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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 발전도 못 하는데 돈은 다 준다

[스트레이트] 발전도 못 하는데 돈은 다 준다
입력 2020-12-06 21:02 | 수정 2020-12-06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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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승원 ▶

    무슨 마법이라도 부린 겁니까?

    공정률이 0%였는데, 어떻게 갑자기 14%로 불어난 거죠?

    ◀ 허일후 ▶

    그러게 말이에요.

    그것도 그렇고, 공사비는 왜 갑자기 저렇게 부풀려진 겁니까?

    ◀ 이동경 ▶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잘 안 되죠.

    특히 공기업이 짓는 발전소 건설비와 비교해 보면, 민간 재벌기업들이 짓는 게 두 배 가까이 더 비싸다는 얘기거든요.

    ◀ 조승원 ▶

    입찰할 때 써낸 가격이 있잖아요.

    그럼 공사비가 얼마가 들든, 그 가격만 쳐주면 될 것 같은데 그것도 아니네요.

    ◀ 이동경 ▶

    원래는 그렇죠.

    공기업들끼리 거래하던 전력 시장을, 갑자기 민간 기업들에 대거 개방하니까 저런 논란이 생긴 겁니다.

    그런데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 허일후 ▶

    뭔가요?

    ◀ 이동경 ▶

    17조 원을 들여서 초대형 석탄화력발전소를 7개나 짓고 있는데, 막상 다 지어놔도 발전소를 가동도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 조승원 ▶

    네? 지어놓고 가동을 못해요?

    아니 왜요?

    ◀ 이동경 ▶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가동을 못 해도, 재벌 사업자들에게 전기료는 고스란히 다 줘야 합니다.

    ◀ 허일후 ▶

    그게 말이 됩니까?

    가동도 못 하고, 가동을 못 해도 돈은 다 준다고요?

    ◀ 이동경 ▶

    이 사업이 처음부터 얼마나 계획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추진됐는지 추적했습니다.

    ========================================

    2014년 밀양 송전탑 사태.

    수도권으로 전기를 끌어오기 위해 765킬로볼트 초고압송전탑을 건설하면서, 밀양 시민과 공권력의 갈등이 극단으로 치달았던 사건입니다.

    주민 2명이 목숨을 끊었습니다.

    엄청난 상처를 남기고 결국 밀양에는 13년만에 송전탑이 들어섰습니다.

    -------------

    밀양 사태 2년 뒤인 2016년.

    한국전력은 수도권으로 전기를 보내는 또다른 송전탑 건설에 착수했습니다.

    울진에서 출발해 봉화와 평창을 거쳐 가평까지 이어지는 송전탑.

    총길이 220km, 10개 시·군에 걸쳐 송전탑 440개를 박는 대규모 사업입니다.

    지난해 동부구간 노선을 확정하고 현재 서부구간 노선을 협의 중입니다.

    밀양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한국전력은 주민들과 위원회를 꾸려 논의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주민들 말을 다릅니다.

    [이경일/강원 삼척시 가곡면]
    "회의를 갔다 오면 주민들한테 설명을 한다든가 그런 게 전혀 없었고. 회의를 갔다 오는 것조차도 모르고 주민들은 계속 그런 상황이었죠."

    한국전력은 송전탑에서 멀리 떨어진 마을부터 돈으로 주민들을 회유하는 전략을 쓰고 있습니다.

    송전탑이 들어서는 마을을 바깥쪽부터 포위하는 전략입니다.

    [김정래/강원도 평창군 진조리]
    "(한전은) 경과지에 인접해 있는 주민들하고 접촉 안 합니다. 멀리 있는 사람들 접촉해서 마을별로 하죠. 마을 발전기금이라고 해서 5억 준대, 8억 준대."

    한전이 이런 무리수를 두는 건 송전 용량이 이미 포화상태이기 때문입니다.

    강원도 지역 전체 송전용량은 12기가와트.

    강원권 발전소가 현재 생산하고 있는 전기를 실어나르기도 벅찹니다.

    그런데 2022년부터 2024년 사이 강릉과 삼척에서 초대형 석탄화력발전소 4개가 차례로 가동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발전량만 4기가와트.

    송전망이 확충되지 않으면 기껏 발전소를 만들어놓고도, 돌릴 수 없습니다.

    [전영환 교수/홍익대 전자전기공학부]
    "송전선에 제약이 있으면 발전소가 그 자리에 들어올 수 없다 하는 이야기가 서로 왔다 갔다 해야 되는데 우리나라는 그런 절차가 전혀 없이, 발전소 먼저 정하고 한전은 그냥 무조건 정해진 걸 따라서 송전선을 건설해야 하는 형태로 지금까지 해왔습니다."

    -------------

    사실 송전 문제는 이명박 정부가 초대형 석탄발전소를 대폭 허가할 때 이미 예견된 상황이었습니다.

    발전소는 엄청나게 늘리면서, 정작 송전선 확충 게획은 세우지 않았던 겁니다.

    송전을 못 하면, 발전소를 돌릴 수 없습니다.

    기껏 17조 원을 들여 발전소를 지어놓고, 그냥 놀려야 하는 겁니다.

    그래도 민간 발전소는 손해를 보지 않습니다.

    발전소 과실이 아닌 송전 문제로 전기를 못 보내면 그 비용은 고스란히 다 물어줘야 합니다.

    [전영환 교수/홍익대 전자전기공학부]
    "나는 100을 운전할 수 있고, 싸기 때문에 100을 운전한다고 했는데 지금 송전선 때문에 너 80밖에 못해. 이러면 20만큼을 내가 발전을 못 하니까. 그래서 기회비용을 보상하는 걸로 지금 제도가 되어 있어요."

    -------------

    송전 문제는 그나마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수 있습니다.

    진짜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온실가스 문제입니다.

    한국은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7위, 기후 악당 국가입니다.

    2015년 12월 파리 기후협정이 체결되자, 박근혜 정부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전망치보다 37%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습니다.

    대신 재생에너지 사용을 20% 늘리기로 했습니다.

    석탄화력발전소는 대표적인 온실가스 주범입니다.

    한국이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38%가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나옵니다.

    정부 계획대로 온실가스를 감축하면, 새로 짓는 7개의 초대형 석탄화력발전소 가동률은 계속 떨어지게 됩니다.

    20년 뒤에는 25%밖에 못 돌린다는 예측까지 나왔습니다.

    [이소영 의원/국정감사]
    "시뮬레이션 결과는 2035년에 이 신규 발전소들 가동률이 49%밖에 안 되고요 2040년에는 25%밖에 못 돌립니다. 왜냐하면 재생에너지가 늘어났을 때 전력 수요가 적어지는 시간이나 요일에는 저 석탄발전소를 꺼야 되는데, 그로 인해서 가동률이 현격하게 떨어지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지난 10월,

    문재인 대통령은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온실가스를 최소한 지금보다 4분의 1로 줄여야 합니다.

    사실상 석탄화력발전소는 모두 문을 닫아야 할 수도 있습니다.

    최악의 경우 지어놓고 돌리지도 못하는 발전소에, 비용은 계속 보전해줘야 할지 모릅니다.

    *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방송 전체 내용은 유튜브, WAAVE, MBC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다시 보실 수 있습니다.

    * <탐사기획 스트레이트>는 매주 일요일 밤 8시 25분에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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