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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 특수부 검사의 은밀한 제안 - 39건 무혐의

[스트레이트] 특수부 검사의 은밀한 제안 - 39건 무혐의
입력 2020-09-27 21:06 | 수정 2021-04-22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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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승원 ▶

    국회의원들이 국정감사 증인 채택을 추진하니까, 후원금 얘기를 꺼내며 로비를 시도한 거 아닌가요?

    ◀ 허일후 ▶

    정말 뭐든지 돈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건가요? 선생님들은 학생들한테 성희롱 발언을 하고도 멀쩡히 다시 교단에 서고, 이사장 부부는 학교 돈 빼돌려서 벤츠를 사서, 이걸로 또 담보대출까지 받았다고요?

    ◀ 조승원 ▶

    참신한 수법이네요.

    ◀ 곽승규 ▶

    명진고 측은 "다른 학교는 더 문제가 많은데 왜 우리 학교만 문제 삼냐"는 반응도 보였습니다.

    그만큼 사립학교의 비리가 광범위하고 심각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중에서도 사학비리 하면 이 학교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 조승원 ▶

    어디죠?

    ◀ 곽승규 ▶

    수원대학교입니다.

    ◀ 허일후 ▶

    아. 사학비리의 끝판왕? 유명하잖아요?

    ◀ 곽승규 ▶

    네, 맞습니다.

    수원대는 비리로 잡음이 끊이지 않았는데, 정작 총장 일가는 한 번도 제대로 처벌받지 않았습니다.

    수원대 사건을 보시면, 사립학교를 둘러싼 한국 사회 권력 집단의 끈끈한 커넥션이 보입니다.

    검찰, 국회, 조선일보까지 연결된 이 커넥션을 지금부터 보시겠습니다.

    ==========================================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수원대학교 2011년 감사원 감사로 처음 비리가 적발된 이후 배임, 횡령, 뒷돈까지 수많은 비리 혐의로 수사를 받았습니다.

    그 비리 의혹의 한 가운데 있는 인물. 설립자의 아들인 이인수 전 총장입니다.

    하지만 이인수 전 총장은 한 번도 제대로 처벌받은 적이 없습니다.

    어떻게 처벌을 피해갈 수 있었을까?

    지난 2014년 수원대에 대한 교육부 감사에서 33건의 비리가 적발됐습니다.

    교육부가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수원대 교수협의회도 이인수 총장을 횡령과 배임 혐의로 고발했습니다.

    거기에 채용비리 의혹까지 터져 나왔습니다.

    수원대가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의원의 딸을 교수로 채용했는데, 김무성 의원이 그 대가로 이인수 총장이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되지 않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었습니다.

    검찰은 사건의 중대성을 고려해, 특수부에 사건을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검찰 특수부까지 나섰으니 이제 수원대 비리가 낱낱이 밝혀지게 될까?

    그런데 이듬해 6월, 이인수 총장을 고발했던 A 교수에게 뜻밖의 전화가 걸려옵니다.

    수원지검 특수부 검사였습니다.

    당시 통화 녹음입니다.

    [B 검사/당시 수원지검 특수부]
    "차장님 방에 오셔서 면담하고 가셨다는 말씀은 들었는데, 정작 제가 통화한 적은 없어가지고. 제가 기록 열심히 읽고 있습니다."

    A 교수는 총장 일가의 비리를 고발했다가 파면당한 상태였습니다.

    검사는 슬그머니 복직 얘기를 꺼냈습니다.

    [B 검사/당시 수원지검 특수부]
    "저쪽에서는 교수님들은 다시 복직하는, 그런 것에 대해서도 좀 자기들이 뭐 전향적으로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런 취지의 의견서도 하나 내더라고요. 그게 사실, 사건하고 직접 연관은 없는 것이니까 이렇게 저렇다 그것 때문에 이렇게 할 건 아닌데, 이런 의사가 좀 있다고 하면은 이거는 제가 이제 뭐 교수님들한테 말씀드리는 게 또 서로에게 혹시 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가지고."

    사립학교 비리 사건을 파헤쳐야 할 특수부 검사가, 오히려 학교 측 대리인 역할을 하면서 고발인을 사실상 회유한 겁니다.

    검사는 설득을 이어갔습니다.

    [B 검사/당시 수원지검 특수부]
    "이건 제 생각이에요. 저쪽에서 갑자기 복직하시죠. 이렇게 하는 것도 사실 기대하기 어렵잖아요? 모든 게, 이렇게 좀 꿍짝꿍짝 주고받는 것이 있어야. 대화라는 게 그런 거니까, 먼저 한 번 만나…"

    A 교수가 거절하면서 이날 통화는 끝났습니다.

    그런데 닷새 뒤 검사가 또 전화를 했습니다.

    [B 검사/당시 수원지검 특수부]
    "통화 가능하세요 교수님? 한번 다른 교수님들하고 말 나눠보셨어요?"

    [A 씨/수원대 해직교수]
    "예, 그래 가지고 나눠 가지고서 의견서를 제출했는데 받으신지 모르겠는데…"

    [B 검사/당시 수원지검 특수부]
    "취지는, 어떤 취지이지요? 어차피 오면은 제가 보면 되는데."

    [A 씨/수원대 해직교수]
    "어차피 복직은 법에 따라서 이렇게 되는 거고 수원지검에서는 원칙대로 수사해 줬으면 하는 그런 내용입니다."

    [B 검사/당시 수원지검 특수부]
    "수사는, 그것은 또 수사와는 어차피 별개이니까요. 수원대 그쪽에서 저희한테 이제 이야기하기에 그 말씀을 하셔가지고 사실 그걸 한번 연락을 또 드렸어요. 딴 게 아니라 학교 측하고 서로 의사소통을 할 어떤 채널이 좀 없다는 취지로 제가 말씀을 들어서."

    그러더니 넌지시 학교 측 대화 창구를 지정해줍니다.

    [B 검사/당시 수원지검 특수부]
    "저도 사실 되게 조심스러운 부분인데 박철수 총장님하고 한 번 말씀을 나눠 보시면 어떨까라는 생각도 들어서 한번 겸해서 연락을 드렸습니다."

    박철수 총장은 이인수 총장의 최측근으로, 당시 수원과학대 총장이었습니다.

    특수부 검사의 은밀한 제안은 계속됐습니다.

    [B 검사/당시 수원지검 특수부]
    "원래 저는 이제 고소사건이 오면은 화해를 많이 권유를 하거든요. 교수님들이 퇴직도 얼마 안 남으신 뭐 그런 말씀을 하시니까, 복직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이것도 도움이 되실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뭐 말씀을 나눠보셔 가지고 나쁠 건 없으니까요. 그리고 또 그와는 별도로 어차피 수사는 수사대로 진행을 하는 거니까, 별도니까요, 별도, 그것은."

    이런 전화를 막내급 검사가 혼자 결정하고 걸었을까? 당시 지휘 라인은 수원지검장 강찬우, 차장검사 이정회, 특수부장 이용일이었습니다.

    이 전화를 걸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검찰은 고발된 의혹 40건 중 39건을 무혐의 처분했습니다.

    딱 한 건, 이인수 총장이 소송 비용으로 학교 돈 7,500만 원을 빼돌려 썼다는 혐의만 기소했습니다.

    검찰은 이마저도 정식 기소가 아니라, 고작 벌금 200만 원에 약식기소했습니다.

    [전필건/전 교육부 사학혁신위원]
    "벌금 3백만 원 이상, 업무상 횡령. 배임 등의 3백만 원 이상은 사립학교법상 교원에 당연 퇴직 사유가 됩니다. 총장인 이인수씨가 3백만 원 이상의 벌금이 확정되면 물러나야 돼요. 그러다 보니까 2백만 원으로 금액을 맞춘 것 같은데 이럴 거면 차라리 1백이나 50하지. 왜. 그렇지 않겠습니까?"

    법원은 사안이 중대하다고 보고 이 총장을 정식재판에 회부했습니다.

    이 총장은 4년째 재판 중인데, 항소심에서 벌금 1천만 원을 선고받고 대법원에 상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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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체 방송은 유튜브 스트레이트 채널, WAVVE, iMBC.com 에서 다시 보실 수 있습니다.

    *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는 일요일 밤 8시 25분에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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