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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 '죽음의 공장' 한국타이어, 그 후 13년

[스트레이트] '죽음의 공장' 한국타이어, 그 후 13년
입력 2021-01-17 20:46 | 수정 2021-04-22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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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승원 ▶

    노동청이 근로감독을 하고 있는 와중에, 또 노동자가 죽었습니다. 근로감독, 제대로 하고 있는 겁니까?

    ◀ 허일후 ▶

    그러게 말입니다. 3년 전에 사고가 났을 때 저렇게 많은 지적을 받았는데, 제대로 시정했다면 이번 사고는 막을 수 있었던 거 아닙니까?

    ◀ 박진준▶

    그랬을 겁니다.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사실 한국타이어는 한때 <죽음의 공장>으로 불리던 곳입니다.

    ◀ 조승원 ▶

    <죽음의 공장> 기억납니다. MBC 시사매거진2580이 한국타이어 노동자들의 잇단 죽음을 보도했었죠?

    ◀ 박진준▶

    13년 전이었습니다. 1년 반 사이에 한국타이어에서 모두 14명이 연달아 죽은 적이 있었습니다.

    ◀ 허일후 ▶

    1년 반 사이 14명이요? 아, 심각한 사건이었군요.

    ◀ 조승원 ▶

    13년이 흘렀는데, 지금은 문제가 사라졌습니까?

    ◀ 박진준▶

    그렇지 않습니다. 현장 노동자들을 만나 취재를 해보니, 열악한 작업 환경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노동자들은 여전히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습니다.

    2007년 11월 4일

    MBC 시사매거진2580이 한국타이어 노동자들의 잇단 죽음을 보도했습니다.

    1년 반 사이 공장과 연구소 노동자 14명이 사망했습니다.

    자살한 3명을 빼면, 7명은 심근경색, 4명은 암이었습니다.

    당시 노동자들은 공장에서 사용하는 유해 화학물질, 특히 솔벤트를 지목했습니다.

    [유00/한국타이어 노동자 (2007년 인터뷰)]
    "작업 한창 하면요 멍해 가지고 안개 낀 것 같아요. 어지러워 가지고 한 번은 3미터 되는 맨홀에 빠진 적이 있어요."

    당시 보도는 큰 파장을 일으켰고, 소비자들의 불매운동까지 일어났습니다.

    하지만 노동부는 두 차례나 역학조사를 하고도,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13년이 지난 지금. 한국타이어는 달라졌을까?

    공장 내부 모습입니다.

    타이어를 고온에서 찌면서 발생하는 뿌연 연기.

    고무를 혼합하는데 쓰는 각종 화학약품.

    공장바닥과 생산 설비마다 쌓여있는 시커먼 분진까지.

    공장 내부의 모습은 지금도 13년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한국타이어공장에서는 문제의 유해 화학물질인 솔벤트, HV-250을 광범위하게 쓰고 있습니다.

    2018년 국정감사

    [김서룡/한국타이어 팀장 (2018년 국정감사)]
    "저희들이 사용하는 HV-250은 흔히 알고 있는 발암물질 벤젠이 전혀 없는 무벤젠이고요. 톨루엔, 크실렌 같은 일반 유독성분도 전혀 없습니다."

    회사 말대로 정말 HV-250은 유해성이 없는 물질일까?

    스트레이트는 현장에서 쓰고 있는 솔벤트, HV-250을 병째로 입수해, 전문 연구기관에 분석을 의뢰했습니다.

    벤젠은 1리터에 0.3그램.

    회사 측 주장대로 거의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대신 메틸헥산이 대량 검출됐습니다.

    메틸시클로헥산은 1리터에 395그램, 2-메틸헥산은 144그램, 3-메틸헥산은 205그램

    메틸헥산 계열이 주 성분이었습니다.

    어떤 물질일까?

    산업안전보건공단 홈페이지에서 쉽게 정보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메틸시클로헥산.

    발암물질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안전한 물질도 아닙니다.

    삼켜서 기도로 들어가면 치명적이고, 흡입하면 마취 작용이 있어서 졸음 또는 현기증을 일으킵니다.

    환기가 잘 되는 곳에서만 써야 하고, 배기 설비를 가동해야 합니다.

    보안경과 내화학 장갑을 끼고, 밀폐 공간에서는 면 마스크나 일반 방진·방독 마스크가 아니라, 공기를 따로 공급하는 송기 마스크를 쓰라고 돼있습니다.

    이런 안전수칙은 잘 지켜지고 있을까?

    한 노동자가 고무가 눌러 붙은 불량 제품에 솔벤트를 부어 고무를 떼어 냅니다.

    보안경도 없고, 마스크도 없습니다.

    장갑도 끼지 않고 맨손으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주변에 있어야 할 급속 배기장치도 보이지 않습니다.

    이 솔벤트를 얼마나 사용하고 있을까?

    [전찬희/한국타이어 노동자]
    "아무 데나 다 써요. 왜냐면 여기 만병통치약이에요. 이게 없으면 안 돼요. 마스크도 안 쓰잖아요. 현장에서는 다반사에요 저런 일은. 만약에 이거를 정식적인 장소에 가서 한다고 해도요 그 설비가, 급속 배기장치가 고장 나 있다니까요. 아니면 보호구가 제대로 안 돼 있어요."

    21세기 대한민국, 그것도 대기업 공장에서 보호 장구도 없이 유해물질을 다루는 현실.

    한 전문가는 못 믿겠다고 했습니다.

    [이상윤/노동과건강연대 대표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한국타이어 뭐 엄청 돈 잘 버는 회사잖아요. 잘 나가는, 전세계에서 잘 나가는 회사인데. 자동화도 엄청 많이 돼있는 회사 요즘 타이어 공장 중에 자동화 안 돼있는 곳이 거의 없거든요. 노동자들이 일하는 공정은 아주 극소수의 공정만 있어요. 그래서 그런 데서 유해 화학물질이 있는 데서 노동자들이 일 한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갸우뚱 "그럴까?"라고 할 거예요."

    한국타이어는 안전수칙을 잘 지킨다고 해명했습니다.

    매년 두 차례 전문 업체가 공장 전체의 작업환경을 측정하는데, 법 기준치보다 100분의 1 정도 낮게 설정해 관리한다고 밝혔습니다.

    2008년 이후 6백억 원 이상 작업환경 개선에 투자했고, 2019년부터는 3,100억 원을 들여 공장 현대화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타이어가 노동청에 제출한 작업환경측정결과 보고서입니다.

    유해물질이 대부분 불검출됐거나, 기준 미만이라고 돼있습니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이 보고서를 안 믿습니다.

    측정할 때는 평소와 달리 청소하고, 환기도 다 하고 한다는 겁니다.

    [김두억/한국타이어 노동자]
    "1년에 2번씩 하게 되면 다 알아요. 직원들이. 창문 열어놓고 분진 빼고 청소시키고 다 그렇게 준비하죠. 그거 할 때는 회사가 원하는 데를 측정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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