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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 공포를 파는 보수언론, 왜곡된 백신 뉴스

[스트레이트] 공포를 파는 보수언론, 왜곡된 백신 뉴스
입력 2021-03-21 20:51 | 수정 2021-04-22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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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일후 ▶

    백신을 맞으면 치매에 걸린다..

    당장 어르신들이 듣기에 얼마나 불안하겠습니까?

    ◀ 성장경 ▶

    아무리 돈이 된다 그래도 알만한 정치권 인사까지 저러는 건 참 말문이 막힙니다.

    ◀ 박진준 ▶

    네, 사실 모두가 불안한 상황이다보니, 시민들이 저런 자극적인 정보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 성장경 ▶

    그러니까요.

    이럴 때 일수록 시민들에게 믿을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혼란을 줄이는 일, 이게 바로 언론의 역할 아니겠습니까.

    ◀ 박진준 ▶

    맞습니다.

    그렇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불신과 혼란을 더 조장하는 우리 언론, 그 실태를 취재해봤습니다.

    지난 달 10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국내 사용이 허가됐습니다.

    [김강립/식품의약품안전처장(2월 10일)]
    "한국아스트라제네카 COVID-19 백신주에 대해 추가 임상시험 결과 등을 제출하는 조건으로 품목허가를 결정하였습니다."

    그러나 접종이 시작되기 전부터 불안감을 자극하는 기사들이 쏟아졌습니다.

    '2월 접종 코앞인데..‘물백신’ 논란에 불안한 고령층'

    '아스트라제네카의 경우 효능이 떨어지는 ‘물백신’이라는 지적에 더해 고령자에 대한
    예방효과 검증 부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예방 효과가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다는 건데, 이렇게 고령층을 불안하게 하는 기사들은잇따라 나왔습니다.

    문화일보는 우리 부모님이라면 백신 접종을 거부하겠다는 익명 네티즌의 주장을 마치 인터뷰처럼 다뤘고 뉴스1은 '포비아'라는 단어까지 사용하며 접종 시작 전부터 불신과 혼란을 조장했습니다.

    특히 보수 매체인 TV 조선은 연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문제를 언급하며 불안을 확대 재생산했습니다.

    [tv조선 (2월 16일)]
    "백신을 둘러싼 국민들의 불안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효능이 검증 안 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아야 하는 고령층의 불만은 높아졌습니다."

    [병원 관계자/tv조선 24일 보도]
    "코로나와 직접 접촉이 있는 부서는 화이자를 맞히고 아닌 부서들은 AZ를 주는 거잖아요. 이것만 봐도 AZ가 화이자보다는 (효과가) 아니라는 거를 입증하는 게 되니까."

    화이자 백신이 더 좋은 백신이고 아스트라제네카는 문제있는 백신이라는 겁니다.

    [정미정/언론인권센터 정책위원 ]
    "이런 식의 보도를 해버리면 '이 백신은 문제가 있는 것이구나, 그래서 의료진조차도 거부하는구나, 그리고 이것이 전체적인 어떤 경향이구나'라고 오해하게 될 소지가 굉장히 많다는 것이죠."

    그러나 전문가들은 국내 사용이 승인된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 백신은 효능 면에서 차이가 없다고 설명합니다.

    [시혜진/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
    "입원이 필요할 정도의 감염을 낮추는 효과가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어떤 백신을 맞더라도 다 85% 이상, 많게는 95%까지 측정이 되었고, 고령 환자들에서도 두 주사제의 큰 차이 없이 효능을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단지 우리 몸에 항체를 만드는 역할을 하는 바이러스 항원을 넣는 방법이 다를 뿐입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바이러스 벡터 방식,그러니까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단백질을 다른 바이러스 껍데기로 포장해 우리 몸에 넣어 주는 방식입니다.

    독감 백신에서 흔히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반면 화이자 백신은 최초로 상용화된 RNA백신입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표면에서 RNA를 떼어내 그대로 우리 몸속에 넣는 방식입니다.

    바이러스 주입 방식은 다르지만 효능도, 부작용도 큰 차이는 없습니다.

    [시혜진/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
    "두 가지 백신 모두 크게 안전성에 차이가 없고 발열이나 몸살 기운이 심하게 나타나는 분들은 있지만, 직접적으로 심각한 중증 이상 반응은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이 시작된 뒤에도 언론의 무책임한 기사는 계속됐습니다.

    'AZ 백신 믿을 수 없다"…유럽인들 기피해 재고 엄청 쌓여'

    '유럽 의료진들은 바이러스에 가장 많이 노출되는 직업상 가장 효과적인 백신을 맞아야 한다며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을 거부하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즈는 전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즈를 인용하면서 유럽에서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불신한다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뉴스1이 인용한 기사를 찾아보니 후반부는 전혀 다른 내용이었습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기존 언론 보도가 잘못됐다는 지적과 함께 해당 백신의 효능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프랑스의 백신 전문가 주장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아스트라제네카가 프랑스에서 평가절하됐다. 아스트라제네카는 효과적이며 고민없이 사용되어야 한다'

    [송현주/한림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우리나라 언론들이 외신들 인용 보도할 때 자신의 의도에 맞게 일부분들을 떼어내서 보도하거든요. (독자들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요. 정부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으라고 그러면 '왜 나한테만 이런 백신을 맞으라고 하지?' '우리를 차별하나?' 이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거죠."

    의사들이 백신을 맞고 발기부전에 시달린다는 자극적 기사도 등장했습니다.

    당장 수백개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그런데 알고보니 서울대 학생 게시판 스누라이프에 익명으로 올라온 접종 후기를 근거로 기사를 쓴 것이었습니다.

    백신을 맞은 뒤 사망자가 나오면서 일부 언론의 행태도 극에 달했습니다.

    '**동아.조선 기사 대독 하지 말고'

    제목만 보면 마치 백신 때문에 사망한 것처럼 읽힙니다.

    [이재갑/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그게 보도를 할 때 단정적으로 백신 접종 후 사망, 이렇게 보도를 하게 돼 버리면 이거 백신 접종하고 사망하고 인과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는 보도가 되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 상당히 주의가 필요하거든요."

    사망 원인이 백신인지 아니면 기저질환이나 다른 질병인지...반드시 뒤따라야할 의학적 분석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지난 15일, 유럽 국가들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중단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접종 후 체내 혈전이 생겨 사망한 사례가 보고됐기 때문입니다.

    기다렸다는 듯, 보수 언론들은 이 소식을 1면 기사로 크게 다뤘습니다.

    '유럽 19개국 AZ중단..커지는 ‘혈전’ 물음표'

    '770만명 맞을 아스트라, 유럽선 중단'

    그러나 영국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 자료에 따르면 , 백신 접종후 혈전증 관련 보고는 화이자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비슷합니다.

    화이자백신을 접종한 1070만명 중 23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한 970만명 중 27건.

    100만명당으로 비교하면 2.15건과 2.78건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유럽 여러 나라들은 왜 유독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만 접종을 중단한 걸까?

    애당초 아스트라제네카 종주국인 영국과 다른 유럽국가들은 백신공급을 놓고 갈등을 빚어왔습니다.

    올해 초 생산 차질이 빚어지자 영국과 유럽은 서로 우선 공급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맞선 겁니다.

    급기야 각각 자국 내 생산한 백신은 수출을 금지 하겠다고 서로 위협하는 지경까지 치달았는데, 때마침 혈전 이슈가 불거졌습니다.

    [이재갑/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영국이 브렉시트로 빠져나가 있는 그런 정치적인 상황이 놓여 있고, 그러니까 이게 본사는 영국에 있는 회사인 아스트라제네카가. 또한 영국이 많은 백신을 가져갔었고, EU에 있는 많은 국가들이 별로 곱지 않은 시선들을 갖고 있었죠. 그러니까 이 상황에서 갑자기 이제 이상반응 특히 색전증 같은 게 발생을 했는데, 유럽의 EMA나 WHO에서도 괜찮다고 함에도 불구하고 유럽의 국가들이 갑자기 약속이나 한 듯이 다 접종 중지를 막 했단 말이에요."

    그러나 대다수 한국 언론은 '유럽. 혈전.중단'만 부각했을 뿐 이런 맥락 설명은 빠뜨렸습니다.

    유럽 내에서도 아스트라제네카 접종 중단은 과잉대응이라는 비판이 일자, 결국 유럽의약품청 안전성위원회가 논란을 일단락지었습니다.

    [에머 쿡/유럽의약품청장]
    "위원회는 또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혈전이나 혈전 색전증의 전반적 위험 증가와 관련없다고 결론내렸습니다."

    이에 따라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이 즉시 접종을 재개했습니다.

    백신을 둘러싼 부작용만 강조한 기사는 작년 가을, 독감 백신 때도 문제가 됐습니다.

    그리고 작년 10월 22일자 조선일보 1면 기사는 '엿새간 10명 사망, 독감백신 쇼크'였습니다.

    언론에서 뜨겁게 들끓었지만, 정작 독감 백신 부작용 때문에 사망했다는 결과는 한 건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송현주/ 한림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백신과 같이 사람들이 아주 신경을 많이 쓰고 어떤 뉴스만 나오면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상황에서 백신과 관련해서 뭔가 부정적인 보도 건수가 생긴다면 그걸 즉각적으로 보도해서 사람들이 읽게 만드는 거죠."

    그걸 통해서 인지도를 높이고 영향력을 키우려고 하는 그 유혹들이 상당히 크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이런 왜곡 기사들이 불안감을 조장해 결국 백신 접종을 꺼리게 만든다는 겁니다.

    지난해 말, 한 여론조사 기관이 세계 15개 나라 시민들을 상대로 백신 접종을 희망하는 지 조사한 결과입니다.

    작년 10월 83%였던 국내 백신 접종 희망률이 두 달 사이에 75%로 급감했습니다.

    [김준일/ 뉴스톱 대표(빅데이터 전문가)]
    "왜 이렇게 떨어졌느냐, 이때 무슨 일이 있었냐, 작년 10월부터 12월까지, 백신 보도가 있었던 거죠. 독감 백신 보도, 독감 백신 맞고 굉장히 사람들이 죽는다는 공포감이 이렇게 국민들한테 전달되다 보니까 '이거 코로나 백신 맞으면 안 되는 거 아니야?' 이렇게 된 거로 유추할 수밖에 없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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