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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 女 노동자들에게 화장실 늦은 이유 캐묻는 쿠팡

[스트레이트] 女 노동자들에게 화장실 늦은 이유 캐묻는 쿠팡
입력 2021-02-21 20:57 | 수정 2021-02-21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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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일후 ▶

    일하다가 화장실에 가려면 관리자한테 보고하고 가라, 그게 노동자의 의무다…

    말로만듣던 1960년대 공단 근로자 얘기 같습니다.

    ◀ 성장경 ▶

    또 UPH요. 시간당 물량처리 갯수였죠?

    물론 자동차 공장같은 곳도 공정별로, 공장별로 생산성을 측정합니다.

    성과측정을 위한 지표로 쓰기도 하구요.

    하지만 이렇게 노동자 한명 한명을 조이는 수단으로 삼는 건 ...

    사람을 기계취급하는 거 처럼 보이기도 하구요.

    ◀ 이동경 ▶

    네, 현장에서 제가 체험한 바로는 '빨리 빨리'라는 작업 문화가 쿠팡 물류혁신의 전부같았습니다.

    그런데 사실 제가 겪은 건 쿠팡 노동자들이 말하는 현실의 일부분에 불과했습니다.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더 들어보시겠습니다.

    잠시도 쉴 수 없던 쿠팡 물류센터 아르바이트.

    "이거 (바코드) 찍어, 찍어, 찍어! 여기, 여기, 여기! 찍어, 찍어, 찍어, 찍어!"

    전·현직 쿠팡 노동자들은 쉴새없이 스스로를 재촉하게 만드는 시스템의 핵심은 'UPH'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UPH, 한 사람이 1시간 동안 처리한 물품 갯수.

    쿠팡은 개인별로 지급한 단말기를 통해 이 수치를 실시간으로 측정합니다.

    속도가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관리자들의 압박이 이어집니다.

    [관리자 A/안내 방송]
    "저희 마감 시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는데 아직 속도가 많이 저조하신 분들이 아직 상당히 많이 있습니다."

    [관리자 B/안내 방송]
    "지금 자신의 속도가 낮다고 생각되시는 분들은 얼른 복구해 주세요. 지금 너무 저조하신 분들 많아요."

    [관리자 C/안내 방송]
    "이번에 (마감) 미스 납니다. 미스 나요! 미스! PDA 바코드라도 빨리 찍거나 레일에 토트(물품상자) 빨리 태워주세요."

    UPH 수치가 낮은 저성과자는 공개 호출을 당합니다.

    [관리자 D/안내 방송]
    "4층, 4층 0854사원님, 0854사원님. 중앙 데스크로 와주세요."

    일단 불려가면 망신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부천센터 계약직 노동자]
    "어떻게 수치가 이 정도밖에 안 나와요? 사원님 그러면 오늘 노신 거예요. 그러면 사원님 때문에 다른 사원님은 내가 한 시간 동안 몇 개를 더 해야 되고. 그러면 불합리하잖아요. 그러니까 어떻게 해야 돼요? 사원님, 열심히 해주셔야겠죠? 이런 식으로 약간 반강제적인 이런 학습을 시켜버리죠, 아예."

    노동자들은 이 중앙 호출을 '공개처형'이란 말로 부르기도 합니다.

    [장귀연 박사/'쿠팡인권실태보고서' 저자]
    "자기가 증언해서 봤다는 건데 거기에서 일하시는 아주머니가 세 번째 불려가니까 그 관리자가 보는 앞에서 정말 오줌을 질질 쌌다는 거예요. 그만큼 너무나 무섭고 그 상황 자체가 고통스러우니까. 그래서 {공개처형}이라는 말까지도 하죠."

    화장실도 관리자에게 보고하고 가야하고, 최대한 빨리 다녀와야 합니다.

    늦어지면 단말기에 화장실 다녀온 시간을 붙여놓습니다.

    늦은 이유를 꼬치꼬치 캐묻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여성 노동자들은 수치스러울 때가 많다고 합니다.

    [용인센터 일용직 노동자]
    "여자들도 분명히 화장실을 길게 써야 하는 날이 오잖아요. 근데 그거를 또 제가 설명을 해야 하잖아요. 그러니까 아예 그냥 혼나고 말든가 아예 안 가거나. 여자들끼리도 얘기하면 그날은 진짜 화장실 자주 가야 하고 힘든데 그날은 정말 일하기 싫다고. 화장실도 자주 마음대로 못 가는데…"

    직원들의 UPH 수치는 마치 성적표처럼 주기적으로 공지됩니다.

    [☎인천센터 일용직 노동자]
    "이름은 안 적지만 원바코드라고 휴대폰 번호도 나와 있어요. 그러면 사람들끼리 다 연락처 있으니까 누가 누가 빠른지 서로 보는 거죠. 제일 빠른 사람은 누구고 느린 사람은 누구고…"

    그런데 노동자들의 UPH가 올라갈수록 쿠팡은 목표 작업 물량을 더욱 늘린다고 합니다.

    [전 부천센터 계약직 관리자]
    "자기네 목표보다도 어? 목표를 칠 수 있네? 그러면 조금 더 올려볼까? 자기네들끼리 그렇게 해버린 거죠. 그러면 물량이 계속 늘어요. 사원님들은 몰라요. 오늘 왜 이렇게 힘들지? 왜 이렇게 힘들지? 그렇게 가는 거예요."

    이 때문에 노동자들은 작업 속도를 끊임없이 올려야 하는 악순환에 시달릴 수밖에 없습니다.

    [권영국 대표/쿠팡 대책위원회]
    "한 사람이 많은 물량을 처리할 수 있으면 그만큼 인건비가 줄어들기 때문에 비용 절감이 가능해지죠. 적어도 인간의 건강을 고려한 정도의 속도가 유지되어야 하는데 지금 그거를 넘어서고 있다는 우려가 있고요."

    쿠팡은 UPH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최근 시스템에서 제거 완료했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노동자 개인 단말기 화면에서는 더 이상 이 수치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취재진이 입수한 관리자의 PC화면엔 센터별 평균 UPH 목표치가 나오고 매일매일 목표 달성을 했는 지도 표시됩니다.

    가장 중요한 개별 노동자들의 작업 속도…

    실시간으로 몇개의 물품을 처리 중인지 측정하고 있습니다.

    몇분, 몇초 동안 일손을 놓고 있는지도 확인이 가능합니다.

    이를 종합해 노동자들의 등급을 나눕니다.

    NEED HELP, 도움이 필요한 사람.

    표현은 좋지만, UPH 저성과자와 동의업니다.

    [부천센터 계약직 노동자]
    "그냥 마감만 미쳤어요. 속도에 미치고 마감만 미친 거예요. 쿠팡은 속도에 미치고 마감만 미친 그런 기업이에요."

    쿠팡에 일하는 사람만 볼 수 없을 뿐 속도는 계속 재고 있는 것 아니냐고 다시 물었습니다.

    이에 대한 쿠팡은 UPH는 제거됐고, 근무강도와도 관련이 없다고 거듭 밝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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