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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 쿠팡은 왜 3·9·12개월로 계약직을 나눠 뽑을까?

[스트레이트] 쿠팡은 왜 3·9·12개월로 계약직을 나눠 뽑을까?
입력 2021-02-21 21:03 | 수정 2021-02-22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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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일후 ▶

    작업량을 가지고 공개적으로 망신을 준다거나 여성 노동자들에게까지 화장실 다녀온 이유를 꼬치꼬치 캐묻는다 ...

    이게 정말 2021년에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믿기지가 않는데요.

    ◀ 성장경 ▶

    첨단 IT 기술이 물류 혁신에만 쓰이는 게 아니라... 노동자를 통제하고 압박하는 도구가 됐군요.

    이것도 혁신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 이동경 ▶

    저도 화장실을 보고 하고 다녀오라는 말에 정말 화가 많이 났었는데요,

    사실 핵심은 쿠팡 물류센터의 고용 방식이 일용직과 계약직 중심이고 계약해지가 너무 쉬어서 노동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없다는 겁니다.

    쿠팡 부천센터 계약직 노동자였던 강민정씨.

    지난해 5월, 일을 하다 다리를 다쳤습니다.

    [강민정/전 부천센터 계약직 노동자]
    "물건을 너무 높이 진열을 해놔서 꺼내기가 힘들어서 파레트 위로 올라가서 집품을 하고 내려오는데 파레트에서 발이 꺾여서 접질러서 넘어진 거예요."
    (어떻게 꺾였어요? 완전히 꺾였어요?)
    "네 180도로 꺾였어요. 오른쪽 발이."

    병원 진찰 결과는 발목뼈 골절.

    그런데 쿠팡 측은 강 씨에게 산재 신청을 하지 않으면 원하는 공정과 원하는 근무 시간으로 바꿔주겠다고 제안했습니다.

    [☎강민정 - 쿠팡 관리자]
    (지금 피커로 근무하시긴 어려울 것 같고 좀 덜 움직이는 작업들 있죠?)
    "네"
    (그쪽으로 제가 변경을 해드릴까 생각하고 있어요. 어떠신가요? 조도 제가 심야 조로 바꿔드릴까요, 그러면?)
    "네 그래주시면 더 좋을 것 같아요."
    (그러면 제가 그렇게 변경을 다 해드릴게요.)

    담당 관리자는 거듭 확인까지 했습니다.

    [☎강민정 - 쿠팡 관리자]
    "다행히 제 권한 내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이어서 제가 공정이랑 그렇게 협의를 할 테니까요. 그렇게 하시죠. 그러면 저희 오늘 통화를 통해서 서로 간에 협의를 본 겁니다, 어느 정도. 맞죠?"

    그러나 며칠이 지나도록 연락이 없더니 갑자기 말이 바뀌었습니다.

    [강민정/전 부천센터 계약직 노동자]
    "나 이제 권한이 없다, 그런 거. 발뺌을 하는 거예요. 처음에는 자기 권한이 다 되니까 심야 조랑 공정이랑 다 바꿔준다고 그렇게 해놓고…"

    결국, 강 씨는 산재 신청을 했고 쿠팡은 강 씨에게 문자 메시지로 계약 종료를 통보했습니다.

    더이상 일하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강민정/전 부천센터 계약직 노동자]
    "'언제까지 HR 사무실에 와서 재계약 작성을 해야 하니까 와라' 이러는데 전혀 그런 게 없더라고요. 그러길래 아, 이것 때문에 안 되는 건가? 산재 신청한 것 때문에?"

    강 씨는 지금 쿠팡과 해고 무효 소송을 벌이고 있습니다.

    수도권 물류센터 계약직 근무자 박 모씨.

    매주 주말을 쉬는 걸로 보장받고 회사와 근무 계약을 맺었습니다.

    [박 모 씨/쿠팡 물류센터 계약직 노동자]
    "아버님이 지금 병이 좀 많으세요. 당뇨도 있으시고 투석도 받으시고. 그런 분인데 혼자 택시 태워서 보내거나 이럴 수도 없잖아요. 아침마다 모셔다드리는 거죠."

    하지만, 지난 달 새로 관리자가 오면서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기존 근무 조건을 인정하지 않겠다면서 자신의 말을 듣지 않으려면 일을 그만두라는 식이었다고 합니다.

    "'네 생각을 바꿀 수 있는 기간을 줄 테니까 생각을 바꾸면 계속 다니고, 생각을 안 바꾸면 나가라.' 이렇게 얘기를 하는 거죠. 그러니까 확실히 얘기해서 저보고 토요일, 일요일 쉬는 거 포기하고 계속 다닐래? 아니면 그냥 그만둘래? 이렇게 선택권을 준거죠."

    무기계약직 전환을 목표로 11개월간 일해 온 박 씨는 할 수 없이 다른 일을 알아보고 있습니다.

    산재 신청하면 재계약 거부.

    관리자 말 안들어도 재계약 거부.

    언제든 일자리를 잃을 수 있기 때문에 쿠팡 노동자들은 스스로를 '부품'이나 '파리목숨'에 비유했습니다.

    하지만 불법은 아닙니다.

    애당초 계약기간을 일용직, 3개월, 9개월, 1년, 무기계약직으로 잘게 쪼개놨기 때문입니다.

    성과자 저조하거나 불만을 제기하는 노동자들은 단계별로 계약기간이 끝날 때 '재계약 거부'를 하면 그만입니다.

    사실상 언제든 회사가 원할 때 노동자들을 해고할 수 있는 겁니다.

    코로나19 집단 감염으로 고용 현황이 공개됐던 쿠팡 부천 물류센터.

    전체 직원은 3천742명 중에 무기계약직을 포함한 정규직은 98명으로 2.6%였습니다.

    계약직은 936명으로 25%.

    대다수를 차지한 건 일용직 근로자로 2천588명, 70%입니다.

    이른바 '비정규직' 직원이 95%나 됩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생계가 어려워진 사람들은 매일같이 쿠팡의 문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쿠팡 전 계약직 노동자]
    "한 3, 4명이 항공업체 있잖아요. 금호아시아나 이런 점퍼를 입고 다니더라고요. 그래서 물어봤더니 무급휴직하라고 해서 왔다고…"

    불안정하고 열악한 노동 조건은, 사실 이들에게 생존 다음의 문제입니다.

    [장귀연 박사/'쿠팡인권실태보고서' 저자]
    "만약에 불러주지 않는다면 계속 일을 못하는 거고 일을 못하면 생계가 사실 어려워지는 상태이기 때문에"

    불러주어야지만 가는 상태라는 게 굉장히 조직화하기 어렵게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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