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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 뇌경색인데 '건강양호'? 쓰러지는 노동자들

[스트레이트] 뇌경색인데 '건강양호'? 쓰러지는 노동자들
입력 2021-01-17 20:52 | 수정 2021-04-22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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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승원 ▶

    13년 전 한국타이어에서 노동자 14명이 죽었습니다. 그런데 보도 이후에도 원인조차 제대로 못 밝혀냈다는 게 더 충격적입니다.

    ◀ 허일후 ▶

    그러게요. 그리고 공장 내부를 촬영한 화면을 보니,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도 놀랍네요.

    ◀ 조승원 ▶

    중간에 전문가 인터뷰를 보니까, 요즘 타이어공장들이 자동화가 많이 돼있어서, 노동자들이 유해물질을 직접 다루지 않을 거라는 얘기도 하던데, 한국타이어는 무슨 문제가 있는 겁니까?

    ◀ 박진준▶

    한국타이어는 모두 6개의 공장이 있는데, 비교적 최근에 지은 2개를 제외하면, 공장 설비가 낡은 편이고, 자동화 정도도 좀 떨어진다고 합니다.

    ◀ 허일후 ▶

    그러니까 오래된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 높겠네요.

    ◀ 조승원 ▶

    저런 환경에서 다치거나 질병을 얻는 노동자들이 많을 수밖에 없겠네요. 치료는 잘 해줍니까?

    ◀ 박진준▶

    한국타이어는 전담 병원까지 지정해 노동자들의 건강을 챙기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취재해보니, 실상은 달랐습니다.

    한국타이어에서 17년 동안 일한 김운학 씨.

    벌써 7년째 심한 다리 통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퉁퉁 부은 다리.

    손으로 만지자 피부가 푹 들어가더니 나오지 않습니다.

    [김운학/전 한국타이어 노동자]
    "이게 어떨 때 추울 때는 여기까지 와요, 하반신. 막 아플 때는, 통증이 너무 심할 때는 진짜 누구 말마따나 도끼로 확 자르고 싶어. 그런 심정이에요."

    김 씨는 지난 2012년 작업대에서 튕겨 나온 대형 타이어에 왼쪽 발목을 다쳤습니다.

    금방 나을 줄 알았는데, 통증이 하반신 전체로 퍼져 나갔습니다.

    회사가 지정한 대전의 한 대형병원에서 검진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이상 없다는 얘기만 들었습니다.

    [김운학/전 한국타이어 노동자]
    "아휴, 내가 그래서 돌팔이라고 그래, 거기. 00병원 갈 필요 없다고, 내가 사람들한테 그래요. 00병원 간다고 하면 거기 뭐하러 가냐고. 그냥 형식이에요, 형식. 보면 검사하는 게, 다. 제대로 진지하게 하는 게 없어요."

    김 씨는 결국 자기 돈을 들여 대학병원을 찾아갔습니다.

    곧바로 진단이 나왔습니다.

    CRPS. 복합부위 통증증후군이었습니다.

    가까스로 산업재해로 인정도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회사나 회사가 지정한 병원이 해준 건 아무 것도 없습니다.

    [김운학/전 한국타이어 노동자]
    "답답하죠, 혼자 싸우는데. 누가 이렇게 도와주는 것도 아니고. 너 어디서 진단받았냐, 뭐 하냐, 그래 가면서 물어보고."

    한국타이어에서 20년 동안 일한 송의용 씨.

    2015년 1월 회사는 송 씨에게 공장 청소와 도색 작업을 시켰습니다.

    서울 본사에서 나오는 점검을 대비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평소에 한 번도 들어가보지 않았던, 기계 아랫쪽 지하 공간에서, 한달 반을 일했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뇌경색으로 쓰러졌습니다.

    [송의용/전 한국타이어 노동자]
    "본사에서 2015년도 1월에 현장에 화재 예방 점검을 하겠다고, 방문하겠다고 통보가 와서 공장 내를 대대적으로 청소도 하고. 또 오일 찌꺼기 그런 것들이 많이 떨어져 있고, 그런 것들 청소하고 각종 폐기물 또 끄집어내고…"

    하지만 송 씨는 산업재해 인정은 커녕, 오히려 회사에서 해고됐습니다.

    해고되기 전 송 씨는 회사 지정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뇌경색으로 장애까지 얻은 송 씨에게 병원은 건강 양호라고 판정했습니다.

    증상을 기입하는 곳은 아무 것도 쓰여있지 않습니다.

    [송의용/전 한국타이어 노동자]
    "그러니까 말도 안 되는 거잖아요. 근데 여기는 다 건강 이상 없다고 돼 있잖아요, 표시가. 그래서 아니 내가 건강이 지금 장애가 있는 상태인데, 당신들. 그때 당시에 해고를 당했어요."

    김운학 씨와 송의용 씨가 회사 지정 병원에서 받은 검진은 특수 건강검진입니다.

    유해 물질에 노출되는 노동자들은 일반적인 건강검진 외에, 직업병을 찾아내기 위한 특수 검진을 또 받습니다.

    두 사람의 검사항목은 시클로헥산, 시클로헥센, 헵탄 등 유기화학물 중독 검사입니다.

    하지만 정작 두 사람 모두, 자기가 앓고 있던 질병은 검사받지 못했습니다.

    한국타이어 대전과 금산공장 노동자 4천여 명 가운데, 지난 6년 간 특수검진에서 직업병 진단을 받은 사람은 137명입니다.

    그런데 137명 모두, 진단명은 똑같습니다.

    단 한 명의 예외도 없이, 난청입니다.

    난청 말고는 아무 것도 찾아내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이상윤/노동건강연대 대표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타깃팅을 딱 해서 '뭐' 그게 있냐 없느냐를 보는 거예요. 건강검진도 마찬가지고 작업환경 측정에서 그 타깃팅을 잘못하면 검사를 해도 안 나오는 것이죠. 이 특수 건강진단으로 알 수 있는 질병이라는 건 아주 소수거든요. 난청 아니면 그냥 일반적으로 우리가 건강검진 하면서 알 수 있는 만성질환 외에는. 진짜 유해 화학 물질로 인한, 또는 유해인자로 인한 직업병, 이런 건 이걸로 발견할 수가 없어요."

    회사가 검진 비용을 모두 지불하다 보니, 돈 아끼려고 최소한의 검사만 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노상철/단국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1차에서 끝나질 않고, 2차 재검을 하고 또 검사에 대해서 정밀 검진을 하면 비용이 눈덩이처럼 붑니다. 또 예를 들어서 검진을 할 때 작업 손실이 일어나죠. 그럼 누군가는 작업 대체를 해야 하지 않습니까? 그거 또 회사 부담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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