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5시 뉴스
기자이미지 뉴미디어뉴스국

[스트레이트 31회 하이라이트] 추적-북한 '지령자'를 찾아서

[스트레이트 31회 하이라이트] 추적-북한 '지령자'를 찾아서
입력 2018-12-03 13:24 | 수정 2018-12-03 13:24
재생목록
    [취재기자]
    이정신 / geist1@mbc.co.kr
    나세웅 / salto@mbc.co.kr

    ◀ 리포트 ▶

    김호 사장의 중국 중개업자이자
    북한 개발팀 관리를 맡았던 양성일 사장.

    양 사장은 정말 김 호 사장에게 지령을 내리는 대남공작원일까..

    중국 랴오닝성의 성도 선양.

    북한과 접한 중국 동북 지방의
    최대 도시입니다.


    현지 안내원-기자
    (로관 1거리) 두 번째 문에 5층에 두 번째 집 (가시죠)

    먼저 취재진이 확보한 양 사장의 직원
    지 모씨의 주소를 찾아가봤습니다.


    현지 안내원 - 기자
    (저기 가운데 들어가야죠.)
    여기가 첫 번째 문이고 두 번째

    서울에서 한차례 통화 뒤 연락이 끊겼습니다.

    취재진
    “지 선생님? 지 선생님?
    지 선생님? 비었나?
    남겨진 번호로 한번 전화해보겠습니다“



    “여보세요? (네. 지 선생님. 여보세요?)
    여보세요?
    (지난번에 통화 드렸던 MBC입니다. 양성일 사장님 건으로요)
    ......잘못 걸었는데요.
    (아니, 지00 사장님 아니십니까? 여보세요?) 잘못 걸었습니다.
    (받으신 분은 그러면 지 선생님 아니신가요?)......“


    수소문 끝에 양성일 사장과 동업한 적이 있다는 한 사업가와도 어렵게 연결됐습니다.

    양 사장은 북한 교포 2세지만 어렸을 때
    중국으로 귀화해 북한과는 특별한 관계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양성일(중국 중개업자) 지인
    “북한 하고 양 사장은 북쪽 사람들이 중국 출장을 오면 방문해서 여비 정도 받아가는, 그 정도 관계에 불과합니다. (사업) 알선 해주고 수수료를 챙겨먹던 사람입니다. 재중총련 사무실에 한 번 가보시죠 ”

    친북 성향의 재중 북한교포 모임인 재중총련.

    일본의 조총련과 유사한 단체입니다.

    재중총련 외부인원등록처
    (재중총련 사무실이 여긴가요?) 예.
    (말씀 좀 여쭈러 왔는데요)
    여기 2층으로 올라가 보세요.
    (2층이요?) 여기.

    우리 경찰은 중국 중개업자인 양성일 사장이 이 단체 의장을 지낸 유력 인사의 아들이라고강조하고 있습니다.

    재중총련 관계자
    "안녕하세요. 말씀 좀 여쭈러 왔는데
    전에 회장하시던 양영동 선생님 아드님이신 양성일 사장님 혹시 연락이 닿을 수 있을까요?“
    “양성일요? 그 (아버지) 양영동 선생은 세상 떠났는데요."

    남측 기자임을 밝히고
    취재 목적을 설명했습니다.

    재중총련 관계자
    “취재? (예. 저는 기자고요)”
    “마지막에 본 거가 양(영동) 의장 세상 떠났을 때(2016년) 장례식에서. 갑자기 전날 연락이 와서 양 의장이 은퇴하신 지(2009년)도 워낙 오래 되고”

    교포 2세이자 중국 국적자로 알려진 양 사장은 재중총련에 잘 나타나지도 않고,
    정치 공작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재중총련 관계자
    (양성일 사장) 본인이 주로 경제 그걸 했단 말입니다. 경제 사업. (네) 다른 정치에 개입하거나 이런 건 뭐 못 봤어요. 경제 사업하면서 뭐 이제 그 프로그램도 개발 좀
    하고

    '양 사장이 해커팀을 관리하냐' 물었지만
    헛웃음이 돌아왔습니다.

    재중총련 관계자
    “그런 해킹까지, 허허....... 양성일 같은 사람한테 그런 거는 아니 절대 아니죠.”
    “여기 들어오는데 겁나지 않았어요?
    “(겁은 났는데 다른 방법이 없으니까. 아, 저 잡혀가는 갑니까?)”
    “보안부에 잡혀가기는...허허......“

    이번엔 북한 개발팀 리더인
    김일성 대학 박두호 소장을 찾아나섰습니다.

    그의 사무실이 있다는 '조선지능무역회사',

    중국 검색 사이트에 주소가 그대로 나옵니다.

    찾아가봤습니다.

    조선지능무역회사 관계자
    “웨이(여보세요)?”
    “니하오(안녕하세요). 여기 조선지능무역회사입니까?)
    “......“
    “(인터폰)지금 꺼졌어요?”
    “(안에 (수군거리는)얘기 소리가 들려요)

    조선지능무역회사 관계자
    “네”
    “박두호 선생님이나 김대(김일성종합대학) 정보기술센터 이쪽하고는 관계없으십니까?”
    “없습니다. 나는, 우리하고는 상관없습니다.”
    “알겠습니다”
    “네"

    발길을 돌리려는 때.

    조선지능무역회사 관계자
    잠깐만 좀 기다려 주십시오.
    (누구 나오시는 거예요?) 네


    조선지능무역회사 관계자 A씨
    “무슨 일 때문에 오셨습니까?
    (김호 씨라고) 김호?
    (김호, 김호 사장님)“

    한참 설명했습니다.

    조선지능무역회사 관계자 A씨
    “근데 여기는 어떻게 아시고 왔습니까?”
    “바이두(중국 검색사이트) 검색하고 찾아왔어요”
    “그러니까 우리가 박두호 선생을 알기는 압니다. 일단 우리하고 분야가 달라요.
    박두호 이름은 아는데 분야가 다르니까, 그 사람이 현재 베이징에 나가 있는 걸로 내가 알고 있지“

    단도직입적으로 박두호 소장이
    대남 공작과 관련있냐고 물었습니다.

    기자
    “이게 이제 ‘북한 공작원하고 연결돼 가지고 남한의 해킹 위협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

    조선지능무역회사 관계자 A씨 B씨
    "얼굴 인식이 해킹이야? 아니지?
    (응) 얼굴 인식은 해킹이 아닌데."

    조선지능무역회사 관계자 A씨
    “우리는 무역으로 그저 장사 때문에 나온 사람들이니까 그런 IT 그런 거 가지고. 그 다음에 그 양성(일)... 뭐 그건 더욱더 모르고.”
    “혹시나 해서 저는 단서가 있을까 해서 왔습니다”
    “여기는 없습니다. 예예”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김 호 사장, 중국의 양성일 사장,
    그리고 북한의 박두호 소장은
    정말 어떤 관계일까..

    취재진은 구속 수감 중인 김 호 사장의
    허락을 받아 김 사장의 메일을 전부 열어보고 통화 녹취록까지 입수해 검토했습니다.

    김호 사장은 수시로 양성일 사장에게
    납기를 재촉하고 비용 삭감을 압박했습니다.

    김호-양성일 / 2014년 1월 15일 통화 (대독)
    "아~ 이거 돈 벌기 싫은 모양이죠. 거기?
    다 목전에 와 가지고 이렇게 엉뚱한데 신경을 쓰시면 안 되는데. 이게 아시겠지만 돈 버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타이밍인데 거기에는 그런 개념이 없는 것 같아요."

    김호-양성일 / 2016년6월14일 통화 (대독)
    "4명 (개발) 하는데 2.0 (2000불) 맞춰 달라 그러면 사실은 저도 힘든 거죠. 우리도 여기에서 100만원 월급 가져가는 사람들 그렇게 많아요. 진짜로. 거짓말 아닌데 이거
    (OK. OK. 알겠습니다.)
    아 진짜예요. 나도 200만원 가져간 적이 몇번 없다니까 지금. 아 진짜 이거. 야 돌겠네."

    김호-양성일 / 2013년 2월 1일 이메일
    "제목: 도대체 이해가 안됩니다."
    어떻게 이런 답변이 옵니까? 정말 뭘 개발하는지는 아는 상태인지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원청인 김호 사장이 하청인 양성일 박두호에게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사업상 대화가
    대부분입니다.

    김 호- 양성일 2016년 6월 22일 통화(대독)
    "박두호 선생이 지금 팀장하고 있나요? 아니 소장하고 있는 거예요?“
    (그렇죠 연구소 그러니까 정보연구소죠)
    연구소가 많이 있어요?
    (연구소가 딱 하나밖에 없어요. 하나밖에 없어요.)
    그런데 왜 이렇게 힘이 없어. 힘을 좀 쓰셔야지, 네?"

    북한 개발팀 박두호 소장의 관심도
    정치공작이 아닌 '경제적 이득' 입니다.

    박두호-양성일 이메일 2012년
    "안녕하십니까 7월 13일 메일 잘 받았습니다. SDK(응용툴)를 제공하는 방식과 설치판을 여기서 직접 개발하는 경우에 어느 것이 더 ‘경제적으로 실리를 보장 받는가’ 하는 것입니다."

    김호 사장은 옥중 진술을 통해
    "북한 개발 실무자들은 정치 이야기를 하는
    것이 금지돼 있다. 절대 금기시 되어왔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취재진이 6년치 메일, 통화 녹취, 메신저
    다 뒤져봤지만 공작 지령을 내리는 것 같은 대화는 없었습니다.

    원청과 하청, 사업상 갑과 을의 대화만 이어졌습니다.

    박두호-양성일 2012년 10월 31일
    "베이징에 파견되어 나가있는 우리 연구소 개발자들이 12월 중순에 철수하는데 일감이 없어 그러니 자그만한 과제들을 줄 수 없겠는지요?"

    이 때문인지,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도 법원에 김 호 사장을 기소하면서
    세 사람 사이 공작 지령 관계에 대해선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 ST 4 ▶
    김의성 아니, 이게 지령인가요? 김호 씨가 이들에게 지령을 받기는커녕 업무상으로 계속 채근하고 닦달하는 그런 내용이잖아요.

    주진우 김호 씨가 지령 하고 있습니다.

    이정신 네, 저희가 확인해보니 실상은 경찰 주장과는 상당히 달랐습니다. 경찰은 지령이 박두호 소장으로부터 양성일 사장을 거쳐서 김호 씨한테 내려오는 걸로 봤는데

    주진우 거꾸로인데요?

    이정신 실제로는. 그렇죠. 김호 씨로부터 시작해서 양성일 사장을 거쳐서 박두호 소장으로 이렇게 사업상 지시가 가는 그런 형국이었습니다.

    나세웅 김호 사장도 이런 오해를 받을까 싶어서 지난 10년 간 메일 주소도 바꾸지 않고 다음 메일 한 가지만 썼습니다. 그래서 그 내용을 저희에게 공유를 해줘서 쭉 다 봤습니다. 그랬더니 어떤 내용이 있었냐 하면 인건비가 비싸니까 깎자. 그리고 최근에는 소프트웨어 대회, 경진대회에 나갔는데 우리 성적이 왜 이 모양이냐. 이 중요도를 너무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거 아니냐. 이렇게 채근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주진우 그 메일을 보면 전형적인 사업상 관계에서 갑을 관계에요. 특별히 김호 사장이 갑이었어요.

    김의성 네. 저 박두호 소장은 을도 아니고 병이네요, 여기서는.

    나세웅 더욱이 중국 현지에서 양성일 씨가 공작원이냐. 이렇게 제가 묻고 다녔더니 대부분 의아하다는 반응이었습니다. 양 사장은 중국에 나와 있는 북한 인력들에게 사무실 같은 공간을 제공해주고 수수료를 받아먹는 그런 중개인에 불과했다는 반응이었습니다.

    김의성 네, 그런데 나세웅 기자, 아까 그 양성일 사장이 해커 팀도 관리하느냐. 라는 질문은 왜 갑자기 던진 겁니까.

    나세웅 네, 얼굴인식프로그램을 개발하면서 한 240여 개의 파일을 중국을 통해서 받았는데 이 가운데에 한 가지에서 악성코드가 발견됐습니다. 아주 초보적인 수준이라고 하기는 하는데 경찰은 이거를 김호 씨 몰래 박두호 소장이 몰래 심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 해킹이나 사이버 테러에 그래서 이용될 수도 있는 거 아니냐. 이런 의문을 제기하는 겁니다.

    이정신 그런데 얼마 전에 김호 씨의 공판이 있었습니다. 여기에 얼굴인식프로그램을 납품 받은 업체들이 증인으로 나와서 얘기를 했는데요. 이 얼굴인식프로그램 때문에 어떤 해킹 피해를 당했다거나 어떤 문제가 있었다거나 그런 적은 없었다. 그래서 검찰 관계자들을 당혹하게 했습니다.

    김의성 그렇다면 해킹 피해도 없고 지령의 증거도 못 찾았는데 도대체 경찰은 어떻게 간첩 혐의를 주장하고 있는 겁니까.

    이정신 네, 그래서 애당초 국가보안법을 적용하는 게 무리가 아니냐. 이런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수사과정에서 경찰이 허위증거를 제시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 END ▶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인기 키워드

        취재플러스

              14F

                엠빅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