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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 삼성물산 수상한 재건축 철수 진짜 이유는?

[스트레이트] 삼성물산 수상한 재건축 철수 진짜 이유는?
입력 2020-10-25 21:09 | 수정 2021-04-22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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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일후 ▶

    아… 예전에 신연희 전 구청장이 횡령으로 구속될 때 보니까, 그 때도 전산 서버가 삭제됐군요. 강남구청 자료가 다 사라진 게 한 번이 아니었다는 건데… 좀 무섭네요.

    ◀ 조승원 ▶

    재건축 시장에서 삼성물산을 둘러싼 의혹이, 지금 보니 한 두 건이 아닌데, 삼성물산이 한 동안 재건축·재개발 시장에서 완전히 손을 떼지 않았나요?

    ◀ 이동경 ▶

    맞습니다. 재건축 시장을 싹쓸이하다시피 했던 삼성물산이 지난 2014년에서 2015년 사이 돌연 완전 철수한 적이 있습니다.

    ◀ 허일후 ▶

    아니 2015년이면 재건축 시장이 활활 타오르던 때 아니었나요? 왜 갑자기 그런 결정을 한 거죠?

    ◀ 이지선 ▶

    업계에서도 당시에 이해할 수 없다, 이런 말들이 많았죠. 여기에는 숨겨진 이유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부터는 그 배경을 분석해 보겠습니다.

    서류 조작 의혹이 불거진 서울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그 바로 옆에는 동부센트레빌이 있습니다.

    2005년 재건축됐습니다.

    값 비싼 유리 외장재는 물론, 로비마다 대리석도 깔려 있습니다.

    1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강남 최고급 단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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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 이곳의 시공사는 삼성물산이 유력했습니다.

    이른바 삼성이 먼저 깃발을 꽂은 겁니다.

    하지만 재건축 조합장이 경쟁입찰을 선언했습니다.

    그 결과 삼성물산보다 17% 낮은 가격을 써낸 동부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됐습니다.

    다 잡았던 재건축 시공권을 빼앗기자 삼성물산이 발칵 뒤집혔습니다.

    [건설업계 관계자]
    "삼성은 굉장히 무지막지해요. 강남 3구의 아파트를 전략적으로 수주하는 설정 목표를 갖고 있었어요. 굉장히 강남권에 있는 아파트에 대한 수주 역량을 강화시켜서, 지시가 되었는데 만약에 시공권을 놓쳤다 그러면 팀 자체가 해체할 뿐만 아니고 해고 수준까지 가겠죠. 다른 건설사에 비해서 그런 부분은 굉장히 강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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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치동 재건축의 2번 타자는 청실아파트였습니다.

    삼성물산이 역시 깃발을 꽂은 곳입니다.

    그런데 2003년 도시정비법이 제정돼 경쟁입찰이 의무화됐고, 2004년에는 조합도 경쟁입찰로 정관을 바꿨습니다.

    삼성물산에는 또 비상이 걸렸다고 합니다.

    [건설업계 관계자]
    "그때는 전혀 게임 상대가 안 되는 동부센트레빌에 졌으니까 이제 '강남에서 망신당했다' 이렇게 생각하는 거죠. 그것도 자리가 주요 위치인데…끝까지 있는 힘을 다해서 수주를 해야 된다는, 무조건 수주를 해야 된다 그런 강박관념으로 대들었고, 다 무조건 달려드는 추세였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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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건축 시장을 평정했던 삼성 래미안.

    그런데 2014년부터 태도가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잠원동 신반포6차의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는데도, 스스로 포기하는가 하면, 방배동 재개발에도 응찰하지 않았습니다.

    삼성물산은 이미 수주해 놓은 40여 개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절반 가까이 정리했다고 합니다.

    이듬해인 2015년 삼성물산은 재건축·재개발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했습니다.

    이때는 재건축 최고의 호황기였습니다.

    그런데 왜 하필 이때, 삼성물산은 엄청난 이익을 포기하고, 재건축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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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로 그해 5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했습니다.

    합병의 공식 명분은 '의식주' 사업의 통합.

    그러나 그 이면에는 이미 알려진 것처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가 있었습니다.

    삼성그룹의 핵심은 삼성전자입니다.

    그런데 이재용 부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0.57%에 불과했습니다.

    삼성전자 주식을 가장 많이 소유한 계열사는 삼성생명(7.21%)과 삼성물산(4.06%).

    그리고 삼성물산은 다시 삼성생명의 주식을 19.4%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삼성전자, 더 나아가 그룹 전체의 경영권을 확보하려면, 삼성물산의 지배권을 확보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물산 주식이 한 주도 없었습니다.

    [타가] 대신 제일모직 지분은 23.24%를 가진 최대주주였습니다.

    결국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이재용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의 완성이었던 겁니다.

    [박상인 교수 서울대 행정대학원]
    "사실 제일모직이라는 회사가 삼성 에버랜드가 사명이 바뀐 거였습니다. 사실은 에버랜드라고 보시면 되고요. 그 회사가 원래 이재용 부회장 중심으로 승계를 하기 위해서 삼성의 종자 기업처럼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서 키웠던 회사죠. 이재용 부회장이 승계를 위해서 이 회사하고 삼성물산을 합병하게 됐는데…"

    문제는 합병비율이었습니다.

    합병 전 삼성물산의 자산은 제일모직의 3배, 매출액은 5.5배, 영업이익도 3배나 높았습니다. (금감원 합병보고서)

    이재용 부회장이 합병 회사에서 지분을 최대한 많이 가지려면, 제일모직의 가치는 최대한 끌어 올리고, 삼성물산의 가치는 최대한 끌어내려야 했습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실제로 이런 시나리오대로 완성됐습니다.

    최종 합병 비율은 제일모직대 삼성물산이 1 대 0.35

    즉 삼성물산 주식 가치를 제일모직 주식 가치의 3분의 1밖에 안 쳐준 겁니다.

    사실상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헐값에 흡수한 합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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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그룹의 콘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이 합병 이전에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14쪽 분량의 '엠사 합병추진' 문건입니다.

    "제일모직 주가가 삼성물산 대비 상대적으로 고평가되었다고 합병 비율에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 지금부터 주가관리가 필요"하다고 돼 있습니다.

    주가관리, 즉 삼성물산 주식의 가치를 떨어뜨릴 필요가 있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삼성물산이 2014년부터 재건축 수주 시장에서 발을 빼기 시작해 2015년 완전히 철수한 이유.

    혹시 의도적으로 주식 가치를 떨어뜨리기 위한 수순은 아니었을까?

    [박상인 교수 서울대 행정대학원]
    "미래전략실이 많은 준비를 했다고 볼 수 있고요. 그 작업 중에 하나가 바로 알짜배기 강남 재건축 시장에서 수주를 아예 포기해버렸다는 것이죠. 자발적으로 포기했다는 것은 경영 상식상 맞지가 않습니다. 그리고 해외에서 좋은 수주 뉴스가 있었는데도 합병 이전에는 공개하지 않았다든지 그런 일들이 있었던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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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병이 모두 마무리되고 5년이 흐른 올해.

    삼성물산은 재건축·재개발 시장에 화려하게 복귀했습니다.

    8천억 짜리 반포주공 3주구, 2천4백억 짜리 신반포 15차를 잇따라 따내며, 상반기에만 1조 원을 넘겼습니다.

    0%였던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물산 지분은 그 사이 합병으로, 17.33%가 됐습니다.

    삼성물산은 이제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핵심 기업으로 변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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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물산은 이에 대해 "2012년 이후 선택과 집중이라는 사업전략에 따라 수익성 높은 강남과 한강변 위주로 사업을 추진했을 뿐, 합병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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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승원 ▶

    이렇게 보니 큰 그림이 좀 보이는 것 같습니다.

    ◀ 허일후 ▶

    그러게요. 지난 10년 동안 삼성물산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건지 좀 알 것도 같네요.

    ◀ 조승원 ▶

    청실아파트 재건축 서류조작 의혹 사건이요. 두 번의 수사에서 모두 무혐의 처분됐어요. 이거 재수사는 불가능합니까?

    ◀ 허일후 ▶

    공소시효가 궁금하네요?

    ◀ 이지선 ▶

    법률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해봤습니다. 공문서 위조의 공소시효는 10년입니다. 그러니까 2009년에 등장한 기안문은 이미 시효가 지난 거죠.

    ◀ 허일후 ▶

    아… 아쉽네요.

    ◀ 이지선 ▶

    그런데, 2011년 1월과 2월 사이, 재판 과정에서 처음 등장한 문서들이 많습니다. 만약 이 문서들이 위조된 거라면, 공소시효가 아직 남아 있다. 수사기관이 의지만 있다면 수사할 수 있다. 이런 답변을 받았습니다.

    ◀ 허일후 ▶

    그럼 공소시효가 아직 남긴 했는데, 석 달밖에 안 남은 거네요?

    ◀ 조승원 ▶

    강남구청의 조사가 제대로 되는지, 검찰, 경찰이 이 사건 재수사할 의지는 있는지, 스트레이트가 끝까지 추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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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승원 ▶

    끈질긴 추적 저널리즘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 허일후 ▶

    저희는 다음주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방송 전체 내용은 유튜브, WAAVE, MBC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다시 보실 수 있습니다.

    *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는 매주 일요일 밤 8시 25분에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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