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일후 ▶
하아..안타깝습니다.
정치인들이 표를 의식해서 한 말들이 당사자에게는 큰 상처가 됐을 수 도 있겠네요.
◀ 성장경 ▶
그렇습니다.
그런데 미국에선 퀴어 축제를 도심에서 하지 않는다는 정치인들 주장이요.
이게 사실입니까?
◀ 김지경 ▶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퀴어축제는 시청 바로 앞 시빅 센터 플라자에 열립니다.
◀ 허일후 ▶
게다가 해외 퀴어축제에선 관광객들도 함께 어울리더라구요.
대기업도 후원하고 유력정치인들도 참여하잖아요.
◀ 김지경 ▶
네, 퀴어 축제는 사실 일부러 도심에서 여는 건데요.
성소수자가 눈에 보이고, 만나서 대화할 수 있어야 이해도하고 인정할 수도 있다 이런 취지인 겁니다.
◀ 성장경 ▶
반면에 우리 정치권은 성소수자 문제를 정쟁 거리로 '이용'만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가 없습니다.
◀ 김지경 ▶
네, 그러는 동안 성소수자들의 안타까운 죽음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고인이 된 변희수 하사가 그동안 겪은 일을 보시겠습니다.
작년 1월, 한 군인이 떨리는 목소리로 카메라 앞에 섰습니다.
[故 변희수 전 하사]
"통일! 저는 제6군단 5기갑여단 전차조종수 하사 변희수입니다."
변희수 하사가 처음 자신을 세상에 드러낸 순간이었습니다.
당장 내일까지 군을 떠나라는 강제 전역 결정이 내려진 직후였습니다.
육군은 변하사가 성전환 수술로 남성 성기가 상실됐고, 이게 심신 장애에 해당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상부에 보고한 뒤 수술을 받았고, 부대 전우들도 지지해 줬는데..
변하사는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고 했습니다.
[故 변희수 전 하사]
"이 자리를 빌려 저를 응원해주셨던 대대장님, 군단장님, 부대원 그리고 도와주신 모든 전우들에게 그간 너무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원하는 건 한 가지, 군인으로 남아 나라를 지킬 수 있게 해달라는 거였습니다.
[故 변희수 전 하사]
"저의 성별 정체성을 떠나 제가 이 나라를 지키는 훌륭한 군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습니다. 제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저는 대한민국 군인입니다. 감사합니다. 통일!"
하지만 여론은 차가웠습니다.
- 같이 있어야 할 여군들은 죄가 없다
- 남의 생각도 해라
- 군대에서는 시기 상조다
변 하사의 기자회견 기사에는, 편견과 혐오의 댓글만 가득했습니다.
그렇게 용기를 낸 지 1년 2개월만에 변 전 하사는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빈소는 고향인 충북 청주에 차려졌습니다.
같은 성 소수자, 그리고 그 가족들의 조문이 이어졌습니다.
[김태경]
"계속 강하게 살아남아 주실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얼마 전에 생각이 나서 계정 들어가서 보기도 했는데 그때 연락 한 번 더 드릴 걸 하는 미안함이…"
[홍정선/성소수자 부모]
"이 어려운 고통의 시간을 지금 견뎌내고 있는데요. 변 하사의 죽음은 이건 분명히 사회적 타살입니다."
작년까지만해도 변희수 하사는 다시 군으로 돌아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습니다.
[故 변희수 전 하사]
"군이 트랜스젠더 군인을 받아들일 준비가 미처 되지 않았음을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사랑하는 군은 계속하여 인권을 존중하고 있는 군대로 진보해 나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군 당국은 단호했습니다.
전역심사를 3개월 미루라는 인권위원회의 권고도 무시한 채 육군은 심사를 강행하고 강제 전역을 결정했습니다.
강제 전역을 재고해 달라는 인사 소청도 기각됐습니다.
[전하규 / 육군 공보과장]
"의무조사를 실시해서 그 결과에 따라서 심신장애 3급 판정이 나온 것이고요."
지난해 12월에도 인권위는 성전환 수술을 심신장애로 볼 수 없다며 강제 전역을 취소하라고 권고했습니다.
군 인사법에는 심신장애인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없는데, 자의적 해석일 뿐이란 겁니다.
[유소연/국가인권위 군인권조사관 ]
"심신장애 3급의 경우에 그동안 전역이 됐던 경우들은 다 본인이 원해서 전역을 한 경우였고,
이 사건 진정인의 경우에는 본인이 전역을 원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전역이 된 첫 사례입니다."
인권위는 전투력 상실에 대한 우려에 대해선 이미 다수의 여성 전차조종수가 있다며 일축했습니다.
[유소연/국가인권위 군인권조사관]
"영국의 경우에는 복무 중인 군인이 성전환 수술을 할 경우에 호르몬 치료 비용도 지원해주고 있고 캐나다는 성전환 수술부터 호르몬 치료 비용 일체를 다 의료 보험으로 처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육군은 "관련 법규대로 정상적으로 이뤄진 적법한 처분이라며,
행정소송이 진행중인 만큼 결과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고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군이 결과를 따르겠다던 행정소송은 이후 한 번도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임태훈/군인권센터 소장]
"우리 변호인단이 재판을 빨리 진행할 수 있도록 재판을 열어 달라는 요청서를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지 않았거든요.뜨거운 감자니까 조속한 심리를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으로 보여요."
다음 달 15일 첫 재판이 잡혀있었지만, 변희수 하사는 첫 재판이 열리기도 전에 23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MBC 뉴스는 24시간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전화 02-784-4000
▷ 이메일 mbcjebo@mbc.co.kr
▷ 카카오톡 @mbc제보
5시 뉴스
김지경
김지경
[스트레이트] 군이 쫓아낸 트랜스젠더, 변희수 하사의 죽음
[스트레이트] 군이 쫓아낸 트랜스젠더, 변희수 하사의 죽음
입력 2021-03-14 20:44 |
수정 2021-04-22 10:36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