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일후 ▶
야, 이건 정말 심하네요. 국토부의 차관 그리고 뭐 기조실장들이 다 퇴직을 하고 나서는 건설업계 로비스트로 뭐 자리를 옮기는 거 아니에요?
◀ 조승원 ▶
물론 퇴직 공무원도 전문성을 살려서 재취업할 자유는 있습니다. 하지만 건설업계와 국토부 여기는 정도가 좀 심한 것 같습니다. 이러니까 건설 마피아, 토건 마피아라는 말까지 나오는거 아닙니까?
◀ 이동경 ▶
일종의 전관예우죠. 현재 관료 입장에서는 선배 관료들의 말을 무시하기도 어려울 테고 또 자기들 퇴직 이후도 생각해야 될 테니까요.
◀ 허일후 ▶
어, 다주택자들도 많네요. 네, 그리고 또 강남 아파트를 갖고 있는 관료들도 상당히 많고 야 이게 전수조사 양이 만만치 않았을 텐데 애 많이 썼습니다.
◀ 이동경 ▶
네, 조사해보니까 국토부와 기재부 고위 관료들의 40% 정도가 다주택자였습니다. 우리나라 전체가구의 평균보다 3배 이상 높은 겁니다.
◀ 조승원 ▶
지금 보신 게 건설 마피아 얘긴데요. 모피아라고 불리는 기획재정부는 어떻습니까?
◀ 이동경 ▶
네, 기획재정부도 세금을 결정하기 때문에 집값문제에 영향력이 큰 부처인데요. 지금부터는 기획재정부 얘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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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
집값은 꿈틀대고 있었습니다.
집권 한 달 만에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이 1.49%, 특히 재건축 아파트는 2.69%나 폭등했습니다.
당시 청와대의 부동산 정책 책임자는 김수현 사회수석.
김 수석은 노무현 정부 때 종부세 도입을 주도했지만,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부동산 값이 비정상"이지만, "보유세에 변화를 주면 서민들이 우려한다"며 종부세 인상에 선을 그었습니다.
경제부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김동연/경제부총리 후보자(2017년 6월)]
"지금 종부세는 거의 많이 수정되어 있기 때문에 지금 당장 그것을 어떻게 할 생각은…"
[이종구/의원]
"그러니까 종합부동산세 강화는 더 안 하겠다? 앞으로?"
[김동연/경제부총리 후보자]
"글쎄요. 지금 그것을 지금 단정적으로 말씀드리기는 어렵겠습니다만, 그것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지금 아직 검토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새 정부 출범으로 잔뜩 긴장하던 투기 세력이 마음 놓고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시민단체들은 종부세 강화를 요구했습니다.
2017년 9월 여당이 먼저 종부세 강화 필요성을 제기했습니다.
[추미애/더불어민주당 대표(2017년 9월)]
"필요하다면 초 과다 부동산 보유자에 대한 보유세 도입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김동연 부총리는 "보유세 인상은 검토하지 않는다"고 못박았습니다.
[김경협/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당시 기재부의 입장은 검토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는데요. 사실 당시 부동산 시장의 상황으로 봤을 때 분명히 검토해서 박근혜 정부 때 다 해제됐던 부동산에 대한 브레이크 장치를 다시 회복시킬 필요가 있었죠."
그해 12월.
기획재정부는 종부세 강화 대신, 오히려 임대주택 사업자에게 세금 혜택을 주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임대주택 사업자로 등록하면, 취득세와 종부세는 물론, 양도세까지 최대 85%를 깎아주는, 파격적 혜택이었습니다.
이 혜택은 박근혜 정부 때 시작돼, 2017년 12월 일몰제로 종료될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집값이 폭등하던 바로 그때, 기재부는 이 혜택을 3년 더 연장해주겠다고 나선 겁니다.
[☎박주현/당시 국회 기획재정위원]
"기본적으로 이제 조세 관련한 거니까 기재부가 최종 결정 권한을 갖고 있다고 봐야죠. 이건 특별한 혜택이기 때문에 이것에 대해서 연장 여부를 논의하자, 이렇게 브레이크를 걸었는데 그 브레이크도 거절이 되고, 거기에 더해서 1가구1주택의 경우에도 임대사업자 혜택을 확대하는 그거를 갖고 온 거죠. 정부가. 그래서 이게 말이 되냐고."
투기꾼들의 주택 사재기가 시작됐습니다.
주택임대사업자들이 소유한 임대주택은 2017년 98만 채에서, 올해 초 157만 채로 60%가 늘어났습니다.
집값 폭등에 기름을 부은 겁니다.
해를 넘긴 2018년 7월.
계속 집값이 오르자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소집됐습니다.
종합부동산세 인상 방안이 올라왔지만, 이번에도 기획재정부가 반대했습니다.
[☎당시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위 위원]
"대통령한테 누가 된다, 정권에 부담이 된다고 하면서. 종부세를 올렸다가는 어떻게 된다고 하면서 굉장히 반발을 많이 했고 사실 기재부가 거의 주도를 하다시피 하다 보니까 거기서 내민 대안이라는 것도 뭐 뻔한 거죠."
재정개혁특위는 종부세 최고 세율 인상, 공제 축소를 주문했지만, 기재부는 무시했습니다.
[김동연/경제부총리(2018년 7월)]
"재정개혁특위가 제출한 권고안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정부안을 검토하겠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말은 존중이지만, 사실상 거부였습니다.
집값은 계속 폭등했습니다.
결국 정부는 버티지 못하고 2018년 9월 9.13 대책에서, 종부세 최고세율을 3.2%로 올렸습니다.
올해 들어서는 6%까지 높였습니다.
하지만 최고 세율을 적용받는 사람은 전국에 20명도 채 안 됩니다.
정작 골든타임은 다 흘려보낸 뒤, 찔끔 시늉만 낸 셈입니다.
[최은영/한국도시연구소장]
"재정개혁특위의 안보다도 더 후퇴된 안을 기재부에서 발표하면서 사실 걷잡을 수 없이 주택가격이 뛰기 시작했거든요. 주택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분명히 줬던 거죠."
기획재정부의 힘은 막강합니다.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의 모든 돈줄을 쥐고 있습니다.
그래서 모피아라고 불립니다.
이들은 재정건전성과 낮은 세율을 신화처럼 떠받들고 있습니다.
그래서 부자 증세도, 보편 복지도 모두 반대합니다.
올봄 1차 재난지원금 논란에서, 기획재정부는 끝까지 전 국민 지급에 저항하며 갈등을 빚었습니다.
[정세은/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우리나라 기재부의 전통적인 어떤 기조를 보면, 제일 중요시하는 게 바로 {재정 건전성}이고 두 번째로 중시하는 것은 {낮은 세 부담율}이거든요. 그래서 '세 부담이 낮아야 나라 경제가 시장 경제가 잘 돌아간다' 그러다 보니까 여러 가지 부작용이 나타나는데 부동산 부분에서 저과세, 매우 약한, 미미한 보유세나 양도세는 사실 오래된 이야기죠. 구조적인 문제인 거죠."
◀ 조승원 ▶
투기꾼들은 집요하고 냉철합니다. 그런데 이들과 전쟁까지 선포한 정부 정책은 무디고 느슨했습니다.
◀ 허일후 ▶
그런데 오늘 보니까 그게 다 이유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스트레이트가 3번에 걸쳐서 집값폭등 문제에 대해 다뤘는데요. 그 추적 멈추지 않겠습니다.
◀ 조승원 ▶
끈질긴 추적저널리즘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다음 주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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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체 방송은 유튜브 스트레이트 채널, WAVVE, iMBC.com 에서 다시 보실 수 있습니다.
*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는 일요일 밤 8시 25분에 방송됩니다.
5시 뉴스
이동경
이동경
[스트레이트] 보유세 강화 집요하게 막은 모피아
[스트레이트] 보유세 강화 집요하게 막은 모피아
입력 2020-09-06 21:19 |
수정 2021-04-22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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