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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 살아남은 재벌 발전소들 "공사비도 내놔라"

[스트레이트] 살아남은 재벌 발전소들 "공사비도 내놔라"
입력 2020-12-06 20:55 | 수정 2020-12-06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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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승원 ▶

    여기까지 보고 나니, 이 사업을 왜 제2의 4대강 사업이라고 했는지 알 것 같습니다.

    ◀ 허일후 ▶

    국가 기간산업인 발전사업을 민간 재벌기업들에게 열어주고, 수익도 보장해주고, 건설회사들도 돈방석에 앉게 된 거군요.

    ◀ 조승원 ▶

    그런데 전력예비율이요. 원래 15%로 계획된 걸 갑자기 22%까지 늘린 건데, 전기는 저장이 아주 어렵잖아요? 이거 낭비 아닌가요?

    ◀ 이동경 ▶

    전기는 그날 생산하고 남은 건 다 버려야 합니다.

    예비율을 너무 많이 잡으면 돈 낭비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발전소를 한꺼번에 늘리려다 보니, 가장 짓기 쉬운 석탄화력으로 채웠다는 점입니다.

    ◀ 허일후 ▶

    온실가스 줄이자, 미세먼지 줄이자면서 석탄화력이라뇨.

    당장 값이 싸다고 졸속으로 결정한 느낌인데요.

    ◀ 조승원 ▶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다음, 석탄화력을 없애겠다고 했잖아요.

    저 문제를 바로잡지 못했던 건가요?

    ◀ 이동경 ▶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바로잡지 못했습니다.

    여기에는 재벌 기업들이 꼼수를 부린 의혹도 있습니다.

    ==========================================

    대통령 선거를 앞둔 2017년 봄.

    강력한 초미세먼지 덩어리가 거의 매일 한반도를 뒤덮었습니다.

    1월부터 3월까지 초미세먼지 주의보 발령횟수는 86번.

    1년 전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후보는 초미세먼지 50% 감축을 공약으로 내걸었습니다.

    [문재인/대통령 후보]
    "석탄 화력발전소의 신규 건설은 전면 중단하겠습니다. 가동한 지 30년이 지난 노후 석탄발전기 10기를 조기에 폐쇄하고, 건설 중인 화력발전소 중 공정률이 10% 미만인 9기는 원점에서 재검토하겠습니다."

    석탄발전소 사업권을 따낸 재벌기업들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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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문재인 후보가 공약을 발표하자마자, 갑자기 석탄화력발전소들의 공정률이 치솟기 시작했습니다.

    삼성이 짓는 강릉 안인 화력발전소.

    2017년 1분기 현황에서 원래는 건설예정 중인 사업, 즉 공정률 0%였습니다.

    그런데 2분기 현황판에서 갑자기 달라집니다.

    1월에 이미 14.3%였다고 바뀐 겁니다.

    아직 토지 수용도 다 안 끝난 상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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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가 짓는 고성 화력발전소.

    1월부터 3월까지 공정률은 거의 늘어나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재인 후보가 공약을 발표한 4월, 갑자기 공정률이 19.2%로 치솟았습니다.

    5월에는 21%, 6월에는 23%로 불어났습니다.

    연간 달성목표가 23.99%였는데, 이걸 6월에 이미 끝내버린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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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슨 마법이라도 일어난 걸까?

    공정률은 모두 기업들이 자체 집계합니다.

    기업들은 부지 매입과 설비 계약에 이미 수천억 원이 들어가, 이것까지 고려한 종합 공정률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미 인허가도 다 받았다며, 취소하면 소송을 내겠다고 밝혔습니다.

    [박지혜 변호사/기후솔루션]
    "지금까지 투자한 것을 다 보상받아야 된다. 왜냐하면 우리는 합법적으로 허가를 받은 사업이니까. 그런 주장을 했고. 그게 결과적으로 산업부와 청와대에서 이거는 사실 비용이 너무 큰 것 같다. 우리가 다 보상해 줄 수도 없고…"

    결국 정부는 물러섰습니다.

    박근혜 정부 때 새로 계획에 추가됐던 당진 발전소 두 개만 LNG로 전환시켰고, 나머지는 손도 못 댔습니다.

    공정률 0%이던 포스코 삼척을 포함해 7개의 초대형 석탄화력발전소는 모두 살아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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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사가 진척되면서 이번에는 건설비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공사를 따낼 때 업체들이 써낸 것보다 건설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습니다.

    포스코가 짓는 삼척 발전소.

    입찰할 때는 건설비가 3조 3천억 원 든다고 써냈는데, 지금은 갑자기 4조 9천억 원이 됐습니다.

    1조 6천억 원이 불어났습니다.

    삼성이 짓는 강릉 안인 발전소는 5조 1천 원에서 5조 6천억 원으로, SK가 짓는 경남 고성의 발전소는 4조 3천억 원에서 5조 2천억 원으로 공사비가 뛰었습니다.

    이 세 곳의 평균 공사비는 5조2천억 원, 1기가와트 당 2조6천억 원에 달합니다.

    이 공사비는 적절한 가격일까?

    발전 공기업들이 지은 비슷한 규모의 다른 석탄화력발전소들의 건설비.

    1기가와트 당 평균 1조5천억 원 정도입니다.

    민간 기업들이 짓는 발전소가 2배 가까이 비쌉니다.

    기업들은 이걸 고스란히 전기료에 반영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소영/국회 산자중기위원(2020년 10월)]
    "사업권 신청 당시에는 자신들이 싸게 건설할 수 있다는 자료를 이렇게 제출해 놓고, '4.3조 든다' 이렇게 해 놓고 5.2조 원 들고 있고요. 특히 삼척화력 같은 경우에는 '3조밖에 안 듭니다'라고 신청해 놓고서는 지금 5조 원에 가까운 비용을 받아가겠다고 요구를 하고 있습니다. 조 단위 투자비가 상승하는 이유를 누가 납득 할 수 있겠습니까?"

    -------------

    건설공사비까지 전기료에 얹어 다 보전해주는 제도를 총괄원가보상제라고 합니다.

    지금까지는 한국전력도, 발전 자회사들도, 다 공기업이라 별 문제가 없었습니다.

    이윤을 적절하게 통제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걸 민간 기업들에게 개방하는 순간, 문제가 생겼습니다.

    처음부터 민간 기업들에게 발전사업을 맡기면서, 얼마가 들지 정확히 계산도 안 해보고, 계약도 엉성하게 한 겁니다.

    [전영환 교수/홍익대 전자전기공학부]
    "생각지도 못한 일이 발생을 한 거죠. 정부로서는. 지금까지는 대충 이 정도 수준이고 다른 발전소 수준에서 될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갑자기 공사비가 확 뛰니까, 이거 어떻게 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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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약 민간 재벌기업들이 달라는대로 공사비를 다 반영해주면, 이건 고스란히 전기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정부는 뒤늦게 표준투자비라는 걸 만들었습니다.

    공기업들이 발전소 지은 가격을 토대로, 발전소 한 개 당 3조 6천억 원에서 3조 8천억 원 정도를 상한선으로 정했습니다.

    민간 기업들이 책정한 공사비보다 2조 원 가까이 적은 액수입니다.

    민간 재벌기업들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습니다.

    [☎ 민간발전협회 관계자]
    "이거는 소송 가야겠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으니까요. 그래서 로펌에서는 아마 유사 이래라고 해야 될까요? 론스타 빼놓고는 소송 가액으로는 최고가 될 거라는 기대를 가지고 달려드는 데도 있었고요."

    *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방송 전체 내용은 유튜브, WAAVE, MBC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다시 보실 수 있습니다.

    * <탐사기획 스트레이트>는 매주 일요일 밤 8시 25분에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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