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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 알고리즘 뒤에 숨은 포털 저널리즘

[스트레이트] 알고리즘 뒤에 숨은 포털 저널리즘
입력 2020-12-13 21:01 | 수정 2020-12-13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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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일후 ▶

    네이버와 다음 모두 보수 언론과 뉴스통신사 편중 현상이 크게 나타났군요. 뭐 평소 짐작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결과네요.

    ◀ 조승원 ▶

    시민들이 다양한 여론을 접하고 자기 의견을 정리할 기회를 갖는 건 민주주의에서 아주 중요한 요소잖아요. 그런 점에서 보면 포털이 보여주는, 편중된 기사들은 문제가 심각해 보입니다.

    ◀ 이지선 ▶

    그렇죠. 포털의 사회적 책임 문제가 나올 때마다 포털들은 "우리는 언론사가 아니다"라거나, "인공지능이 하는 일이다", 이렇게 피해갔습니다.

    과연 책임이 없는지 따져봤습니다.

    =========================================

    2019년 10월 14일. 연예인 설리 씨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날 네이버의 '많이 본 뉴스' 사회 분야는 1위부터 30위까지 중 25개가 설리 씨 관련 기사였습니다.

    언론사들은 사람들의 클릭을 유도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자극적인 제목을 달고, 포털은 그 기사들을 상단에 노출시켜 트래픽 장사를 하는 악순환이 계속된 겁니다.

    클릭이 또 다른 클릭을 부르는 폭주 현상과 기사 편식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자, 1년 뒤인 지난 10월 22일, 네이버는 많이 본 뉴스를 폐지했습니다.

    대신 언론사별 랭킹 뉴스를 신설했습니다.

    문제가 과연 사라졌을까?

    11월 2일 개그우먼 박지선 씨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어머니까지 세상을 등지면서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유족들은 박지선 씨 어머니의 유서를 공개하지 말아달라는 뜻을 경찰을 통해 언론사들에게 전달했습니다.

    다음날 새벽. [단독]이라는 제목을 달고 유서 내용이 기사화됐습니다.

    조선일보 기사였습니다.

    유서는 공익을 위해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보도하지 않는 게 원칙입니다.

    이 기사는 엄청난 트래픽을 유발하며 네이버 뉴스홈 첫 화면에 하루종일 떠있었습니다.

    네이버가 직접 집계하던 '많이 본 기사'는 폐지됐지만, 언론사별 랭킹 뉴스에는 하루종일 이 기사가 떠 있었습니다.

    조선일보는 박 씨의 죽음에 관련된 기사를 이틀 사이에 150개 가까이 올리기도 했습니다.

    고인의 죽음을 상업화했다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포털은 수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절대 뉴스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뉴스는 가장 많은 트래픽을 일으키고, 이 트래픽은 곧 검색과 광고와 쇼핑, 즉 돈으로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김동원 박사/언론노조 정책실장]
    "(포털에게도 책임이…) 저는 분명히 있다고 봅니다. 언론사가 기사를 그렇게 쓰니까, 또는 이용자가 그걸 선호하니까 라는 말로 책임을 돌릴 문제가 아니라 네이버같은 포털이 스스로 그러한 뉴스의 소비 형태라든가 또는 아이템의 수 그런 것들을 조정할 필요가 분명히 있습니다."

    알고리즘이 뉴스를 편집하면 어떤 현상이 발생할까? 학계의 연구 결과가 꾸준히 보고되고 있습니다.

    언론사가 공들여 제작한 심층 보도나 의미있는 기획 기사는 노출되지 않습니다.

    그 자리를 짧은 속보 기사, 흥미 위주의 화제성 기사, 단발성 사건사고 기사가 독차지합니다.

    [김동원 박사/언론노조 정책실장]
    "통신사 기사들은 속보와 1보 중심으로 많이 뉴스를 송출을 하고요. 그것이 '좋은 기사다'라고 명확하게 판단하긴 힘들 것 같습니다. 좀 더 스토리텔링을 많이 할 수 있는 기사들은 현재 다음이나 네이버의 뉴스 편집판에 올라가지 않습니다."

    [채영길 교수/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우리가 알고리즘에게 편집의 역할을 기술적인 측면으로 이렇게 맡겨도 될 것이냐. 이것은 굉장히 기술중심적으로 보이지만 굉장히 정치적인 행위고요. 포털이 갖고 있는 언론의 역할이 분명하고 그리고 언론으로서의 책임이 있음이 분명함에도 거기에 대해서는 명시적인 언급이 없이 (AI에) 그 책임들을 전가하려고 한다는…"

    다른 나라들은 어떨까? 거꾸로 AI 뉴스편집을 사람이 하는 뉴스편집으로 바꾼 사례도 있습니다.

    페이스북은 올해부터 미국 시장에서, 베테랑 전문 편집인들로 구성된 팀이 기사를 엄선해 뉴스 섹션의 톱뉴스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은 스스로를 새로운 종류의 언론이라고 인정하고, 저널리즘의 책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마크 저커버그/페이스북 CEO]
    "고품질의 저널리즘을 지원하는 올바른 방법을 이해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던 것 같습니다. 고품질 저널리즘을 제공하는 언론사에 가능한 많은 수익이 발생하기를 원합니다."

    하지만 한국의 포털들은 알고리즘에 모든 책임을 떠넘깁니다.

    [윤재옥 의원/국회 정무위원]
    "지금은 사람이 관여하는 부분이 없다는 말씀입니까?"

    [한성숙/네이버 대표]
    "예. 개발자들이 만든 알고리즘 부분이지만…"

    정작 그 알고리즘은 철저하게 비밀에 부치고 있습니다.

    [채영길 교수/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이용자들은 당연히 그것을 알 권리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알고리즘을 통해서 수집되는 것은 우리의 이용 행태고, 우리의 선호고, 우리의 취향이거든요. 우리에 대한 모든 데이터를 선취하면서, 그에 대해서 어떻게 사용하는지는 알려줄 수 없다. 그것은 우리의 이익에 침해되니까라는 논리거든요. 그것은 굉장히 사실 폭력적입니다."

    *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방송 전체 내용은 유튜브, WAAVE, MBC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다시 보실 수 있습니다.

    * <탐사기획 스트레이트>는 매주 일요일 밤 8시 25분에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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