표를 받아내, 이 전 대통령 취임 첫 해
8월 21명에 이어 9월까지는 39명이, 그리고
10월엔 1명을 제외한 59명이 사표를 낸 걸로
기록됐습니다.
◀정두언 전 국회의원▶
"공직윤리지원관실이라는 게 이제 어떤 의도로 만들어지냐면 소위 말해서 좌파정권 DJ정부, 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사회에 심어진 곳곳에 심어진 좌파들을 색출해서 쫓아내야 된다는 의도를 가지고 만들어진 거예요. 공직윤리도 그야말로 윤리의 윤리가 아니라 좌파척결, 그걸 윤리로 보고 그걸 내세운 거고"
전 정권 청산과 동시에 진행된 건
호남 출신 뿌리뽑기였습니다.
2008년 서울 광화문 촛불집회 당시
치안을 담당한 서울경찰청 경비부장의
사찰 보고서입니다.
"전남 장흥 출신.
"호남 출신으로, 현 정부에 심정적으로 우호적이지 않고, 몸을 사린다는 평.
촛불집회시 작전 혼선을 빚고 무능함을 드러내
서울청장이 교체해 달라고 요구한 바 있음"
호남 출신이라 이명박 정부 아래선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촛불집회를 제대로 진압하지 못했다며
경비부장 교체를 요구한 서울청장은
이듬해 6명이 목숨을 잃은 용산참사 진압을
지휘한 김석기 씨.
촛불집회 5번 만에 241명을 연행해 사법처리한
모범사례로 꼽혔지만,
경비부장과 달리 어느 지역 출신이라는 정보는
따로 밝히지 않습니다.
<스트레이트>가 입수한 문건을
모두 검토한 결과,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 가운데
호남 출신들만 고향이 괄호 안에 명기돼 있었습니다.
심지어 청와대의 한 행정관이 점심을 제안하자
이 행정관의 출신과 행시 기수, 나이 등을
조사한 뒤 "처가는 포항이고 West, 서쪽,
즉 호남은 아니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점심 약속 상대의 처가가 호남인지 아닌지까지
따진 겁니다.
17대 대선의 지역별 득표율은
경제대통령을 내건 이명박 후보가
수도권을 포함한 전 지역에서 압도적이었습니다.
단 한 곳, 호남지역만 예외였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 2008년 2월 25일
"대한민국의 선진화를 이룩하는 데에 나와 너가 따로 없고, 우리와 그들의 차별이 없습니다. 협력과 조화를 향한 실용정신으로 계층갈등을 녹이고 강경투쟁을 풀고자 합니다."
협력과 조화를 강조했던 이 전 대통령의 약속은 정부 안에서부터 무너져 내렸습니다.
"대덕연구개발특구 이사장 강모씨는 광주 출신인데 호남만 죽어라고 챙긴다고 한다, 따라붙어 짤라라"
"농식품부 내 호남인맥 긴급정리 조치 필요"
문건에서 흔히 발견되는 표현들입니다.
◀정두언 전 국회의원▶
"지역 감정이라는 게 원래 야만적인 거지. (옛날에) 청와대에서 이제 기관장한테 (공식적으로) 내려왔는데, 지금 강남에 파출부들이 호남 출신 파출부들이 다 일하는데 그게 다 정보요원으로 일하고 있다, 정보를 다 빼고 집안에서 뭐를 다 빼고 있다 그러니까 각별히 조심해라. 얼마나 기본적인 사고 형식이 단순무식하고 야만적인.."
검찰은 수사 보고서에서
공직윤리지원관실 인적 구성에 대해
42명 가운데 4명이 호남,
압도적인 29명이 영남출신이라고 밝혔습니다.
국민 화합을 위해 노력해야 할 정부가
국민 분열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 END ▶
◀스튜디오▶
◀김의성▶
네, 공직윤리지원관실이라는 거창한 이름이 참 창피할 따름입니다.
◀주진우▶
윤리라는 이름을 붙였어요.
◀김의성▶
도대체 이 사람들한테 윤리라는 거는 어떤 뜻일까요?
◀주진우▶
윤리란 반대파 척결을 의미합니다. 사전적 의미로, 그들에겐.
◀김의성▶
단순히 호남 출신이라서 뒷조사를 하고 내쫓았다는 건 정말 기가 막힌 일입니다.
◀주진우▶
이명박 시대에는 그랬습니다. 제가 이명박 시대 때 측근들, 핵심 측근들이 모이는 자리에 갔는데 고향을 대뜸 물어보더라고요. 그래서 대구냐고. 대구가 아니라고 했더니 왜 여기 왔냐고 이런 식으로 쳐다봤는데 옆에 있는 분이 어머니가 대구입니다. 이렇게 해서 그 자리에 들어갈 수 있었던 에피소드도 있었습니다.
◀김의성▶
그때도 이미 21세기인데 정말 이 사람들 머릿속에 뇌 구조가 어떻게 돼 있는지 궁금하네요.
◀주진우▶
이명박 정부 핵심 측근들의 뇌 구조는 그저 돈뿐입니다. 돈이 모든 부분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정치도, 정책도 모두 돈과 연결됩니다. 나머지 빈자리에 하나씩, 조금씩 들어가 있는 게 좌파척결. 그리고는 호남 배격. 이렇게 이루어졌습니다.
◀양윤경▶
네, 뿐만 아닙니다. 확인된 문건 중에서는 이런 내용도 있었습니다. 각 부처에 말 안 듣는 실국장이 한 명씩 있다. 그런 말이 내려왔다고 하니까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각 부처 별로 전담을 한 명씩 파견해서 미리 약점을 한 명씩 잡아놓고 만일의 사태에 이용하게끔 정보를 모으자. 라는 지시 내용도 있었습니다.
◀김의성▶
기가 막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국정원이 댓글 감시하죠. 기무사가 계엄 문건 만들죠. 경찰들도 시민 사찰하죠.
◀주진우▶
군도 그랬죠.
◀김의성▶
심지어 공직윤리지원관실이라는 거창한 이름 달고 민간인 사찰하고.그런데 양윤경 기자. 이번 취재 과정에서 이 공직윤리지원관실에 깊숙이 개입한 그보다 더 핵심 인물, 더 윗선에 있는 인물을 직접 만났다고요?
◀양윤경▶
네, 그렇습니다. 청와대 흥신소에 깊숙이 개입해 있던 이명박 정권의 최고 실세를 직접 만났습니다.
◀주진우▶
아, 이분은 지금 모든 기자들이 쫓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 때는 핵심 실세였는데 박근혜 정부 때는 사라졌거든요.
◀김의성▶
양윤경 기자, 이게 누구죠?
◀양윤경▶
그건 다음 시간에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오늘 보신 문건은 사실 맛보기 수준인데요. 다음 회 공개해드릴 문건은 정말 공직윤리지원관실, 그리고 청와대의 하명을 받은 그 권력기관이 이런 일까지 벌일 수 있었을까. 정말 제가 보고도 믿을 수 없었던 막장 드라마에 가까운 그런 사례들을 보여드리려고 합니다.
◀김의성▶
네, 충격적인 청와대 흥신소의 전모. 네, 다음 시간, 이어지는 2부도 기대해보겠습니다. 양윤경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
◀ 스튜디오1 ▶
◀ 김의성 ▶
네, 스트레이트가 보도해드릴 두 번째 내용 역시 상상을 초월하는 미행과 사찰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다만, 이번에는 그 주체가 청와대가 아니라 네, 세계 초일류 기업, 삼성이라는 점입니다. 곽동건 기자가 취재하셨죠?
◀ 곽동건 ▶
네, 저희 스트레이트에서 지난 8월12일에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에 대한 삼성의 반 헌법적인, 악랄한 탄압에 대해서 보도해드렸는데요.
◀ 주진우 ▶
충격적인 만행이었습니다.
◀ 곽동건 ▶
네, 그로부터 한 달 반이 지난, 지난 27일에 검찰이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삼성이 노조와해를 위해서 그룹 차원에서 철저하게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면서 전현직 임원 등 32명을 무더기로 기소했습니다.
◀ 주진우 ▶
검찰은 이런 표현까지 덧붙였습니다. 누구나 알고 있었으나 누구도 확인 못했던 삼성의 노조와해 실상을 낱낱이 확인했다. 삼성의 노조탄압을 처음으로 국가기관이 인정한 겁니다.
◀ 김의성 ▶
네
◀ 주진우 ▶
빛나는 수사 성과였습니다.
◀ 김의성 ▶
네, 저희 스트레이트 취재가 작게나마 기여한 것 같아서 정말 마음이 뿌듯합니다.
◀ 주진우 ▶
그렇습니다.
◀ 양윤경 ▶
네, 저희 스트레이트가 삼성을 꾸준히 다뤄 왔었죠. 어느 언론보다도 더 꾸준히, 집요하게 삼성을 추적해 왔습니다.
◀ 곽동건 ▶
네, 그리고 검찰수사결과를 보면 삼성이 그동안 자랑스럽게 내세워 왔던 무노조 경영, 그 80년의 신화라는 게 사실은 온통 다 범죄 그 자체였다. 이게 밝혀진 겁니다.
◀ END ▶
◀VCR1▶
삼성의 창업이래 수십년 이어져 온 조직범죄.
검찰은 삼성의 노조파괴 공작을
이렇게 정의했습니다.
◀김수현 공공형사수사부장/서울중앙지검▶
"그룹 차원의 무노조 경영방침을 관철하기 위해 미전실 (미래전략실) 인사지원팀이 주도하여 노사 전략을 총괄 기획해왔고"
삼성의 컨트롤타워인 미전실이 주도한
그룹 차원의 범죄라는 것입니다.
삼성은 노조파괴를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했습니다.
노조 탈퇴 유도,
이른바 그린화 전략의 일환으로
노조원들의 이혼 여부와 채무 관계,
임신 사실과 정신병력까지 파악했습니다.
이런 감시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은
엔젤, 즉 천사라고 불렸습니다.
사측의 이른바 천사들은
노조원들을 밀착 감시하며 회유하고
노조 탈퇴를 종용했습니다.
◀미래전략실 작성 노조파괴문건中▶(음성대독)
"악성 노조 바이러스가 침투하더라도
임직원이 흔들림이 없도록 비노조 DNA를
확실하게 체화시켜야 함"
검찰은 노조파괴 전문 인력을 대거 영입한 삼성이 국내 최고의 노조파괴 전문 업체인
창조컨설팅보다 더 전문적이고 다양한 노조파괴 기법을 사용했다고 혀를 내둘렀습니다.
◀김수현 공공형사수사부장/서울중앙지검▶
"이번 수사가 장기간 이루어진 반헌법적 범죄에 대한 엄중한 사법 판단으로 이어져"
삼성 그룹 오너 일가의 개입이 확인됐느냐는 질문에 검찰은 "아직까지 증거가 확보된 것은 없다"면서도 이것도 현재까지의 상황일 뿐이라고 단서를 달았습니다.
그러면서 삼성의 노조파괴 공작은 조직범죄라고 규정해, 수사의 종착지는 범죄 조직의 수괴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 END ▶
◀ 스튜디오2 ▶
◀ 김의성 ▶
왜 진즉 이런 수사를 하지 못했을까요. 수사결과를 보면서 반가운 마음이 들면서도 사실 몇 십 년 전에 이루어졌어야 할 수사가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어서 안타까운 마음도 동시에 갖게 되네요.
◀ 주진우 ▶
기회는 여러 번 있었죠. 그때마다 검찰이 번번이 외면하고 말았습니다. 이번 검찰 발표에서 주목해야 달 두 가지 포인트가 있습니다. 반 헌법적, 조직적 범죄. 이 두 단어를 기억해야 됩니다.
◀ 김의성 ▶
반 헌법적이라는 말은 쉽게 이해가 가는데 이 조직범죄라는 말이 중요하다는 건 왜 그런 겁니까. 어떤 의미가 있는 거죠, 조직범죄?
◀ 곽동건 ▶
보통 기업에서 하는 일들을 놓고서는 잘 쓰지 않는 단어인데요. 흔히 일본의 야쿠자라든지, 남미의 마약 카르텔 같은 이런 범죄 장르에 쓰이는 단어입니다.
◀ 주진우 ▶
그렇습니다. 마피아, 조폭. 이럴 때 조직범죄 이야기하죠.
◀ 곽동건 ▶
네, 우발적이고 사적인 범죄가 아니라 여러 사람들이 아주 체계적으로 철저한 위계질서에 따라서 범죄에 동원됐을 때 쓰이는 단어입니다. 그리고 조직범죄 수사의 기본 중의 기본은 바로 두목, 우두머리를 잡는 겁니다. 실제로 검찰은 이번 수사발표를 하면서 이건 중간수사결과 발표다. 그리고 현재까지는 밝혀진 것이 이거다. 이런 식으로 표현을 계속 반복했습니다. 결국에는 앞으로 수사가 조직의 최고 우두머리를 향해서 계속 진행될 것이다. 이런 것을 암시하고 있다고 봐야겠죠.
◀ 주진우 ▶
우두머리를 잡지 않으면 조직범죄 수사에는 의미가 없습니다.
◀ 김의성 ▶
검찰이 삼성의 노조와해 공작을 조직적인 범죄라고 본 결정적인 이유가 있나요?
◀ 곽동건 ▶
네, 여러 가지 증거들이 있겠지만 그 중에 가장 시초가 되는 건 바로 이 문건입니다. 삼성이 만든 ‘S그룹 노사전략’ 문건인데요. 115쪽에 걸쳐서 ‘노조와해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나.’ 그 매뉴얼이 백화점식 종합판으로 총망라돼 있습니다.
◀ 양윤경 ▶
자신을 S그룹이라고 명명한 거, 삼성은 스스로가 자신을 S그룹이라고 명명한 거죠.
◀ 곽동건 ▶
네, 그렇죠. 삼성 스스로가 만든 문건에 ‘삼성노사전략’이라고 한 게 아니라 ‘S그룹노사전략’이라고 표기를 했습니다. 이 문건을 토대로 삼성이 얼마나 치밀하게 노조 파괴를 수행해 왔는지 제가 취재해 왔습니다.
◀ END ▶
◀VCR2▶
2011년 7월,
휴가 중이던 에버랜드 직원 박원우 씨의 집으로 갑자기 회사 간부들이 찾아왔습니다.
삼성 그룹의 지주회사인 에버랜드에 35년 만에 처음으로 노동조합 설립이 가시화된 시점.
◀박원우/당시 삼성 노조 준비위원(2011년 7월 8일)▶
"아유 어쩐 일들이세요. 근무들 안하시고?"
"얼굴 좀 보러왔지 뭘"
"얼굴을 왜 보러와요. 근무시간에? 노조 설립 막으려고 온 거예요?"
"무슨 노조 설립을 막아"
"김00 과장님은 왜 오셨어요?"
"얼굴 보러 왔죠"
사 측 간부들은 왜 근무도 내팽개치고 박 씨의 얼굴을 보겠다며 찾아왔을까.
◀박원우 지회장 / 금속노조 삼성지회▶
"근무시간에 근무복 차림으로 일반 사원의 가정집에 방문했다는 것 자체가 비상식적인 행동들이었고"
(그때 그러면 출근하던 상황은 아니었던 거죠?)
"네 제 휴무였습니다. 휴무였고 그날도 저희 노조 간부들과 긴급회의가 잡혀 있던 상황이었어요"
회사에서 멀리 떨어진 주택가에서 노조 관련 회의를 하던 밤.
어찌 알았는지 사 측 직원들은 이날도 어김없이 따라붙었습니다.
◀당시 삼성 노조원 (2011년 8월)▶
"뭐하러 오셨어요?"
"왜 왔어 왜?"
"아이 그만 찍으시고..."
"기다려 경찰 오니까 기다리라고 어?"
노조원들의 뒤를 밟는 수상한 차량.
◀박원우 지회장 / 금속노조 삼성지회▶
"저희 보자마자 라이트 꺼져 있는 상태로 달아나는 거예요. 그래서 아 저 차 진짜 맞는 거 같다. 의심스러워서 저희가 추적을 하기 시작하죠. 경적도 막 울리고 했는데 멈추질 않더라고
근데 비가 왔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더 속력을 내서 뭐 중앙선까지 침범해 가면서 계속 도망가는 거예요.“
노조를 만들었다가는 각오하라는 사실상 협박이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신념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매년 실시됐습니다.
◀2011년 7월 6일 에버랜드 반노조 신념교육▶
"노조가 생기면 필연적으로 따라붙는 외부세력 외부세력이 끼었을 때 어떤 일이 생기느냐?
어떻게 되었죠? 주문량 90% 급감
에버랜드 입장객 90% 급감!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삼성 에버랜드에 뭐 노조가 어쩌고 저쩌고 이런 얘기들 들어보신 분들 있으실 거에요. 특정, 특정 어느어느 단체가 하고 있다는 것도 사실은 알고 있습니다. 보고 있습니다."
이런 일들은 2012년 작성된 S 그룹 노사전략 문건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에서
만들어진 노조파괴 공식 매뉴얼입니다.
'노조 설립 상황이 발생하면 전부문의 역량을 집중해라',
'노조 설립을 주도한 문제 인력의 비위사실을 미리 채증해 징계하라'는 지침이 선명합니다.
이 지침대로 2011년 에버랜드에서 실행된 노조 와해 공작은 삼성의 노사전략문건에 모범사례로 기재돼 있습니다.
'노조 간부 책상에서 대자보를 발견해
노조 설립 움직임을 사전에 감지했다.'
'문제가 되지 않게 하려고 노조 설립 전에 주동자를 징계해고 했고,
특히 삼성전자서비스노조를 파괴하기 위해
삼성 그룹은 군사작전을 펼치듯
조직적으로 움직였습니다.
우선 삼성전자서비스에는
군대조직처럼 종합상황실을 설치해
운영했습니다.
신속한 정보 공유와 체계적인 대응으로
위기 상황, 즉 노조가 설립되는 상황의
조기 종료를 추진한다는 것입니다.
삼성전자에도
법률전문가를 팀장으로 하는
신속대응팀을 별도로 만들었습니다.
◀김수현 공공형사수사부장 / 서울중앙지검▶
"(삼성은) 노조에 대해 동원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방법을 사용하여 노조 와해 작업을 벌여왔습니다."
노조와해 매뉴얼인
S그룹 전략문건의 마지막 페이지.
◀음성 대독▶
"노조 설립 상황이 발생되더라도
절대 당황하거나 흥분하지 마시고
침착하게 대응하시기 바랍니다.
협조 체계를 구축하여
조기에 와해시켜주시기 바랍니다.
조기와해가 안될 경우 장기전략을 통해 고사화시켜 나가야 합니다."
'노조 고사화 전략',
말 그대로 말려 죽이겠다는 전략입니다.
이 전략대로 삼성전자서비스 측은
노조원들을 집중 표적 감사하고,
일감을 빼앗았습니다.
기본급도 없이
서비스 처리 건당 수수료만으로
돈을 벌어야 했던 노조원들은
일감이 없어 생활고에 시달렸고
표적 감사의 공포에 떨어야 했습니다.
결국 염호석, 최종범
2명의 노조원은 죽음을 선택했습니다.
고 염호석 씨의 마지막 월급은 41만원,
최종범 씨는 "너무 힘들다,
배고파 못살겠다' 는 메시지를
유언처럼 남기고 목숨을 끊었습니다.
◀김기수 조합원 / 삼성전자서비스 천안센터 수리기사▶
"제일 두려웠던 게 뭐냐면 월급이에요. 제일 중요한 게 자기 (고 최종범 씨) 어머님이 치매가 걸리셨어요 그 병원비를 아마 종범이가 많이 치료비로 내는 걸로.. 그런 압박감 속에 (표적) 감사로 인해서 내가 어떻게 잘못되면 우리 어머님은 어떻게 하고 우리 식구는 어떻게 할까."
'고사화 전략'의 결과였습니다.
2명이 목숨을 잃은 뒤,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원들은
협상을 통해 드디어 남들처럼
기본급이라는 것을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동종 업계 평균보다
30만원 적은 월 120만원의 기본급,
여기에 상여금과 각종 수당도 없이
가족수당만 받는
형편없이 낮은 조건이었습니다.
삼성 측은 이렇게 해서
1년에 241억원을 아꼈다며
이같은 조건의 단체협약 체결은
회사 측의 완승이라고 자평했습니다.
그러면서 삼성은
노조 고사화 전략을 자문해 준
노무사 1명에게 4년 동안 13억 원을
지급했습니다.
삼성전자서비스가
노조에 완승을 거둬 241억원을 아꼈다고
스스로 평가한 2014년,
삼성전자는 25조 원의 영업 이익을 올렸습니다.
◀ END ▶
◀스튜디오3▶
◀김의성▶
이게 우리나라 최고의 대기업, 세계 초일류 기업의 모습입니까? 동종업계 기본급은 150만원인데 자기들은 30만원 깎아서 120만원으로 했다고 그렇게 좋아했단 말이죠?
◀곽동건▶
네, 심지어 그 전에는 기본급조차 없었습니다. 서비스 처리 건당 수수료로 임금을 받아야 했고요. 그리고 수리를 나갈 때 회사에서 차를 지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차량도 자기 돈으로 사야 했고, 기름 값도 자기가 부담을 해야 했던 거죠. 심지어 노조원 염호석 씨가 목숨을 끊자 담당 센터장은 이걸 노조와해 실적이라면서 노조 탈퇴자, 그린화 1명. 이렇게 윗선에 보고하기도 했습니다.
◀주진우▶
노조에서 탈퇴시키는 것을 ‘그린화’라고 얘기했거든요.
◀양윤경▶
다 좋은 말만 써요. ‘그린화’, ‘엔젤’. 이런 엔젤이 어디 있습니까. 사람 죽이는 엔젤이 어디 있습니까.
◀김의성▶
그런데 말입니다. 아까 보여주셨던 삼성S그룹전략문건. 그게 최근에 공개된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곽동건▶
네, 맞습니다. 2013년에 공개됐으니까요. 벌써 5년 전이죠.
◀김의성▶
그 당시 이 문건에 대해서 수사가 제대로 들어가서 지금처럼 결과가 나왔다면 염호석, 최종범 씨 같은 그런 끔찍한 죽음들은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요?
◀곽동건▶
네, 그렇습니다. 이렇게 크고 중대한 사건을 수사하면서 가장 기초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는 압수수색, 이것조차도 박근혜 정부의 검찰과 노동부는 하지 않았습니다.
◀주진우▶
문건이 나왔잖아요
◀곽동건▶
네, 심지어 제가 아까 보여드렸던 이 ‘S그룹전략문건’이 삼성이 작성한 걸로 볼 수 없다면서 무혐의처분까지 내렸는데요. 그 무혐의처분의 이유를 살펴보면 황당함을 넘어서 어떻게든 삼성을 봐줘야겠다. 어떻게든 삼성을 봐주겠다는 그 간절함까지 읽힐 정도입니다.
◀ END ▶
◀VCR3▶
심상정 의원이 노조파괴 매뉴얼인
S그룹 전략문건을 공개했을 때
삼성은 자신들이 만든 문건이 맞다고
인정했습니다.
◀심상정 국회의원 / 정의당▶
"당시에 (삼성) 임원급에서 ‘그거 우리 거 맞다. 다만 그것은 노조를 무력화하기 위해서 그런 것이 아니고 삼성의 조직문화를 혁신하기 위해서 교육한 자료다.’ 이렇게 답을 했어요."
엄청난 충격과 논란이 일었고
박근혜 정부의 노동부도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그런데 당시 S그룹 전략문건을
직접 수사한 서울노동청은
이 문건은 삼성의 문건이 아니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삼성이 처음엔 순순히 작성 사실을
인정한 걸 보면 감추려는 의도가
없었던 것 같은데,
일주일 뒤엔 아니라고 부인했으니
진짜 삼성 것이 아닌 것 같다는 겁니다.
◀심상정 국회의원 / 정의당▶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이죠. 노동부든 검찰이든 일단 삼성에서 처음 인정한 바가 있어요. 그런데 말을 바꿨잖아요? 말을 바꾼 것을 증거로 의심하지 않고."
두번째 이유는
문건 전체를 삼성에서 만들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
조사를 받은 삼성 직원들이
자신들이 작성한 문건이 맞다고 시인했지만 일부 페이지는 사후에 수정된 것 같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직원들이 일부는 처음 본다고 하니
전체가 다 삼성이 만든 문건이 아니라는 게 노동부의 논리였습니다.
문건을 최초 공개한
심상정 의원 측에서 문건 제공자를 밝히지
않는 것도 이 문건이 삼성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봤습니다.
◀심상정 국회의원 / 정의당▶
"저희가 조금만 (제보자에 대해) 언급을 해도 금방 제보자가 확인될 수 있고 그러면 삼성에서 (제보자를) 가만 안 두겠죠?"
삼성의 편에 선
당시 박근혜 정부의 노동부에서는
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
◀☎ 당시 노동부 관계자▶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 방안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의견을 내셨더라고요..)
"네.. 기억이 안 나네요."
◀☎ 당시 ‘S전략 문건’ 노동부 수사 담당자▶
(통상 이런 사건 하면 압수 수색해서 증거 확보하는 건 당연한 일처럼 보이는데 안 하셨던 특별한 이유 같은 게 있으실 거 같아서)
"그 과정에 대해서 말씀드리는 게 좀 적절하지 않아 보입니다.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검찰에서.."
또 다른 노동부 내부 문건,
당시 "검찰이 수사 속도를 조절하자는
의견을 냈다"는 표현까지 등장합니다.
박근혜 정권의 검찰은 시간을 끌었고,
노동부는 삼성의 노조파괴 행위에
이렇게 면죄부를 줬습니다.
이렇게 묻힐 뻔했던 삼성의 노조파괴 범죄는 삼성의 든든한 우군이었던 박근혜 정부가 몰락하면서 다시 세상에 드러나게 됐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소유의 회사 다스의 소송비를 삼성이 대신 내준 사건을 수사하던 검찰이 6천 건의 노조파괴 문건을 발견한 것입니다.
그리고 2012년의 S 전략문건을 발전시킨
2013년 판 노조탄압 전략문건까지
삼성의 컨트롤타워인 이재용 부회장 직속
미래전략실에서 발견됐습니다.
◀미래전략실 작성 노조파괴문건 中▶(음성대독)
"노조가 생기고 나면 와해시키기 어렵고
경영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만큼
사전예방만이 최선입니다."
이재용 부회장과 이부진 사장 등
오너 일가가 노조파괴에 개입한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 검찰은
지난 17일 삼성그룹의 지주회사였던
에버랜드를 압수 수색했습니다.
검찰이 삼성 오너의 노조파괴 개입을 확인하기 위해 신병을 확보하려 하는 1순위 핵심 인물은 경찰 출신의 삼성 미전실 인사지원팀 강경훈 부사장.
검찰은 강경훈 부사장을
노조 파괴의 핵심인물로 지목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역시 이를 기각했습니다.
◀ END ▶
◀스튜디오4▶
◀김의성▶
예, 삼성의 노조와해 수사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 것 같습니다. 어렵게 여기까지 왔는데 앞으로 추가 수사, 유심히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꼭 눈여겨봐야 할 인물처럼 보이는 사람이 마지막 화면에 등장했네요?
◀곽동건▶
네, 딱 한 명을 집자고 하면 바로 삼성 미래전략실에 있었던 강경훈 부사장입니다.
주 이분 중요합니다. 강경훈, 기억해야 됩니다.
◀김의성▶
아, 그래요? 이거 어떤 인물이죠?
◀곽동건▶
네, 강경훈 부사장은 경찰대 출신인데요. 90년대 초반까지 경찰에 몸을 담았다가 삼성으로 옮겨 와서 노무관리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인정받아서 그룹의 핵심층까지 승승장구한 인물입니다. 뭐 차기 삼성전자 대표이사로 거론되기까지 했다고 하니까요.
◀주진우▶
실제로 강경훈 부사장은 경찰청장은 오라가라고 할 만큼 막강한 힘을 휘둘렀습니다.
◀곽동건▶
네, 그런데 왜 검찰이 이 강경훈 부사장을 특히 주목하고 있냐. 그건 바로 강경훈 부사장 뒤에 숨겨져 있는 인물들 때문입니다.
◀주진우▶
그렇죠.
◀김의성▶
또 누가 있어요, 뒤에?
◀주진우▶
강경훈 부사장을 수사해야 그 윗선을 잡을 수 있습니다. 그 수사의 실체도 밝혀집니다. 누가 지시했는지 꼭 알아내야 될 거 아닙니까.
◀곽동건▶
네, 그래서 이번 수사에서 검찰이 이미 강경훈 부사장에 대해서 구속영장 청구를 한 바가 있고요. 그런데 법원이 이걸 기각한 거죠.
◀주진우▶
이 노조와해수사, 삼성의 노조와해 수사의 결정적인 장면이라고 저는 보는데요. 이 영장 기각은 단순한 기각이 아니었습니다.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곽동건▶
네, 법원의 판단으로 강경훈 부사장이 구속을 피하게 되면서 사실은 위기에서 벗어난 다른 인물들이 있다고 말씀을 드릴 수가 있는데요.
◀김의성▶
바로 그 윗선이
◀곽동건▶
네, 이 영장 기각이 삼성에게는 어떤 효과를 안겨다 줬는지, 그리고 강경훈 부사장 뒤에 있는 인물들의 실체는 무엇인지.
◀주진우▶
실제 로얄 패밀리하고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도
◀곽동건▶
네, 그 얘기를 다음 시간이 또 전해드리겠습니다.
◀김의성▶
아, 이 두 분 기자가 모두 다 다음 시간에 공개할 이 핵심 인물들을 가지고 저희들을 기대감을 한껏 상승시켜 놨는데
◀주진우▶
네, 엄청 기대됩니다.
◀김의성▶
네, 다음 시간 한 번 기다려 보겠습니다. 삼성의 노조파괴공작. 그 정점에 있는 윗선까지, 끝까지 취재 부탁드리겠습니다. 곽동건 기자 수고했습니다.
◀김의성▶
이번 삼성노조와해 수사에서 검찰은 꽤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습니다. 그동안 삼성과 노조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불공정한 게임을 해왔다. 기울어진 운동장 아래에서 노동자는 삼성을 절대 이길 수 없다는 말입니다.
◀주진우▶
스트레이트는 이번에도 삼성을 이야기합니다. 삼성을 다룰 때면 재미없다. 경제에 부정적이다. 그리고 사회적으로 어둡다. 이런 반응이 뒤따라 옵니다. 악플도 많이 달립니다. 네. 그리고 후속 기사도 안 나오고요. 그래도 해야 됩니다. 삼성한테 언론이 입도 뻥긋 못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거의 모든 언론이 삼성에 얘기를 못합니다. 그래서 삼성은 초 헌법적인 단체가 되어서 이 사회를 어지럽히고 있습니다. 우리 스트레이트는 삼성의 비리에 관해서는, 그리고 삼성을 비호하는 언론과 사법농단세력에 관해서는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부러질지언정 굽히지 않겠습니다.
◀김의성▶
끈질긴 추적 저널리즘,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저희는 다음 시간에 인사드리겠습니다.
◀ END ▶
양윤경 / yangyang@mbc.co.kr
곽동건 / kwak@mbc.co.kr
[스트레이트 풀워딩]
◀스튜디오▶
◀김의성▶
안녕하십니까. 스트레이트의 김의성입니다.
◀주진우▶
안녕하세요. 주진우입니다.
◀김의성▶
주진우 기자
◀주진우▶
네.
◀김의성▶
닷새 뒷면 또 중요한 이벤트가 하나 열리죠?
◀주진우▶
그렇습니다.
◀김의성▶
네, 이번 금요일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선고공판이 열리는 날입니다. 횡령과 뇌물수수 등 일부 경제범죄에 대해서 최초로 사법부의 심판이 내려지는 날인데요.
◀주진우▶
검찰이 20년을 구형했습니다. 그런데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제범죄 중 아주 작은 부분을 수사해서 기소한 것일 뿐입니다. 아직 사대강, 자원외교에서 비롯된 막대한 국부 유출, 그리고 막대한 비자금의 행방을 쫓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김의성▶
아, 정말 갈 길이 머네요.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의 범죄는 이런 경제범죄에 국한된 게 아니지 않습니까?
◀주진우▶
그렇습니다. 경제범제 이외에 권력을 이용한 정치범죄, 그리고 특별히 인권을 침해하는 불법사찰. 이 부분에 대해서 수사가 이뤄져야 합니다. 사람을 몰래 붙여서 미행하고 협박하고 감시하는 이런 범죄에 대해서, 꼭 수사해야 됩니다. 이명박 청와대에서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 했습니다.
◀김의성▶
근데 사실 이런 일에 피해 당사자 중의 한 명 아닙니까. 주진우 기자가.
◀주진우▶
아, 특별히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저한테 관심을 많이 주셔 가지고 저를 특별히 관리해주셨어요. 그래서 저의 사생활은 거의 송두리째 파헤쳐졌었는데, 제가 뭘 하는지, 누구를 만나는지 관심이 많더라고요. 근데 특별히 정보시장을 이렇게 돌아다니다 보면 제 가족에 관한 정보가 나옵니다. 그러면 굉장히 고통스러웠어요. 그래서 집에 못 들어가고 다른 데에서 생활하고 그러기도 했었어요.
◀김의성▶
그러면 또 가정불화가 있다. 이런 식으로 소문내고 말이죠?
◀주진우▶
네. 아주 적나라하게 나와 가지고요. 아, 좀 힘들었습니다.
◀김의성▶
양윤경 기자. 이렇게 이명박 정부가 민간인에게 가한 조직적인 미행과 감시, 그 수상한 흥신소 활동을 취재해 오셨다고요.
◀양윤경▶
예, 그렇습니다. 그 흥신소의 이름은 다들 아마 익숙하실 공직윤리지원관실입니다. 들어들 보셨을 텐데요. 공직자뿐만 아니라 민간인의 미행과 사찰까지 전담했던 부서 이름입니다.
◀김의성▶
민간인 사찰 문제는 이미 김종익 씨를 비롯해서 우리가 널리 알려진 내용도 꽤 있지 않습니까?
◀양윤경▶
예, 그렇습니다. 이미 공직윤리지원관실이라는 이름과 불법사찰에 대한 보도는 많이 들어보셨을 텐데요. 따라서 어쩌면 둔감해지셨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희 스트레이트는 이와 관련한 검찰 수사기록 전문을 입수했는데요. 거기를 보면 인권유린의 실태가 얼마나 끔찍하고 야만적이었는지. 주진우 기자께서는 유명인이시고 또 많이 견제를 당했던 분이었기 때문에 어쩌면 여러분들께서는 이런 분들만 미행을 당할 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정말 평범한, 일반 시민들도 미행을 당하고 또 그것을 접했을 때의 그 충격 같은 것은 보지 않고서는 상상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 END ▶
◀ VCR 1 ▶
미행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챈 건
배정근 씨가 경기도 양주에 있는 집을 나서서
서울로 가는 두 번째 톨게이트를 지날 때였습니다.
◀배정근 씨(미행 피해자)▶
"제가 이렇게 하이패스를 통과했는데 그 차가 하이패스에서 딱 멈춘 거야. 뒤에서, 보니까. 그런데 가다 보니까 또 비슷한 차가 내 뒤에 와 있는 거야 벌써. 딱 느낌이 아주 이상했어요. 차 자체가 따라붙는 게"
속도와 차간격을 조절하며 따라오는
진갈색의 53허1177, 렌터카였습니다.
아무래도 이상하다 싶었던 배정근 씨는
자신이 지리를 잘 아는 곳으로
행로를 급히 바꿔보기로 했습니다.
◀배정근 씨(미행 피해자)▶
"(원래는) 이렇게 해서 여의도로 국회로 가는 길이지 이게. 근데 여기서 내가 그냥 일산으로 빠진 거야, 일산 IC로" (아, 일부러) "그렇지. 일부러 / 내가 그걸(미행인지) 테스트하기 위해서 / 이제 가장자리로 이렇게 빠지니까.."
뒤따르던 차도 갑자기 빠르게 방향을 바꿔
같은 길로 빠지는 걸 본 배정근 씨.
미행을 확신했습니다.
대체 누가 날 쫓아오는 걸까.
한 번만 더 확인하자는 생각에
맨 처음 보이는 주유소에 일단 들어가
차를 세웠습니다.
◀배정근 씨(미행 피해자)▶
"주유소가 이 주유소. 이 정도에서 이렇게 일부러 기름을 넣는 것 같이 딱 해봤는데 내가 이제 백미러로 보니까 저쪽 모서리에 차를 딱 대놓고 있더라고. 벽 쪽에 딱 붙어 있는 거야. (기름을) 안 넣고 출발을 한 거야 여기서 다시"
누가 미행하는지 알아내야겠다고 결심한
배정근 씨는 바로 근처에 있는 동료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배정근 씨(미행 피해자)▶
"너 따라와서 차로 막아라 이렇게 이제 얘기를 했던 거죠"(전화로)"네 전화 통화 하면서./ 가깝게 따라 붙어라, 그 차를"
2-3분을 더 달리다, 뒤따라 모퉁이를 도는
미행차량을 동료 차량과 함께 막아섰지만
1차 시도는 실패.
◀배정근 씨(미행 피해자)▶
"이렇게 빠른 속도로 내가 돌은 거야 이렇게. (그 차는) 뒤에 딱 따라온 거야. (동료가) 카니발로 딱 막으니까 그 사이를 비집고 여기로 다시 튀어나간 거예요"
이제 배정근 씨가 눈치챘다는 걸 미행차량도
알게 된 상황.
쫓고 쫓기는 입장이 뒤바뀐 채
왕복 6차선 도로에서 추격전이 벌어졌습니다.
◀배정근 씨(미행 피해자)▶
"카니발하고 나하고 이렇게 뒤에 추격을 해서 어디서 잡았냐면 여기까지 왔는데 그 때 마침 이 신호가 파란 신호였어요. 이 신호를 넘으면서 카니발로 틀어막은 거야"
도로 한복판에서
먼저 동료의 차가 미행차량 앞으로 돌진해
가로막았고, 뒤에선 배정근 씨의 차가 퇴로를 막았습니다.
통행량이 많은 평일 오후 2시.
뒤에 오던 차량들이 뒤엉키면서
차도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배정근 씨(미행 피해자)▶
"내가 내려서 트렁크를 열어서 골프채를 가져와서 유리창을 막 두드렸어요. 깬다고. 그렇게 했는데도 불구하고 안 내려. 두 사람이 끝까지 안 내린 거야. 지나가는 사람들이 이제 차 다 엉키니까 경찰에 신고를 한 거야. 그래서 경찰차가 왔는데"
경찰이 왔으니 이제 누가 왜 자신을 미행했는지 알 수 있겠다 싶었던 배정근 씨는 그러나
이어지는 상황에 말문이 막혔습니다.
◀배정근 씨(미행 피해자)▶
"(경찰이) 신분증 이제 내라 그래서 냈더니 그걸 조회를 했는데 네 분 다 이상이 없으니까 그냥 가시오 말 한 마디만 딱 하더라고. 아 이게 뭐가 있구나. 그 때 알게 된 거야.
도로 한가운데서 난리통이 났는데
경찰의 대응이 너무 부자연스러웠다는 겁니다.
◀배정근 씨(미행 피해자)▶
"교통이 얽히거나 고의적으로 그렇게 했으면 아 뭐 파출소나 경찰서 가서 조사받고 다 해야할 거 아니에요. 그렇죠? 그렇게 안 하는 거 보면서 이게 정권 측면에서 뭐 다른 일이 있구나. 왜, 나는 직감적으로 느낀 게 그 당시에 뭐 노동법 반대하고 다 내가 반대 투쟁만 했으니까"
배정근 씨는 당시
공공부문 노조연맹의 위원장.
이명박 대통령의 민영화와 구조조정 기조에
대립 각을 세우던 때였습니다.
특히 한달 전 이 대통령이
공기업 선진화 워크숍에 참석하기 위해
과천정부청사를 찾았던 날,
청사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이끌었습니다.
미행이 정부 소행이라는
배정근 위원장의 직감은 맞았을까.
미행에 실패한 직후 작성된 보고서가
<스트레이트>가 입수한 문건에서 발견됐습니다.
"12시25분, 배정근위원장이 양주시의 자신의 집을 나서서 500미터 지점에 있는 중국집에 들어가 12시53분까지 40대 중반의 여자 1명과 같이 식사"
"식사 후 여자는 은비색 12모0000차량으로 이동했는데 차주는 처인 000로 판명"
차로 따라오기 전부터 이미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었던 겁니다.
"배정근이 식사 후 이동하다 12시57분경 일산 IC를 빠져나와 백마주유소에서 정차"
"30대 중반의 머리에 기름을 바른 신사형 남자가 검은색 밴을 몰고와 000이 탄 차를 가로막았는데"
"마두지구대 소속 경찰 4-5명이 출동"
"000이 경찰에게 귓속말로 '나도 경찰이다, 저 친구들은 노조활동을 하는 사람들인데 확인할 것이 있어 따라붙었다'고 말함"
귓속말로 미행을 인정한 인물은 실제로
공직윤리지원관실로 파견된
현직 경찰이었습니다.
◀배정근 전 한국노총공공연맹위원장(미행 피해자)▶
"사람이 자기를 미행한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아주 불쾌한 거고 속된 말로 하면 기분이 참 더럽죠."
배정근 씨는 이후에도
노조위원장이 골프를 친다는 등 출처 불명의
공격에 시달리다 결국 노동운동을 그만뒀습니다.
◀배정근 전 한국노총공공연맹위원장▶
"권력하고 붙어서 싸워서 이기는 사람들 그렇게 많지 않잖아요./ 평생 내가 몸 바쳐서 일을 했던 게 노동운동인데 그걸 접게 된 부분에 대해서 너무 마음이 아프다.."
---
미행당하고 있다는 걸 눈치채면 그나마 다행일까.
절대 다수는 아침부터 밤까지 누군가
자신을 따라다니며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사찰을 당합니다.
하지만 기록은 남았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 만 2년 뒤인
2009년 12월에 작성된 문건입니다.
"크리스마스 기간인 12월 23일부터 감찰했다,
마포 삼부골드타워에 5천만 원짜리 방을 얻어 살고 여자문제는 없다,
23일 잠시 외출해 장갑과 여자 귀고리를 샀다"
미행하며 몰래 지켜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구체적인 내용들입니다.
"1시간 일찍 퇴근해 장갑 등을 갖고 춘천 자기 집으로 가서 외출도 안 함"
가족이 사는 강원도 춘천까지
따라붙었다는 말입니다.
미행 대상은 이명박 정부의 노동정책에
날을 세웠던 이인상 당시 인력공단노조위원장.
이인상 씨는 <스트레이트>의 취재를 통해서야
누군가 자신을 따라다니며 지켜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이인상 전 산업인력공단노조위원장▶
“진짜 무서운 사람이네.. ‘장갑 등 선물을 가지고 곧바로 춘천 집으로 갔다’, 이 장갑 사는 거 하며 그 다음에 그 선물 산 게 이게 귀고리인지 장갑인지 이것도 가서 확인했다는 얘기 아니에요. ‘춘천 집으로 갔다’, 그럼 춘천 집으로 가면 이 사람이 따라왔다는 얘기죠. 집에 가서는 외출도 하지 않았다. 그럼 외출 안 했단 얘기는 계속 지켜봤다는 얘기 아닙니까”
이인상 씨는 당시 민간인 사찰을 수사하던 검사의 연락은 받았지만, 미행 사실은 전해 듣지도 못 했고 오히려 상황을 훨씬 축소해서 전달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이인상 전 산업인력공단노조위원장▶
“이렇게 얘기 안 했어요. (검사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투로 말씀하셨어요. 웃으면서 크리스마스 이브날 케익을 사들고 집에 들어갔다는 얘기라고. 검사도 나한테 거짓말 한 거죠. 아..만약에 이런 내용을 그 당시에 알았다면 전 바로 (검찰청으로) 쫓아갔을 거예요”
//////////////////////////////
◀스튜디오▶
◀김의성▶
내가 어딜 가서 누굴 만나서 무얼 먹는 지까지 분 단위로 이렇게 깨알 같이 감시된다고 생각하면, 정말 끔찍한데요. 일상생활이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주 기자, 어떻게 보셨어요.
◀주진우▶
아, 저도 감정이 다시 북받쳐 오르는데요. 저렇게 감시를 받으면 일상이 망가집니다. 사람이 피폐해져요. 내가 누구를 만나서 어떤 얘기를 해야 되는 건지. 이게 다 감시되는 건지. 그래서 전화를 해도 되는 건지, 가족과 밥을 먹어도 되는 건지, 모든 것을 다 고려하게 됩니다. 그래서 주위를 두리번거리게 되고요. 계속해서 불안해하게 됩니다. 그래서 일상생활도 어려운 데다가 하는 일도 마찬가지죠. 그래서 이명박 정권에서는 미행하는 사실을 일부러 흘려서 사람을 위협하기도 했었습니다. 그게 전략이었습니다.
◀김의성▶
아, 그러니까 스스로 자기 생활에 대한 검열까지 하게 만든다. 그런 얘기군요. 야, 정말 끔찍합니다. 그런데 이 미행 당했던 걸 현장에서 알아채고 자기를 미행했던 사람을 잡기까지 했던 이 배정근 씨, 그 뒤에 어떤 일이 벌어졌습니까.
◀양윤경▶
미행자들을 배정근 씨가 붙잡고 나서 또 경찰이 풀어줘 버리는 그런 소동을 겪고 나서 배정근 씨에게 찾아온 인물이 있었는데요. 청와대의 이영호 고용노사비서관이었습니다. 여러분들께 유명한 그.
◀김의성▶
네, 바로 그, 그 이영호..
◀양윤경▶
바로 그 이영호.
◀김의성▶
저희가 몇 주에 걸쳐서 계속 이분이 출연하셨는데, 이명박 대통령의 뜻이라면서 쌍용차 폭력진압 개입했던 사람 아닙니까?
◀주진우▶
그렇죠. 몸통이다. 몸통이다. 사실 이분은 이명박 대통령한테 직보 하던, 정말 실세 중의 실세였어요.
◀김의성▶
근데 이영호 비서관은 그 불법 미행을 당했던 이 배정근 씨를 만나서 무슨 얘길 한 겁니까. 뭐 사과라도 했나요?
◀양윤경▶
아, 그럴 리가 없죠. 입을 막으려고 찾아온 겁니다. 이영호 비서관은 배정근 씨에게 당신이 골프를 치는 사실을 알고 있다. 우리가 자료 파기할 테니까 당신도 언론 인터뷰를 하지 말아라.” 라고 해서 입을 막은 겁니다. 한 마디로 사실 협박을 한 건데요.
◀김의성▶
아니, 노동자는 골프 치면 안 됩니까? 참. 이런 걸 가지고 협박하고 거래하는 데에 이용한 거, 이거 다 조폭들 수법이잖아요. 이거 어떤 사람들이 이런 딜을 하는 겁니까?
◀양윤경▶
공직윤리지원관실에 파견된 공무원 중에선 경찰과 검찰 수사관이 가장 많았고요. 국정원, 그리고 기무사 정보요원, 국세청, 금감원에서 파견된 전문가들이 이른 바, 청와대 흥신소에 대거 흥신소 직원으로 포진했습니다.
◀김의성▶
그런데 이명박 청와대는 왜 이, 그야말로 정보 분야의 핵심적인 역량들을 다 끌어 모아서 왜 개인의 사생활, 약점 캐는 것, 이런 걸 하는 데에 목을 매단 건가요?
◀양윤경▶
이명박 전 대통령은 취임 1년 여 만에 아시다시피 노무현 대통령 서거와 광우병 쇠고기 촛불집회라는 정국적인 위기에 직면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조직된 건데요. 이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임무는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한 가지는 ‘전 정권 청산’, 그리고 두 번째는 ‘호남 인사 씨 말리기’였습니다.
◀ END ▶
◀ VCR 2 ▶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6일 뒤 영결식.
◀백원우 전 민주당 의원▶
"어디서 분향을 해! 이명박!"
"살인자.. 이명박은 살인자!"
영결식 이틀 뒤 작성된 문건입니다.
제목:
<노무현 전 대통령 자살 관련 정국 분석>.
"노 전 대통령은 호남/좌파의 충실한 어릿광대였다, 성질 급한 경상도 기질을 이기지 못해 자살했다,
출세욕에 사로잡힌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현 정부에도 잘 보여 출세하고자
'잔치레기' 아닌 '대물'을 건드렸다"
그리고 노 전 대통령 서거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불리할 수 있지만
"외부는 북한 핵 위기, 내부는 박근혜의 한계라는 2가지 여건 때문에 다행"이라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의 국장을 불허하고
김대중 대통령의 추도사 낭독까지 막았던
이명박 정부의 속마음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습니다.
흥신소의 제1 임무는
전 정권의 완전 소탕이었습니다.
전국에 생중계된,
이명박 대통령으로선 모욕적이었을 이 사건으로 백원우 당시 민주당 의원은
청와대 흥신소의 사찰 1순위가 됩니다.
영결식 약 3주 뒤 작성된 '보고할 사항' 문건입니다.
"노 전 대통령 영결식장에서 VIP께 고함 질렀던 백원우를 비롯해 이에 동조한 사람들의 리스트를 가지고 오라고 독촉. 이 리스트에는 향후 추진계획까지 작성 필요"
향후 이들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계획까지 제출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사찰 대상은 백원우 전 의원을 비롯한
사건 당사자에 국한되지 않았습니다.
"백원우 준동에 가담한 사람들 명단을 파악,
백원우와 그 친인척, 보좌진, 후원자 등에 대한 활동계획을 작성해서 보고."
백 전 의원의 약점을 잡기 위해
친인척까지 뒷조사하라는 겁니다.
'일거리'라는 제목의 또다른 문건 속
증권협회장 사찰 지시 사유는 단 하나.
"증권협회 회장이
사람 모이는 곳마다 노무현이 참 안되었다는 식의 발언을 한다, 이런 놈 잡아야 군기가 잡힌다"
고인을 애도하는 발언조차
사찰의 이유가 된 겁니다.
전 정부와 연결고리만 있다면 흥신소의 칼날은 날아들었습니다.
3대 과제 중 하나는
"정권 말기에 대못질한 코드인사 중 MB 기조에 저항하는 인사에게 사표제출을 유도한다"는 것.
필요할 경우 감사관실을 동원하겠다,
즉 약점을 캐겠다고 돼 있습니다.
실제로 사표 미제출자 60명에게 순차적으로
사표를 받아내, 이 전 대통령 취임 첫 해
8월 21명에 이어 9월까지는 39명이, 그리고
10월엔 1명을 제외한 59명이 사표를 낸 걸로
기록됐습니다.
◀정두언 전 국회의원▶
"공직윤리지원관실이라는 게 이제 어떤 의도로 만들어지냐면 소위 말해서 좌파정권 DJ정부, 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사회에 심어진 곳곳에 심어진 좌파들을 색출해서 쫓아내야 된다는 의도를 가지고 만들어진 거예요. 공직윤리도 그야말로 윤리의 윤리가 아니라 좌파척결, 그걸 윤리로 보고 그걸 내세운 거고"
전 정권 청산과 동시에 진행된 건
호남 출신 뿌리뽑기였습니다.
2008년 서울 광화문 촛불집회 당시
치안을 담당한 서울경찰청 경비부장의
사찰 보고서입니다.
"전남 장흥 출신.
"호남 출신으로, 현 정부에 심정적으로 우호적이지 않고, 몸을 사린다는 평.
촛불집회시 작전 혼선을 빚고 무능함을 드러내
서울청장이 교체해 달라고 요구한 바 있음"
호남 출신이라 이명박 정부 아래선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촛불집회를 제대로 진압하지 못했다며
경비부장 교체를 요구한 서울청장은
이듬해 6명이 목숨을 잃은 용산참사 진압을
지휘한 김석기 씨.
촛불집회 5번 만에 241명을 연행해 사법처리한
모범사례로 꼽혔지만,
경비부장과 달리 어느 지역 출신이라는 정보는
따로 밝히지 않습니다.
<스트레이트>가 입수한 문건을
모두 검토한 결과,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 가운데
호남 출신들만 고향이 괄호 안에 명기돼 있었습니다.
심지어 청와대의 한 행정관이 점심을 제안하자
이 행정관의 출신과 행시 기수, 나이 등을
조사한 뒤 "처가는 포항이고 West, 서쪽,
즉 호남은 아니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점심 약속 상대의 처가가 호남인지 아닌지까지
따진 겁니다.
17대 대선의 지역별 득표율은
경제대통령을 내건 이명박 후보가
수도권을 포함한 전 지역에서 압도적이었습니다.
단 한 곳, 호남지역만 예외였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 2008년 2월 25일
"대한민국의 선진화를 이룩하는 데에 나와 너가 따로 없고, 우리와 그들의 차별이 없습니다. 협력과 조화를 향한 실용정신으로 계층갈등을 녹이고 강경투쟁을 풀고자 합니다."
협력과 조화를 강조했던 이 전 대통령의 약속은 정부 안에서부터 무너져 내렸습니다.
"대덕연구개발특구 이사장 강모씨는 광주 출신인데 호남만 죽어라고 챙긴다고 한다, 따라붙어 짤라라"
"농식품부 내 호남인맥 긴급정리 조치 필요"
문건에서 흔히 발견되는 표현들입니다.
◀정두언 전 국회의원▶
"지역 감정이라는 게 원래 야만적인 거지. (옛날에) 청와대에서 이제 기관장한테 (공식적으로) 내려왔는데, 지금 강남에 파출부들이 호남 출신 파출부들이 다 일하는데 그게 다 정보요원으로 일하고 있다, 정보를 다 빼고 집안에서 뭐를 다 빼고 있다 그러니까 각별히 조심해라. 얼마나 기본적인 사고 형식이 단순무식하고 야만적인.."
검찰은 수사 보고서에서
공직윤리지원관실 인적 구성에 대해
42명 가운데 4명이 호남,
압도적인 29명이 영남출신이라고 밝혔습니다.
국민 화합을 위해 노력해야 할 정부가
국민 분열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 END ▶
◀스튜디오▶
◀김의성▶
네, 공직윤리지원관실이라는 거창한 이름이 참 창피할 따름입니다.
◀주진우▶
윤리라는 이름을 붙였어요.
◀김의성▶
도대체 이 사람들한테 윤리라는 거는 어떤 뜻일까요?
◀주진우▶
윤리란 반대파 척결을 의미합니다. 사전적 의미로, 그들에겐.
◀김의성▶
단순히 호남 출신이라서 뒷조사를 하고 내쫓았다는 건 정말 기가 막힌 일입니다.
◀주진우▶
이명박 시대에는 그랬습니다. 제가 이명박 시대 때 측근들, 핵심 측근들이 모이는 자리에 갔는데 고향을 대뜸 물어보더라고요. 그래서 대구냐고. 대구가 아니라고 했더니 왜 여기 왔냐고 이런 식으로 쳐다봤는데 옆에 있는 분이 어머니가 대구입니다. 이렇게 해서 그 자리에 들어갈 수 있었던 에피소드도 있었습니다.
◀김의성▶
그때도 이미 21세기인데 정말 이 사람들 머릿속에 뇌 구조가 어떻게 돼 있는지 궁금하네요.
◀주진우▶
이명박 정부 핵심 측근들의 뇌 구조는 그저 돈뿐입니다. 돈이 모든 부분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정치도, 정책도 모두 돈과 연결됩니다. 나머지 빈자리에 하나씩, 조금씩 들어가 있는 게 좌파척결. 그리고는 호남 배격. 이렇게 이루어졌습니다.
◀양윤경▶
네, 뿐만 아닙니다. 확인된 문건 중에서는 이런 내용도 있었습니다. 각 부처에 말 안 듣는 실국장이 한 명씩 있다. 그런 말이 내려왔다고 하니까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각 부처 별로 전담을 한 명씩 파견해서 미리 약점을 한 명씩 잡아놓고 만일의 사태에 이용하게끔 정보를 모으자. 라는 지시 내용도 있었습니다.
◀김의성▶
기가 막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국정원이 댓글 감시하죠. 기무사가 계엄 문건 만들죠. 경찰들도 시민 사찰하죠.
◀주진우▶
군도 그랬죠.
◀김의성▶
심지어 공직윤리지원관실이라는 거창한 이름 달고 민간인 사찰하고.그런데 양윤경 기자. 이번 취재 과정에서 이 공직윤리지원관실에 깊숙이 개입한 그보다 더 핵심 인물, 더 윗선에 있는 인물을 직접 만났다고요?
◀양윤경▶
네, 그렇습니다. 청와대 흥신소에 깊숙이 개입해 있던 이명박 정권의 최고 실세를 직접 만났습니다.
◀주진우▶
아, 이분은 지금 모든 기자들이 쫓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 때는 핵심 실세였는데 박근혜 정부 때는 사라졌거든요.
◀김의성▶
양윤경 기자, 이게 누구죠?
◀양윤경▶
그건 다음 시간에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오늘 보신 문건은 사실 맛보기 수준인데요. 다음 회 공개해드릴 문건은 정말 공직윤리지원관실, 그리고 청와대의 하명을 받은 그 권력기관이 이런 일까지 벌일 수 있었을까. 정말 제가 보고도 믿을 수 없었던 막장 드라마에 가까운 그런 사례들을 보여드리려고 합니다.
◀김의성▶
네, 충격적인 청와대 흥신소의 전모. 네, 다음 시간, 이어지는 2부도 기대해보겠습니다. 양윤경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
◀ 스튜디오1 ▶
◀ 김의성 ▶
네, 스트레이트가 보도해드릴 두 번째 내용 역시 상상을 초월하는 미행과 사찰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다만, 이번에는 그 주체가 청와대가 아니라 네, 세계 초일류 기업, 삼성이라는 점입니다. 곽동건 기자가 취재하셨죠?
◀ 곽동건 ▶
네, 저희 스트레이트에서 지난 8월12일에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에 대한 삼성의 반 헌법적인, 악랄한 탄압에 대해서 보도해드렸는데요.
◀ 주진우 ▶
충격적인 만행이었습니다.
◀ 곽동건 ▶
네, 그로부터 한 달 반이 지난, 지난 27일에 검찰이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삼성이 노조와해를 위해서 그룹 차원에서 철저하게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면서 전현직 임원 등 32명을 무더기로 기소했습니다.
◀ 주진우 ▶
검찰은 이런 표현까지 덧붙였습니다. 누구나 알고 있었으나 누구도 확인 못했던 삼성의 노조와해 실상을 낱낱이 확인했다. 삼성의 노조탄압을 처음으로 국가기관이 인정한 겁니다.
◀ 김의성 ▶
네
◀ 주진우 ▶
빛나는 수사 성과였습니다.
◀ 김의성 ▶
네, 저희 스트레이트 취재가 작게나마 기여한 것 같아서 정말 마음이 뿌듯합니다.
◀ 주진우 ▶
그렇습니다.
◀ 양윤경 ▶
네, 저희 스트레이트가 삼성을 꾸준히 다뤄 왔었죠. 어느 언론보다도 더 꾸준히, 집요하게 삼성을 추적해 왔습니다.
◀ 곽동건 ▶
네, 그리고 검찰수사결과를 보면 삼성이 그동안 자랑스럽게 내세워 왔던 무노조 경영, 그 80년의 신화라는 게 사실은 온통 다 범죄 그 자체였다. 이게 밝혀진 겁니다.
◀ END ▶
◀VCR1▶
삼성의 창업이래 수십년 이어져 온 조직범죄.
검찰은 삼성의 노조파괴 공작을
이렇게 정의했습니다.
◀김수현 공공형사수사부장/서울중앙지검▶
"그룹 차원의 무노조 경영방침을 관철하기 위해 미전실 (미래전략실) 인사지원팀이 주도하여 노사 전략을 총괄 기획해왔고"
삼성의 컨트롤타워인 미전실이 주도한
그룹 차원의 범죄라는 것입니다.
삼성은 노조파괴를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했습니다.
노조 탈퇴 유도,
이른바 그린화 전략의 일환으로
노조원들의 이혼 여부와 채무 관계,
임신 사실과 정신병력까지 파악했습니다.
이런 감시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은
엔젤, 즉 천사라고 불렸습니다.
사측의 이른바 천사들은
노조원들을 밀착 감시하며 회유하고
노조 탈퇴를 종용했습니다.
◀미래전략실 작성 노조파괴문건中▶(음성대독)
"악성 노조 바이러스가 침투하더라도
임직원이 흔들림이 없도록 비노조 DNA를
확실하게 체화시켜야 함"
검찰은 노조파괴 전문 인력을 대거 영입한 삼성이 국내 최고의 노조파괴 전문 업체인
창조컨설팅보다 더 전문적이고 다양한 노조파괴 기법을 사용했다고 혀를 내둘렀습니다.
◀김수현 공공형사수사부장/서울중앙지검▶
"이번 수사가 장기간 이루어진 반헌법적 범죄에 대한 엄중한 사법 판단으로 이어져"
삼성 그룹 오너 일가의 개입이 확인됐느냐는 질문에 검찰은 "아직까지 증거가 확보된 것은 없다"면서도 이것도 현재까지의 상황일 뿐이라고 단서를 달았습니다.
그러면서 삼성의 노조파괴 공작은 조직범죄라고 규정해, 수사의 종착지는 범죄 조직의 수괴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 END ▶
◀ 스튜디오2 ▶
◀ 김의성 ▶
왜 진즉 이런 수사를 하지 못했을까요. 수사결과를 보면서 반가운 마음이 들면서도 사실 몇 십 년 전에 이루어졌어야 할 수사가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어서 안타까운 마음도 동시에 갖게 되네요.
◀ 주진우 ▶
기회는 여러 번 있었죠. 그때마다 검찰이 번번이 외면하고 말았습니다. 이번 검찰 발표에서 주목해야 달 두 가지 포인트가 있습니다. 반 헌법적, 조직적 범죄. 이 두 단어를 기억해야 됩니다.
◀ 김의성 ▶
반 헌법적이라는 말은 쉽게 이해가 가는데 이 조직범죄라는 말이 중요하다는 건 왜 그런 겁니까. 어떤 의미가 있는 거죠, 조직범죄?
◀ 곽동건 ▶
보통 기업에서 하는 일들을 놓고서는 잘 쓰지 않는 단어인데요. 흔히 일본의 야쿠자라든지, 남미의 마약 카르텔 같은 이런 범죄 장르에 쓰이는 단어입니다.
◀ 주진우 ▶
그렇습니다. 마피아, 조폭. 이럴 때 조직범죄 이야기하죠.
◀ 곽동건 ▶
네, 우발적이고 사적인 범죄가 아니라 여러 사람들이 아주 체계적으로 철저한 위계질서에 따라서 범죄에 동원됐을 때 쓰이는 단어입니다. 그리고 조직범죄 수사의 기본 중의 기본은 바로 두목, 우두머리를 잡는 겁니다. 실제로 검찰은 이번 수사발표를 하면서 이건 중간수사결과 발표다. 그리고 현재까지는 밝혀진 것이 이거다. 이런 식으로 표현을 계속 반복했습니다. 결국에는 앞으로 수사가 조직의 최고 우두머리를 향해서 계속 진행될 것이다. 이런 것을 암시하고 있다고 봐야겠죠.
◀ 주진우 ▶
우두머리를 잡지 않으면 조직범죄 수사에는 의미가 없습니다.
◀ 김의성 ▶
검찰이 삼성의 노조와해 공작을 조직적인 범죄라고 본 결정적인 이유가 있나요?
◀ 곽동건 ▶
네, 여러 가지 증거들이 있겠지만 그 중에 가장 시초가 되는 건 바로 이 문건입니다. 삼성이 만든 ‘S그룹 노사전략’ 문건인데요. 115쪽에 걸쳐서 ‘노조와해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나.’ 그 매뉴얼이 백화점식 종합판으로 총망라돼 있습니다.
◀ 양윤경 ▶
자신을 S그룹이라고 명명한 거, 삼성은 스스로가 자신을 S그룹이라고 명명한 거죠.
◀ 곽동건 ▶
네, 그렇죠. 삼성 스스로가 만든 문건에 ‘삼성노사전략’이라고 한 게 아니라 ‘S그룹노사전략’이라고 표기를 했습니다. 이 문건을 토대로 삼성이 얼마나 치밀하게 노조 파괴를 수행해 왔는지 제가 취재해 왔습니다.
◀ END ▶
◀VCR2▶
2011년 7월,
휴가 중이던 에버랜드 직원 박원우 씨의 집으로 갑자기 회사 간부들이 찾아왔습니다.
삼성 그룹의 지주회사인 에버랜드에 35년 만에 처음으로 노동조합 설립이 가시화된 시점.
◀박원우/당시 삼성 노조 준비위원(2011년 7월 8일)▶
"아유 어쩐 일들이세요. 근무들 안하시고?"
"얼굴 좀 보러왔지 뭘"
"얼굴을 왜 보러와요. 근무시간에? 노조 설립 막으려고 온 거예요?"
"무슨 노조 설립을 막아"
"김00 과장님은 왜 오셨어요?"
"얼굴 보러 왔죠"
사 측 간부들은 왜 근무도 내팽개치고 박 씨의 얼굴을 보겠다며 찾아왔을까.
◀박원우 지회장 / 금속노조 삼성지회▶
"근무시간에 근무복 차림으로 일반 사원의 가정집에 방문했다는 것 자체가 비상식적인 행동들이었고"
(그때 그러면 출근하던 상황은 아니었던 거죠?)
"네 제 휴무였습니다. 휴무였고 그날도 저희 노조 간부들과 긴급회의가 잡혀 있던 상황이었어요"
회사에서 멀리 떨어진 주택가에서 노조 관련 회의를 하던 밤.
어찌 알았는지 사 측 직원들은 이날도 어김없이 따라붙었습니다.
◀당시 삼성 노조원 (2011년 8월)▶
"뭐하러 오셨어요?"
"왜 왔어 왜?"
"아이 그만 찍으시고..."
"기다려 경찰 오니까 기다리라고 어?"
노조원들의 뒤를 밟는 수상한 차량.
◀박원우 지회장 / 금속노조 삼성지회▶
"저희 보자마자 라이트 꺼져 있는 상태로 달아나는 거예요. 그래서 아 저 차 진짜 맞는 거 같다. 의심스러워서 저희가 추적을 하기 시작하죠. 경적도 막 울리고 했는데 멈추질 않더라고
근데 비가 왔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더 속력을 내서 뭐 중앙선까지 침범해 가면서 계속 도망가는 거예요.“
노조를 만들었다가는 각오하라는 사실상 협박이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신념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매년 실시됐습니다.
◀2011년 7월 6일 에버랜드 반노조 신념교육▶
"노조가 생기면 필연적으로 따라붙는 외부세력 외부세력이 끼었을 때 어떤 일이 생기느냐?
어떻게 되었죠? 주문량 90% 급감
에버랜드 입장객 90% 급감!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삼성 에버랜드에 뭐 노조가 어쩌고 저쩌고 이런 얘기들 들어보신 분들 있으실 거에요. 특정, 특정 어느어느 단체가 하고 있다는 것도 사실은 알고 있습니다. 보고 있습니다."
이런 일들은 2012년 작성된 S 그룹 노사전략 문건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에서
만들어진 노조파괴 공식 매뉴얼입니다.
'노조 설립 상황이 발생하면 전부문의 역량을 집중해라',
'노조 설립을 주도한 문제 인력의 비위사실을 미리 채증해 징계하라'는 지침이 선명합니다.
이 지침대로 2011년 에버랜드에서 실행된 노조 와해 공작은 삼성의 노사전략문건에 모범사례로 기재돼 있습니다.
'노조 간부 책상에서 대자보를 발견해
노조 설립 움직임을 사전에 감지했다.'
'문제가 되지 않게 하려고 노조 설립 전에 주동자를 징계해고 했고,
특히 삼성전자서비스노조를 파괴하기 위해
삼성 그룹은 군사작전을 펼치듯
조직적으로 움직였습니다.
우선 삼성전자서비스에는
군대조직처럼 종합상황실을 설치해
운영했습니다.
신속한 정보 공유와 체계적인 대응으로
위기 상황, 즉 노조가 설립되는 상황의
조기 종료를 추진한다는 것입니다.
삼성전자에도
법률전문가를 팀장으로 하는
신속대응팀을 별도로 만들었습니다.
◀김수현 공공형사수사부장 / 서울중앙지검▶
"(삼성은) 노조에 대해 동원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방법을 사용하여 노조 와해 작업을 벌여왔습니다."
노조와해 매뉴얼인
S그룹 전략문건의 마지막 페이지.
◀음성 대독▶
"노조 설립 상황이 발생되더라도
절대 당황하거나 흥분하지 마시고
침착하게 대응하시기 바랍니다.
협조 체계를 구축하여
조기에 와해시켜주시기 바랍니다.
조기와해가 안될 경우 장기전략을 통해 고사화시켜 나가야 합니다."
'노조 고사화 전략',
말 그대로 말려 죽이겠다는 전략입니다.
이 전략대로 삼성전자서비스 측은
노조원들을 집중 표적 감사하고,
일감을 빼앗았습니다.
기본급도 없이
서비스 처리 건당 수수료만으로
돈을 벌어야 했던 노조원들은
일감이 없어 생활고에 시달렸고
표적 감사의 공포에 떨어야 했습니다.
결국 염호석, 최종범
2명의 노조원은 죽음을 선택했습니다.
고 염호석 씨의 마지막 월급은 41만원,
최종범 씨는 "너무 힘들다,
배고파 못살겠다' 는 메시지를
유언처럼 남기고 목숨을 끊었습니다.
◀김기수 조합원 / 삼성전자서비스 천안센터 수리기사▶
"제일 두려웠던 게 뭐냐면 월급이에요. 제일 중요한 게 자기 (고 최종범 씨) 어머님이 치매가 걸리셨어요 그 병원비를 아마 종범이가 많이 치료비로 내는 걸로.. 그런 압박감 속에 (표적) 감사로 인해서 내가 어떻게 잘못되면 우리 어머님은 어떻게 하고 우리 식구는 어떻게 할까."
'고사화 전략'의 결과였습니다.
2명이 목숨을 잃은 뒤,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원들은
협상을 통해 드디어 남들처럼
기본급이라는 것을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동종 업계 평균보다
30만원 적은 월 120만원의 기본급,
여기에 상여금과 각종 수당도 없이
가족수당만 받는
형편없이 낮은 조건이었습니다.
삼성 측은 이렇게 해서
1년에 241억원을 아꼈다며
이같은 조건의 단체협약 체결은
회사 측의 완승이라고 자평했습니다.
그러면서 삼성은
노조 고사화 전략을 자문해 준
노무사 1명에게 4년 동안 13억 원을
지급했습니다.
삼성전자서비스가
노조에 완승을 거둬 241억원을 아꼈다고
스스로 평가한 2014년,
삼성전자는 25조 원의 영업 이익을 올렸습니다.
◀ END ▶
◀스튜디오3▶
◀김의성▶
이게 우리나라 최고의 대기업, 세계 초일류 기업의 모습입니까? 동종업계 기본급은 150만원인데 자기들은 30만원 깎아서 120만원으로 했다고 그렇게 좋아했단 말이죠?
◀곽동건▶
네, 심지어 그 전에는 기본급조차 없었습니다. 서비스 처리 건당 수수료로 임금을 받아야 했고요. 그리고 수리를 나갈 때 회사에서 차를 지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차량도 자기 돈으로 사야 했고, 기름 값도 자기가 부담을 해야 했던 거죠. 심지어 노조원 염호석 씨가 목숨을 끊자 담당 센터장은 이걸 노조와해 실적이라면서 노조 탈퇴자, 그린화 1명. 이렇게 윗선에 보고하기도 했습니다.
◀주진우▶
노조에서 탈퇴시키는 것을 ‘그린화’라고 얘기했거든요.
◀양윤경▶
다 좋은 말만 써요. ‘그린화’, ‘엔젤’. 이런 엔젤이 어디 있습니까. 사람 죽이는 엔젤이 어디 있습니까.
◀김의성▶
그런데 말입니다. 아까 보여주셨던 삼성S그룹전략문건. 그게 최근에 공개된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곽동건▶
네, 맞습니다. 2013년에 공개됐으니까요. 벌써 5년 전이죠.
◀김의성▶
그 당시 이 문건에 대해서 수사가 제대로 들어가서 지금처럼 결과가 나왔다면 염호석, 최종범 씨 같은 그런 끔찍한 죽음들은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요?
◀곽동건▶
네, 그렇습니다. 이렇게 크고 중대한 사건을 수사하면서 가장 기초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는 압수수색, 이것조차도 박근혜 정부의 검찰과 노동부는 하지 않았습니다.
◀주진우▶
문건이 나왔잖아요
◀곽동건▶
네, 심지어 제가 아까 보여드렸던 이 ‘S그룹전략문건’이 삼성이 작성한 걸로 볼 수 없다면서 무혐의처분까지 내렸는데요. 그 무혐의처분의 이유를 살펴보면 황당함을 넘어서 어떻게든 삼성을 봐줘야겠다. 어떻게든 삼성을 봐주겠다는 그 간절함까지 읽힐 정도입니다.
◀ END ▶
◀VCR3▶
심상정 의원이 노조파괴 매뉴얼인
S그룹 전략문건을 공개했을 때
삼성은 자신들이 만든 문건이 맞다고
인정했습니다.
◀심상정 국회의원 / 정의당▶
"당시에 (삼성) 임원급에서 ‘그거 우리 거 맞다. 다만 그것은 노조를 무력화하기 위해서 그런 것이 아니고 삼성의 조직문화를 혁신하기 위해서 교육한 자료다.’ 이렇게 답을 했어요."
엄청난 충격과 논란이 일었고
박근혜 정부의 노동부도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그런데 당시 S그룹 전략문건을
직접 수사한 서울노동청은
이 문건은 삼성의 문건이 아니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삼성이 처음엔 순순히 작성 사실을
인정한 걸 보면 감추려는 의도가
없었던 것 같은데,
일주일 뒤엔 아니라고 부인했으니
진짜 삼성 것이 아닌 것 같다는 겁니다.
◀심상정 국회의원 / 정의당▶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이죠. 노동부든 검찰이든 일단 삼성에서 처음 인정한 바가 있어요. 그런데 말을 바꿨잖아요? 말을 바꾼 것을 증거로 의심하지 않고."
두번째 이유는
문건 전체를 삼성에서 만들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
조사를 받은 삼성 직원들이
자신들이 작성한 문건이 맞다고 시인했지만 일부 페이지는 사후에 수정된 것 같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직원들이 일부는 처음 본다고 하니
전체가 다 삼성이 만든 문건이 아니라는 게 노동부의 논리였습니다.
문건을 최초 공개한
심상정 의원 측에서 문건 제공자를 밝히지
않는 것도 이 문건이 삼성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봤습니다.
◀심상정 국회의원 / 정의당▶
"저희가 조금만 (제보자에 대해) 언급을 해도 금방 제보자가 확인될 수 있고 그러면 삼성에서 (제보자를) 가만 안 두겠죠?"
삼성의 편에 선
당시 박근혜 정부의 노동부에서는
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
◀☎ 당시 노동부 관계자▶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 방안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의견을 내셨더라고요..)
"네.. 기억이 안 나네요."
◀☎ 당시 ‘S전략 문건’ 노동부 수사 담당자▶
(통상 이런 사건 하면 압수 수색해서 증거 확보하는 건 당연한 일처럼 보이는데 안 하셨던 특별한 이유 같은 게 있으실 거 같아서)
"그 과정에 대해서 말씀드리는 게 좀 적절하지 않아 보입니다.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검찰에서.."
또 다른 노동부 내부 문건,
당시 "검찰이 수사 속도를 조절하자는
의견을 냈다"는 표현까지 등장합니다.
박근혜 정권의 검찰은 시간을 끌었고,
노동부는 삼성의 노조파괴 행위에
이렇게 면죄부를 줬습니다.
이렇게 묻힐 뻔했던 삼성의 노조파괴 범죄는 삼성의 든든한 우군이었던 박근혜 정부가 몰락하면서 다시 세상에 드러나게 됐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소유의 회사 다스의 소송비를 삼성이 대신 내준 사건을 수사하던 검찰이 6천 건의 노조파괴 문건을 발견한 것입니다.
그리고 2012년의 S 전략문건을 발전시킨
2013년 판 노조탄압 전략문건까지
삼성의 컨트롤타워인 이재용 부회장 직속
미래전략실에서 발견됐습니다.
◀미래전략실 작성 노조파괴문건 中▶(음성대독)
"노조가 생기고 나면 와해시키기 어렵고
경영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만큼
사전예방만이 최선입니다."
이재용 부회장과 이부진 사장 등
오너 일가가 노조파괴에 개입한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 검찰은
지난 17일 삼성그룹의 지주회사였던
에버랜드를 압수 수색했습니다.
검찰이 삼성 오너의 노조파괴 개입을 확인하기 위해 신병을 확보하려 하는 1순위 핵심 인물은 경찰 출신의 삼성 미전실 인사지원팀 강경훈 부사장.
검찰은 강경훈 부사장을
노조 파괴의 핵심인물로 지목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역시 이를 기각했습니다.
◀ END ▶
◀스튜디오4▶
◀김의성▶
예, 삼성의 노조와해 수사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 것 같습니다. 어렵게 여기까지 왔는데 앞으로 추가 수사, 유심히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꼭 눈여겨봐야 할 인물처럼 보이는 사람이 마지막 화면에 등장했네요?
◀곽동건▶
네, 딱 한 명을 집자고 하면 바로 삼성 미래전략실에 있었던 강경훈 부사장입니다.
주 이분 중요합니다. 강경훈, 기억해야 됩니다.
◀김의성▶
아, 그래요? 이거 어떤 인물이죠?
◀곽동건▶
네, 강경훈 부사장은 경찰대 출신인데요. 90년대 초반까지 경찰에 몸을 담았다가 삼성으로 옮겨 와서 노무관리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인정받아서 그룹의 핵심층까지 승승장구한 인물입니다. 뭐 차기 삼성전자 대표이사로 거론되기까지 했다고 하니까요.
◀주진우▶
실제로 강경훈 부사장은 경찰청장은 오라가라고 할 만큼 막강한 힘을 휘둘렀습니다.
◀곽동건▶
네, 그런데 왜 검찰이 이 강경훈 부사장을 특히 주목하고 있냐. 그건 바로 강경훈 부사장 뒤에 숨겨져 있는 인물들 때문입니다.
◀주진우▶
그렇죠.
◀김의성▶
또 누가 있어요, 뒤에?
◀주진우▶
강경훈 부사장을 수사해야 그 윗선을 잡을 수 있습니다. 그 수사의 실체도 밝혀집니다. 누가 지시했는지 꼭 알아내야 될 거 아닙니까.
◀곽동건▶
네, 그래서 이번 수사에서 검찰이 이미 강경훈 부사장에 대해서 구속영장 청구를 한 바가 있고요. 그런데 법원이 이걸 기각한 거죠.
◀주진우▶
이 노조와해수사, 삼성의 노조와해 수사의 결정적인 장면이라고 저는 보는데요. 이 영장 기각은 단순한 기각이 아니었습니다.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곽동건▶
네, 법원의 판단으로 강경훈 부사장이 구속을 피하게 되면서 사실은 위기에서 벗어난 다른 인물들이 있다고 말씀을 드릴 수가 있는데요.
◀김의성▶
바로 그 윗선이
◀곽동건▶
네, 이 영장 기각이 삼성에게는 어떤 효과를 안겨다 줬는지, 그리고 강경훈 부사장 뒤에 있는 인물들의 실체는 무엇인지.
◀주진우▶
실제 로얄 패밀리하고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도
◀곽동건▶
네, 그 얘기를 다음 시간이 또 전해드리겠습니다.
◀김의성▶
아, 이 두 분 기자가 모두 다 다음 시간에 공개할 이 핵심 인물들을 가지고 저희들을 기대감을 한껏 상승시켜 놨는데
◀주진우▶
네, 엄청 기대됩니다.
◀김의성▶
네, 다음 시간 한 번 기다려 보겠습니다. 삼성의 노조파괴공작. 그 정점에 있는 윗선까지, 끝까지 취재 부탁드리겠습니다. 곽동건 기자 수고했습니다.
◀김의성▶
이번 삼성노조와해 수사에서 검찰은 꽤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습니다. 그동안 삼성과 노조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불공정한 게임을 해왔다. 기울어진 운동장 아래에서 노동자는 삼성을 절대 이길 수 없다는 말입니다.
◀주진우▶
스트레이트는 이번에도 삼성을 이야기합니다. 삼성을 다룰 때면 재미없다. 경제에 부정적이다. 그리고 사회적으로 어둡다. 이런 반응이 뒤따라 옵니다. 악플도 많이 달립니다. 네. 그리고 후속 기사도 안 나오고요. 그래도 해야 됩니다. 삼성한테 언론이 입도 뻥긋 못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거의 모든 언론이 삼성에 얘기를 못합니다. 그래서 삼성은 초 헌법적인 단체가 되어서 이 사회를 어지럽히고 있습니다. 우리 스트레이트는 삼성의 비리에 관해서는, 그리고 삼성을 비호하는 언론과 사법농단세력에 관해서는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부러질지언정 굽히지 않겠습니다.
◀김의성▶
끈질긴 추적 저널리즘,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저희는 다음 시간에 인사드리겠습니다.
◀ END ▶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