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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 24회 Full] 청와대 흥신소 2부 '약점을 찾아라'
[스트레이트 24회 Full] 청와대 흥신소 2부 '약점을 찾아라'
입력
2018-10-15 11:03
|
수정 2018-10-15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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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자]
양윤경 / yangyang@mbc.co.kr
곽동건 / kwak@mbc.co.kr
◀ 스튜디오 ▶
김의성
안녕하십니까. 스트레이트 김의성입니다.
주진우
안녕하세요. 주진우입니다.
김의성
네, 제가 지난주에는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자리를 지키지 못했습니다. 우선 사과의 말씀드리고요. 근데 “없는 게 더 낫다.” 이런 평들도 있었던 것 같고요.
주진우
아니요, 누가 그런 소리를
김의성 은근히 귀가 좀 간질간질하던데 무슨 얘기 하셨나요?
주진우 아뇨. 저는 아무 말도 안 했습니다. 단지 레드카펫보다는 스튜디오, 여기 스트레이트가 훨씬 더 잘 어울린다. 이런 얘기는 했습니다. 빈자리가 커서 제가 많이 기다렸습니다.
김의성
많이 기다리셨다는 말씀이신가요?
주진우 맞아요. 그런 눈빛으로 보지 마십시오. 진짜 기다렸어요.
김의성 네. 사실 저도 이 시간 많이 기다렸습니다. 양윤경 기자, 이번 주에 공개될 청와대 흥신소. 이른 바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실체. 지난 번 보다 훨씬 더 충격적인 이야기들이라면서요.
양
오늘 목격하실 이야기들은 높은 분들의 사리사욕과 이권을 위해서 국가기관이 얼마나 추한 일까지 벌일 수 있는지. 청와대 흥신소의 가장 밑바닥까지 들여다 볼 수 있는 사례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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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cr 1 ▶
"5월 14일 퇴근 후 주요 동향.
19일 퇴근 후 주요 동향.
6월 8일, 9일, 10일 퇴근 후 주요 동향"
"동향 보고서"라고 쓰고
"미행 보고서"라 읽어야 할 이 문건은
한 인물을 약 40일 동안 감시하며 보고 들은
사생활이 분 단위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5월 14일 저녁 7시 50분
무교동 1번지 유료주차장에 주차.
10분 뒤 '000 김치찌개' 식당에서
김치찌개와 소주 1병을 겸한 식사.
대화시 000가 000에게 존칭을
생략하는 경우가 많았음.
식사대금 17,000천 원은 000가 계산."
대화가 들릴 정도로 가까이에,
계산할 땐 바로 뒤에 서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19일 저녁 7시 11분 0000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천천히 걸어가 000 차에 승차.
4분 뒤, 000 호텔에 도착해 지하4층에 주차"
표정이 보일 정도의 거리에서 관찰하고
있었지만 두 사람은 아무 것도 모른 채
이후로도 한 달쯤 더 미행을 당합니다.
"밤 10시 40분, 가게에서 병맥주 2병과
과자 3봉지를 구입하였고 000가
맥주 1병을 떨어뜨려 깨졌으며
00아파트 000동 000호에서 음주.
밤 11시 50분 '000 돼지껍데기' 부근에
주차 후, 조수석의 000와 진한 키스."
그림자처럼 곁에 붙어 일거수일투족을
보고, 듣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6월 8일 밤 8시 49분부터
000 앞 카페에서 커피를 마신 후 차안에서 애정행각"
"9시 50분 000의 엉덩이를 왼손으로 2회
가볍게 치고 손을 흔들며 배웅"
이쯤되면 이 보고서의 목적이 도대체 뭔지
궁금해집니다.
"9일 저녁 8시 20분부터 9시 15분까지
비가 내리는 가운데 차에서 아이스크림을
나눠 먹고 껴안음.
10일 저녁 6시 50분부터 '화덕00'
신촌점에서 술을 곁들인 식사를 한 후
10시 50분경 000빌딩 9층에서
새벽 2시 40분까지 성관계."
A4 7장에 걸쳐 한 인간을 발가벗기는
이 보고서는 취재진이 입수한 '청와대 흥신소',
공식 명칭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수사 증거 자료 가운데 가장 두꺼웠습니다.
대남 침투 간첩이나 마약 밀매상을 따라붙는 듯
치밀한 이 미행의 대상은 한 공무원이었습니다.
이 공무원은 왜 미행을 당한 걸까.
취재진은 미행의 배경을 당시 정치권에 들어온
정보보고를 통해 간접적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 정치권 관계자 ▶
"00공사 산하에 000 회사였거든요. 거기다가 이제 어떤 사람을 직원 하나를 자기네 편 하나를 박으려고 이제 승진시키는 어떤 자리에 해라(보내라) 그러니까 000사장인가가 너무 무리한 요구다, 그건 아니다.. 이제 (취직을 시키라는) 말을 안 듣지. 그러니까 이제 그놈을(사장을) 감찰을 시켜요."
즉 권력 실세의 인사 청탁이 있었고,
이 청탁이 실패하자
청탁을 안 들어준 인물을 감찰하라고 시켰는데...
◀ 정치권 관계자 ▶
"감찰을 시키는데 별 문제가 안 나오거든? 그게 무슨 말이냐, (감찰을) 더 철저히 해라(고 시켜서) 무려 5번 (감찰을) 해요. 그런데 그 결과 이제 별 문제 없으니까 이 자(담당자)가 별로 우리한테 협조를 안 한다, 그래서 그 (감찰 담당) 차장을 미행을 했어. 그 차장이 연애를 했어"
감찰 결과가 깨끗하자
이번엔 감찰을 담당했던 공무원의 사생활을 털었다는 얘깁니다.
정부 공식 보고서에 사생활이 낱낱이 담긴
그 공무원입니다.
이 공무원은 보고서가 작성된 다음 달
사직서를 제출하고 공직을 떠났습니다.
사람이 밥 때가 되어 식당에 가
김치찌개를 먹고 소주를 마시는 걸 몰래 보고 보고서를 작성한다,
그리고 그것을 무기로 생업을 그만 두게 한다.
이명박 정부 공무원들이 한 일이었습니다.
◀ 스튜디오 ▶
김의성
야, 이거 정말 화를 내야 합니까. 웃어야 합니까. 이런 저질 보고서. 아니, 이거 보고서라고 할 수도 없죠. 삼류 찌라시. 이런 걸 만드는 데에 우리 국민들의 세금을 쓴단 말입니까?
곽동건
병맥주 두 병, 과자 세 봉지 샀는데 그중에 맥주 한 병 떨어뜨렸다. 이런 부분 보면 ‘와, 정말, 진짜 꼼꼼하구나.‘ 이런 생각이 들거든요.
김의성
근데 이 사람이 미행당한 이유도 너무 황당하지 않습니까?
양윤경
네, 그렇습니다. 증언해 준 유력 정치인의 말이 사실이라면은 인사 청탁을 거부한 사람을 사찰하라고 시켰고, 약점을 제대로 못 캤다고 또 사찰하라고 시킨 거죠, 그 사람을.
김의성
이거 정말 막장 드라마에서도 잘 나오지 않은 이야기인데요. 국가기관이 이런 일을 했다니요.
주진우
그래서 공직윤리지원관실이 만들어진 겁니다. 청와대에서 이런 사찰, 이런 무리한 일을 하다 걸리면 대형 스캔들이 생기지 않습니까. 그걸 예상했어요. 그래서 외부에 은밀하게 이 청와대 흥신소를 꾸린 겁니다.
김의성
네. 그게 바로 이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실체군요. 그런데 그야말로 공직자들의 윤리를 감찰하던 성실하고 정직하게 일하던 공무원들. 갑자기 이런 일 시키면 사기가 땅에 떨어지겠네요.
양윤경
그렇죠. 다들 능력 있는 수사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인데 그런 사람들 모아놓고 남의 데이트 쫓아가서 보고하고 맥주 깨졌다고 보고하고, 호텔 들어갔다고 보고하고, 이런 일을 시킨 겁니다. 공무원들한테 해서는 안 되는 일을 시킨 거죠.
주진우
자괴감이 들겠죠.
양윤경
그렇죠. 이건 이 공무원들의 인격을 말살하는 행동이었습니다.
주진우
이명박 청와대 흥신소는 사찰뿐만 아니라 개인의 민원을 해결해주는 해결사 역할을 주로 했습니다. 특별히 많이 했습니다. 대통령 최측근이었지 않습니까. 그래서 친구의 친구, 사돈의 팔촌까지 챙겼습니다. 정말로 사돈의 팔촌을 챙겼어요.
양윤경
네, 지금부터 보실 얘기가 그 중 하나인데요. 국민을 위해 봉사하려던 공무원들인데 공직윤리지원관실 직원들은 힘센 이들의 온갖 뒤치다꺼리에 동원되어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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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cr 2 ▶
◀ 이영호 전 고용노사비서관▶민간인 불법사찰 관련 기자회견 (2012년 3월 20일)
"바로 제가 몸통입니다. 몸통입니다. 저에게 모든 책임을 물으시기 바랍니다"
스스로가 '공직윤리지원관실 사찰 증거인멸'의
"몸통"이라고 밝혔던 이영호 전 청와대 비서관.
어느날 "내 친구의 친구가 억울하다"며
지원관실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친구의 친구가
석유품질관리원의 잘못된 검사로
유사 석유를 팔았다는 누명을 썼다는 것.
그러면서 내리는 지시는 가관입니다.
"조용히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줘야 함.
석유품질관리원 직원들이 로비를 받고
검사했는지 우리 요원들이 따라붙어
물증을 확보할 것."
다짜고짜 미행부터 시키더니, 이번엔
석유품질관리원 직원의 통화내역까지
조회하라고 합니다.
"통화내역을 조회하면 경쟁업체(가
석유품질관리원에 찌른 건지) 연결 고리도
찾을 수 있지 않나"
억울한 친구의 친구 민원을 해결해주기 위해
공직윤리지원관실 공무원에게
석유관리원 직원을 사찰하라고 지시한 겁니다.
청와대 흥신소를 넘어,
이 정도면 그냥 사설 흥신소 수준입니다.
◀ 공직윤리지원관실 민원인 ▶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최고가 누군가 확인을 해봤더니 이영호, 그 당시 이영호였어요. 내 친구의 친구가 000을 같이 다녔어요, 이영호 씨랑. 그래서 제대로 좀 조사하게끔 조사해달라. 그쪽에다 탄원 비슷하게 했던 거죠."
고위공직자 친구가 없는 일반 국민으로선
아무리 억울해도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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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의 최고봉은 역시 인사 청탁이었습니다.
인사 청탁은 공직윤리지원관실 직원 가운데서도
최고위직과 청와대 사이에서 주로 오고 갔습니다.
"청와대 김백준 총무비서관이 노동부 000의
인사 청탁을 해 옴.
000이 같은 고향인 김백준 비서관을 통해
인사 청탁을 해왔는데 공직윤리지원관실에
정보 없느냐고 문의"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집사'라고 불린
그 김백준 씨입니다.
거꾸로 청와대로 청탁을 넣기도 했습니다.
한 직원은 검찰 수사에서
"지원관실 상관이 수차례 청와대 비서관에게
지인을 추천하더니 결국 000 차관으로
임명됐다"고 진술했습니다.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는 건 일상이었습니다.
"MB님이 지자체 진단한다는데 0000를 전략회사로 검토 부탁해요"
유엔000 재단 이사 선임 대안으로 000 추천 부탁해요.
청장님이 포상 주고 싶은 사람 더 추천하세요,
포상 주도록 하겠습니다"
실직자가 늘고 정리해고가 흔해지던 당시였지만
높으신 분들의 사는 법은 달랐습니다.
어렵게 연락이 닿은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근무자는 실제로
위에서 내려온 민원을 해결해 주는 일이
드물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 공직윤리지원관실 전 직원 ▶
"개인적으로 청탁을 받고 그러한 부분이 없지 않아 있었겠나.. (어떤 직원들이 일을) 진행하는 걸 보면 아 저거는 개인적인 부탁으로 일을 하는구나(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개인적인 지휘를 통해서 우호적으로 (해결해 주고..)"
이렇게 자신들의 주변은 살뜰히 챙기면서,
반대세력이 같은 짓을 하는지,
문제 삼을 건 없는지 촉각을 세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당시 전 대통령비서실장도
인사 청탁을 했는지 알아보라는 대상 중
한 명이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실장이 김00과 선후배지간인데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여
부적격자인 김00이 취업했다고 알아보라는 거였습니다.
조사해보니 부적격자로 보기는 어려웠고
문재인 실장의 압력 행사 근거도 찾을 수 없어
종결하였습니다."
고관들의 사리사욕을 챙기고
미운 털을 괴롭히는 데 철저히 동원됐습니다.
◀ 공직윤리지원관실 전 직원 ▶
"(사람들을) 미행할 이유가 뭐 있고 내가 봐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참 많더라고요. 해야 할 게 있고 안 해야 할 게 있는데.. (직원들:) 거의 99퍼센트는 진짜 열심히, 열심히 했어요. 99프로. 단 1, 2퍼센트가..(부적절한 행동을 한 것이다)"
그리고 문건에서 확인된
그 1, 2퍼센트의 최종 목표는,
궂은 일도 마다 않은 공직윤리지원관실 경력을
발판 삼아 이른바 '좋은 자리'로 가는 거였습니다.
"청와대의 민정수석실이 직원 40여 명의
논공행상을 챙기지 않을 경우,
필요성과 내역을 VIP(대통령)께 말씀드려 총리실이 챙기도록 지시하시게 할 필요"
--
◀ 정두언 전 국회의원 ▶
"여기서(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어떤 일을 더 신경을 써서 했냐하면 현 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인사들을 사찰해서 숨을 죽이고 입을 막고../그거보다 더 중요한 일은 소위 비선 실세들이 정부 각 부처, 산하기관, 공기업에 이권청탁 해서 말 안 듣는 분자들을 또 사찰하고../ 그 업무가 더 중요한 업무예요"
◀ 스튜디오 ▶
김의성
네, 이명박 정권 시절의 높은 권력자들, 그리고 그에 빌붙어 살던 몇몇 사람들. 정말 이렇게 쉽게 살아도 되는 겁니까? 취업, 승진, 개인적인 억울함, 친구의 부탁. 이런 것들을 전부 다 이 공직윤리지원관실, 청와대 흥신소를 통해서 일사천리 다 해결했던 거 아닙니까.
주진우
그렇죠.
양윤경
일반인들은 상상도 못할 일이죠. 그런데 권력 실세들은 너무 쉽게 어디에 누구를 써라. 내 사람 앉혀줘라. 그리고 말 듣지 않으면 청와대 흥신소에다가 부탁해서 미행하고 협박하는 이런 야비한 짓을 했던 겁니다.
주진우
인사 청탁뿐만이 아니었습니다. 특별히 이들은 돈 있는 곳, 각종 이권에 직접 개입했습니다. 대형개발사업, 정부에서 주도하는 대형개발사업 있었지 않습니까. 그리고 대형 건설사에서 하는 그런 사업. 이 수주에 청와대 흥신소 직원들이 적극 활약합니다.
김의성
그러니까 이런 공사들의 사업권을 따내려고 사업자 선정하는 공무원을 사찰했다. 이거 아니에요?
양윤경
네, 정권을 잡은 게 아니라 이권을 잡았다. 당시 정부를 놓고 이런 말도 돌았었었죠.
주진우
이렇게 심각한 국기문란사건을 검찰은 수사도 않고 덮어버립니다.
양윤경
6년 만이죠. 2018년 올해 초에 들어서야 수사가 재개됐습니다. 불법과 야만으로 얼룩진 청와대 흥신소. 그 탄생에 누가 있었고 누구의 힘이 작용했는지 저희 스트레이트가 추적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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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cr 3 ▶
공직윤리지원관실은 처음부터
이명박 대통령을 위해 탄생했습니다.
"신설 목적:
노무현 정권 코드 인사들의 음성적 저항으로
인해 VIP(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차질.
지휘 체계:
VIP의 의중이 정확히 전달되고
보안을 유지하며 밀도 높게 추진될 지휘라인을 모색"
◀ 공직윤리지원관실 전 직원 ▶
((일하시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존재를 못 느끼셨나요?)
"존재를 못 느끼는 게 아니고 우리 하는 일이 전부 다 당시에는 정부 차원에서 하는 거고 (이명박) 대통령을 위해서 하는 거, 그거는 당연히 지극히 다 그걸 인식하고 있는 부분이었죠"
공직윤리지원관실은
스스로 대통령 비선의 지휘를 받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현 정국은 야당이 정권교체로 인한 상실감으로 정치 공세의 빌미만 생기기를 바라는 상황.
VIP의 국정수행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VIP께 절대충성하는 친위조직이 비선에서 총괄 지휘.
청와대 비선을 통해 VIP께 보고"
있어도 감추려고 하는 대통령의 비선,
이 비선의 존재를 정부 공식 문건에서
인정하고 있습니다.
비선이 지휘하는, 사실상 청와대의 흥신소
역할을 한 이 지원관실은 누구의 작품일까.
<스트레이트>는 검찰 수사 문건에서
검찰이 비선의 정점으로 본 '왕차관', 즉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의 발언이 적힌
메모를 발견했습니다.
"대통령께서 그 분의 의지로 공직윤리 조직을 만드셨고 지금까지 유용하게 활용하셨다"
이명박 대통령이 주도해 만들었다는 얘깁니다.
취재진은 이와 함께
이명박 대통령이 인사부터 깊이 개입되어
있었다는 증언도 확보했습니다.
◀ 수사기관 관계자 ▶
"MB가 직접 (맡길 사람을) 찍었었죠. 이명박 그 당시 VIP가 이거를(공직윤리지원관실을) 이 사람한테 맡기려고 했었는데 이 사람이 거절한 거예요."
이명박 대통령이 처음 낙점했던 인물은
정보계통의 최고 전문가였다는 것.
민간인과 공무원을 넘나들며
사찰과 감찰을 전담했던 지원관실 탄생의
배경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 수사기관 관계자 ▶
"이 사람이 정보 쪽으로 좀 잘 하는 사람이에요. 이 사람의 정보력이 상당해요. 정보력이 장난이 아니고. (그런데) 딱 들어봐도 나중에 문제될 게 뻔하고 (해서 거절했다.) 이거를 흥신소처럼 했던 게, 이 사람들(공직윤리지원관실 직원들)이 이런 거를 해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고 이런 일을 이런 식으로 하면 안 된다는 거를 몰랐던 거예요"
공직윤리지원관실을 둘러싼 이슈는 크게 3갈래.
사찰을 하고, -> 그 증거를 없앤 뒤, ->
증거를 인멸했다는 폭로를 입막음하려 한 것.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은 셈입니다. //
이명박 정권 때 이루어진
2번의 수사 끝에 공직윤리지원관실과 관련해 박영준 전 차관까지는 기소됐지만
거기서 끝이었습니다.
"대통령이 지원관실을 잘 활용하셨다"고 말한 박영준 차관.
취재진은 지원관실에 수시로 지시를 내렸던
박 전 차관은 그럼 누구의 지시를 받았는지
묻기 위해 박 전 차관을 찾았습니다.
◀ S Y N ▶박영준 전 차관
(안녕하세요, 박영준 전 차관님이시죠?)
"예, 예"
(저 MBC 양윤경 기자인데요)
"그런데 여기 왜.."
(여쭤보고 싶은 게 몇 가지 있어서 왔어요)
"여기 교회잖아요"
(네. 나가서 여쭤봐도 될까요?)
"아니, 꺼 주세요. 여기 교회잖아요."
(저희가 공직윤리지원관실에 대해 입수한 문건을 보고 여쭤보고 싶은 게 있었는데, 이명박 대통령도 알고 계셨나요? 혹시 이명박 대통령...)
"여기 교회입니다. 기자님."
(여긴 (교회가) 아직 아니잖아요)
"크리스찬이세요? 여기가 교회 공간이에요. 교회 공간에서 이러시면 안되죠."
(여기는 교회 아니고요)
"여기가 왜 교회가 아니에요? 예배를 보는 데예요."
(일부러 예배당에서는 안 여쭤봤어요)
"여기 공간에서 예배 보셨잖아요."
(선생님, 이명박 대통령도 알고 있었나요? 그 설치...)
--
그러나 적어도 폭로를 막는 과정에
이명박 청와대가 움직였다는 정황은 분명합니다.
증거인멸 폭로를 입막음 할 돈
"관봉" 5000만원을 마련해 준 건
MB의 남자 원세훈 원장 시절의 국정원,
그 돈을 받은 인물은 청와대 민정비서관,
그 돈을 다시 전달받아
내부고발자 장진수 씨가 소속된 총리실에
전달한 건 또다른 청와대 비서관,
그리고 장진수 씨에게 별도로 700만원을
전달한 인물 역시 청와대 비서관이었습니다.
이 청와대 비서관은 또
증거인멸 혐의로 복역한 다른 직원을 만나
500만원을 주면서,
김희중 부속실장과 임태희 대통령비서실장이
이 사실을 안다고 말했습니다.
김 부속실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집사 중의 집사,
이른바 "성골 집사"로 불렸던 인물입니다.
청와대의 흔적이 짙게 남아 있지만,
돈 전달에 가담한 비서관들이 입을 닫으면서
윗선으로 올라가는 수사는 막혀 있습니다.
◀ END ▶
◀ ST 4▶
김의성
야, 모든 기자들이 만나고 싶어 하지만 그 누구도 만나기 정말 힘들다는 그 왕 차관, 박영준 전 차관을 만나셨군요.
양윤경
네. 우여곡절 끝에 박 전 차관을 만나긴 했습니다만 질문 자체를 거부하면서 속 시원한 대답을 듣지 못했습니다.
김의성
네, 언젠가는 그 대답을 들을 수 있겠죠.
주진우
꼭 들어야 됩니다. 진실의 법정에 박영준을 세워야 됩니다.
김의성 그런데 이명박 전 대통령의 의지로 공직윤리지원관실을 만들었고 활용했다. 이런 박영준 차관의 메모도 나왔고, 청와대 비서관들이 직접 돈을 만들어서 이 뭔가 문제가 터졌을 때 입막음 하려고 했다. 라는 정황들도 다 드러났는데 왜 이렇게 수사가 진척되지 못하는 겁니까.
주진우
수사할 의지가 애초부터 없었습니다.
양윤경
네. 또 그 돈을 전달했던 그 민정비서관은 6년 전에는 돈을 안 줬다. 전달한 사실이 없다고 전달 사실 자체를 부인했다가, 6년 뒤인 올해 자금전달을 한 건 맞다. 까지 인정은 했습니다. 하지만 누가 시켰는지, 그 뒤에 누가 있는지는 말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김 과연 이들이 지키려고 하는 그 윗선은 누구인가요?
주진우
이명박이죠. 이명박 전 대통령입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아니라면 청와대, 국정원, 총리실. 이 유기적인 복합, 복합적인 이 범죄 행위를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양윤경
검찰이 세 번째 수사에 접어들면서 이번만큼은 이명박 대통령까지 간다고 시작을 했는데요. 지금까지 수사선상에 오른 최고위 인물은 당시 권재진 민정수석입니다.
주진우
공직윤리지원관실을 만든 사람은 이명박과 박영준입니다. 운용한 사람은 몸통, 이영호 전 비서관이었죠? 그런데 이 문제가 불거졌을 때 수습한 사람은 권재진의 민정수석 라인이었습니다. 권재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수사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직보를 받았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불법사찰에 대한 책임도 물어야 합니다. 이 문제는 단순히 돈을 횡령하고 뇌물을 받은 그런 죄들보다 훨씬 크고 중요한 문제입니다.
김의성 네.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국민의 삶을 짓밟은 반 인권적인 불법사찰에 국민의 세금을 동원하고 공무원들을 동원했습니다.
양윤경 이 청와대 흥신소에 이명박 대통령이 어떻게, 어디까지 개입돼 있는지 이번 수사에서만큼은 명명백백히 밝혀지기 바랍니다.
◀ STUDIO 1 ▶
◀김의성▶
영화계에서는 흔히 이렇게 말합니다. 본편보다 재미있는 속편은 없다.
◀주진우▶
좀 그렇죠? 본편을 뛰어넘기는
◀김의성▶
네. 대부분 그렇습니다. 그런데 오늘 스트레이트는 전편보다 더욱 더 충격적인 취재와 탐사보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두 번째 이슈는 삼성노조파괴에 숨겨진, 숨겨진 윗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주진우▶
삼성의 무노조경영은 신화가 아니었다. 오랜 기간에 지속된 조직범죄였다. 우리가 지난 시간에 얘기했었죠.
◀김의성▶
네. 곽동건 기자, 그 조직범죄의 윗선. 계속 쫓고 있다면서요?
◀곽동건▶
곽 네, 지난 시간에 조직범죄수사의 기본 중의 기본은 이 수괴를 잡는 것이다. 이런 말씀 드렸잖아요. 그래서 검찰 수사망도 삼성그룹의 최고위층을 향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삼성그룹의 최상층에서 이 노조파괴에 개입한 인물은 누구일까. 저희가 그 핵심 인물을 취재했습니다.
◀VCR▶ 1
노조 파괴를 위한 표적 감사와 일감 빼앗기,
위장 폐업은 두 명의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원을 죽음으로 내몰았습니다.
고 염호석 씨의 마지막 월급은 41만원,
고 최종범 씨는 배고파 못살겠다는
마지막 메시지를 유언처럼 남겼습니다.
◀김기수 조합원 / 삼성전자서비스 천안센터 수리기사▶
"제일 두려웠던 게 뭐냐면 월급이에요. 제일 중요한 게.."
검찰은 삼성의 노조파괴 공작을
그룹 차원의 조직범죄라고 규정했습니다.
◀김수현 공공형사부장 / 서울중앙지검▶
"무노조 경영방침을 관철하기 위해 미전실 (미래전략실) 인사지원팀이 주도하여 거의 모든 방법을 사용하여 노조 와해 작업을 벌여왔습니다"
검찰이 노조파괴의 핵심 인물로 지목한 건
미전실 인사지원팀의 강경훈 부사장.
강 부사장은 경찰대 출신으로
91년 경찰을 떠났습니다.
경찰 관계자들은 그를
의리 있는 사람으로 기억합니다.
◀전 경찰 관계자(음성 대독)▶
"언제든지 돈도 없고, 가난하고 맨날 욕만 먹는 친정, 경찰 조직을 신경 써주고 고생한다고 밥사주고..이런 분으로 알려져 있는 거죠."
2000년대 들어 고속 승진을 거듭한
강경훈 부사장은 경찰들 사이에서
선망의 대상이었다고 합니다.
◀전 경찰 관계자(음성 대독)▶
"경찰에서 열심히 잘하면 다른 진출로가 생긴다는 것 자체가 고무적인 걸로 받아들여진 거죠. 더구나 모든 사람이 선호하는 굴지의 대기업에 간다. 그 첫 활로를 뚫은 게 강 부사장이고..."
강 부사장은 경찰 핵심 인사들을
꾸준히 관리했고,
특히 노동관련 경찰 정보라인을
각별히 챙겼습니다.
◀검찰 관계자(음성 대독)▶
"삼성이 돈을 어떻게 쓰는 건지는 모르겠는데 실제로는 노정계 모임(노사관계 정보 경찰 모임)하면 뭐.. 경찰대 출신들 내로라하는 정보라인 고위 관계자들부터 쭉 라인 있잖아요. 잘나가는 노정계 쪽에 라인들."
특히 강 부사장과
1년에 두 번 정례 모임을 가져온
경찰의 노사관계 정보 분야 주요 인사들은,
강 부사장을 극진히 모셨습니다.
◀검찰 관계자(음성 대독)▶
"대놓고 얘기하기가 뭐할 거 아니에요. 그래서 맨날 강경훈 부사장을 '광님' 이라고 화투에 비유하거든요. '광님께서 모임을 소집하셨으니까 끗들은 모여라' 이런 식으로.."
그러니까 화투판의 '광'인
강 부사장에 비하면 경찰 조직의 핵심인
자신들은 껍데기인 '끗'에 불과하다는 것.
현직 경찰들에게
이렇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강 부사장은 삼성의 '노무 관리'에서
탁월한 성과를 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래서인지
강 부사장은 삼성전자의 대표이사
후보로 거론될 만큼
그룹의 핵심으로 성장했습니다.
◀검찰 관계자(음성 대독)▶
"삼성이라는 기업 내에서도 냉정하고 경찰 조직같은 그런 엄한 인사 관리.. 쉽게 얘기하면 냉혹하게 징계한다든지 조사한다든지 그런 부분들을 인정받았다는 얘기도 있었고..."
◀ STUDIO 2 ▶
◀김의성▶
‘광님과 끗들’이라니. 경찰의 자존심 이런 건 아예 없는 모양입니다. 이 모임 이름만 들어도 강경훈 부사장이 경찰 내부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 정말 그 위세를 알겠군요. 일반적인 기업 간부가 아니네요.
◀곽동건▶
네. ‘광님과 끗들’, 이런 모임은 1년에 두 번. 정례적인 모임을 가졌는데요. 경찰들 중에서도 이 노사관계 정보를 다루는 핵심 정보관들을 모아서 만났습니다.
◀주진우▶
‘끗들’이라고 하니까 하찮아보이는데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정보담당관들, 아까 노사 정보를 다루는 사람들이 모였잖습니까. 그분들이 엘리트입니다. 다른 보직보다 먼저 승진하거든요. 지방청장도 가라, 오라. 이렇게 할 정도로 막강한 위세가 있기도 합니다. 쌍용차 관련해서 김 사장 기억하십니까? 경찰청 소속의 김 사장. 이분도 ‘끗’ 멤버 중 하나였습니다.
◀김의성▶
아, 그 쌍용차 사장을 이리 와라. 저리 가라. 할 수 있었던 그 위세 있었던 김 사장. 그 사람도 ‘끗‘이었나요?
◀곽동건▶
네. 그리고 경찰청 김 사장은 쌍용차 사태뿐만 아니라 삼성전자서비스 노조파괴 과정에서도 현직 경찰간부 신분으로 이 삼성 측 교섭대리를 한 혐의로 지금 재판에 넘겨져 있죠. 삼성 측 편에 서서 노조파괴를 도와준 대가로 6천만 원이 넘는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고요. 이미 구속돼 있습니다.
◀주진우▶
그 김 사장은 ‘끗‘들 중에 ‘끝‘이었어요.
◀김의성▶
아니, 경찰청의 김 사장, 한남동 팀, 김 사장이 ‘끗’ 중의 ‘끝’이면, 강경훈 부사장은 차원이 다른 ‘광’님. 이런 거죠?
◀주진우▶
그렇습니다. 강경훈 부사장이 경감 때 경찰을 그만두고 삼성으로 넘어왔는데 사실 경찰과 기업이 협조할 게 많습니다. 그래서 재벌들이 경찰대 출신, 경찰 고위간부들을 다 채용해서 삼성 시스템을 또 따라가고 있습니다.
◀김의성▶
결국 삼성에서 이 강경훈 부사장이라는 사람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 것은 이 사람이 노조파괴에 특화된 사람이기 때문 아니겠어요?
◀주진우▶
기여했기 때문이죠.
◀김의성▶
그렇죠. 그런데 이런 노조파괴가 실행된 계열사가 삼성전자서비스, 그리고 에버랜드. 우리가 지난번에 말씀드렸던 이 두 회사뿐이 아니라면서요?
◀곽동건▶
네, 지금까지 저희가 다뤘던 계열사들 말고 또 다른 계열사인 삼성SDI에서도 아주 오래 전부터 노조파괴가 실행이 되고 있었는데요. 여기서 벌어졌던 일들을 보면, '아, 이게 삼성이 마음을 먹으면 진짜 어디까지 할 수 있나' 그런 걸 볼 수 있고요. 공포감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겁니다.
◀VCR▶ 2
2011년 4월 늦은 밤,
김갑수 씨는
천안의 한 식당에서
회사 후배인 삼성SDI 직원들을 만났습니다.
노조 활동과 관련된 중요한 의논을 하던 중, 김 씨는 이상한 낌새를 느꼈습니다.
◀김갑수▶
"조심스럽다 보니까 우리 또한 좀 조용한 데 그러니까 사람 없는 데 자리를 찾아서
앉았는데.. 그들이 4명이 딱 들어오더니
넓은데 우리 옆자리 앞에 앉으면서 딱 쳐다보고 내가 주시하면 싹 (고개를) 돌리고 막"
서둘러 논의를 마치고
새벽 1시가 넘어 집으로 가는 도중,
김 씨는 자신을 미행하는
검은색 렌터카를 발견했습니다.
◀김갑수▶
"늦은 시간이기 때문에 차들이 별로 없는데 앞질러서 가지도 않고 넓은 대로에서 계속 쫓아온다는 건 아, 미행 차량인지 누구나 확인하죠"
미행을 피해 이번엔 조용한 아파트 근처에 차를 세웠습니다.
◀김갑수▶
"여기서 이제 시동을 끕니다. 여기서 (운전석을) 눕히고 백미러로 딱 볼 수 있게끔 조정을 해서 뒤차의 동태를 보는 거죠"
얼마 뒤 한 남성이 차 안을 살피려고 다가왔고, 김 씨와 눈이 마주치자 깜짝 놀라
황급히 달아나기 시작했습니다.
◀김갑수▶
"와서 이렇게 들여다보는 거예요. 안에.
안에 있나 없나 사람이"
김 씨는 맨몸으로 수상한 남성이 탄 차량을 가로막은 뒤 차에 매달렸습니다.
◀김갑수▶
"‘야 내려봐 내려봐’ 그러면서 계속 오잖아요. 차가. 계속 오니까 뒷걸음질 계속하는 거야 속력을 더 내는 거야 그러니까 나는 이렇게 이렇게 잡았죠. 이게 이제 속력을 더 내는 거야"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이 차량은
매달린 김 씨를 떨어뜨리려는 듯
급정거를 반복하고, 지그재그로 달리고,
대로에서 크게 유턴까지 했습니다.
◀김갑수▶
"얘네들이 별안간 저 큰 대로에서 유턴을 그냥 휙 유턴을 했는데 몸이 쏠릴 거 아니에요. 몸이 쏠리는데 어떻게 가까스로 매달려서 가는데"
이 위험천만한 상황을 목격한 택시가 차 앞을 막아서면서 목숨을 건 추격전은 끝이 났습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확인한
이 차량 안의 남성들은
삼성SDI 신조직문화사업국,
그러니까 노무팀 직원들이었습니다.
◀김갑수▶
"어느 회사 다니냐 신분증 내라고 하니까
사원증 내면서 (어디 사원증이었어요?)
회사, SDI 사원증, SDI. 그래서 나중에 확인한 건데 노무팀에서 근무하는 당사자들이었고"
김갑수 씨는 2000년 삼성SDI에서
노동조합 설립을 추진하려다가 해고된 인물.
◀김갑수 / 삼성SDI 해고자▶
"어느 산속으로 들어가서 통나무집이 하나 있는데 거기로 데리고 가면서 ‘1년에 우리나라에서 실종되는 인구가 몇 명인 줄 아느냐’ 노조를 안 하겠다는 각서를 요구하고 이런 식으로"
11년 전 이미 해고당한
김 씨를 미행한 사실이 발각됐을 때
삼성 측은 김 씨가 회사 기밀 유출에
가담한 걸로 의심해 이날만 우연히
뒤를 밟은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과연 그럴까.
스트레이트가 입수한
삼성 SDI의 2001년 문건.
노조 설립을 막기 위해 MJ,
즉 문제 인력에 대한 모니터링
그러니까 감시를 강화하고,
이미 해고된 김갑수 씨에 대한 관리도
한 단계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문구가 선명합니다.
이 문건은 이미 해고된 뒤에도
삼성이 김 씨를 요주의 인물로 지목해
지속적으로 이른바 '관리'라는 걸
해왔음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이 문건에는
'구조조정본부의 종합 지침에 따른
일관된 대응'이라는 내용도 명시돼 있습니다.
바로 삼성 그룹의 컨트롤타워 미래전략실의 전신인 구조조정본부.
즉 그룹 차원에서 벌인 일이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2012년.
삼성SDI에서 노조를 설립하려 했던
직원 한 명이 또 다시 해고됐습니다.
◀이만신 / 삼성SDI 해고자▶
"2001년도 3월 11일 부산사업장에서 만들어진 거(문건)고요. 여기에 (관리) 대상 인력이 이 사람 담당자. 근데 나는 여기 딱
'노조'로 돼 있잖아요. 조직의 걸림돌이래요"
이만신 씨가 2012년
노조 준비위원장을 맡자,
삼성 측의 회유와 압박이 시작됐습니다.
노조 활동 포기 각서를 쓰라는 계속된 압력.
끝내 응하지 않자
삼성 측은 이 씨를 해고했습니다.
이 씨가 해고되면서
노조 설립 계획은 2012년에도 수포로 돌아갔고, 삼성의 반헌법적 무노조 경영은 계속됐습니다.
2012년 당시 삼성은
이 씨가 회사를 협박하고,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켜 해고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올해 검찰이 압수한
삼성의 컨트롤타워 미래전략실의 내부문건엔
전혀 다른 이야기가 나옵니다.
◀미래전략실 작성 노조파괴 문건中(음성대독)▶
"2012년 성과와 반성"
"SDI에서 문제 인력이 노조 설립 직전까지
갔으나 마지막 단계에서 차단헀다"
문제 인력 이만신 씨가 노조를 설립하려는 것을 성공적으로 차단했다는 그룹 차원의 평가.
이 씨를 해고한 건 삼성 그룹의
치밀한 전략이었다는 것을
내부 문건이 확인해주고 있습니다.
이 문건이 발견된 곳은 바로
미래전략실 인사지원팀 강경훈 부사장의
컴퓨터였습니다.
◀검찰 관계자 (음성 대독)▶
"비밀로 관리하는 건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별도 공간이 있어서 평상시에 안 뜨게 하다가 필요할 때 접속해서 쓰더라고요. 몇 년 동안 안 써서 모르고 있다가 그게 안 걸렸으면 강경훈 부사장이 이렇게까지 안 됐겠죠"
강 부사장은 자신의 컴퓨터에서 나온 이 노조파괴 문건은 "미래전략실에서 작성한 것이 맞다" 고 검찰에서 시인한 걸로 알려졌습니다.
◀ STUDIO 3 ▶
◀김의성▶
아, 정말 놀라운 사실들이 많이 밝혀지고 있네요. 그런데 아까 그 장면은 단순한 미행이라고 볼 수 없을 것 같아요. 사람을 차에 매단 채로 달리고, 심지어 떨어뜨리려고 하고. 이거 살인미수 아닙니까?
◀주진우▶
죽을 뻔 했어요.
◀곽동건▶
네, 만약에 김갑수 씨가 당시에 손을 놓쳤으면, 어우, 좀 끔찍한 일이 일어날 뻔 했죠. 그런데 이 범죄는 당시 아주 가볍게 조사만 됐고요. 운전자만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 걸로 끝났습니다.
◀주진우▶
삼성에 관해서는 경찰이 수사를 안 합니다. 최근 10년 간 63명의 경찰간부가 삼성에 채용됐는데요.
◀김의성▶
저희가 이 뉴스를 통해서 탄압, 와해. 이런 말들을 들을 때 그냥 추상적으로 느껴지는데. 이 추상적인 단어들 속에 정말 끔찍한 일들이 이렇게 숨어있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되네요.
◀곽동건▶
네. 그리고 또 한 가지, 상상하지 못할 일들이 담긴 문건을 제가 나눠드렸는데요. 한번 읽어보시죠.
◀양윤경▶
제목부터 무섭네요. ‘핵심인력 격리 시 행동요령’, 격리라는 말을 썼네요.
◀곽동건▶
네. 삼성미래전략실에서 노조 악성바이러스. 악성 노조 바이러스. 이런 표현을 쓰지 않았습니까? 노조를 만들려고 하는 직원들을 마치 어떤 병균, 전염병 환자. 이렇게 대하듯이 격리한다. 이런 내용입니다. 한번 읽어볼까요?
‘미팅장소에 도착하면 격리조 두 명이 강제 탑승, 동행하라.’ ‘핵심인물은 뒷좌석 가운데에 태우고 격리조는 양쪽에 타라.‘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가족들한테 전화를 미리 해서 업무 때문에 함께 있다고 안심시켜라.’ ‘휴게소 화장실 이용할 때는 항상 함께 행동해라.’ ‘야간에도 집중적으로 면담하고 잠을 재우지 마라.‘ 이런 내용들입니다.
◀주진우▶
무슨, 참.
◀김의성▶
야,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가족들에게 거짓 전화를 하고 화장실 같이 따라가고, 이거 그야말로 전형적인 납치범들이 하는 행태 아닙니까?
◀양윤경▶
가족들한테 전화해서 안심시키고, 그리고 잠을 재우지 말라는 건 거의 고문 아닙니까? 이 정도면
◀주진우▶
이게 조폭이나 납치범 수준인데. 중요한 건 이건 삼성에서 만든 매뉴얼입니다. 문서입니다.
◀김의성▶
야, 이건 정말 기업이 하는 일이라고 생각되지가 않습니다. 마피아나 야쿠자. 이런 우리가 영화에서 보던, 이런 폭력조직들이 하는 그런 수법을 그대로 닮아있는데요. 이렇게 구체적인 지침들이 드러나고, 삼성그룹의 미전실이 노조파괴의 컨트롤타워라는 게, 증거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데도 왜 실질적인 윗선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는 겁니까?
◀곽동건▶
네. 그래서 지난 몇 달 간 진행된 수사, 검찰수사과정을 한번 살펴보면요. 공교롭게도 삼성 수사의 큰 고비마다 법원의 역할이 빛을 바랬다. 이렇게까지 얘기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VCR▶ 3
검찰은 삼성 노조파괴 수사에서
가장 어려웠던 건
법원이 핵심 인물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번번이 기각한 것이었다고 밝혔습니다.
◀검찰 관계자(음성 대독)▶
"고비 때마다 법원에서 영장을 기각하면서
그에 따라 시간이나 인력의 추가 투입..
이런 부분이 가장 어려웠다고 봅니다"
검찰의 지난 수사과정을 하나하나
되짚어봤습니다.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파괴의 책임자인
박상범 당시 삼성전자서비스 대표에 대해
청구된 구속영장.
허경호 영장전담 판사는 기각했습니다.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
검찰은
"박 전 대표가 압수수색 직전
부하들에게 연락해 휴대 전화를
모조리 교체했다"며
조직적 증거 인멸을 지시했다고 반박했습니다.
열흘 뒤, 검찰은 다시 구속 영장을 청구합니다.
그러나 이번에도 기각.
박범석 영장전담 판사는
"조직적 증거인멸에 가담했다고 볼 수 없다"고 기각사유를 밝혔습니다.
이번에는
삼성전자서비스의 모회사인 삼성전자.
삼성전자 노무담당 목장균 전무에 대해선
'노조파괴 혐의가 인정된다'며
구속영장이 발부됐습니다.
다시 탄력을 받는 듯했던 수사,
검찰은 삼성전자의 2인자,
최고위층을 겨냥했습니다.
노조파괴 공작 당시
삼성전자 경영지원 실장이었던
이상훈 현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겁니다.
그러나 이언학 영장전담 판사는
"증거는 있지만 부하직원의 진술이 없다"며
영장을 기각했습니다.
검찰은 들끓었습니다.
"진술만 있고 증거가 없다고
영장을 기각한 적은 있어도,
확실한 증거가 있는데 진술이 없다고
기각하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는 것입니다.
벽에 부딪힌 검찰은
삼성 그룹의 컨트롤타워 미래전략실을 향해
칼끝을 직접 겨누는 승부수를 던졌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노조파괴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강경훈 미래전략실 인사지원팀 부사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이것 역시 기각.
이언학 영장전담 판사는
"증거 자료가 충분하고 증거 인멸의
염려도 없다"며 "강 부사장이
삼성전자 자회사의 노조파괴에까지
관여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검찰은 넉 달 동안 삼성 관계자들에 대해
11차례에 걸쳐 줄기차게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삼성 그룹 전체를 통틀어
실무자 단 두명만 구속됐을 뿐입니다.
삼성의 노조파괴 범죄에 대한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률은 82퍼센트.
평균 영장 기각률 25%의 세 배가 넘는
이례적으로 높은 수치입니다.
이렇게 구속영장이 번번이 기각되면서
수사가 벽에 부딪힌 상태지만,
검찰이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는
인물이 한 명 있습니다.
그 위상과 역할에 비해
이상하리만큼 언급된 적이 없는 사람.
국정농단에 연루돼 2017년
미전실이 해체되던 순간까지
강경훈 부사장의 직속 상관이었던
인사지원팀장 정현호 사장입니다.
정현호 사장은
이재용 부회장의 최측근이자
복심이라 불리는 인물입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정현호 사장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강 부사장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삼성 노조파괴 수사의 1라운드는
일단 멈춰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 STUDIO 4 ▶
◀김의성▶
그렇게 생각 안 하려고 해도, 법원 정말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네요. 마치 삼성의 법률서비스를 담당하는 로펌 아니냐. 이렇게 따져 물을 때 어떻게 대답할지 궁금합니다.
◀주진우▶
영장 판사는 고문 변호사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의성▶
아니, 일반적인 구속영장기각률 25%, 삼성은 82%. 이거 어떻게 봐야 됩니까?
◀곽동건▶
네. 저도 법관들이 양심에 따라서 잘 판단했다고 믿고 싶긴 한데요. 최근에 이미 재판에 넘겨진 삼성 관계자들의 재판 과정에서도 다소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삼성 노조파괴사건의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 노조 측에서 '삼성 관계자들이 어떤 범죄 사실로 기소가 됐는지 보고 싶다. 공소장을 보여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는데, 세 차례나 재판부에서 이를 불허한 겁니다.
◀김의성▶
아니, 재판부가 왜 피해자들한테 공소장을 안 보여주죠?
◀곽동건▶
네. 통상 피해자들한테는 보여주는데요. 재판부가 얘기하는 논리는 이 삼성 노조파괴 사건으로 파괴된 노조가 이번 사건의 피해자가 아니다. 였습니다.
◀김의성▶
그럼 도대체 피해자가 누구라는 얘기죠?
◀곽동건▶
네, 우리 사회 전체가 피해를 본 거다. 이렇게 얘기하고 있습니다.
◀김의성▶
아니, 우리 사회 전체가 피해자면 누구든 그 공소장을 읽을 수 있어야 되는 거 아닌가요?
◀주진우▶
우리가 봐야죠, 그러면.
◀곽동건▶
네. 그래서 이렇게 부당노동행위 사건. 그러니까 노조 관련 사건에서, 피해자인 노조 측의 공소장 열람을 불허 하는 게 아주 이례적인 일이라고 하고요. 실제로 담당 변호사도 한 번도 이런 일 없었다. 이렇게 얘기하고 있습니다.
◀주진우▶
우리 법은 아직은 삼성에 미치지 못하는, 그런, 치외법권 지역을 만들고 있습니다.
◀김의성▶
그런데 저희 VCR 말미에 나왔던 정현호 사장. 이 사람이 좀 궁금합니다. 이재용 부회장은 온 국민이 다 알고 있는 사람이지만, 이재용의 복심이라는 정현호 사장. 아직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 사람 어떤 사람이죠?
◀주진우▶
이건희 회장한테 이학수 부회장이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복심 중의 복심. 그런데 이재용 부회장한테는 정현호 사장이 있다. 이렇게 이해하시면 됩니다.
◀곽동건▶
그리고 세간에 알려진 걸로는요. 정현호 사장은 90년대에 이재용 부회장이 하버드에서 박사과정을 밟을 때 비슷한 시기에 유학 생활을 하면서 밀접한 인연을 맺게 됐다. 이렇게 알려져 있습니다.
◀주진우▶
그 당시 삼성에서 삼성 직원들 중에 가장 똑똑한 동년배 직원 하나를 이재용 부회장이 있는 곳으로 보냈다. 이렇게 소문이 돌았죠.
◀곽동건▶
네, 그런 얘기도 있었고요. 2017년에 최순실 국정농단사건으로 삼성 미래전략실이 전격 해체되지 않았습니까? 그때 저희가 흔히 알고 있는 최지성 실장이나 장충기 차장. 이런 사장단들 전원이 사표를 냈어요.
◀주진우▶
8명의 사장급 임원들이 물러났었죠.
◀곽동건▶
네. 그래서 전부 다 삼성을 떠났는데요. 그 뒤에 단 한 명이 삼성에 다시 돌아왔습니다. 바로 정현호 사장이었습니다.
◀주진우▶
정현호 사장이 돌아온 곳도 주목해야 됩니다. 그가 맡은 곳이 삼성전자 사업지원TF라고 하는데, 말만 바뀌었지 여기가 구조본이고 미래전략실의 다른 이름입니다.
◀김의성▶
네. 그러니까 삼성 전통적인 그 핵심 컨트롤타워를 이루던 비서실, 구조본, 또 미전실. 이게 그대로 이름만 바꿔서 이어져 오는, 삼성전자의 그야말로 핵심. 이런 얘기군요.
◀주진우▶
네. 그렇습니다.
◀곽동건▶
그래서 저희는 검찰에서 주시하고 있는 정현호 사장이 과연 미래전략실 인사지원 팀장, 그러니까 강경훈 사장의 직속상관으로 있으면서 노조파괴와 관련된 내용을 한 번도 보고받은 적이 없는지. 정말 몰랐는지. 이런 내용을 질문을 했습니다. 그런데 아직까지 아무런 답변도 오지 않은 상태입니다.
◀주진우▶
검찰에서 강력하게 의심하고 있었는데요. 강경훈, 정현호, 그리고 나서는 이재용과 로얄 패밀리로 갑니다. 그런데 법원에서 영장을 기각하면서 검찰수사는 이재용 등, 로얄 패밀리 직전에서 멈춰 섰습니다
◀김의성▶
이 수십 년 간 삼성의 노조파괴에 대한 수사. 흐지부지하게 끝났던 것은 그동안 검찰이 의지가 없었기 때문인데요. 이번에는 검찰이 열심히 노력을 하는데 법원에서 그 앞을 가로막고 있는 양상이네요.
◀곽동건▶
네, 지금 법원이 보여주고 있는 빈번한 영장기각, 그리고 재판과정에서 보여준 이례적인 일들. 이런 것들 때문에 일각에서는 '법원이 삼성의 마지막 보루가 되려는 것 아니냐' 이런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일리가 있어 보입니다.
◀ 클로징 ▶
◀주진우▶
삼성의 노조파괴공작은 그저 한 회사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김의성▶
삼성과 법원, 삼성과 노동부, 그리고 삼성과 정치권력. 그간 삼성공화국으로 불리던 우리사회의 고질적 병폐가 삼성의 노조탄압 수사 곳곳에 맞물려 있습니다.
◀주진우▶
그동안 삼성 문제에 대해서는 취재도 안 하고, 수사도 안 하고, 재판도 안 했습니다. 삼성이 돈으로 이 사회를 어지럽히는 것에 대해서는 우리 스트레이트가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김의성▶
끈질긴 추적 저널리즘,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저희는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 END ▶
양윤경 / yangyang@mbc.co.kr
곽동건 / kwak@mbc.co.kr
◀ 스튜디오 ▶
김의성
안녕하십니까. 스트레이트 김의성입니다.
주진우
안녕하세요. 주진우입니다.
김의성
네, 제가 지난주에는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자리를 지키지 못했습니다. 우선 사과의 말씀드리고요. 근데 “없는 게 더 낫다.” 이런 평들도 있었던 것 같고요.
주진우
아니요, 누가 그런 소리를
김의성 은근히 귀가 좀 간질간질하던데 무슨 얘기 하셨나요?
주진우 아뇨. 저는 아무 말도 안 했습니다. 단지 레드카펫보다는 스튜디오, 여기 스트레이트가 훨씬 더 잘 어울린다. 이런 얘기는 했습니다. 빈자리가 커서 제가 많이 기다렸습니다.
김의성
많이 기다리셨다는 말씀이신가요?
주진우 맞아요. 그런 눈빛으로 보지 마십시오. 진짜 기다렸어요.
김의성 네. 사실 저도 이 시간 많이 기다렸습니다. 양윤경 기자, 이번 주에 공개될 청와대 흥신소. 이른 바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실체. 지난 번 보다 훨씬 더 충격적인 이야기들이라면서요.
양
오늘 목격하실 이야기들은 높은 분들의 사리사욕과 이권을 위해서 국가기관이 얼마나 추한 일까지 벌일 수 있는지. 청와대 흥신소의 가장 밑바닥까지 들여다 볼 수 있는 사례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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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cr 1 ▶
"5월 14일 퇴근 후 주요 동향.
19일 퇴근 후 주요 동향.
6월 8일, 9일, 10일 퇴근 후 주요 동향"
"동향 보고서"라고 쓰고
"미행 보고서"라 읽어야 할 이 문건은
한 인물을 약 40일 동안 감시하며 보고 들은
사생활이 분 단위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5월 14일 저녁 7시 50분
무교동 1번지 유료주차장에 주차.
10분 뒤 '000 김치찌개' 식당에서
김치찌개와 소주 1병을 겸한 식사.
대화시 000가 000에게 존칭을
생략하는 경우가 많았음.
식사대금 17,000천 원은 000가 계산."
대화가 들릴 정도로 가까이에,
계산할 땐 바로 뒤에 서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19일 저녁 7시 11분 0000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천천히 걸어가 000 차에 승차.
4분 뒤, 000 호텔에 도착해 지하4층에 주차"
표정이 보일 정도의 거리에서 관찰하고
있었지만 두 사람은 아무 것도 모른 채
이후로도 한 달쯤 더 미행을 당합니다.
"밤 10시 40분, 가게에서 병맥주 2병과
과자 3봉지를 구입하였고 000가
맥주 1병을 떨어뜨려 깨졌으며
00아파트 000동 000호에서 음주.
밤 11시 50분 '000 돼지껍데기' 부근에
주차 후, 조수석의 000와 진한 키스."
그림자처럼 곁에 붙어 일거수일투족을
보고, 듣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6월 8일 밤 8시 49분부터
000 앞 카페에서 커피를 마신 후 차안에서 애정행각"
"9시 50분 000의 엉덩이를 왼손으로 2회
가볍게 치고 손을 흔들며 배웅"
이쯤되면 이 보고서의 목적이 도대체 뭔지
궁금해집니다.
"9일 저녁 8시 20분부터 9시 15분까지
비가 내리는 가운데 차에서 아이스크림을
나눠 먹고 껴안음.
10일 저녁 6시 50분부터 '화덕00'
신촌점에서 술을 곁들인 식사를 한 후
10시 50분경 000빌딩 9층에서
새벽 2시 40분까지 성관계."
A4 7장에 걸쳐 한 인간을 발가벗기는
이 보고서는 취재진이 입수한 '청와대 흥신소',
공식 명칭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수사 증거 자료 가운데 가장 두꺼웠습니다.
대남 침투 간첩이나 마약 밀매상을 따라붙는 듯
치밀한 이 미행의 대상은 한 공무원이었습니다.
이 공무원은 왜 미행을 당한 걸까.
취재진은 미행의 배경을 당시 정치권에 들어온
정보보고를 통해 간접적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 정치권 관계자 ▶
"00공사 산하에 000 회사였거든요. 거기다가 이제 어떤 사람을 직원 하나를 자기네 편 하나를 박으려고 이제 승진시키는 어떤 자리에 해라(보내라) 그러니까 000사장인가가 너무 무리한 요구다, 그건 아니다.. 이제 (취직을 시키라는) 말을 안 듣지. 그러니까 이제 그놈을(사장을) 감찰을 시켜요."
즉 권력 실세의 인사 청탁이 있었고,
이 청탁이 실패하자
청탁을 안 들어준 인물을 감찰하라고 시켰는데...
◀ 정치권 관계자 ▶
"감찰을 시키는데 별 문제가 안 나오거든? 그게 무슨 말이냐, (감찰을) 더 철저히 해라(고 시켜서) 무려 5번 (감찰을) 해요. 그런데 그 결과 이제 별 문제 없으니까 이 자(담당자)가 별로 우리한테 협조를 안 한다, 그래서 그 (감찰 담당) 차장을 미행을 했어. 그 차장이 연애를 했어"
감찰 결과가 깨끗하자
이번엔 감찰을 담당했던 공무원의 사생활을 털었다는 얘깁니다.
정부 공식 보고서에 사생활이 낱낱이 담긴
그 공무원입니다.
이 공무원은 보고서가 작성된 다음 달
사직서를 제출하고 공직을 떠났습니다.
사람이 밥 때가 되어 식당에 가
김치찌개를 먹고 소주를 마시는 걸 몰래 보고 보고서를 작성한다,
그리고 그것을 무기로 생업을 그만 두게 한다.
이명박 정부 공무원들이 한 일이었습니다.
◀ 스튜디오 ▶
김의성
야, 이거 정말 화를 내야 합니까. 웃어야 합니까. 이런 저질 보고서. 아니, 이거 보고서라고 할 수도 없죠. 삼류 찌라시. 이런 걸 만드는 데에 우리 국민들의 세금을 쓴단 말입니까?
곽동건
병맥주 두 병, 과자 세 봉지 샀는데 그중에 맥주 한 병 떨어뜨렸다. 이런 부분 보면 ‘와, 정말, 진짜 꼼꼼하구나.‘ 이런 생각이 들거든요.
김의성
근데 이 사람이 미행당한 이유도 너무 황당하지 않습니까?
양윤경
네, 그렇습니다. 증언해 준 유력 정치인의 말이 사실이라면은 인사 청탁을 거부한 사람을 사찰하라고 시켰고, 약점을 제대로 못 캤다고 또 사찰하라고 시킨 거죠, 그 사람을.
김의성
이거 정말 막장 드라마에서도 잘 나오지 않은 이야기인데요. 국가기관이 이런 일을 했다니요.
주진우
그래서 공직윤리지원관실이 만들어진 겁니다. 청와대에서 이런 사찰, 이런 무리한 일을 하다 걸리면 대형 스캔들이 생기지 않습니까. 그걸 예상했어요. 그래서 외부에 은밀하게 이 청와대 흥신소를 꾸린 겁니다.
김의성
네. 그게 바로 이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실체군요. 그런데 그야말로 공직자들의 윤리를 감찰하던 성실하고 정직하게 일하던 공무원들. 갑자기 이런 일 시키면 사기가 땅에 떨어지겠네요.
양윤경
그렇죠. 다들 능력 있는 수사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인데 그런 사람들 모아놓고 남의 데이트 쫓아가서 보고하고 맥주 깨졌다고 보고하고, 호텔 들어갔다고 보고하고, 이런 일을 시킨 겁니다. 공무원들한테 해서는 안 되는 일을 시킨 거죠.
주진우
자괴감이 들겠죠.
양윤경
그렇죠. 이건 이 공무원들의 인격을 말살하는 행동이었습니다.
주진우
이명박 청와대 흥신소는 사찰뿐만 아니라 개인의 민원을 해결해주는 해결사 역할을 주로 했습니다. 특별히 많이 했습니다. 대통령 최측근이었지 않습니까. 그래서 친구의 친구, 사돈의 팔촌까지 챙겼습니다. 정말로 사돈의 팔촌을 챙겼어요.
양윤경
네, 지금부터 보실 얘기가 그 중 하나인데요. 국민을 위해 봉사하려던 공무원들인데 공직윤리지원관실 직원들은 힘센 이들의 온갖 뒤치다꺼리에 동원되어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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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cr 2 ▶
◀ 이영호 전 고용노사비서관▶민간인 불법사찰 관련 기자회견 (2012년 3월 20일)
"바로 제가 몸통입니다. 몸통입니다. 저에게 모든 책임을 물으시기 바랍니다"
스스로가 '공직윤리지원관실 사찰 증거인멸'의
"몸통"이라고 밝혔던 이영호 전 청와대 비서관.
어느날 "내 친구의 친구가 억울하다"며
지원관실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친구의 친구가
석유품질관리원의 잘못된 검사로
유사 석유를 팔았다는 누명을 썼다는 것.
그러면서 내리는 지시는 가관입니다.
"조용히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줘야 함.
석유품질관리원 직원들이 로비를 받고
검사했는지 우리 요원들이 따라붙어
물증을 확보할 것."
다짜고짜 미행부터 시키더니, 이번엔
석유품질관리원 직원의 통화내역까지
조회하라고 합니다.
"통화내역을 조회하면 경쟁업체(가
석유품질관리원에 찌른 건지) 연결 고리도
찾을 수 있지 않나"
억울한 친구의 친구 민원을 해결해주기 위해
공직윤리지원관실 공무원에게
석유관리원 직원을 사찰하라고 지시한 겁니다.
청와대 흥신소를 넘어,
이 정도면 그냥 사설 흥신소 수준입니다.
◀ 공직윤리지원관실 민원인 ▶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최고가 누군가 확인을 해봤더니 이영호, 그 당시 이영호였어요. 내 친구의 친구가 000을 같이 다녔어요, 이영호 씨랑. 그래서 제대로 좀 조사하게끔 조사해달라. 그쪽에다 탄원 비슷하게 했던 거죠."
고위공직자 친구가 없는 일반 국민으로선
아무리 억울해도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
민원의 최고봉은 역시 인사 청탁이었습니다.
인사 청탁은 공직윤리지원관실 직원 가운데서도
최고위직과 청와대 사이에서 주로 오고 갔습니다.
"청와대 김백준 총무비서관이 노동부 000의
인사 청탁을 해 옴.
000이 같은 고향인 김백준 비서관을 통해
인사 청탁을 해왔는데 공직윤리지원관실에
정보 없느냐고 문의"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집사'라고 불린
그 김백준 씨입니다.
거꾸로 청와대로 청탁을 넣기도 했습니다.
한 직원은 검찰 수사에서
"지원관실 상관이 수차례 청와대 비서관에게
지인을 추천하더니 결국 000 차관으로
임명됐다"고 진술했습니다.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는 건 일상이었습니다.
"MB님이 지자체 진단한다는데 0000를 전략회사로 검토 부탁해요"
유엔000 재단 이사 선임 대안으로 000 추천 부탁해요.
청장님이 포상 주고 싶은 사람 더 추천하세요,
포상 주도록 하겠습니다"
실직자가 늘고 정리해고가 흔해지던 당시였지만
높으신 분들의 사는 법은 달랐습니다.
어렵게 연락이 닿은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근무자는 실제로
위에서 내려온 민원을 해결해 주는 일이
드물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 공직윤리지원관실 전 직원 ▶
"개인적으로 청탁을 받고 그러한 부분이 없지 않아 있었겠나.. (어떤 직원들이 일을) 진행하는 걸 보면 아 저거는 개인적인 부탁으로 일을 하는구나(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개인적인 지휘를 통해서 우호적으로 (해결해 주고..)"
이렇게 자신들의 주변은 살뜰히 챙기면서,
반대세력이 같은 짓을 하는지,
문제 삼을 건 없는지 촉각을 세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당시 전 대통령비서실장도
인사 청탁을 했는지 알아보라는 대상 중
한 명이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실장이 김00과 선후배지간인데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여
부적격자인 김00이 취업했다고 알아보라는 거였습니다.
조사해보니 부적격자로 보기는 어려웠고
문재인 실장의 압력 행사 근거도 찾을 수 없어
종결하였습니다."
고관들의 사리사욕을 챙기고
미운 털을 괴롭히는 데 철저히 동원됐습니다.
◀ 공직윤리지원관실 전 직원 ▶
"(사람들을) 미행할 이유가 뭐 있고 내가 봐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참 많더라고요. 해야 할 게 있고 안 해야 할 게 있는데.. (직원들:) 거의 99퍼센트는 진짜 열심히, 열심히 했어요. 99프로. 단 1, 2퍼센트가..(부적절한 행동을 한 것이다)"
그리고 문건에서 확인된
그 1, 2퍼센트의 최종 목표는,
궂은 일도 마다 않은 공직윤리지원관실 경력을
발판 삼아 이른바 '좋은 자리'로 가는 거였습니다.
"청와대의 민정수석실이 직원 40여 명의
논공행상을 챙기지 않을 경우,
필요성과 내역을 VIP(대통령)께 말씀드려 총리실이 챙기도록 지시하시게 할 필요"
--
◀ 정두언 전 국회의원 ▶
"여기서(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어떤 일을 더 신경을 써서 했냐하면 현 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인사들을 사찰해서 숨을 죽이고 입을 막고../그거보다 더 중요한 일은 소위 비선 실세들이 정부 각 부처, 산하기관, 공기업에 이권청탁 해서 말 안 듣는 분자들을 또 사찰하고../ 그 업무가 더 중요한 업무예요"
◀ 스튜디오 ▶
김의성
네, 이명박 정권 시절의 높은 권력자들, 그리고 그에 빌붙어 살던 몇몇 사람들. 정말 이렇게 쉽게 살아도 되는 겁니까? 취업, 승진, 개인적인 억울함, 친구의 부탁. 이런 것들을 전부 다 이 공직윤리지원관실, 청와대 흥신소를 통해서 일사천리 다 해결했던 거 아닙니까.
주진우
그렇죠.
양윤경
일반인들은 상상도 못할 일이죠. 그런데 권력 실세들은 너무 쉽게 어디에 누구를 써라. 내 사람 앉혀줘라. 그리고 말 듣지 않으면 청와대 흥신소에다가 부탁해서 미행하고 협박하는 이런 야비한 짓을 했던 겁니다.
주진우
인사 청탁뿐만이 아니었습니다. 특별히 이들은 돈 있는 곳, 각종 이권에 직접 개입했습니다. 대형개발사업, 정부에서 주도하는 대형개발사업 있었지 않습니까. 그리고 대형 건설사에서 하는 그런 사업. 이 수주에 청와대 흥신소 직원들이 적극 활약합니다.
김의성
그러니까 이런 공사들의 사업권을 따내려고 사업자 선정하는 공무원을 사찰했다. 이거 아니에요?
양윤경
네, 정권을 잡은 게 아니라 이권을 잡았다. 당시 정부를 놓고 이런 말도 돌았었었죠.
주진우
이렇게 심각한 국기문란사건을 검찰은 수사도 않고 덮어버립니다.
양윤경
6년 만이죠. 2018년 올해 초에 들어서야 수사가 재개됐습니다. 불법과 야만으로 얼룩진 청와대 흥신소. 그 탄생에 누가 있었고 누구의 힘이 작용했는지 저희 스트레이트가 추적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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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cr 3 ▶
공직윤리지원관실은 처음부터
이명박 대통령을 위해 탄생했습니다.
"신설 목적:
노무현 정권 코드 인사들의 음성적 저항으로
인해 VIP(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차질.
지휘 체계:
VIP의 의중이 정확히 전달되고
보안을 유지하며 밀도 높게 추진될 지휘라인을 모색"
◀ 공직윤리지원관실 전 직원 ▶
((일하시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존재를 못 느끼셨나요?)
"존재를 못 느끼는 게 아니고 우리 하는 일이 전부 다 당시에는 정부 차원에서 하는 거고 (이명박) 대통령을 위해서 하는 거, 그거는 당연히 지극히 다 그걸 인식하고 있는 부분이었죠"
공직윤리지원관실은
스스로 대통령 비선의 지휘를 받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현 정국은 야당이 정권교체로 인한 상실감으로 정치 공세의 빌미만 생기기를 바라는 상황.
VIP의 국정수행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VIP께 절대충성하는 친위조직이 비선에서 총괄 지휘.
청와대 비선을 통해 VIP께 보고"
있어도 감추려고 하는 대통령의 비선,
이 비선의 존재를 정부 공식 문건에서
인정하고 있습니다.
비선이 지휘하는, 사실상 청와대의 흥신소
역할을 한 이 지원관실은 누구의 작품일까.
<스트레이트>는 검찰 수사 문건에서
검찰이 비선의 정점으로 본 '왕차관', 즉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의 발언이 적힌
메모를 발견했습니다.
"대통령께서 그 분의 의지로 공직윤리 조직을 만드셨고 지금까지 유용하게 활용하셨다"
이명박 대통령이 주도해 만들었다는 얘깁니다.
취재진은 이와 함께
이명박 대통령이 인사부터 깊이 개입되어
있었다는 증언도 확보했습니다.
◀ 수사기관 관계자 ▶
"MB가 직접 (맡길 사람을) 찍었었죠. 이명박 그 당시 VIP가 이거를(공직윤리지원관실을) 이 사람한테 맡기려고 했었는데 이 사람이 거절한 거예요."
이명박 대통령이 처음 낙점했던 인물은
정보계통의 최고 전문가였다는 것.
민간인과 공무원을 넘나들며
사찰과 감찰을 전담했던 지원관실 탄생의
배경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 수사기관 관계자 ▶
"이 사람이 정보 쪽으로 좀 잘 하는 사람이에요. 이 사람의 정보력이 상당해요. 정보력이 장난이 아니고. (그런데) 딱 들어봐도 나중에 문제될 게 뻔하고 (해서 거절했다.) 이거를 흥신소처럼 했던 게, 이 사람들(공직윤리지원관실 직원들)이 이런 거를 해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고 이런 일을 이런 식으로 하면 안 된다는 거를 몰랐던 거예요"
공직윤리지원관실을 둘러싼 이슈는 크게 3갈래.
사찰을 하고, -> 그 증거를 없앤 뒤, ->
증거를 인멸했다는 폭로를 입막음하려 한 것.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은 셈입니다. //
이명박 정권 때 이루어진
2번의 수사 끝에 공직윤리지원관실과 관련해 박영준 전 차관까지는 기소됐지만
거기서 끝이었습니다.
"대통령이 지원관실을 잘 활용하셨다"고 말한 박영준 차관.
취재진은 지원관실에 수시로 지시를 내렸던
박 전 차관은 그럼 누구의 지시를 받았는지
묻기 위해 박 전 차관을 찾았습니다.
◀ S Y N ▶박영준 전 차관
(안녕하세요, 박영준 전 차관님이시죠?)
"예, 예"
(저 MBC 양윤경 기자인데요)
"그런데 여기 왜.."
(여쭤보고 싶은 게 몇 가지 있어서 왔어요)
"여기 교회잖아요"
(네. 나가서 여쭤봐도 될까요?)
"아니, 꺼 주세요. 여기 교회잖아요."
(저희가 공직윤리지원관실에 대해 입수한 문건을 보고 여쭤보고 싶은 게 있었는데, 이명박 대통령도 알고 계셨나요? 혹시 이명박 대통령...)
"여기 교회입니다. 기자님."
(여긴 (교회가) 아직 아니잖아요)
"크리스찬이세요? 여기가 교회 공간이에요. 교회 공간에서 이러시면 안되죠."
(여기는 교회 아니고요)
"여기가 왜 교회가 아니에요? 예배를 보는 데예요."
(일부러 예배당에서는 안 여쭤봤어요)
"여기 공간에서 예배 보셨잖아요."
(선생님, 이명박 대통령도 알고 있었나요? 그 설치...)
--
그러나 적어도 폭로를 막는 과정에
이명박 청와대가 움직였다는 정황은 분명합니다.
증거인멸 폭로를 입막음 할 돈
"관봉" 5000만원을 마련해 준 건
MB의 남자 원세훈 원장 시절의 국정원,
그 돈을 받은 인물은 청와대 민정비서관,
그 돈을 다시 전달받아
내부고발자 장진수 씨가 소속된 총리실에
전달한 건 또다른 청와대 비서관,
그리고 장진수 씨에게 별도로 700만원을
전달한 인물 역시 청와대 비서관이었습니다.
이 청와대 비서관은 또
증거인멸 혐의로 복역한 다른 직원을 만나
500만원을 주면서,
김희중 부속실장과 임태희 대통령비서실장이
이 사실을 안다고 말했습니다.
김 부속실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집사 중의 집사,
이른바 "성골 집사"로 불렸던 인물입니다.
청와대의 흔적이 짙게 남아 있지만,
돈 전달에 가담한 비서관들이 입을 닫으면서
윗선으로 올라가는 수사는 막혀 있습니다.
◀ END ▶
◀ ST 4▶
김의성
야, 모든 기자들이 만나고 싶어 하지만 그 누구도 만나기 정말 힘들다는 그 왕 차관, 박영준 전 차관을 만나셨군요.
양윤경
네. 우여곡절 끝에 박 전 차관을 만나긴 했습니다만 질문 자체를 거부하면서 속 시원한 대답을 듣지 못했습니다.
김의성
네, 언젠가는 그 대답을 들을 수 있겠죠.
주진우
꼭 들어야 됩니다. 진실의 법정에 박영준을 세워야 됩니다.
김의성 그런데 이명박 전 대통령의 의지로 공직윤리지원관실을 만들었고 활용했다. 이런 박영준 차관의 메모도 나왔고, 청와대 비서관들이 직접 돈을 만들어서 이 뭔가 문제가 터졌을 때 입막음 하려고 했다. 라는 정황들도 다 드러났는데 왜 이렇게 수사가 진척되지 못하는 겁니까.
주진우
수사할 의지가 애초부터 없었습니다.
양윤경
네. 또 그 돈을 전달했던 그 민정비서관은 6년 전에는 돈을 안 줬다. 전달한 사실이 없다고 전달 사실 자체를 부인했다가, 6년 뒤인 올해 자금전달을 한 건 맞다. 까지 인정은 했습니다. 하지만 누가 시켰는지, 그 뒤에 누가 있는지는 말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김 과연 이들이 지키려고 하는 그 윗선은 누구인가요?
주진우
이명박이죠. 이명박 전 대통령입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아니라면 청와대, 국정원, 총리실. 이 유기적인 복합, 복합적인 이 범죄 행위를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양윤경
검찰이 세 번째 수사에 접어들면서 이번만큼은 이명박 대통령까지 간다고 시작을 했는데요. 지금까지 수사선상에 오른 최고위 인물은 당시 권재진 민정수석입니다.
주진우
공직윤리지원관실을 만든 사람은 이명박과 박영준입니다. 운용한 사람은 몸통, 이영호 전 비서관이었죠? 그런데 이 문제가 불거졌을 때 수습한 사람은 권재진의 민정수석 라인이었습니다. 권재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수사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직보를 받았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불법사찰에 대한 책임도 물어야 합니다. 이 문제는 단순히 돈을 횡령하고 뇌물을 받은 그런 죄들보다 훨씬 크고 중요한 문제입니다.
김의성 네.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국민의 삶을 짓밟은 반 인권적인 불법사찰에 국민의 세금을 동원하고 공무원들을 동원했습니다.
양윤경 이 청와대 흥신소에 이명박 대통령이 어떻게, 어디까지 개입돼 있는지 이번 수사에서만큼은 명명백백히 밝혀지기 바랍니다.
◀ STUDIO 1 ▶
◀김의성▶
영화계에서는 흔히 이렇게 말합니다. 본편보다 재미있는 속편은 없다.
◀주진우▶
좀 그렇죠? 본편을 뛰어넘기는
◀김의성▶
네. 대부분 그렇습니다. 그런데 오늘 스트레이트는 전편보다 더욱 더 충격적인 취재와 탐사보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두 번째 이슈는 삼성노조파괴에 숨겨진, 숨겨진 윗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주진우▶
삼성의 무노조경영은 신화가 아니었다. 오랜 기간에 지속된 조직범죄였다. 우리가 지난 시간에 얘기했었죠.
◀김의성▶
네. 곽동건 기자, 그 조직범죄의 윗선. 계속 쫓고 있다면서요?
◀곽동건▶
곽 네, 지난 시간에 조직범죄수사의 기본 중의 기본은 이 수괴를 잡는 것이다. 이런 말씀 드렸잖아요. 그래서 검찰 수사망도 삼성그룹의 최고위층을 향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삼성그룹의 최상층에서 이 노조파괴에 개입한 인물은 누구일까. 저희가 그 핵심 인물을 취재했습니다.
◀VCR▶ 1
노조 파괴를 위한 표적 감사와 일감 빼앗기,
위장 폐업은 두 명의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원을 죽음으로 내몰았습니다.
고 염호석 씨의 마지막 월급은 41만원,
고 최종범 씨는 배고파 못살겠다는
마지막 메시지를 유언처럼 남겼습니다.
◀김기수 조합원 / 삼성전자서비스 천안센터 수리기사▶
"제일 두려웠던 게 뭐냐면 월급이에요. 제일 중요한 게.."
검찰은 삼성의 노조파괴 공작을
그룹 차원의 조직범죄라고 규정했습니다.
◀김수현 공공형사부장 / 서울중앙지검▶
"무노조 경영방침을 관철하기 위해 미전실 (미래전략실) 인사지원팀이 주도하여 거의 모든 방법을 사용하여 노조 와해 작업을 벌여왔습니다"
검찰이 노조파괴의 핵심 인물로 지목한 건
미전실 인사지원팀의 강경훈 부사장.
강 부사장은 경찰대 출신으로
91년 경찰을 떠났습니다.
경찰 관계자들은 그를
의리 있는 사람으로 기억합니다.
◀전 경찰 관계자(음성 대독)▶
"언제든지 돈도 없고, 가난하고 맨날 욕만 먹는 친정, 경찰 조직을 신경 써주고 고생한다고 밥사주고..이런 분으로 알려져 있는 거죠."
2000년대 들어 고속 승진을 거듭한
강경훈 부사장은 경찰들 사이에서
선망의 대상이었다고 합니다.
◀전 경찰 관계자(음성 대독)▶
"경찰에서 열심히 잘하면 다른 진출로가 생긴다는 것 자체가 고무적인 걸로 받아들여진 거죠. 더구나 모든 사람이 선호하는 굴지의 대기업에 간다. 그 첫 활로를 뚫은 게 강 부사장이고..."
강 부사장은 경찰 핵심 인사들을
꾸준히 관리했고,
특히 노동관련 경찰 정보라인을
각별히 챙겼습니다.
◀검찰 관계자(음성 대독)▶
"삼성이 돈을 어떻게 쓰는 건지는 모르겠는데 실제로는 노정계 모임(노사관계 정보 경찰 모임)하면 뭐.. 경찰대 출신들 내로라하는 정보라인 고위 관계자들부터 쭉 라인 있잖아요. 잘나가는 노정계 쪽에 라인들."
특히 강 부사장과
1년에 두 번 정례 모임을 가져온
경찰의 노사관계 정보 분야 주요 인사들은,
강 부사장을 극진히 모셨습니다.
◀검찰 관계자(음성 대독)▶
"대놓고 얘기하기가 뭐할 거 아니에요. 그래서 맨날 강경훈 부사장을 '광님' 이라고 화투에 비유하거든요. '광님께서 모임을 소집하셨으니까 끗들은 모여라' 이런 식으로.."
그러니까 화투판의 '광'인
강 부사장에 비하면 경찰 조직의 핵심인
자신들은 껍데기인 '끗'에 불과하다는 것.
현직 경찰들에게
이렇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강 부사장은 삼성의 '노무 관리'에서
탁월한 성과를 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래서인지
강 부사장은 삼성전자의 대표이사
후보로 거론될 만큼
그룹의 핵심으로 성장했습니다.
◀검찰 관계자(음성 대독)▶
"삼성이라는 기업 내에서도 냉정하고 경찰 조직같은 그런 엄한 인사 관리.. 쉽게 얘기하면 냉혹하게 징계한다든지 조사한다든지 그런 부분들을 인정받았다는 얘기도 있었고..."
◀ STUDIO 2 ▶
◀김의성▶
‘광님과 끗들’이라니. 경찰의 자존심 이런 건 아예 없는 모양입니다. 이 모임 이름만 들어도 강경훈 부사장이 경찰 내부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 정말 그 위세를 알겠군요. 일반적인 기업 간부가 아니네요.
◀곽동건▶
네. ‘광님과 끗들’, 이런 모임은 1년에 두 번. 정례적인 모임을 가졌는데요. 경찰들 중에서도 이 노사관계 정보를 다루는 핵심 정보관들을 모아서 만났습니다.
◀주진우▶
‘끗들’이라고 하니까 하찮아보이는데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정보담당관들, 아까 노사 정보를 다루는 사람들이 모였잖습니까. 그분들이 엘리트입니다. 다른 보직보다 먼저 승진하거든요. 지방청장도 가라, 오라. 이렇게 할 정도로 막강한 위세가 있기도 합니다. 쌍용차 관련해서 김 사장 기억하십니까? 경찰청 소속의 김 사장. 이분도 ‘끗’ 멤버 중 하나였습니다.
◀김의성▶
아, 그 쌍용차 사장을 이리 와라. 저리 가라. 할 수 있었던 그 위세 있었던 김 사장. 그 사람도 ‘끗‘이었나요?
◀곽동건▶
네. 그리고 경찰청 김 사장은 쌍용차 사태뿐만 아니라 삼성전자서비스 노조파괴 과정에서도 현직 경찰간부 신분으로 이 삼성 측 교섭대리를 한 혐의로 지금 재판에 넘겨져 있죠. 삼성 측 편에 서서 노조파괴를 도와준 대가로 6천만 원이 넘는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고요. 이미 구속돼 있습니다.
◀주진우▶
그 김 사장은 ‘끗‘들 중에 ‘끝‘이었어요.
◀김의성▶
아니, 경찰청의 김 사장, 한남동 팀, 김 사장이 ‘끗’ 중의 ‘끝’이면, 강경훈 부사장은 차원이 다른 ‘광’님. 이런 거죠?
◀주진우▶
그렇습니다. 강경훈 부사장이 경감 때 경찰을 그만두고 삼성으로 넘어왔는데 사실 경찰과 기업이 협조할 게 많습니다. 그래서 재벌들이 경찰대 출신, 경찰 고위간부들을 다 채용해서 삼성 시스템을 또 따라가고 있습니다.
◀김의성▶
결국 삼성에서 이 강경훈 부사장이라는 사람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 것은 이 사람이 노조파괴에 특화된 사람이기 때문 아니겠어요?
◀주진우▶
기여했기 때문이죠.
◀김의성▶
그렇죠. 그런데 이런 노조파괴가 실행된 계열사가 삼성전자서비스, 그리고 에버랜드. 우리가 지난번에 말씀드렸던 이 두 회사뿐이 아니라면서요?
◀곽동건▶
네, 지금까지 저희가 다뤘던 계열사들 말고 또 다른 계열사인 삼성SDI에서도 아주 오래 전부터 노조파괴가 실행이 되고 있었는데요. 여기서 벌어졌던 일들을 보면, '아, 이게 삼성이 마음을 먹으면 진짜 어디까지 할 수 있나' 그런 걸 볼 수 있고요. 공포감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겁니다.
◀VCR▶ 2
2011년 4월 늦은 밤,
김갑수 씨는
천안의 한 식당에서
회사 후배인 삼성SDI 직원들을 만났습니다.
노조 활동과 관련된 중요한 의논을 하던 중, 김 씨는 이상한 낌새를 느꼈습니다.
◀김갑수▶
"조심스럽다 보니까 우리 또한 좀 조용한 데 그러니까 사람 없는 데 자리를 찾아서
앉았는데.. 그들이 4명이 딱 들어오더니
넓은데 우리 옆자리 앞에 앉으면서 딱 쳐다보고 내가 주시하면 싹 (고개를) 돌리고 막"
서둘러 논의를 마치고
새벽 1시가 넘어 집으로 가는 도중,
김 씨는 자신을 미행하는
검은색 렌터카를 발견했습니다.
◀김갑수▶
"늦은 시간이기 때문에 차들이 별로 없는데 앞질러서 가지도 않고 넓은 대로에서 계속 쫓아온다는 건 아, 미행 차량인지 누구나 확인하죠"
미행을 피해 이번엔 조용한 아파트 근처에 차를 세웠습니다.
◀김갑수▶
"여기서 이제 시동을 끕니다. 여기서 (운전석을) 눕히고 백미러로 딱 볼 수 있게끔 조정을 해서 뒤차의 동태를 보는 거죠"
얼마 뒤 한 남성이 차 안을 살피려고 다가왔고, 김 씨와 눈이 마주치자 깜짝 놀라
황급히 달아나기 시작했습니다.
◀김갑수▶
"와서 이렇게 들여다보는 거예요. 안에.
안에 있나 없나 사람이"
김 씨는 맨몸으로 수상한 남성이 탄 차량을 가로막은 뒤 차에 매달렸습니다.
◀김갑수▶
"‘야 내려봐 내려봐’ 그러면서 계속 오잖아요. 차가. 계속 오니까 뒷걸음질 계속하는 거야 속력을 더 내는 거야 그러니까 나는 이렇게 이렇게 잡았죠. 이게 이제 속력을 더 내는 거야"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이 차량은
매달린 김 씨를 떨어뜨리려는 듯
급정거를 반복하고, 지그재그로 달리고,
대로에서 크게 유턴까지 했습니다.
◀김갑수▶
"얘네들이 별안간 저 큰 대로에서 유턴을 그냥 휙 유턴을 했는데 몸이 쏠릴 거 아니에요. 몸이 쏠리는데 어떻게 가까스로 매달려서 가는데"
이 위험천만한 상황을 목격한 택시가 차 앞을 막아서면서 목숨을 건 추격전은 끝이 났습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확인한
이 차량 안의 남성들은
삼성SDI 신조직문화사업국,
그러니까 노무팀 직원들이었습니다.
◀김갑수▶
"어느 회사 다니냐 신분증 내라고 하니까
사원증 내면서 (어디 사원증이었어요?)
회사, SDI 사원증, SDI. 그래서 나중에 확인한 건데 노무팀에서 근무하는 당사자들이었고"
김갑수 씨는 2000년 삼성SDI에서
노동조합 설립을 추진하려다가 해고된 인물.
◀김갑수 / 삼성SDI 해고자▶
"어느 산속으로 들어가서 통나무집이 하나 있는데 거기로 데리고 가면서 ‘1년에 우리나라에서 실종되는 인구가 몇 명인 줄 아느냐’ 노조를 안 하겠다는 각서를 요구하고 이런 식으로"
11년 전 이미 해고당한
김 씨를 미행한 사실이 발각됐을 때
삼성 측은 김 씨가 회사 기밀 유출에
가담한 걸로 의심해 이날만 우연히
뒤를 밟은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과연 그럴까.
스트레이트가 입수한
삼성 SDI의 2001년 문건.
노조 설립을 막기 위해 MJ,
즉 문제 인력에 대한 모니터링
그러니까 감시를 강화하고,
이미 해고된 김갑수 씨에 대한 관리도
한 단계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문구가 선명합니다.
이 문건은 이미 해고된 뒤에도
삼성이 김 씨를 요주의 인물로 지목해
지속적으로 이른바 '관리'라는 걸
해왔음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이 문건에는
'구조조정본부의 종합 지침에 따른
일관된 대응'이라는 내용도 명시돼 있습니다.
바로 삼성 그룹의 컨트롤타워 미래전략실의 전신인 구조조정본부.
즉 그룹 차원에서 벌인 일이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2012년.
삼성SDI에서 노조를 설립하려 했던
직원 한 명이 또 다시 해고됐습니다.
◀이만신 / 삼성SDI 해고자▶
"2001년도 3월 11일 부산사업장에서 만들어진 거(문건)고요. 여기에 (관리) 대상 인력이 이 사람 담당자. 근데 나는 여기 딱
'노조'로 돼 있잖아요. 조직의 걸림돌이래요"
이만신 씨가 2012년
노조 준비위원장을 맡자,
삼성 측의 회유와 압박이 시작됐습니다.
노조 활동 포기 각서를 쓰라는 계속된 압력.
끝내 응하지 않자
삼성 측은 이 씨를 해고했습니다.
이 씨가 해고되면서
노조 설립 계획은 2012년에도 수포로 돌아갔고, 삼성의 반헌법적 무노조 경영은 계속됐습니다.
2012년 당시 삼성은
이 씨가 회사를 협박하고,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켜 해고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올해 검찰이 압수한
삼성의 컨트롤타워 미래전략실의 내부문건엔
전혀 다른 이야기가 나옵니다.
◀미래전략실 작성 노조파괴 문건中(음성대독)▶
"2012년 성과와 반성"
"SDI에서 문제 인력이 노조 설립 직전까지
갔으나 마지막 단계에서 차단헀다"
문제 인력 이만신 씨가 노조를 설립하려는 것을 성공적으로 차단했다는 그룹 차원의 평가.
이 씨를 해고한 건 삼성 그룹의
치밀한 전략이었다는 것을
내부 문건이 확인해주고 있습니다.
이 문건이 발견된 곳은 바로
미래전략실 인사지원팀 강경훈 부사장의
컴퓨터였습니다.
◀검찰 관계자 (음성 대독)▶
"비밀로 관리하는 건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별도 공간이 있어서 평상시에 안 뜨게 하다가 필요할 때 접속해서 쓰더라고요. 몇 년 동안 안 써서 모르고 있다가 그게 안 걸렸으면 강경훈 부사장이 이렇게까지 안 됐겠죠"
강 부사장은 자신의 컴퓨터에서 나온 이 노조파괴 문건은 "미래전략실에서 작성한 것이 맞다" 고 검찰에서 시인한 걸로 알려졌습니다.
◀ STUDIO 3 ▶
◀김의성▶
아, 정말 놀라운 사실들이 많이 밝혀지고 있네요. 그런데 아까 그 장면은 단순한 미행이라고 볼 수 없을 것 같아요. 사람을 차에 매단 채로 달리고, 심지어 떨어뜨리려고 하고. 이거 살인미수 아닙니까?
◀주진우▶
죽을 뻔 했어요.
◀곽동건▶
네, 만약에 김갑수 씨가 당시에 손을 놓쳤으면, 어우, 좀 끔찍한 일이 일어날 뻔 했죠. 그런데 이 범죄는 당시 아주 가볍게 조사만 됐고요. 운전자만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 걸로 끝났습니다.
◀주진우▶
삼성에 관해서는 경찰이 수사를 안 합니다. 최근 10년 간 63명의 경찰간부가 삼성에 채용됐는데요.
◀김의성▶
저희가 이 뉴스를 통해서 탄압, 와해. 이런 말들을 들을 때 그냥 추상적으로 느껴지는데. 이 추상적인 단어들 속에 정말 끔찍한 일들이 이렇게 숨어있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되네요.
◀곽동건▶
네. 그리고 또 한 가지, 상상하지 못할 일들이 담긴 문건을 제가 나눠드렸는데요. 한번 읽어보시죠.
◀양윤경▶
제목부터 무섭네요. ‘핵심인력 격리 시 행동요령’, 격리라는 말을 썼네요.
◀곽동건▶
네. 삼성미래전략실에서 노조 악성바이러스. 악성 노조 바이러스. 이런 표현을 쓰지 않았습니까? 노조를 만들려고 하는 직원들을 마치 어떤 병균, 전염병 환자. 이렇게 대하듯이 격리한다. 이런 내용입니다. 한번 읽어볼까요?
‘미팅장소에 도착하면 격리조 두 명이 강제 탑승, 동행하라.’ ‘핵심인물은 뒷좌석 가운데에 태우고 격리조는 양쪽에 타라.‘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가족들한테 전화를 미리 해서 업무 때문에 함께 있다고 안심시켜라.’ ‘휴게소 화장실 이용할 때는 항상 함께 행동해라.’ ‘야간에도 집중적으로 면담하고 잠을 재우지 마라.‘ 이런 내용들입니다.
◀주진우▶
무슨, 참.
◀김의성▶
야,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가족들에게 거짓 전화를 하고 화장실 같이 따라가고, 이거 그야말로 전형적인 납치범들이 하는 행태 아닙니까?
◀양윤경▶
가족들한테 전화해서 안심시키고, 그리고 잠을 재우지 말라는 건 거의 고문 아닙니까? 이 정도면
◀주진우▶
이게 조폭이나 납치범 수준인데. 중요한 건 이건 삼성에서 만든 매뉴얼입니다. 문서입니다.
◀김의성▶
야, 이건 정말 기업이 하는 일이라고 생각되지가 않습니다. 마피아나 야쿠자. 이런 우리가 영화에서 보던, 이런 폭력조직들이 하는 그런 수법을 그대로 닮아있는데요. 이렇게 구체적인 지침들이 드러나고, 삼성그룹의 미전실이 노조파괴의 컨트롤타워라는 게, 증거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데도 왜 실질적인 윗선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는 겁니까?
◀곽동건▶
네. 그래서 지난 몇 달 간 진행된 수사, 검찰수사과정을 한번 살펴보면요. 공교롭게도 삼성 수사의 큰 고비마다 법원의 역할이 빛을 바랬다. 이렇게까지 얘기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VCR▶ 3
검찰은 삼성 노조파괴 수사에서
가장 어려웠던 건
법원이 핵심 인물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번번이 기각한 것이었다고 밝혔습니다.
◀검찰 관계자(음성 대독)▶
"고비 때마다 법원에서 영장을 기각하면서
그에 따라 시간이나 인력의 추가 투입..
이런 부분이 가장 어려웠다고 봅니다"
검찰의 지난 수사과정을 하나하나
되짚어봤습니다.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파괴의 책임자인
박상범 당시 삼성전자서비스 대표에 대해
청구된 구속영장.
허경호 영장전담 판사는 기각했습니다.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
검찰은
"박 전 대표가 압수수색 직전
부하들에게 연락해 휴대 전화를
모조리 교체했다"며
조직적 증거 인멸을 지시했다고 반박했습니다.
열흘 뒤, 검찰은 다시 구속 영장을 청구합니다.
그러나 이번에도 기각.
박범석 영장전담 판사는
"조직적 증거인멸에 가담했다고 볼 수 없다"고 기각사유를 밝혔습니다.
이번에는
삼성전자서비스의 모회사인 삼성전자.
삼성전자 노무담당 목장균 전무에 대해선
'노조파괴 혐의가 인정된다'며
구속영장이 발부됐습니다.
다시 탄력을 받는 듯했던 수사,
검찰은 삼성전자의 2인자,
최고위층을 겨냥했습니다.
노조파괴 공작 당시
삼성전자 경영지원 실장이었던
이상훈 현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겁니다.
그러나 이언학 영장전담 판사는
"증거는 있지만 부하직원의 진술이 없다"며
영장을 기각했습니다.
검찰은 들끓었습니다.
"진술만 있고 증거가 없다고
영장을 기각한 적은 있어도,
확실한 증거가 있는데 진술이 없다고
기각하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는 것입니다.
벽에 부딪힌 검찰은
삼성 그룹의 컨트롤타워 미래전략실을 향해
칼끝을 직접 겨누는 승부수를 던졌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노조파괴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강경훈 미래전략실 인사지원팀 부사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이것 역시 기각.
이언학 영장전담 판사는
"증거 자료가 충분하고 증거 인멸의
염려도 없다"며 "강 부사장이
삼성전자 자회사의 노조파괴에까지
관여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검찰은 넉 달 동안 삼성 관계자들에 대해
11차례에 걸쳐 줄기차게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삼성 그룹 전체를 통틀어
실무자 단 두명만 구속됐을 뿐입니다.
삼성의 노조파괴 범죄에 대한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률은 82퍼센트.
평균 영장 기각률 25%의 세 배가 넘는
이례적으로 높은 수치입니다.
이렇게 구속영장이 번번이 기각되면서
수사가 벽에 부딪힌 상태지만,
검찰이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는
인물이 한 명 있습니다.
그 위상과 역할에 비해
이상하리만큼 언급된 적이 없는 사람.
국정농단에 연루돼 2017년
미전실이 해체되던 순간까지
강경훈 부사장의 직속 상관이었던
인사지원팀장 정현호 사장입니다.
정현호 사장은
이재용 부회장의 최측근이자
복심이라 불리는 인물입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정현호 사장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강 부사장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삼성 노조파괴 수사의 1라운드는
일단 멈춰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 STUDIO 4 ▶
◀김의성▶
그렇게 생각 안 하려고 해도, 법원 정말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네요. 마치 삼성의 법률서비스를 담당하는 로펌 아니냐. 이렇게 따져 물을 때 어떻게 대답할지 궁금합니다.
◀주진우▶
영장 판사는 고문 변호사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의성▶
아니, 일반적인 구속영장기각률 25%, 삼성은 82%. 이거 어떻게 봐야 됩니까?
◀곽동건▶
네. 저도 법관들이 양심에 따라서 잘 판단했다고 믿고 싶긴 한데요. 최근에 이미 재판에 넘겨진 삼성 관계자들의 재판 과정에서도 다소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삼성 노조파괴사건의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 노조 측에서 '삼성 관계자들이 어떤 범죄 사실로 기소가 됐는지 보고 싶다. 공소장을 보여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는데, 세 차례나 재판부에서 이를 불허한 겁니다.
◀김의성▶
아니, 재판부가 왜 피해자들한테 공소장을 안 보여주죠?
◀곽동건▶
네. 통상 피해자들한테는 보여주는데요. 재판부가 얘기하는 논리는 이 삼성 노조파괴 사건으로 파괴된 노조가 이번 사건의 피해자가 아니다. 였습니다.
◀김의성▶
그럼 도대체 피해자가 누구라는 얘기죠?
◀곽동건▶
네, 우리 사회 전체가 피해를 본 거다. 이렇게 얘기하고 있습니다.
◀김의성▶
아니, 우리 사회 전체가 피해자면 누구든 그 공소장을 읽을 수 있어야 되는 거 아닌가요?
◀주진우▶
우리가 봐야죠, 그러면.
◀곽동건▶
네. 그래서 이렇게 부당노동행위 사건. 그러니까 노조 관련 사건에서, 피해자인 노조 측의 공소장 열람을 불허 하는 게 아주 이례적인 일이라고 하고요. 실제로 담당 변호사도 한 번도 이런 일 없었다. 이렇게 얘기하고 있습니다.
◀주진우▶
우리 법은 아직은 삼성에 미치지 못하는, 그런, 치외법권 지역을 만들고 있습니다.
◀김의성▶
그런데 저희 VCR 말미에 나왔던 정현호 사장. 이 사람이 좀 궁금합니다. 이재용 부회장은 온 국민이 다 알고 있는 사람이지만, 이재용의 복심이라는 정현호 사장. 아직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 사람 어떤 사람이죠?
◀주진우▶
이건희 회장한테 이학수 부회장이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복심 중의 복심. 그런데 이재용 부회장한테는 정현호 사장이 있다. 이렇게 이해하시면 됩니다.
◀곽동건▶
그리고 세간에 알려진 걸로는요. 정현호 사장은 90년대에 이재용 부회장이 하버드에서 박사과정을 밟을 때 비슷한 시기에 유학 생활을 하면서 밀접한 인연을 맺게 됐다. 이렇게 알려져 있습니다.
◀주진우▶
그 당시 삼성에서 삼성 직원들 중에 가장 똑똑한 동년배 직원 하나를 이재용 부회장이 있는 곳으로 보냈다. 이렇게 소문이 돌았죠.
◀곽동건▶
네, 그런 얘기도 있었고요. 2017년에 최순실 국정농단사건으로 삼성 미래전략실이 전격 해체되지 않았습니까? 그때 저희가 흔히 알고 있는 최지성 실장이나 장충기 차장. 이런 사장단들 전원이 사표를 냈어요.
◀주진우▶
8명의 사장급 임원들이 물러났었죠.
◀곽동건▶
네. 그래서 전부 다 삼성을 떠났는데요. 그 뒤에 단 한 명이 삼성에 다시 돌아왔습니다. 바로 정현호 사장이었습니다.
◀주진우▶
정현호 사장이 돌아온 곳도 주목해야 됩니다. 그가 맡은 곳이 삼성전자 사업지원TF라고 하는데, 말만 바뀌었지 여기가 구조본이고 미래전략실의 다른 이름입니다.
◀김의성▶
네. 그러니까 삼성 전통적인 그 핵심 컨트롤타워를 이루던 비서실, 구조본, 또 미전실. 이게 그대로 이름만 바꿔서 이어져 오는, 삼성전자의 그야말로 핵심. 이런 얘기군요.
◀주진우▶
네. 그렇습니다.
◀곽동건▶
그래서 저희는 검찰에서 주시하고 있는 정현호 사장이 과연 미래전략실 인사지원 팀장, 그러니까 강경훈 사장의 직속상관으로 있으면서 노조파괴와 관련된 내용을 한 번도 보고받은 적이 없는지. 정말 몰랐는지. 이런 내용을 질문을 했습니다. 그런데 아직까지 아무런 답변도 오지 않은 상태입니다.
◀주진우▶
검찰에서 강력하게 의심하고 있었는데요. 강경훈, 정현호, 그리고 나서는 이재용과 로얄 패밀리로 갑니다. 그런데 법원에서 영장을 기각하면서 검찰수사는 이재용 등, 로얄 패밀리 직전에서 멈춰 섰습니다
◀김의성▶
이 수십 년 간 삼성의 노조파괴에 대한 수사. 흐지부지하게 끝났던 것은 그동안 검찰이 의지가 없었기 때문인데요. 이번에는 검찰이 열심히 노력을 하는데 법원에서 그 앞을 가로막고 있는 양상이네요.
◀곽동건▶
네, 지금 법원이 보여주고 있는 빈번한 영장기각, 그리고 재판과정에서 보여준 이례적인 일들. 이런 것들 때문에 일각에서는 '법원이 삼성의 마지막 보루가 되려는 것 아니냐' 이런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일리가 있어 보입니다.
◀ 클로징 ▶
◀주진우▶
삼성의 노조파괴공작은 그저 한 회사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김의성▶
삼성과 법원, 삼성과 노동부, 그리고 삼성과 정치권력. 그간 삼성공화국으로 불리던 우리사회의 고질적 병폐가 삼성의 노조탄압 수사 곳곳에 맞물려 있습니다.
◀주진우▶
그동안 삼성 문제에 대해서는 취재도 안 하고, 수사도 안 하고, 재판도 안 했습니다. 삼성이 돈으로 이 사회를 어지럽히는 것에 대해서는 우리 스트레이트가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김의성▶
끈질긴 추적 저널리즘,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저희는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 E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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