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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 39회 하이라이트] '노숙자담요' 분석 기법의 실체

[스트레이트 39회 하이라이트] '노숙자담요' 분석 기법의 실체
입력 2019-02-25 11:08 | 수정 2019-02-25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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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씨는 노숙자담요의 분석기법을
    특수 컴퓨터, 그리고 고가의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고난도 영상분석이라고 소개합니다.

    과연 진짜인지,
    대법원에서 영상분석을 맡기는 전문가에게
    검증을 의뢰해봤습니다.

    1980년 광주에서 찍힌 한 사람의 얼굴과
    한 일반인 얼굴을 나란히 놓은 사진.

    눈, 코, 입 등 각 지점을 선으로 연결했더니
    같은 모양이 나와서
    같은 사람이라는 게 노숙자담요의 분석입니다.

    황민구 소장 / 법영상분석연구소
    “그냥 제가 뭐 조정한 거 없이 따다가 그냥 옆으로 붙여놓은 거예요. 보시면 양 끝을 기준으로 했을 때 좌표들이 밑으로 갔을 때 코, 입, 턱 부분에 있어서 좌표가 일치하지가 않아요. 그렇다면 이 기법 자체가 잘못된 거예요. 같은 사람이 아니라는 거예요.”

    이번에는 점과 점 사이를 연결해 그린 선을 살펴봤습니다.

    프로그램이 아니라 수작업으로 일일이 그린 것처럼 어설픕니다.

    한마디로 영상분석이라고 부르기 민망한 수준.

    황민구 소장 / 법영상분석연구소
    “실제로 이 이미지에 있는 것들은 지금 보시면 아시겠지만 여기 좀 떨어져 있어요. 이렇게. 작도도 제대로 못한 거예요. 확대해서 보시면 이거 지금 떨어져 있잖아요. 이만큼이. 얘는 붙어있고 (아, 그렇네요?) 얘는 붙어있고. 무슨 프로그램이 이래요.”

    다른 기법은 이런 방법조차도 쓰지 않고
    다짜고짜 같은 사람이라고 주장하는 겁니다.

    네모 박스와 화살표만 그려놓고
    눈매, 입꼬리 등이 닮았다는 식입니다.

    황민구 소장 / 법영상분석연구소
    “이거는 뭐 이렇게 해서 법원에 제출하게 되면 누구도 인정하지 않을 거예요. 재판부에서도. 그냥 네모 박스만 쳐져 있어요. 이거는 제가 아니더라도 일반적인 사람들, 일반인들도 다 표시할 수 있는 거예요. 파워포인트 가지고. 그림판 가지고 그릴 수 있는 정도예요.”

    기본 프로그램으로도
    누구나 할 수 있는 이런 작업 탓에
    피해자는 점점 늘고 있습니다.

    노숙자담요가 네모 박스와 화살표로 분석해 북한 권력 서열 2위인 최룡해라고 주장한 사람.

    그런데 사진 속 주인공은 북한이 아니라
    현재 광주에 살고 있습니다.

    이미 법원은 이 사람을
    5.18 당시 시민군으로 마지막까지 도청을 지킨 양기남 씨라고 판단했습니다.

    양기남 / 5.18 당시 시민군
    (“지만원 씨가 주장하고 있는 광수 중에는 선생님이 최고위급이죠“)
    “네, 네”
    (“선생님하고 최룡해 씨하고 닮았다는 생각은 해본 적 있으세요, 혹시? 어이없는 질문이기는 한데...”)
    “키는 닮았겠데요. 최룡해 그 양반도 키는 작더구먼요.”

    노숙자담요가
    인민군 상장 최경성이라고 지목한 사람은
    전남 나주에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 사람은 광주에서 고등학교 교사를 하다가
    5.18에 참여했던 박선재 씨로 밝혀졌습니다.

    박선재 / 5.18 당시 시민군
    (“이 사진을 찍힌 순간은 혹시 기억이 나실까요? 너무 옛날이라...”)
    “그때도 어떤 총이 이렇게 회수되고 그러면 일부러 이렇게 도청 경비소한테 내주기도 하고 몇 번 이런 절차를 반복해요. 돌아오면 또 이렇게 해놓고. 이것이 총이 이렇게 나가는 과정 같기도 하고, 이렇게”
    (“선생님 보시기에는 어떠세요. 좀 이렇게 어처구니없는 질문일 수 있는데 닮았다고 보세요? 아니면”)
    “코하고 입은 좀 뭐 닮은 거 같은데, 그래서 끼워 넣었는가 보죠. 그런가 봐요.”

    39년 전 사진이라 워낙 화질이 떨어져
    찾기 힘들지만, 이렇게 신원이 파악된 사람만 벌써 20여 명.

    이들은 명예훼손 손해를 배상하라는
    민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가운데 13명이 이미 승소했는데,

    법원은 지만원 씨가 이들에게 각각
    최고 1500만 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북한 조국평화통일 위원장 리선권,

    북미정상회담 과정에서 자주 등장한
    북한 외무성 부상 최선희,

    노동장 제1부부장인 황병서,

    김정은 위원장의 비서실장격인
    국무위원회 부장 김창선까지.

    잘 알려진 북한 고위급 인사들도 줄줄이
    광주에 침투한 북한군들으로 지목됐습니다.

    그런데 노숙자담요의 광수 주장을 보면
    최근엔 북한 고위급 인사 뿐만 아니라
    탈북자가 지목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5.18 당시
    시민군 상황실장을 맡았던 박남선 씨입니다.

    그는 졸지에 1997년 망명했던 황장엽이 돼버렸습니다.

    1980년에 황장엽은 김일성대학 총장이었습니다.

    아스팔트 우파의 대부로 불리는 서정갑 국민행동본부장까지도
    이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고 말합니다.

    서정갑 / 국민행동본부장
    황장엽 선생한테 내가 물어봤죠. ‘인민군 600명이 침투했다는데 그거 사실입니까?’ (그러니까) 서 대령, 북한 군단들이 그렇게 머리가 나쁘지 않아요(라고 대답했어요) 다시 말하자면 ‘너희 대한민국 대령 너부터 시작해서 대한민국 군인들은 그렇게 머리 나쁘냐.’ 그런 걸로 내가 받아들였어요.“

    노숙자담요와 지만원 씨가
    5.18 당시 광주에 왔었다고 지목한 탈북자만
    무려 54명.

    심지어 1980년에 4살이었던 탈북자까지도
    광주에 침투했었다는
    황당한 주장까지 펼치고 있습니다.

    김정아 / 탈북민 (지난달 10일)
    “지금 이 사람이 저라고 말합니다. 광주 사태 때. 이게 4살짜리 모습인가요? 만약 제 나이가 거짓이라고 해도 이 때 당시에 최소한 20대라고 생각합시다. 그러면 39년이 지난 지금의 저는 60대여야 맞는 겁니다. 제가 지금 60대로 보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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