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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 잇단 판검사 영입 그리고 증거인멸

[스트레이트] 잇단 판검사 영입 그리고 증거인멸
입력 2021-03-28 21:01 | 수정 2021-04-22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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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장경 ▶

    정리해보면, 옥시가 만든 가습기 살균제는 유해성이 입증돼서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어요.

    그런데 이 원료 성분을 판매한 SK케미칼은 죄가 없다 이거잖아요.

    ◀ 허일후 ▶

    그러니까 SK케미칼 직원들은 이게 그렇게 인체에 유해한 건 줄 모르고 팔았다는 건데, 그걸 또 법원이 받아줬고요.

    또 가습기 살균제 만들 줄 몰랐다는 해명도 인정해주구요.

    이건..납득이 잘 안됩니다.

    ◀ 곽승규 ▶

    그런데 이것 말고도 SK케미칼이 받고 있는 또 다른 재판이 하나 더 있습니다.

    ◀ 성장경 ▶

    다른게 또 있나요?

    ◀ 곽승규 ▶

    그렇습니다.

    SK케미칼이 검사와 판사 출신 법조인을 경영진으로 영입했는데..이들이 가습기 살균제와 관련해 증거인멸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영화 베테랑]
    "어이가 없네.."

    온갖 불법을 저지르고도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재벌 3세.

    영화 베테랑 속 이야기의 배경이 된 실제 사건이 있습니다.

    지난 2010년 MBC 시사매거진 2580 고발한 이른바 매값 폭행 사건입니다.

    엉덩이와 허벅지에 새파랗게 피멍이 들었습니다. 살려달라고 애원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폭력을 행사한 인물은 SK그룹 오너 일가인 최철원 M&M 사장이었습니다.

    최 사장은 고용 보장을 요구하며 시위하던 화물차 운전기사를 사무실로 불러 야구방망이로 무차별 구타했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합의금이라며 2천만 원을 줬습니다.

    [최철원/당시 M&M 대표]
    <2천만원 주면 때려도 된다고 생각하셨어요?>
    "아니 그것보다도요. 저 때문에 이렇게 좋지 않은 일이 벌어져서 사회적으로 시끄럽게 돼서 굉장히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최철원 회장은 구속 기소돼 유죄판결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당시 검찰은 매를 맞은 화물차 운전기사도 업무방해 혐의와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폭행 피해자인데도 오히려 기소까지 당한 겁니다.

    피해자를 수사한 건 최철원 회장 수사팀의 바로 옆 부서였던 서울중앙지검 형사 4부였습니다.

    당시 형사 4부장은 박철 부장검사였습니다.

    그런데 박 부장검사는 이 사건 이후 불과 1년도 지나지 않아 SK계열사의 임원으로 영입됐습니다.

    이후 SK건설 윤리경영총괄, SK가스 윤리법무담당, SK케미칼의 법무실장을 동시에 맡았습니다.

    특히 눈에 띄는 건 그가 SK케미칼의 법무실장을 맡은 2012년.

    이때는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막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시기였습니다.

    최창원 부회장이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처리할 구원 투수로 박 전 검사를 데려갔다는 말이 법조계에서 돌았습니다.

    박철 법무실장은 이후 SK케미칼 윤리부문 부사장까지 승승장구 했습니다.

    지금도 SK케미칼의 지주회사인 SK디스커버리에서 윤리부문 부사장을 맡고 있습니다.

    그런데 검사 출신인 박 부사장이 SK케미칼에 대한 수사를 방해하고 증거를 인멸한 혐의가 검찰에 포착됩니다.

    지난 2013년,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확산되자 SK케미칼은 가습기살균제 TF를 만들었습니다.

    이 TF에서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이 담긴 실험자료등을 없애거나 숨겼고,

    박철 당시 법무실장이 이를 주도했다는게 검찰의 결론이었습니다.

    박 부사장은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수감됐습니다.

    [박철/당시 SK케미칼 부사장 (2019년 3월 14일)]
    <가습기 살균제 알고도 제공하신 건가요? 대표의 지시는 있었습니까?>
    "…"

    하지만 재판이 길어지면서 구속기간 만료로 풀려나 현재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스트레이트는 지난 23일 서울중앙지법.

    스트레이트는 이날 재판에 참석한 박 철 부사장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박철 /SK디스커버리 부사장]
    <부사장님, 윤리경영 책임자이시지 않습니까.
    증거인멸에 대해서는 그래도 아니다, 맞다 한 말씀만 해주십시오.>
    <지금 윤리경영 책임지고 계신 분이고
    SK케미칼에서 이 사건으로 굉장히 많은 피해자들이 있지 않습니까.>
    <여기에 대해서 한 말씀, 그래도 책임 있는 입장에서
    한 말씀 해주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

    SK케미칼은 가습기 살균제 TF를 운영하면서 판사 출신인 양정일 씨도 영입했습니다.

    양 전 판사는 2013년에 영입된 뒤 박 부사장의 뒤를 이어 SK케미칼 법무실장을 맡고 있습니다.

    양 실장 역시 자료 증거인멸에 가담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이 진행중입니다.

    스트레이트는 박 철 부사장과 함께 재판에 참석한 양정일 실장에게도 입장을 물었습니다.

    [양정일/SK케미칼 법무실장]
    <오늘 증거인멸 재판 오셨는데, 재판이 좀 길어지고 있는데 혹시 피해자들한테 하실 말씀 없으십니까?>

    "...."

    이들은 법정에서 적극적으로 무죄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2013년 만들어진 건 증거인멸을 위한 TF가 아니었다."

    "증거인멸이 아니라 정치권과 언론의 자료요청에 대응하기 위해 실무자들이 모인 것일 뿐"이라고 했습니다.

    이 증거인멸 혐의 재판은 2년이 다되도록 아직 1심 선고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재판을 받고 있는 전직 검사와 판사는

    지금도 SK디스커버리 윤리부문 부사장, SK케미칼 법무실장을 각각 맡고 있습니다.

    [김유정/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 조사1과장]
    "이것만 봐도 SK케미칼이 참사를 대응하는 방법이 굉장히 부적절했다. 그런 한 면을 보여주는 게 지금까지 증거인멸로 기소된 사람들이 윤리경영팀이라든가 이런 곳에 있다는 자체가 얼마나 이 사건을 가볍게(여기는지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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