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승원 ▶
전관 변호사를 영입한 기업들의 공통점이 있어요. 하나같이 검찰 수사를 받거나 재판이 진행 중인 기업들이에요.
◀ 허일후 ▶
그 기업들이 영입한 전관 변호사들의 공통점도 있습니다. 검찰이나 법원에서 퇴임한지 1년이 안 된, 갓 시장에 나온 따끈따끈한 전관들이군요.
◀ 곽승규 ▶
그 점이 중요합니다. 전관들에게는 퇴임 직후 1년까지가 소위 끗발이 제일 좋은 시기입니다. 직전까지 함께 근무한 후배 판검사들에게 아직 영향력이 살아있을 때이기 때문입니다.
◀ 허일후 ▶
검찰이 때만 되면 한 번씩 재벌들을 대대적으로 수사하는 게, 의도치는 않았겠지만 결과적으로 선배 검사들에게 큰 퇴임 선물을 안겨주네요.
◀ 조승원 ▶
어쨌든 비리와 약점이 많은 재벌과, 그들을 비호하는 전관 변호사, 이들이 형성한 엄청난 규모의 법률 시장이 존재하는 건 분명합니다.
◀ 곽승규 ▶
그렇지만 아무나 그 시장에 들어갈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법원과 검찰 안에서도 극소수인 전관 카르텔, 그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지난 목요일
더불어민주당이 사법농단 사건에 연루된 판사에 대해 탄핵안을 발의하기로 했습니다.
[홍정민/민주당 원내대변인 (1월 28일)]
"임성근의 탄핵소추 발의를 허용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발의 후에는 국회법에 따라 처리됩니다."
임성근 판사
2015년 서울중앙지법 수석부장판사였습니다.
당시 법원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의혹을 제기한 산케이신문 가토 지국장의 명예훼손 사건 재판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판결 직전 임성근 수석부장판사는 재판을 맡은 이동근 부장판사에게 판결문 내용을 미리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판결문을 받아본 임 수석부장은 "이대로 나가면 그쪽, 즉 청와대에서 서운해한다"면서, 무죄로 판결하더라도 "해당 기사는 명백한 허위로 박근혜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이라는 문구를 넣으라고 요구했습니다.
[임성근 판사]
"<그건 판사로서 적절한 행동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지금 여기서 말씀드릴 순 없으니까요."
임성근 수석부장판사는 재판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로 기소됐지만, 1심에서 무죄가 나왔습니다.
법원은 "위헌적 개입"이라고 했지만, 법리상 처벌할 수 없다는 논리를 내세웠습니다.
임성근 수석부장판사는 정기인사를 앞두고 최근 재임용을 포기했습니다.
임성근 판사만 법원을 떠나는 게 아닙니다.
다음주 정기인사를 앞두고 차관급인 고법부장 이상 134명 가운데 20명 정도가 사표를 냈습니다.
왜 고위직 판사들이 줄줄이 사표를 냈을까?
지난해 11월, 법무부가 전관 특혜를 막기 위한 변호사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습니다.
현재는 퇴직전 1년 동안 근무한 곳의 사건을 1년 간 수임할 수 없게 돼있는데, 고위직 판검사 출신 변호사들은 퇴직전 3년 동안 근무한 곳의 사건을 3년 동안 수임할 수 없게 했습니다.
조세포탈이나 '몰래 변론'을 목적으로 선임계를 내지 않을 경우 현재 1년 이하 징역, 1천만 원 이하 벌금형을, 2년 이하 징역, 2천만 원 이하 벌금형으로 강화했습니다.
고위직 판사들이 줄사표를 낸 건 이 법의 국회 제출을 앞둔 때입니다.
[한상희/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그동안 법관으로서 검사로서 박봉에 고생했으니까, 그러니까 그것을 보상받아야 되는 개업하고 나서 몇 년간, 그때 보상을 받아야 된다는, 이런 의식들이 아직도 있는 것 같아요."
특히 이들 가운데는 임성근 수석부장처럼 양승태 사법부에서 사법농단에 연루된 판사들도 여럿 포함됐습니다.
임성근 판사가 헌정 사상 처음으로 탄핵된다면, 5년 동안 변호사 개업을 할 수 없습니다.
[이탄희/더불어민주당 의원 (판사 출신)]
"이미 다수의 사법농단 법관들이 퇴직해서 전관예우의 혜택을 받고 있습니다. 지금 이 기회마저 놓친다면 사법농단의 역사적 과오를 바로잡을 기회를 잃게 됩니다."
이른바 잘 나가는 전관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조직에서 엘리트 코스를 거쳤다는 점입니다.
법원에서는 법원행정처와 대법원 재판연구관 출신,
검찰에서는 특수부 출신들입니다.
이들만의 카르텔에, 묵묵히 일하는 보통의 판검사들이 끼어들 자리는 없습니다.
[검사 출신 변호사]
"이런 식으로 해본 사람들만 그걸 하고 나머지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형사부 검사들은 중간에 껴들기 힘들죠. 중앙지검 인지부서라는 거, 특히 특수부는 어떤 라인 식으로 형성이 되기 때문에..."
한국의 사법 조직들은 대법원장과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한 중앙집권적 체제입니다.
이런 체제에서 후배가 기관장이 되면 선배들은 퇴임하는, 이른바 용퇴 문화가 생겨났습니다.
조직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빨리 퇴직하는 전관들에게 무엇을 보상해줄 수 있을까?
전관 특혜는 이런 문화에서 생겨났습니다.
[최한수/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전관예우 논문 발표)]
"자기가 대법원장이 됐을 때 자기보다 밑에 있는 사람들, 자기보다 연수원 기수가 높은 사람들이 퇴직을 해주면 인사에 운신 폭이 넓어지죠. 근데 이것이 지속되려면 현직에 있었을 때 누렸던 일종의 특혜들, 편익들을 계속해서 누릴 수 있는 조건은 되어야 되거든요. 일종의 암묵적, 묵시적 담합이 형성되는 거죠."
전관 특혜가 가능한 건 편의를 봐주는 현직 판검사, 즉 현관이 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전관이 다시 현관, 즉 고위공직자로 돌아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국내 1등 로펌 김앤장.
'김앤장 공화국'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영향력이 막강합니다.
김앤장의 무서운 힘은 이른바 '김앤장 회전문 인사'에서 나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 민정수석실
비서관 5명이 판검사에서 김앤장으로 갔다가 다시 청와대로 돌아온, 김앤장 출신들이었습니다.
이건 문재인 정부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달 새로 임명된 신현수 신임 청와대 민정수석.
검사 퇴직 후 12년 동안 김앤장에 있다가, 차관급인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을 거쳐,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돌아왔습니다.
지난주 출범한 고위공직자수사처
김진욱 초대 공수처장 역시 판사 퇴직 후 12년 동안 김앤장에 있다가, 다시 공수처장으로 돌아왔습니다.
전관 변호사들이 언제든 다시 자기가 모시는 고위직으로 복귀할 수 있는 현실.
전관의 힘이 막강한 이유입니다.
◀ 조승원 ▶
사법개혁은 오랜 과제입니다. 공수처 하나 출범한다고 다 해결될 수 없습니다.
◀ 허일후 ▶
전관 예우가 아닙니다. 전관 특혜입니다. 스트레이트가 끝까지 추적하겠습니다.
◀ 조승원 ▶
지난주 스트레이트가 방송한 탈북 작가 장진성 씨 성폭행 의혹 사건의 피해자 승설향 씨가, 지난 금요일 가해자들을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했습니다.
◀ 허일후 ▶
스트레이트는 장진성 씨로부터 성폭력 을 당했다는 또 다른 제보들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후속 보도를 준비하겠습니다.
◀ 조승원 ▶
다음주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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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 뉴스
곽승규
[스트레이트] '전관특혜' 주고받는 그들만의 '전관 카르텔'
[스트레이트] '전관특혜' 주고받는 그들만의 '전관 카르텔'
입력 2021-01-31 21:10 |
수정 2021-04-22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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