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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 친일파 재산환수, 꼼수에 당했다!

[스트레이트] 친일파 재산환수, 꼼수에 당했다!
입력 2020-08-09 21:06 | 수정 2021-04-22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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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승원 ▶

    역사 청산이라는 게 이렇게 어려운 겁니까? 해방 직후 이승만 정부가 반민특위를 해체했는데, 이명박 정부 때도 비슷한 일이 벌어진 거군요.

    ◀ 홍신영 ▶

    지금까지는 일본인 명의 재산 얘기를 했는데, 이것 말고 친일파 재산 환수 문제도 있습니다. 파도 파도 또 나오는 친일파들의 재산, 곳곳에서 황당한 일들이 지금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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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북 청주의 상당산성.

    얕은 언덕을 오르니 묘지가 하나 나옵니다.

    묘비에 적힌 이름은

    "민천식. 민영휘의 아들."

    조선총독부로부터 자작 작위를 받은 대표적인 친일파, 민영휘의 아들입니다.

    등기부등본을 떼봤더니, 땅 주인은 '조선신탁주식회사'입니다.

    일제 강점기 조선 수탈의 첨병이던 회사입니다.

    이 땅은 원래 1930년대 민영휘의 첩, 안유풍 소유였습니다.

    따라서 명의만 조선신탁회사일 뿐, 사실은 민영휘의 차명재산으로 추정됩니다.

    법인 명의로 돌려놓은 친일파 재산은 환수가 쉽지 않습니다.

    [이준식/독립기념관 관장(전 친일재산조사위 상임위원)]
    "그 당시는 65년, 60년도 더 지난 상황에서 만들어진 특별법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그런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점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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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일파 재산 환수의 허점은 곳곳에서 드러납니다.

    일제로부터 후작작위를 받은 조선 왕족 출신 친일파 이해승.

    엄청난 부자였습니다.

    국가가 이해승 재산 환수를 결정하자, 이해승의 손자 이우영 그랜드힐튼 호텔 회장은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6월 항소심에서 국가가 패소했습니다.

    땅이 모두 138곳인데, 그 중 4㎡ 짜리 작은 땅 한 곳을 제외하고, 137곳은 못 돌려받게 된 겁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2007년,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조사위원회는 이해승 재산의 환수를 결정했습니다.

    특별법 조항에 따라 "한일합병의 공로로 작위를 받은 자의 재산"으로 본 겁니다.

    그런데 이해승의 후손들은 "이해승이 한일합병의 공로 때문이 아니라 그냥 조선 왕족이라 후작 작위를 받은 거"라고 주장했습니다.

    1심은 국가가 이겼지만, 2심에서 뒤집어졌습니다.

    친일파 후손들의 논리를 그대로 인정해준 겁니다.

    당시 2심 재판장은 박병대.

    훗날 대법관이 돼,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소송에 개입했던, 사법농단의 핵심 인물입니다.

    [정철승/변호사]
    "'한일 병합의 공으로 받은 것이 아니라 그냥 이 대한제국의 황실의 일원이었기에 받은 것이기 때문에 친일재산환수법 규정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런 궤변 같은 소리를 한 것이고요, 주장을. 그런데 그걸 항소심 재판부가 맞다, 뭐 이렇게 덜컥 인정하면서 친일재산 환수처분이 정당하다는 1심 판결을 취소해버렸다는 사실에, 처음에는 대단히 아연실색했고 그 다음에는 분노했던 거죠."

    대법원은 재판도 안 해보고 '심리불속행'으로 그냥 2심 판결을 확정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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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판결 직후인 2011년 국회는 즉각 법 개정에 착수했습니다.

    이해승의 재산을 다시 환수할 수 있도록, 특별법에서 '한일합병의 공으로'라는 조항을 아예 삭제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또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원래 개정안에 없던 부칙이 추가된 겁니다.

    '이미 확정 판결을 받은 건,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해승의 재산 환수를 위해 특별법을 개정했는데, 부칙 조항을 넣어서 이해승 후손들에게만 면죄부를 준 겁니다.

    [법안심사소위원회 회의록]

    <소위원장 주성영>
    "이것이 확정판결하고 갈등을 빚을 일은 없잖아요?"

    <법무부차관 황희철>
    "확정판결을 받은 사람하고 지금 확정판결을 받지 않은 사람들하고는 좀 형평에 차이가 있을 수 있지요."

    <소위원장 주성영>
    "형평의 차이는 있지만 그 형평이 과거에 잘못된 것을 고치는 쪽 아닙니까?"

    <법무부차관 황희철>
    "그렇지요."

    <소위원장 주성영>
    "그런 것 아닙니까? 우리 민족정기를 살리고 이런 입장에서는 법안이 필요하잖아요."

    다른 국회의원들은 부칙이 무슨 뜻인지 제대로 검토도 안하고 법을 통과시켰습니다.

    [박희태/18대 국회의장 (2011년 4월 29일)]
    "법률안은 법제사법위원회의 수정안대로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김을동/전 국회의원(개정안 대표발의)]
    "자랑스럽게 항상 그걸 얘기하거든요. 내가 이해승 재산을 돌려받게 해준 거라고 그랬더니 '그때 그거 안 됐을걸요?' 그래서 '왜요?' 그랬더니 그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뭐 부칙 조항에 뭐가 있어서 그게 해당이 안 됐다고. 그래서 저는 정말 기가 막혔다고. 만약에 그걸 알았으면 그거를 제가 그 통과를 시켰겠습니까? 그게 목적이었는데."

    그 결과 이해승 재산을 환수하려고 만든 특별법은 아무 기능도 못하게 됐습니다.

    국가는 다시 이해승 후손들을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저 부칙 한 줄 때문에 패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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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승원 ▶

    참. 화가 납니다. 경술국치, 그러니까'한일강제합병에 앞장 선 대가로 받은 땅이 아니"라는 친일파 후손의 궤변을 그대로 받아준 판결도 어이가 없고, 그걸 바로잡자고 특별법을 만들면서 부칙을 검토 안 하고 그냥 통과시킨 18대 국회의원들도 한심합니다. 이래서야 역사 청산, 제대로 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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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전체 방송은 유튜브 스트레이트 채널, WAVVE, iMBC.com 에서 다시 보실 수 있습니다.

    * 스트레이트가 8월 23일 100회를 맞습니다. 시청자 여러분의 참여를 기다립니다. <스트레이트>에 바라는 말씀을 영상에 담아 카카오톡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채널로 보내주세요. 채택되신 분들께는 작은 선물을 보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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