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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 26회 하이라이트] 1994년 최초의 '가습기 메이트' 실험

[스트레이트 26회 하이라이트] 1994년 최초의 '가습기 메이트' 실험
입력 2018-10-29 11:02 | 수정 2018-10-29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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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VCR 3 ▶

    “세워둔 채로 살짝 눌러 요렇게 붓기만 하면 세균도! 물때도!”

    지난 1994년 가습기 살균제 제품이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제품 이름은 '가습기 메이트'.

    “가습기 메이트 덕분에 우린 건강하게 살아요~
    남: 가습기 친구! 가습기 메이트 !
    남2: 아내가 똑똑하면 편안하니까“

    “주식회사 유공“

    만든 회사는 선경그룹,
    즉 현재의 SK가 인수한 '유공'.

    가습기에 살균제를 직접 넣어 세균을 없애려다 사람을 죽게 만든 발상이 24년 전 SK에서 시작됐습니다.

    SK측은 1994년 당시 동물 흡입독성 실험을 통해 안전성을 규명한 뒤 제품을 출시했다며 인체에 무해한 제품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1994년엔 국내에 흡입독성 실험을 할 수 있는 장비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때였습니다.

    당시 유공은 서울대 교수에게 가습기메이트의 동물 흡입 실험을 의뢰합니다.

    어떻게 실험을 했을까?

    이영순 교수 / 서울대학교 수의학과 (가습기 살균제 청문회 · 2016년 8월 30일)
    “장비가 없어서 우리가 제작 주문을 했습니다. 앵글(철장)을 주문해서 6면, 1m 정도의 육면체를 만들어서 속이 들여다보이는 하얀 비닐로 전부 다 봉해서 거기에 마우스(실험용 쥐)를 가져다 집어넣어서 가습기로 포화 농도 상태가 되도록 집어넣었는데”

    허술한 실험 환경도 문제였지만 겨울부터 초봄까지 장기간동안 거의 매일 가습기를 사용한다는 조건도 전혀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이영순 교수 / 서울대학교 수의학과 (가습기 살균제 청문회 · 2016년 8월 30일)
    “저희가 한 것은 흡입독성 (실험)은 맞지만 아주 짧은 기간 동안에 한 7일이나 열흘 정도의 아주 짤막한 급성 독성시험을 한 게 분명하답니다.”

    실험을 했던 학자 역시 이 제품을 정확히 어디에 쓰는지도 몰랐고 이 실험으로 인체에 무해하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도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영순 교수 / 서울대학교 수의학과 (가습기 살균제 청문회 · 2016년 8월 30일)
    “(쥐 실험) 급성 독성 데이터 하나 가지고 그걸 가지고 인체에 무해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주 무책임한 사안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습기 살균제를 만들어 판 17년 동안
    SK가 진행한 흡입 독성 실험은
    이게 전부였습니다.

    SK는 독성이 나타나지 않는 농도의
    제품을 물에 타서 쓰기 때문에
    자사 제품은 인체에 해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이덕환 교수 / 서강대학교 화학과
    “화학 물질의 안전성에 대한 최소한의 상식도 없었던 거예요. 아무리 독성이 약한 살균제라고 하더라도 우리 호흡기에다 장시간에 걸쳐서 지속적으로 흡입을 시키면 우리 호흡기는 망가질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어요. 우리 호흡기는 호흡기하고 눈은 외부의 독성 물질에 대해서 면역 기능이 전혀 없어요.”

    그런데 가습기 메이트는 안전하다고 홍보됐고 200만 병이나 팔려나갔습니다.

    김선미 /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습기 메이트를 사용했고요. 그것도 사용했을 때도 (마트에서) 판매하는 사람이 이건 되게 안전한 제품이고 인체에 무해하고 이걸 안 쓰면 엄마가 아니다.라는 식으로 홍보를 하더라고요.”

    몸에 좋다는 가습기 살균제를 쓴 결과
    김선미 씨 네 가족은 천식과 호흡발작,
    폐렴을 달고 살면서
    면역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김선미 /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호흡 발작이 왔었죠. (호흡 발작이요?) 네 갑자기 손이 오그라들고 모든 세포가 타 들어가는 느낌으로 병원에 못 가면 난 죽는다 (뱃속에 있었던 아기는?) 태어나서 1년이 안 되었는데 천식 진단 바로 받았고요.”

    그러나 중증도 폐 손상이 아니라며 정부는 김 씨 가족 4명을 가습기 살균제 때문에 피해를 당했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판정했습니다.

    정부로부터 아무 지원도 못 받게 되자
    기업에라도 책임을 물어야겠다 생각한 김 씨는 제조사인 SK와 판매사인 애경을 상대로 나홀로 소송을 냈습니다

    그러자 협박 전화가 왔다고
    김선미 씨는 증언합니다.

    김선미 /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SK와 애경을 담당하는 변호사다. 그러면서 지금 재판 전이니까 이야기하는데 곱게 곱게 빠져라. 하지 마라. (소송을) 취소시켜라 그래서 제가 왜 그러냐 그랬더니 하는 말이 재판 들어가면 곱게는 안 놔줄 거라고 그래서 제가 무슨 소리세요? 그랬더니 네 그럼 끊겠습니다.”

    가습기 살균제로 피해를 입었다고
    신고한 사람들 가운데
    SK 케미칼이 만든 제품을 쓴 인원은 1천4백 명.

    하지만 SK케미칼은 자사 제품 피해자 가운데 심각한 폐질환이라고 정부가 인정한
    10명만 따로 접촉해, 도의적인 차원이라며
    치료비 지원 등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SK는, 정부가 실시한 동물 실험으로는 '가습기 메이트'가 폐 질환을 일으키는지 인과관계가 규명되지 않았기 때문에
    "공식적인 사과와 배상을 할 수는 없다." 고 선을 그었습니다.

    SK 케미칼의 최고 경영자에게
    왜 이렇게 대응하는지 물어봤습니다.

    김철 대표이사 / SK케미칼
    (“사장님 안녕하세요. MBC의 고은상 기자라고 하는데요.”) “아 안녕하세요.”
    (“가습기 살균제 문제 공식 사과 배상 왜 안 하시는 거예요? 아직까지?”)
    “나중에.. 나중에.. 저희가 인터뷰하겠습니다.”
    (“아니 오늘 국회에서 말씀하셔야 되잖아요. 입장을 밝혀주시죠”)
    “나중에 취재...”
    (“아직도 사람의 피해보다 동물 실험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는 거예요? 지금?”)
    “나중에 취재 응하겠습니다.”
    (“아니 어떻게 계획하고 계세요? 피해자들 만나서 개별 접촉하시고 계시잖아요?”)
    “정식으로 인터뷰 요청하시면 따로 하겠습니다.”
    (“왜 개별 접촉하시는 거예요?”)
    “나중에 인터뷰 하겠습니다.”
    (“최태원 회장님께 보고하시고 하시는 건가요?”)
    “나중에 인터뷰하겠습니다.”
    (“가습기 살균제 만들어서 팔았던 업체로서 책임 없으세요?”)

    SK 측이 가해 사실을 인정하기는커녕
    SK의 책임을 부각시키는 기사는
    내리거나 기사 제목에서 SK이름을 삭제하는 작업을 했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 장00 기자
    “SK 쪽에서 전화가 왔더라고요. (우리 언론사) 회장님을 통해서 기사를 빼면 내가 기자님하고 또 원수가 되는 것 아니냐 그러고 난 다음에 조금 한 시간인가 있다가 부장한테 전화가 왔더라고요. 그러면서 내가 네 이 기사를 지켜주려고 그랬는데 안 되겠다. 어렵겠다.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그랬어요. 그때 이게 포털 메인까지 올라간 기사인데 이걸 삭제를 하면 정말 창피한 겁니다. 몇 시간 지나지 않아서 실제로 (기사가) 삭제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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