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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 36회 Full] 알려지지 않은 전기요금의 비밀

[스트레이트 36회 Full] 알려지지 않은 전기요금의 비밀
입력 2019-01-21 13:36 | 수정 2019-01-21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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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기자]

    고은상 / gotostorm@mbc.co.kr
    배주환 / jhbae@mbc.co.kr

    ◀ 스튜디오 1 ▶

    김의성
    안녕하십니까. 스트레이트 김의성입니다.

    주진우
    안녕하세요. 주진우입니다.

    김의성
    지난주 김용균 씨의 안타까운 죽음과 발전사 하청노동자들의 열악한 작업환경에 대해서 저희가 보도해드렸는데요.

    주진우
    시커먼 분진이 날아다니던 그 처참한 작업환경. 무엇보다도 김용균 법이 통과됐는데 전혀 바뀐 게 없다는 현실이 너무 충격적이었습니다.

    김의성
    네. 많은 분들이 안타까워 하셨죠. 그런데 사람의 생명과 안전보다 얼마 되지 않는 돈을 더 소중히 여겼던 이 발전사들이 정작 엄청난 돈이 들어가는 그런 사업 부문에서는 말도 안 되는 황당한 일들을 벌였다는 그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번에도 고은상, 배주환 기자 2주 연속 자리해주셨습니다. 오늘은 발전사들이 그동안 무슨 일을 해왔는지 그 숨겨진 실상에 대해서 얘기해준다고요.

    고은상
    네. 발전사, 발전소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기를 생산하는 공기업이다. 이 정도밖에는 잘 모르실 겁니다.

    배주환
    네. 그런데 취재해보니까 이 발전사 공기업들은 국민이 아니라 전혀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이 발전사가 벌여온 수상한 일들을 저희 스트레이트가 취재했는데요. 그 첫 이야기는 이 자메이카에서부터 시작하려고 합니다.

    김의성
    자메이카요?

    주진우
    자메이카는 봅슬레이 팀 아닙니까.

    김의성
    자메이카는 우사인 볼트죠.

    주진우
    그렇죠. 레게음악이고요.

    김의성
    그렇죠.

    주진우
    그런데 자메이카하고 우리 발전사하고 무슨 관계가 있는 건가요?

    배주환
    네, 국내 발전 공기업 중에 하나인 동서발전이 자메이카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부었는데요. 과연 어떤 곳에 어떤 투자를 했는지 저희 스트레이트가 우리나라 언론 최초로 공개합니다.

    ◀ END ▶


    ◀ VCR 1 ▶

    우리나라에서 지구 반대편으로
    1만3천 킬로미터를 날아가야 나오는
    섬 나라 자메이카.

    경기도 크기만한 크기에, 인구는 3백만 명.

    관광업 이외에 특별히 발달한 산업은 없습니다.

    이 때문에 전기 사용량도 많지 않아
    한 해에 소비하는 전력량이
    우리나라의 1백분의 1에도 못 미칩니다.

    우리나라의 원자력 발전소 한 기만 있으면
    자메이카 전체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

    자메이카 수도 킹스턴에서
    서쪽으로 45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한
    올드 하버 베이 발전소.

    석유를 때서 전기를 생산하는
    화력발전소입니다.

    화력발전소의 수명은 30년.

    길게 써도 40년 정도지만,
    지난 1971년 지어진 이 발전소는
    벌써 가동 50년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밀튼 / 올드 하버베이 발전소 직원
    “이게 우리 1호기고요. 가장 오래된 연료 터빈인데 지금은 작동하지 않습니다. 원래는 발전기가 있던 곳에 같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발전기는 철거됐습니다.”

    차라리 고철에 가까운 설비는 방치돼 있고,

    그나마 돌고 있는 설비에도
    여기저기 시커먼 때가 붙어 있습니다.

    관리가 제대로 안 된 겁니다.

    발전소를 통제하는 제어실엔
    한눈에 봐도 낡은 설비들이 가득합니다.

    신현규 / 발전소 27년 근무
    “제어실도 우리 60년대 말이나 70년 초에 건설된, 지금은 다 노후돼서 폐쇄한..”
    (“아, 이미 다 없어진 거”)
    “다 없어졌어요. 지금 현재 우리 국내에 있는 발전설비 중에 이런 설비로 운전하고 있는 발전설비는 없어요.”

    그런데 이 낙후된 발전소의 주인은
    놀랍게도 우리나라 5개 발전 공기업 중의 하나, 한국전력의 자회사인 한국동서발전입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지난 2011년 동서발전은

    자메이카 전력공사, JPS의 지분 40%를
    3천1백억 원에 인수해 대주주가 됐습니다.

    투자 당시에도 JPS가 가진 발전소의 50%는 폐쇄를 눈앞에 둔, 이런 낡을 대로 낡은 발전소들이었습니다.

    현지 실사단이 이런 상황을 직접 확인했지만 3천1백억 원의 투자를 강행했습니다.

    동서발전은, 우리가 낸 전기요금으로
    운영되는 공기업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자메이카의 수도 킹스턴의 한 마을.

    전깃줄 중간중간
    가지를 치듯 뻗어나온 가는 전선들이
    눈에 띕니다.

    자메이카 전력공사, JPS가 설치한
    송전선의 피복을 살짝 벗기고
    마을 사람들이 전선을 연결해 놓은 겁니다.

    전선 중 하나를 따라가보니
    집 안까지 연결돼 있습니다.

    전기를 몰래 훔쳐다 쓰는,
    이른바 도전을 하고 있는 겁니다.

    드웨인 / 킹스턴 주민
    “전봇대에서 전선을 연결하거나 땅속을 통해 곧바로 집으로 연결하기도 해요.”
    (“그렇게 도전하면 위험하지 않나요?”)
    “아주 위험하죠. 비 올 때는 전선을 만지면 특히 위험해요.”

    목숨까지 걸어가며 도전,
    즉 전기를 훔쳐 쓰는 이유는
    바로 비싼 전기요금입니다.

    석유를 전량 수입해 화력발전소를 돌리는
    자메이카는 전기요금이 우리나라보다 4배나 비쌉니다.

    자메이카 1인당 국민소득이
    우리나라 6분의 1 수준이니까,

    실질적으로는 우리나라보다 20배가 넘는
    비싼 전기요금을 내고 있는 셈입니다.

    피터 / 킹스턴 주민
    “수천 달러(수백만 원)의 전기료 때문에 미국에 사는 할머니가 돈을 부쳐주시고 있어요. 우리는 머리를 말리는 드라이어나 전자레인지, 냉장고도 사용하지 못하고 있어요. 전등도 못 켜고 TV도 못 봅니다.”

    오마르 / 킹스턴 주민
    “JPS가 전기를 끊거나 불법 전선들을 해체하려고 오면 마을 사람들이 서로 'JPS가 오고 있어!'라고 외쳐요. 그럼 모든 사람들은 JPS에게 들키기 전에 전력선에서 모든 (불법 연결) 전선을 분리하기 시작해요.”

    전력 생산량 중 도전 등으로 사라지는 비율은 20% 이상.

    이런 사정은, 지난 2011년 동서발전이
    자메이카에 3천억 원을 투자할 당시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심지어 자메이카는 2009년부터
    IMF의 구제 금융을 받았습니다.

    물가는 치솟고, 국가신용등급은
    투자 부적격으로 떨어졌습니다.

    그러나 동서발전의 투자는
    일사천리로 진행됐습니다.

    당시 투자를 진두진휘한 사람은
    이길구 전 동서발전 사장.

    이길구 사장과 그가 외부에서 데려온 측근들은 도전 등으로 전기가 새는 전력 손실률을 20% 아래로 떨어뜨릴 수 있다,

    그래서 3천억 넘는 투자금은
    10년 정도면 거의 회수할 수 있다,
    이렇게 자신했습니다.

    연평균 250억 원 정도를
    배당금 등으로 자메이카에서 가져올 수 있다는 셈법이었습니다.

    ☎ 이길구 / 동서발전 전 사장
    “원래 사업은 그런 데 하는 거예요. 선진국에 해봐야 돈 생기는 게 아니에요. 그런 메커니즘을 잘 모르시니까 외부에서 '경제가 불안한데 그런 데 왜 하냐?' 그러는데 그런 데 (투자)해야 수익을 많이 버는 거예요. 미국이나 일본 같은 데 투자해 봐야 돈 안 됩니다.”

    그렇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투자 첫 해인 2011년에는 배당금 등으로 200억 원 가량을 회수했지만,

    해가 갈수록 급격히 액수가 줄어
    지난 2017년에는 회수액이
    2억 원에도 못 미쳤습니다.

    투자금을 연평균 250억 원씩 회수한다는
    장밋빛 전망이 보기 좋게 빗나간 셈입니다.

    도전, 전기 훔쳐 쓰기를
    줄일 수 있다고 자신했지만
    오히려 전력 손실률은 더 높아져
    이제 30%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 이길구 / 동서발전 전 사장
    “도전(전기 훔쳐 쓰기), 다 그거 알고 하죠. 도전이 그러니까 도전 같은 거 필리핀도 도전이 많았어요. 후진국이 근데 그걸 이제 설비를 개선해서 도전을 못 하도록 조금 방지하면 수익이 더 나오겠다. 아마 이런 것도 감안이 됐을 거예요.”

    그러나 이길구 사장의 임기가 끝나자마자
    바로 다음 경영진은, 자메이카 투자가
    큰 실패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투자 2년만인 지난 2013년 6월에 열린
    동서발전 간부 회의록.

    자메이카 전력공사, JPS에 대해
    '굉장히 심각한 문제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나올 수 있으면, 하루 빨리 나오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라고 스스로 못박습니다.

    이후 동서발전은 3천1백억 원의 투자금 가운데 700억 원은 아예 날린 돈, 그러니까 회수가 불가능한 액수라고 회계 처리했습니다.

    ◀END▶


    ◀ 스튜디오 2 ▶

    김의성
    저 이길구 사장 인터뷰 정말 기가 막히네요. 투자는 저런 가난한 나라에 하는 거라고요? 아무리 봐도 투자 가치가 없는 전력회사에 과잉 투자를 해놓고 그 돈을 현지인들에게 비싼 전기요금을 물려 가지고 다시 찾겠다는 거 아닙니까. 이게 무슨 투자입니까.

    주진우
    투자라고 말하면 안 됩니다. 투기라고도 할 수도 없고 음, 사기를 친 건지 사기를 당한 건지도 잘 뭐 분간이 안 됩니다.

    배주환
    네, 화력발전소의 설계수명은 기본이 30년입니다. 그런데 이 자메이카 전력공사, 이 JPS가 가지고 있던 발전소의 절반 정도가 이 수명을 거의 다 한 노후 발전소였습니다. 그런데도 동서발전은 이 낙후된 전력회사에 3천억 원이 넘는 거액을 쏟아 부은 겁니다.

    주진우
    그게 다 우리 돈입니다. 우리가 낸 전기요금으로 이런 일을 벌인 겁니다.

    고은상
    네, 저희가 취재했던 자메이카 노동자의 하루 수입이 평균 한 2만원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한 달 전기요금이 220만원이 나올 때가 있었습니다.

    주진우
    우와

    김의성


    고은상
    네, 안 그래도 이 비싼 전기요금 때문에 자메이카 시민들이 굉장히 고통을 받고 있었는데 이 동서발전은 자메이카에 투자한 돈을 회수하기 위해서 약 자메이카의 전기요금 20%를 올리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었습니다.

    김의성
    아니, 이런 일을 국내에서 저지른다면 엄청난 저항에 직면할 거 아닙니까.

    주진우
    폭동이 날 수도 있어요.

    김의성
    네. 근데 외국 가서는 이렇게 마음대로 해도 되는 겁니까? 이거 식민지에서 제국주의자들이 했던 그런 수탈 행위 아닙니까.

    주진우
    이명박 정부 때는 해외 투자 붐이었어요. 해외에 나가서 연탄 공장이 아니라 연탄 가게라도 사야 된다. 이런 얘기도 있었습니다. 공기업에서 해외 투자하는 게, 해외에 돈을 쓰는 것이 실적으로 연결되고 승진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졌던 거죠.

    고은상
    네, 당시 발전사의 경영평가 항목 중에 해외투자실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일단 투자부터 해놓고 홍보 먼저 하는 이런 기현상들이 많이 벌어진 겁니다.

    김의성
    그런데 우리가 공기업을 만든 이유는 국민들에게 전기 같은 이 공공재를 안정적으로, 그리고 안전하게 공급하기 위해서 이런 공기업을 만든 거 아닙니까? 그런데 왜 이렇게 전혀 관계없는 일들에 뛰어들게 되는 겁니까.

    배주환
    네, 공기업이 본연의 업무가 아니라 이렇게 다른 데에 더 신경을 쓰게 된 거는 하루, 이틀 사이에 이루어진 일은 아니었습니다. 특히 이명박 정부 들어서 이런 현상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됩니다.

    ◀ END ▶


    ◀ VCR 2 ▶

    IMF 이후
    공기업 민영화 바람이 불어닥치던 2002년.

    김대중 정부는 한전이 보유한 화력발전소들
    을 매각하기 좋은 규모로 몇 개씩 묶어 5개
    의 발전 자회사를 만들었습니다.

    비록 당시 여론에 밀려
    발전사 민영화는 중단됐지만
    발전 5사는 체제는 그대로 유지됐습니다.

    그리고 6년 뒤,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했습니다.

    주요 공약 중 하나는 공기업 선진화.

    경쟁을 통해 민간기업처럼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 / 2008년 6월 19일 특별기자회견
    “공기업의 민영화라는 표현은 적합한 표현은 아닙니다. 공기업의 선진화라고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하지만 집권 초반기 광우병 촛불 시위로
    정권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자

    이명박 대통령은 공기업 선진화는 있어도
    매각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선언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 / 2008년 6월 19일 특별기자회견
    “가스, 물, 전기 이런 것들이 전부 민영화된다. 이렇게 하는데 이것은 애초부터 민영화 계획은 전혀 없습니다.”

    거짓말이었습니다.

    이명박 청와대가 작성한 문건.

    우선 경쟁 입찰을 통해
    2개 발전 회사부터 매각한다.

    추이를 보며 나머지 3개사 매각을 추진하겠
    다.

    발전 공기업 5개 모두 매각한다는 계획을
    비밀리에 세워놨던 겁니다.

    청와대에는 박재완 정무수석을 필두로
    박영준과 이영호 비서관 등
    MB 정권 실세들이 대거 참여한
    공공기관 선진화 지원 TF를 만들었습니다.

    여론전 방안까지 꼼꼼하게 준비했습니다.

    “부처별로 인터넷 팀 가동 24시간 대응체계 구축

    신이 내린 직장 시리즈 게재

    보수단체 주최 토론회 지원

    진보단체 집회에 대응한 무력화 전략.“

    2008년 말에 작성된 또 다른 청와대 문서.

    "민영화의 여건을 조성해 나갈 필요가 있다. 주요 대상은 전력, 수도, 가스, 물 등 네트워크 산업."

    발전산업, 즉 전기뿐 아니라
    물과 가스 관련 공기업까지
    모조리 민간업체에 매각하겠다는 겁니다.

    청와대가 매각하려는 발전 회사는 어떤 곳일
    까?

    한전 자회사인 남동발전은
    2011년부터 2015년까지
    누적 순이익이 1조4천억 원.

    순이익이 가장 적었던 남부발전도
    같은 기간 누적 이익이 5천7백억 원입니
    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 수준.

    대기업들은 전국경제인연합회, 전경련를 앞
    세워 발전산업을 민간에 하루 빨리 개방하라
    고 노골적으로 요구했습니다.

    2009년 전경련이 내놓은 보고서.

    발전 부문 민간기업 투자 참여 확대,
    그리고 민영화 포함한
    진정한 경쟁 체제 도입을 촉구합니다.

    양준호 교수 /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대기업은 하나의 어떤 신산업 발굴을 하기 위해서 비용을 투입하는 것보다 정권에 잘 로비해서 민영화되는 신사업을 독식하는 것 이게 여러 가지 비용 측면에서도 유리할 수밖에 없죠. 그것만큼 황금 시장이 없는 거죠. 대기업에게는”

    이명박 정부는 일단 2011년
    한전 자회사인 발전 5개사를
    '시장형 공기업'으로 지정하고,

    대통령이 발전사 사장들을
    직접 임명하도록 시스템을 바꿉니다.

    다섯 개 발전사는 마치 민간기업들처럼
    앞다퉈 해외 투자에 뛰어들었습니다.

    자메이카에 대한 3천억 원 투자는
    이런 흐름 속에서 이뤄졌습니다.

    ◀END▶


    ◀ 스튜디오 3 ▶

    김의성
    아니, 모든 발전사들을 다 민간 기업에게 매각하려고 했다는 거 아닙니까.

    고은상
    네.

    김의성
    그때 국민들이 촛불로 저항하지 않았더라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정말 아찔합니다.

    주진우
    끔찍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사실 공항을 파시려고 하셨던 분 아니십니까.

    김의성
    그렇죠.

    주진우
    도로와 다리는 이미 많이 파셨고요. 발전사 5개도 이미 다 민간에 퍼주려고 준비하고 계셨어요.

    김의성
    근데 이 발전사 매각이라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발전소라는 거 생각만 해봐도 엄청난 덩치인데요. 이 발전사가 규모가 어느 정도 되는 겁니까?

    고은상
    이 공기업 발전사 한 곳에 자산만 약 10조 원에 이릅니다. 그러니까 대기업이나 해외 헤지펀드들이 아니고서는 인수에 엄두를 낼 수 없는 규모입니다.

    배주환
    이 공기업들을 매각하려고 먼저 시도했던 건 사실 IMF 직후의 김대중 정부였습니다.

    고은상
    네, 당시 발전사 노조원들이 발전사 매각을 반대하며 38일 동안 파업을 했고요. 348명이 해고되기도 했습니다.

    배주환
    이 여론이 악화되면서 김대중 정부는 발전사 매각을 중단했습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달랐습니다. 심지어 발전사 민영화의 가장 큰 걸림돌인 이 노조를 파괴하기 위해서 온갖 공작을 벌이기 시작했습니다.

    고은상
    이 노조파괴의 시작은 노조원들을 과일에 비유해 분류하는 것이었습니다.

    김의성
    아니 그게 무슨 얘깁니까. 과일이라뇨?

    고은상
    이 노조원 한 명, 한 명을 토마토, 사과, 배로 분류했는데요. 발전사 내에서 이뤄진 노조 탄압의 참상을 취재했습니다.

    ◀ END ▶


    ◀ VCR 3 ▶

    지난 2010년 11월,

    한전 자회사인 한 공기업 발전소에서
    은밀하게 직원 성향 분류 작업이 진행됩니다.

    먼저 토마토.

    겉도 빨갛고 속도 빨간 토마토에 빗댄 것으로

    과일을 예로 들었을 뿐
    직원을 이른바 '빨갱이'로 분류한 겁니다.

    이어서 사과.

    겉은 빨갛지만 속은 하얘서
    포섭이 가능한 직원들.

    마지막으로 배.

    겉과 속이 하얀 직원들로
    회사 방침에 순응하는 사람들입니다.

    토마토와 사과, 그리고 배 그림 아래에는
    직원들의 실명이 줄줄이 적혀 있습니다.

    공기업에서 '블랙리스트'를 만든 것입니다.

    발전사 직원 A (토마토 분류)
    “네. (제가) 토마토고, 토마토나 사과 이런 것은 회사에 내가 밉보였다는 거거든요. 뭐든지 토마토에 있는 사람들은 블랙리스트죠.”

    이 은밀한 블랙리스트가 작성된 지 두 달 뒤인 2011년 1월, 공기업 발전사들에서는
    3백명이 넘는 직원들을 다른 지역으로 보내는
    강제 발령이 단행됐습니다.

    이런 대규모 강제 발령은
    발전사에서 거의 없던 일이었습니다.

    신현규 / 한국중부발전 27년 근무
    “전국에 발전소가 수십 개가 있으면 수십 개의 (설비) 형식이나 이 내용들이 다 달라요. 그러니까 내가 이 A 발전소에서 근무하다가 B 발전소로 가면 완전히 다른 발전인 거예요. 그래서 예전서부터 발전 설비를 운영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가급적 인사 이동을 시키지 않는다. 이것이 거의 철칙처럼 돼 있었어요.”

    발전소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어렵게 만드는, 위험한 조치였습니다.

    김현진 / 한국동서발전 직원 (2011년 1월 강제 발령)
    “96년부터 한 (10여 년) 계속 (LNG) 복합 화력(발전소)만 했었는데. 당진으로 제가 발령받았을 때는 제가 석탄 화력(발전소)잖아요. 당진화력으로 보내면 (저는) 신입사원이에요. 그러니까 이 10여 년 노하우를 그냥 사장시키고 그냥 거기서 일해.”

    당시 강제 발령을 받았던 300명 이상의
    발전사 직원들은 대부분

    민주노총 소속인 발전노조 간부거나
    적극적으로 노조 활동을 한 사람들이었습니다.

    발전사들은 노조원들을
    다른 지역으로 보내는 데만 몰두한 나머지

    어떤 발전소에는 설비 운용 직원마저 모자라고 다른 곳에는 사람이 남아도는,
    전무후무한 사태까지 벌어졌습니다.

    류진기 당시 발전노조 사무차장
    “울산 화력 (발전소) 같은 경우에서는 회사가 표현하는 토마토 조합원이 많았었기 때문에 울산 화력에 있던 사람들을 다른 데로 많이 보낼 수밖에 없었던 거죠. 그러니까 발령 이후가 되니까 울산 화력은 정원 부족이 된 거예요. 너무 많이 보낸 거예요. (인원 부족으로) 울산은 발전소를 정말로 돌리기가 정말로 힘들죠. 그리고 동해(발전소)는 남는 인원이 발생하고.”

    가족 중에 중환자가 있어서 간병을 해야 한다, 그래서 멀리 전근을 갈 수 없다고 호소해도 수백킬로미터 떨어진 오지로 발령을 내는 일도
    발전사 경영진은 서슴지 않았습니다.

    류진기 당시 발전노조 사무차장
    “아내가 암 진단 판명을 받고 이제 방사선 치료 진행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암에 걸린 배우자를 이렇게 놓고 정말로 이렇게 다른 데로 갈 수밖에 없는 당시에 이제 치매 걸린 어머니도 홀로 놔두고 가야 되는 그런 상황들도 있었고.”

    '민주노총만 탈퇴하면
    강제 발령은 없던 일로 하겠다.'

    하지만 노조를 탈퇴하지 않으면
    회사 간부가 집으로 찾아와
    가족들까지 회유하고 협박했습니다.

    박태환 위원장 / 발전노조
    “사택을 찾아와서 사실은 당신 자제분이, 자제가 지금 회사의 정책이 발전노조를 탈퇴해서 뭐 이런 부분인데 그런 부분에 순응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던 걸까?

    우선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
    노조에 대한 강경 대응을 주문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 / 공공기관 선진화 워크숍 (2009년 4월 18일)
    “저는 아주 실망스러운 것은 노사 문화에 있어서 정부 방침에 대항하고 더욱이 행동으로 옮기고 길거리로 나오고 반정부적인 벽보를 붙이고 이러한 공직자는 공직자의 자격이 없는 겁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호통에
    심복들이 움직였습니다.

    2009년 9월, 박영준 국무차장이 주재한 회의에서 이영호 당시 청와대 고용노사 비서관은 공기업 간부들에게 강력한 노조 대응을 주문합니다.

    “철도공사는 적극적으로 노조 대응을 하고 있으나, 가스(공사)와 발전(공기업)은 계획만 있지 실천은 없다.”

    발전사와 가스공사 경영진들을 콕 집어
    노조에 제대로 대응을 안 하고 있다고
    강하게 질타한 겁니다.

    --
    불법 사찰로 악명 높은
    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도
    행동에 들어갔습니다.

    사찰 대상자를 정리한 수첩에
    '발전노조 박노균 강성' 이라는 메모가
    선명합니다.

    당시 발전노조 위원장이었습니다.

    박노균 당시 발전노조 위원장
    “다른 데는 노동조합으로 이렇게 명기돼 있는데 발전노조는 발전노조. 괄호하고 강성 박노균 괄호 닫고 이렇게 메모를 했더라고요. 와, 이렇게까지 우리 발전노조를 사찰하고 탄압하려고 했었구나. 사실 섬뜩했죠.”

    거기서 멈추지 않있습니다.

    경찰과 국정원까지 대놓고
    발전사 노사 관계에 개입하기 시작합니다.

    2010년 11월 29일, 동서발전 노무 담당자가 경찰청 정보국의 간부에게 보낸 이메일.

    "죄송합니다. (민주노총 탈퇴) 투표를 가결시켰어야 했는데 PLAN B(대체 계획을) 추진 일정을 보내드립니다.“

    조직적인 민주노총 탈퇴를 성공시키지 못했다며 경찰에게 정중히 사과하는 발전사 노무 담당자.

    발전사에서 경찰에 지속적으로 보고하고
    지시를 받았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입니다.

    이들이 경찰에 보고한 다음 계획 PLAN B는 회사가 직접 기업별 노조를 만드는 일.

    사실상의 어용노조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기업별 노조가 만들어지고
    사측의 집요한 공작이 이어지면서

    6천2백명이 넘었던 민주노총 조합원 중
    5천 명이 발전노조를 탈퇴하고
    기업별 노조로 옮겼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그토록 원했던
    발전사 민영화에 큰 걸림돌이었던 발전노조는 사측과 경찰, 국정원 등의 합동 공격에 완전히 무력화됐습니다.

    ◀END▶


    ◀ 스튜디오 4 ▶

    김의성
    토마토, 배, 사과라니요. 이거 블랙리스트 가지고 말장난 하는 거 아닙니까. 이렇게 과일 이름으로 직원들을 분류해놓고 노조원들에게 한 가혹 행위들을 보면 정말 끔찍하기 짝이 없습니다.

    주진우
    토마토는 최고 강성이다. 이거 빨갛다. 빨갱이다. 이런 얘기죠. 발전사 하나를 팔기 위해서 이렇게 꼼꼼하게 움직였습니다.

    김의성
    아니, 자메이카 같은 곳에 대한 투자는 그렇게 엉성하게 해놓고 노조탄압은 이렇게 꼼꼼하게 했습니다.

    고은상
    20년 동안 화력발전소에서 근무했던 직원들을 다음에 수력발전소로 보내기도 했습니다.

    주진우
    꼼꼼하지요? 네. 스트레이트가 취재한 바에 의하면 그 자회사 사장의 역할은 명확했습니다. 첫 번째는 ‘노조 파괴’였고요. 두 번째로는 ‘이명박 정권의 말을 잘 듣기’였어요. 사실 발전사. 이거 굉장히 중요한 회사입니다. 자원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 이 발전사였어요. 발전사에서 석탄도 사고 석유도 사주거든요.

    김의성
    아, 그래서 이 대통령이 자회사 사장의 임명권을 틀어쥐는 게 중요했겠군요. 그러니까 사장 임명권도 가졌겠다. 민영화에 반대하는 노조도 몰아냈겠다. 그때부터는 일사천리. 원하는 대로 일들을 추진할 수 있었겠군요.

    배주환
    네, 이 와중에 무려 4조 원을 들여서 새롭게 초대형 석탄 화력발전소를 지었는데요. 무려 원자력 발전소 두 기에 맞먹는 이 엄청난 규모였습니다.

    고은상
    네, 그런데 이 신형 발전소에서 끊임없이 사고가 터지고 있었습니다. 은폐되었던 첨단 발전소의 실체를 단독 취재했습니다.

    ◀ END ▶


    ◀ VCR 4 ▶

    강원도 삼척에 있는 화력발전소.

    석탄 혼합 설비에서
    시커먼 연기가 맹렬히 뿜어져 나옵니다.

    소방차들이 도착해 본격적인 진화가 시작됐지만 불길은 쉽게 잡히지 않았습니다.

    삼척 화력발전소 근무자
    “한 3번 정도 폭발을 했어요. 그래서 소방, 119도 출동을 했었고 했는데 이제 (건물) 상부에서 폭발이 나니까 119나 직원들이 전혀 접근을 못했고 사실 나중에 2차적인 진압은 거의 우리 (발전소)직원들이 현장에서 진화를 하다시피 했어요.”

    이 불로 발전소 석탄 공급 장치가
    큰 손상을 입는 바람에
    발전소 가동이 열흘 동안 중지됐습니다.

    이 화재 보름 전에도 석탄을 나르는
    컨베이어 벨트에서 불이 났습니다.

    겨우 복구를 마치고 가동에 들어간 지
    얼마 안 돼 또 대형 화재가 발생한 겁니다.

    이 두 번의 화재로
    발전소는 제대로 돌리지도 못하고
    한 달 동안 복구 비용으로만 38억 원을 썼습니다.

    이 석탄 화력발전소의 이름은 삼척그린파워.

    한전 자회사 남부발전 소속입니다.
    2000메가와트, 66만 가구가
    동시에 쓸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하는
    대형 발전소입니다.

    2016년 12월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갔지만
    이 발전소에는 화재가 끊이질 않았습니다.

    "어어, 위에! 조심해, 조심해!"

    물을 끼얹자
    오히려 더욱 거세게 타오르는 불길.

    삼척그린파워 발전소 근무자
    “유분(기름 성분)이 워낙 많다 보니까 이게 물을 뿌리면 진화가 안 되고 자연적으로 폭발이 일어나면서 더 확산이 되는 그런 추세입니다. 처음에 직원들이 그러한 사항들에 대한 어떤 인지나 교육이 받은 게 없었고 안면 화상을 입어서 화상치료를 오랫동안 했던 그런 직원도 있습니다.”

    왜 이렇게 화재가 끊이질 않는 걸까?

    가동된 지 2년 남짓된 최신 시설,
    겉에서 볼 때는 깔끔하지만 내부는 엉망입니다.

    컨베이어 벨트에서
    석탄이 폭우처럼 쏟아집니다.

    다른 발전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연료 공급 시설의 석탄 낙하 현상이 심각한 상황.

    곳곳에서 치울 새도 없이 떨어지는 석탄이
    바닥에 쌓이고 기계에 끼이다 보니
    작은 불씨만 튀어도 불이 붙는 겁니다.

    “어어, 조심해라. 조심해라”

    한전 자회사인 남부발전은
    연료 비용을 절감한다는 명분으로
    저열량탄을 사용하도록 발전소를 설계했습니다.

    그런데 이 저열량탄은
    말 그대로 열량이 낮아 효율은 떨어지지만,
    휘발 성분이 많아 화재 위험은 더 높습니다.

    직원들은 이 저열량탄을
    주저 없이 저질탄이라고 부릅니다.

    남부발전 직원 A
    “(석)탄이 원체 저질탄이 들어오다 보니까 일반적으로 역청탄(유연탄)에 비하면 굉장히 잘, 자연 발화가 굉장히 심합니다. 알아서 막 바스러지기도 하고 그러면서 그런 분진들이 발생을 하는 거죠. 석탄이 이송되면서 그런 분진들이 확산된다고 해야 되나? 그러면서 작은 불씨만 생기면 폭발하기도 하고.”

    화재 위험이 높은 저열량탄을 쓰면서도
    제대로 된 준비는 없었습니다.

    뒤늦게 화재 설비 보완에 180억 원을 들였지만 일부 설비는 그나마 겨울엔 쓸모가 없습니다.

    삼척그린파워 발전소 근무자
    “신설 소화 설비를 개설을 했는데 그게 지금 제가 알기로 한 몇 개월 쓰고 지금 거의 무용지물이 돼 있습니다. 이제 동절기가 되다 보니까 물이 라인이 동결이 되니까 지금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상당히 분진이 좀 많이 나고 있는 편입니다.”

    남부발전은 삼척그린파워 발전소에
    불이 난 건 4차례뿐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혔습니다.

    거짓말입니다.

    현장에서 일하는 근무자들은
    석탄 공급 설비에서만
    최소 서른 차례 이상 불이 났다고 증언합니다.

    삼척그린파워 발전소 근무자
    “크게 난 건 한 5~6건 이상 되고요. 현장에서 자잘하게 난 거는 진짜 뭐 손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수십 건 이상 된다고 봅니다.”

    지난 2010년에 착공된 삼척그린파워 발전소는
    남호기 사장 때 설계와 건설을 시작했습니다.

    세계 최초, 최대 규모로 신기술이 적용된
    첨단 발전소를 짓는다고 발표했지만
    발전사 직원들은 불안감에 휩싸였습니다.

    최용우/ 한국남부발전
    “우리나라에서는 최초이고 전 세계적으로도 그렇게 유래가 거의 많이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 당시에 사장 업적으로 하려고 너무 검증 안 된 부분을 가져왔고 너무 무모한 시도였다는 생각이 들죠.”

    우려는 현실이 됐습니다.

    <스트레이트>가 단독 입수한
    삼척그린파워 발전소 고장 정지 내역.

    본격 가동 뒤인 2016년 12월 이후에만
    20번 이상 고장이 났습니다.

    가동 기간 2년 동안 보일러 고장 등으로
    발전에 차질이 빚어진 게 118일,
    넉 달에 이릅니다.

    특히 지난해 11월 18일엔
    보일러 본체 시공 불량으로 26일,
    한 달 가까이 발전 출력을 대폭 줄였고

    올해 초인 지난 2일에도 보일러 설계 불량으로 9일 동안 전기 생산을
    제대로 못 했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나마 큰 사고만 적은 것으로
    정지 기간이 하루 미만이거나
    발전 출력을 줄인 사례는 더 많습니다.

    문제는 이뿐이 아닙니다.

    신기술 친환경 발전을 표방한
    삼척그린파워 발전소의 건설 예산은
    당초 3조 2천억원.

    그런데 설계 변경과 공사 지연 등으로
    건설비가 4조원으로 늘어났습니다.

    예정보다 8천억원이 더 들었습니다.

    남부발전 직원 B
    “보여주기식 (사업)이라고 밖에는 말할 수 없죠. 물론 그때 당시에나 아까 얘기했던. 지금 기술력으로 봐서 그게 불가능한데 어쨌든 (경영진들이) 자기네들이 그렇게 해 놓고 자기네들이 이후에 책임지는 게 아니잖아요. 그거는 남아있는 사람들(직원들)의 어쨌든 몫이잖아요. 그래서 남아있는 사람들은 그럼 결국 그거를 해결해야 되고.”

    건설을 시작했던 남호기 당시 남부발전 사장은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남호기 당시 한국남부발전 사장
    (“삼척이요. 삼척발전소. 상업생산 시작한 이후에 불이 계속 4차례 5차례 정도 났지 않습니까?”)
    “그건 모르겠는데요. 내가 나온 뒤인데 그런 나는 불난 이야기는 오늘 처음 들었는데 왜, 왜 질문하죠?“
    (“지금 안에서 계속해서 화재도 많이 나고 그 안에 일하시는 분들이 많이 고통을 받고 있어서”)
    “아니요, 아니요. 그거 화재 난 거는 관리의 문제지. 설계나 그거의 문제라 보기는 뭐 하죠. 뭐든지 자동차도 타다 보면 고장이 나기 마련인데 타는 사람들의 문제지. 어떻겠어요. 그 자동차 제작한 사람 문제로 보는 거예요?”

    지난 2013년 7월 석탄을 가득 실은 배가
    경남 하동에 들어왔습니다.

    삼척그린파워 발전소에 쓸 석탄,
    즉 저열량탄이 처음으로 들어온 겁니다.

    남부발전은 국내 광산개발업체와 손잡고
    인도네시아 저열량탄 탄광에
    직접 185억원을 투자했습니다.

    2억톤의 석탄 광산을 개발해
    석탄 자급률이 높아졌다며
    남부발전은 대대적인 홍보까지 했습니다.

    이상호 한국남부발전 사장 / (2013년 7월 5일)
    “자원이 없는 우리나라에 자원을 좀 손쉽게 가져올 수 있는 방법을 계속 선택을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후 자체 감사 결과
    인도네시아 광산에는
    충분한 생산 시설도 없었고,

    게다가 광산 개발 업체 대표가
    횡령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는 바람에
    광산은 사실상 문을 닫았습니다.

    투자한 185억 원은 그냥 날려버렸습니다.

    이번에는 어떤 대답을 할까?

    인도네시아 광산에 185억 원 투자를 결정했던
    남호기 사장에게 다시 물었습니다.

    ☎남호기 당시 남부발전 사장
    “우리나라 (석)탄도 하나 없는데”
    (“네. 한 가지 더 여쭤 보고 싶은 게 있는데 그 롱다릭 광구라고 아시죠? 인도네시아?”)
    “...”
    (“여보세요? 여보세요?”)
    “...”

    ◀END▶


    ◀ 스튜디오 5 ▶

    김의성
    야, 정말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국가기간산업이 장난입니까? 4조 원입니다. 4조 원. 4조 원을 들인 발전소가 이따위로 엉망인 겁니까?

    주진우
    불이 계속 나요. 계속 나고 있어서 직원들이 불안에 떨어서 공장이 언제 설지 몰라서 지금 걱정하고 있습니다.

    김의성
    아, 정말 너무 무섭습니다.

    고은상
    네, 그런데도 이렇게 심각한 상황은 완전히 은폐되고 있습니다. 이게 저희 스트레이트가 확보한 삼척발전소 고장, 정지 내역이고요. 이거는 국회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입니다. 두 개의 고장 건수가 전혀 다릅니다. 게다가 국회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는 보일러 터빈 등 주요 설비에 대한 이상은 전혀 보고되지 않았습니다.

    김의성
    국회의원실에 낸 자료조차 속인 거 아닙니까. 헌법기관을 속인 거, 국민을 속인 겁니다.

    배주환
    네, 그런데도 남부발전은 이 2018년 재난안전관리평가에서 최우수에 선정돼서 산업부장관 표창까지 받았는데요.

    주진우
    우리 공무원들은 꼭 이런 데에 상 줍니다.

    배주환
    네, 현재 남부발전의 슬로건은 안전 최우선, 사람이 우선이다. 라고 합니다.

    김의성
    참, 어떻게 웃어야 할지, 화를 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애초부터 잘못된 엉터리 발전소를 지었던 이 남호기 사장, 너무 뻔뻔하게 대답하네요. 자기가 지었지만 자기 잘못은 없다.

    고은상
    남은 직원들은 이 고장과 사고 수습 때문에 매우 고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남호기 사장은 퇴임 후 더 승승장구 했습니다. 사장 퇴임 후에는 전력거래소 이사장으로 영전했고요. 그 다음에는 나와서 SK가스 고문으로 활동했습니다.

    김의성
    자, 우리가 그동안 전기를 편하게 쓰기만 했지 발전사 내부에서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줄은 정말 몰랐네요.

    배주환
    네, 이 발전 산업에서 유통되고 있는 돈은 사실 그 액수가 엄청납니다. 하지만 4조 원을 이런 식으로 썼는데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는데요. 사실상 사고 수준의 일이 이렇게 일어나도 외부로 알려지지 않은 채 속으로만 곪아가고 있었던 겁니다.

    고은상
    네, 더 큰 문제는 발전사 민영화가 완전히 끝난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이미 우리나라 발전시장의 1/4은 민간 기업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 END ▶


    ◀ VCR 5 ▶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2011년 9월 15일 오후 전국 곳곳에
    갑자기 전기가 번갈아 끊기기 시작했습니다.

    승강기가 멈춰서면서 사람들이 갇히고

    “아 죽다 살아났어”
    “아이고. 우리 그 사람 송장 치우는 줄 알았다니까”

    은행은 물론, 공장 등에서도
    갑자기 전기가 나가면서 업무가 마비됐습니다.

    병원에서는 수술이 중단되기도 했습니다.

    이른바 순환 대정전 사태.

    162만 가구가 정전 피해를 입었고
    구조 요청만 1천 건이 빗발쳤습니다.

    한전이 잘못된 전력 수요를 잘못 예측해
    예비 전력이 모자라는 사태가 벌어지자

    국가 주요 시설 정전 피해를 막기 위해
    30분 단위로 지역을 바꿔가며
    전력 공급을 차단했고,
    온 나라가 대혼란에 빠진 겁니다.

    --

    그런데 이런 사태 와중에
    돈방석에 올라앉은 기업들이 있습니다.

    바로 민간 발전사들입니다.

    2011년 부터 2013년 까지 민간발전회사인
    SK E&S는 1조 4천억, GS는 4천9백 억, 포스코는 3400억 원의 순이익을 올렸습니다.

    무더위와 한파 등으로
    전기 사용량이 크게 늘었기 때문입니다.

    한전은 자회사인 공기업 발전소로부터 전기를 사올 때 과도한 이익이 생기지 않도록
    일정 액수를 제하고 대금을 지급합니다.

    이후에도 공기업 발전사들은 순이익 중 일부를 다시 한전에 배당합니다.

    실제로 민간사들이 가장 많은 이익을 본 2012년 공기업 발전사들은 이익의 50%를
    배당 형식 등으로 한전에 돌려줬습니다.

    그렇지만 민간 발전 회사는 이익이 나면
    그대로 다 가져가 버립니다.

    이헌석 대표/ 에너지정의행동
    “(민간 발전사가) 흑자를 봤을 때 엄청난 과다 이익을 봤을 때 회수할 수 있는 장치가 없어요. 그러면 이거를 회수해 줘야 요금 체계에서 공기업하고 민간 기업이 동등하게 경쟁을 하는 거잖아요. 근데 공기업의 경우는 이걸 회수할 수 있는 장치가 있어요. 있는데 민간기업의 경우 그게 없죠.”

    저탄소 녹색성장을 부르짖던 이명박 정부는
    2010년 사상 최초로
    민간에 석탄화력 발전소를 지을 수 있도록
    허가를 내줬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싼 연료를 쓰는 발전소부터
    설비를 우선 가동해 전기를 생산합니다.

    그래서 원자력과 석탄화력 발전소는
    정비에 들어가 쉴 때를 제외하고는
    1년 내내, 24시간 설비를 돌립니다.

    주로 민간업체가 소유하고 있던 LNG 발전소는
    발전비용이 비싸서, 전기 소비가 많을 때만,
    맨 나중에 가동을 시작합니다.

    결국 민간에 석탄 화력발전소
    허가를 내줬다는 건,
    포스코와 SK, GS 등 민간 발전사가
    안정적인 이윤을 올릴 수 있게 해 줬다는
    뜻입니다.

    석탄 화력발전소가 얼마나 대기업들이 탐내는
    사업인지를 알려주는 사례가 있습니다.

    강원도 삼척에 석탄 화력발전소를 짓기 위한
    대규모 토목 공사가 한창입니다.

    원래 동양시멘트의 부지.

    발전 산업과 상관 없는 시멘트와 금융 등이
    주 업종이었던 동양그룹은 이명박 정부 말기
    석탄 화력발전소 건설권을
    산업자원부로부터 따냈습니다.

    그런데 동양그룹은 지난 2014년
    발전소 건설 권리를
    포스코에너지에 팔았습니다.

    매각 대금만 4,311억 원.

    동양그룹은 아무런 사업도 시작하지 않은채
    이른바 아파트 딱지, 즉 입주권을 파는 것처럼 발전소 건설 권리 하나로
    4천억 원을 챙긴 겁니다.

    그런데 포스코가 이렇게 비싼 돈을 주고도
    석탄화력발전소 건설권을 산 이유가 있습니다.

    <스트레이트>가 단독 입수한
    포스코의 이사회 자료.

    “한국전력의 사업은 리스크가 적습니다. 한전이 전력을 구입할 때 원자력 석탄화력 신재생 가스발전 순으로 공급받기 때문에 석탄 화력은 전력 판매를 우려한 필요가 없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집권 기간 허가한 민간 발전소는
    무려 16개.

    특히 2011년 순환정전 사태 이후
    앞으로 전력이 상당히 모자랄 것이라며
    민간 발전소 건설을 대규모로 허가합니다.

    민간 발전사 발전 용량은 크게 늘었습니다.

    2007년엔 민간 발전 용량이 전체의 11%였지만
    2017년에는 27%까지 급증했습니다.

    이미 우리나라 발전 용량의 1/4은
    발생하는 수익을
    그대로 자기 주머니로 가져가는
    민간 발전사가 담당하고 있는 겁니다

    김철 연구실장 / 사회공공연구원
    “‘유사 민영화’다. 실질적으로 이런 어떤 정부 조치를 통해서 이익을 보고 있는 게 누구냐, 어디냐 민간 기업에 유리하도록 그렇게 만드는 이런 것들이 어떻게 보면 민영화다.”

    전기는 공공재인 만큼 민간기업이 지었다 해도 초기 투자 비용을 계속 보전해줍니다.

    발전소를 지은 뒤 전기를 생산하겠다고
    전력거래소에 신청만 해도
    민간업체는 이른바 '대기 요금'을 받습니다.

    전기를 하나도 생산하지 않고 가만히 있어도
    한전으로부터 돈을 받아가는 겁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과도하게 허가를 내준 민간 발전소들이
    2015년 무렵 부터 완공되기 시작하면서

    2010년 2천억 원 수준이던
    민간발전업체에 주는 대기요금은
    2017년에는 한 해 1조4천억 원에 이르렀습니다.

    그런데 산자부가 수요를 과도하게 예측해
    민간 발전소가 우후죽순 세워지면서
    오히려 전기가 남아돌기 시작했습니다.

    전력 성수기로 바뀐 겨울에도
    공급 예비율은 현재 30~50%를 오가고 있습니다.

    심한 경우,
    발전소 절반은 놀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자 민간 발전사들은
    가동을 못해 손실이 크다며 이익 보전을 위해
    전기 요금을 올려 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END▶


    ◀ 스튜디오 6 ▶

    김의성
    아니, 쉽게 말해서 동양그룹이 정부로부터 발전소 사업권을, 신규 사업권을 따낸 다음에 포스코에다가 그걸 그냥 팔았다는 거 아닙니까. 국가 기간산업인 발전을 무슨 아파트 딱지 거래하듯이 거래를 했다는 얘기 아니에요?

    주진우
    권리금 조로 4천억 원. 4천억 원을 썼어요. 얼마나 많이 번다는 겁니까. 돈을 많이 벌기 때문에 이 정도는 그냥 쓰는 거 아닙니까, 먼저.

    김의성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국내 발전설비의 1/4이 이미 민간이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야말로 계속 반복하지만 국가의 기간산업이고 가장 중요한 산업 중에 하나인데 이 발전을 이렇게 이익을 극대화해야 하는 민간 기업에 맡겨도 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배주환
    네, 이 전력 산업이 민간의 손에 넘어가면서 충격적인 사고들이 그동안 꽤 있었습니다, 사실 2000년 캘리포니아 대정전 사태가 대표적인데요.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규제를 풀어주면서 엔론 같은 민간 기업들이 발전소를 사들였는데요. 엔론 같은 기업이 돈을 벌려고 무슨 짓을 했냐면 멀쩡히 잘 돌아가는 발전소를 꺼버렸습니다.

    김의성
    발전소를 일부러 껐다고요?

    배주환
    네, 이 공급이 줄면 가격이 자연스럽게 올라가니까 멀쩡히 잘 돌아가던 발전소를 의도적으로 스위치를 내린 겁니다.

    김의성
    와.

    배주환
    실제로 돈을 어마어마하게 벌었는데요. 1년 사이에 이 전력 도매가가 9배로 뛰었습니다.

    주진우
    9배나요.

    당시 엔론 직원 통화녹음
    “발전소를 껐다가 3~4시간 후에 가동할 수 있어?”
    “그럼.”
    “그러면 지금 정지시켜주는 게 어때?”
    “머리를 좀 쓰라고.”
    “그래”
    “가동을 멈추는 그럴싸한 구실 좀 생각해봐.”
    “비상 단전 같은 건 어때?”
    “그렇지.”
    “그럴싸 해?”
    “그러길 바라.”

    김의성
    네, 당시 엔론 직원들 간의 대화, 정말 충격적입니다. 야, 이건 정말 상상초월인데요. 그런데 이건 좀 우리하고는 좀 거리가 먼 극단적인 이야기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설마 우리나라도 이렇게 될까요.

    고은상
    네. 대표적인 민간발전회사, 에너지 기업이 바로 SK ENS입니다. 그런데 이 SK ENS가 바로 위에서 보셨던 엔론과 50:50으로 합작해서 만든 회사입니다.

    주진우
    그 회사 이름이 처음에는 'SK 엔론'이었어요. 엔론이 사고치고 파산 나자 이름을 바꾼 겁니다.

    고은상
    네, 엔론이 회계 조작 스캔들로 파산해서 나가자 그 주식을 사들인 게 바로 맥쿼리였습니다.

    김의성
    맥쿼리요?

    주진우
    기서 다시 맥쿼리가 등장합니다. 이명박 정부 당시 돈이 있는 곳에는 언제나, 어김없이 맥쿼리가 등장했습니다. 국가기간망에 돈을 투자하고 돈을 정말 계속 빨아갑니다, 빨아갑니다, 그냥.

    배주환
    네, 더 무서운 일도 있었습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다 기억하시죠.

    김의성
    네네

    주진우


    배주환
    이 후쿠시마 원전은 원래 도쿄전력이라는 회사의 소유였는데요. 이 도쿄전력이라는 회사는 공기업이 아니라 민간 기업이었습니다.

    주진우
    그랬죠.

    김의성
    예. 그때 그 쓰나미에 이은 원전사고 때 아주 선명하게 기억이 납니다. 핵 연료봉이 거의 녹기 직전, 멜트다운 되기 직전까지, 어마어마한 위기까지 몰렸는데도 이 도쿄전력에서는 바닷물을 공급해서 이걸 냉각하려는 그 일을 하지 않았죠.

    주진우
    아니, 물을 부어야죠, 꺼야죠.

    배주환
    네.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이 전문가들도 그렇게 지적을 했고 당장 바닷물을 부어야 했는데요. 한 번 바닷물을 부으면 사실 원전은 다시 못 쓰게 돼 버립니다. 그러니까 이 원전 설비를 지키려다가 이 30시간 만에야 바닷물을 부은 거죠. 그리고 결국 대형 참사로 이어진 겁니다.

    주진우
    돈 때문이었군요. 돈.

    고은상
    네, 이후 일본 정부는 11조 원을 들여서 도쿄전력 지분의 절반을 다시 사들였습니다. 이 사고 때문에 민간 전력회사가 파산 위기에 처하자 결국 국고를 투입해서 되살린 겁니다.

    김의성
    결국 국가 공공재를 민영화 하면 돈은 민간 기업이 벌고 그 다음에 큰 문제가 터지면 다시 국고, 즉 국민의 세금으로 그 일을 메꾸는 일들이 반복되고 있군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정말 큽니다.

    ◀ END ▶


    ◀ 클로징 ▶

    김의성
    하청 노동자들의 최소한의 안전까지 도외시한 죽음의 작업환경, 잘못된 투자, 그리고 민영화까지. 그런 상상할 수 없는 많은 일들이 발전사 안에서 벌어졌습니다. 이런 황당한 일들. 과연 무엇을 위해서 벌인 일들입니까.

    주진우
    전기를 만드는 일이 누군가에게는 죽음의 구렁텅이였고 누군가에게는 손쉬운 돈벌이였습니다. 국민의 편의와 안전을 사익으로 바꾸는 일, 이제는 끝내야 합니다.

    김의성
    끈질긴 추적 저널리즘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저희는 다음 시간에 인사드리겠습니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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