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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 대구 187명은 왜 죽었나? - 메디시티의 두 얼굴

[스트레이트] 대구 187명은 왜 죽었나? - 메디시티의 두 얼굴
입력 2020-08-09 21:13 | 수정 2021-04-22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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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승원 ▶

    두 번째 이슈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곽승규 기자 나왔습니다. 안녕하세요. 한창 논란이 뜨거운 사안을 갖고 오셨네요.

    ◀ 곽승규 기자 ▶

    네, 그저께 전공의들이 집단 파업을 했죠. 바로 의대정원 확충 문제입니다. 정부가 20년 만에 처음으로 의대 정원을 늘리겠다고 발표했는데, 의사협회가 강력 반발하고 있습니다. 14일 총파업을 예고했습니다.

    ◀ 조승원 ▶

    코로나19 사태로 의료진이 부족해서, 의사, 간호사들이 참 고생하고 있잖아요.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한국은 의사 수가 부족합니까?

    ◀ 곽승규 기자 ▶

    부족합니다. 의사 수만 부족한 게 아니라, 특히 공공의료 서비스가 한참 부족합니다. 먼저 코로나19 사태로 가장 피해가 컸던 도시죠. 대구에서 벌어졌던 일부터 보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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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10일 경상북도 경산시.

    고등학교 3학년 정유엽 군은 마스크를 사려고 동네 약국 앞에 한시간 동안 줄을 섰습니다.

    비가 내린 차가운 날씨.

    열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이틀 뒤엔 체온이 42도까지 치솟았습니다.

    근처 종합병원 선별진료소에 가봤지만, 이미 문을 닫은 뒤였습니다.

    다음 날 아침 선별진료소를 다시 찾아 코로나19 검사를 받았습니다.

    열은 여전히 40도가 넘었지만, 입원은 못했습니다.

    병원 측은 해열제와 수액주사만 처방한 뒤, 코로나19 검사 결과를 기다리자고만 했습니다.

    [이지연/故 정유엽 군 어머니]
    "열나는 사람은 어떤 다른 방법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줘야 하잖아요. 유엽이 같은 경우 응급환자였는데도 적절한 어떤 처치도 하나 없이 그렇게 집으로 다시 돌려보내고…"

    오후에 증상이 더 악화됐고, 다시 병원을 찾았습니다.

    그제서야 병원 측은 '오늘밤을 넘기기 어렵다'며 대학병원으로 가라 했습니다.

    대학병원은 코로나19 검사만 13번을 반복했습니다.

    닷새 뒤 유엽 군은 숨졌습니다.

    최종 사인은 급성 폐렴이었습니다.

    [정성재/故 정유엽 군 아버지]
    "아니, 멀쩡한 애가 기저질환 있던 것도 아니고 젊은 학생이었어요. 젊은 학생인 애가 갑자기 길거리에서 죽어갔는데 병원 책임이 아니면 누가 책임. 이런 사태가 이렇게 됐는데 그러면 국가에서 나서서 진상을 알아봐야 될 거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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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 경북 지역은 2월말부터 사실상 의료 마비 상태였습니다.

    [권영진/대구시장(2월 26일)]
    "급증하는 코로나 19 확진자를 수용하고 치료할 병상과 의료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입니다."

    코로나19 확진을 받았는데도, 입원할 병상이 없어서 집에 머문 환자만 2,300명.

    일부는 병원에 가보지도 못하고 집에서 사망했습니다.

    의료시설이 부족해 사망한 건 코로나19 환자뿐만이 아닙니다.

    평소같으면 쉽게 치료될 수 있는, 다른 환자들도, 치료를 받지 못해, 정유엽 군처럼 사망했습니다.

    서울대병원 공공보건의료사업단의 분석 결과, 3월 한 달 대구의 초과 사망자는 187명.

    정상적 상황이었다면 살릴 수 있었던 환자 187명이 더 죽었다는 뜻입니다.

    [홍윤철/서울대 예방의학과 교수]
    "코로나19와 같은 상황이 발생되면 코로나로 인한 사망뿐 아니라 다른 질환을 가진 분들이 응급실이나 또는 적극적인 치료를 받지 못해서 사망하는 그런 경우가 생긴다는 의미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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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디시티 대구' 홍보 영상]
    "대구가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도시로 새롭게 태어납니다. 대한민국 의료특별시 메디시티 대구."

    2008년 10월, 대구는 '대한민국 의료특별시, 메디시티 대구'를 선언했습니다.

    최고의 의료 서비스를 갖춘 도시를 목표로 내걸었습니다.

    의료를 돈 되는 산업으로 보고, 적극적으로 환자 유치에 뛰어들었습니다.

    미스코리아가 많이 배출된 도시라며, 성형과 피부 미용 기술도 홍보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공공 의료는 외면했습니다.

    철거 공사가 한달 째 계속되고 있는 이곳.

    원래 대구 적십자병원이 있던 곳입니다.

    노숙인이나 쪽방촌 주민같은 의료 취약계층들이 주로 찾던 곳.

    메디시티가 선포된 뒤,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문을 닫았습니다.

    땅은 건설회사에 팔렸고, 33층 짜리 주상복합 건물이 올라갈 예정입니다.

    [김동은/대구 계명대 동산병원 교수]
    "적십자병원이 150병상이 넘는 병원이었습니다. 건물이 그대로 있었기 때문에 사실 대구시가 인수를 해서 공공병원으로 재개원 해주기를 정말 간절히 바랐지만 시에서는 그런 의지가 없었고 결국 주상복합아파트를 짓는다고 지금 헐기 시작했습니다. 너무 안타까운 일입니다."

    감염병에 대한 준비는 제대로 없었습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광역시는 법적으로 역학조사관 2명 이상 둬야 합니다.

    하지만 대구는 한 명뿐이었습니다.

    권 시장은 돈이 없어서 그랬다고 말했습니다.

    [권영진/대구시장]
    "보수라든지 이런 부분들로 모셔 오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전문 역학조사관의 연봉은 1억 원이 안 됩니다.

    대구시가 올해 1년 동안만 메디시티 사업에 투입하기로 한 돈은 1,990억 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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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공의료를 외면한 건 대구만이 아닙니다.

    2013년 2월, 103년 역사를 가진 진주의료원의 폐업이 결정됐습니다.

    [여영국/당시 경남도의원]
    "도민 전체를 위해서 하신 게 1년에 20만 명이 이용하는 공공의료기관을 폐쇄하는 겁니까?"

    [홍준표/당시 경남도지사]
    "진주는 대표적인 한국의 의료과잉지대입니다."

    7년이 지난 지금.

    홍 지사의 주장은 코로나19 사태로 무색해졌습니다.

    진주에서 나온 코로나 확진자 13명 중 진주에서 치료를 받은 건 단 3명.

    나머지는 1시간 떨어진 마산의료원으로 갔습니다.

    서부 경남에 감염병을 전담할 공공병원이 없다 보니, 123km 떨어진 거창의 환자들까지 대부분 마산으로 갔습니다.

    시민들은 수 차례의 토론회를 거쳐, 결국 공공의료원을 다시 만들기로 하고, 도지사에게 건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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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주전 충청북도 단양, 70대 남성이 갑자기 심장통증을 호소했습니다.

    구급대가 급히 병원으로 옮겼지만, 골든타임을 놓쳤고, 결국 사망했습니다.

    [김은하/단양소방서 구급대원]
    "단양 관내 응급의료기관이 없어 제천병원으로 이송하는 데만 40분의 이송시간이 소요됐습니다. 빠른 이송으로 인하여 빠른 응급 처치를 받아야 하는 상황인데 그러한 상황이 되지 못하여 사망하는 사례가 있었습니다."

    단양에 있던 유일한 종합병원은 5년 전 문을 닫았습니다.

    가장 가까운 종합병원은 26킬로미터 떨어진 제천에 있습니다.

    단양군은 노인요양병원 한 구석에 임시로 응급실을 하나 만들었습니다.

    1년에 1천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다는 단양군 전체에 단 하나밖에 없는 응급실입니다.

    (심장질환자나 외상 수술 이런 것도 가능한 건가요?)
    "전혀 안 되죠. 여기 우선 그대로 응급조치 해서 후송하는 겁니다. 심폐소생술은 가능한데 다음에 대처가 안 되죠."

    2017년 단양군에서 발생한 심정지 환자가 46명 중 단 한 명을 제외한 45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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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라북도 남원의료원, 적자를 본다는 이유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아 왔습니다.

    [홍성임/전북도의원 (2019년 9월 20일)]
    "방만한 경영을 하지 않았나. 인력을 차라리 감축해서 부채를 줄이는 방향으로 앞으로 하셨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제가 말씀을 드리고요."

    몇 달 뒤, 코로나19 사태로 대구의 의료가 붕괴됐을 때, 대구 환자들을 받아들여 치료해준 건, 바로 이 남원의료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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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공공의료는 다른 나라들보다 턱없이 부족합니다.

    병상 기준으로 볼 때 전체 병상의 10%.

    영국, 호주, 프랑스, 독일은 물론, 일본이나 미국의 절반도 안 됩니다.

    하지만 이 10%에 불과한 병상으로, 공공병원은 전체 코로나19 환자의 70% 이상을 치료했습니다.

    민간병원들이 수익 감소를 우려해 코로나 환자를 받는 걸 꺼릴 때, 최후의 보루는 공공병원들이었던 겁니다.

    [김윤/서울대 의료관리학 교수]
    "이런 재난 위기 상황에서 국가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즉각적으로 동원할 수 있는 자원으로서 공공병원이 중요하다는 사실이 이번 기회를 통해서 입증된 것 같고요."

    하지만 공공병원의 비중은 늘어나기는 커녕, 거꾸로 해마다 감소하고 있습니다.

    2012년 11.7%에서 2018년 10%로 떨어졌습니다.

    왜 그럴까?

    대전과 부산 등이 공공병원 설립을 추진하고 있지만, 기획재정부의 벽에 막혀있습니다.

    돈이 안 되고 적자가 예상된다는 이유로 통과가 쉽지 않은 겁니다.

    [안병선/부산시 건강정책과 과장]
    "민간병원에서 소위 돈이 안 되어서 포기하는 많은 의료들이 공공병원이 맡아서 하는 우리 사회의 안전망 역할을 하는 게 공공병원입니다. 경제성을 찾아야만 공공병원을 지을 수 있다라고 하는 건 뭔가 모르지만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가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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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전체 방송은 유튜브 스트레이트 채널, WAVVE, iMBC.com 에서 다시 보실 수 있습니다.

    * 스트레이트가 8월 23일 100회를 맞습니다. 시청자 여러분의 참여를 기다립니다. <스트레이트>에 바라는 말씀을 영상에 담아 카카오톡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채널로 보내주세요. 채택되신 분들께는 작은 선물을 보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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