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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 근육이 녹을 때까지…그는 왜 죽었나

[스트레이트] 근육이 녹을 때까지…그는 왜 죽었나
입력 2021-02-21 20:44 | 수정 2021-02-21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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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일후 ▶

    하..쿠팡의 성장세 말 그대로 놀라운데.

    이렇게 소비자들을 사로잡은 비결은 뭐니뭐니 해도 빠른 배송이겠죠.

    ◀ 성장경 ▶

    밤에 시켜도 빠르면 다음날 새벽이면 문앞에 와 있으니까요.

    소비자 입장에서는 참 편리합니다.

    한편으로는 이게 어떻게 가능할까 궁금하기도 합니다.

    ◀ 허일후 ▶

    첨단 IT 기술을 활용해 배송혁신을 이뤘다 이게 쿠팡 얘기 아닙니까?

    예를 들어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을 분석해서 실제 주문이 들어오기도 전에 배송 준비까지 마친다던가..이런거요.

    ◀ 이동경 ▶

    그렇죠. 그런데 물건 날라다 포장하고 배송하는 건 결국 전부 사람이 해야 합니다.

    하룻 밤새 배송을 하려면 누군가는 밤샘 노동을 해야하는 거죠.

    또 더 빨리 배송하기 위해 노동자들을 계속 재촉할 수 밖에 없는 거고요.

    ◀ 성장경 ▶

    그렇다면 당연히 노동 환경이 좋을리가 없는 구조인데.

    실제로 쿠팡에서 일하다 숨진 이들도 꽤 있었죠?

    ◀ 이동경 ▶

    네, 지난 8달 동안 쿠팡 물류센터에서 쿠팡 직원 3명, 협력업체 직원 2명…모두 5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 성장경/허일후 ▶

    5명…

    ◀ 이동경 ▶

    쿠팡에서 무슨 일이 있었기에 목숨까지 잃게 됐는지…유족부터 만나봤습니다.

    쿠팡 대구칠곡물류센터.

    쿠팡의 영남권 물품 배송을 담당하는 초대형 물류센터입니다.

    지난해 10월 12일.

    이곳에서 1년 6개월 동안 일용직 노동자로 근무해 오던 28살 장덕준 씨가 숨졌습니다.

    장 씨는 이날, 밤샘 근무를 마치고 새벽 6시쯤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샤워를 하겠다며 욕실로 들어간 뒤, 1시간 반 넘도록 나오지 않았습니다.

    [장광/故 장덕준 씨 아버지]
    "덕준이를 좀 깨워 보내라 해서 내가 들어갔어요. 문을 열고 들어가니까 물도 없고 욕조에 그냥 이렇게 엎드려있더라고요. 욕조 안에."

    급히 119를 불러 병원으로 옮겼지만 장 씨는 끝내 깨어나지 못했습니다.

    자라면서 잔병치레 한 번 없었고, 여느 20대 청년들처럼 운동을 좋아했던 아들.

    갑작스런 아들의 죽음에 그 원인도 모르고 당황하기만 했던 부모님들은 장례식에 찾아온 쿠팡 동료들의 얘기를 듣고서야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장광/故 장덕준 씨 아버지]
    "우리는 그때 과로사는 생각도 안 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우리가 발견 못 해서 죽었는지. 근데 애들이 와서 그 회사에서도 가슴이 막 아프다고 하고 덕준이 고생만 했다고, 고생만 하다가 죽었다고 막 그러는 거예요. 그리고 걔들이 아이고 아버님 왜 덕준이 형 그렇게 (일을) 했어야 되느냐고."

    고심 끝에 부부는 아들의 부검을 결정했습니다.

    숨진 장덕준 씨는 2019년 6월부터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용직으로 일을 했습니다.

    근무시간은 저녁 7시부터 새벽 4시까지…

    전날 주문하면 다음 날 아침에 물건이 오는 쿠팡의 로켓배송을 위한 심야 근무조였습니다.

    장 씨는 일명 '스파이더'라고 불리는 현장 지원 업무를 맡았습니다.

    물건이 실린 상자를 포장 작업대로 가는 레일 위에 싣는 게 주된 일입니다.

    그러나 포장 박스를 접거나 부자재를 나르는 등 물류센터의 온갖 잡무도 해야 했습니다.

    [전 대구물류센터 노동자]
    "스파이더 업무는 정말 말 한마디 할 시간도 없이 정말 바쁩니다."

    배송 마감시간이 임박해 상황이 급할 땐 층과 층 사이를 오가면서 직접 상자 더미를 날라야 했습니다.

    그 무게가 많게는 200kg에 달했다고 합니다.

    [故 장덕준 씨 동료]
    "(상자가 쌓인) 파레트만 끌어도 땀이 비 오듯 흐르거든요. 그 형이 몇 시간 동안 계속하는 걸 보면 스트레스랑 체력적으로 (고통이) 장난 아니겠다는 걸 느꼈어요."

    지난해 코로나19로 배송 물량이 폭증하면서 관리자들의 압박은 더욱 심해졌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해당 업무에 배정된 인원은 장 씨를 포함해 단 두 명 뿐.

    장 씨가 여러 번 인원을 늘려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박미숙/故 장덕준 씨 어머니]
    "사람 더 뽑으라고, 계속 관리자한테 이야기를 했고, 이야기를 했는데 계속 묵인이 된 거예요. 묵살이 된 거예요. 왜냐하면 얘가 4월에 무릎을 다쳐서 한 달 정도 일을 제대로 못 했거든요. 왜 빨리 얘가 나갈 수밖에 없었냐면 그때 이 일을 한 친구가 얘하고 다른 한 명이 있었어요. 그 둘이니까 얘가 안 나가니까 이 사람이 혼자 해야 하잖아. 그 힘든 일을."

    장 씨와 동료들은 열악한 자신들의 작업장을 '세기말 7층'이라는 자조 섞인 표현으로 부르기도 했습니다.

    자신은 쿠팡의 노예라고도 했습니다.

    [박미숙/故 장덕준 씨 어머니]
    "'우리는 완전 소모품 같다. 노예다 노예.' 걔가 그 얘기를 한 거예요, '(우리는) 노예다.' 그게 좀 불합리하면 너네가 좀 이야기를 해보라고. 저는 사실은 그 내용을 잘 몰랐으니까. 그러니까 '안 돼요.' 얘가 이야기를, 안 된대요. 안 된대요."

    고 장덕준씨의 1년 6개월간의 근무기록입니다.

    새벽 근무를 일주일에 5일씩, 한달 22일 근무는 기본…

    7일 연속으로 일한 적도 있습니다.

    고된 업무 탓에 쿠팡에서 일한 1년 6개월 동안 키 176cm인 장 씨의 체중은, 75kg에서 60kg으로 15kg이나 빠졌습니다.

    [장광/故 장덕준 씨 아버지]
    "그전에 75kg 나오고 73kg 이 사이 왔다 갔다 할 때는 저하고 (사우나) 같이 갔었는데, 제가 이번에 애 죽고 부검한다고 벗겨놓은 거를 보니까 눈물이 나더라고요. 나체로 있잖아요. 그때 되니까 완전히 피골이 상접한 거 있죠."

    몸까지 상해가면서도 일을 그만두지 못한 이유는 뭘까?

    [장광/故 장덕준 씨 아버지]
    "2년 동안 좀 기다려 달라 하길래 왜 기다리라 하냐 하니까 2년 있다가 무기계약직을 한번 해보겠다. 그러더라고요."

    쿠팡의 인력채용 구조는 독특합니다.

    일용직에서 잘 버티면 3개월 계약직, 여기서 잘하면 9개월 계약직, 또 이 걸 통과하면 1년 계약직이 되고 이어서 무기계약직이 되는 식입니다.

    단계별로 성과가 낮은 노동자를 걸러내는 겁니다.

    윗 단계로 올라가려면 노동자가 스스로를 계속 쥐어짤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쿠팡은 장덕준씨의 죽음과 물류센터 업무는 무관하다고 반박했습니다.

    쿠팡이 "왜곡된 주장을 중단하라"며 자사 홈페이지에 올린 입장문입니다.

    장덕준 씨가 근무했던 7층 작업장은 업무강도가 가장 낮은 곳이며 고인의 주당 근무시간도 근로기준법이 허용하는 주당 평균 44시간이였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고인은 원하는 날, 원하는 시간에 근무한 일용직 근로자라고 했습니다.

    한마디로 장 씨의 죽음은 업무와 관련이 없다는 것입니다.

    사실일까?

    근로복지공단의 조사 결과입니다.

    사인은 급성심근 경색.

    교대로 육체적 강도가 높은 업무에 노출됐기 때문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근육을 많이 써 급성으로 근육이 파괴되는 횡문근융해증까지 의심된다고 했습니다.

    특히 주당 44시간 근무했다는 쿠팡측 주장과 달리, 평균 58시간, 사망직전에는 62시간 일한 걸로 봐야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산재판정시 야간노동은 근무시간을 계산할 때 30%를 더 하도록 돼 있기 때문입니다.

    또 장 씨가 형식상으론 일용직이었지만 주 6일 야간근무를 해 온 고정적 근로자라고 판단했습니다.

    지난 2월9일, 근로복지공단은 장씨의 산재를 인정했습니다.

    그제서야 쿠팡은 사과문을 발표했습니다.

    지난 달 11일에는 경기도 동탄 물류센터에서 50대 여성 노동자 최 모씨가 사망했습니다.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기 전 들른 물류센터 화장실에서 숨졌습니다.

    쓰러진 최 씨를 발견한 건 함께 일을 하러 온 친언니였습니다.

    [최경선/숨진 최 씨 친언니]
    "화장실에서 있는데 이제 소리가 ‘아’ 소리가 한 번 났어요. 화장실 밖에를 열어보니까 동생이 없는 거예요. 고무통 밟고 제가 올라가서 보니까 동생이어서 119 전화하고…"

    이날 기온은 영하 10도까지 떨어졌지만 작업장 안엔 난방기구 하나 없었고 근로자들은 쿠팡이 지급한 핫팩 하나로 추위를 견뎠습니다.

    [최경선/숨진 최 씨 친언니]
    "거기는 다 추워요. 모자들 많이 쓰고 계시고. 다 그냥 옷차림이 밖에서 입는 옷차림 두껍게 패딩 다 입고 오고. 발열 조끼라든가 그런 거는 요즘에 방송에도 나오고 그런 거 줬으면 도움이 될까. 핫팩은 뭐 도움 별로 안 된 거 같아요."

    이번에도 쿠팡은 "열악한 근무환경과 과로 때문에 사망했다"는 유족의 주장에 대해 "악의적인 주장을 멈추라"고 반박했습니다.

    유족들은 현재 부검 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난해 5월 인천센터 화장실에서 숨진 40대 근로자.

    쿠팡이 직접 고용한 직원들은 아니었지만 경기도 이천 마장 물류센터와 천안물류센터에서 숨진 협력업체 사원 2명까지..

    쿠팡 물류센터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사망자는 최근 8개월 사이 모두 5명입니다.

    하지만 쿠팡은 과로사 판정을 받은 장덕준 씨 한명을 제외하고는 여전히 이들의 죽음과 업무 연관성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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