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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 누가 전광훈을 키웠나? - 한국 보수 개신교의 위기

[스트레이트] 누가 전광훈을 키웠나? - 한국 보수 개신교의 위기
입력 2020-09-13 20:53 | 수정 2021-04-2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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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승원 ▶

    방역을 방해하고도 스스로 피해자라고 하는 건 올해 초 신천지 교회의 주장과 비슷합니다.

    ◀ 조승원 ▶

    네, 사실 코로나 19 확산 때문에 거의 전 국민이 아주 힘들어하고 있는데 대면 예배를 당분간만 좀 미루자 아, 이걸 이제 종교탄압이라고 반발을 하고 있네요.

    ◀ 김수근 ▶

    네, 사실 대부분의 교회는 정부 방역지침을 잘 지키고 있고요. 협조를 거부하는 건 일부 교회들입니다.

    ◀ 조승원 ▶

    그런데 일부 극단적인 교회만의 문제라고 보기에는 이 전광훈 목사의 영향력 생각보다 큰 것 같습니다.

    얼마 전까지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회장이었죠?

    ◀ 허일후 ▶

    네, 지금은 뭐 세가 좀 많이 꺾였습니다만은 이 한기총 아무래도 한국 개신교를 대표하는 단체 중 하나였잖아요.

    ◀ 조승원 ▶

    전광훈 목사가 언제부터 이렇게 개신교에 대표 인사를 자처하게 된 겁니까?

    ◀ 김수근 ▶

    네, 여기에는 주류 개신교의 책임도 있고 일부 정치권의 책임도 있습니다.

    전광훈 목사를 비롯한 개신교 극우파가 이렇게까지 성장하게 된 배경을 추적했습니다.

    ========================================

    지난 8월 15일 집회.

    [전광훈 목사]
    "내가 문재인에게 경고합니다. 어느 걸 하든지 마음대로 하되 한 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자살은 하지 말기를 바랍니다. 노무현을 흉내 내서 자살하면 박원순 봤지, 너 봤지. 자살한다고 국민들이 또 너에게 정을 베푸는 게 아니야."

    전 목사 옆에는 전직 국회의원들이 있었습니다.

    [민경욱/전 국회의원]
    "우리의 노력과 희생, 땀과 눈물과 피를 기억해줄 것 입니다."

    [김진태/전 국회의원]
    "이 사악한 사회주의 독재 정권 끝장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집회장에서는 현역 의원인 홍문표 의원도 눈에 띄었습니다.

    작은 개척교회 목사였던 전광훈. 그가 정치적 목소리를 내며 세력을 키우기 시작한 건 지난 2011년이었습니다.

    기독교 정당 창당을 주도해, 현실 정치에 뛰어들었습니다.

    [전광훈 목사 (2011.5)]
    "우리 내년 4월달에 기독당 만들어서 헌법을 개조합시다. 애 다섯명 안낳는 사람은 감방."

    전 목사의 뒤에는 대형 교회 목사들이 있었습니다.

    [故 김홍도 목사 (2011.6)]
    "청교도 수련원을 책임진 전광훈 목사님, 여러분, 물불을 안가려요. 특별한 박수를 한 번 일어나세요. 전광훈 목사님. 감사합니다."

    전 목사는 갈수록 극단적 우파로 치달으며 정치에 개입했습니다.

    [전광훈 목사 (2011.12)]
    "이 대한민국 지금 현실에서 가장 위험한 사건이 전교조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전 목사의 세력은 점점 강해졌습니다.

    드디어 2019년, 한기총을 장악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개신교회 안에서 전 목사의 극단적 정치 성향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말리거나 제지하지도 않았다고 합니다.

    [양희삼 목사]
    "하나님 까불면 죽어 이런 말을 할 때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어요. 오히려 어떤 목사들은 뭐라고 얘기 하냐면 전광훈은 말은 거칠지만 그래도 하는 짓은 틀리지 않았어. 이렇게까지 얘기했단 말이에요."

    그렇다면 이때 주류 대형 교회들은 뭘 하고 있었을까? 세습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2008년 금란교회, 2014년 명성교회, 2015년 인천순복음교회, 2017년 안양새중앙교회, 2018년 임마누엘 교회. 전국의 크고 작은 교회 230곳이 줄줄이 교회를 자식들에게 물려줬습니다.

    [배덕만 교수/기독연구원 느헤미야]
    "전광훈이 오늘과 같은 파행을 일으킬 수 있도록 지지, 혹은 방조 혹은 이용한 그룹들이 그 뒤에 있는 한국의 보수 교회 전체라고 보고. 특별히 거기에 대형교회를 중심으로 한 지도적 목사들이 전광훈을 탄생시키고 오늘 전광훈이 저런 일을 하게끔 만드는데 저는 직간접적으로 굉장히 긴밀하게 연관돼 있다, 그들의 책임이 크다."

    교회를 물려받은 2세대 목사들 이제 와서 전광훈 목사를 견제하기는 역부족입니다.

    [서명삼 교수/이화여자대학교 기독교학과]
    "2세대 목회자들 같은 경우 보수적인 장로들이 목소리가 강하게 나오는데 그걸 무시 못 하고. 극우적 입장을 갖고 있는 나이 드신 분들은 그런 식으로 계속 쫓아나가고 하거든요. 그러니까 컨트롤 못하는 상태 같아요."

    2019년 한기총을 장악한 뒤부터는 정치권의 거물로 등장했습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한기총을 방문해, 전 목사에게 힘을 실어주었습니다.

    [황교안/당시 자유한국당 대표]
    "우리 자유한국당을 위해서도 많이 기도해 주시고 또 필요하면 같이 또 행동도 모아주시고."

    황 대표가 공수처 설치에 반대하며 단식투쟁 카드를 처음 꺼내 들었을 때도, 가장 먼저 찾은 사람이 전광훈 목사였습니다.

    [황교안/당시 자유한국당 대표]
    "여러분 존경스럽습니다. 이 긴 시간 동안, 이 험한 곳에서 여러분들께서 자유 대한민국을 지켜주셨습니다."

    [전광훈 목사]
    "우리 대표님은 내강외유로서 속으론 제가 참 알지요. 대표님의 그 무서운 결기를."

    한국당 의원들은 단상에 올라 함께 만세를 외쳤습니다.

    "자, 전광훈 목사님과 한국기독교총연합 만세! 황교안 대표님과 자유한국당 만세!"

    어느새 거물이 돼버린 개신교 극우파 전광훈 목사. 정치인들은 그를 이용했고, 그는 정치인들을 이용했습니다.

    [손승호/한국기독교 교회협의회]
    "보수 세력이 결집하는 걸 눈으로 보여줬잖아요. 이게 무시못할 대세라는 것을 사회적으로 과시를 하면서 전광훈 목사님은 자신의 입지를 더 탄탄하게 구축할 수 있었고 그랬죠."

    총선 참패와 지도부 교체 이후, 당 이름까지 바꾼 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코너에 몰리자, 국민의힘은 선 긋기에 나섰습니다.

    [김은혜 미래통합당 대변인 (8.18)]
    "미래통합당은 전광훈 목사와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또 함께 한 적도 없습니다. 말이 안되는 걸 굳이 엮으려고 애쓰시는 게 안쓰러워 보일 뿐입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여전히 돌출 발언이 나옵니다.

    친박 박대출 의원은 페이스북에 "코로나19 재확산의 원인을 특정 집단에 전가하려는 마녀사낭은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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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체 방송은 유튜브 스트레이트 채널, WAVVE, iMBC.com 에서 다시 보실 수 있습니다.

    *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는 일요일 밤 8시 25분에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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